novareads.musicJazz

Wayne Shorter

웨인 쇼터 (1933–2023)

'재즈란 ‘감히 해 보라(I dare you)’는 뜻이다.' — 웨인 쇼터

한눈에 보기 🔭💭

1. 뿌리미국 뉴어크 출생미술학도 괴짜 씨형 앨런과 음악2. 메신저스블레이키 음악감독콜트레인과 연습모자이크3. 퀸텟마일스와 행콕풋프린츠·네페르티티스피크 노 이블4. 웨더자비눌과 결성헤비 웨더SGI 불교 입문5. 상실딸 이스카TWA 800편 사고행콕과 1+16. 말년페레스 쿼텟이매넌 그래픽 노블오페라 이피게니아쇼터1933–2023메신저스와 마일스 퀸텟, 웨더 리포트를 거치며…
무대의 여정 🧭🗺️
N미국뉴어크1933–1956뉴욕1956–1970년대 초로스앤젤레스1970년대–2023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함께한 사람들 ⏳🌊

  • 가족앨런 쇼터

    한 살 위 형으로, 뉴어크 시절 함께 음악의 길에 들어선 트럼페터였다.

  • 우정존 콜트레인

    1950년대 말 함께 연습하며 가까워졌고, 마일스에게 쇼터를 후임으로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 스승아트 블레이키

    재즈 메신저스의 음악감독을 맡겨 쇼터가 작곡가이자 밴드 리더로 자라게 했다.

  • 동료조 자비눌

    메이너드 퍼거슨 밴드에서 만나 1970년 웨더 리포트를 함께 결성하고 15년 넘게 이끌었다.

  • 동료마일스 데이비스

    두 번째 위대한 퀸텟에서 쇼터의 곡들을 밴드의 중심 레퍼토리로 삼았다.

  • 가족아나 마리아 쇼터

    1966년에 만나 1970년 무렵 결혼한 아내로, 딸 이스카를 함께 키웠고 1996년 TWA 800편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YouTube에서 4곡 이어 듣기 ↗

I. 뉴어크의 괴짜 소년 · 1933–1956 (0–23세)

(뉴어크) 1933년 8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조지프는 싱어 재봉틀 공장에서, 어머니 루이즈는 모피 가게에서 일했다고 전해진다. 한 살 위 형 앨런이 있었다.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부모는 두 아들이 그림을 그리고 영화관을 드나드는 것을 크게 막지 않았다. (그림) 어린 웨인이 먼저 빠진 것은 음악이 아니라 그림과 만화, SF 영화였다. 뉴어크 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엉뚱한 상상을 즐기는 성격 탓에 동네에서 미스터 위어드(괴짜 씨)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극장에 앉아 있던 소년이었다고 훗날 회고했다. 영화의 장면 전환과 이야기 구조는 평생 그의 작곡에 따라다닌 비유가 됐다. (비밥) 열여섯 살 무렵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비밥에 마음을 빼앗겨 클라리넷을 잡았고, 곧 테너 색소폰으로 옮겼다. 형 앨런도 악기를 잡아 뒷날 트럼페터가 됐다. 그는 레스터 영과 찰리 파커의 음반을 되풀이해 들으며 자랐다고 회고했다. 형제는 뉴어크의 지역 밴드에서 함께 연주하며 음악가의 길에 들어섰다. (대학) 뉴욕대학교에서 음악 교육을 전공해 1956년 졸업했다. 낮에는 화성학을 배우고 밤에는 강 건너 맨해튼의 클럽을 돌며 연주자들 틈에 섰다. 그림에서 음악으로 옮겨 왔지만, 소리를 색과 형체로 떠올리는 버릇은 이때 이미 몸에 붙어 있었다.

II. 메신저스의 음악감독 · 1956–1964 (23–31세)

(군대) 졸업 직후 잠시 호레이스 실버의 밴드에 섰으나 곧 징집돼 1956년부터 2년간 육군에서 복무했다. 제대 뒤 메이너드 퍼거슨의 빅밴드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조 자비눌을 만났다. 십여 년 뒤 함께 웨더 리포트를 만들 인연이었다. (콜트레인) 이 무렵 존 콜트레인과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함께 연습하며 화성과 음악의 방향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쇼터는 콜트레인을 형처럼 따랐고, 콜트레인은 그를 자기 세대 뒤를 잇는 테너 주자로 눈여겨보았다. (블레이키) 1959년 여름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메신저스에 들어갔다. 트럼페터 리 모건과 나란히 섰고, 곧 밴드의 음악감독이 되어 레퍼토리를 쓰고 편곡했다. 그해 세상을 떠난 레스터 영을 기려 「레스터 레프트 타운」을 썼다. 1961년 트럼펫 프레디 허버드와 트롬본 커티스 풀러가 합류해 관악기 셋이 앞에 서게 되자, 그의 펜은 더 두텁고 낯선 화음을 실험했다. 정통 하드 밥의 뼈대 위에 어둡고 비스듬한 선율을 얹는 방식이 이때 자리 잡았다. (첫 음반) 1959년 비제이 레이블에서 첫 리더작 「인트로듀싱 웨인 쇼터」를 녹음했다. 블레이키는 단원들의 곡을 적극적으로 녹음해 주었고, 쇼터는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이름을 쌓았다. 1961년에는 첫 결혼을 했다. 엄격하면서도 너그러웠던 블레이키 아래서 그는 5년 가까이 밴드를 이끄는 법을 배웠다.

♪모자이크 (Mosaic)1961 (28세)실황 「Children of the Night」 등 Art Blakey 1963

쇼터가 음악감독으로서 처음 3관 편성을 손에 쥔 메신저스의 음반이다. 블레이키 아래서 익힌 편곡의 솜씨가 두터운 화음으로 드러난다.

  • 트럼펫·트롬본·테너 세 관악기가 서로 다른 음을 겹쳐 하나의 두꺼운 화음(보이싱)을 만드는 테마 부분을 먼저 들어 보자. 이 짜임새를 다듬은 사람이 쇼터다.
  • 솔로가 무르익을 때마다 블레이키가 스틱을 북 위에 눌러 굴리며 몰아치는 연타(프레스 롤)로 솔로이스트를 다음 단계로 떠민다. 메신저스 특유의 뜨거운 하드 밥의 동력이다.
  • 쇼터의 곡 「칠드런 오브 더 나이트」에서 그의 테너는 밝게 내지르기보다 어둡고 비스듬하게 꺾이는 선율로 움직이는 것처럼 들린다.
  • 피아니스트 시더 월턴이 쓴 표제곡은 한 화음 위에서 오래 머무는 부분(모달 재즈의 기법)을 섞어, 하드 밥이 새로운 화성으로 넘어가던 시기의 공기를 담고 있다.
YouTube에서 듣기 ↗

III. 두 번째 위대한 퀸텟 · 1964–1970 (31–37세)

(마일스) 마일스 데이비스는 콜트레인이 떠난 1960년 무렵부터 그를 원했고, 콜트레인이 후임으로 쇼터를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블레이키 곁을 지키던 쇼터는 1964년 가을에야 합류했다. 피아노 허비 행콕, 베이스 론 카터, 드럼 토니 윌리엄스와 함께 훗날 두 번째 위대한 퀸텟이라 불리는 밴드가 완성됐다. (작곡) 마일스는 자서전에서 쇼터를 밴드에 음악적 발상을 불어넣은 사람으로 꼽았다. 「E.S.P.」 「풋프린츠」 「네페르티티」 「피노키오」가 이 시기에 나왔다. 코드를 꽉 채우지 않고 여백을 남긴 그의 선율 덕에, 솔로이스트와 리듬 섹션이 서로 반응하며 형식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연주가 가능해졌다. (블루노트) 같은 시기 블루노트에서 「나이트 드리머」 「주주」 「스피크 노 이블」 「애덤스 애플」을 잇달아 녹음했다. 「주주」에서는 콜트레인 쿼텟의 피아니스트 매코이 타이너, 드러머 엘빈 존스와 함께했다. 마녀사냥, 거인 이야기 같은 민담과 영화의 이미지가 곡 제목과 분위기에 배어 있었다. (이스카) 1966년 포르투갈 출신 아나 마리아 파트리시오를 만나 훗날 결혼했다. 1969년 딸 이스카가 태어났으나 아기는 예방접종 뒤 뇌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며, 평생 발작과 장애를 안고 살았다. 이듬해 녹음한 「오디세이 오브 이스카」는 딸의 이름을 딴 음반이다. (전기) 마일스가 전기 악기로 방향을 틀 때도 그는 곁에 있었다. 「인 어 사일런트 웨이」와 「비치스 브루」에서 소프라노 색소폰을 본격적으로 불었고, 1970년 초 밴드를 떠났다.

♪스피크 노 이블 (Speak No Evil)1964 (31세)

마일스 퀸텟에 합류한 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녹음한 블루노트 대표작이다. 영화와 민담을 좋아하던 그의 상상력이 곡 제목과 어두운 분위기에 고스란히 배었다.

  • 첫 곡 「위치 헌트」는 관악기 둘이 팡파르처럼 터뜨리는 도입으로 시작해, 마녀사냥이라는 제목처럼 쫓기는 긴장감을 만든다.
  • 엘빈 존스의 드럼은 한 박을 셋으로 쪼개는 리듬을 겹겹이 깔아, 여러 박자가 동시에 흐르는 듯한 출렁임(폴리리듬)을 만든다. 행콕과 카터는 그 물결 위에서 화음을 가볍게 찍어 준다.
  • 발라드 「인펀트 아이스」는 허버드가 빠진 쿼텟으로, 쇼터가 비브라토를 아끼고 숨결 섞인 소리로 선율을 천천히 늘이는 모습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
  • 뉴저지 잉글우드클리프스의 루디 밴 겔더 스튜디오에서 하루 만에 녹음됐다. 전형적인 헤드-솔로-헤드(테마-즉흥-테마) 형식이지만 곡마다 마디 수와 화음 진행이 관습에서 조금씩 비껴 있다.
♪네페르티티 (Nefertiti)1967 (34세)

쇼터가 쓴 표제곡은 퀸텟의 역할 분담을 뒤집었다. 그가 왜 이 밴드에 발상을 불어넣은 사람이었는지를 가장 분명히 보여 주는 녹음이다.

  • 표제곡에는 관악기 솔로가 없다. 마일스와 쇼터는 느리고 신비로운 테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할 뿐이고, 그 아래서 리듬 섹션이 즉흥한다. 주인공과 반주가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 토니 윌리엄스의 드럼은 테마가 반복될 때마다 세기와 밀도를 바꾸며 점점 불을 지핀다. 같은 가락이 되풀이되는데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 솔로이스트와 리듬 섹션이 서로의 소리에 즉석에서 반응하는 주고받음(인터플레이)이 이 퀸텟의 핵심이다. 행콕이 화음을 일부러 아껴 빈 공간을 남기는 대목에 귀 기울여 보자.
  • 같은 음반에 실린 쇼터의 「폴」과 「피노키오」도 들어 보자. 「피노키오」는 짧고 꺾이는 테마로, 「폴」은 느리게 떠도는 화음으로 그의 작곡이 지닌 두 얼굴을 보여 준다.

IV. 웨더 리포트 · 1970–1986 (37–53세)

(결성) 1970년, 퍼거슨 밴드 시절의 동료 자비눌, 체코슬로바키아(오늘날 체코) 출신 베이시스트 미로슬라프 비투스와 웨더 리포트를 만들었다. 리더 없이 모두가 동시에 즉흥한다는 이상을 내걸었고 컬럼비아와 계약했다. 그는 이 무렵 로스앤젤레스로 삶의 근거지를 옮겼다. (신앙) 1973년 무렵 니치렌 불교 단체 SGI에 입문했다. 먼저 입문한 허비 행콕과 평생 신앙을 나눴다. 쇼터는 이 신앙이 삶과 음악을 따로 떼어 보지 않게 해 주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다. 딸의 병을 돌보는 고단한 나날을 그는 이 수행으로 버텼다. (브라질) 1974년 브라질 가수 밀턴 나시멘투와 「네이티브 댄서」를 녹음했다. 아내의 이름을 붙인 곡 「아나 마리아」가 실렸다. 퓨전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나온 이 조용한 음반은 그가 선율의 시인임을 다시 보여 주었다. (자코) 1976년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합류하면서 밴드는 전성기를 맞았다. 이듬해 「헤비 웨더」가 크게 팔렸고 자비눌의 「버드랜드」는 재즈 밖에서도 유명해졌다. 편곡이 촘촘해지면서 그의 솔로 분량이 줄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그는 짧은 한마디로 곡의 색을 바꾸는 쪽을 택했다. 조니 미첼, 스틸리 댄의 음반에도 목소리를 보탰다. (상실) 1985년 이스카가 열네 살에 큰 발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웨더 리포트는 이듬해 활동을 멈췄다. 15년 넘게 이어진 밴드와 딸을 돌보던 시간이 함께 막을 내렸다.

♪네이티브 댄서 (Native Dancer)1974 (41세)실황 「Tarde」 Shorter·Nascimento · 1990 TV

딸의 병을 돌보고 새 신앙을 받아들이던 무렵, 브라질 가수 밀턴 나시멘투와 만든 음반이다. 아내에게 바친 곡이 실려 있다.

  • 첫 곡 「폰타 지 아레이아」는 나시멘투의 높고 맑은 가성(팔세토)이 가사 없는 소리로 선율을 그리며 시작한다. 쇼터의 소프라노 색소폰이 그 목소리를 받아 이어 간다.
  • 쇼터가 쓴 「아나 마리아」는 아내의 이름을 붙인 곡이다. 화려한 기교보다 노래하듯 둥근 선율에 무게를 두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 허비 행콕이 피아노와 건반으로 참여했다. 브라질 음악 특유의 부드럽게 흔들리는 리듬 위에서 재즈 화성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 전기 악기와 대음량이 휩쓸던 퓨전의 시대에, 서두르지 않는 템포와 여백으로 전혀 다른 길을 보여 준 음반으로 평가된다.
YouTube에서 듣기 ↗
♪헤비 웨더 (Heavy Weather)1977 (44세)실황 「Birdland」 Weather Report · 1978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합류한 웨더 리포트의 정점이자 최대 흥행작이다. 쇼터는 긴 솔로 대신 짧은 한마디로 곡의 색을 바꾸는 쪽을 택했다.

  • 자비눌의 「버드랜드」는 신시사이저의 낮은 베이스 음형으로 시작해, 자코의 베이스가 줄을 살짝 짚어 울리는 맑은 배음(하모닉스)으로 가락을 얹고, 악기가 하나씩 겹치며 커진다.
  • 자코의 프렛 없는 베이스는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이어 사람 목소리처럼 노래한다. 「어 리마크 유 메이드」에서 쇼터의 테너와 나누는 발라드 대화가 특히 아름답다.
  • 쇼터가 쓴 「팔라디움」에서는 라틴 타악기가 촘촘한 그루브를 깔고, 쇼터의 색소폰이 짧은 동기를 던지며 리듬과 맞물린다.
  • 전기 악기와 재즈 즉흥을 섞은 퓨전이지만 즉흥은 편곡 안에 치밀하게 배치돼 있다. 모두가 동시에 즉흥한다는 초기 이상이 짜인 작곡으로 옮겨 간 결과다.
YouTube에서 듣기 ↗

V. 바다 위의 이별 · 1986–1999 (53–66세)

(솔로) 1985년 「아틀란티스」를 시작으로 「팬텀 내비게이터」 「조이 라이더」를 내며 신시사이저와 관현악적 짜임새를 실험했다. 밴드의 일원이 아닌 작곡가로서 자신의 세계를 다시 세우려는 시기였다. (형) 1988년 형 앨런이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 말 전위적인 음반을 남겼던 형은 동생만큼 이름을 얻지 못했지만, 웨인에게는 처음 음악의 길을 함께 걸은 사람이었다. 1991년에는 마일스가 세상을 떠났고, 쇼터는 행콕·카터·윌리엄스, 트럼페터 월러스 로니와 함께 추모 무대를 꾸렸다. (TWA 800) 1996년 7월, 아내 아나 마리아가 조카 달릴라와 함께 뉴욕을 떠난 TWA 800편 추락 사고로 숨졌다. 유럽 순회 중이던 남편에게 합류하러 가던 길이었다. 딸을 잃은 지 11년 만이었다. 그는 신앙의 수행에 기대 슬픔을 견뎠고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듀오) 이듬해 행콕과 단둘이 「1+1」을 녹음했다. 피아노와 소프라노 색소폰이 조용히 말을 주고받는 이 음반에는 상실을 겪은 두 오랜 벗의 대화 같은 정적이 흐른다. 수록곡 「아웅산 수치」로 1998년 그래미 최우수 기악 작곡상을 받았다. 1999년 카롤리나 두스산투스와 재혼했다.

VI. 마지막 사중주 · 2000–2023 (67–90세)

(쿼텟) 2000년 피아노 다닐로 페레스, 베이스 존 파티투치, 드럼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쿼텟을 꾸렸다. 정해진 곡을 연주하는 대신 옛 작품을 매번 해체하고 다시 짓는 이 밴드는 근 20년을 함께했다. 「풋프린츠 라이브!」 「알레그리아」, 그리고 블루노트로 돌아가 낸 「위다웃 어 넷」이 이어졌다. (만화) 2018년 「이매넌」을 발표했다. 쿼텟과 관현악단의 음악에 그래픽 노블을 곁들인 작품으로, 뉴어크의 괴짜 소년이 품었던 만화와 SF의 꿈이 여든 넘어 다시 돌아온 셈이었다. 이 음반으로 그래미를 받았고, 같은 해 케네디센터 명예상을 받았다. (은퇴) 2018년 건강 문제로 공연 활동을 접었다. 그러나 작곡은 멈추지 않았다. 베이시스트이자 가수인 에스페란자 스폴딩이 대본과 노래를 맡은 오페라 「…(이피게니아)」가 2021년 보스턴에서 초연됐다. 고대 그리스 비극을 오늘의 여성의 목소리로 다시 읽은 작품이었다. (죽음) 2023년 3월 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 실황에서의 솔로로 사후 그래미가 더해졌다. 그는 평생 음악이 삶을 위한 것이지 삶이 음악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풋프린츠 라이브! (Footprints Live!)2002 (69세)실황 「Footprints」 Wayne Shorter · 1991 Montreux

2001년 여름 유럽 페스티벌 실황을 담은 쿼텟의 첫 음반이다. 상실의 시간을 지나온 그가 옛 곡을 매번 새로 짓는 방식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 1966년에 쓴 「풋프린츠」는 베이스가 짧은 음형을 되풀이하는 반주(오스티나토)로 유명하다. 여기서 파티투치는 그 음형을 출발점으로만 삼고, 곡은 템포가 풀렸다 조였다 하며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드럼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가 순식간에 폭발한다. 이 세기의 낙차가 밴드 전체의 호흡을 이끈다.
  • 쇼터는 긴 솔로를 늘어놓지 않고 짧은 구절을 던진 뒤 침묵을 남긴다. 페레스의 피아노가 그 빈자리를 받아 대화를 잇는 순간들이 이 쿼텟의 핵심이다.
  • 누가 솔로이고 누가 반주인지 경계가 흐린 집단 즉흥에 가깝다. 정해진 코러스 수를 돌고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전통적 방식과 비교하며 들어 보자.
YouTube에서 듣기 ↗

덜 알려진 이야기

(풋프린츠의 첫 녹음) 쇼터의 가장 유명한 곡 「풋프린츠」는 흔히 1966년 10월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일스 스마일스」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곡이 처음 녹음된 것은 그해 2월 쇼터 자신의 블루노트 음반 「애덤스 애플」에서였다. 마일스 판의 명성이 워낙 커서 작곡자 본인의 초연이 가려진 경우다. (딸의 이름을 딴 음반) 1970년 녹음한 「오디세이 오브 이스카」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 이스카의 이름을 딴 작품이다. 바람, 폭풍, 고요 같은 제목의 곡들이 이어지는 이 음반은 웨더 리포트 결성 직전의 과도기작으로 취급돼 오래 주목받지 못했다. (팝 음반 속의 목소리) 쇼터는 1977년 무렵부터 조니 미첼의 음반에 25년 가까이 참여했고, 같은 해 스틸리 댄의 「아자」 표제곡에서도 테너 솔로를 맡았다. 크레디트 한 줄로만 남은 탓에 재즈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첼은 그의 연주를 각별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화광) 그는 평생 만화와 SF 영화의 열성 팬이었고, 영화 대사를 줄줄 외우는 것으로 동료들 사이에 유명했다. 여든을 넘겨 발표한 「이매넌」에 그래픽 노블을 붙인 것은 말년의 기획이라기보다 미술학도 시절로 돌아간 일에 가까웠다.

용어 노트 📚🔎

하드 밥

(말뜻) 영어 hard bop 은 단단한(hard) 비밥이라는 뜻이다. 비밥의 빠르고 복잡한 언어에 더 굵고 힘찬 소리를 입혔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재즈에서) 1950년대 중반부터 미국 동부에서 유행한 재즈다. 비밥의 화성 위에 흑인 교회 음악(가스펠)과 블루스의 뜨거운 느낌을 섞어, 귀에 쉽게 들어오면서도 열기가 넘친다.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메신저스가 대표적인 밴드다. 운동회 응원가처럼 반복하기 쉬운 구호에 빠르고 화려한 개인기를 얹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달 재즈

(말뜻) 모달(modal)은 선법을 뜻하는 모드(mode)에서 왔다. 모드는 원래 중세 교회 음악에서 쓰던 여러 종류의 음계를 가리킨다. (재즈에서) 화음이 몇 박마다 바쁘게 바뀌는 대신, 음계 하나 위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즉흥하는 재즈다. 연주자는 정해진 길을 쫓아가기보다 넓은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셈이 된다. 미로 게임에서 정해진 통로를 따라가던 것이 탁 트인 오픈 월드 게임으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모달은 컴퓨터 화면에서 다른 작업을 막고 앞에 뜨는 창(모달 창)을 가리킬 때도 쓴다.

인터플레이

(말뜻) 영어 interplay 는 사이(inter)와 놀이(play)가 합쳐진 말로, 서로 주고받으며 노는 것을 뜻한다. (재즈에서) 솔로이스트와 피아노·베이스·드럼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반응하며 음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 사람이 짧은 가락을 던지면 드러머가 받아치고 피아니스트가 화음으로 대답한다. 농구에서 눈짓만으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까지 가는 팀플레이와 같다. 마일스의 두 번째 퀸텟이 그 본보기로 꼽힌다.

퓨전

(말뜻) 영어 fusion 은 녹여서 하나로 합친다는 뜻이다. (재즈에서) 1960년대 말부터 재즈의 즉흥에 록과 펑크의 전기 악기·강한 박자를 섞은 음악을 말한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비치스 브루」가 문을 열었고 웨더 리포트가 대표 밴드가 됐다. 김치와 치즈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든 퓨전 요리처럼, 서로 다른 전통을 합쳐 새 소리를 만든다. (다른 데서는) 과학에서는 가벼운 원자핵 둘이 합쳐지며 큰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을 퓨전이라 부른다.

코러스

(재즈에서) 곡의 형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바퀴 도는 단위를 말한다. 32마디짜리 곡이면 그 32마디를 한 번 연주하는 것이 한 코러스이고, 솔로이스트는 흥이 오르면 여러 코러스를 이어 간다.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씩 도는 것과 같아서, 몇 바퀴째에 속도를 올렸는지처럼 몇 번째 코러스에서 솔로가 절정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한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코러스는 여럿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나, 대중가요에서 가장 크게 되풀이되는 후렴을 뜻한다.

오스티나토

(말뜻) 이탈리아어 ostinato 는 고집 센, 끈질긴이라는 뜻이다. 같은 음형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한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재즈에서) 짧은 가락이나 리듬을 곡 내내 끈질기게 반복하는 반주를 말한다. 「풋프린츠」의 베이스 음형이 대표적이다. 그 반복이 바닥을 단단히 받쳐 주기 때문에 위에서 솔로이스트가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 줄넘기를 돌리는 친구들이 같은 속도로 줄을 계속 돌려 주면 가운데서 뛰는 사람이 온갖 기술을 부릴 수 있는 것과 같다.

폴리리듬

(말뜻) 폴리(poly)는 그리스어로 여럿이라는 뜻이어서, 폴리리듬은 여러 리듬이 동시에 흐른다는 말이다. (재즈에서) 서로 다른 박자의 쪼개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드러머가 한 손으로는 한 박을 둘로, 다른 손으로는 셋으로 쪼개 치면 리듬이 출렁이듯 엇갈린다. 엘빈 존스와 토니 윌리엄스가 이 기법의 명인이다. 돌림노래를 부를 때 두 모둠이 같은 노래를 다른 빠르기로 동시에 부르는데도 마지막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