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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on King

라이온 킹 (1994)

아프리카 합창단의 목소리와 할리우드 관현악, 엘튼 존의 팝 발라드가 한 왕국의 생과 죽음, 귀환을 함께 노래한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미국 1994 개봉엘튼 존·팀 라이스 노래치머의 스코어2. 목소리레보 M의 줄루어남아공 합창메기고 받기3. 대비어린 왕의 꿈스카의 행진장조와 단조4. 상실협곡의 질주고요한 애도아버지께 바친 진혼곡5. 귀환왕국의 선율 회귀비 내리는 바위수미상관6. 유산아카데미 2관왕다이아몬드 앨범브로드웨이 1997킹1994줄루어 외침으로 열고 같은 노래로 닫히는 사자…
이야기의 무대 🧭🗺️
N미국영국남아프리카 공화국음마바토로스앤젤레스런던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한스 치머

    배경음악(스코어)을 작곡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고, 그의 첫 아카데미 수상이었다.

  • 작곡가엘튼 존

    다섯 곡의 노래를 작곡했고, 엔딩 크레디트의 발라드를 직접 불렀다.

  • 작사팀 라이스

    모든 노래에 노랫말을 붙였고, 엘튼 존과 함께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 작곡가레보 M

    남아프리카 출신 가수로, 첫 장면의 줄루어 외침을 부르고 합창 편곡을 맡았다.

  • 감독로저 앨러스

    롭 민코프와 함께 감독을 맡아 노래와 이야기의 짜임을 이끌었다.

  • 주연제러미 아이언스

    스카의 목소리를 맡아 「Be Prepared」를 말하듯 노래했다.

YouTube에서 7곡 이어 듣기 ↗

I. 초원에 모인 사람들

(기획)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 왕국에서 왕위를 이을 어린 사자 심바가 겪는 상실과 귀환을 그린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로저 앨러스와 롭 민코프가 감독을 맡았고, 1994년 미국에서 개봉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노트르담의 꼽추」보다 2년 앞서 나온 작품으로, 흔히 디즈니 르네상스라 부르는 시기의 한가운데에 있다. (분업) 음악은 둘로 나뉘었다. 노래는 엘튼 존이 곡을 쓰고 팀 라이스가 노랫말을 붙였다. 라이스는 「알라딘」에서 앨런 멩컨과 함께 일한 작사가로 알려져 있다. 노래 사이를 잇는 배경음악(스코어)은 한스 치머가 맡았다. (치머) 치머는 195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신시사이저와 팝 밴드에서 출발해 「레인 맨」으로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았다.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어 월드 어파트」와 「파워 오브 원」에서 아프리카 합창과 타악을 다뤄 본 경험이 있었고, 디즈니가 그를 찾은 데에는 이 이력이 작용했다. (망설임) 치머는 처음에는 이 작품을 맡고 싶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런데도 수락한 이유로 그는 당시 여섯 살이던 딸을 데려갈 수 있는 시사회를 꼽았다. 그가 맡아 온 거친 액션 영화에는 아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레보 M) 이 음악의 또 다른 중심은 남아프리카 출신 가수이자 편곡자 레보 M이다. 그는 합창 편곡을 맡고 직접 노래했으며, 이 영화에서 들리는 아프리카 언어의 목소리는 대부분 그를 거쳐 나왔다.

II. 해가 뜨는 초원

(새벽) 영화는 대사 없이 시작한다. 화면이 밝아지기 전에 한 남자가 줄루어로 외치는 소리가 먼저 들린다. 레보 M의 목소리다. 해가 떠오르고, 초원의 동물들이 하나둘 프라이드 록으로 모여든다. (순환) 이어지는 노래 「Circle of Life」는 카르멘 트윌리가 불렀다.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을 노래하며, 한 인물의 속마음이 아니라 초원 전체가 부르는 노래처럼 넓고 장중하다. 설교하듯 차분하게 시작해 합창과 북이 겹겹이 쌓이며 커진다. (의식) 노래가 정점에 이르면 주술사 개코원숭이 라피키가 갓 태어난 심바를 바위 끝에서 높이 들어 올린다. 동물들이 엎드리고, 마지막 북소리와 함께 화면이 검게 바뀌며 제목이 뜬다. 영화의 첫 4분을 노래 한 곡에 온전히 맡긴 셈이다. (왕국) 노래가 끝나면 치머의 스코어가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왕 무파사가 아들에게 햇빛이 닿는 땅이 모두 우리 왕국이라고 일러 주는 대목에서, 금관과 현악이 넓게 펼치는 선율이 등장한다. 왕국과 왕의 자리를 가리키는 이 선율은 뒤에서 모양을 바꾸어 여러 번 돌아온다. (그늘) 같은 장면에서 무파사는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땅에는 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금지된 장소를 알려 주는 이 짧은 대화가 다음 장의 사건을 부른다.

♪생명의 순환 (Circle of Life)실황 Danish National Symphony Orchestra

대사 없는 첫 4분을 노래 한 곡에 맡긴 오프닝이다. 초원 전체가 새 왕자의 탄생을 맞는 의식을 노래로 그렸다.

  • 첫 소리는 악기가 아니라 레보 M의 줄루어 외침이다. 반주 없이 터지는 사람 목소리가 화면보다 먼저 아프리카의 새벽을 연다.
  • 한 사람이 한 마디를 던지면 여럿이 받아 부르는 메기고 받기(콜 앤드 리스폰스)가 깔려 있다. 아프리카 합창의 전통적인 주고받기다.
  • 합창과 북이 겹겹이 쌓이며 점점 커지는 점층(크레셴도)으로 흐르다가, 마지막 북 한 번에 화면이 검게 바뀌며 제목이 뜬다. 노래의 끝과 영화의 문이 정확히 맞물린다.
  • 치머와 레보 M은 이 곡으로 그래미 보컬 반주 편곡상을 받았고,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앨범 끝에는 엘튼 존이 부른 팝 버전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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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두 개의 야망

(어린 왕) 심바는 왕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은 그 들뜬 마음을 그대로 옮긴 노래다. 심바는 친구 날라와 함께, 잔소리꾼 집사 새 자주를 따돌리며 노래한다. 화면은 원색으로 뒤덮이고 동물들이 탑을 쌓아 올린다. 아이다운 허세가 뮤지컬 코미디의 화법으로 펼쳐진다. (무덤) 두 아이는 결국 금지된 코끼리 무덤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하이에나 무리를 만난다. 노래가 멈춘 자리에서 스코어가 긴장을 끌어올린다. 아버지가 나타나 아이들을 구하지만, 이 일을 꾸민 것은 무파사의 동생 스카였다. (스카) 스카의 노래 「Be Prepared」는 제러미 아이언스가 불렀고, 노래 일부는 짐 커밍스가 함께 불렀다. 그는 노래하기보다 말하듯 비꼬며 하이에나들을 부추긴다. 낮고 느물거리는 목소리, 단조(어둡게 들리는 음계)의 행진곡 박자가 왕위를 노리는 음모를 드러낸다. 화면에는 녹색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하이에나들이 대열을 맞춰 걷는다. 많은 평자가 이 장면에서 1930년대 선전 영화의 군중 집회를 떠올렸다. (대칭) 두 노래는 서로를 비춘다. 하나는 왕이 되고 싶은 아이의 꿈이고, 다른 하나는 왕좌를 빼앗으려는 어른의 계획이다. 앞의 노래가 밝은 낮이라면 뒤의 노래는 어두운 동굴이다. 같은 왕의 자리를 두고 정반대의 두 마음이 노래로 그려진 뒤, 이야기는 협곡으로 넘어간다.

♪어서 왕이 되고 싶어 (I Just Can't Wait to Be King)영화 장면 — 라이언 킹

왕의 자리를 놀이처럼 여기는 어린 심바의 허세를 그린 노래다. 뒤에 나올 스카의 노래와 짝을 이룬다.

  • 통통 튀는 리듬과 밝은 장조(밝게 들리는 음계)가 아이의 들뜬 마음을 그대로 옮긴다. 책임은 빼고 특권만 상상하는 아이의 왕 놀이다.
  • 심바와 날라가 집사 자주를 따돌리는 대화가 노래 사이사이에 끼어든다. 말과 노래가 번갈아 나오는 뮤지컬 코미디의 화법이다.
  • 화면이 원색 무늬로 바뀌고 동물들이 탑을 쌓는 대목은 현실이 아니라 아이의 상상 속처럼 그려졌다.
  • 자주 역의 로언 앳킨슨이 근엄하게 끼어드는 대목이 들뜬 노래에 웃음의 제동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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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 두어라 (Be Prepared)영화 장면 — 라이언 킹

스카가 하이에나들 앞에서 왕위 찬탈 계획을 털어놓는 악당의 노래다. 어둠 속 행진이 이야기의 그늘을 드리운다.

  • 제러미 아이언스는 노래하기보다 말하듯 비꼬며 부른다. 이렇게 말과 노래의 중간쯤에서 부르는 창법이 스카의 냉소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 단조(어둡게 들리는 음계)와 쿵쿵 끊어지는 행진곡 박자가 겹쳐, 우스꽝스러운 하이에나들조차 군대처럼 보이게 만든다.
  • 하이에나들이 대열을 맞춰 걷는 장면을 두고 많은 평자가 1930년대 선전 영화의 군중 집회를 떠올렸다. 화면과 음악이 함께 독재의 그림자를 비춘다.
  • 하이에나 역의 우피 골드버그, 치치 마린, 짐 커밍스가 끼어드는 엉뚱한 대꾸가 위협적인 노래에 묘한 희극성을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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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협곡의 질주

(협곡) 스카는 심바를 협곡 바닥으로 데려가 기다리게 한다. 곧 땅이 울리고 누 떼가 언덕을 넘어 쏟아져 내려온다. 영화에서 처음으로 노래 없이 스코어가 화면 전체를 끌고 가는 대목이며, 앨범에는 「...To Die For」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질주) 낮은 현악과 금관이 짧은 음형을 거듭 내리치고, 합창이 그 위에서 외치듯 솟는다. 아프리카 타악과 서양 관현악이 맞물리며 쉴 틈 없는 추진력을 만든다. 무파사는 아들을 구하러 협곡으로 뛰어든다. (정적) 질주가 지나가면 음악은 거의 사라진다. 먼지가 가라앉은 협곡에 어린 심바가 홀로 서 있고, 바람 소리와 아이의 목소리만 남는다. 앞의 소란이 컸던 만큼 이 고요는 더 무겁게 다가온다. 그 끝에서 아주 작은 편성의 애도하는 선율이 조심스레 다시 시작된다. (진혼) 치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훗날 이 영화를 쓰는 동안 그 상실이 쏟아져 나왔고,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위한 진혼곡을 썼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잃은 어린 사자에게서 자기 모습을 보았다는 고백이다. (추방) 스카는 모든 일이 심바의 잘못이라고 몰아세우며 떠나라고 말한다. 왕국은 스카와 하이에나의 손에 넘어가고, 심바는 사막으로 달아난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여기서 끝난다.

♪…투 다이 포 (...To Die For)실황 Danish National Symphony Orchestra

누 떼의 질주에서 시작해, 그 뒤에 남은 고요와 애도까지 이어지는 스코어다. 치머가 아버지를 위한 진혼곡이라 회고한 대목이다.

  • 낮은 현악과 금관이 짧은 음형을 끈질기게 반복해 몰아친다. 짧은 리듬 덩어리를 되풀이해 추진력을 만드는 오스티나토(반복 음형) 기법이다.
  • 합창이 외침처럼 솟아오르며 아프리카 목소리와 서양 관현악이 한 덩어리로 부딪친다. 이 영화 스코어의 기본 재료가 가장 격렬하게 쓰이는 자리다.
  • 질주가 끝나면 큰 편성이 한순간에 거두어지고 작은 소리만 남는다. 음악이 물러나면서 관객이 화면 속 고요를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
  • 고요 끝에 시작되는 애도의 선율은 앞서 들었던 왕국의 선율을 어둡게 비튼 것처럼 들린다. 같은 선율이 장조에서 단조 쪽으로 기울면서 뜻이 뒤집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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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근심 없는 정글

(구조) 사막에서 쓰러진 심바를 미어캣 티몬과 혹멧돼지 품바가 구한다. 두 친구는 지난 일은 잊으라고 권하며 「Hakuna Matata」를 부른다. 제목은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말라는 뜻의 말이다. 네이선 레인과 어니 사벨라의 능청스러운 주고받기가 노래 전체를 끌고 간다. 두 사람은 브로드웨이에서 함께 무대에 섰던 사이로, 하이에나 역 오디션에 함께 왔다가 이 두 역에 캐스팅되었다고 전한다. (성장) 노래 후반에 심바가 두 친구와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몇 번 되풀이되는데, 건널 때마다 조금씩 자라 마지막에는 어른 사자가 되어 있다. 몇 년의 세월을 노래 한 곡이 건너뛴다. 근심을 덮어 둔 채 보낸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 흥겨운 노래는 회피의 노래이기도 하다. (재회) 어른이 된 심바 앞에 날라가 나타난다.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이 재회를 노래한다. 티몬과 품바가 친구를 잃을까 투덜대는 대목이 노래의 앞뒤를 감싸고, 그 사이에 두 사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과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이 흐른다. 웃음의 틀 안에 진지한 발라드를 넣은 구성이다. (망설임) 날라는 왕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돌아가자고 하지만 심바는 거절한다. 사랑의 노래 다음에 남는 것은 결국 그가 외면해 온 질문이다.

♪하쿠나 마타타 (Hakuna Matata)

상처 입은 심바에게 걱정 없이 살라고 권하는 티몬과 품바의 노래다. 그사이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 제목은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말라는 뜻의 말이다. 노래 중간에 품바가 자기 과거를 털어놓는 대목은 짧은 독백극처럼 짜여 있다.
  • 네이선 레인과 어니 사벨라가 주고받는 대사와 애드리브(즉흥 대사) 같은 호흡이 노래의 웃음을 만든다.
  • 후반부에 어린 심바의 목소리가 어른 심바의 목소리로 바뀐다. 노래 한 곡 안에서 몇 년이 흐르는, 노래로 만든 시간 생략이다.
  • 이 노래도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흥겨운 노래지만 아픈 과거를 덮어 둔다는 점에서 회피의 노래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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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사랑을 느낄 수 있나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영화 장면 — 라이언 킹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심바와 날라의 마음을 그린 발라드다. 친구들의 투덜거림이 그 앞뒤를 감싼다.

  • 티몬과 품바가 친구를 잃을까 걱정하는 장난스러운 대목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웃음의 틀 안에 진지한 사랑 노래를 넣은 액자 구성이다.
  • 두 사자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 날라는 그리움을, 심바는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품고 있어서 같은 노래 안에서도 두 사람의 감정이 엇갈린다.
  •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받았고, 엘튼 존은 이 곡으로 그래미 남성 팝 보컬상을 받았다.
  • 엔딩 크레디트에는 엘튼 존이 부른 버전이 흐른다. 영화 속 합창 편곡과 견주어 들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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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왕의 바위로

(부름) 밤하늘 아래 홀로 남은 심바를 라피키가 찾아온다. 그는 심바를 물가로 데려가 물에 비친 얼굴을 보게 한다. 이어 하늘의 구름 사이에서 한 목소리가 그를 부른다. 이 대목에서 스코어는 다시 합창을 불러내고, 2장에서 들었던 왕국의 선율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잊고 지낸 자리가 무엇이었는지 음악이 먼저 일깨운다. (귀환) 심바는 마침내 돌아가기로 한다. 앨범의 「King of Pride Rock」은 6분에 걸쳐 이 귀환부터 마지막 장면까지를 담는다. 달려가는 심바 뒤로 줄루어 합창과 북이 행진하듯 깔리고, 금관이 왕국의 선율을 힘 있게 다시 연주한다. (폐허) 돌아간 프라이드 록은 메말라 있다. 풀은 사라지고 하이에나가 들끓는다. 스코어는 이 폐허에서 낮은 음역의 어두운 화음으로 가라앉아, 첫 장면의 빛나던 초원과 대비를 이룬다. (대결) 번개가 치고 불길이 번지는 가운데 심바와 스카가 마주 선다. 이 대결에서 무엇이 밝혀지고 어떻게 끝나는지는 여기에 적지 않는다. 다만 음악은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숨을 멈추었다가 다시 몰아치기를 되풀이하며, 화면의 불길보다 한발 앞서 장면의 무게를 바꾼다. (비) 그리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합창과 관현악이 함께 열리며 긴 싸움을 씻어 내듯 흐른다.

♪프라이드 록의 왕 (King of Pride Rock)실황 Hans Zimmer · Live in Prague

심바의 귀환에서 마지막 장면까지를 6분에 담은 스코어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음악으로 잇는다.

  • 2장에서 들었던 왕국의 선율이 금관으로 힘 있게 돌아온다. 특정 인물이나 대상을 가리키는 짧은 선율을 되풀이하는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기법으로, 잃었던 자리를 되찾는다는 뜻이 선율 하나에 담긴다.
  • 줄루어 합창과 북이 행진하듯 깔리며 귀환을 밀어붙인다. 합창 편곡에는 레보 M이 함께했다.
  • 폐허가 된 왕국에서는 낮은 음역의 어두운 화음으로 가라앉았다가, 비가 내리는 대목에서 합창과 관현악이 함께 크게 열린다.
  • 트랙 끝에서 첫 곡의 외침과 합창이 다시 들린다. 처음과 끝을 같은 재료로 묶는 수미상관 구성이 소리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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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I. 원은 닫히고

(수미상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을 그대로 되비춘다. 같은 바위, 같은 동물들, 그리고 처음 들었던 줄루어 외침과 「Circle of Life」의 합창이 다시 울린다. 다른 점은 바위 위에 선 세대가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제목이 그랬듯 이야기도 원을 그리며 처음으로 돌아온다. 이 마지막 북소리에서 영화가 끝난다. (엔딩)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엘튼 존이 부른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이 흐른다. 영화 속 장면을 위한 노래가 이번에는 한 편의 팝 발라드로 관객을 배웅한다. 앨범에는 「Circle of Life」와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의 엘튼 존 판도 함께 실렸다. (성과) 1995년 아카데미에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주제가상을, 치머는 음악상을 받았다. 주제가상 후보 다섯 자리 가운데 세 자리가 이 영화의 노래였다. 이 상은 치머의 첫 아카데미 수상이었고, 두 번째는 한참 뒤 「듄」에서 나왔다. 사운드트랙 앨범은 미국에서만 천만 장 넘게 출하되었다. (확장) 음악은 영화 밖으로도 이어졌다. 1995년 레보 M이 중심이 된 앨범 「Rhythm of the Pride Lands」가 나왔고, 1997년 줄리 테이머가 연출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이 앨범의 곡들과 새 노래가 더해졌다. 2019년 리메이크의 음악도 다시 치머가 맡았다.

덜 알려진 이야기

치머는 처음에 이 작품을 거절하려 했다.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당시 그가 맡던 거친 영화에는 여섯 살 딸을 데려갈 수 없어서 아이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첫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그가 선뜻 내켜서 맡은 일이 아니었다는 점은 영화음악 팬들 사이에서나 주로 오가는 이야기다. 협곡 장면의 음악에 담긴 사연도 뒤늦게 알려졌다. 치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고, 음악으로 그 슬픔을 견뎠다고 2006년 독일 방송 ZDF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뒤의 인터뷰에서는 「라이온 킹」을 쓰는 동안 그 상실이 쏟아져 나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위한 진혼곡을 썼다고 덧붙였다. 개봉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다가 그가 직접 말하면서 비로소 드러난 사연이다. 1994년 앨범에 실린 스코어는 네 트랙, 17분 남짓에 그쳤다. 노래 위주로 짜인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쓰인 스코어의 상당 부분은 20년 동안 정식으로 나오지 않다가, 2014년 레거시 컬렉션 판에서야 미발표 큐와 데모 약 30분이 더해졌다. 이 앨범은 기록으로도 특이한 자리에 있다. 미국에서 다이아몬드 인증을 받았고, 닐슨 사운드스캔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이 팔린 LP 음반으로 기록되었다. 2014년 기준 104만 장이 넘는다.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이 이 기록을 가졌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녹음 장소도 흥미롭다. 앨범 크레디트에는 로스앤젤레스와 런던의 스튜디오와 함께 남아프리카 음마바토의 BOP 스튜디오가 올라 있다.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할리우드로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녹음한 것이다.

용어 노트 📚🔎

스코어(score)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가 아니라 장면 밑에 깔려 이야기를 이끄는 배경음악을 말한다. 「라이온 킹」에서는 엘튼 존이 노래를, 치머가 스코어를 나눠 맡았다. 아카데미에도 노래에 주는 주제가상과 스코어에 주는 음악상이 따로 있다. 게임을 할 때 캐릭터가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탐험할 때 뒤에서 흐르는 음악을 떠올리면 된다. 그 음악이 바로 게임의 스코어다. (다른 데서는) 운동 경기나 시험에서는 점수를 뜻한다.

넘버(number)

(말뜻) 영어로 번호라는 뜻이다. 옛날 오페라와 뮤지컬 악보에서 노래마다 번호를 붙여 구분하던 데서 노래 한 곡을 넘버라고 부르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뮤지컬이나 뮤지컬 영화에서 인물이 부르는 노래 한 곡 한 곡을 가리킨다. 「Hakuna Matata」나 「Be Prepared」가 이 영화의 넘버다. 학예회 순서표에 1번 합창, 2번 연극처럼 번호가 붙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그냥 번호나 숫자를 뜻한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라이트모티프(Leitmotiv)는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의 생각을 어떤 인물이나 대상 쪽으로 이끄는 짧은 선율이라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장소·생각에 짧은 선율을 붙여 두고, 그것이 나올 때마다 그 선율을 다시 들려주는 기법이다. 「라이온 킹」에서는 왕국을 가리키는 선율이 처음 장면, 슬픈 장면, 귀환 장면에서 모양을 바꿔 가며 돌아온다. 학교 쉬는 시간 종소리만 들어도 쉬는 시간이 떠오르는 것처럼, 선율 하나만 들려도 관객은 그 인물이나 대상을 떠올리게 된다.

단조와 장조

(말뜻) 장조(長調)의 장은 길다, 단조(短調)의 단은 짧다는 뜻이다. 음계의 첫 음과 세 번째 음 사이의 거리가 조금 넓으면 장조, 조금 좁으면 단조라고 부른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대체로 장조는 밝고 힘차게, 단조는 어둡고 슬프게 들린다. 「I Just Can't Wait to Be King」처럼 들뜬 노래는 장조로 밝게 들리고, 「Be Prepared」의 행진은 단조로 어둡게 들린다. 같은 선율도 단조로 바꾸면 슬프게 들려서, 영화음악은 이를 이용해 행복했던 주제를 슬픈 장면에서 다시 쓴다. 생일 축하 노래를 단조로 바꿔 부르면 갑자기 쓸쓸해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메기고 받기(콜 앤드 리스폰스)

(말뜻) 우리말 메기다는 노래를 먼저 부르며 이끈다는 뜻이고, 받다는 그것을 이어받아 부른다는 뜻이다. 영어 콜 앤드 리스폰스도 부르기와 대답하기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사람이 한 마디를 부르면 여럿이 그에 답하듯 받아 부르는 방식이다. 아프리카 합창 전통에서 특히 중요하며, 「Circle of Life」의 독창과 합창도 이렇게 주고받는다. 운동회 응원에서 응원단장이 한 구절을 외치면 모두가 받아 외치는 것과 같은 짜임이다. (다른 데서는) 우리 민요의 뱃노래나 농요에서도 앞소리꾼이 메기고 일꾼들이 받는 같은 방식이 쓰인다.

진혼곡(레퀴엠)

(말뜻) 진혼(鎭魂)은 넋을 달래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레퀴엠은 라틴어로 안식이라는 뜻인데, 죽은 이를 위한 가톨릭 미사의 첫 기도문이 이 낱말로 시작해서 그 미사곡 전체의 이름이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원래는 모차르트나 베르디의 작품처럼 교회 의식을 위한 곡을 말하지만, 넓게는 죽은 이를 애도하는 음악을 두루 가리킨다. 치머는 협곡 장면 뒤의 음악을 두고 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을 썼다고 말했다. 친구가 멀리 이사 갈 때 반 친구들이 함께 부르는 작별 노래가 떠나는 사람을 위한 노래이듯, 레퀴엠은 떠난 사람을 위한 노래다.

오스티나토(반복 음형)

(말뜻) 이탈리아어로 고집스러운, 끈질긴이라는 뜻이다. 같은 음형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한다는 성격이 이름에 들어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짧은 리듬이나 선율 덩어리를 쉬지 않고 반복해 긴장과 추진력을 만드는 기법이다. 누 떼가 쏟아지는 협곡 장면에서 낮은 현악과 금관이 짧은 음형을 끈질기게 내리치는 것이 그 예다. 줄넘기를 할 때 줄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같은 박자로 계속되면 몸이 저절로 그 박자에 맞춰지는 것처럼, 반복되는 음형은 듣는 사람을 앞으로 계속 밀어붙인다.

수미상관(首尾相關)

(말뜻) 머리(首)와 꼬리(尾)가 서로(相) 관계를 맺는다(關)는 뜻이다. 시나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같거나 비슷하게 맞추는 짜임을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같은 음악을 써서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아 처음으로 돌아왔음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라이온 킹」은 「Circle of Life」로 열고 같은 노래로 닫으며, 제목 그대로 원을 그린다. 일기의 첫 줄과 마지막 줄에 같은 문장을 쓰면 하루가 한 바퀴 돌아 닫히는 느낌이 드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국어 시간에는 시의 첫 연과 끝 연을 같게 짓는 표현법을 가리킬 때 이 말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