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eranza Spalding
베이스를 짚는 손과 노래하는 목소리가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끝내 한 곡으로 만났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함께한 사람들 ⏳🌊
- 가족어머니
홀로 가정을 꾸리며 스팔딩을 키웠고, 본인이 가장 큰 영향으로 꼽는 사람이다.
- 스승타라 메모리
포틀랜드의 트럼펫 연주자이자 청소년 재즈 교육자로, 훗날 「시티 오브 로지스」를 함께 편곡해 그래미를 나눠 받았다.
- 영향팻 메시니
버클리 시절 음악을 그만두려던 스팔딩에게 계속하라고 격려한 기타리스트다.
- 동료조 로바노
색소폰 연주자로, 자신의 밴드 어스 파이브에 젊은 스팔딩을 베이시스트로 불러들였다.
- 동료밀턴 나시멘투
2010년 「애플 블로섬」에서 처음 함께했고, 2024년 듀오 앨범으로 인연을 이어 간 브라질의 가수다.
- 스승웨인 쇼터
함께 무대에 서고 오페라 「…(이피게니아)」를 만든 색소폰 거장으로, 스팔딩은 그를 삶의 스승으로 기렸다.
I. 킹 지역의 아이 · 1984–1999 (0–15세)
(출생) 1984년 10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스페란자 에밀리 스팔딩(Esperanza Emily Spalding)이다. 에스페란자는 스페인어로 희망을 뜻한다. 가운데 이름 에밀리는 훗날 스팔딩 음악 속 또 하나의 자아가 된다. (어머니)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포틀랜드 북동부의 킹 지역이었다. 당시 형편이 넉넉지 않은 동네였다고 전해진다. 스팔딩은 어머니 손에서 자랐고, 여러 인터뷰에서 홀로 가정을 꾸린 어머니를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꼽았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어머니 쪽은 웨일스·히스패닉·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이 섞인 집안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가족에 관해 공개된 이야기는 이 정도에 그친다. (요요마) 네 살 무렵 어린이 프로그램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에 첼리스트 요요마가 나와 연주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때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바이올린을 거의 혼자 익혔고, 다섯 살에 지역 청소년 관현악단인 오리건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에 들어갔다. 열다섯 살 무렵에는 단원들을 이끄는 악장(콘서트마스터)을 맡았다. (학교) 학교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동안 집에서 공부했고, 장학금을 받아 사립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정해진 틀에 잘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관현악단에서 여러 악기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하나의 결을 만드는 법을 몸으로 배웠다. 그 경험은 훗날 앨범 제목으로까지 되살아난다.
II. 베이스와 보스턴 · 1999–2005 (15–21세)
(베이스) 고등학교 시절 음악실에 놓인 콘트라베이스를 우연히 만지면서 악기가 바뀌었다. 블루스 몇 곡을 혼자 짚어 보다가 곧 지역 무대에서 연주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바이올린으로 다진 귀와 손이 낮은 음역에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인디밴드) 열여섯 살에 고교 졸업 학력 인정 시험(GED)을 통과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음악 과정에 들어갔다. 같은 무렵 지역 인디 팝 밴드 노이즈 포 프리텐드(Noise for Pretend)에서 노래와 작사를 맡았다. 베이스 연주자이기 전에 노래를 만드는 사람으로 먼저 무대에 선 셈이다. (메모리) 포틀랜드에는 트럼펫 연주자이자 청소년 재즈 교육자였던 타라 메모리(Thara Memory)가 있었다. 그는 지역 젊은 연주자들에게 재즈의 기본기와 태도를 가르친 인물이다. 스팔딩과의 인연은 훗날 고향을 노래한 곡의 공동 편곡으로 이어졌다. (버클리) 장학금을 받아 보스턴의 버클리 음악대학으로 옮겼다. 생활비는 늘 빠듯했다. 음악을 그만두고 정치학처럼 전혀 다른 공부를 할까 고민했다고 회고했다. 그때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가 그의 연주를 듣고 남다른 무언가가 있으니 계속하라고 격려했다. 스팔딩은 이 말이 진로를 붙잡아 주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강단) 2005년 졸업한 직후 스무 살 무렵에 버클리의 강사로 임용됐다. 학교 역사상 가장 젊은 교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가르치는 일은 이후로도 그의 삶에서 연주와 나란히 놓였다.
III. 세 언어로 부른 노래 · 2005–2010 (21–26세)
(준조) 2006년 스페인 레이블 아이바 뮤직에서 첫 앨범 「준조(Junjo)」를 냈다. 쿠바 출신 피아니스트 아루안 오르티스, 드러머 프란시스코 멜라와 함께한 트리오 편성이었다. 가사 대신 음절로 가락을 노래하는 스캣이 중심이었다. 목소리를 또 하나의 악기로 쓰겠다는 방향이 이때 이미 드러났다. (로바노) 같은 시기 색소폰 연주자 조 로바노의 밴드 어스 파이브(Us Five)에 베이시스트로 합류했다. 2009년 앨범 「포크 아트(Folk Art)」를 함께 녹음했다. 두 명의 드러머가 맞물리는 이 밴드에서 그는 노래하지 않고 베이스로만 대화했다. 선배 연주자들 틈에서 리듬을 받치는 일의 무게를 익혔다. (에스페란자) 2008년 헤즈업 레이블에서 두 번째 앨범 「에스페란자(Esperanza)」를 냈다.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를 오가며 재즈에 브라질 음악과 소울을 섞었다. 피아노의 레오 제노베제 등 버클리 시절부터 가까웠던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앨범은 재즈 차트 상위권에 오래 머물렀고, 그는 대중 텔레비전 무대에도 서기 시작했다. (백악관)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연주했다. 같은 해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기념 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무명의 연주자에서 나라 밖까지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가 되기까지 채 4년이 걸리지 않았다.
세 언어를 오간 앨범 「에스페란자」의 첫 곡으로, 이 곡으로 그는 처음 대중의 귀에 닿았다. 베이스와 노래를 한 몸으로 해내는 그의 특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 업라이트 베이스로 노래 선율과 전혀 다른 리듬의 베이스 라인을 짚으면서 동시에 노래한다. 두 손과 목소리가 따로 움직이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점이 이 곡의 첫 번째 놀라움이다.
- 통통 튀는 소울 풍의 리듬(그루브) 위에서 피아노와 드럼이 가볍게 받친다. 반주가 비어 있는 자리마다 베이스가 말을 거는 짜임이다.
- 목소리는 힘주어 내지르기보다 가볍고 맑게 흘러간다. 사랑을 알아챘다고 상대에게 장난스럽게 속삭이는 말투로 들린다.
- 노래 사이사이 가사 없는 음절로 가락을 흘리는 즉흥 노래(스캣)가 끼어든다. 노래와 악기 연주의 경계를 흐린다.
IV. 실내악과 라디오 · 2010–2014 (26–30세)
(실내악) 2010년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Chamber Music Society)」를 냈다. 어린 시절 몸담은 관현악단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었다. 현악 3중주와 재즈 트리오와 목소리를 한 방에 모았고, 편곡에는 길 골드스타인이 참여했다. 브라질의 가수 밀턴 나시멘투가 「애플 블로섬」에 목소리를 보탰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곡을 붙인 「리틀 플라이」도 실렸다. (신인상) 2011년 2월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다. 재즈 음악가가 이 부문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같은 후보에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 같은 대중 스타가 있었기에 결과는 크게 화제가 됐다. (라디오) 2012년에는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라디오 뮤직 소사이어티(Radio Music Society)」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법한 노래를 재즈 연주자의 손으로 만들겠다는 기획이었다. 힙합 프로듀서 큐팁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타라 메모리가 이끌던 포틀랜드 청소년 재즈 밴드도 녹음에 함께했다. 고향을 노래한 「시티 오브 로지스」는 메모리와 함께 편곡했다. 앨범은 2013년 그래미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을, 이 곡은 편곡상을 받았다. 스승과 나란히 받은 상이었다. (동료) 이 무렵 드러머 테리 린 캐링턴의 「모자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조 로바노, 드러머 잭 디조넷, 레오 제노베제와는 스프링 쿼텟을 꾸려 무대에 섰다. 자기 이름을 건 대중적 작업과 선배들 곁의 즉흥 연주를 함께 이어 갔다.
어린 시절의 실내악 경험이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로 되돌아온 순간이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곡을 붙여, 작은 생명과 인간의 덧없음을 겹쳐 본다.
- 드럼 없이 현악기와 베이스, 목소리만으로 짜였다. 여러 악기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한 결을 만드는 실내악(室內樂)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 베이스는 활로 길게 긋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튕기기도 한다. 현악기들과 같은 집안의 목소리처럼 섞인다.
- 가사는 18세기 영국 시인 블레이크의 시다. 노래는 그 시를 낭송하듯 조용하고 담담한 화법으로 옮긴다.
- 짧고 단정한 형식 안에서 현악 편곡이 노래의 숨을 따라 부풀었다 가라앉는다. 그 호흡을 따라가며 들어 볼 만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노래를 만들겠다던 「라디오 뮤직 소사이어티」의 대표곡이다. 아프리카계 아이들에게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일러 주는 노래로, 그가 품어 온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
- 가수 앨지브라 블레셋과 함께 부르는 듀엣이다. 두 목소리가 주고받다 겹치는 대목에서 노래의 온기가 커진다.
- 느긋한 소울 리듬(그루브) 위에 관악기 묶음(혼 섹션)이 화사하게 얹힌다. 재즈 연주자들의 손으로 빚은 팝 노래라는 앨범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 가사는 어른이 아이에게 다정하게 타이르듯 말하는 화법이다. 역사를 잊지 말라는 당부를 꾸짖음이 아닌 격려로 건넨다.
- 베이스는 화려한 솔로 대신 곡의 바닥을 단단히 받치는 데 집중한다. 노래를 위해 물러설 줄 아는 연주다.
V. 에밀리라는 이름 · 2015–2019 (31–35세)
(에밀리) 2016년 「에밀리스 D+에볼루션(Emily's D+Evolution)」을 냈다. 가운데 이름 에밀리를 또 하나의 자아로 내세운 앨범이었다. 업라이트 베이스 대신 일렉트릭 베이스를 들었고, 일그러진 기타와 록·펑크의 리듬을 끌어들였다. 데이비드 보위와의 작업으로 알려진 토니 비스콘티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무대는 연극처럼 꾸몄다. 재즈 신동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호기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생중계) 2017년에는 「익스포저(Exposure)」를 만들었다. 77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곡을 쓰고 녹음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작업이다. 음반은 7,777장만 찍었다. 완성품만 보여 주는 대신 만드는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실험이었다. (하버드) 같은 해 하버드 대학교 음악과의 실천 교수(Professor of the Practice)로 임용됐다. 작곡과 즉흥 연주를 가르치며 학생들과 함께 노래가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지를 탐구했다. (주문) 2018년 「12 리틀 스펠스(12 Little Spells)」를 냈다. 몸의 부위마다 한 곡씩을 바친 앨범으로, 노래를 몸에 거는 작은 주문처럼 다뤘다. 열이틀 동안 하루 한 곡씩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앨범은 2020년 그래미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을 받았다. (쇼터) 이 시기 색소폰 연주자 웨인 쇼터와 가까워졌다. 2017년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쇼터, 테리 린 캐링턴, 레오 제노베제와 함께 무대에 섰다. 이 공연 실황은 2022년 음반으로 나왔다. 쇼터와 함께 오페라를 쓰는 작업도 이때 시작됐다.
에밀리라는 또 하나의 자아를 앞세운 「에밀리스 D+에볼루션」의 첫 곡이다. 재즈 신동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뜨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 업라이트 베이스 대신 일렉트릭 베이스를 들었다. 일그러진 기타와 맞물리는 무거운 반복 악절(리프)이 곡을 끌고 간다.
- 리듬은 록에 가깝게 직선적이다. 그런데도 박이 예상과 다른 자리에서 끊기고 이어져 묘한 긴장을 만든다.
- 목소리는 이전 앨범보다 거칠고 힘 있게 내지른다.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듯한 화법이다.
- 토니 비스콘티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소리가 촘촘하고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재즈 앨범보다는 록 음반의 질감에 가깝다.
몸의 부위마다 한 곡씩을 바친 앨범으로, 노래가 몸에 무엇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처음 본격적으로 던졌다. 이 물음은 몇 해 뒤 포틀랜드의 실험실로 이어진다.
- 곡마다 몸의 한 부위가 정해져 있다. 그 부위를 떠올리며 들으면 리듬과 소리의 무게가 달리 느껴지도록 짜였다.
- 발매 때 열이틀 동안 하루 한 곡씩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앨범을 한꺼번에 듣기보다 하나씩 음미하라는 의도가 담긴 방식이었다.
- 어쿠스틱 재즈와 팝, 실내악의 소리가 곡마다 섞이는 비율을 바꾼다. 한 장 안에서 장르의 경계가 계속 움직인다.
- 노래는 주문을 외듯 낮게 되풀이하다가 갑자기 높이 치솟는다. 말과 노래 사이를 오가는 화법이 두드러진다.
VI. 다시 포틀랜드 · 2020–2026 (36–42세)
(실험실) 팬데믹 무렵 스팔딩은 고향 포틀랜드로 돌아왔다. 2021년 음악 치료사, 신경과학 연구자 등과 함께 노래가 몸과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탐구하는 모임을 꾸렸다. 그 결과물이 「송라이츠 아포세커리 랩(Songwrights Apothecary Lab)」이다. 곡마다 처방전처럼 포르웰라(Formwela)라는 이름과 번호를 붙였다. 이 앨범으로 2023년 그래미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을 받았다. (이피게니아) 2021년 11월 보스턴에서 웨인 쇼터가 작곡하고 스팔딩이 대본을 쓴 오페라 「…(이피게니아)」가 초연됐다. 무대에는 스팔딩도 직접 섰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버지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딸의 이야기를, 여러 여성의 목소리로 다시 묻는 작품이었다. 초연 뒤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도 공연됐다. (작별) 2023년 3월 쇼터가 세상을 떠났다. 스팔딩은 그를 음악뿐 아니라 사는 방식을 가르쳐 준 사람으로 기렸다. 함께 만든 오페라는 그가 남긴 마지막 큰 작업 가운데 하나가 됐다. (밀턴) 2024년에는 「밀턴 + 에스페란자(Milton + esperanza)」를 냈다. 2010년 「애플 블로섬」에서 맺은 밀턴 나시멘투와의 인연이 한 장의 앨범으로 이어진 것이다. 팔순을 넘긴 노가수의 목소리 곁에 젊은 목소리와 베이스를 나란히 두었고, 폴 사이먼 등이 손님으로 함께했다. (현재) 스팔딩은 포틀랜드를 근거지로 삼아 녹음과 공연, 공동체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대에서 출발해 강단과 연구실을 거쳐 고향 동네로 돌아온 셈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연구자·치료사들과 함께 만든 「송라이츠 아포세커리 랩」의 첫 곡이다. 노래를 처방전처럼 다루겠다는 생각이 제목의 번호에까지 배어 있다.
- 화려한 기교 대신 단순한 가락을 차분히 되풀이한다. 듣는 사람의 호흡을 가라앉히려는 듯한 짜임이다.
- 악기 편성이 적고 소리 사이의 여백이 넓다. 베이스와 목소리가 서로를 기다리며 천천히 나아간다.
- 노래는 청중을 향해 공연하기보다 곁에 앉은 한 사람에게 건네는 말투에 가깝다.
- 곡에 이름 대신 번호를 붙인 것은 이 작업이 완성품이 아닌 진행 중인 실험임을 드러낸다. 앨범 전체를 순서대로 들으면 그 흐름이 보인다.
2010년 한 곡으로 맺은 브라질 거장 밀턴 나시멘투와의 인연이 14년 만에 한 장의 앨범이 되었다. 세대와 언어를 건너는 대화이자 존경의 기록이다.
- 팔순을 넘긴 나시멘투의 낮고 깊은 목소리와 스팔딩의 가볍고 높은 목소리가 나란히 놓인다. 두 음색의 대비가 앨범의 중심이다.
- 포르투갈어와 영어가 곡마다, 때로는 한 곡 안에서 오간다. 뜻을 몰라도 말의 소리 자체가 가락의 일부로 들린다.
- 브라질 음악 특유의 부드럽게 흔들리는 리듬 위에서 베이스가 조용히 길을 낸다.
- 폴 사이먼 등 손님 가수들이 몇 곡에 참여한다. 두 사람의 대화가 더 넓은 자리로 번져 가는 느낌을 준다.
덜 알려진 이야기
(밴드) 스팔딩이 처음 노래하는 사람으로 무대에 선 곳은 재즈 클럽이 아니라 포틀랜드의 인디 팝 밴드 노이즈 포 프리텐드였다. 10대의 스팔딩은 이 밴드에서 노래하고 가사를 썼다. 그래미 신인상 이후의 기사들은 대개 버클리와 재즈 신동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했기 때문에, 팝 노래를 만들던 이 시절은 소개에서 자주 빠졌다. 그러나 「라디오 뮤직 소사이어티」나 「에밀리스 D+에볼루션」의 노래 중심 작법을 떠올리면 그 뿌리는 꽤 일찍부터 있었던 셈이다. (생중계) 2017년의 「익스포저」는 77시간 동안 곡을 쓰고 녹음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모두 공개한 작업이었다. 음반은 7,777장만 찍었다. 음반은 한정판으로만 발매됐다. (대본) 오페라 「…(이피게니아)」에서 스팔딩은 노래만 한 것이 아니라 대본을 썼다. 작곡가 웨인 쇼터가 이 작업을 함께하자고 청했고, 스팔딩은 수년에 걸쳐 그리스 비극을 다시 읽으며 이야기를 새로 짰다. 재즈 연주자가 오페라 대본가로 이름을 올리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연주자로서의 명성에 가려 이 역할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다. (이름) 2016년 앨범의 에밀리는 지어낸 인물이 아니라 스팔딩의 실제 가운데 이름이다. 그는 이 이름을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다시 만나는 통로로 설명했다. 무대 위의 변신을 단순한 콘셉트로 여긴 평도 있었지만, 본인에게는 자기 이름의 다른 절반을 꺼내 든 일이었다.
용어 노트 📚🔎
콘트라베이스
(말뜻) 이탈리아어 contra 는 여기서 아래쪽이라는 뜻으로, 보통 베이스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소리를 내는 악기라는 이름이다. 재즈에서는 똑바로 세워 연주한다고 업라이트 베이스라고도 부른다. (재즈에서) 현악기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악기로, 재즈에서는 활보다 손가락으로 줄을 튕겨 연주하는 일이 많다. 밴드 전체의 박자와 화음의 바닥을 받쳐 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의 기초 공사와 비슷하다 —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것이 흔들리면 그 위의 모든 층이 흔들린다. 스팔딩은 이 큰 악기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노래까지 해 주목받았다.
스캣
(재즈에서) 가사 대신 두비두바 같은 뜻 없는 음절로 즉흥 가락을 노래하는 방식이다. 목소리를 트럼펫이나 색소폰 같은 악기처럼 쓰는 것이다. 노래 가사를 깜빡 잊었을 때 라라라로 흥얼거리며 이어 가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을 일부러, 그리고 아주 정교하게 하는 것이 스캣이다. 스팔딩의 첫 앨범 「준조」는 이 방식이 중심이었다.
실내악
(말뜻) 실내악(室內樂)은 방(室) 안(內)에서 하는 음악(樂)이라는 뜻이다. 원래 큰 공연장이 아니라 귀족의 저택 응접실 같은 작은 방에서 연주하던 음악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재즈에서) 보통 두 명에서 열 명 안팎의 적은 연주자가 지휘자 없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맞춰 가는 음악을 말한다. 모둠 활동에서 선생님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친구들끼리 눈치껏 역할을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스팔딩은 어린 시절의 이 경험을 재즈와 섞어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라는 앨범으로 만들었다.
콘서트마스터
(말뜻) 영어로 연주회(concert)의 우두머리(master)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악장(樂長), 곧 악단의 으뜸이라고 부른다. (재즈에서) 관현악단에서 제1바이올린 맨 앞자리에 앉는 연주자로, 지휘자와 단원들 사이를 잇고 조율을 이끈다. 운동부의 주장과 비슷하다 — 감독이 따로 있어도 경기장 안에서 동료들을 이끄는 사람은 주장이다. 스팔딩은 열다섯 살 무렵 청소년 관현악단에서 이 자리를 맡았다.
그루브
(말뜻) 영어 groove 는 본래 레코드판에 파인 홈을 뜻한다. 바늘이 홈을 따라 매끄럽게 돌아가듯 음악이 몸에 착 붙어 흘러가는 느낌을 가리키게 됐다. (재즈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만드는, 저절로 몸이 들썩이게 하는 리듬의 결을 말한다. 박자가 정확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연주자들의 호흡이 맞아 기분 좋게 굴러가야 그루브가 생긴다. 줄넘기를 단체로 할 때 돌리는 두 사람의 박자가 딱 맞으면 뛰는 사람이 신나게 들어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일상 영어에서는 어떤 일에 익숙해져 리듬을 탔다는 뜻으로도 쓴다.
리프
(재즈에서) 짧은 가락이나 리듬 묶음을 여러 번 되풀이해 곡의 뼈대로 삼는 것을 말한다. 재즈의 스윙 밴드에서 널리 쓰였고, 록과 펑크에서도 곡을 끌고 가는 중심이 된다. 응원가에서 같은 구호를 반복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스팔딩의 「굿 라바」는 일렉트릭 베이스와 기타가 무거운 리프를 되풀이하며 시작한다.
리브레토
(말뜻) 이탈리아어로 작은 책이라는 뜻이다. 옛날 오페라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들고 읽던 얇은 대본 책자에서 이름이 왔다. (재즈에서) 오페라의 대사와 노랫말을 담은 대본을 말한다. 작곡가가 음악을 쓰고, 대본가가 이야기와 말을 쓴다. 학교 연극에서 한 친구가 대본을 쓰고 다른 친구가 배경음악을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 둘이 잘 맞아야 한 편의 작품이 된다. 스팔딩은 웨인 쇼터의 오페라 「…(이피게니아)」의 대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