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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Liszt

프란츠 리스트 (1811–1886)

유럽 전역을 열광시킨 건반의 스타였고, 만년에는 사제복을 입은 채 그 건반 앞에 다시 앉았다.

한눈에 보기 🔭💭

1. 뿌리오스트리아 라이딩 출생아버지에게 사사빈 신동 데뷔2. 상실아버지 별세캐롤린 실연종교적 방황3. 질주파가니니 충격마리 다구리스트마니아4. 바이마르교향시 창시피아노 소나타카롤리네5. 신앙자녀 잇단 별세아베 리스트종교 음악6. 말년세 도시 순회음악원 원장바이로이트 별세리스트1811–1886피아노의 파가니니를 꿈꾼 신동에서, 만년에는 …
삶의 여정 🧭🗺️
N이탈리아헝가리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빈1822–1823파리1823–1835바이마르1848–1861로마1861–1869부다페스트1875–1886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가족아담 리스트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처음 피아노를 가르친 아버지였다.

  • 스승카를 체르니

    빈에서 리스트에게 견고한 건반 기법을 가르쳤다.

  • 영향니콜로 파가니니

    1832년 파리 연주로 리스트에게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는 결심을 불러일으켰다.

  • 가족마리 다구

    함께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떠돌며 지냈고 세 자녀 블랑딘, 코지마, 다니엘을 낳았다.

  • 후원카롤리네 폰 자인비트겐슈타인

    바이마르 정착을 권하고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 리스트의 창작을 뒷받침했다.

  • 우정리하르트 바그너

    리스트가 이끈 신독일악파를 함께했고, 딸 코지마와의 결혼으로 한때 관계가 냉랭해졌지만 훗날 화해했다.

YouTube에서 8곡 이어 듣기 ↗

I. 라이딩의 신동 · 1811–1823 (0–12세)

(탄생) 1811년 10월, 오스트리아 제국 헝가리 왕국(오늘날 오스트리아) 라이딩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담 리스트는 에스테르하지 후작가에서 일하며 첼로와 피아노를 다루던 아마추어 음악가로, 하이든과 후멜을 가까이서 겪은 사람이었다. 어머니 안나 라거는 오스트리아 출신이었고, 리스트는 외아들로 부모의 기대 속에 자랐다. (건반) 여섯 살 무렵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재능은 곧바로 드러났다. 아버지는 아들을 직접 가르치며 연습을 엄격히 관리했고, 어린 리스트는 또래와 어울리기보다 건반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후원) 아홉 살에 쇼프론과 프레스부르크에서 연주해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감명받은 헝가리 귀족들이 6년치 교육비를 모아주었고, 가족은 이 돈으로 1822년 빈으로 옮겨갔다. (스승) 빈에서 카를 체르니에게 피아노를, 안토니오 살리에리에게 작곡을 배웠다. 1823년 연주회 뒤 베토벤이 소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사실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두 세대를 잇는 상징으로 오래 회자되었다.

II. 파리, 상실과 방황 · 1823–1830 (12–19세)

(거절) 1823년 파리로 건너갔으나 음악원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신 페르디난도 파에르와 안톤 레이하에게 개인 지도를 받았고, 살롱 사회에서 곧 화제의 소년으로 떠올랐다. (무대) 1825년, 열세 살의 나이로 오페라 「돈 산체」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영국과 프랑스 각지를 돌며 연주 여행을 이어갔고, 아버지 아담이 일정과 수입을 관리했다. (부고) 1827년 아버지가 불로뉴쉬르메르에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열여섯 살의 리스트는 혼자 파리로 돌아와 생계를 위해 피아노 교습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첫사랑) 교습 제자였던 백작 영애 캐롤린 드 생크릭과 사랑에 빠졌지만, 신분 차이를 이유로 그녀의 아버지가 결혼을 막았다. 실연은 이미 상실로 흔들리던 청년을 종교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칩거) 한동안 사교계를 등지고 신앙 서적에 몰두하며 사제가 될 생각까지 했다. 1830년 7월혁명의 함성이 파리를 뒤흔들자 「혁명 교향곡」 스케치를 남겼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한 이 미완성작은 이 시기 흔들리던 내면을 보여준다.

III. 파가니니와 마리 다구 · 1830–1847 (19–36세)

(충격) 1832년 파리에서 니콜로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전율했다. 리스트는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으로 이룬 것을 피아노로 이루겠다고 결심하고, 손가락이 갈라지도록 연습에 매달렸다. (살롱) 같은 시기 엑토르 베를리오즈, 프레데리크 쇼팽과 가까이 지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쇼팽의 섬세한 터치와 베를리오즈의 관현악적 상상력은 이후 리스트의 작품에 흔적을 남겼다. (도피) 유부녀였던 백작부인 마리 다구와 사랑에 빠져 1835년 스위스로 함께 떠났다. 이어 이탈리아를 떠돌며 지낸 몇 년 사이 블랑딘, 코지마, 다니엘 세 자녀가 태어났다. (열풍) 1839년부터 유럽 전역을 도는 연주 여행에 나섰다. 하인리히 하이네는 청중이 실신하고 장갑과 머리카락을 두고 다투는 이 광경을 「리스트마니아」라 불렀다. 리스트는 벌어들인 큰돈의 상당액을 본 대성당의 베토벤 기념비 건립과 1838년 페스트 홍수 이재민 구호에 내놓았다. (파국) 화려한 명성과 달리 다구와의 관계는 점점 삐걱거렸고, 1844년 두 사람은 갈라섰다. 자녀들은 파리의 리스트 어머니에게 맡겨져 자랐다.

♪파가니니 대연습곡 (S.141)1838 (1851 개정) (27–40세)실황 「La Campanella」 Valentina Lisitsa (피아노) · 2013 예술의전당

파가니니의 충격을 피아노 언어로 옮긴 결과물로, 특히 「라 캄파넬라」는 그의 건반 기교를 상징하는 곡이 되었다.

  • 「라 캄파넬라」(종)에서 오른손이 좁은 음정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실제 종소리처럼 맑게 울리는 고음을 만든다.
  • 원곡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카프리스가 지닌 도약과 변주를 피아노로 옮기며, 한 손으로 두 성부를 동시에 연주하는 대목이 연주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난관으로 꼽힌다.
  • 빠른 옥타브와 반복음이 이어지는 구간은 손목을 유연하게 써 소리를 가볍게 내는지, 힘으로 눌러 치는지에 따라 해석이 크게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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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꿈 3번 (S.541 No.3)1850 (39세)실황 Khatia Buniatishvili (피아노) · 2011 Verbier Festival

마리 다구와의 사랑과 이별을 지나온 뒤 가곡을 피아노곡으로 다시 쓴 작품으로, 원곡 가사의 “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는 뜻이 선율에 배어 있다.

  • 느리게 흐르는 오른손 선율은 노래하듯 부르는(칸타빌레) 창법을 피아노로 옮긴 것이라, 노래처럼 프레이즈를 길게 끌어가는 연주가 관건이다.
  • 중간부에서 화음을 한 음씩 펼쳐 흐르게 하는 분산화음(아르페지오)이 좌우 손을 오가며 물결처럼 번져 선율을 감싼다.
  • 클라이맥스에서 갑자기 커지는 음량과 넓어지는 음역은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순간으로 흔히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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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의 해 (Années de pèlerinage)1830년대–1840년대 (19–29세)연주 「단테를 읽고」 Alexandre Kantorow (피아노)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마리 다구와 떠돌며 본 풍경과 그림, 시에서 받은 인상을 피아노곡으로 옮긴 연작이다.

  • 1권 「제네바의 종」은 낮은 음에서 시작해 서서히 퍼지는 종소리를 흉내 낸 화음으로 열린다.
  • 2권의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은 시인의 사랑의 번민을 가사 없이 선율만으로 그려낸 곡으로, 프레이즈 사이의 숨 고르기가 해석의 핵심이다.
  • 「단테를 읽고」는 낮은 음역의 무거운 반음계 진행으로 지옥의 이미지를 그리다가, 후반부에서 밝은 장조로 벗어나며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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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바이마르의 카펠마이스터 · 1848–1861 (37–50세)

(정착) 1847년 키예프 연주 여행에서 만난 카롤리네 폰 자인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과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이듬해 화려한 순회 연주를 사실상 접고 바이마르 궁정 악장으로 정착해 작곡과 지휘에 전념했다. (신독일악파) 1850년 리하르트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초연하며 젊은 작곡가들을 이끄는 중심이 되었다. 표제를 지닌 관현악 곡인 교향시라는 장르를 이때 처음 만들어 「전주곡」 등 여러 작품을 썼다. (청혼) 카롤리네는 전남편과의 결혼을 무효로 하고 리스트와 정식으로 맺어지려 로마 교황청에 오래 매달렸다. 1861년 결혼식 전날 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반대로 혼례는 끝내 취소되었다. (제자들)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무료로 가르치는 관행을 세웠는데, 이는 이후 현대적 마스터클래스의 원형이 되었다. 수업료를 받지 않는 대신 재능만을 보고 제자를 골랐다.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 (S.178)1853 (42세)실황 조성진 (피아노) · 2019 핀란드 리사이틀

바이마르에서 창작에 몰두하던 시기의 정점으로 꼽히는 대작으로, 오늘날 낭만주의 피아노 문헌의 정상으로 평가된다.

  • 단 하나의 악장 안에서 몇 개의 짧은 씨앗 같은 주제가 형태를 바꿔가며 되풀이되어 곡 전체를 하나로 묶는다.
  • 도입부의 낮은 음에서 반복되는 짧은 음형은 곡이 진행되며 영웅적인 선율로도, 위협적인 저음으로도 모습을 바꿔 등장한다.
  • 후반의 푸가풍 대목은 여러 성부가 같은 주제를 시차를 두고 쫓아가듯 겹쳐 쌓이며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 쉼 없이 30분 안팎을 이어가야 해, 집중력과 체력 모두에서 피아니스트에게 손꼽히는 시험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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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곡 (Les Préludes, S.97)1854 (초연) (43세)실황 Berliner Philharmoniker · Christian Thielemann 지휘

교향시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곡으로, “삶이란 죽음이 첫 엄숙한 음을 울리는 미지의 노래에 붙인 일련의 전주곡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라마르틴의 시구를 표제로 붙였다.

  • 도입부의 낮은 현에서 시작해 서서히 차오르는 짧은 음형은 곡 전체에서 형태를 바꿔가며 되풀이되는 핵심 동기다.
  • 중간의 목가적인 대목은 관악기가 이끄는 평온한 선율로 삶의 고요한 한때를 그린다.
  • 후반의 행진곡풍 금관 총주는 투쟁과 승리를 그린 대목으로 널리 해석되며, 이 곡을 상징하는 순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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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랩소디 2번 (S.244/2)1847 작곡, 1851 출판 (36–40세)실황 Valentina Lisitsa (피아노) · 2010 레이던

헝가리 집시 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피아노어법으로 옮긴 작품으로, 유럽을 떠돌던 리스트의 헝가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짙게 배어 있다.

  • 느리고 무겁게 시작하는 「라산」부는 집시 악단이 청중의 마음을 가라앉히듯 끌어들이는 도입 관습을 따른다.
  • 이어지는 빠른 「프리슈카」부는 점점 빨라지는 템포와 손가락을 교차시키는 화려한 옥타브 진행으로 연주회의 단골 앙코르 곡이 되었다.
  • 카덴차 대목은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꾸밀 수 있게 열려 있어,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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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로마의 사제 · 1861–1869 (50–58세)

(비보) 1859년 아들 다니엘이 스무 살로 세상을 떠났고, 1862년에는 딸 블랑딘이 출산 후유증으로 숨졌다. 잇단 자녀의 죽음은 종교로 기울어 있던 리스트를 더 깊은 신앙으로 몰아갔다. (로마) 결혼이 좌절된 뒤 리스트는 로마로 옮겨가 마돈나 델 로사리오 수도원 등지에 머물렀다. 1865년 가톨릭 하급 성직자 서품을 받아 「아베 리스트」로 불리게 되었다. (성가) 이 무렵 오라토리오 「그리스도」와 미사 성가곡 등 종교 음악에 몰두했다. 1867년에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헝가리 왕 대관식을 위해 「헝가리 대관 미사」를 작곡해 고국과의 인연을 다시 확인했다.

♪죽음의 무도 (Totentanz, S.126)1839 초안, 1859 개정 (28–48세)실황 hr-Sinfonieorchester · Bertrand Chamayou (피아노) · Jérémie Rhorer 지휘

이탈리아 피사의 공동묘지 벽화 「죽음의 승리」에서 받은 인상으로 시작된 곡으로, 1849년에 완성한 뒤 1853년과 1859년 두 차례 고쳐 다듬었다.

  • 곡 전체가 그레고리오 성가의 「진노의 날(디에스 이레)」 선율을 변주해 쌓아 올린 것으로, 이 옛 죽음의 선율이 형태를 바꿔가며 반복해 등장한다.
  • 초반 관현악과 독주 피아노가 무겁게 화음을 주고받는 대목은 장송 행진곡을 연상시킨다.
  • 후반부의 건반을 두드리듯 강하게 치는 타건과 빠른 옥타브는 이 곡이 20세기 타악기적 피아노 어법의 선구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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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세 도시 사이에서 · 1869–1886 (58–75세)

(삼각) 만년의 리스트는 로마, 바이마르, 부다페스트 세 도시를 오가며 지내는 이른바 「세 갈래 삶」을 살았다. 1875년 부다페스트에 세워진 헝가리 왕립 음악원의 초대 원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사위) 딸 코지마는 지휘자 한스 폰 뷜로와 결혼했다가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떠나갔고, 이 일로 리스트와 바그너 사이에는 한동안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화해했고, 1883년 바그너가 베네치아에서 숨을 거두자 리스트는 추모곡 「R.W. — 베네치아」를 남겼다. (황혼) 후기 작품들은 화성이 점점 성기고 실험적으로 변해갔다. 1878년의 「십자가의 길」 같은 곡은 당대 청중보다 20세기 음악에 더 가까이 닿아 있다는 평을 듣는다. (마지막) 1886년 7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 한창이던 때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이로이트에 묻혔다.

♪십자가의 길 (Via Crucis, S.504a)1878 (67세)연주 Reinbert de Leeuw

예수가 십자가를 진 열네 장면을 따라간 후기 종교 작품으로, 리스트가 만년에 다다른 헐벗은 화성어법을 잘 보여준다.

  • 온음계나 익숙한 반음계 진행을 벗어난 낯선 화음이 자주 등장해, 20세기 초 화성 어법을 앞서 내다본 곡으로 평가받는다.
  • 합창과 오르간, 피아노 편성 가운데 특히 오르간 독주판은 성당의 울림 속에서 들을 때 곡의 의도가 가장 또렷이 드러난다.
  • 장식이 거의 없는 헐벗은 선율은 초기 리스트의 화려한 기교와 뚜렷이 대비되어, 그의 음악적 여정이 한 바퀴 돌아온 지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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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이야기

1840년 런던 공연을 앞두고 리스트의 매니저가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리사이틀(recital)」이라는 말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전까지 독주회는 다른 연주자와 무대를 나누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리스트는 홀로 두 시간 가까이 무대를 채우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이때 청중이 건반을 다루는 손과 옆모습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피아노를 비스듬히 돌려놓았는데, 이 배치는 오늘날까지 독주회의 관행으로 남아 있다. 리스트는 순회 연주로 거둔 큰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자선에 내놓았다. 전기 작가 앨런 워커가 정리한 회계 기록에 따르면 본 대성당의 베토벤 기념비 건립비, 1838년 페스트 대홍수 이재민 구호금, 여러 자선 병원과 학교에 낸 기부금이 꾸준히 이어졌다. 화려한 명성 뒤에서 그는 종종 자신을 위해서는 검소하게 지냈다. 바이마르와 로마, 부다페스트를 오가던 말년에는 찾아오는 젊은 피아니스트 누구에게도 수업료를 받지 않았다. 수백 명에 이르는 제자들의 증언이 남아 있는데, 리스트는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숙식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그가 젊은 시절 귀족들의 후원으로 교육받았던 기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용어 노트 📚🔎

교향시

(말뜻) 교향시(交響詩)는 여럿이 함께 소리를 낸다는 뜻의 교향(交響)에 시(詩)를 더한 말로, 오케스트라의 울림으로 쓴 한 편의 시라는 뜻이다. (음악에서) 정해진 악장 구조를 따르는 교향곡과 달리, 하나의 악장 안에서 이야기나 그림, 시의 내용을 음악으로 그려내는 관현악 곡이다. 리스트가 「전주곡」 같은 작품에서 이 형식을 처음 확립했다. 만화의 한 장면을 음악만으로 설명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카덴차

(말뜻) 이탈리아어로 '떨어지다'는 뜻의 카데레(cadere)에서 왔다. 원래는 곡의 끝맺음(종지)을 뜻하는 말이었다. (음악에서) 오케스트라 반주가 멈추고 독주자 혼자 자유롭게 기교를 뽐내는 대목을 가리킨다. 정해진 악보 없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합창 시간에 한 사람이 잠깐 솔로로 마음껏 꾸며 부르는 대목을 떠올리면 된다.

푸가

(말뜻) 라틴어로 '달아나다'는 뜻의 푸가(fuga)에서 왔다. 한 성부가 먼저 달아나듯 나오면 다른 성부가 뒤쫓듯 따라 들어온다. (음악에서) 하나의 짧은 주제가 여러 성부에서 시차를 두고 차례로 나오며 서로 얽히는 곡의 형식이다. 돌림노래에서 뒷사람이 같은 가락을 한 박 늦게 따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푸가는 따라 부르는 성부가 음높이를 옮겨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데서는) 심리학에서는 '둔주 상태(fugue state)'처럼, 본래의 자신에게서 달아나듯 기억을 잃고 낯선 행동을 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오라토리오

(말뜻) 이탈리아어로 기도실을 뜻하는 오라토리오(oratorio)에서 나온 말로, 원래 기도 모임에서 부르던 음악을 가리켰다. (음악에서) 성경이나 종교적 내용을 담아 독창과 합창,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대규모 성악곡이다. 오페라와 달리 무대 의상이나 연기 없이 연주회장에서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한다.

디에스 이레 (진노의 날)

(말뜻) 라틴어로 '진노의 날'이라는 뜻이며, 가톨릭 장례 미사에서 최후의 심판을 노래하던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이다. (음악에서) 이 옛 선율은 죽음이나 심판을 표현하고 싶은 작곡가들이 즐겨 인용하는 소재가 되었다.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를 비롯해 여러 작곡가가 이 짧은 선율을 작품 속에 슬쩍 끼워 넣었다.

차르다시 (라산·프리슈카)

(말뜻) 헝가리어로 '선술집'을 뜻하는 차르다(csárda)에서 온 말로, 헝가리의 민속 춤곡을 가리킨다. (음악에서) 느리고 무거운 도입부 '라산(lassan)'과 점점 빨라지는 '프리슈카(friska)'가 짝을 이루는 형식이다.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여러 곡이 이 구조를 따른다. 느리게 걷다가 점점 빨라져 마침내 뛰어가는 춤을 상상하면 된다.

분산화음 (아르페지오)

(말뜻) 아르페지오(arpeggio)는 이탈리아어로 하프를 뜻하는 아르파(arpa)에서 왔다. 하프를 뜯듯 화음을 연주한다는 뜻이다. (음악에서) 화음을 이루는 음들을 한꺼번에 누르지 않고 한 음씩 차례로 펼쳐 흐르듯 연주하는 방식이다. 피아노로 하프나 기타 반주 같은 느낌을 낼 때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