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areads.musicMusical

Singin' in the Rain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새로 지은 노래는 거의 없고 대부분 20여 년 묵은 유행가였다. 그런데도 그 노래들이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위해 쓰인 것처럼 들린다는 데 이 영화 음악의 묘미가 있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미국 1952 개봉프리드·브라운 옛 노래컴든·그린 각본2. 시대1927 할리우드무성에서 유성으로재즈 싱어 충격3. 주제목소리의 주인말과 그림의 어긋남영화가 영화를 비춤4. 명장면빗속의 탭댄스메이크 뎀 래프굿 모닝5. 음악주크박스 뮤지컬브로드웨이 발레헤이튼 음악감독6. 유산AFI 뮤지컬 1위1983 런던 무대화1985 브로드웨이타고1952무성영화가 소리를 얻던 시절, 프리드와 브라운…
이야기의 무대 🧭🗺️
N미국프랑스할리우드파리뉴욕 브로드웨이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나시오 허브 브라운

    1929년 무렵부터 쓴 MGM 유성영화 노래들이 이 영화의 뼈대가 되었고, 발레 장면을 위해 음악을 새로 쓰기도 했다.

  • 제작아서 프리드

    브라운과 함께 노래를 쓴 작사가 출신 제작자로, 자신들의 옛 노래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자는 구상을 처음 내놓았다.

  • 감독스탠리 도넌

    진 켈리와 공동으로 감독과 안무를 맡아 오래된 노래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 주연진 켈리

    돈 록우드 역을 맡았고 공동 감독과 안무까지 겸했으며, 빗속의 춤 장면으로 영화사에 이름을 남겼다.

  • 주연데비 레이놀즈

    캐시 셀던 역을 맡아 전문 춤꾼이 아니었는데도 켈리, 오코너와 나란히 「굿 모닝」을 소화했다.

  • 지휘레니 헤이튼

    음악감독으로서 옛 노래들을 1950년대 MGM 오케스트라 소리로 다시 다듬었고, 아카데미 뮤지컬 영화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YouTube에서 8곡 이어 듣기 ↗

I. 노래가 먼저 있었다

(카탈로그) 「사랑은 비를 타고」는 이야기보다 노래가 먼저 있었던 영화다. MGM의 제작자 아서 프리드는 작사가 시절 작곡가 나시오 허브 브라운과 함께 쓴 노래들을 한 편에 모으려 했다. 그 노래들은 대부분 1929년부터 1930년대 중반 사이, 할리우드가 막 소리를 얻던 무렵 초기 유성영화를 위해 쓰인 것이었다. 각본을 맡은 베티 컴든과 아돌프 그린은 노래들이 태어난 바로 그 시대,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를 이야기의 무대로 삼았다. (작곡가) 브라운은 1896년 뉴멕시코주 데밍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랐다. 젊은 시절에는 양복점을 하다가 부동산 중개로 성공했고, 음악은 그 곁에서 쓰고 연주했다. 1928년 MGM에 들어가 유성영화 음악을 쓰기 시작했고, 프리드와 짝을 이뤄 「브로드웨이 멜로디」와 「할리우드 레뷰 1929」 같은 초창기 뮤지컬 영화의 노래를 만들었다. 「할리우드 레뷰 1929」에는 그가 직접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1952년의 이 영화는 그가 새로 쓴 악보라기보다 그가 이미 남겨 둔 노래들이 모인 곳이었다. (제작진) 진 켈리와 스탠리 도넌이 함께 감독과 안무를 맡았고, 음악감독 레니 헤이튼이 오래된 노래들을 1950년대 MGM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소리로 다시 다듬었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처음에 그저 평범한 기획으로 여겼다고 한다. 같은 시대 쇼 비즈니스를 무대로 겉모습과 진짜 목소리 사이의 간극을 다룬 「시카고」와 나란히 놓고 보면, 1920년대 엔터테인먼트를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두 가지 시선이 드러난다.

II. 레드카펫의 두 얼굴

(시사회) 1927년 할리우드. 무성영화 스타 돈 록우드와 리나 라몬트가 새 영화의 시사회장에 도착한다. 돈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교양 있는 집안에서 자라 품위 있게 배우의 길을 걸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면은 그 말과 정반대의 장면을 보여 준다. 단짝 코즈모 브라운과 함께 동네 술집과 싸구려 보드빌 무대를 떠돌고, 스턴트맨으로 몸을 굴리던 시절이다. (엇박자) 이 장면의 웃음은 말과 그림이 어긋나는 데서 나온다. 돈의 점잖은 내레이션 위로 두 사람이 바이올린을 들고 우스꽝스럽게 춤추는 「피트 애즈 어 피들」이 흐르고, 관객은 첫 장면부터 이 영화가 겉으로 하는 말과 실제 모습의 차이를 다룰 것임을 알게 된다. 소리와 영상이 어긋나는 일은 뒤에서 이야기의 중심 사건이 되는데, 여기서 그 일이 웃음의 형태로 미리 한 번 나타난다. (만남) 팬들에게 쫓기던 돈은 지나가던 차에 뛰어들고, 운전자 캐시 셀던은 영화배우를 낮춰 보는 연극 배우 지망생이다. 두 사람은 말다툼 끝에 헤어진다. 그날 밤 파티에서 제작사 사장이 소리가 나오는 영화를 시연하지만 손님들은 한때의 유행으로 웃어넘긴다. 이어 커다란 케이크 속에서 캐시가 튀어나와 코러스 걸들과 함께 「올 아이 두 이즈 드림 오브 유」를 부른다. 고상한 연극을 하겠다던 그녀가 들뜬 플래퍼 춤곡을 부르는 모습이 무안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이 소동은 결국 케이크 한 조각이 리나의 얼굴로 날아가며 끝난다.

♪피트 애즈 어 피들 (Fit as a Fiddle)영화 장면 — Gene Kelly·Donald O'Connor

돈이 기자들에게 들려주는 품위 있는 과거와 화면에 비친 보드빌 시절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대목이다.

  • 돈의 점잖은 내레이션 위로 두 사람이 바이올린을 켜며 익살스럽게 춤춘다. 말과 그림이 어긋나는 이 장면이 영화 전체의 주제를 웃음으로 미리 보여 준다.
  • 이 곡은 엄밀히 말해 브라운의 곡이 아니다. 1932년 앨 호프먼과 앨 굿하트가 곡을 쓰고 프리드가 가사를 붙인 노래로, 프리드의 카탈로그에서 나왔다.
  •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척하면서 탭댄스를 섞는 동작은 무대에서 노래와 춤과 개그를 한꺼번에 하던 버라이어티 쇼(보드빌)의 관습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 공식 사운드트랙 LP에는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의 이중창으로 실렸다. 영화에 나오는 이 두 배우의 콤비 연기가 이 곡에서 처음 자리를 잡는다.
YouTube에서 듣기 ↗
♪올 아이 두 이즈 드림 오브 유 (All I Do Is Dream of You)영화 장면 — Debbie Reynolds

연극 배우를 꿈꾼다던 캐시가 파티 케이크에서 튀어나와 부르는 춤곡으로, 그녀의 자존심과 현실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 원래 「새디 맥키」(1934)에서 쓰인 노래다. 여기서는 1920년대 신여성 댄서(플래퍼)들의 찰스턴 춤에 어울리도록 빠르고 들뜬 편곡으로 바뀌었다.
  • 짧은 치마의 코러스 걸들이 한꺼번에 발을 차올리는 군무가 노래를 감싸면서, 캐시가 경멸하던 쇼 비즈니스 한복판에 그녀가 서 있다는 사실이 웃음거리가 된다.
  • 공식 LP에는 데비 레이놀즈가 부른 판과 진 켈리가 부른 판이 함께 실렸다. 영화를 위해 찍은 이 곡의 다시 부르기(리프라이즈) 장면은 시사회 뒤에 잘려 나갔고, 필름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YouTube에서 듣기 ↗

III. 텅 빈 스튜디오에서

(광대) 캐시는 자취를 감추고, 돈은 풀이 죽는다. 그 곁에서 코즈모가 친구를 웃기려고 혼자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메이크 뎀 래프」다. 도널드 오코너는 소파와 벽, 마네킹, 무대 소품을 상대로 넘어지고 구르고 벽을 타고 올라가 공중제비를 넘는다. 노래는 웃음을 주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유쾌하게 늘어놓는데, 몸으로 하는 묘기가 말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전한다. 이 영화에서 프리드와 브라운이 새로 쓴 노래는 사실상 이 곡 하나뿐이다. (재회) 몇 주 뒤 캐시는 같은 스튜디오의 다른 영화에서 단역으로 일하고 있다가 발견된다. 그녀도 실은 돈의 팬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돈은 마음을 고백하려다 망설인다. 무성영화 배우인 그는 제대로 된 배경이 갖춰져야 말이 나온다고 하며 그녀를 텅 빈 촬영장으로 데려간다. (무대장치) 그는 스위치를 하나씩 올려 장면을 꾸민다. 노을빛 조명을 켜고, 송풍기로 바람을 일으키고, 안개를 피우고, 사다리를 발코니 삼아 세운다. 그리고 「유 워 민트 포 미」를 부른다. 「브로드웨이 멜로디」(1929)에서 처음 불린 이 노래는 여기서 가짜 무대장치 한가운데에서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이 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그 영화라는 장치로 사랑을 고백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자기 자신을 비추는 방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메이크 뎀 래프 (Make 'Em Laugh)영화 장면 — Singin' in the Rain

풀이 죽은 친구를 웃기려고 코즈모가 혼자 벌이는 소동이며, 이 영화에서 프리드와 브라운이 새로 쓴 사실상 유일한 노래다.

  • 노래는 웃음을 파는 사람의 처세를 경쾌하게 늘어놓지만, 귀보다 눈이 더 바쁜 곡이다. 도널드 오코너는 벽을 타고 올라가 뒤로 공중제비를 넘고, 마네킹과 몸싸움을 벌이며 몸으로 하는 희극(슬랩스틱)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 오코너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장면은 그의 대표 연기로 꼽힌다.
  • 선율과 구성이 콜 포터의 「비 어 클라운」(「해적」, 1948)과 매우 비슷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공동 감독 도넌도 그 유사성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 박자마다 금관악기와 타악기가 넘어지고 부딪히는 동작에 효과음처럼 맞춰 들어간다. 악단이 오코너의 몸짓을 쫓아가는 것처럼 들린다.
YouTube에서 듣기 ↗
♪유 워 민트 포 미 (You Were Meant for Me)영화 장면 — Gene Kelly·Debbie Reynolds

제대로 된 배경이 있어야 말이 나온다는 무성영화 배우가 빈 촬영장의 조명과 바람과 안개로 고백의 무대를 직접 꾸민다.

  • 「브로드웨이 멜로디」(1929)에서 처음 불린 노래로, 초기 유성영화의 대표적인 사랑 노래였다. 20여 년 뒤 바로 그 시대를 다룬 영화에 다시 불려 나온 것이다.
  • 노래 앞부분은 말하듯 부르는 도입(버스)이다. 장치를 하나씩 켜는 동작과 함께 흘러가다가, 본 선율인 후렴(코러스)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고백이 시작된다.
  • 인공 바람과 노을빛 조명 같은 가짜 무대장치 속에서 오히려 진심이 나온다는 설정이 이 곡의 아이러니다. 현악기의 부드러운 반주가 그 꾸밈을 감싼다.
  • 춤은 화려한 기교보다 걷기와 회전 위주로 차분하다. 이 영화 넘버들 가운데 가장 고요한 순간이라 뒤에 이어지는 소동과 대비된다.
YouTube에서 듣기 ↗

IV. 마이크 앞의 소동

(유성영화) 워너 브러더스의 「재즈 싱어」가 대성공을 거두자 스튜디오는 촬영 중이던 돈과 리나의 사극 「결투하는 기사」를 유성영화로 바꾸라고 지시한다. 문제는 리나의 목소리다. 화면 속의 우아한 귀부인은 입을 열면 높고 날카로운 억양이 튀어나오고, 마이크 앞에서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소리) 이 장의 주인공은 노래가 아니라 소리 그 자체다. 꽃다발 속에 숨긴 마이크는 리나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목소리를 놓치고, 진주 목걸이가 스치는 소리나 심장 박동 소리까지 크게 잡혀 녹음실을 뒤흔든다. 시사회에서는 필름과 소리가 어긋나 남자 배우의 입에서 여자 목소리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고, 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첫 장면에서 웃음거리였던 말과 그림의 어긋남이 이제는 영화사를 위협하는 재앙이 된다. (발성) 돈과 코즈모는 발음 교습을 받다가 교사를 놀려 대며 「모지스 수포지스」로 탭댄스를 춘다. 이 곡은 프리드와 브라운의 곡이 아니라 로저 이든스가 작곡하고 컴든과 그린이 가사를 붙인 신곡으로, 혀가 꼬이는 말놀이를 리듬으로 바꿔 놓았다. (새벽) 절망하던 밤, 세 사람은 사극을 뮤지컬로 바꾸자는 생각을 해낸다. 캐시의 목소리를 리나의 입에 입히자는 것이다. 신이 난 세 사람이 밤을 새우고 맞은 새벽, 「굿 모닝」이 터져 나온다. 문제가 풀리는 순간, 노래가 곧 대사가 되는 뮤지컬 영화의 문법이 가장 경쾌하게 작동한다.

♪굿 모닝 (Good Morning)영화 장면 —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망한 사극을 뮤지컬로 살릴 방법을 찾아낸 세 사람이 밤을 새우고 맞은 새벽에 터뜨리는 기쁨의 노래다.

  • 원래 「베이브스 인 암스」(1939)에서 미키 루니와 주디 갈런드가 불렀던 노래다. 여기서는 세 사람의 노래와 탭댄스로 다시 태어났다.
  • 세 사람은 부엌에서 거실로 옮겨 다니며 찰스턴, 플라멩코, 훌라 같은 여러 춤을 차례로 흉내 낸다. 그때마다 음악도 그 춤의 리듬을 짧게 비틀어 따라간다.
  • 춤 전문가가 아니던 데비 레이놀즈는 두 춤꾼 사이에서 이 장면을 버텨 내야 했다. 촬영이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 마지막에 세 사람이 소파를 뒤로 넘기며 쓰러지는 순간 음악이 딱 끊긴다. 소리와 동작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쾌감이, 소리가 어긋나 망했던 시사회 장면과 맞대응을 이룬다.
YouTube에서 듣기 ↗

V. 빗속에서

(귀갓길) 캐시를 집까지 바래다준 돈은 비가 쏟아지는 거리에 혼자 남는다. 그는 운전기사를 돌려보내고 우산을 접는다. 이야기 속에서 이 장면이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단순함 덕분에 이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몇 분이 되었다. (동작) 노래는 처음에 거의 혼잣말처럼 낮게 흘러나온다. 그러다 돈이 가로등에 매달리는 순간 오케스트라가 크게 부풀어 오르고, 그다음부터는 춤이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진 켈리는 보도의 가장자리를 외줄처럼 걷고, 물이 쏟아지는 홈통 아래에 일부러 서고, 마지막에는 웅덩이에서 아이처럼 첨벙거린다. 동작 하나하나가 기쁨이 점점 커지는 과정이고, 음악은 그 동작에 맞춰 속도와 무게를 바꾼다. 경찰관이 다가오자 그는 슬그머니 걸음을 멈추고 우산을 행인에게 건넨다. 들뜬 기분이 현실로 내려앉는 순간까지 이 장면에 담겨 있다. (촬영) 켈리는 섭씨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면서 이 장면을 찍었고, 촬영에는 이삼일이 걸렸다. 빗물에 젖은 모직 양복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1929년 무대 레뷰에서 처음 불렸던 이 노래는 이렇게 영화의 제목이 되었고, 노래 자체보다 이 장면의 모습으로 더 오래 기억되게 되었다.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영화 장면 — Gene Kelly

사랑에 빠진 남자가 빗속에서 우산을 접는 순간, 노래는 혼잣말에서 오케스트라와 춤의 축제로 커진다.

  • 이 노래는 형식부터 독특하다. 당시 대부분의 노래가 말하듯 부르는 도입(버스)으로 시작했던 것과 달리, 32마디 후렴(코러스)이 먼저 나오고 24마디 도입이 그 뒤를 따른다. 영화에서도 첫마디부터 곧장 핵심 선율이 흘러나온다.
  • 처음에는 낮게 흥얼거리던 노래가 가로등에 매달리는 순간 현악기와 금관악기가 한꺼번에 부풀어 오른다. 이 지점부터는 노래 대신 탭댄스가 리듬을 이끈다.
  • 1929년 「할리우드 레뷰 1929」에서는 클리프 에드워즈가 우쿨렐레 반주로 가볍고 빠르게 불렀다. 켈리의 판은 템포를 늦추고 여유를 넣어 같은 노래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바꿔 놓았다.
  • 켈리의 빗속 춤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꼽은 영화 노래 100선에서 3위에 올랐다. 이 노래는 2025년 1월 1일 미국에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나 공공 저작물(퍼블릭 도메인)이 되었다.
YouTube에서 듣기 ↗

VI. 브로드웨이의 꿈

(구상) 뮤지컬로 다시 태어날 영화의 틀을 설명하던 돈은 사장 앞에서 한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인다. 시골에서 막 올라온 청년 춤꾼이 뉴욕 브로드웨이에 발을 딛고, 허름한 무대에서 시작해 큰 극장의 주인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화면은 그 상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영화는 십여 분 동안 이야기를 멈춘 채 춤으로만 흘러간다. (발레) 이 「브로드웨이 멜로디 발레」는 「브로드웨이 멜로디」(1929)와 「브로드웨이 리듬」을 엮고, 그 사이에 브라운이 새로 쓴 발레 음악을 이어 붙인 것이다. 경쾌한 쇼 음악은 청년이 성공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점점 화려해진다. 그러다 초록 드레스를 입은 시드 채리스가 등장하면 음악은 끈적하고 관능적인 재즈로 바뀐다. 흰 천이 바람에 끝없이 날리는 환상 장면에 이르면 음악도 현악 중심의 느리고 꿈같은 소리로 넘어간다. (쳇바퀴) 춤꾼은 성공을 거두지만 그녀는 끝내 다른 사람의 곁으로 떠난다. 그는 다시 처음처럼 브로드웨이에 발을 딛는 또 다른 청년과 마주친다. 같은 선율이 다시 울리며 꿈과 성공이 끝없이 되풀이된다는 것을 들려준다. 사장이 이 장면을 상상만 했을 뿐 직접 본 적은 없다는 듯 반응하는 마지막 대사는 이 큰 덩어리가 이야기 바깥의 축제였음을 슬쩍 일깨운다. 그래서 이 발레는 영화의 흐름을 끊는다는 평과 영화의 심장이라는 평을 함께 받아 왔다.

♪브로드웨이 멜로디 발레 (Broadway Melody Ballet)영화 장면 — Cyd Charisse·Gene Kelly

돈이 새 영화의 장면으로 구상하는 브로드웨이 성공담으로, 십여 분 동안 이야기를 멈추고 춤으로만 흘러가는 영화 속 환상이다.

  • 「브로드웨이 멜로디」(1929)와 「브로드웨이 리듬」 사이에 브라운이 새로 쓴 발레 음악을 이어 붙였다. 옛 노래와 새 음악을 한 덩어리로 꿰맨 셈이다.
  • 시드 채리스가 등장하면 경쾌한 쇼 음악이 느리고 끈적한 재즈로 바뀐다. 색소폰과 약음기를 끼운 트럼펫(뮤트 트럼펫)의 탁한 소리가 그녀를 가리키는 표지처럼 들린다.
  • 흰 천이 바람에 날리는 환상 장면에서는 현악기가 길게 이어지는 꿈같은 소리로 넘어간다. 같은 인물이 화려한 클럽과 꿈속에서 전혀 다른 음악으로 그려지는 점을 들어 볼 만하다.
  • 청년 춤꾼을 소개하던 짧은 선율이 마지막에 다시 울리며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린다. 성공과 이별이 계속 되풀이된다는 뜻이 그 반복 속에 담겨 있다.
YouTube에서 듣기 ↗

VII. 커튼 뒤의 목소리

(시사회) 이야기는 처음처럼 다시 시사회장으로 돌아온다. 뮤지컬로 바뀐 새 영화는 성공을 거두고, 객석은 화면 속 리나의 노래에 박수를 보낸다. 그 노래가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무대 뒤의 몇 사람만 안다. 리나는 그 비밀을 무기로 삼아 캐시를 계속 그림자 속에 두려 한다. 관객의 앙코르 요청에 리나가 직접 노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커튼 뒤에서 캐시가 마이크 앞에 선다. (목소리) 이 장면에서 음악은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가라는 영화 전체의 물음을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린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다시 불리지만, 이번에는 빗속의 기쁨이 아니라 입과 소리가 다른 사람의 것인 공연이다.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여기서 커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직접 보는 편이 좋다. 영화는 소리와 영상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 대목에서 가장 극적으로 보여 준다. (여운) 끝으로 「유 아 마이 러키 스타」가 흐른다. 「브로드웨이 멜로디 1936」에서 가져온 이 노래로 영화는 조용한 이중창이 되고, 화면은 새 영화의 대형 광고판 앞에서 멈춘다. 그 광고판에 적힌 제목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영화의 제목이다. 소리 없는 영화에서 소리 나는 영화로 넘어가는 이야기는, 이렇게 자기 자신의 포스터 앞에서 끝난다.

♪유 아 마이 러키 스타 (You Are My Lucky Star)영화 장면 — Gene Kelly·Debbie Reynolds 외

소동이 지나간 뒤 조용히 흐르는 이중창으로, 영화는 이 노래와 함께 자기 자신의 광고판 앞에서 막을 내린다.

  • 「브로드웨이 멜로디 1936」에서 가져온 노래다. 앞선 넘버들의 소란이 가라앉은 뒤 부드러운 선율과 현악 반주로 영화의 열기를 천천히 식힌다.
  • 같은 영화 앞부분에는 데비 레이놀즈가 홀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있었지만 개봉판에서 잘려 나갔다. 그 녹음은 남아 공식 LP의 마지막 곡에 그녀의 목소리로 들어갔다.
  • 레이놀즈의 노래 가운데 일부는 가수 베티 노이스가 대신 불렀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냐를 다루는 영화가 정작 촬영장에서도 대역 목소리를 썼다는 점이 이 마지막 노래에 묘한 여운을 남긴다.
  • 오케스트라가 마지막 화음을 길게 끄는 동안 화면은 광고판 앞에서 멈춘다. 음악의 끝맺음과 영화의 끝맺음이 한 장면에서 함께 이루어진다.
YouTube에서 듣기 ↗

덜 알려진 이야기

(첫 무대) 제목 노래 「사랑은 비를 타고」를 처음 대중 앞에서 부른 사람은 진 켈리도, 흔히 원곡 가수로 알려진 클리프 에드워즈도 아니었다. 1929년 무대 레뷰 「할리우드 뮤직 박스 레뷰」에서 도리스 이튼 트래비스가 먼저 불렀고, 에드워즈는 같은 해 영화 「할리우드 레뷰 1929」로 이 노래를 널리 알렸다. 그 뒤로도 지미 듀랜트의 영화나 주디 갈런드가 나온 「리틀 넬리 켈리」(1940) 같은 작품에 여러 번 쓰였다. 1952년의 빗속 장면이 워낙 강렬해서 그 앞의 20여 년이 가려졌을 뿐이다. (닮은 노래) 「메이크 뎀 래프」가 콜 포터의 「비 어 클라운」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 이야기되어 왔다. 「비 어 클라운」은 같은 MGM에서 진 켈리가 출연한 「해적」(1948)의 노래였다. 공동 감독 도넌은 그 유사성을 숨기지 않고 표절에 가깝다고까지 말했지만, 포터는 끝내 소송을 내지 않았다. 같은 스튜디오 안의 일이었던 데다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이 문제는 조용히 덮였다. (목소리의 주인) 영화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쓰는 일을 소재로 삼지만, 촬영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캐시가 리나 대신 부르는 장면을 포함해 레이놀즈의 노래 일부는 베티 노이스가 불렀다. 거꾸로 캐시가 리나의 대사를 대신 녹음하는 장면에서는, 레이놀즈의 억양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리나 역 진 헤이건의 실제 목소리가 쓰였다. 영화 안의 이야기와 영화 밖의 사실이 서로 뒤집혀 있는 셈이다. (잘린 장면) 레이놀즈가 홀로 부른 「유 아 마이 러키 스타」는 개봉판에서 잘렸지만 녹음은 살아남아 사운드트랙 LP에 실렸다. 반면 시사회 뒤 잘려 나간 「올 아이 두 이즈 드림 오브 유」의 다시 부르기 장면은 필름이 남아 있지 않다. 음반에만 흔적이 남은 장면이 있다는 것은 음반을 직접 찾아 들어 본 사람이 아니면 잘 알기 어려운 사실이다. (빗물) 빗물에 우유를 섞어 빗줄기가 화면에 잘 보이게 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빗줄기를 또렷하게 보이게 한 것은 역광 조명이었다. 그럴듯한 일화일수록 명장면의 신화와 함께 쉽게 되풀이된다는 좋은 예다.

용어 노트 📚🔎

주크박스 뮤지컬(카탈로그 뮤지컬)

(말뜻) 주크박스는 동전을 넣으면 고른 음반을 틀어 주는 기계다. 이미 있는 유행가를 골라 트는 기계처럼, 이미 알려진 노래들로 짜 맞춘 뮤지컬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새 노래를 쓰는 대신 한 작곡가나 가수의 기존 노래 목록(카탈로그)을 모은 뒤, 그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새로 지은 뮤지컬을 말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프리드와 브라운의 옛 노래를 엮은 대표적인 초기 사례다. 갖고 있는 스티커들을 먼저 늘어놓고 그 스티커가 다 들어가도록 그림일기 내용을 짜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카탈로그는 일상에서 상품 안내 책자를 가리키지만, 음악 산업에서는 한 작곡가나 회사가 권리를 가진 곡 전체 목록을 뜻한다.

더빙

(말뜻) 영어 dub에서 왔다. 녹음을 다시 입히거나 덧입힌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화면 속 배우의 목소리나 노래를 나중에 따로 녹음한 소리로 바꾸거나 덧붙이는 작업이다. 이 영화는 리나의 목소리를 캐시의 노래로 덮는 더빙이 줄거리의 중심인데, 실제 촬영에서도 레이놀즈의 노래 일부를 다른 가수가 불렀다. 외국 애니메이션을 한국어 성우 목소리로 보는 것이 바로 더빙이다. (다른 데서는) 대중음악에서 더빙은 한 사람이 같은 노래를 여러 번 겹쳐 녹음해 소리를 두껍게 만드는 작업(오버더빙)을 가리키기도 한다.

립싱크

(말뜻) 입술(lip)과 맞춘다(sync, synchronize)는 말을 합친 것이다. 입 모양을 소리에 맞춘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미리 녹음된 노래를 틀어 놓고 배우가 거기에 맞춰 입만 움직이는 방법이다. 뮤지컬 영화는 대부분 노래를 먼저 녹음해 두고 촬영장에서 그 소리에 맞춰 입을 움직이며 연기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시사회에서 리나가 커튼 뒤 캐시의 노래에 맞춰 입을 움직이는 장면이 바로 립싱크다. 학예회에서 노래를 틀어 놓고 입만 벙긋거리며 율동하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가수가 무대에서 실제로 부르지 않는 것을 가리켜 다소 낮춰 부르는 말로 자주 쓰인다.

버스와 코러스

(말뜻) 버스(verse)는 시의 한 구절, 코러스(chorus)는 여럿이 함께 부르는 부분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옛 미국 대중가요에서 버스는 본 노래 앞에 말하듯 상황을 설명하는 도입부이고, 코러스는 누구나 기억하는 핵심 선율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이례적으로 코러스가 먼저 나오고 버스가 뒤따른다. 「유 워 민트 포 미」에서는 돈이 조명을 켜는 동안 버스가 흐르고, 코러스에서 고백이 시작된다. 발표할 때 본론에 앞서 '오늘 제가 말씀드릴 것은…' 하고 운을 떼는 부분이 버스, 친구들이 기억하는 결론이 코러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코러스는 합창단이나 뮤지컬의 앙상블 배우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리프라이즈

(말뜻) 프랑스어 reprise에서 온 말로, 다시 잡는다 또는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에서 나온 노래를 뒤에서 다시 부르는 것을 말한다. 가사나 분위기, 부르는 사람이 바뀌어 처음과 다른 뜻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에서는 「올 아이 두 이즈 드림 오브 유」의 리프라이즈 장면이 촬영됐다가 잘렸고, 마지막 시사회에서는 제목 노래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다시 불린다. 운동회 응원가를 경기 전에는 신나게, 진 뒤에는 서로 다독이며 다시 부르면 같은 노래라도 뜻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텔레비전에서는 재방송을, 펜싱에서는 공격을 이어 가는 동작을 가리키기도 한다.

드림 발레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인물의 꿈이나 상상을 대사 없이 춤과 음악만으로 길게 보여 주는 장면이다. 1940~50년대 미국 뮤지컬과 MGM 뮤지컬 영화에서 자주 쓰였다. 「브로드웨이 멜로디 발레」는 돈이 구상하는 장면을 십여 분 동안 춤으로만 그려 낸 대표적인 사례다. 수업 시간에 멍하니 창밖을 보며 머릿속으로 축구 결승골 장면을 길게 그려 보다가 선생님 목소리에 퍼뜩 깨는 경험과 닮았다. (다른 데서는) 발레는 보통 클래식 무용 공연 자체를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뮤지컬 속 긴 춤 장면을 부르는 말로 쓰였다.

백스테이지 뮤지컬

(말뜻) 백스테이지(backstage)는 무대(stage)의 뒤쪽(back), 곧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분장실과 연습실을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공연이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이다. 노래와 춤이 극 중 공연이나 촬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인물들이 노래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이 시리즈에서 다룬 「코러스 라인」도 같은 계열이다. 학교 축제 공연 자체보다 그 공연을 준비하며 싸우고 화해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