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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Saigon

미스 사이공 (1989)

이 작품의 음악은 1975년 공항 철조망 앞에서 아이를 떠나보내던 한 어머니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쇤베르크는 그 장면을 궁극의 희생이라 불렀고, 그 희생에 이르는 길을 노래로 이었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영국 1989 런던 초연1975년 보도사진나비부인의 변주2. 사이공드림랜드의 밤해와 달마지막 밤의 약속3. 전환용의 아침 행진아들에게 바친 맹세부이도이4. 절정헬기의 악몽317호의 대면아메리칸 드림5. 음악성스루 형식되돌아오는 선율다시 부르기6. 유산드루리 레인 10년토니상 세 배우2014 재공연사이공1989푸치니의 나비부인을 베트남전 사이공으로 옮겨 …
이야기의 무대 🧭🗺️
N베트남미국태국사이공(호찌민시)애틀랜타방콕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클로드미셸 쇤베르크

    1975년 사이공 공항의 보도사진에서 작품의 착상을 얻어 성스루 형식의 음악 전체를 썼다.

  • 작사알랭 부블릴

    「레 미제라블」에 이어 쇤베르크와 다시 짝을 이뤄 이야기를 구성하고 가사를 썼다.

  • 작사리처드 몰트비 주니어

    미국 작사가로, 부블릴과 함께 영어 가사를 썼다.

  • 제작캐머런 매킨토시

    런던 초연부터 2014년 재공연까지 작품을 이끈 제작자다.

  • 감독니컬러스 하이트너

    런던 초연과 브로드웨이 초연을 연출했다.

  • 주연레아 살롱가

    마닐라 오디션에서 열일곱 살에 발탁되어 킴을 처음 노래했고,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받았다.

YouTube에서 7곡 이어 듣기 ↗

I. 사진 한 장

(계기) 「미스 사이공」은 한 장의 보도사진에서 출발했다. 작곡가 클로드미셸 쇤베르크는 잡지를 넘기다 1975년 사이공 탄손누트 공항에서 찍힌 사진을 보았다. 베트남인 어머니가 미국인 아버지에게 가는 딸을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 장면이었다. 쇤베르크는 그 선택을 궁극의 희생이라 불렀고, 이 생각이 작품 전체를 받치는 기둥이 되었다. (작곡가) 쇤베르크는 1944년 프랑스 방에서 헝가리계 집안에 태어났다. 대중가요 가수와 음반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작사가 알랭 부블릴과 손잡고 무대 음악으로 옮겨 갔다. 두 사람은 이미 「레 미제라블」을 파리에서 만들고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와 함께 런던 무대에 올린 뒤였다. 「미스 사이공」은 같은 팀의 다음 작품이었다. (원형) 이야기의 뼈대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다. 일본 나가사키의 게이샤와 미국 해군 장교의 이야기를 1970년대 베트남전쟁 말기의 사이공으로 옮겼다. 게이샤는 열일곱 살 술집 여급 킴이 되었고, 장교는 미 해병 크리스가 되었다. 영어 가사는 부블릴과 미국 작사가 리처드 몰트비 주니어가 함께 썼다. (초연) 1989년 9월 20일 런던 시어터 로열 드루리 레인에서 막을 올렸다. 연출은 니컬러스 하이트너, 킴은 필리핀 마닐라 오디션에서 발탁된 열일곱 살의 레아 살롱가, 엔지니어는 조너선 프라이스가 맡았다. 대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어지는 성스루 형식이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곧 음악의 흐름이다.

II. 드림랜드의 밤

(사이공) 1975년 4월, 함락을 몇 주 앞둔 사이공이다. 막이 오르면 술집 드림랜드에서 미군 병사들과 여급들이 뒤섞인다. 술집 주인 엔지니어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이 밤 여급들 가운데 미스 사이공을 뽑아 병사에게 넘기는 잔치를 연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행 비자 한 장을 꿈꾼다. (소음) 첫 합창은 열기와 소음으로 가득하다. 금관과 타악기가 몰아치고, 군인들의 고함과 여급들의 호객이 엇갈린다. 음악은 이 도시가 전쟁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흥청거림을 벌이고 있음을 들려준다. 화려하지만 즐겁지 않고, 들뜬 듯하면서도 어딘가 쫓기는 소리다. (킴) 그 한가운데 시골에서 막 올라온 킴이 서 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그녀는 오늘이 첫날이다. 동료 여급 지지가 술집을 벗어나는 꿈을 노래하면 다른 여급들이 따라 부르고, 킴도 그 꿈에 목소리를 얹는다. 소란한 술집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음악이 조용해지는 순간이다. (만남) 해병 크리스는 이 술집에 질려 있다. 동료 존이 그를 위해 킴과의 하룻밤을 사 주고, 두 사람은 어색한 춤을 춘다. 크리스는 혼자 남아 이 나라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신에게 묻는다. 작품의 두 주인공은 이렇게 서로 다른 고독을 안고 처음 만난다.

♪사이공은 지금 뜨겁다 (The Heat Is On in Saigon)뮤지컬 무대 Fullerton Civic Light Opera · 2005

함락을 앞둔 사이공의 마지막 흥청거림을 들려주는 첫 합창이다. 술집 드림랜드의 소음이 그대로 음악이 된다.

  • 병사들의 외침과 여급들의 호객이 서로 다른 박자로 엇갈리며 겹친다. 질서 없는 소음처럼 들리지만, 여러 성부가 정교하게 맞물리도록 짜여 있다.
  • 금관과 타악기가 쉬지 않고 몰아치는 리듬은 1막 후반 공산 정권의 행진곡과 짝을 이룬다. 같은 도시가 3년 사이 어떻게 다른 소리를 내게 되었는지 비교하며 들어 볼 만하다.
  • 화려한 춤곡이지만 화음이 어딘가 날카롭게 들린다. 들뜬 분위기 밑에 깔린 불안이 처음부터 배어 있다.
  • 1989년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의 두 번째 트랙으로, 앞의 서곡에서 곧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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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영화 (The Movie in My Mind)공식 MV — Eva Noblezada·Rachelle Ann Go

여급 지지가 술집을 벗어나는 꿈을 노래하고 킴이 그 꿈에 목소리를 보탠다. 소란한 1막 첫머리에서 처음으로 음악이 조용해지는 순간이다.

  • 지친 여급의 독백처럼 시작해, 다른 여급들의 합창이 하나둘 더해지며 커진다. 한 사람의 꿈이 그 방에 있는 모든 여자의 꿈으로 번져 가는 구조다.
  • 킴의 목소리가 들어오는 순간 음색이 맑아진다. 아직 이 세계에 물들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목소리의 결로 먼저 알려 준다.
  • 꿈을 말하는 노래인데도 장조의 밝음보다 단조의 체념이 앞선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노래하는 이들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 원작 런던 음반에서는 필리핀 출신 배우 이세이 알바레스가 지지를 맡았다. 초연 캐스트에 필리핀 배우가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도 이 장면에서 실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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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해와 달

(사랑) 크리스는 킴에게 돈을 쥐여 주려 하지만 킴은 받지 않는다. 하룻밤의 거래였던 관계가 그 순간부터 다른 것이 된다. 새벽녘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이중창은 서로를 해와 달에 견주는 노래로, 이 작품의 사랑을 상징하는 선율이 여기서 처음 나온다. (혼례) 크리스는 휴가를 얻어 킴과 함께 지내기로 하고, 여급들은 두 사람을 위해 소박한 혼례를 치러 준다. 베트남식 의식의 노래가 울리는 동안 음악은 잠시 동양적 음색을 띤다. 그러나 그 자리에 킴과 정혼한 사촌 투이가 나타난다. 이제 공산군 장교가 된 그는 조상을 배신했다며 킴을 저주하고 떠난다. (마지막 밤) 사이공 함락이 코앞에 다가온 밤, 크리스는 킴을 미국으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한다. 두 사람이 부르는 이중창은 세상의 마지막 밤처럼 서로에게 매달리는 노래다. 바깥에서는 피난과 혼란이 시작되고 있지만, 노래는 그 소리를 밀어내고 둘만의 시간을 지킨다. (복선) 이 대목의 음악은 행복할수록 불안하다. 해와 달의 선율은 2막에서 다시 돌아오는데, 그때 같은 선율이 전혀 다른 무게로 들린다. 작곡가는 사랑의 주제를 처음부터 이별을 품은 모양으로 지어 두었다.

♪해와 달 (Sun and Moon)뮤지컬 무대 Lea Salonga · 2000 마닐라

하룻밤의 거래가 사랑으로 바뀐 새벽, 크리스와 킴이 서로를 해와 달에 견주어 부르는 이중창이다. 작품의 사랑의 주제가 여기서 태어난다.

  • 킴이 먼저 혼자 부르고 크리스가 뒤따라 합류한다. 두 목소리가 처음엔 번갈아 나오다가 끝에서 화음으로 겹치는데,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 짜임 자체에 담겨 있다.
  • 이 선율은 2막에서 킴 혼자 부르는 다시 부르기(리프라이즈)로 돌아온다. 똑같은 가락이 함께하는 기쁨에서 홀로 기다리는 아픔으로 뜻이 뒤집힌다.
  • 레아 살롱가의 원작 음반 녹음이 이 곡의 기준처럼 여겨진다. 그녀는 이 배역으로 로런스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모두 받았다.
  • 반주는 현악과 목관 중심으로 아주 얇게 깔려 있어, 소란한 1막에서 처음으로 두 사람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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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밤 (The Last Night of the World)무대 Lea Salonga·Simon Bowman · 1990 런던 팔라디움

사이공 함락을 앞둔 밤, 크리스가 킴을 미국으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하며 두 사람이 부르는 이중창이다. 바깥의 혼란을 밀어내고 둘만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래다.

  • 느리게 흔들리는 리듬 위로 색소폰 같은 관악기의 선율이 감기는데, 미군 클럽의 라운지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이 만난 장소인 술집의 기억이 사랑의 노래 안에도 남아 있다.
  • 후렴으로 갈수록 음높이가 올라가며 감정이 부풀지만, 노래가 끝나도 화음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리라는 복선으로 읽을 수 있다.
  • 앞의 「해와 달」이 순수한 첫사랑의 노래라면 이 곡은 이별을 앞둔 연인의 노래다. 두 이중창을 이어 들으면 짧은 시간 안에 관계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들린다.
  • 원작 음반에서는 레아 살롱가와 사이먼 보먼이 불렀다. 이후 공연마다 킴과 크리스 배역의 대표곡으로 가장 자주 불리는 곡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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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용의 아침

(3년 후) 장면은 1978년, 이제 호찌민시로 이름이 바뀐 옛 사이공으로 넘어간다. 공산 정권의 기념 행진이 벌어지고, 군대식 행진곡이 거리를 채운다. 1막 첫머리 드림랜드의 들뜬 소음과 정반대의 획일적인 소리다. 같은 도시가 3년 만에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게 되었다. (기다림) 킴은 여전히 크리스를 기다린다. 같은 시각 미국에서는 크리스가 새 아내 엘런 곁에서 악몽에 시달린다. 무대는 지구 반대편의 두 여인을 나란히 세우고, 둘은 각자 한 남자를 믿는다는 노래를 함께 부른다. 두 목소리는 서로를 모른 채 같은 무대에서 겹친다. (투이) 정권의 장교가 된 투이는 엔지니어를 앞세워 킴을 찾아낸다. 그는 여전히 킴과의 혼인을 요구한다. 킴은 그에게 세 살 난 아들 탐을 보인다. 크리스의 아이다. 이 대면은 총성으로 끝나고, 킴은 아이를 안고 도망쳐야 하는 처지가 된다. (맹세) 1막의 마지막은 킴이 아들에게 바치는 노래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이 노래가 바로 쇤베르크가 사진에서 본 희생의 첫 모습이다. 미국인의 아이가 곧 미국행 표라는 것을 알아챈 엔지니어는 킴 모자와 함께 피란민 배에 오르고, 막이 내린다.

♪너를 위해 내 목숨을 (I'd Give My Life for You)뮤지컬 무대 Lea Salonga · 2000 마닐라

1막의 끝에서 킴이 세 살 난 아들 탐에게 바치는 노래다. 쇤베르크가 사진 속 어머니에게서 본 희생이 처음 노래로 나타난다.

  • 자장가처럼 낮고 조용하게 시작해 점점 커지는데, 마지막에는 어머니의 맹세처럼 단호한 소리가 된다. 겁에 질린 소녀였던 킴이 여기서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 된다.
  • 이 선율은 작품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돌아온다. 1막의 맹세가 어떻게 끝을 맺는지는 그 순간 음악이 말해 준다.
  • 같은 무렵 공산 정권의 행진곡과 투이의 위협적인 음악이 이어진 뒤라, 혼자 부르는 이 노래가 더욱 가냘프고 결연하게 들린다.
  • 원작 음반에서는 두 번째 디스크의 세 번째 트랙으로 실려 있다. 1막 피날레의 노래가 음반에서는 2부 초반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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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부이도이

(애틀랜타) 2막은 미국 애틀랜타의 한 회의장에서 시작한다. 크리스의 전우였던 존은 이제 베트남에 남겨진 미국인 혼혈 아동들을 아버지와 이어 주는 단체에서 일한다. 그는 청중 앞에서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베트남어로 길거리의 아이들이라는 뜻의 부이도이다. (합창) 존의 노래는 무대 위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현실의 역사로 시선을 넓힌다. 독창으로 시작한 노래는 남성 합창이 더해지며 점점 커지고, 무대 뒤로는 실제 아이들의 사진이 비친다. 작품이 한 연인의 비극에서 한 세대의 이야기로 범위를 넓히는 대목이다. (방콕) 존은 크리스에게 킴이 살아 있고 아들까지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크리스와 엘런은 방콕으로 향한다. 그곳 홍등가에서 엔지니어는 여전히 미국행을 노리고, 킴은 아이를 키우며 버틴다. 엔지니어가 방콕 생활을 냉소적으로 비꼬는 노래에는 1막 첫 합창의 거친 기운이 다시 스며 있다. (헬기) 크리스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밤, 킴은 꿈속에서 1975년 4월 미국 대사관 옥상의 마지막 날로 돌아간다. 실물 크기 헬리콥터가 무대에 내려앉는 이 장면은 이 작품을 대표하는 연출로 꼽힌다. 프로펠러 소리와 군중의 비명 속에서 크리스와 킴이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엇갈리고, 1막에서 미뤄 두었던 이별의 순간이 비로소 무대에 그려진다.

♪부이도이 (Bui-Doi)뮤지컬 무대 Peter Polycarpou (존 역) · 1989 Wogan

2막의 첫머리, 존이 베트남에 남겨진 미국인 혼혈 아동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노래다. 사랑 이야기가 한 세대의 역사로 범위를 넓히는 대목이다.

  • 제목은 베트남어로 길거리의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전쟁 중 미군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 남겨진 아이들을 가리킨다.
  • 존 혼자 부르며 시작한 노래에 남성 합창이 더해지며 찬송가처럼 장엄해진다. 무대 뒤에서 실제 아이들의 사진이 비치는 연출과 맞물려, 극을 잠시 멈추고 객석에 직접 말을 거는 것처럼 들린다.
  • 1막 내내 조연이던 존이 이 노래로 극의 양심 역할을 맡는다. 원작 런던 음반에서는 피터 폴리카푸가, 브로드웨이 초연에서는 힌턴 배틀이 불렀고, 배틀은 이 배역으로 토니상을 받았다.
  • 이 곡은 이야기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장치이기도 하다. 존은 이 단체 일을 통해 크리스에게 킴의 소식을 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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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아메리칸 드림

(재회) 꿈에서 깨어난 킴은 해와 달의 선율을 다시 부른다. 1막에서 두 사람이 함께 불렀던 선율을 이제 그녀 혼자 부른다. 같은 노래가 기다림의 노래로 바뀌어 있다. (317호) 킴은 크리스를 찾아 호텔로 가지만, 방에서 그녀를 맞는 사람은 엘런이다. 두 여인의 대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아픈 장면이다. 서로를 원망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한 남자와 한 아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이 대목은 공연마다 여러 차례 고쳐 쓰였다. 엘런의 노래는 판본마다 제목과 가사가 바뀌었고, 그 변화는 엘런을 어떤 인물로 그릴지에 대한 제작진의 오랜 고민을 보여 준다. (엔지니어) 그리고 엔지니어의 독무대가 이어진다. 그는 미국에 가면 누리게 될 화려한 삶을 혼자 상상하며 노래한다. 쇼 비즈니스풍의 번쩍이는 음악과 큰 무대 장치가 동원되지만, 그 화려함은 처음부터 공허하게 들린다. 미국이라는 꿈을 가장 집요하게 좇는 사람이 이 작품에서 가장 냉소적인 인물이라는 아이러니가 이 노래에 담겨 있다. (갈림길) 이제 모든 인물이 한 아이의 앞날을 둘러싸고 선택의 순간에 선다. 크리스와 엘런은 그들 나름의 결정을 내리고, 킴도 결정을 내린다. 음악은 1막에서 뿌려 둔 선율들을 하나씩 다시 불러내며 마지막 장면을 준비한다.

♪아메리칸 드림 (The American Dream)뮤지컬 무대 Hajime Komada·앙상블 · 도호 제작발표회

엔지니어가 미국에서 누릴 화려한 삶을 혼자 상상하며 부르는 독무대다. 미국이라는 꿈을 가장 집요하게 좇는 인물이 가장 냉소적인 인물이라는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 브로드웨이 쇼 비즈니스풍의 번쩍이는 반주와 대형 무대 장치가 동원된다. 그런데 그 화려함이 과장될수록 오히려 공허하게 들리도록 짜여 있다.
  • 작품 전체에서 거의 유일하게 웃음이 나는 대목이지만, 그 웃음 바로 뒤에 마지막 장면이 이어진다. 긴장을 풀어 주는 동시에 그 끝을 더 아프게 만드는 배치다.
  • 조너선 프라이스는 이 배역으로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받았고, 2014년 25주년 갈라에서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2014년 재공연에서는 존존 브리오네스가 엔지니어를 맡아 다른 결의 해석을 보여 주었다.
  • 1막 첫 합창에서 엔지니어가 내세우던 호객꾼의 리듬이 여기서 최대치로 부풀려진 것처럼 들린다. 1막의 술집에서 시작한 그의 꿈이 여기서 하나의 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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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I. 희생의 끝

(피날레) 마지막 장면에서 음악은 새 노래를 내놓기보다 이미 들었던 선율로 돌아간다. 아들에게 바친 맹세, 해와 달의 노래가 짧게 되살아나며 킴이 지나온 길이 다시 들린다. 관객은 그 선율들의 처음과 지금 사이의 거리를 듣는다. 무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직접 보아야 할 몫이다. 다만 쇤베르크가 사진 속 어머니에게서 본 희생이 마지막 장면의 무게를 이룬다는 것만은 말해 둘 수 있다. (여운)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그랬듯, 이 작품의 끝은 큰 합창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목소리로 좁혀진다. 오케스트라가 물러나고 남는 것은 몇 마디의 노래와 정적이다. 화려한 헬리콥터 장면으로 기억되는 작품이지만, 실제로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이 마지막의 작고 조용한 소리다. (유산) 런던 초연은 10년 동안 이어지며 드루리 레인 극장의 최장기 뮤지컬 기록을 세웠다. 1991년 브로드웨이에서는 살롱가, 프라이스, 존 역의 힌턴 배틀이 토니상을 받았다. 2014년 런던 재공연에서는 에바 노블자다와 존존 브리오네스가 새로운 킴과 엔지니어로 나섰다. 브리오네스는 이 배역으로 2015년 로런스 올리비에상 뮤지컬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5주년 갈라 공연은 영상으로 기록되어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잇기) 킴을 처음 노래한 레아 살롱가는 몇 년 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디즈니 「알라딘」에서 재스민 공주의 노래를 맡았다. 사이공의 술집에서 시작한 목소리가 아그라바의 양탄자 위로 이어진 셈이다.

덜 알려진 이야기

작품을 낳은 사진 속 아이는 흔히 갓난아기로 상상되지만, 기록된 사연은 다르다. 쇤베르크가 본 1975년 사진은 탄손누트 공항에서 베트남인 어머니가 딸을 떠나보내는 장면으로, 딸은 열한 살이었다고 전해진다. 딸은 미국으로 돌아간 전직 병사인 아버지에게 가는 길이었다. 무대의 탐은 세 살배기지만, 출발점은 이미 엄마와 이별의 뜻을 알 만한 나이의 아이였다. 2막의 엘런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고쳐 쓰인 인물이다. 1989년 런던 음반에는 엘런의 노래 「Her or Me」가 실려 있다. 이 대면 노래는 브로드웨이에서 「Now That I've Seen Her」로 바뀌었고, 2011년 네덜란드 공연부터는 완전히 새로 쓴 「Maybe」가 들어갔다. 존과 킴이 부르던 「Please」도 2014년 런던 재공연에서 「Too Much for One Heart」로 바뀌었다. 「Maybe」는 쇤베르크와 부블릴이 엘런을 위해 새로 쓴 노래로, 2014년 런던 재공연에도 들어갔다. 음반의 판본마다 노래가 다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킴 역의 발탁도 순탄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영국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배우를 찾다가 마닐라에서 오디션을 열었고, 그곳에서 레아 살롱가를 만났다. 같은 오디션을 거쳐 많은 필리핀 배우가 초연 무대에 올랐다. 원작 런던 무대에는 모니크 윌슨, 이세이 알바레스, 주닉스 이노시안 같은 필리핀 배우들이 함께 올랐다. 런던 초연은 1999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졌다. 1994년 12월에는 「마이 페어 레이디」를 넘어 드루리 레인 극장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한 뮤지컬이 되었다. 영화화 이야기도 2009년 무렵부터 여러 차례 나왔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현재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2014년 25주년 공연의 실황 녹화다.

용어 노트 📚🔎

성스루 뮤지컬(sung-through)

(말뜻) 영어 sung-through는 처음부터 끝까지(through) 노래로 부른다(sung)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대사로 말하는 장면 없이 거의 모든 내용을 노래로 전하는 뮤지컬을 가리킨다. 보통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가 번갈아 나오지만, 성스루 작품은 인물끼리 짧게 주고받는 말까지 가락에 얹는다. 대사로만 이어지는 연극 대본을 전부 노래로 바꿔 부르는 학교 발표회를 떠올리면 된다. 「미스 사이공」과 「레 미제라블」이 대표적이고, 그래서 음반 하나로 이야기 전체를 따라갈 수 있다.

서곡(오버추어)

(말뜻) 서곡(序曲)은 차례(序)의 맨 앞에 놓인 곡(曲)이라는 뜻이다. 영어 overture는 열다라는 뜻의 프랑스 옛말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막이 오르기 전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첫 곡이다. 작품에 나올 중요한 선율을 미리 조금씩 들려주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영화관에서 본편 전에 나오는 예고편이 앞으로 볼 장면을 살짝 보여 주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영어에서 overture는 협상이나 관계를 시작하려고 먼저 건네는 제안이라는 뜻으로도 쓴다.

다시 부르기(리프라이즈)

(말뜻) 영어 reprise는 다시 잡는다는 뜻의 프랑스어 reprendre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에서 나온 노래를 뒤에서 다시 부르는 것이다. 가사나 부르는 사람, 분위기를 바꾸면 같은 선율이 전혀 다른 뜻을 띠게 된다. 「미스 사이공」에서 두 사람이 함께 부른 「해와 달」을 2막에서 킴 혼자 부를 때가 그렇다. 졸업식에서 입학식 때 부른 교가를 다시 부르면, 같은 노래인데도 3년이 담겨 다르게 들리는 것과 같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는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이다. 동기는 음악에서 뜻을 지닌 가장 짧은 선율 조각을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감정, 생각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이다. 관객은 그 선율만 들어도 누구 이야기인지,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지 알아챈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타날 때마다 같은 음악이 깔리면 화면을 보기도 전에 긴장하게 되는 것과 같다. 「미스 사이공」에서는 사랑의 주제와 킴의 맹세 선율이 이렇게 작품 곳곳에서 되돌아온다.

관현악 편곡(오케스트레이션)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작곡가가 쓴 선율과 화음을 어떤 악기들이 어떻게 나눠 연주할지 정하는 일이다. 같은 노래라도 현악기에 맡기면 부드럽고, 금관과 북에 맡기면 거칠고 힘차게 들린다. 「미스 사이공」은 미국 편곡가 윌리엄 데이비드 브론이 맡았고, 공연 오케스트라에는 아시아 피리를 연주하는 자리가 따로 있다. 같은 떡볶이 재료로 어떤 양념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컴퓨터 분야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은 여러 서버와 프로그램이 함께 돌아가도록 자동으로 조율하는 일을 가리킨다.

캐스트 음반(캐스트 레코딩)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실제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이 그 배역 그대로 노래를 녹음한 음반이다. 특히 처음 막을 올린 배우들이 녹음한 것을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이라고 부른다. 공연은 끝나면 사라지지만 음반은 남기 때문에, 훗날 그 배역의 기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미스 사이공」은 1989년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1995년 전곡 녹음, 2014년 런던 실황 음반이 있는데, 그 사이 노래가 바뀌어 판본마다 수록곡이 조금씩 다르다. 학교 합창대회 때 찍은 영상을 몇 년 뒤 다시 보면 그해 반 친구들 목소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과 같다.

이중창(듀엣)

(말뜻) 이중창(二重唱)은 두(二) 목소리가 겹쳐(重) 부르는 노래(唱)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노래다. 번갈아 한 소절씩 주고받기도 하고, 서로 다른 가락을 동시에 불러 화음을 이루기도 한다. 뮤지컬에서는 두 인물의 관계가 노래 짜임에 그대로 드러나서, 처음엔 따로 부르다 끝에서 겹치면 둘이 가까워졌다는 뜻이 된다. 짝꿍과 한 줄씩 번갈아 시를 낭독하다가 마지막 줄을 함께 읽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