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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Misérables

레미제라블 (1985)

대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어지는 세 시간 동안, 몇 개의 선율이 인물을 따라다니며 모습을 바꾸고 마지막에는 한자리에 모인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프랑스 1980 초연영국 1985 초연「올리버!」의 가브로슈2. 사람쇤베르그 작곡부블리유·크레츠머매킨토시 제작3. 형식노래로만 잇는 극인물마다 선율선율의 귀환4. 명곡꿈을 꾸었네내일로그를 집으로5. 무대툴롱에서 파리로1832년 6월 봉기바리케이드의 밤6. 유산토니상 8개 부문2012 영화판1만 6천 회 공연레미제라블1985빵 한 덩이에서 시작해 바리케이드에 이르는, …
이야기의 무대 🧭🗺️
N프랑스툴롱디뉴몽트뢰유쉬르메르몽페르메유파리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클로드미셸 쇤베르그

    가수이자 음반 제작자 출신으로, 1978년 무렵부터 이 작품의 음악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작사알랭 부블리유

    「올리버!」를 보고 가브로슈를 떠올려 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고, 프랑스어 원작 가사를 썼다.

  • 작사허버트 크레츠머

    신문 기자 출신으로 영어판 가사를 맡아, 번역이라기보다 새로 쓴 노래들로 작품의 영어 목소리를 만들었다.

  • 제작캐머런 매킨토시

    프랑스 콘셉트 앨범을 건네받고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와 함께 영어판을 제작했다.

  • 감독트레버 넌

    존 케어드와 함께 런던 초연을 공동 연출했고, 회전 무대를 쓴 연출로 이 공연의 모양을 정했다.

  • 주연콤 윌킨슨

    런던과 브로드웨이 초연의 장 발장으로, 2012년 영화에서는 디뉴의 주교를 맡았다.

YouTube에서 8곡 이어 듣기 ↗

I. 소설에서 무대로

(출발) 「레미제라블」은 작사가 알랭 부블리유와 작곡가 클로드미셸 쇤베르그가 만든 뮤지컬이다. 두 사람은 1973년 프랑스 최초의 록 오페라로 불리는 「프랑스 혁명」을 함께 만들었고, 쇤베르그는 그 무대에서 루이 16세 역을 직접 맡았다. 다음 작품의 실마리는 부블리유가 런던에서 본 뮤지컬 「올리버!」였다.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소매치기 소년을 보고 그는 곧바로 위고 소설 속 파리의 부랑아 가브로슈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곡가) 쇤베르그는 1944년 프랑스 반에서 헝가리계 유대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오르간 수리공, 어머니는 피아노 조율사였다. 가수이자 음반 제작자로 일했고, 1974년에는 자작곡 「첫걸음(Le Premier Pas)」으로 프랑스 차트 1위에 올랐다. 1978년 무렵 그는 뮤지컬 쪽으로 관심을 돌려 이 작품 구상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작품은 1980년 콘셉트 앨범으로 먼저 나왔고, 같은 해 9월 파리 팔레 데 스포르에서 무대에 올랐다. 몇 해 뒤 연출가 피터 파라고가 이 음반을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에게 건넸다. 매킨토시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와 손을 잡았고, 트레버 넌과 존 케어드가 연출을, 허버트 크레츠머가 영어 가사를 맡았다. (런던) 영어판은 1985년 10월 8일 바비칸 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평단의 반응은 차가웠지만 매표소에는 예매가 몰렸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오페라의 유령」을 이듬해 올린 제작자가 바로 매킨토시이고, 「미스 사이공」은 부블리유와 쇤베르그가 이 작품 다음에 함께 쓴 뮤지컬이다.

II. 가석방 노역자

(노역장) 막이 오르면 툴롱의 노역장이다.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장 발장이 가석방되고, 간수 자베르가 그에게 가석방 증서를 건넨다. 묵직한 저음 관현악이 몰아치는 가운데 죄수들이 노래를 주고받고, 이 도입부에서 두 사람의 평생에 걸친 대립이 시작된다. (노래) 이 작품에는 따로 떨어진 대사가 거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어지는 성스루(sung-through) 방식이어서, 사건을 설명하는 대목은 말하듯 노래하는 레치타티보로, 마음을 털어놓는 대목은 아리아처럼 펼쳐지는 독창으로 나뉜다. 관객은 귀로 그 경계를 따라가며 이야기의 속도를 느끼게 된다. (주교) 가석방자라는 증서 때문에 어디서도 받아 주지 않던 발장을 디뉴의 주교가 맞아들인다. 발장은 그날 밤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히지만, 주교는 은촛대까지 내주며 그를 감싼다. 무대에서 이 장면은 짧고 담담하게 지나간다. (독백) 그 뒤 발장의 독백이 이어진다. 자기가 저지른 일과 방금 받은 자비 사이에서 무너지는 인물의 혼란이 노래 안에서 그대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말하듯 흔들리던 선율이 점점 높아지다가, 과거와 결별하는 결심에 이르러 크게 터진다. 이 선율은 극의 후반에 다른 인물의 입을 빌려 한 번 더 돌아온다.

♪노역의 노래 (Work Song)뮤지컬 무대 — Les Misérables: The Staged Concert

툴롱 노역장에서 발장과 자베르가 처음 맞서는 프롤로그다. 이 작품의 소리 세계가 무엇인지 여기서 정해진다.

  • 죄수들의 합창과 자베르·발장의 대화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장면 전체를 노래로만 끌고 가는 성스루 방식이 첫 순간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 저음 금관과 현악이 몰아치는 반주 무늬가 되풀이되며 끝없는 노역을 소리로 그린다. 같은 무늬가 거듭될수록 시간이 멈춘 듯한 답답함이 쌓인다.
  • 이 합창 선율은 2막에서 파리 빈민들의 노래로 다시 돌아온다. 감옥과 거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음악이 미리 일러 두는 복선이다.
  • 2012년 영화판은 이 장면을 거대한 선박 독에서 죄수들이 배를 끌어올리는 광경으로 바꾸어 노역의 규모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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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장의 독백 (Valjean's Soliloquy)실황 Colm Wilkinson (발장) · 1995 10주년 콘서트

주교의 자비를 받은 직후 발장이 홀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노래다. 극 전체의 축이 되는 선율이 여기서 처음 나온다.

  • 처음에는 말하듯 흔들리는 레치타티보(말하듯 노래하는 방식)로 시작한다. 그러다 선율이 점점 높아지며 결심의 순간에 크게 터진다. 마음이 바뀌는 과정이 음높이의 상승으로 그려진다.
  • 이 선율은 나중에 자베르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거의 그대로 돌아온다. 같은 가락이 두 인물에게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정교한 장치다.
  • 초연 발장 콤 윌킨슨은 거친 흉성(가슴을 울려 내는 소리)으로 분노를 내지르다 높은 음에서 탁 트이는 소리로 이 곡을 정의했다고 평가받는다.
  • 영화판에서 휴 잭맨은 교회 안을 서성이며 이 곡을 현장 녹음으로 불렀다. 숨소리와 흐느낌이 그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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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몽트뢰유의 공장

(시장) 8년 뒤 발장은 이름을 바꾸고 몽트뢰유쉬르메르의 공장주이자 시장이 되어 있다. 그 공장에서 일하던 팡틴은 사생아 딸을 몰래 키운다는 사실이 드러나 쫓겨나고, 머리카락을 팔고 끝내 거리로 나선다. 무대판에서 팡틴의 독창은 몰락이 막 시작되는 자리에 놓인다. 젊은 날의 꿈이 어떻게 부서졌는지를 돌아보는 노래로, 담담하게 시작했다가 쓰라린 체념으로 끝난다. (정체) 자베르는 시장이 옛 죄수가 아닌가 의심한다. 그러던 중 다른 사람이 장 발장으로 몰려 재판에 서게 되자, 발장은 법정에 나가 스스로 정체를 밝힌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숫자로 부르며 결단을 내린다. 발장은 죽어 가는 팡틴에게 딸 코제트를 맡아 키우겠다고 약속한다. (여관) 장면은 몽페르메유의 여관으로 넘어간다. 어린 코제트는 구름 위의 성을 꿈꾸는 작은 노래를 부르며 학대를 견딘다.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 부부의 「여관 주인의 노래(Master of the House)」는 극 전체에서 드물게 웃음이 터지는 대목이다. 손님 주머니를 터는 수법을 떠들썩하게 늘어놓는 이 노래는 어둡게 가라앉은 극에 숨통을 틔운다. (구출) 발장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돈을 치르고 코제트를 데리고 파리로 떠난다. 아이를 사고파는 흥정마저 왈츠 박자에 실린다. 경쾌한 춤곡과 비열한 거래가 맞물리면서 장면은 묘하게 씁쓸해진다.

♪꿈을 꾸었네 (I Dreamed a Dream)실황 Ruthie Henshall (팡틴) · 1995 로열 앨버트 홀

공장에서 쫓겨난 팡틴이 부서진 꿈을 돌아보는 독창이다. 작품 밖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가 되었다.

  • 앞부분은 낮은 음역에서 조용히 회상하듯 흐르다가, 후반에 음역이 넓어지며 체념과 분노가 섞인 절정에 이른다. 행복했던 과거와 지금의 처지 사이에서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 런던 초연에서는 패티 루폰이 불렀다. 2012년 영화에서는 앤 해서웨이가 클로즈업 한 화면 안에서 현장 녹음으로 불렀고, 이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 무대판에서는 팡틴이 몰락하기 직전에 이 노래가 나오지만, 영화판은 그가 거리로 내몰린 뒤로 순서를 옮겼다. 같은 노래가 회상에서 바닥에 닿은 사람의 절규로 무게를 바꾼다.
  • 2009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수전 보일이 이 곡을 불러 세계적으로 다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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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파리의 학생들

(빈민가) 시간은 다시 흘러 1832년 파리다. 극 첫머리 노역장의 선율이 이번에는 파리 빈민들의 노래로 돌아온다. 사슬에 묶인 죄수와 굶주린 시민이 같은 가락을 부르면서, 감옥 밖의 세상도 감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음악이 먼저 말해 준다. 여기서 가브로슈가 처음 등장한다. (신념) 자베르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독창을 부른다. 별들이 정해진 궤도를 지키듯 세상에도 어긋남 없는 질서가 있다고 믿는 노래다. 이 곡은 런던판을 준비하던 중, 초연 자베르 로저 앨럼이 이 인물이 왜 그토록 집요한지 관객에게 설명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짚은 뒤에 새로 쓰였다. (혁명) 앙졸라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카페에 모여 봉기를 준비한다. 그들 가운데 마리우스는 거리에서 마주친 코제트에게 한눈에 마음을 빼앗긴다. 마리우스를 남몰래 사랑하는 테나르디에의 딸 에포닌은 두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쓰라린 역할을 떠맡는다. (전야) 1막은 「내일로(One Day More!)」로 끝난다. 떠나려는 발장, 이별을 앞둔 연인, 홀로 남은 에포닌, 학생들을 노리는 자베르, 혼란을 틈타 한몫 챙기려는 테나르디에 부부가 각자의 선율로 같은 내일을 노래한다. 그 목소리들이 하나로 겹쳐지는 순간 막이 내린다. 이야기가 크게 방향을 트는 지점이다.

♪별들 (Stars)실황 Philip Quast (자베르) · 1995 로열 앨버트 홀

밤하늘 아래 자베르가 자신이 믿는 질서를 고백하는 노래다. 그를 단순한 악역에서 신념의 인물로 바꿔 놓는다.

  • 흔들림 없이 고르게 걷는 박자와 찬송가처럼 반듯한 선율은 자베르가 믿는 질서 그 자체처럼 들린다. 선율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도 이 인물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 파리 초연에는 없던 곡이다. 런던판 준비 중 초연 자베르 로저 앨럼이 이 인물에게 동기를 설명할 노래가 필요하다고 짚은 뒤 새로 쓰였다.
  • 브로드웨이판으로 옮기면서 곡의 끝부분이 바뀌었다. 판본마다 마지막 음을 맺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 영화판에서는 러셀 크로가 파리 지붕 위 난간을 걸으며 불렀다. 높은 곳에 선 그의 자세가 이후 장면의 복선처럼 읽힌다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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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공식 MV — 영화 《레 미제라블》(2012) 출연진

앙졸라와 학생들이 봉기를 결의하며 부르는 행진곡이다. 작품의 공적인 목소리를 맡는다.

  • 발을 맞춰 걷는 행진곡(마치) 박자 위에 한 사람이 선창하면 무리가 따라 부른다. 노래가 퍼져 나가는 모습 자체가 혁명이 번져 가는 모습을 흉내 낸다.
  • 파리판의 「민중의 뜻대로(À la volonté du peuple)」가 바탕이며, 영어판에서 가사가 새로 쓰였다.
  • 이 선율은 극의 마지막에 다시 돌아온다. 같은 가락이 처음에는 결의로, 끝에는 전혀 다른 무게로 들리는 것을 비교해 들을 만하다.
  • 극장 밖에서도 여러 나라의 시위 현장에서 이 노래가 불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무대의 노래가 실제 광장의 노래가 된 드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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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One Day More!)실황 25주년 콘서트 출연진 · 2010 O2 아레나

봉기 전야에 모든 인물이 각자의 처지에서 같은 내일을 노래하는 1막 피날레다.

  • 발장, 마리우스와 코제트, 에포닌, 자베르, 테나르디에 부부, 학생들이 앞서 부른 각자의 선율을 동시에 겹쳐 부른다. 서로 다른 노래를 한꺼번에 포개는 이 방식을 쿼들리벳(겹쳐 부르기)이라 한다.
  • 각 인물의 선율은 그 사람을 가리키는 표지처럼 작동한다. 귀를 한 사람에게 맞추면 그 인물의 이야기만 따라가며 들을 수 있다.
  • 여러 갈래로 흩어졌던 목소리가 마지막에 한 음으로 모이며 막이 내린다. 1막 동안 흩어진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순간이다.
  • 공연 기념 콘서트나 시상식 무대에서 따로 떼어 불리는 일이 많을 만큼 이 작품을 대표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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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바리케이드의 밤

(바리케이드) 2막에서 학생들은 거리에 바리케이드를 쌓는다. 이 봉기는 흔히 프랑스 대혁명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1832년 6월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를 계기로 일어난 짧은 봉기다. 첩자로 숨어든 자베르는 정체가 들통나 학생들에게 붙잡힌다. (독백) 에포닌은 비 내리는 밤거리에서 혼자 노래한다. 곁에 없는 사람을 곁에 있다고 상상하는 노래로, 목소리는 가라앉아 시작해 점점 북받친다. 매킨토시의 회고에 따르면 이 곡의 바탕은 원래 팡틴의 노래였다가 에포닌에게로 옮겨졌다. 초연에서는 프랜시스 러펠이 불렀다. (기도) 바리케이드의 밤, 발장은 잠든 마리우스를 내려다보며 그를 살려 달라고 기도한다. 이 노래도 런던판에서 새로 쓰였고, 초연 발장 콤 윌킨슨의 노래가 이 곡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웅장한 독창곡들 사이에서 이 곡은 오히려 목소리를 낮춰 숨죽인다. (공방) 동이 트자 정부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총성과 합창이 뒤엉키는 가운데 가브로슈의 짧고 당돌한 노래가 끼어든다. 총격 장면에서 관현악은 잘게 쪼갠 리듬으로 긴장을 끌어올리고, 노래가 끊기는 자리에서는 정적이 대신 말한다. 음악보다 침묵이 더 크게 들리는 몇 초가 이 막의 정점이다.

♪홀로 (On My Own)실황 Lea Salonga (에포닌) · David Charles Abell 지휘

비 내리는 밤, 에포닌이 마리우스를 향한 짝사랑을 혼자 털어놓는 노래다.

  • 낮은 음역에서 시작해 후렴에서 크게 솟구친다. 상상 속 행복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마음이 음높이의 오르내림으로 그려진다.
  • 매킨토시의 회고에 따르면 이 곡은 원래 팡틴의 노래였다가 에포닌에게로 옮겨졌다. 같은 선율이 다른 인물에게 가며 다른 사연을 얻은 셈이다.
  • 이 선율의 한 토막은 1막 피날레 「내일로」에서 에포닌의 목소리로 먼저 들린다. 미리 흘려 둔 것을 2막에서 온전한 노래로 펼친 셈이다.
  • 런던 초연은 프랜시스 러펠, 영화판은 서맨사 박스가 불렀다. 박스는 무대판에서 같은 역을 맡은 뒤 영화에 캐스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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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집으로 (Bring Him Home)무대 Alfie Boe · Claude-Michel Schönberg 협연

바리케이드의 밤, 잠든 마리우스를 살려 달라고 발장이 비는 기도다.

  • 웅장한 독창곡이 많은 이 작품에서 드물게 목소리를 낮추는 곡이다. 높은 음을 가볍게 띄워 내는 가성(팔세토)으로 부르는 대목이 많아, 힘보다 절제로 듣는 노래다.
  • 런던판에서 새로 쓰였고, 초연 발장 콤 윌킨슨의 노래가 이 곡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그의 가성이 이 노래의 기준이 되었다.
  • 크레츠머의 회고에 따르면, 찬송가 같은 선율이 장면과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존 케어드가 기도처럼 들린다고 한 말이 실마리가 되었다. 그는 개막 17일 전 새벽에야 가사를 마쳤다.
  • 영화판에서는 휴 잭맨이 불렀다. 무대에서 이 곡을 거쳐 간 수많은 발장들은 마지막 높은 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자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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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마지막 노래

(마주침) 바리케이드 이후 발장과 자베르는 파리의 하수도와 센강 다리 위에서 다시 마주친다. 그 자리에서 자베르는 지금까지 믿어 온 질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과 맞닥뜨린다. 이때 그가 부르는 노래가 1막 발장의 독백과 같은 선율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가락이 한 사람에게는 새 삶의 문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무엇이 되는지는 극장에서 확인할 일이다. (빈자리) 살아남은 마리우스는 텅 빈 카페에서 떠난 친구들을 그리워한다. 첫 영어 작사가로 참여했던 제임스 펜턴이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라는 착상을 냈고, 크레츠머가 이를 노래로 옮겼다. 혁명가들의 행진곡은 이제 기억 속에서만 울린다. (귀환) 끝으로 가면서 극 초반의 선율들이 하나씩 돌아온다. 주교의 자비, 팡틴의 노래, 학생들의 행진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다시 들리며 앞선 세 시간을 한데 묶는다. 결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적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서 음악이 새 선율을 꺼내는 대신 이미 들은 것들을 불러 모은다는 점은 말해 둔다. (이후)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상 8개 부문을 받았고, 런던에서는 2026년 2월 1만 6천 회 공연을 넘겼다. 2012년 톰 후퍼 감독의 영화판은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서 직접 노래하는 방식으로 찍었고, 아카데미상 3개 부문을 받았다. 초연 발장 콤 윌킨슨은 이 영화에서 디뉴의 주교를 맡았다.

덜 알려진 이야기

작품의 출발점이 된 「올리버!」는 공교롭게도 캐머런 매킨토시가 제작한 1978년 재공연이었다. 매킨토시는 이 공연이 부블리유에게 가브로슈를 떠올리게 했다고 회고한다. 당시 부블리유는 그 공연의 제작자가 누구인지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몇 년 뒤 콘셉트 앨범이 연출가 피터 파라고의 손을 거쳐 바로 그 제작자에게 닿았다는 사실은 성공담 속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다. 자베르의 독창 「별들」은 지금은 이 인물을 대표하는 노래지만, 파리판에는 없었다. 로저 앨럼이 자베르에게 자기 동기를 설명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짚으면서 생겨났다. 2020년 세상을 떠난 크레츠머의 기록 보관소가 케임브리지 대학 도서관에 기증되었는데, 그 안에서 이 곡이 한때 빠질 뻔했다가 살아남은 경위를 다룬 문서가 확인되었다. 같은 보관소에는 1987년 크레츠머가 매킨토시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그는 영어판 가사를 번역으로 부르는 데 이의를 제기했다. 1980년 파리 대본과는 문화도 지시하는 바도 다른, 다시 태어난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영어판이 지금도 흔히 번역판으로 소개되는 것과는 결이 다른 당사자의 증언이다. 이 자료는 초연 40주년 무렵에야 널리 보도되었다. 「그를 집으로」의 가사도 크레츠머의 회고에 남아 있다. 장면에 맞지 않는 찬송가 같은 선율을 붙들고 고민하던 그는 존 케어드의 한마디를 듣고 노래를 기도로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개막 17일 전 새벽 다섯 시 무렵에야 가사를 마쳤다.

용어 노트 📚🔎

성스루(sung-through)

(말뜻) 영어 sung-through 는 처음부터 끝까지(through) 노래로 부른다(sung)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대사로 말하는 장면 없이 모든 장면을 노래로 이어 가는 뮤지컬을 가리킨다. 보통 뮤지컬은 대사를 주고받다가 노래로 넘어가지만, 성스루 뮤지컬은 이름을 묻거나 길을 알려 주는 짧은 말까지 가락에 실어 부른다. 친구와 장난으로 하루 종일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노래로만 해 본다고 상상해 보면 된다. 「레미제라블」이 그렇게 세 시간을 간다.

레치타티보

(말뜻) 이탈리아어 recitare(낭송하다)에서 온 말로, 낭송하듯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선율을 길게 펼치기보다 말의 리듬과 억양을 따라 빠르게 부르며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오페라에서 시작된 방식인데, 성스루 뮤지컬에서는 줄거리를 앞으로 밀고 가는 역할을 맡는다. 국어 시간에 교과서를 소리 내어 읽을 때 저절로 억양이 오르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 억양에 음표를 붙이면 레치타티보가 된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 는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이다. 동기는 음악에서 기억하기 쉬운 짧은 선율 조각을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생각, 장소에 짧은 선율을 붙여 두고, 그것이 다시 나올 때마다 같은 선율을 들려주는 방법이다. 관객은 가사를 듣기 전에 선율만으로 누구 이야기인지 알아챈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타나기 직전 늘 같은 음악이 깔려서, 화면을 보지 않아도 무엇이 올지 아는 것과 같다.

리프라이즈(reprise)

(말뜻) 프랑스어 reprise 는 다시 잡다, 다시 시작하다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에서 나온 노래를 극의 다른 자리에서 다시 부르는 것이다. 가사나 부르는 사람이 바뀌는 일이 많아, 같은 선율인데도 전혀 다른 뜻으로 들린다. 처음 만난 날 같이 들은 노래를 졸업식 날 다시 들으면 같은 노래인데도 마음에 닿는 느낌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이 작품에서는 발장의 독백 선율이 나중에 자베르에게로 돌아간다. (다른 데서는) 일상 프랑스어에서는 사업 재개나 재방송처럼 다시 시작하는 일을 두루 가리킨다.

쿼들리벳(겹쳐 부르기)

(말뜻) 라틴어 quodlibet 은 무엇이든 좋을 대로라는 뜻이다. 여러 노래를 마음대로 섞어 부르는 놀이에서 이름이 나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따로 들으면 각각 완전한 서로 다른 선율들을 동시에 겹쳐 부르는 방법이다. 각 선율이 한 인물의 생각을 맡고 있어서, 여러 사람의 속마음이 한 장면에서 동시에 들린다. 돌림노래는 같은 가락을 시간 차를 두고 부르지만, 쿼들리벳은 서로 다른 가락을 동시에 부른다. 반 친구들이 각자 다른 노래를 부르는데도 신기하게 화음이 맞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된다. 「내일로」가 대표적인 예다.

가성(팔세토)

(말뜻) 이탈리아어 falsetto 는 가짜를 뜻하는 falso 에서 왔다. 평소 목소리가 아닌 소리라는 뜻이고, 한자어 가성(假聲)도 거짓(假) 소리(聲)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성대를 얇게 써서 평소 음역보다 높은 음을 가볍고 부드럽게 내는 발성이다. 힘차게 내지르는 소리와 달리 숨결이 섞여 연약하고 간절하게 들린다. 친구 몰래 아주 높은 목소리로 흉내를 낼 때 저절로 목소리가 뒤집히는 느낌이 바로 가성이다. 「그를 집으로」는 이 소리를 기도의 목소리로 쓴다.

콘셉트 앨범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무대 공연을 올리기 전에 노래들을 먼저 음반으로 녹음해 하나의 이야기로 발표하는 것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작품을 알리고 투자자와 관객의 반응을 미리 살피는 역할을 한다. 「레미제라블」도 1980년 프랑스에서 음반이 먼저 나왔다. 학교 축제 연극을 올리기 전에 노래만 먼저 녹음해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대중음악에서는 무대 계획 없이 한 가지 주제로 곡들을 묶은 앨범도 콘셉트 앨범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