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ssed Off
탄광이 문을 닫는 해에 밴드가 연주한 행진곡과 찬송가는 더는 흥겨운 곡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마을이 끝까지 지키려 한 품위의 소리였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트레버 존스
케이프타운 태생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영화음악가이며, 밴드 연주를 앞세우고 짧은 큐로 이야기 사이를 이었다.
- 감독마크 허먼
각본과 연출을 맡아 그라임소프의 1992년을 극영화로 옮겼다.
- 지휘존 앤더슨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그라임소프 콜리어리 밴드를 지휘했다.
- 주연피트 포슬스웨이트
밴드를 마을의 존엄으로 여기는 지휘자 대니 오먼로이드를 연기했다.
- 주연타라 피츠제럴드
플뤼겔호른을 들고 고향에 돌아온 글로리아 멀린스를 연기했다.
- 주연이완 맥그리거
테너 호른 주자 앤디 배로를 연기했다.
I. 탄광 마을의 악단
(배경) 「브래스드 오프」는 마크 허먼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국 영화다. 무대인 요크셔의 탄광 마을 그림리는 지어낸 이름이지만, 본보기는 사우스요크셔의 그라임소프다. 1992년 10월 영국 정부는 그라임소프를 포함한 서른 곳이 넘는 탄광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그라임소프 콜리어리 밴드는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영화는 바로 이 두 사건이 한 마을에서 함께 일어났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연주) 영화에 흐르는 금관 소리는 대부분 진짜 그라임소프 콜리어리 밴드가 연주했다. 지휘는 존 앤더슨이 맡았다. 배우들이 악기를 들고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실제 소리는 밴드 단원의 것이다. 플뤼겔호른 독주는 폴 휴스가, 코넷 독주는 숀 랜들이 불었다. (작곡가) 오리지널 스코어는 트레버 존스가 썼다. 그는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했고, 「다크 크리스털」, 「라비린스」, 「라스트 모히칸」 같은 영화로 이름을 알렸다. 커다란 관현악과 전자음향을 함께 다루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사운드트랙 음반 열아홉 곡 가운데 그가 쓴 큐(cue, 장면에 맞춘 짧은 음악)는 여섯 곡뿐이고, 그나마 대부분 1분 안팎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음악이 밴드가 연주하는 행진곡과 편곡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인연) 앤디 역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는 몇 해 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물랑루즈」에서 직접 노래하게 된다. 여기서 그의 악기는 테너 호른이다.
II. 오렌지 주스
(일상) 영화는 탄광의 교대 시간과 밴드 연습실을 번갈아 보여 주며 시작한다. 지휘자 대니 오먼로이드에게 밴드는 취미가 아니라 마을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단원들은 갱도에서 올라오자마자 악기를 든다. 이들이 연주하는 행진곡에는 군악대 같은 위엄이 있지만, 연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폐광 소문에서 오는 피로가 배어 있다. (귀향) 그런 연습실에 글로리아 멀린스가 플뤼겔호른을 들고 나타난다. 그는 이 마을에서 자랐고, 할아버지는 이름난 밴드 단원이었다. 대니는 처음에 여성 단원을 망설인다. 하지만 글로리아가 연주하겠다며 꺼낸 곡이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협주곡」이다. 단원들은 이 곡을 발음이 비슷한 '오렌지 주스'라고 부른다. (입단) 흥겨운 「플로럴 댄스」가 끝나고 연습실이 조용해지면, 글로리아가 느린 아다지오 선율을 불기 시작한다. 장난스럽게 굴던 남자 단원들이 한 사람씩 입을 다문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대사가 아니라 독주 한 곡으로 글로리아를 밴드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비밀) 관객은 곧 글로리아가 탄광 경영진 쪽에서 일하며 탄광의 수익성을 조사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앤디와의 옛정과 마을 사람들의 의심 사이에 선 그의 처지는 앞으로 이 연주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글로리아가 처음 연습실에 온 날 밴드가 연주하던 곡이다. 이 흥겨운 곡이 끝난 직후 아랑후에스 독주가 이어진다.
- 케이티 모스가 콘월 지방의 봄 축제를 소재로 쓴 곡이다. 같은 리듬 무늬가 계속 되풀이되며 춤추듯 걸어가는 느낌을 준다.
- 영국 금관 밴드가 즐겨 연주하는 곡이라 관객에게는 잘 아는 동네 음악처럼 들린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낯선 스페인 선율과 대조가 뚜렷하다.
- 가볍고 밝은 분위기 덕분에 이어지는 아다지오의 정적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영화는 두 곡을 나란히 놓아 연습실의 공기가 바뀌는 순간을 만든다.
단원들이 '오렌지 주스'라고 부르는 곡이다. 글로리아는 이 플뤼겔호른 독주 한 번으로 밴드에 들어온다.
- 원곡은 로드리고가 기타와 관현악을 위해 쓴 「아랑후에스 협주곡」의 느린 2악장이다. 여기서는 기타 대신 플뤼겔호른이 노래하는 선율을 맡는다.
- 플뤼겔호른은 트럼펫보다 관이 넓어 소리가 둥글고 어둡다. 화려하게 뻗기보다 사람 목소리처럼 속삭이는 음색이 글로리아의 조용한 자신감과 잘 맞는다.
- 실제 연주자는 그라임소프 밴드의 폴 휴스다. 배우의 손가락 연기와 단원의 소리가 하나로 들리도록 맞춘 장면이다.
- 선율 끝에 붙은 장식음, 곧 꾸밈음(본음 앞뒤를 빠르게 스치는 짧은 음)이 플라멩코 노래의 꺾임을 흉내 낸다. 요크셔 연습실에 갑자기 남쪽의 빛이 드는 것처럼 들린다.
III. 투표와 빚
(투표) 광부들은 회사가 내건 퇴직 보상안을 받아들일지 투표해야 한다. 노조는 싸우자고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이미 지쳐 있다. 영화는 이 갈등을 시끄러운 장면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연습실에 빈자리가 하나둘 늘어나는 모습으로 보여 준다. 밴드를 그만두겠다는 말은 곧 마을을 떠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대니의 아들 필은 빚에 쫓긴다. 집달관이 살림을 들어내고,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다. 필은 아이들 생일잔치에서 광대 분장을 하고 돈을 번다. 웃기는 분장 아래로 한계에 다다른 얼굴이 비치는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쓰라린 대목이다. (대회) 그래도 밴드는 대회에 나간다. 고갯마을 거리에서 밴드들이 차례로 행진하며 겨루는 장면은 실제로 사들워스 지역 델프의 큰길에서 찍었다. 이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는 휫 프라이데이 밴드 경연을 옮겨 온 장면이다. 행진곡의 씩씩한 박자와 단원들의 처진 어깨가 한 화면에 함께 담긴다. (점수) 이 장에서 트레버 존스의 큐는 짧게 지나간다. 마을의 시간을 이어 붙이는 정도로만 들리고, 감정을 크게 끌어올리는 일은 밴드의 연주에 맡긴다. 영화음악이 장면을 꾸미기보다 극 안에서 연주되는 음악 쪽으로 물러서 있는 구조다.
사운드트랙에 실린 트레버 존스의 큐 가운데 가장 긴 곡이다. 무너지는 살림과 흔들리는 관계 사이에서 붙잡을 것을 찾는 인물들의 마음을 담는다.
- 다른 존스 큐들은 30초에서 1분 남짓이지만, 이 곡은 3분이 넘는다. 영화가 오리지널 스코어에 가장 넓은 자리를 내준 곳이다.
- 밴드 연주처럼 크게 울리지 않고 배경에 머무르는 작법이 특징이다. 장면의 감정을 대신 말하기보다 인물 곁에 조용히 서 있는 음악처럼 들린다.
- 제목은 극 중 대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 트랙명들과 같은 계열이다. 「A Sad Old Day」, 「Honest Decent Human Beings」 같은 다른 큐 제목과 나란히 놓고 보면 존스가 대사와 감정 단위로 음악을 붙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IV. 병원 앞의 밤
(전환)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대니의 몸이다. 오랜 탄광 일로 폐가 상한 그는 연주가 끝난 뒤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 간다. 같은 무렵 탄광의 운명도 정해진다. 글로리아는 자신의 조사 보고서가 처음부터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었던 것이다. (해산) 단원들은 밴드를 접기로 한다. 결승에 나갈 돈도 의욕도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고른 곳은 무대가 아니라 대니가 누워 있는 병원 앞 잔디밭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 광부들이 악기를 들고 창문을 올려다보며 선다. (연주)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퍼시 그레인저가 편곡한 「대니 보이」, 곧 「런던데리 에어」다. 아일랜드 민요 가락이 금관의 낮은 화음 위에서 천천히 펼쳐진다. 지휘자 이름이 곡 제목과 같다는 사실이 단원들의 서툰 진심처럼 다가온다. 병실 창가에 선 대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정적) 이 장면은 연주가 끝난 뒤의 고요가 연주만큼 오래 남는다. 박수도 환호도 없이 단원들은 악기를 내린다. 영화는 여기서 밴드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 고요 속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마음이 자라기 시작한다.
해산을 앞둔 단원들이 병원 앞 잔디밭에서 쓰러진 지휘자를 위해 밤에 연주하는 곡이다. 그들은 이것을 마지막 연주라고 생각한다.
- 오래된 아일랜드 민요 가락 「런던데리 에어」를 퍼시 그레인저가 편곡한 판이다. 선율 아래 화음이 천천히 바뀌며 짙은 그늘을 만든다.
- 금관 밴드의 낮은 악기들이 오르간처럼 길게 음을 끌어 주어 선율이 떠 있을 수 있는 바닥을 깔아 준다. 밤 장면의 고요한 공기와 잘 맞는다.
- 곡 이름과 지휘자의 이름이 같다는 점이 이 장면의 숨은 장치다. 단원들은 그에게 직접 하지 못한 말을 곡으로 대신 건넨다.
- 연주가 끝난 뒤의 침묵도 이 장면의 일부다. 박수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화음이 더 오래 귀에 남는다.
V. 앨버트 홀
(결심) 단원들은 다시 모인다. 결승전에 나갈 비용은 뜻밖의 곳에서 마련된다. 버스에 오르는 그들의 표정은 들떠 있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다. 우승하려고 가는 길이라기보다, 끝까지 해냈다는 기록을 남기러 가는 길처럼 보인다. (무대) 런던 로열 앨버트 홀의 결승 장면은 실제로는 버밍엄 타운 홀에서 촬영했다. 객석은 대회 관객으로 가득하고, 무대 위의 그림리 단원들은 탄광 작업복 대신 밴드 제복을 입었다. 그들이 고른 곡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이다. (질주) 서곡 마지막 부분의 빠른 행진이 금관으로 옮겨지면 영화의 속도가 단숨에 빨라진다. 코넷이 숨 쉴 틈 없이 같은 음을 빠르게 쪼개 불고, 아래에서는 유포니움과 튜바가 말발굽 같은 박자를 받친다. 앞의 장들에서 쌓여 온 피로와 상실이 이 몇 분 동안 순수한 기술과 힘으로 바뀐다. (유보) 연주가 끝난 뒤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여기서는 밝히지 않는다. 다만 그 장면에서 음악이 멈춘다는 것만은 말해 둔다. 그리고 그 침묵을 대니의 목소리가 채운다. 서곡의 함성이 사라진 자리에 연설 한 편이 놓이는 구성 자체가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을 보여 준다.
앨버트 홀 결승에서 그림리 밴드가 연주하는 곡이다. 쌓여 온 피로와 상실이 몇 분 동안 기량과 힘으로 바뀐다.
- 로시니가 오페라 앞에 붙인 서곡의 마지막 부분, 질주하는 행진을 G. J. 그랜트가 금관 밴드용으로 편곡했다. 코넷 독주는 숀 랜들이 맡았다.
- 같은 음을 혀로 빠르게 끊어 부는 이중 텅잉(혀를 두 번 번갈아 써서 빠른 음을 쪼개는 기법)이 핵심이다. 말발굽 소리처럼 쉬지 않고 밀려오는 소리가 여기서 나온다.
- 관현악에서는 현악기가 맡던 빠른 음표를 금관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대회 무대에서 기량을 보여 주는 곡으로 고른 이유가 여기 있다.
- 만화와 광고에서 흔히 들어 익숙한 곡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그 익숙함이 우스꽝스럽지 않고, 오히려 오래 참아 온 사람들의 분출처럼 들린다.
VI. 버스 위의 행진곡
(귀로) 마지막 장면에서 단원들은 지붕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런던 거리를 지난다. 대니가 맨 앞에서 지휘하고, 밴드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제1번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느린 중간부를 연주한다. 영국 사람들이 「희망과 영광의 땅」이라는 노래로 기억하는 선율이다. (역설) 이 선율은 대개 국가 행사와 축하 자리에서 울린다. 그런데 일자리를 잃은 광부들이 같은 곡을 연주하면 의미가 겹으로 쌓인다. 자부심과 쓴웃음, 고향을 향한 애정과 나라를 향한 질문이 한 선율 안에 함께 들어 있다. 영화는 어느 쪽인지 정해 주지 않고 그대로 들려준다. (기록) 연주가 흐르는 동안 화면에는 실제 탄광 폐쇄와 일자리 감소에 관한 짧은 자막이 지나간다. 지금까지 본 이야기가 지어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영화는 그렇게 마지막에 덧붙인다. (울림) 이 시리즈에서 다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한 시대가 저문 뒤에도 연주를 이어 간 음악가들을 보여 주었다면, 「브래스드 오프」는 생계가 무너지는 바로 그 해에도 악보를 놓지 않은 사람들을 보여 준다. 두 작품 모두 음악이 생계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붙잡는 끈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마지막 장면, 런던을 지나는 2층 버스 위에서 대니가 지휘하는 곡이다. 밴드는 엘가 행진곡 제1번의 느린 중간부를 연주한다.
- 행진곡 가운데 느리고 넓게 노래하는 중간부를 트리오라고 부른다. 이 트리오 선율은 영국에서 「희망과 영광의 땅」이라는 노래로 더 유명하다.
- J. 오드 흄의 금관 밴드 편곡에서는 선율이 낮은 음역에서 시작해 차츰 쌓여 올라간다. 버스가 거리를 지나는 속도에 맞춰 소리가 점점 넓어진다.
- 흔히 국가 행사의 선율이지만 폐광 광부들이 연주하면 자부심과 반어가 함께 들린다. 어느 쪽으로 들을지는 관객에게 맡겨진다.
- 연주가 흐르는 동안 실제 탄광 폐쇄에 관한 자막이 지나간다. 음악은 축제처럼 울리는데 화면의 글은 기록이어서 영화의 마지막 인상이 겹으로 남는다.
덜 알려진 이야기
(나흘) 영화는 폐광과 대회 우승을 극적으로 엮었지만, 실제 시간 간격은 영화보다 더 짧았다. 정부가 그라임소프를 포함한 탄광 폐쇄 계획을 발표한 날은 1992년 10월 13일이었다. 그라임소프 콜리어리 밴드가 로열 앨버트 홀에서 전국 선수권을 차지한 날은 나흘 뒤인 10월 17일이었다. 지휘는 프랭크 렌턴이 맡았고, 과제곡은 필립 윌비의 「새 예루살렘」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에도 단원 몇 명은 그 탄광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영화가 이 일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허구의 그림리로 바꾼 탓에, 실제 날짜는 금관 밴드 세계의 기록 안에만 남았다. (촬영) 휫 프라이데이 거리 경연은 원래 늦봄에 열리는 행사다. 그런데 델프의 경연 장면을 촬영한 날은 1995년 10월 23일로 기록되어 있다. 지역 언론 가운데에는 실제 경연 날 찍었다고 쓴 곳도 있어 기억이 엇갈린다. 앨버트 홀 장면도 런던이 아니라 버밍엄 타운 홀에서 찍었다. 관객이 런던이라고 믿는 마지막 무대가 사실은 다른 도시였다는 점은 영화를 여러 번 본 사람도 잘 모른다. (인용) 대니의 연설 한 대목은 이듬해 첨바왐바의 히트곡 「텁섬핑」 첫머리에 샘플로 쓰였다. 그 노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들리는 목소리가 이 영화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대) 영화는 1998년 폴 앨런의 각색으로 셰필드 크루서블 극장에서 연극으로 초연되었고, 런던의 국립극장으로 이어졌다. 이 무대판의 음악도 그라임소프 콜리어리 밴드가 맡았다. 실제 밴드가 자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극에 두 번 참여한 셈이다.
용어 노트 📚🔎
금관 밴드(브라스 밴드)
(말뜻) 브라스(brass)는 놋쇠, 곧 황동을 뜻한다. 악기를 만드는 금속 이름이 그대로 악단 이름이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코넷, 플뤼겔호른, 테너 호른, 트롬본, 유포니움, 튜바 같은 금관악기와 타악기로만 이루어진 악단이다. 영국에서는 19세기부터 탄광과 공장마다 노동자 밴드가 생겨 지역 대회와 전국 대회에서 실력을 겨루어 왔다. 학교 운동부가 지역 예선을 거쳐 전국 대회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라임소프 같은 밴드는 마을을 대표하는 팀이었다. (다른 데서는) 영어에서 brass는 군대의 고위 장교나 회사의 높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영화 제목 Brassed Off도 금관과 단단히 화가 났다는 뜻을 함께 담은 말장난이다.
오리지널 스코어
(말뜻) 스코어(score)는 원래 여러 악기의 악보를 한데 모은 총보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그 영화를 위해 새로 쓴 음악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이미 있던 곡을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그 영화의 장면에 맞춰 새로 쓴 음악이다. 「브래스드 오프」에서는 트레버 존스가 쓴 짧은 곡들이 오리지널 스코어이고, 밴드가 연주하는 행진곡과 편곡 작품은 기존 곡이다. 학예회 연극에 유명한 노래를 틀어 쓰는 것과, 반 친구가 그 연극만을 위해 곡을 직접 지어 오는 것의 차이다. (다른 데서는) 스코어는 운동 경기에서 점수를 뜻한다.
큐(cue)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 속 특정 장면에 맞춰 시작하고 끝나는 음악 한 토막이다. 몇 초짜리도 있고 몇 분짜리도 있다. 사운드트랙 음반에 실린 트레버 존스의 곡들은 대부분 1분 안팎의 짧은 큐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타나는 순간 음악이 바뀌는 것처럼, 장면이 바뀌는 자리에 맞춰 들어가는 음악 조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연극과 방송에서 큐는 배우나 스태프에게 이제 시작하라고 보내는 신호를 뜻한다. 당구에서는 공을 치는 막대를 가리킨다.
플뤼겔호른
(말뜻) 독일어 Flügel은 날개, 옆쪽을 뜻한다. 옛날 사냥이나 군대에서 대열의 옆쪽에 신호를 보내던 나팔에서 이름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트럼펫과 생김새와 음높이는 비슷하지만, 관이 더 넓고 원뿔 모양으로 벌어져 소리가 부드럽고 둥글다. 금관 밴드에서는 보통 한 명만 두고, 느리고 서정적인 독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같은 노래라도 운동장에서 크게 외쳐 부를 때와 친구 귀에 대고 조용히 부를 때 느낌이 다르듯, 트럼펫이 외침이라면 플뤼겔호른은 속삭임에 가깝다.
편곡
(말뜻) 편곡(編曲)은 곡을 엮는다(編)는 뜻이다. 이미 있는 선율을 다른 악기나 다른 구성에 맞게 다시 짜는 일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원래 관현악이나 기타를 위해 쓴 곡을 금관 밴드가 연주할 수 있도록 각 악기에 다시 나누어 적는 작업이다. 「윌리엄 텔 서곡」이나 「아랑후에스 협주곡」이 이 영화에서 금관 소리로 들리는 것은 편곡자 덕분이다. 피아노 악보로 배운 노래를 리코더 합주용으로 고쳐 쓰면 높이와 화음을 악기에 맞게 바꿔야 하는데, 편곡이 바로 그런 일이다.
과제곡(테스트 피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금관 밴드 대회에서 모든 참가 밴드가 똑같이 연주해야 하는 지정곡이다. 같은 곡을 연주하게 해서 밴드 사이의 실력 차이를 공정하게 비교한다. 1992년 실제 전국 선수권의 과제곡은 필립 윌비의 「새 예루살렘」이었다. 줄넘기 대회에서 모두가 같은 동작을 해야 심사위원이 누가 더 잘하는지 비교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트리오
(말뜻) 이탈리아어로 셋을 뜻한다. 옛날 춤곡과 행진곡의 중간부를 악기 세 대로 가볍게 연주하던 관습에서 이름이 남았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행진곡이나 미뉴에트에서 앞뒤의 씩씩한 부분 사이에 끼어드는, 대개 더 느리고 노래하듯 흐르는 중간 부분이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제1번에서 가장 유명한 선율이 바로 이 트리오다. 체육대회에서 빠른 응원가 사이에 다 함께 천천히 부르는 교가가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세 사람이 짝을 이룬 무리, 또는 세 명으로 된 연주 그룹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