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Rush
모든 주제는 퍼즐 조각이고, 영화 내내 관객이 무의식중에 들어 왔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 의미를 갖게 된다 — 마크 맨시나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마크 맨시나
촬영 전부터 1년 반 넘게 작업하며 마지막 랩소디를 가장 먼저 썼다.
- 감독커스틴 셰리든
아일랜드 출신 감독으로, 이 작품이 두 번째 장편 연출이다.
- 주연프레디 하이모어
에반 테일러, 곧 어거스트 러쉬 역을 맡아 지휘와 오르간, 기타를 직접 익혔다.
- 주연케리 러셀
줄리어드에서 첼로를 공부한 어거스트의 어머니 라일라를 연기했다.
- 주연조너선 리스 마이어스
아일랜드 록 가수 루이스를 연기하며 극 중 노래를 직접 불렀다.
- 주연로빈 윌리엄스
거리의 아이들을 거느린 악사 위저드 역으로 다정함과 탐욕이 뒤섞인 인물을 그렸다.
I. 끝에서 시작한 악보
(작품) 「어거스트 러쉬」는 2007년 11월 워너 브러더스가 개봉한 영화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헤어진 첼리스트와 아일랜드 록 가수, 그리고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각본은 닉 캐슬과 제임스 V. 하트가 썼고, 연출은 아일랜드 감독 짐 셰리든의 딸 커스틴 셰리든이 맡았다. 감독으로서는 두 번째 장편이었다. (작곡가) 음악을 맡은 마크 맨시나는 「스피드」, 「나쁜 녀석들」, 「트위스터」 같은 액션 영화로 이름을 알렸고, 브로드웨이 「라이온 킹」의 공동 작곡과 프로듀싱, 디즈니 「타잔」의 음악으로 그래미를 받았다. 대학에서 클래식 기타와 작곡을 공부했고, 30대 초반까지 록 밴드에서 연주하며 다큐멘터리와 TV 음악으로 경력을 쌓았다. 클래식과 록을 모두 몸으로 겪은 그의 이력은 첼리스트 어머니와 록 가수 아버지를 둔 소년의 이야기와 잘 맞았다. 그가 이 작품을 맡게 된 구체적인 경위는 기록에 자세히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맡은 조건이 특이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맨시나는 훗날 이 시리즈에서 다룬 「모아나」의 음악도 맡았다. (순서) 보통 영화음악은 촬영과 편집이 끝난 뒤에 붙는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음악이 줄거리를 움직이는 장치였기 때문에, 맨시나는 첫 장면을 찍기 몇 달 전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모두 1년 반 넘게 이 작품에 매달렸다. 그는 영화의 마지막 곡, 소년이 완성하는 랩소디를 가장 먼저 썼다. 그 곡을 조각내어 소년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마다 하나씩 들려주고, 마지막에 그 조각들이 한 곡으로 모이게 하려는 설계였다. 녹음은 로스앤젤레스의 스코어링 스테이지에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I. 바람이 연주하는 밀밭
(밀밭) 영화는 밀밭 한가운데 선 소년에서 시작한다. 바람이 이삭을 쓸고 지나가는 동안 소년은 눈을 감고 손을 들어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움직인다. 바람 소리와 이삭이 스치는 소리가 차츰 음악과 겹쳐지면서, 관객은 이 아이에게는 세상의 소리가 그대로 음악으로 들린다는 사실을 말보다 먼저 알게 된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선율보다 소리 그 자체다. (고아원) 소년의 이름은 에반 테일러, 열한 살이다. 뉴욕 근교의 보육원에서 자란 그는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자기가 듣는 음악을 부모도 듣고 있을 것이고 그 음악이 언젠가 자신을 부모에게 데려다주리라고 믿는다. 영화는 이 믿음을 처음부터 동화의 문법으로 내놓는다. (하룻밤) 이야기는 11년 전 뉴욕으로 거슬러 간다. 줄리어드에서 첼로를 공부하는 라일라는 엄격한 아버지 아래서 연주자의 길만 걸어온 사람이다. 아일랜드 록 밴드의 가수 루이스는 형제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워싱턴 스퀘어가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마주쳐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이튿날 라일라는 아버지에게 이끌려 떠나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엇갈림) 라일라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아이를 일찍 낳는데, 아버지는 딸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말하고 몰래 입양을 보낸다. 루이스는 밴드를 떠나 음악을 놓는다. 사운드트랙 앨범에는 바흐와 록을 한 트랙에 엮은 곡이 실려 있다. 첼로와 전기기타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처음부터 한 몸이 될 운명이었다는 것을, 음악이 줄거리보다 먼저 말해 주는 셈이다.
사운드트랙 앨범의 첫 트랙으로, 소년이 밀밭에서 바람을 지휘하는 첫머리의 분위기를 이어받는 맨시나의 관현악이다.
- 화려한 선율로 시작하기보다 소리가 조금씩 쌓이며 열리는 방식이 바람에서 음악을 듣는 소년의 감각을 닮았다.
- 맨시나는 마지막 랩소디를 먼저 써 두고 그 조각을 영화 곳곳에 심었다. 여기서 들리는 짧은 선율 마디를 기억해 두면 마지막 곡에서 되돌아오는 순간을 알아챌 수 있다.
- 현악기가 넓게 깔아 주는 화음 위로 다른 악기가 하나씩 들어오는 짜임은 시야가 밀밭 위로 넓게 열리는 화면과 맞물려 들린다.
첼리스트 라일라의 바흐와 록 가수 루이스의 밴드 음악을 한 트랙에 엮어, 두 사람의 세계가 처음 맞닿는 대목을 소리로 옮겼다.
- 첼로 파트는 세션 첼리스트 스티브 어도디가, 노래는 루이스 역의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가 직접 맡았다.
- 엄격한 규칙 위에 선 바흐의 첼로와 자유롭게 터져 나오는 록이 번갈아 들리다가 겹쳐진다. 부모가 될 두 사람의 기질 차이가 곧 이 곡의 구조다.
- 서로 다른 두 음악이 한 곡 안에서 이어 붙는 방식은 결국 둘 다를 물려받을 아들의 음악을 미리 들려주는 장치처럼 들린다.
III. 도시의 소음, 거리의 기타
(가출) 보육원을 빠져나온 에반은 맨해튼에 닿는다. 영화는 이 대목에서 도시의 소음을 공들여 들려준다. 지하철이 철로를 긁는 소리, 농구공이 바닥을 치는 소리, 경적과 발소리가 하나씩 박자를 얻어 쌓이고, 그것이 에반의 귀에는 거대한 합주로 바뀐다. 이 장면에서도 주인공은 특정한 곡이 아니라 소리를 음악으로 엮어 내는 방식 자체다. 앞 장의 밀밭이 자연의 소리였다면 이번에는 도시의 소리가 그 자리를 넘겨받는다. (위저드) 에반은 거리에서 연주하는 소년 아서를 따라 폐허가 된 극장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위저드라고 불리는 사내가 아이들을 거리 악사로 내보내 돈을 거둬들이는 곳이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위저드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부리는 사람이고, 음악에 대한 진심과 탐욕이 한 사람 안에 뒤섞여 있다. (첫 기타) 기타를 처음 만진 에반은 줄을 튕기는 대신 지판을 두드리고 몸통을 치며 소리를 찾아낸다. 배운 적 없는 아이가 악기의 쓰임을 스스로 발명하는 장면이다. 이 연주는 맨시나와 기타리스트 캐키 킹이 함께 만든 곡으로, 화면에 크게 잡히는 손도 캐키 킹의 손이다. 두 손으로 지판을 두드리는 그녀의 독특한 주법이 그대로 에반의 재능을 보여 주는 장치가 되었다. (이름) 위저드는 소년을 무대에 세울 이름으로 어거스트 러쉬를 지어 준다. 에반을 찾는 사회복지사가 나타나자 위저드는 전단을 숨기고 소년을 곁에 붙잡아 두려 한다. 이름이 바뀌는 순간부터 소년의 음악은 처음으로 남의 손에 쥐어진다.
기타를 처음 손에 쥔 소년이 줄을 튕기는 대신 두드리며 소리를 찾아내는 장면의 연주로, 맨시나와 캐키 킹이 함께 썼다.
- 두 손가락으로 지판을 직접 두드려 음을 내는 태핑 주법과, 기타 몸통을 북처럼 치는 타악기식 연주가 한데 섞인다. 배운 적 없는 아이가 악기의 쓰임을 스스로 발명하는 듯한 인상은 여기서 나온다.
- 제목의 바리는 보통 기타보다 낮게 조율한 바리톤 기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낮고 굵은 울림이 어린 소년의 손에서 나온다는 점이 낯설고 인상적이다.
-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손은 배우가 아니라 캐키 킹의 손이다. 그녀는 극 중 어거스트의 기타 연주 대부분을 맡았다.
- 같은 음형을 되풀이하면서 조금씩 소리를 더해 가는 진행은, 도시의 소음을 박자로 쌓아 올리던 앞 장면의 청각을 기타 한 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들린다.
IV. 교회에서 배운 악보
(피신) 경찰이 극장을 덮치자 어거스트는 달아나다 할렘의 한 교회에 이른다. 그곳에서 성가대의 어린 소녀 호프를 만나는데, 호프가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가스펠이 이 영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가 되었다. 할렘의 청소년 공연 단체 임팩트 레퍼토리 시어터가 직접 부른 이 곡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기보) 호프는 어거스트에게 음표를 적는 법을 가르쳐 준다. 머릿속에서만 울리던 소리가 처음으로 종이 위에 고정되는 순간이다. 어거스트는 밤새 오선지를 채우고, 교회의 파이프오르간 앞에 앉아 건반과 페달로 거대한 화음을 끌어낸다. 자연과 도시의 소음에서 시작한 그의 음악이 여기서 처음으로 악보라는 형식을 얻는다. (줄리어드) 그 연주를 들은 목사의 주선으로 어거스트는 줄리어드에 들어간다. 11년 전 그의 어머니가 첼로를 공부하던 바로 그 학교다. 그는 그곳에서 큰 편성의 곡, 랩소디를 쓰기 시작하고, 학교는 그 곡을 센트럴파크의 야외 연주회에 올리기로 한다. (부모) 같은 시간, 이야기의 다른 두 줄기도 움직인다. 시카고에서 첼로를 가르치던 라일라는 병상의 아버지에게서 아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듣고, 다시 첼로를 꺼내 아들을 찾아 뉴욕으로 향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회사원으로 지내던 루이스도 라일라를 찾아 나서다가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세 사람이 서로를 모른 채 같은 도시로 모여드는 동안, 맨시나는 마지막 곡의 조각들을 장면마다 조금씩 흘려 둔다.
할렘의 교회에서 어린 호프와 성가대가 부르는 가스펠로, 어거스트가 처음으로 음악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만나는 순간이다.
- 할렘의 청소년 공연 단체 임팩트 레퍼토리 시어터와 호프 역의 자미아 시몬 내시가 직접 불렀다. 단체를 이끈 자말 조지프 등이 곡을 썼다.
- 한 사람이 선창하면 무리가 받아 부르는 주고받기 형식(콜 앤 리스펀스)은 가스펠의 뿌리 깊은 화법이다. 혼자서만 음악을 듣던 소년이 처음으로 응답을 받는 장면과 겹친다.
- 노랫말은 고난 속에서도 고개를 들고 소리를 높이자는 격려와 믿음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박수와 합창이 점점 불어나며 절정으로 간다.
- 제8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시상식 무대에서도 공연되었고, 상은 「원스」의 「Falling Slowly」에 돌아갔다.
V. 같은 날, 세 개의 무대
(납치) 연주회를 앞두고 위저드가 학교에 나타나 어거스트를 다시 거리로 데려간다. 어거스트는 워싱턴 스퀘어에서 기타를 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로 돌아간다. 랩소디가 연주될 날에 정작 작곡자가 자리에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중주) 그 광장에서 어거스트는 기타를 든 한 남자와 마주친다. 서로 누구인지 모르는 두 사람은 즉석에서 기타를 주고받으며 이중주를 벌인다. 한쪽이 한 구절을 던지면 다른 쪽이 받아 비틀고, 그렇게 몇 마디 만에 둘은 오래 함께 연주한 사람들처럼 호흡을 맞춘다. 남자는 소년에게 자기 공연에 와 보라고 권하고, 이 만남이 소년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이 장면의 기타는 캐키 킹이 아니라 브라질 기타리스트 에이토르 페레이라와 더그 스미스가 연주했다. (첼로) 같은 날 센트럴파크에서는 라일라가 오랜만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다. 그녀의 연주는 엘가 첼로 협주곡의 느린 도입부로 시작한다. 사운드트랙 앨범은 이 엘가와 루이스 쪽의 록 넘버를 한 트랙으로 엮어 실었다. 11년 전 하룻밤의 두 사람이 다시 같은 저녁에, 서로 다른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음악이 먼저 알려 준다. (질주) 어거스트는 위저드에게서 빠져나와 공원으로 달린다. 루이스도 거리의 현수막에서 라일라의 이름을 보고 공원으로 향한다. 영화는 이 마지막 구간을 세 사람의 이동과 음악의 고조로 맞물려 짠다. 그리고 어거스트가 지휘대에 올라 손을 드는 순간, 처음 밀밭에서 허공을 지휘하던 그 손짓이 실제 오케스트라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워싱턴 스퀘어에서 서로 누구인지 모르는 어거스트와 루이스가 즉석에서 벌이는 기타 이중주다.
- 한쪽이 구절을 던지면 다른 쪽이 받아 변형하는 주고받기 구조가 제목 그대로 결투처럼 진행된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의 호흡이 몇 마디 만에 맞아드는 것이 이 장면의 숨은 뜻을 대신 말한다.
- 극 중 어거스트의 다른 기타 곡과 달리 이 곡만은 캐키 킹이 아니라 에이토르 페레이라와 더그 스미스가 연주했다. 두 대의 기타가 각자 다른 손맛을 내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페레이라는 브라질 출신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 할리우드 영화음악 녹음에서 기타 연주자로 오래 활동했다.
센트럴파크에서 라일라가 연주하는 엘가 첼로 협주곡과 루이스 쪽의 록 넘버를 한 트랙으로 엮었다. 11년 만에 같은 저녁, 다른 무대에 선 두 사람이다.
- 라일라의 마지막 무대는 엘가 「첼로 협주곡 마단조」의 느린 도입부(아다지오-모데라토)로 열린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 쓰인 이 곡은 엘가 만년의 쓸쓸함이 짙게 밴 작품으로 꼽힌다.
- 첼로가 홀로 무겁게 화음을 긁으며 시작하는 첫머리는, 오래 악기를 놓았던 연주자가 다시 활을 드는 장면과 겹치며 단순한 독주 이상의 무게를 얻는다.
- 첼로의 클래식과 록 밴드의 소리가 번갈아 이어 붙으며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을 오가는 교차 편집을 귀로 듣게 한다. 앞의 「Bach/Break」와 짝을 이루는 구성이다.
- 이 엘가 협주곡은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의 녹음으로 특히 널리 알려져 있어, 클래식 애호가에게는 그 녹음의 기억을 함께 불러오는 선곡이기도 하다.
어거스트가 센트럴파크에서 지휘하는 마지막 곡이다. 맨시나가 가장 먼저 쓰고 그 조각을 영화 전체에 흩어 둔 곡이 마침내 온전한 모습으로 울린다.
-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이어 붙이는 한 악장짜리 곡을 랩소디(광시곡)라고 한다. 바람, 도시, 기타, 오르간, 가스펠을 거쳐 온 소년의 여정을 하나로 꿰기에 알맞은 형식이다.
- 앞서 장면마다 흘러나온 짧은 선율 조각들이 여기서 하나씩 제자리를 찾는다. 처음 듣는 곡인데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영화 내내 무의식중에 들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작곡가의 설명이다.
- 오케스트라와 합창에 기타의 음색이 섞여 들면서, 클래식과 록이라는 부모의 두 세계가 이 곡 안에서 한자리에 놓인다.
- 곡이 다장조(C major)로 쓰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피아노의 흰 건반만으로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조성으로, 어떤 꾸밈도 없는 처음 상태의 밝음을 떠올리게 한다.
- 맨시나 쪽 자료에서는 「랩소디 1번 다장조」라는 이름으로도 소개된다.
VI. 랩소디가 남기는 것
(합류) 어거스트의 랩소디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향해 온 곡이다. 맨시나가 가장 먼저 쓰고, 그 조각을 영화 곳곳에 흩어 둔 바로 그 곡이다. 밀밭의 바람, 도시의 소음, 거리의 기타, 교회의 오르간과 가스펠이 오케스트라와 합창 속에서 하나씩 되돌아온다. 관객은 처음 듣는 곡인데도 이상하게 익숙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작곡가가 노린 효과였다. (결말)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객석 곳곳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여기에 적지 않는다. 다만 음악이 그 자리에서 하는 일은 분명하다. 영화 내내 어긋나기만 하던 클래식과 록, 첼로와 기타의 음색이 이 곡 안에서 마침내 한자리에 놓인다. 대사가 거의 사라진 마지막 몇 분 동안 이야기를 끝맺는 것은 랩소디이고, 그 마지막 화음이 울린 뒤 무엇이 남는지는 관객이 직접 확인할 몫이다. (평가) 개봉 당시 비평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우연에 기댄 줄거리가 지나치게 동화 같다는 지적이 많았고, 바로 그 동화 같은 대담함이 이 영화의 힘이라는 평은 소수였다. 음악에 대해서는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호프가 부른 가스펠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고, 엔드 크레디트에는 존 레전드와 존 온드라식의 노래, 크리스 보티와 폴라 콜의 「God Bless the Child」가 이어진다. (계보)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을 놓고 겨룬 상대는 「원스」의 「Falling Slowly」였다. 거리 악사와 음악으로 이어지는 인연을 그린 두 영화가 같은 해 같은 부문에서 만난 셈이다.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이 시리즈에서 다룬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를 만들었다. 뉴욕 거리에서 녹음한 음악이 사람들을 다시 잇는다는 「비긴 어게인」의 발상은, 결은 다르지만 이 영화와 같은 믿음 위에 서 있다.
덜 알려진 이야기
할리우드에서 음악은 대개 촬영과 편집이 끝난 뒤, 맨시나의 표현대로라면 시간도 돈도 남지 않았을 때 붙는다. 이 영화는 그 순서를 거꾸로 했다. 배우가 지휘하고 연주하는 장면을 찍으려면 음악이 먼저 있어야 했기 때문에, 맨시나는 첫 장면을 찍기 몇 달 전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음악이 장면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서, 실은 장면이 음악을 따라 찍혔다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화면 속 어거스트의 손은 대부분 기타리스트 캐키 킹의 손이다. 두 손으로 지판을 두드리는 주법으로 이미 이름이 나 있던 그녀는 어거스트의 기타 곡 대부분을 연주하고, 클로즈업에 손 대역으로 나섰다. 그런데 광장의 이중주만은 에이토르 페레이라와 더그 스미스가 연주했다. 크레디트 깊숙이 묻힌 이런 분업은 소년 한 사람의 천재성으로 보이는 장면 뒤에 여러 연주자의 손이 겹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가스펠은 할리우드 작곡가의 곡이 아니라, 할렘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쳐 온 임팩트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나왔다. 단체를 이끈 자말 조지프는 컬럼비아대 영화과 교수이기도 하다. 시상식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른 자미아 시몬 내시는 아카데미 중계 무대에 오른 최연소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연자로 알려져 있다. 상은 「원스」의 「Falling Slowly」에 돌아갔다. 기타 영화의 음악을 맡은 맨시나는 그 자신이 이름난 기타 수집가이기도 하다. 2007년 카멜 매거진은 그가 빈티지 기타와 맞춤 제작한 기타와 베이스를 75대가량 갖고 있으며, 여덟 줄짜리 우쿨렐레 같은 특이한 악기도 모은다고 전했다. 클래식 기타로 음악을 시작해 록 밴드를 거친 작곡가의 이력이 소년이 기타를 처음 발견하는 장면에 고스란히 겹친다.
용어 노트 📚🔎
스코어(영화음악)
(말뜻) 영어 score 는 본래 눈금이나 새김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 음악에서는 여러 악기의 파트를 위아래로 나란히 새겨 적은 총보를 가리키게 되었고, 거기서 영화를 위해 새로 쓴 관현악 음악 전체를 스코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에 쓰인 음악 가운데 기존 노래나 삽입곡을 뺀, 작곡가가 그 영화의 장면에 맞춰 새로 쓴 배경음악을 말한다. 「어거스트 러쉬」의 음반에는 맨시나의 스코어와 여러 가수의 노래가 함께 실려 있다. 학예회 연극에 친구들이 직접 연주하는 반주를 붙인다면, 장면에 맞춰 새로 만든 그 반주가 스코어이고 중간에 다 같이 부르는 유행가는 삽입곡이다. (다른 데서는) 운동 경기에서는 득점이나 점수판을 가리킨다.
랩소디(광시곡)
(말뜻) 랩소디는 고대 그리스에서 서사시의 여러 대목을 이어 붙여 읊던 음유시인 랍소도스에서 온 말이다. 한자 이름 광시곡(狂詩曲)은 미친 듯 자유로운(狂) 시(詩)의 곡이라는 뜻으로, 정해진 틀 없이 감정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성격을 담았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교향곡처럼 정해진 악장 순서를 따르지 않고,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이어 붙여 한 악장으로 만든 곡을 말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곡이 랩소디인 것은, 소년이 바람과 도시와 교회에서 들은 서로 다른 소리를 하나로 꿰기에 맞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날짜 순서가 아니라 마음에 남은 순서대로 이어 붙인 앨범을 떠올리면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랩소디는 무언가를 열광적으로 늘어놓는 찬사를 비유적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라이트모티프는 독일어로 이끌다(leiten)와 동기(Motiv)를 합친 말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길잡이 노릇을 하는 짧은 선율이라는 뜻이고, 한자 유도동기(誘導動機)도 이끌어 주는 동기라는 같은 뜻을 옮긴 것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장소, 생각에 짧은 선율을 붙여 두고, 그것이 나올 때마다 같은 선율을 다시 들려주는 기법이다. 맨시나는 마지막 랩소디의 조각을 영화 곳곳에 심어 두어, 관객이 끝에 가서 그 조각들이 한 곡으로 모이는 것을 느끼게 했다. 게임에서 보스가 등장할 때마다 같은 음악이 흘러나와 화면을 보기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태핑
(말뜻) 영어 tap 은 가볍게 톡톡 두드린다는 뜻이다. 탭댄스의 탭과 같은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기타 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대신, 손가락 끝으로 지판 위의 줄을 직접 두드려 음을 내는 주법이다. 두 손을 모두 지판에 올리면 피아노를 치듯 여러 음을 동시에 낼 수 있다. 「어거스트 러쉬」에서 소년의 기타 연주를 맡은 캐키 킹은 이 주법으로 이름난 연주자다.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려 리듬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을 기타 줄 위에서 음높이까지 정해 가며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스마트폰에서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한 번 누르는 동작을 탭이라고 부른다.
가스펠
(말뜻) 가스펠(gospel)은 고대 영어 godspel, 곧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서 왔다. 기독교에서는 복음, 즉 예수의 가르침이라는 기쁜 소식을 뜻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미국 흑인 교회에서 자라난 종교 음악으로, 힘찬 독창과 합창, 박수와 손뼉이 어우러진다. 한 사람이 먼저 부르면 무리가 받아 부르는 주고받기가 큰 특징이다. 이 영화에서 호프와 성가대가 부르는 노래가 이 전통 위에 서 있다. 운동회에서 응원단장이 한 구절을 외치면 전교생이 받아 외치는 응원을 떠올리면, 가스펠이 어떻게 사람들을 하나로 끌어올리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데서는) 일상 영어에서 gospel truth 는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콜 앤 리스펀스(주고받기)
(말뜻) 영어 그대로 부름(call)과 응답(response)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사람이나 한 악기가 짧은 구절을 내놓으면 다른 쪽이 그것을 받아 대답하듯 이어 가는 짜임이다. 아프리카 음악에서 시작해 가스펠, 블루스, 재즈, 록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에서는 교회의 합창과, 광장에서 두 사람이 기타로 겨루는 이중주에 모두 이 방식이 쓰인다. 친구가 손뼉으로 박자를 치면 내가 똑같이 따라 치고, 이번엔 내가 새 박자를 내놓는 손뼉 놀이가 꼭 이렇다.
교차 편집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이상의 장면을 번갈아 이어 붙이는 편집 방식이다. 음악이 이 편집과 함께 가면, 서로 떨어져 있는 인물들이 하나의 박자로 묶여 있다는 느낌이 생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첼로의 클래식과 밴드의 록을 한 트랙에 번갈아 엮어, 화면의 교차 편집을 귀로도 듣게 한다. 생일 깜짝 파티를 준비할 때 한쪽에서는 친구들이 풍선을 불고, 다른 쪽에서는 주인공이 아무것도 모른 채 집으로 걸어오는 장면을 번갈아 보여 주는 영상을 떠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