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ies
속삭임과 절규를 오가며 얼터너티브 록의 문법을 새로 쓴, 보스턴에서 만난 네 사람의 실험.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멤버와 동료들 ⏳🌊
- 멤버블랙 프랜시스 (찰스 톰슨)
보컬과 기타, 밴드의 거의 모든 곡을 쓴 중심 작곡가.
- 멤버조이 산티아고
리드 기타를 맡아 밴드 결성 이전부터 톰슨과 친구였다.
- 멤버킴 딜
베이스와 보컬을 맡았고, 이후 브리더스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 멤버데이비드 러버링
드럼을 맡아 밴드의 결성 초기부터 함께했다.
- 프로듀서스티브 알비니
《서퍼 로사》를 라이브에 가깝게 녹음해 밴드의 초기 사운드를 결정지었다.
- 영향커트 코베인
너바나의 조용함-시끄러움 다이내믹이 픽시스에게서 왔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I. 앰허스트로 가는 길들 · 1965–1986
(보스턴) 1965년 4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찰스 마이클 키트리지 톰슨 4세가 태어났다. 훗날 무대에서 블랙 프랜시스라는 이름을 쓰게 될 그는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여러 도시를 옮겨 다녔고, 한때 가족이 오순절교회 신앙을 받아들이면서 성서적 이미지와 종말론적 상상이 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이는 훗날 그가 쓰는 가사의 초현실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의 뿌리가 됐다. (필리핀) 조이 산티아고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매사추세츠주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 기숙사에서 톰슨과 같은 층을 쓰며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함께 밴드를 하자는 막연한 약속을 주고받았다. (데이턴) 킴 딜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쌍둥이 자매 켈리 딜과 함께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자매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자랐고, 20대 초중반 결혼해 보스턴으로 이주했다. 이 시기 그는 밴드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목소리와 멜로디에 대한 직관은 이미 뚜렷했다. (드러머) 데이비드 러버링은 매사추세츠 벌링턴 인근에서 자랐다. 음악과 더불어 손재주에도 관심이 있었던 그는, 훗날 인연의 끈이 될 밴드 합류를 이때는 알지 못한 채 보스턴의 웬트워스 공과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II. 신문 광고와 픽시스 · 1986
(자퇴) 톰슨은 매사추세츠 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푸에르토리코에 잠시 머물렀다. 그곳에서 본 풍경과 낯선 경험은 그의 상상력에 강한 자극을 남겼다. 학교로 돌아온 그는 학업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산티아고에게 함께 밴드를 하자고 제안했다. (광고) 밴드는 보스턴의 한 신문에 베이시스트를 구하는 광고를 냈다. 조건은 후스커 두와 피터, 폴 앤 메리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 엉뚱한 조합에 응답한 것이 킴 딜이었다. 그는 베이스를 거의 만져본 적이 없었지만 오디션에 나타났다. (합류) 드러머 자리는 킴 딜의 지인 소개로 데이비드 러버링이 채웠다. 밴드 이름은 조이 산티아고가 사전을 뒤적이다 고른 단어 픽시스에서 따왔다. 톰슨은 무대 이름으로 블랙 프랜시스를 썼고, 이후 네 사람의 조합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밴드의 핵심으로 남았다.
III. 4AD와 서퍼 로사 · 1986–1988
(데모) 밴드는 1987년 보스턴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일곱 곡을 녹음해 데모 테이프를 만들었다. 훗날 퍼플 테이프라 불리게 될 이 녹음은 영국 레이블 4AD의 설립자 아이보 왓츠러셀의 손에 들어갔고, 그는 곧바로 밴드와 계약했다. 미국 밴드가 영국 레이블과 먼저 관계를 맺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음반) 1987년 이피 「컴 온 필그림」에 이어 1988년 정규 앨범 《서퍼 로사》가 나왔다. 프로듀서는 스티브 알비니였다. 그는 잔향과 편집을 최소화하고 밴드를 거의 라이브로 녹음하는 방식을 고집했으며, 훗날 이 앨범의 제작비와 자신의 몫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다이내믹) 이 앨범에서 블랙 프랜시스의 절제된 속삭임과 갑작스러운 절규가 부딪히는 구조, 이른바 조용함과 시끄러움을 오가는 다이내믹이 뚜렷한 형태를 갖췄다. 킴 딜의 목소리는 종종 배경에서 유령처럼 겹쳐졌고, 조이 산티아고의 기타는 정제된 리듬과 거친 파열음 사이를 오갔다.
《서퍼 로사》 수록곡으로, 스티브 알비니의 날것 그대로의 녹음 방식과 밴드의 조용함-시끄러움 다이내믹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도입부에서 조이 산티아고가 코러스(음을 겹쳐 울리게 만드는 이펙트) 페달을 건 기타로 연주하는 아르페지오(음을 하나씩 끊어 치는 화음)를 들어보라. 몽롱하고 물속에 있는 듯한 질감을 만든다.
- 후렴에서 배경에 낮게 깔리는 여성 목소리는 킴 딜의 것으로, 프로듀서 스티브 알비니가 자연스러운 잔향을 얻기 위해 타일 욕실에서 의도적으로 녹음했다고 전해진다.
- 블랙 프랜시스의 목소리는 절제된 속삭임으로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거의 절규에 가까운 고음으로 치닫는데, 이 낙차가 곡 전체의 긴장을 만든다.
- 곡 마지막의 점점 빨라지는 연주와 흐려지는 페이드아웃은 라이브에서 종종 더 길게 늘어지며, 관객이 후렴을 따라 부르는 순간으로 확장되곤 한다.
킴 딜이 유일하게 리드 보컬을 맡은 트랙으로, 톰슨 중심으로 굳어지던 밴드 안에서 그의 목소리와 작곡이 얼마나 독자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 이 곡은 킴 딜이 서퍼 로사에서 유일하게 리드 보컬을 맡은 트랙으로, 나른하고 낮은 음역의 목소리가 곡 전체를 이끈다.
- 베이스 라인이 곡의 뼈대를 이루는데, 딜 자신이 직접 쓴 굵고 반복적인 리프(짧게 되풀이되는 곡의 뼈대 악절)가 두드러진다.
-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영화 「마음의 죄」 속 나이 차이가 있는 연인 관계에서 어렴풋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 후렴에서 기타는 거의 배경으로 물러나고 목소리와 베이스만 남는 순간이 있는데, 이 여백이 오히려 곡을 더 크게 들리게 만든다.
IV. 정점의 세 장 · 1989–1991
(길노턴) 1989년 앨범 《둘리틀》부터 프로듀서 길 노턴이 합류하며 사운드가 한층 다듬어졌다. 첼로와 바이올린 같은 현악 편곡이 더해졌고, 밴드는 처음으로 미국과 영국 양쪽에서 상업적 성공을 맛봤다. 톰슨의 가사는 여전히 성서와 영화,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뒤섞었지만 곡의 구조는 더 단단해졌다. (불화싹틈) 성공과 함께 창작의 무게 중심을 둘러싼 긴장이 자라났다. 톰슨은 밴드의 거의 모든 곡을 혼자 쓰길 원했고, 킴 딜이 쓴 곡이 앨범에 실리는 일은 점점 줄었다. 딜은 이 시기 보스턴 밴드 스로잉 뮤지스의 타냐 도넬리와 함께 곁가지 밴드 브리더스를 시작했다. (투어) 1990년 《보사노바》, 1991년 《트롱프 르 몽드》가 연이어 나오며 밴드는 쉼 없이 투어를 돌았다. 체력적 소진과 인터뷰에서의 냉랭한 침묵이 반복됐고, 동시대 시애틀의 커트 코베인은 훗날 자신이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에서 조용함과 시끄러움을 오가는 구조를 픽시스에게서 그대로 가져오려 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인정했다.
길 노턴의 프로듀싱으로 사운드가 다듬어지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앨범으로, 밴드가 정점으로 올라서는 출발점이 됐다.
- 앨범을 여는 곡 「데베이서」는 스페인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를 언급하며 시작하는데, 이 곡이 앨범 전체의 정서를 압축해 보여준다.
- 길 노턴의 프로듀싱은 이전보다 소리를 훨씬 또렷하게 다듬었고, 데이비드 러버링의 드럼은 탐(낮은 음의 북)을 굴리는 필인(짧게 몰아치는 연주)으로 곡의 전환을 신호한다.
- 「몽키 곤 투 헤븐」 같은 트랙에서는 첼로와 바이올린이 얹혀 이전 앨범들과는 다른 풍성한 질감을 만든다.
-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조용함과 시끄러움의 다이내믹은 이 시기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형태로 들린다.
현악 편곡과 종말론적 이미지가 결합된 곡으로, 톰슨의 오순절교회 배경에서 비롯한 상상력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 도입부의 첼로와 바이올린 편곡은 길 노턴이 더한 것으로, 이전까지의 거친 사운드와는 다른 클래식한 질감을 곡에 입힌다.
- 후렴 직전 갑자기 커지는 밴드의 합주는 조용한 절과 대비되며 다이내믹의 낙차를 극대화한다.
- 가사에는 숫자를 하나씩 세어 나가는 대목이 있는데, 종말론적이고 환경 파괴를 암시하는 이미지와 겹쳐 불길한 느낌을 더한다.
- 블랙 프랜시스의 보컬은 낮게 읊조리다 후렴에서 거의 비명에 가깝게 치솟는데, 이 대비가 라이브에서 가장 극적으로 재현되는 순간 중 하나다.
《보사노바》의 대표곡으로, 밴드가 즐겨 쓴 공상과학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사운드에도 그대로 옮겨진 곡이다.
- 도입부의 기타는 트레몰로(음을 빠르게 떨듯이 반복하는 주법)와 리버브(잔향)를 두껍게 걸어 마치 먼 우주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를 낸다.
- 블랙 프랜시스는 후렴에서 가성(팔세토)으로 음을 끌어올리는데, 이는 이전 앨범들보다 한층 부드러워진 톤을 보여준다.
- 곡 중간 브리지에서 현악 편곡이 슬쩍 끼어들었다 사라지는 대목은 서퍼 로사 시절에는 없던 여유로운 편곡 감각을 드러낸다.
- 밴드가 이 시기 즐겨 쓴 공상과학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는 이 곡 제목과 분위기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V. 균열과 팩스 한 장 · 1992–1993
(거리감) 투어와 녹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안 넷 사이의 대화는 점점 줄었다. 톰슨과 딜은 인터뷰에서 서로 다른 창작 방향을 이야기했고, 밴드 내부에서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러버링과 산티아고는 두 사람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인 골을 메우지는 못했다. (해체) 1993년 초, 톰슨은 팩스로 멤버들에게 밴드를 끝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면 회의나 마지막 공연 같은 절차 없이, 그는 영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밴드가 끝났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남은 세 멤버는 팩스와 전화로 소식을 접했고, 이후 오랫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공백) 해체 이후 톰슨은 프랭크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킴 딜은 브리더스에 전념해 1993년 앨범 《라스트 스플래시》로 픽시스보다 더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산티아고와 러버링은 각자 다른 음악과 생업으로 흩어졌다.
VI. 다시 모인 무대 · 2004–2013
(재회) 2004년 네 사람은 11년 만에 다시 모여 재결합 투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짧게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 투어는 몇 년에 걸쳐 이어졌고, 밴드는 신곡 발표 없이도 전 세계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설 만큼 위상이 높아져 있었다. 재결합 초기의 긴장과 화해의 과정은 다큐멘터리로도 기록됐다. (단발곡) 2004년 밴드는 「밤 트월」이라는 신곡 하나를 인터넷으로 공개했다. 새 앨범 없이 단일 디지털 싱글만 내놓는 방식은 당시로서는 드문 시도였다. 이 곡은 킴 딜이 주로 쓴 곡으로, 오랜만에 그의 작곡이 다시 밴드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다. (재이별) 그러나 화해는 완전하지 않았다. 2013년 딜은 새 앨범 녹음 도중 밴드를 다시 떠났다. 이번에는 팩스도 라디오 발표도 아닌 조용한 결별이었다. 남은 세 멤버는 세션 및 투어 베이시스트를 거쳐 아르헨티나 출신 연주자 파스 렌찬틴을 새 멤버로 맞아들였다.
재결합 직후 발표된 단일 디지털 싱글로, 킴 딜의 작곡이 오랜만에 다시 밴드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다.
- 만화책 효과음에서 따온 제목처럼, 이 곡은 장난스럽고 즉흥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 킴 딜이 주로 작곡한 곡으로, 그의 특유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베이스 리프가 곡을 이끈다.
- 새 앨범 없이 디지털 싱글 한 곡만 발표한 방식 자체가, 그 시절로서는 이례적인 실험이었다.
- 가사보다는 리듬과 후렴구의 흥얼거림이 곡을 기억하게 만드는, 비교적 가벼운 곡이다.
VII. 새로운 얼굴들 · 2014–2026
(신보) 2014년 앨범 《인디 신디》는 킴 딜 없이 녹음된 첫 정규작이었다. 평가는 엇갈렸지만 밴드가 원년 멤버 없이도 계속되기로 한 선택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후로도 밴드는 꾸준히 새 앨범을 냈고, 파스 렌찬틴은 오랫동안 라이브 무대를 지켰다. (영향) 픽시스가 만든 조용함과 시끄러움의 다이내믹은 이후 세대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커트 코베인뿐 아니라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도 초기 인터뷰에서 픽시스를 결정적 영향으로 꼽았다. 한 세대의 얼터너티브 록이 이 네 사람의 실험 위에 서 있다는 평가는 이제 거의 논쟁의 여지가 없다. (현재) 톰슨, 산티아고, 러버링은 새 베이시스트 엠마 리처드슨과 함께 여전히 무대에 서고 있다. 결성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밴드는 해체하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킴 딜 없이 녹음된 첫 정규 앨범으로, 원년 멤버 없이도 계속되기로 한 밴드의 선택을 보여준다.
- 대표곡 「백보이」는 앨범보다 앞서 2013년에 싱글로 먼저 나온 곡으로, 이전보다 매끈하고 현대적인 프로듀싱을 들려준다.
- 기타 톤은 더 두꺼운 디스토션(소리를 일부러 찢어지게 왜곡한 음색)을 써서, 예전의 거친 로파이(낮은 음질을 일부러 살린) 질감과는 다른 인상을 준다.
- 새로 합류한 연주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리듬 섹션이 이전보다 안정적이고 무거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 옛 팬들 사이에서는 이 앨범이 이전 시절과 다르다는 반응이 갈렸는데, 그 자체가 밴드가 원년 멤버 없이도 계속되는 길을 택했다는 증거였다.
덜 알려진 이야기
(이름) 밴드 이름 픽시스는 조이 산티아고가 사전을 뒤적이다 고른 단어다. 그는 '장난꾸러기 작은 요정'이라는 풀이가 마음에 들어 이 단어를 골랐다. (마이크) 「Where Is My Mind?」의 유명한 배경 보컬은 사실 제대로 녹음하려던 소리가 아니었다. 프로듀서 스티브 알비니는 여러 인터뷰에서, 킴 딜의 배경 보컬을 자연스러운 잔향을 살리기 위해 타일 욕실에서 의도적으로 녹음했다고 회고했다. (테이프) 밴드의 첫 데모는 팬들 사이에서 퍼플 테이프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 녹음 가운데 여덟 곡은 1987년 이피 「컴 온 필그림」으로 곧바로 정식 발매됐고, 나머지 곡은 2002년에야 별도의 이피로 공개됐다. (정산) 스티브 알비니는 《서퍼 로사》가 록 역사에 남을 명반으로 꼽히는 동안에도, 자신은 표준 일당만 받고 인세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수십 년에 걸쳐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를 개인적인 억울함이라기보다 음반 업계 정산 구조 자체의 문제로 자주 설명했는데, 이 발언들은 훗날 그가 산업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용어 노트 📚🔎
이피(EP)
(말뜻) EP는 영어 Extended Play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보통 싱글보다 길게 늘려 놓은 음반이라는 뜻이다. (록에서) 정규 앨범보다는 짧고 싱글 한 곡보다는 긴, 보통 서너 곡에서 예닐곱 곡 정도를 담은 음반을 가리킨다. 밴드가 정식 데뷔 전에 자신을 알리기 위해 적은 곡으로 먼저 내놓는 경우가 많다. 학예회에서 짧은 공연 한 세트를 먼저 선보인 뒤 나중에 긴 공연으로 이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다이내믹
(말뜻) 다이내믹은 그리스어 뒤나미스(힘)에서 온 말로, 원래 힘이나 에너지의 변화를 뜻한다. (록에서) 노래 안에서 소리의 크기와 세기를 확 낮췄다가 갑자기 높이는 구성을 가리킨다. 픽시스는 속삭이듯 노래하다가 후렴에서 한꺼번에 소리를 터뜨리는 방식을 자주 썼다. 교실이 조용하다가 종이 울리자마자 다 같이 시끌벅적해지는 순간을 떠올리면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다이내믹은 운동이나 조직 이론에서 힘의 관계나 변화 양상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오버더빙
(말뜻) 오버(위에)와 더빙(다시 녹음)이 합쳐진 말로, 이미 녹음된 소리 위에 다른 소리를 겹쳐 쌓는다는 뜻이다. (록에서) 기타나 목소리를 같은 자리에서 여러 번 녹음해 겹쳐 넣거나, 나중에 현악기 같은 새로운 소리를 더해 넣는 녹음 기법이다. 돌림노래를 미리 녹음해 두고 그 위에 새로운 목소리를 더 얹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얼터너티브 록
(록에서) 1980~90년대에 주류 라디오와는 다른 길을 걸었던 록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해진 인기 공식을 따르지 않고 거칠거나 실험적인 소리를 추구한 밴드들을 묶어 부른다. 교실에서 다수가 좋아하는 유행과 다른 자기만의 취향을 밀어붙이는 친구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른 데서는) 얼터너티브는 일반적으로 대안이나 다른 선택지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헤드라이너
(말뜻) 헤드(머리, 맨 위)와 라이너(줄에 적힌 이름)가 합쳐진 말로, 포스터에서 가장 위, 가장 큰 글씨로 적히는 이름이라는 뜻이다. (록에서) 페스티벌이나 공연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와 메인 무대를 책임지는 출연자를 가리킨다. 학예회에서 마지막 순서를 맡은 팀이 그날 공연의 얼굴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잔향(리버브)
(말뜻) 잔향은 한자로 남을 잔(殘), 울림 향(響)을 써서, 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울림이라는 뜻이다. (록에서) 소리가 벽이나 공간에 부딪혀 여러 번 반사되며 만들어내는 울림 효과, 혹은 그것을 흉내 낸 전자 장치를 가리킨다. 스티브 알비니는 이 울림을 인위적으로 더하는 대신 실제 방의 울림을 그대로 녹음하는 방식을 즐겨 썼다. 동굴이나 체육관에서 소리를 지르면 한참 동안 울림이 남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