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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Floyd

핑크 플로이드 (1965–2014)

네 사람이 쌓은 거대한 소리는 끝내 떠나간 한 사람의 빈자리를 맴돌았다.

한눈에 보기 🔭💭

1. 뿌리영국 런던 결성케임브리지 소년들건축학교 동기2. 시드시 에밀리 플레이UFO 클럽1968년 이탈3. 모색원자 심장 어머니에코스폼페이 공연4. 정점다크 사이드 앨범위시 유 워 히어미친 다이아몬드5. 벽애니멀스와 펑크더 월아버지의 전쟁6. 이후디비전 벨라이브 8 재회엔들리스 리버플로이드1965–2014광기와 부재, 돈과 전쟁을 거대한 소리의 건축…
무대가 된 도시 🧭🗺️
N영국케임브리지1943–1965런던1965–2014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멤버와 동료들 ⏳🌊

  • 멤버시드 배럿

    창립 기타리스트이자 초기 작곡의 중심으로, 1968년 떠난 뒤에도 밴드 음악의 가장 오랜 주제로 남았다.

  • 멤버로저 워터스

    베이스와 노래를 맡았고 《다크 사이드》부터 《더 파이널 컷》까지 가사와 콘셉트를 이끌었다.

  • 멤버닉 메이슨

    드럼을 맡아 모든 앨범에 참여한 유일한 멤버이며 회고록으로 밴드의 역사를 남겼다.

  • 멤버리처드 라이트

    건반을 맡아 「더 그레이트 기그 인 더 스카이」 등을 쓰며 밴드 소리의 바탕을 만들었다.

  • 멤버데이비드 길모어

    1968년 합류한 기타와 노래로, 1985년 이후 밴드를 이끌었다.

  • 영향데이비드 보위

    배럿을 존경해 「시 에밀리 플레이」를 커버했고 2006년 길모어의 무대에서 「아널드 레인」을 불렀다.

YouTube에서 7곡 이어 듣기 ↗

I. 케임브리지에서 온 소년들 · 1943–1966

(결성) 1965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됐다. 그러나 이야기의 뿌리는 런던 북쪽의 대학 도시 케임브리지에 있다. 로저 워터스, 시드 배럿, 데이비드 길모어가 모두 이 도시에서 자랐다. 1943년에 태어난 워터스는 이듬해 아버지 에릭 플레처 워터스를 이탈리아 안치오 전투에서 잃었고, 교사였던 어머니 손에서 컸다.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죽음은 훗날 이 밴드 음악의 가장 깊은 주제가 된다. (배럿) 1946년생 로저 키스 배럿, 곧 시드는 병리학자의 아들로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열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같은 해 태어난 길모어는 동물학 강사의 아들로, 케임브리지의 기술학교에서 배럿과 만나 함께 기타를 치던 사이였다. (건축) 런던으로 올라간 워터스는 리젠트 스트리트 폴리테크닉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동기 닉 메이슨, 리처드 라이트와 밴드를 꾸렸다. 이름이 여러 번 바뀌던 이 모임에 1965년 배럿이 합류했고, 배럿은 아끼던 미국 블루스 음반의 두 연주자 핑크 앤더슨과 플로이드 카운슬의 이름을 따 밴드명을 지었다. 재즈 기타리스트 밥 클로즈가 떠나자 역할이 정리됐다. 배럿이 기타와 노래와 작곡을, 워터스가 베이스를, 라이트가 오르간을, 메이슨이 드럼을 맡았다. (지하) 1966년 런던에는 대안 문화의 무대가 생겨나고 있었다. 밴드는 마키 클럽의 즉흥 모임, 노팅힐의 교회 강당, 이어 문을 연 UFO 클럽에서 연주했다. 블루스 커버로 시작한 노래는 끝없는 즉흥 연주로 번졌고, 기름 방울을 비춘 조명이 연주자들을 덮었다. 환각 체험을 소리와 빛으로 옮기려 한 음악(사이키델릭)의 상징이 되어 가던 밴드에게 강사 피터 제너와 앤드루 킹이 매니저를 자처했다.

II. 미친 다이아몬드 · 1967–1968

(계약) 1967년 초 밴드는 EMI와 계약하며 약 5천 파운드의 선급금을 받았다. 첫 싱글 「아널드 레인」은 빨랫줄의 옷을 훔치는 사내를 그린 배럿의 곡으로, 일부 방송이 틀기를 꺼렸지만 영국 차트 20위에 올랐다. 이어진 「시 에밀리 플레이」는 6위까지 올랐다. 배럿은 소리를 시간차로 되울리는 장치(딜레이)를 거친 기타로 몽롱한 울림을 만들었다. (애비로드) 데뷔 앨범 《새벽의 문 앞에 선 피리 부는 사나이》는 비틀스의 엔지니어였던 노먼 스미스의 제작으로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비틀스가 옆방에서 《서전트 페퍼》를 만들던 때였고, 멤버들은 그 녹음을 구경하기도 했다. 동화 같은 노래와 우주를 향한 긴 즉흥곡이 한 음반에 나란히 놓였다. (붕괴) 성공과 함께 배럿은 무너져 갔다. 환각제 LSD를 많이 복용했다고 전해지며, 정신 질환이 있었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텔레비전 무대에서 입을 다문 채 서 있거나, 공연 중 한 코드만 되풀이했다고 동료들은 회고했다. (교체) 1967년 말 밴드는 케임브리지 친구 길모어를 불렀다. 다섯 명 체제는 몇 주 가지 않았다. 1968년 1월 공연장으로 가던 멤버들은 배럿을 데리러 가지 않기로 했고, 그것이 사실상의 결별이었다. 제너와 킹은 배럿을 따라 떠났다. 데이비드 보위는 영국식 억양으로 록을 부른 첫 사람으로 배럿을 꼽으며 존경했고, 1973년 《핀 업스》에서 「시 에밀리 플레이」를 다시 불렀다.

♪시 에밀리 플레이 (See Emily Play)1967연주 Pink Floyd · Syd Barrett

배럿이 이끌던 짧은 전성기를 가장 선명하게 남긴 싱글이다. 동화 같은 어조로 한 소녀를 향해 말을 거는 노래 안에, 곧 무너질 배럿의 어지러운 상상력이 이미 번득인다.

  • 곡을 여는 것은 라이트의 파르피사 오르간이다. 얇고 날카로운 이탈리아제 전자 오르간 음색이 1967년 런던 지하 무대의 색을 그대로 담고 있다.
  • 배럿의 기타는 자기 드럼에 소리를 새겨 되울리는 바인슨 에코렉(딜레이 장치)을 거쳐 물결처럼 번진다. 절과 절 사이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기타 소리에 귀를 두자.
  • 중간부에서 갑자기 빨라지는 짧은 악구는 테이프 속도를 바꿔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초 동안 장난감 상자를 뒤집은 듯한 순간이 지나간다.
  • 3분이 채 안 되는 길이 안에 동요 같은 가락과 어지러운 효과음이 함께 있다. 같은 해 데뷔 앨범의 긴 즉흥곡 「인터스텔라 오버드라이브」와 나란히 들으면 배럿의 두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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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메아리 · 1968–1972

(모색) 작곡의 중심을 잃은 밴드는 한동안 길을 더듬었다. 《어 소서풀 오브 시크리츠》(1968)에는 배럿의 마지막 곡과 네 사람이 함께 만든 긴 소리 실험이 나란히 실렸다. 영화 음악 《모어》, 라이브와 개인 실험을 묶은 두 장짜리 《우마굼마》가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자브리스키 포인트」에도 곡을 써 주었지만 대부분 채택되지 않았다. (관현악) 1970년 《원자 심장 어머니》에서는 작곡가 론 기신과 손잡고 금관과 합창단을 끌어들인 23분짜리 모음곡을 만들었다. 표지에는 밴드 이름도 제목도 없이 젖소 한 마리만 있었다. 밴드의 첫 영국 차트 1위 앨범이었지만, 멤버들은 훗날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정) 같은 해 길모어와 워터스는 옛 친구 배럿의 솔로 앨범 《더 매드캡 래프스》의 녹음을 도왔고, 길모어는 두 번째 앨범 《배럿》까지 제작을 맡았다. 흔들리는 배럿의 연주를 녹음으로 붙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에코스) 전환점은 1971년 《메들》이었다. 각자 짧은 조각을 가져와 이어 붙이는 방식에서 23분짜리 「에코스」가 태어났다. 길모어의 노래하는 듯한 기타와 라이트의 건반이 처음으로 밴드 고유의 색을 이루었고, 워터스는 사람 사이의 공감이라는, 이후 오래 붙들 주제를 처음 가사에 담았다. 같은 해 가을 관객 없는 폼페이 원형극장에서 찍은 공연 영화가 이 시기의 모습을 남겼다.

♪에코스 (Echoes)1971실황 Pink Floyd · 1972 폼페이

배럿 이후의 밴드가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찾은 곡이다. 조각을 이어 붙이던 모색기의 방식이 23분의 한 흐름으로 완성됐고, 워터스가 공감이라는 주제를 처음 붙든 자리이기도 하다.

  • 도입부의 수중 음파 같은 울림은 라이트가 피아노 한 음을 회전하는 스피커(레슬리 스피커)에 통과시켜 만든 것이다. 그 한 음이 곡 전체의 바다를 연다.
  • 첫 절은 길모어와 라이트가 같은 가락을 함께 부른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한 사람이 아닌 듯한 부드러운 질감이 생긴다.
  • 7분 무렵부터 워터스의 베이스와 메이슨의 드럼이 춤추는 듯한 반복 리듬(그루브)을 깔고, 그 위로 길모어의 솔로가 이어진다. 앨범에서 가장 몸이 움직이는 대목이다.
  • 11분 전후의 기괴한 중간부에서 들리는 갈매기 울음 같은 소리는, 길모어가 발로 밟아 음색을 열고 닫는 장치(와와 페달)를 거꾸로 연결했다가 우연히 얻었다고 밝힌 소리다.
  • 폼페이 원형극장 공연 영화의 연주와 비교해 들어 보자. 관객 없는 돌 무대에서 곡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연주되며, 스튜디오판보다 거칠고 넓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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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달의 뒷면 · 1972–1975

(구상) 1971년 말 메이슨의 집에서 워터스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압박들, 곧 시간과 돈과 전쟁과 죽음을 한 장에 엮자고 제안했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음반(콘셉트 앨범)이었고, 가사는 모두 워터스가 쓰기로 했다. 밴드 안에서 워터스의 주도권이 커지는 출발점이었다. 곡들은 1972년 내내 무대에서 먼저 다듬어졌다. (녹음) 애비 로드에서 젊은 엔지니어 앨런 파슨스가 녹음을 맡았다. 16트랙 녹음기 덕분에 소리를 겹겹이 덧입히는 작업(오버더빙)이 자유로워졌고, 전기 신호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신시사이저)와 테이프를 고리처럼 이어 같은 소리를 되풀이하는 기법(테이프 루프)이 곡 사이를 메웠다. 라이트가 쓴 「더 그레이트 기그 인 더 스카이」에서는 세션 가수 클레어 토리가 가사 없는 즉흥 보컬로 죽음 앞의 두려움을 불렀고, 토리는 훗날 공동 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광기를 다룬 마지막 곡들에는 배럿의 기억이 짙게 배어 있었다. (성공) 1973년 3월 나온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 1988년까지 700주 넘게 머물렀고 전 세계에서 수천만 장이 팔렸다. 네 사람은 부자가 되었지만, 그 뒤 한동안 혼란스럽고 공허한 시기가 찾아왔다고 길모어는 회고했다. (부재) 1975년 《위시 유 워 히어》는 그 공허와 음악 산업에 대한 냉소, 그리고 배럿을 향한 앨범이었다. 그해 6월 「샤인 온 유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다듬던 스튜디오에 머리와 눈썹을 민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배럿이었다. 멤버들은 한참 뒤에야 배럿을 알아보았고, 몇몇은 눈물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공식 MV 「Time」 — Pink Floyd

시간과 돈과 죽음과 광기를 한 흐름으로 엮은 콘셉트 앨범이다. 곡 사이의 틈이 없이 이어지도록 설계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듣도록 만들어졌다.

  • 앨범은 심장 박동으로 시작해 심장 박동으로 끝난다. 그 사이의 모든 소리가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배치됐다.
  • 영상 카드의 곡 「타임」은 수십 개의 시계가 한꺼번에 울리는 소리로 열린다. 파슨스가 앨범과 별개로 입체 음향 시험용으로 골동품 시계 가게에서 녹음해 둔 소리였다. 이어 메이슨이 음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작은 북(로토톰)을 하나씩 두드린다.
  • 「머니」는 동전과 금전 등록기 소리를 테이프 루프로 이어 붙여 시작한다. 한 마디가 일곱 박인 낯선 박자로 흐르다가 길모어의 기타 솔로 대목에서 네 박으로 바뀌는 순간을 짚어 보자.
  • 「더 그레이트 기그 인 더 스카이」에서는 라이트의 피아노 위로 토리의 가사 없는 목소리가 치솟았다 무너진다. 말 없이 감정만으로 죽음을 노래하는 화법이다.
  • 곡 사이사이 들리는 혼잣말 같은 목소리들은 스튜디오 직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 카드를 보여 주고 받아 낸 대답이다. 대본 없는 실제 사람들의 목소리라 더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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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온 유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Shine On You Crazy Diamond)1975실황 Pink Floyd · 1990 Knebworth

떠나간 배럿에게 바친 곡이다. 원망 없이, 오래 알던 친구를 향해 안부를 묻듯 말을 거는 어조이며, 이 곡을 다듬던 날 배럿이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 첫머리에 길게 깔리는 신비로운 화음은 물 묻힌 와인 잔 가장자리를 문질러 낸 소리를 녹음해 겹친 것을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위로 라이트의 신시사이저가 천천히 떠오른다.
  • 4분쯤 길모어가 기타로 한 음씩 띄엄띄엄 연주하는 네 음의 모티프가 곡의 심장이다. 길모어가 우연히 친 네 음이었고, 멤버들은 이 가락의 쓸쓸함에서 배럿을 떠올렸다고 전해진다.
  • 파트 I부터 V까지가 앨범 맨 앞에, VI부터 IX까지가 맨 끝에 놓여 앨범 전체를 감싸는 구조다. 합치면 26분에 이르는 이 형식 자체가 부재를 둘러싼 액자처럼 보인다.
  • 파트 V의 끝에서 딕 패리의 색소폰이 등장한다. 기타가 이끌던 곡에 사람 목소리 같은 관악기가 들어오며 분위기가 한층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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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벽 · 1976–1983

(풍자) 1977년 《애니멀스》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빌려 사람들을 개와 돼지와 양으로 나눈 사회 풍자였다. 표지 촬영 때 배터시 발전소 위에 띄운 거대한 돼지 풍선이 줄이 풀려 날아가는 소동도 있었다. 같은 해 런던에서는 펑크가 터졌다. 섹스 피스톨즈의 조니 로튼은 핑크 플로이드 티셔츠의 로고 위에 싫다는 말을 손으로 써넣어 입고 다니며, 낡고 거대해진 록의 상징으로 이 밴드를 지목했다. (소외) 그해 북미 경기장 투어 내내 워터스는 소리치는 수만 관객과의 거리를 견디기 어려웠고, 스스로 밝히기로 무대와 객석 사이에 벽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그 생각은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고, 학교에 짓눌리고, 끝내 스스로를 가두는 록스타 핑크의 이야기로 자랐다. (돈) 1978년 밴드는 자산 관리 회사 노턴 워버그에 맡긴 돈을 크게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금 문제로 멤버들은 1979년 한 해 동안 영국을 떠나야 했고, 앨범을 서둘러 내야 했다. 프로듀서 밥 에즈린이 합류해 프랑스와 로스앤젤레스에서 녹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라이트는 정식 멤버에서 물러나기로 합의하고 투어에는 급료를 받는 연주자로 참여했다. 막대한 무대 비용으로 적자가 난 투어에서 고정 보수를 받은 라이트만 돈을 벌었다고 전해진다. (월) 1979년 11월 《더 월》이 나왔고 「어나더 브릭 인 더 월 파트 2」는 영국과 미국에서 1위에 올랐다. 공연에서는 실제로 벽을 쌓아 밴드를 가렸다가 마지막에 무너뜨렸다. 1982년 앨런 파커 감독의 영화가 나왔고, 1983년 《더 파이널 컷》은 워터스의 아버지에게 바쳐진 전쟁과 상실의 앨범이었다.

♪어나더 브릭 인 더 월 파트 2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1979실황 Pink Floyd · 1994 PULSE

《더 월》의 주인공이 학교에서 벽돌 하나를 더 쌓게 되는 대목이다. 억압적인 교육에 맞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화법의 중심에 서 있다.

  • 프로듀서 밥 에즈린의 제안으로 드럼은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처럼 일정하게 찍는 리듬을 택했다. 메이슨의 담백한 하이햇과 워터스의 단단한 베이스가 춤곡 같은 바닥을 깐다.
  • 두 번째 절은 런던 이슬링턴 그린 스쿨 학생들이 부른다. 엔지니어가 학교로 가서 녹음한 목소리를 여러 번 겹쳐 큰 합창처럼 만들었다.
  • 합창 뒤의 길모어 솔로는 깁슨 레스 폴 기타로 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날카롭게 찌르기보다 끈적하게 휘감는 음색이 차가운 리듬과 대조를 이룬다.
  • 곡 끝에서 교실의 고함과 운동장의 소음이 겹쳐지며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이 곡이 단독 싱글이기 이전에 긴 이야기의 한 장면임을 알려 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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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터블리 넘 (Comfortably Numb)1979실황 Pink Floyd · 베네치아

벽 안에 갇혀 감각을 잃어 가는 주인공을 그린 곡이다. 길모어의 선율과 워터스의 가사가 가장 깊이 맞물린, 두 사람 협업의 정점으로 꼽힌다.

  • 곡의 뼈대는 길모어가 솔로 앨범을 위해 만들어 둔 데모에서 나왔고, 워터스가 가사를 붙였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감각이 한 곡 안에서 만난다.
  • 절은 워터스가 낮고 건조하게, 후렴은 길모어가 따뜻하고 높게 부른다. 바깥에서 말을 거는 차가운 목소리와 안에서 대답하는 아득한 목소리의 대화로 들어 보자.
  • 곡을 닫는 두 번째 솔로는 길모어가 여러 차례 연주한 것 중 좋은 부분을 골라 이어 붙였다고 회고한 것이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에 소리를 뭉개 두텁게 만드는 장치(퍼즈)를 걸었다고 알려져 있다.
  • 뒤편에 흐르는 현악은 마이클 케이먼의 편곡이다. 1980–81년 공연에서 길모어는 쌓아 올린 벽 꼭대기에 올라 이 솔로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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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남은 사람들 · 1985–2014

(이름) 1985년 워터스는 밴드를 떠나며 핑크 플로이드가 창작적으로 끝났다고 보았다. 길모어와 메이슨이 이름을 이어 쓰려 하면서 이름의 권리를 둘러싼 법적 절차가 진행됐고, 1987년 12월 합의로 마무리됐다. 길모어와 메이슨이 이름을 쓰고 워터스는 《더 월》 관련 권리 등을 갖는 내용이었다. (재건) 길모어가 이끈 《어 모멘터리 랩스 오브 리즌》(1987)에 라이트가 다시 연주자로 돌아왔고 대규모 세계 투어가 이어졌다. 1994년 《디비전 벨》에서 라이트는 계약상 정식 멤버는 아니었지만 작곡에 이름을 올렸다. 소통의 단절을 주제로 한 이 앨범의 가사 다수는 작가 폴리 샘슨이 길모어와 함께 썼고, 길모어의 아내인 샘슨은 이후 길모어 음악의 주요 작사가가 되었다. 케임브리지의 젊은 날을 돌아보는 마지막 곡에서 밴드는 처음으로 자신들의 출발점을 노래했다. (재회) 2005년 7월 런던 하이드파크의 「라이브 8」에서 네 사람은 24년 만에 한 무대에 섰고, 워터스는 그 자리에 없는 배럿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듬해 5월 길모어의 런던 공연에는 보위가 나와 배럿의 「아널드 레인」을 불렀다. 그해 7월 배럿은 1970년대 이후 음악을 떠나 그림을 그리며 조용히 살던 케임브리지에서 60세로 세상을 떠났다. 2008년 9월에는 라이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침표) 2014년 《디 엔들리스 리버》는 《디비전 벨》 시기 녹음에 남은 라이트의 연주를 바탕으로 길모어와 메이슨이 완성한, 거의 연주곡으로 된 앨범이었다. 길모어는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2022년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싱글 「헤이 헤이 라이즈 업」을 이 이름으로 한 번 더 냈지만, 밴드의 이야기는 사실상 2014년에 닫혔다.

♪하이 호프스 (High Hopes)1994공식 MV — Pink Floyd

《디비전 벨》의 마지막 곡으로, 나이 든 화자가 케임브리지에서 보낸 젊은 날을 담담히 돌아본다. 밴드가 처음으로 자기들의 출발점을 노래한 곡이다.

  •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울리는 종소리가 앨범 제목과 이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조용히 알리는 장치처럼 들린다.
  • 단순하게 되풀이되는 피아노 음형 위로 길모어의 목소리가 낮게 시작한다. 화려한 장치 없이 회상의 어조를 지키는 담백함이 이 곡의 힘이다.
  • 후반부의 긴 솔로는 무릎 위에 눕혀 놓고 금속 막대를 미끄러뜨려 연주하는 기타(랩 스틸)로 했다.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는 소리가 울음처럼 길게 늘어진다.
  • 현악 편곡은 《더 월》에 이어 다시 마이클 케이먼이 맡았다. 솔로가 끝나고 소리가 잦아드는 마지막 몇 분을 끝까지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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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이야기

(사방음향) 1967년 5월 런던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 열린 공연 「게임스 포 메이」에서 밴드는 애비 로드 기술자에게 맡겨 만든 조종 장치로 소리를 객석 사방으로 돌려 보냈다. 아지무스 코디네이터라 불린 이 장치는 오늘날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입체 음향이 상품이 되기 훨씬 전의 실험이었지만, 화제가 된 것은 음악과 조명이었기에 이 장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회자돼 왔다. (목소리)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의 곡 사이 목소리를 모을 때, 같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던 폴 매카트니도 질문 카드에 답했다. 그러나 매카트니 부부의 대답은 너무 웃기려 애쓴다는 판단으로 쓰이지 않았고, 대신 애비 로드의 문지기 게리 오드리스콜의 꾸밈없는 말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앨범의 명성에 비해 녹음실 일화로만 전해져 덜 알려졌다. (버려진곡) 「어스 앤드 뎀」의 선율은 1970년 안토니오니의 영화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위해 라이트가 쓴 피아노 곡에서 나왔다. 감독이 거절한 이 곡은 몇 년 뒤 밴드의 가장 많이 팔린 앨범에 실렸다. 영화 음악 작업 자체가 실패로 기억되면서, 이 연결은 오랫동안 주석으로만 남았다.

용어 노트 📚🔎

사이키델릭

(말뜻) 그리스어 psyche(마음·영혼)와 delos(드러나다)를 합친 말로, 마음속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1950년대에 환각제의 효과를 설명하려고 만든 말이다. (록에서) 1960년대 중후반, 환각 체험을 소리와 빛으로 옮기려 한 음악을 가리킨다. 긴 즉흥 연주, 메아리처럼 번지는 기타, 낯선 효과음, 무대 위의 일렁이는 조명이 특징이다. 수영장 물속에서 눈을 뜨면 빛이 출렁이고 소리가 멀게 울리는데, 그 느낌을 일부러 무대 위에 만들어 내려 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옷이나 포스터에서 화려한 소용돌이 무늬와 형광색을 쓴 디자인을 가리킬 때도 쓴다.

콘셉트 앨범

(록에서) 노래 여러 곡을 따로따로 모은 음반이 아니라, 앨범 전체가 하나의 주제나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만든 음반이다. 곡 순서가 중요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들어야 뜻이 온전히 드러난다. 한 학기 동안 모둠이 한 주제를 정해 여러 번 발표를 이어 가면 마지막 발표를 들어야 전체 그림이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과 《더 월》이 대표적이다.

오버더빙

(록에서) 먼저 녹음해 둔 소리 위에 다른 소리를 덧입혀 녹음하는 작업이다. 한 사람이 기타를 여러 번 연주해 겹치거나, 녹음된 반주 위에 노래와 합창을 하나씩 얹을 수 있다. 투명한 필름에 그림을 한 장씩 그려 겹쳐 놓으면 한 장의 큰 그림이 되는 것과 같다. 녹음기의 트랙(소리를 따로 담는 칸)이 많아질수록 더 많이 겹칠 수 있다.

신시사이저

(말뜻) 영어 synthesize(합성하다)에서 온 말로, 그리스어 syn(함께)과 thesis(놓다)가 뿌리다. 여러 요소를 함께 놓아 하나로 만든다는 뜻이다. (록에서) 전기 신호를 조합해 소리를 직접 만들어 내는 악기다. 피아노처럼 줄을 때리거나 기타처럼 줄을 튕기지 않고, 소리의 높이·떨림·밝기를 손잡이로 조절해 세상에 없던 소리도 만든다. 물감 세 가지를 섞어 수많은 색을 만들어 내듯, 기본 파형 몇 개를 섞고 다듬어 새로운 음색을 만든다. (다른 데서는) 화학에서 합성은 여러 물질을 결합해 새 물질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테이프 루프

(록에서) 녹음테이프의 한 토막을 잘라 끝과 끝을 이어 고리로 만든 뒤 계속 돌려, 같은 소리가 끝없이 되풀이되게 하는 기법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반복 리듬이나 효과음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머니」 첫머리의 동전 소리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게임 배경음악이 같은 구간을 끊김 없이 계속 반복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딜레이

(록에서) 소리를 잠깐 저장했다가 조금 늦게 다시 내보내 메아리처럼 들리게 하는 장치나 효과다. 늦추는 시간과 반복 횟수에 따라 짧은 울림부터 길게 번지는 공간감까지 만든다. 산 정상에서 소리를 지르면 잠시 뒤 같은 소리가 여러 번 돌아오는데, 그 메아리를 기계로 만들어 기타에 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비행기나 일정이 늦어지는 지연을 뜻하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입력과 반응 사이의 늦음을 가리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