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areads.musicRock

Love

러브 (1965–1971)

사랑의 여름 한가운데서 죽음을 예감한 스물두 살이 할리우드 언덕 위에서 쓴, 1960년대에서 가장 아름답고 불안한 앨범.

한눈에 보기 🔭💭

1. 뿌리미국 로스앤젤레스 결성멤피스 소년 리버즈 로디 맥클린2. 질주버드 리토스「7 and 7 Is」도어스 추천3. 실험《다 카포》19분 「Revelation」캐슬과 고립4. 걸작《포에버 체인지스》죽음의 예감현악 편곡5. 변모새 멤버 블루스 록헨드릭스와 런던1971년 정지6. 유산2002년 전곡 공연2006년 멤피스 영면러브1965–1971흑백 혼성 밴드로 LA 록을 열고 《포에버 체…
무대가 된 도시 🧭🗺️
N미국로스앤젤레스1952–2002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멤버와 동료들 ⏳🌊

  • 멤버아서 리

    보컬과 작곡을 맡은 리더로, 러브의 시작부터 끝까지 밴드의 이름 그 자체였다.

  • 멤버브라이언 맥클린

    버즈의 로드 매니저 출신 기타리스트이자 두 번째 작곡가로, 「Alone Again Or」를 남겼다.

  • 멤버조니 에콜스

    리와 같은 멤피스 태생의 리드 기타리스트로, 원년 밴드의 기타 사운드를 이끌었다.

  • 멤버켄 포르시

    서파리스에서 활동하다 합류한 베이시스트로, 원년 러브의 리듬을 받쳤다.

  • 프로듀서잭 홀즈먼

    일렉트라 레이블 대표로 러브와 계약해 데뷔 앨범을 제작했고, 리의 추천으로 도어스를 만났다.

  • 우정지미 헨드릭스

    1964년 무명 시절 리의 곡 녹음에서 기타를 쳤고, 1970년 런던에서 다시 리와 녹음했다.

YouTube에서 6곡 이어 듣기 ↗

I. 멤피스에서 온 소년들 · 1945–1965

(뿌리) 196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됐다. 그러나 이 밴드의 뿌리는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에 닿아 있다. 리더 아서 리는 1945년 3월 그곳에서 아서 포터 테일러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어머니 애그니스는 교사였고, 아버지는 재즈 코넷 연주자였다고 전해진다. 부모가 갈라선 뒤 그는 다섯 살 무렵 어머니를 따라 로스앤젤레스로 옮겼다. 어머니가 재혼한 클린턴 리가 그를 입양하면서 아서 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동향) 리드 기타를 맡게 될 조니 에콜스도 멤피스 태생이었다.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흑인 동네에서 함께 자랐다. 10대의 리는 LAG스, 아메리칸 포 같은 밴드를 꾸려 리듬 앤드 블루스와 연주곡을 했다. 1960년대 중반 리는 가수 로자 리 브룩스가 녹음한 「My Diary」의 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 녹음에서 기타를 친 사람이 아직 무명이던 지미 헨드릭스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6년 뒤 런던에서 다시 이어진다. (포크) 또 하나의 축인 브라이언 맥클린은 1946년 로스앤젤레스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비벌리힐스 언저리에서 자랐다. 포크 음악에 빠진 그는 버즈의 로드 매니저(장비를 나르고 무대를 준비하는 스태프)로 일하며 선셋 스트립의 클럽 세계를 익혔다. 버즈 주변에서 리를 만난 맥클린이 합류하면서, 흑인 리듬 앤드 블루스와 백인 포크가 한 밴드 안에서 마주치게 됐다. (시대) 1965년의 로스앤젤레스는 버즈가 밥 딜런의 노래를 전기 기타로 연주해 포크 록을 일으킨 도시였다. 리는 롤링 스톤스와 버즈를 함께 들으며, 흑인이 이끌고 흑백이 섞인 록 밴드라는, 당시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II. 버드 리토스의 밤 · 1965–1966

(구성) 처음 이름은 그래스 루츠였지만 같은 이름의 그룹이 이미 있어 러브로 바꿨다. 리가 보컬과 작곡, 맥클린이 리듬 기타와 보컬, 에콜스가 리드 기타를 맡았다. 서프 록 밴드 서파리스에서 활동했던 켄 포르시가 베이스, 알반 '스누피' 피스터러가 드럼을 쳤다. 흑인 둘과 백인 셋, 미국 록에서 손꼽히게 이른 흑백 혼성 밴드였다. (클럽) 근거지는 할리우드의 작은 클럽 버드 리토스였다. 짝짝이 신발과 색안경을 걸친 리를 보려고 선셋 스트립의 젊은이들이 몰렸다. 포크 레이블 일렉트라의 대표 잭 홀즈먼이 이 무대를 보고 1966년 초 밴드와 계약했다. 러브는 일렉트라가 본격적으로 키운 첫 록 밴드가 됐다. (데뷔) 1966년 3월 데뷔 앨범 《러브》가 나왔다. 버트 배커랙의 영화 주제가를 차고에서 연습하던 10대 밴드처럼 거칠게 몰아친 싱글 「My Little Red Book」이 차트 52위에 올랐다. 이 날것의 사운드는 훗날 개러지 록(차고 밴드풍의 거칠고 단순한 록)의 고전으로 꼽힌다. 앨범에는 「Hey Joe」도 실렸는데, 헨드릭스가 영국에서 이 곡으로 데뷔하기 몇 달 전이었다. (질주) 그해 여름 「7 and 7 Is」가 33위까지 오르며 밴드 최대의 히트가 됐다. 리는 같은 무렵 클럽에서 본 도어스를 홀즈먼에게 추천했고, 짐 모리슨은 러브만큼 커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전파) 데뷔곡은 대서양 건너에도 닿았다. 핑크 플로이드의 매니저 피터 제너는 시드 배럿에게 러브의 노래 한 곡을 흥얼거려 들려주었고, 배럿이 그것을 기타로 옮기다 만든 곡이 「Interstellar Overdrive」였다고 회고했다. 그 노래는 흔히 「My Little Red Book」으로 꼽힌다.

♪마이 리틀 레드 북 (My Little Red Book)1966무대 Love · 1966 American Bandstand

배커랙의 세련된 영화 주제가를 클럽 무대의 거친 에너지로 갈아엎은 데뷔 싱글로, 바다 건너 핑크 플로이드의 즉흥곡에까지 씨앗을 뿌렸다.

  • 도입부터 베이스와 기타가 같은 음형을 반복하는 짧은 악구(리프)를 들어 보라. 시드 배럿이 「Interstellar Overdrive」로 옮겼다는 바로 그 가락이다.
  • 원곡인 맨프레드 맨 판의 경쾌한 팝과 비교하면, 드럼이 박자를 앞으로 몰아붙이는 질주감이 훨씬 강하다.
  • 리의 보컬은 노래한다기보다 쏘아붙이듯 말을 던지는 화법이다. 사랑에 버림받은 사람의 오기에 가까운 어조로 들린다.
  • 2분 남짓한 짧은 길이에 솔로를 길게 끌지 않고 반복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형식이, 이 곡이 개러지 록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다.
YouTube에서 듣기 ↗
♪세븐 앤드 세븐 이즈 (7 and 7 Is)1966실황 Arthur Lee & Love

버드 리토스 시절의 들끓는 에너지가 2분여에 압축된 밴드 최대의 히트로, 1960년대 펑크의 원형으로 자주 꼽힌다.

  •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몰아치는 드럼의 연타가 곡의 엔진이다. 녹음에 수십 번의 테이크가 필요했다는 회고가 전해진다.
  • 리는 짧은 구절을 숨 가쁘게 내뱉으며 노래한다. 멜로디보다 리듬을 앞세운 보컬로, 초조함과 분노가 뒤섞인 어조다.
  • 곡 막바지에 폭발음 같은 효과음이 터진 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그 뒤에 이어지는 느긋한 기타 꼬리 부분(코다)이 앞의 광란과 기묘한 대비를 이룬다.
  • 기타 소리는 깨끗하지 않고 까칠하게 일그러져 있어, 같은 해 다른 팝 히트들보다 훨씬 거칠게 들린다.
YouTube에서 듣기 ↗

III. 다 카포 · 1966–1967

(확장) 두 번째 앨범을 앞두고 편성이 바뀌었다. 피스터러가 하프시코드(건반을 누르면 줄을 뜯어 소리 내는 옛 건반악기)와 오르간으로 자리를 옮겼고, 마이클 스튜어트웨어가 드럼에 앉았다. 재즈 연주자 티제이 칸트렐리가 색소폰과 플루트로 합류해 밴드는 일곱 명이 됐다. 리의 머릿속에는 이미 록 밴드의 틀보다 넓은 소리가 있었다. (두얼굴) 1966년 11월 《다 카포》가 나왔다. 앞면에는 재즈의 세 박자와 라틴 리듬을 끌어들인 「Stephanie Knows Who」, 맥클린의 부드러운 발라드 「Orange Skies」, 짧고 정교한 「¡Que Vida!」가 담겼다. 뒷면 전체는 19분짜리 즉흥 합주(잼) 「Revelation」 한 곡이었다. 록 앨범이 한 면을 한 곡에 내준 이른 예로 꼽히지만, 리는 훗날 이 곡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캐슬) 멤버들은 로스펠리스 언덕의 고성 같은 저택 '캐슬'에 모여 살았다. 리는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전국을 도는 투어를 거듭 미뤘고, 1967년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도 서지 않았다. 바깥 세계가 사이키델릭 록(환각 체험을 소리로 옮기려 한 록)의 열기로 들끓을 때, 러브는 도시 안에 머문 채 지역의 전설이 됐다. (균열) 판매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칸트렐리와 피스터러가 차례로 떠났다. 리는 LSD에 깊이 빠져 있었고, 곡의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도 쌓였다. 맥클린은 자기 곡이 앨범마다 한두 곡에 그치는 데 불만을 품었다. 이 긴장과 고립이 다음 앨범의 공기가 됐다.

♪앨범 《다 카포》 (Da Capo)1966실황 「Stephanie Knows Who」 Love · 2009 Shank Hall

일곱 명으로 늘어난 밴드가 재즈·라틴·바로크 음색을 록에 끌어들인 앨범으로, 앞면의 정교함과 뒷면의 19분 잼이 리의 야심과 혼란을 함께 보여 준다.

  • 첫 곡 「Stephanie Knows Who」를 들어 보라. 이 카드의 영상이 그 곡이다. 재즈풍의 세 박자(왈츠 박자)로 출렁이다가 리가 고함치듯 끼어드는 대비가 선명하다.
  • 같은 곡에서 칸트렐리의 색소폰과 피스터러의 하프시코드가 번갈아 나온다. 록 밴드에서 하프시코드의 찰랑이는 소리가 이렇게 앞에 나서는 일은 당시 드물었다.
  • 맥클린의 「Orange Skies」는 리의 곡과 결이 전혀 다르다. 플루트와 부드러운 보컬이 만드는 순한 정서가 밴드 안 두 작곡가의 차이를 들려준다.
  • 뒷면 「Revelation」은 클럽에서 하던 블루스 즉흥 합주를 그대로 옮긴 19분짜리 곡이다. 앞면의 짧고 치밀한 곡들과 이어 들으면 같은 밴드의 두 얼굴이 보인다.
YouTube에서 듣기 ↗

IV. 포에버 체인지스 · 1967

(예감) 1967년 스물두 살의 리는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는 예감에 시달렸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사랑의 여름을 노래했지만, 그의 눈에는 베트남 전쟁과 폭력, 인종의 긴장이 먼저 보였다. 그는 이 앨범의 노래를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말처럼 썼다고 회고했다. (세션) 녹음은 할리우드의 선셋 사운드에서 시작됐다. 엔지니어 브루스 보트닉은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닐 영을 공동 프로듀서로 데려오려 했으나 영은 곧 빠졌다. 영이 「The Daily Planet」의 편곡을 맡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영 자신은 관여를 부인했다. 밴드가 연습에도 잘 모이지 않자 첫 두 곡 「Andmoreagain」과 「The Daily Planet」은 할 블레인, 캐럴 케이 같은 세션 연주자(녹음실에 고용되는 전문 연주자)들이 연주했다. 자기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충격에 멤버들은 마음을 다잡고 나머지 곡을 직접 녹음했다. (편곡) 편곡자 데이비드 앤젤이 현악과 관악 파트를 썼다. 어쿠스틱 기타 위에 현악과 트럼펫이 얹힌 소리는 사이키델릭의 굉음과 정반대였다. 고요한 소리 아래서 가사는 불안과 광기, 전쟁을 말했다. 아름다움과 불길함이 맞붙은 이 긴장이 앨범의 핵심이다. (출반) 1967년 11월에 나온 《포에버 체인지스》는 미국 차트 154위에 그쳤지만 영국에서는 24위에 올랐다. 시간이 흐르며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오늘날 이 앨범은 1960년대 최고의 앨범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 됐다.

♪얼론 어게인 오어 (Alone Again Or)1967실황 Arthur Lee & Love · 2003 줄스 홀랜드

《포에버 체인지스》를 여는 맥클린의 곡으로, 밴드에서 늘 두 번째 작곡가였던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노래다.

  • 도입의 어쿠스틱 기타는 스페인 플라멩코처럼 빠르게 줄을 긁는다. 이 위로 데이비드 앤젤이 편곡한 현악이 천천히 얹힌다.
  • 중간의 트럼펫 솔로는 멕시코 마리아치 악단을 떠올리게 하는 음색이다. 록 싱글에서 금관이 솔로를 맡는 파격이 곡의 얼굴이 됐다.
  • 보컬은 맥클린과 리가 함께 부르는데, 최종 믹스에서는 리의 목소리가 앞에 나섰다. 맥클린이 이를 아쉬워했다는 사실이 여러 회고에 남아 있다. 두 목소리 중 높은 쪽을 따로 따라가며 들어 보라.
  • 노래는 기다림과 외로움을 혼잣말처럼 털어놓는 어조다. 밝은 금관과 쓸쓸한 정서가 겹치는 이 이중성이 앨범 전체의 기조를 미리 알린다.
YouTube에서 듣기 ↗
♪앨범 《포에버 체인지스》 (Forever Changes)1967실황 「A House Is Not a Motel」 Arthur Lee & Love

죽음을 예감한 리가 마지막 말처럼 썼다는 앨범으로, 고요한 현악 아래에 전쟁과 광기의 불안을 숨긴 1960년대의 걸작이다.

  • 「A House Is Not a Motel」을 들어 보라. 이 카드의 영상이 그 곡이다. 어쿠스틱으로 차분히 시작하지만, 끝부분에서 에콜스의 일그러진 전기 기타 솔로가 터져 나오며 전쟁의 이미지를 소리로 옮긴다.
  • 앨범 내내 현악과 관악은 록 밴드 뒤를 채우는 배경이 아니라 주선율과 대화하듯 움직인다. 「The Daily Planet」과 「Andmoreagain」은 세션 연주자들이 연주한 곡이니, 밴드가 직접 연주한 곡과 질감을 비교해 들어 보라.
  • 「The Red Telephone」에서 리는 감금과 광기를 담담한 목소리로 그린다. 노래가 끝나 갈 무렵 여러 목소리가 겹쳐 웅얼거리는 대목이 섬뜩하다.
  • 마지막 곡 「You Set the Scene」은 7분 가까운 길이에 여러 악장처럼 구성이 바뀐다. 금관이 장엄하게 부풀어 오르는 후반부에서 앨범 전체가 하나의 결론에 닿는다.
YouTube에서 듣기 ↗

V. 새 러브 · 1968–1971

(해산) 《포에버 체인지스》 이후 원년 멤버들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1968년 리는 밴드를 해산하고 자신을 뺀 모든 자리를 새 얼굴로 채웠다. 맥클린은 솔로의 길을 찾아 떠났고, 에콜스와 포르시도 밴드를 떠났다. 러브는 이제 사실상 아서 리 한 사람의 이름이 됐다. (블루스) 새 러브는 기타 제이 도넬런, 베이스 프랭크 파야드, 드럼 조지 수라노비치로 꾸려졌다. 현악의 섬세함 대신 무겁고 긴 기타 솔로의 블루스 록이 들어섰다. 1969년 일렉트라와의 마지막 앨범 《포 세일》을, 같은 해 블루 섬 레이블에서 두 장짜리 《아웃 히어》를 냈다. 한 해에 앨범 세 장 분량을 쏟아낸 셈이었다. (재회) 1970년 리는 런던에서 지미 헨드릭스와 다시 만나 함께 녹음했다. 1964년 「My Diary」 이후 6년 만이었다. 그 결과물인 「The Everlasting First」는 앨범 《폴스 스타트》(1970)의 첫 곡이 됐다. 헨드릭스는 그해 9월 세상을 떠났고, 리에게 이 곡은 오랜 친구와의 마지막 작업으로 남았다. (종막) 1970년 러브는 처음으로 유럽 투어를 돌았고, 영국에서는 미국보다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판매는 줄었고 멤버는 자주 바뀌었다. 1971년 무렵 밴드는 사실상 멈췄고, 리는 1972년 A&M 레이블에서 솔로 앨범 《빈디케이터》를 냈다.

♪앨범 《포 세일》 (Four Sail)1969실황 「August」 Love · 1970 코펜하겐

새 멤버들과 만든 일렉트라 시절의 마지막 앨범으로, 현악 대신 무거운 기타가 들어선 두 번째 러브의 소리를 들려준다.

  • 첫 곡 「August」를 들어 보라. 이 카드의 영상이 그 곡이다. 제이 도넬런의 기타가 길게 휘감기며, 《포에버 체인지스》의 섬세함과는 전혀 다른 단단한 블루스 록으로 들린다.
  • 프랭크 파야드의 베이스와 조지 수라노비치의 드럼은 원년 멤버들보다 묵직하게 바닥을 다진다. 같은 시기 영국 하드 록 밴드들과 비슷한 무게감이다.
  • 리의 보컬은 더 낮고 거칠어졌다. 냉소와 체념이 섞인 어조가, 원년 밴드를 해산한 뒤 혼자 남은 리더의 처지와 겹쳐 들린다.
YouTube에서 듣기 ↗
♪디 에벌래스팅 퍼스트 (The Everlasting First)1970

1964년 무명 시절 처음 함께 녹음했던 리와 헨드릭스가 1970년 런던에서 다시 만나 남긴 곡으로,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의 기록이다.

  • 기타는 헨드릭스가 연주했다. 리의 노래 사이사이를 메우는 짧고 유연한 기타 응답에 귀를 기울여 보라.
  • 리듬은 블루스 록보다 리듬 앤드 블루스와 소울에 가깝게 들린다. 두 사람이 10대 시절 함께 뿌리를 둔 흑인 음악의 결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리는 힘을 빼고 여유 있게 노래한다. 다른 곡의 고함 섞인 보컬과 비교하면 오랜 친구와의 녹음이 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VI. 긴 그림자 · 1972–2006

(공백) 리는 1974년 러브라는 이름을 다시 꺼내 《리얼 투 리얼》을 냈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이후 20여 년간 그는 간헐적으로 무대에 섰을 뿐, 고향 같은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잊힌 인물에 가까웠다. 그사이 영국과 유럽의 음악가와 평론가들은 《포에버 체인지스》를 꾸준히 다시 불러냈다. (상실) 맥클린은 1970년대에 거듭난 기독교인이 되어 신앙의 노래를 썼다. 그가 쓴 「Don't Toss Us Away」는 이부 여동생 마리아 맥키가 이끈 론 저스티스가 녹음했다. 1998년 1월 포르시가 뇌종양으로, 같은 해 12월 25일 맥클린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수감) 1996년 리는 총기를 부주의하게 발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캘리포니아주의 이른바 삼진 아웃 법에 따라 12년형을 선고받았다. 2001년 12월 연방 항소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행위를 인정하면서 그는 석방됐다. (귀환) 출소한 리는 로스앤젤레스 밴드 베이비 레모네이드와 현악·관악 주자들을 이끌고 《포에버 체인지스》 전곡 공연에 나섰다. 2003년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공연은 라이브 앨범으로 나왔고, 조니 에콜스도 그해 봄 로스앤젤레스 공연부터 일부 무대에 함께했다. 35년 만에 그는 그 앨범이 닿아야 했던 청중을 만났다. (작별) 2006년 리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해 6월 뉴욕에서 열린 치료비 마련 공연에는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를 비롯한 음악가들이 무대에 섰다. 리는 8월 3일 태어난 도시 멤피스에서 61세로 숨졌다.

덜 알려진 이야기

「Alone Again Or」는 러브가 결성되기 전후인 1965년 무렵 맥클린이 이미 써 둔 곡이었다. 그의 1960년대 데모 녹음은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1997년에야 앨범 「ifyoubelievein」으로 공개됐다. 2001년 《포에버 체인지스》 확장판에는 맥클린의 목소리를 더 앞에 둔 다른 믹스가 실렸다. 그가 원래 들려주고 싶어 했던 모습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리와 헨드릭스의 관계는 흔히 1970년 런던 녹음 한 번으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연은 196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둘 다 무명이던 시절의 「My Diary」 녹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는 훗날 헨드릭스의 화려한 옷차림이 자신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Hey Joe」를 러브가 먼저 녹음했다는 사실과 함께, 이 이야기는 헨드릭스 신화의 그늘에 가려 덜 언급돼 왔다. 《포에버 체인지스》는 발매 당시 미국보다 영국에서 훨씬 잘 팔렸다. 이 앨범의 명성을 지킨 것도 주로 영국 평론가와 음악가들이었다. 2002년 리가 출소 후 전곡 공연을 시작했을 때 주요 무대가 런던이었고 라이브 앨범도 런던에서 녹음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향에서 잊혔던 밴드의 걸작이 바다 건너에서 먼저 정전이 된 경우였다.

용어 노트 📚🔎

개러지 록

(말뜻) 개러지(garage)는 차고라는 뜻이다. 집 차고에 악기를 들여놓고 연습하던 10대 아마추어 밴드들의 음악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록에서)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유행한, 단순한 화음과 거친 소리로 힘차게 밀어붙이는 록을 말한다. 연주 솜씨보다 에너지와 태도가 중요하다. 학교 축제를 앞두고 친구들끼리 강당 구석에서 연습할 때, 틀려도 멈추지 않고 크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 기운이 바로 개러지 록의 정신이다. 러브의 「My Little Red Book」과 「7 and 7 Is」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리프

(록에서) 곡 안에서 여러 번 되풀이되는 짧고 기억하기 쉬운 악구를 말한다. 주로 기타나 베이스가 연주하며, 곡의 얼굴 노릇을 한다. 운동 경기에서 응원단이 박자에 맞춰 되풀이하는 짧은 구호를 떠올려 보자. 몇 번만 들어도 따라 할 수 있고, 들으면 바로 어느 팀인지 알 수 있다. 좋은 리프도 그렇게 몇 마디만 들어도 무슨 곡인지 알게 해 준다.

사이키델릭 록

(말뜻) 사이키델릭(psychedelic)은 그리스어 프시케(psyche, 마음·영혼)와 델로스(delos, 드러난)를 합친 말로, 마음을 드러내 보인다는 뜻이다. 1950년대에 환각제가 일으키는 정신 상태를 가리키려고 만든 단어다. (록에서) 1960년대 중후반, 환각 체험이나 꿈속 같은 느낌을 소리로 옮기려 한 록이다. 길게 늘어지는 즉흥 연주, 낯선 악기, 메아리 같은 소리 효과를 즐겨 썼다. 잠들기 직전 이상하게 뒤섞이는 꿈을 그림으로 그려 보라고 하면 색이 소용돌이치고 모양이 녹아내리듯 그리게 된다. 사이키델릭 록은 그런 그림을 소리로 그린 음악이다.

잼

(록에서) 미리 정해 둔 악보 없이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즉석에서 주고받는 연주를 말한다. 정해진 리듬이나 화음 하나만 두고 그 위에서 각자 떠오르는 대로 덧붙여 나간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이어 짓는 놀이에서 한 사람이 한 문장씩 보태며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러브의 19분짜리 「Revelation」이 이런 잼을 녹음한 곡이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잼은 과일을 설탕에 졸인 음식이고, 교통 잼(traffic jam)처럼 꽉 막혀 정체된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세션 연주자

(록에서) 특정 밴드의 정식 멤버가 아니라 녹음실에 고용되어 여러 가수와 밴드의 녹음에서 연주하는 전문 음악가를 말한다. 악보를 보고 처음 보는 곡도 금세 정확하게 연주한다. 196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할 블레인, 캐럴 케이 같은 세션 연주자들이 수많은 히트곡을 몰래 연주했다. 학교 연극에서 주인공이 아파 못 나올 때 대본을 금방 외워 무대를 채워 주는 든든한 대타 배우를 생각하면 된다. 러브는 《포에버 체인지스》 녹음 초기 이런 연주자들에게 자리를 내줄 뻔했다.

왈츠 박자

(말뜻) 왈츠(waltz)는 돌다, 굴리다라는 뜻의 독일어 발첸(walzen)에서 왔다. 짝을 지어 빙글빙글 돌며 추는 춤의 이름이 그 춤의 음악과 박자를 가리키게 됐다. (록에서) 강–약–약 세 박자가 한 묶음으로 되풀이되는 박자다. 대부분의 록은 하나–둘–셋–넷 네 박자로 가기 때문에, 세 박자 곡은 출렁이며 도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네를 탈 때 뒤로 올라갔다가 쭉 내려와서 앞으로 솟는 움직임을 하나–둘–셋으로 세어 보면 그 흔들림이 바로 세 박자의 느낌이다. 러브의 「Stephanie Knows Who」가 이 박자로 출렁인다.

코다

(말뜻) 코다(coda)는 이탈리아어로 꼬리라는 뜻이다. 곡의 몸통이 끝난 뒤에 덧붙는 꼬리 부분이라 이렇게 부른다. (록에서) 곡의 마지막 절과 후렴이 끝난 뒤, 마무리를 위해 붙이는 끝 부분이다. 앞의 내용을 정리하기도 하고, 「7 and 7 Is」처럼 분위기를 확 바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끝내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올라간 뒤 짧게 나오는 쿠키 영상을 떠올려 보자. 본편과 이어지면서도 결이 다른 장면으로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코다와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