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na Summer
디스코의 여왕이라는 왕관을 썼지만, 그는 끝까지 보스턴의 작은 교회에서 처음 노래하던 소녀로 남고 싶어 했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함께한 사람들 ⏳🌊
- 영향마할리아 잭슨
어린 시절 교회에서 따라 부르며 닮고 싶어 한 가스펠의 목소리였다.
- 동료조르조 모로더
뮌헨에서 만나 「Love to Love You Baby」와 「I Feel Love」를 함께 만들고, 20년 뒤 「Carry On」으로 함께 그래미를 받은 프로듀서다.
- 동료피트 벨로트
모로더와 함께 그의 1970년대 앨범 대부분을 만든 영국 출신 작사가·프로듀서다.
- 후원닐 보가트
카사블랑카 레코드 수장으로 그를 미국 스타로 키웠고, 1980년 로열티 소송으로 결별했다.
- 가족브루스 수다노
1980년 결혼한 남편이자 브루클린 드림스 출신의 작곡 파트너다.
- 동료퀸시 존스
1982년 앨범 「Donna Summer」를 프로듀싱했고, 직후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작업에 들어갔다.
I. 미션힐의 소녀 · 1948–1968
(출생) 1948년 12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생일은 12월 31일, 본명은 라도나 에이드리언 게인스(LaDonna Adrian Gaines)였다. 아버지 앤드루는 정육점 일과 전기공, 건물 관리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어머니 메리는 학교 교사였다. 일곱 남매 가운데 셋째로, 보스턴의 흑인 노동자 가정이 모여 살던 미션힐 일대에서 자랐다. (교회) 노래는 가족이 다니던 그랜트 아프리카 감리교회(AME)에서 시작됐다. 열 살 무렵, 예정된 독창자가 오지 않아 대신 일어나 노래했는데, 자기 목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울었고 회중도 함께 울었다고 그는 훗날 회고했다. 그는 그 순간을 신이 자신에게 맡긴 일을 처음 알아챈 때로 기억했다. 처음 따라 부르며 닮고 싶어 한 목소리는 가스펠 가수 마할리아 잭슨이었다. (록) 십 대 후반의 그는 뜻밖에도 사이키델릭 록 밴드 크로(Crow)의 리드 싱어로 보스턴의 클럽 무대에 섰다. 가스펠의 힘과 록의 거친 에너지를 함께 몸에 익힌 시기였고, 훗날 디스코 가수로만 기억되는 그가 록 보컬상을 받게 되는 뿌리도 여기에 있었다. (출발) 1968년, 고등학교 졸업을 몇 주 앞두고 그는 뉴욕으로 떠났다. 뮤지컬 「헤어」 오디션에서 독일 뮌헨 공연의 배역을 얻었고, 걱정하는 부모를 뒤로한 채 대서양을 건넜다. 열아홉 살이었다. 이 결정이 그를 7년 동안 유럽에 머물게 했다.
II. 뮌헨의 무대 · 1968–1975
(헤어) 뮌헨에서 그는 「헤어」의 독일어 공연에 출연하며 독일어를 익혔다. 이어 빈 폴크스오퍼의 뮤지컬 공연 등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무대를 오가며 여러 해를 배우이자 가수로 살았다. 1971년에는 도나 게인스라는 이름으로 첫 싱글을 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결혼) 1973년 그는 오스트리아 배우 헬무트 조머와 결혼해 그해 첫딸을 낳았다. 결혼은 몇 해 가지 못했지만 남편의 성은 남았다. 조머(Sommer)의 철자가 음반 표기 과정에서 서머(Summer)로 바뀌었고, 그는 바뀐 이름을 그대로 자기 이름으로 삼았다. (뮤직랜드) 생계를 위해 뮌헨 뮤직랜드 스튜디오에서 코러스 세션 가수로 일하던 그는 이탈리아 출신 프로듀서 조르조 모로더, 영국 출신 작사가·프로듀서 피트 벨로트를 만났다. 1974년 셋이 만든 첫 앨범 「Lady of the Night」에서 「The Hostage」가 네덜란드 등 유럽 몇 나라에서 히트하며 이름이 조금씩 알려졌다. (속삭임) 1975년 그는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의 「Je t'aime… moi non plus」 같은 관능적인 곡을 만들자는 착상을 모로더에게 건넸다. 처음엔 다른 가수에게 줄 데모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조명을 낮추고 바닥에 누워, 마릴린 먼로라면 어떻게 부를까를 상상하며 녹음했다고 회고했다. 교회에서 노래를 배운 젊은 어머니가 배역처럼 연기한 이 목소리가 그의 삶을 통째로 바꾸게 된다.
바닥에 누워 마릴린 먼로를 상상하며 연기한 목소리가 뮌헨의 무명 가수를 미국 차트 2위로 올려놓았다. 닐 보가트의 주문으로 음반 한 면을 다 채우게 된 17분 가까운 버전이 이 곡의 진짜 얼굴이다.
- 그는 가슴으로 내지르는 소리를 거의 쓰지 않고, 숨이 반쯤 섞인 높은 머리 울림 소리(두성)로 속삭이듯 노래한다. 교회에서 단련한 힘을 일부러 감추고 배역을 연기하는 목소리다.
- 네 박마다 고르게 쿵쿵 밟는 베이스 드럼(포 온 더 플로어) 위로, 낮은 음역에서 맴도는 베이스 리프가 17분 내내 그루브의 뼈대를 지킨다.
- 노래가 멎고 현악과 기타, 퍼커션만 길게 이어지는 연주 구간이 여러 번 돌아온다. 춤추는 사람이 멈추지 않도록 늘린 이 짜임새가 훗날 클럽용 긴 버전(익스텐디드 믹스)의 본보기가 됐다.
- 목소리는 가사를 또렷이 전하기보다 한숨과 탄성 같은 소리로 분위기를 쌓는다. 이 과감함 때문에 일부 방송사가 방송을 꺼렸다.
III. 사랑의 퍼스트레이디 · 1975–1978
(보가트) 미국 카사블랑카 레코드의 수장 닐 보가트는 파티에서 이 데모를 틀었다가 손님들이 거듭 다시 틀어 달라고 하자, 음반 한 면을 다 채우는 긴 버전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17분 가까이 늘어난 「Love to Love You Baby」는 1976년 초 빌보드 핫100 2위에 올랐다. 영국 BBC를 비롯한 일부 방송사는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며 방송을 꺼렸다. (꼬리표) 레이블은 그를 사랑의 퍼스트레이디로 내세웠다. 그는 그 이미지를 배역처럼 연기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교회에서 자란 그에게 그 꼬리표는 오래 무거웠다. 미국으로 돌아와 로스앤젤레스에 근거지를 둔 그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해마다 앨범을 냈다. (미래) 1977년의 「I Remember Yesterday」는 1940년대부터 미래까지 시대를 차례로 건너오는 컨셉트 앨범이었고, 그 미래를 맡은 마지막 곡이 「I Feel Love」였다. 모로더는 반주 거의 전부를 모그 신시사이저로 만들었고, 곡은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브라이언 이노가 베를린에서 데이비드 보위에게 이 곡이 앞으로 클럽 음악의 소리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보위의 회고로 전해진다. 같은 해에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디스코로 옮긴 두 장짜리 앨범 「Once Upon a Time」도 냈다. (라스트댄스) 1978년 그는 영화 「Thank God It's Friday」에 가수 역으로 출연했다. 폴 자바라가 쓴 「Last Dance」는 이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고, 그는 이 곡으로 그래미 최우수 여성 R&B 보컬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같은 해 지미 웹의 「MacArthur Park」를 다시 부른 곡이 그의 첫 핫100 1위가 됐다.
시대를 건너오는 컨셉트 앨범의 마지막 곡, 곧 미래를 맡은 곡이었다. 반주를 거의 모두 기계로 만든 이 녹음은 이후 전자 댄스 음악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 곡의 심장은 모그 신시사이저가 같은 음형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베이스라인이다. 소리에 짧은 메아리(딜레이)를 걸어 음과 음 사이가 메워지며, 말이 달리는 듯한 촘촘한 박동이 생긴다.
- 반주는 거의 모두 신시사이저로 만들었지만, 바닥을 치는 베이스 드럼만은 드러머 키스 포지가 실제로 연주한 소리라는 제작 일화가 전해진다.
- 보컬은 높은 음역에서 가볍게 떠다니며 여러 겹으로 포개진다. 차가운 기계음 위에 사람 목소리가 꿈결처럼 얹혀, 관능보다는 황홀경에 가까운 정서를 만든다.
- 전통적인 절-후렴의 고조 대신, 소리의 음색을 조금씩 열고 닫는 변화와 새 층의 추가로 긴장을 쌓는다. 곡이 크게 뒤집히지 않는데도 지루하지 않은 까닭이다.
가수 역으로 출연한 영화의 주제곡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그의 첫 그래미를 함께 안겼다. 디스코 시대의 클럽이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트는 곡의 대명사가 됐다.
- 처음 2분 가까이는 피아노와 현악이 받치는 느린 발라드다. 그가 낮고 부드럽게 노래하다가 템포가 갑자기 두 배로 뛰며 디스코로 뒤집히는 순간이 곡의 핵심이다.
- 느린 부분에서 숨을 아끼던 목소리가 빠른 부분에 들어서면 가슴을 울리는 힘찬 소리(벨팅)로 바뀐다. 가스펠에서 익힌 힘이 여기서 처음 제대로 드러난다.
- 곡 중반에 다시 한 번 속도를 늦췄다가 끌어올리는 짜임새가 있어, 춤추는 사람에게 숨 고를 틈과 마지막 폭발을 함께 준다.
- 후반부에는 조성이 한 단계 올라가는 전조로 끝을 향한 고조를 더한다.
IV. 정점의 그늘 · 1978–1980
(정점) 1979년의 「Bad Girls」는 그의 정점이었다. 「Hot Stuff」와 「Bad Girls」가 핫100 1위, 그가 직접 쓴 「Dim All the Lights」가 2위에 올랐다. 「Hot Stuff」로는 그해 처음 생긴 그래미 최우수 여성 록 보컬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Live and More」, 「Bad Girls」, 히트곡 모음 「On the Radio」까지 두 장짜리 앨범 세 장이 잇달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기록됐다. (거리) 「Bad Girls」는 그의 비서가 할리우드 거리에서 성매매 여성으로 오인받은 일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보가트가 이 곡을 셰어에게 주자고 하자 그가 한동안 서랍에 넣어 두었다가 다시 꺼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함께 곡을 다듬은 이들은 보컬 그룹 브루클린 드림스의 멤버들이었다. (듀엣) 같은 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부른 「No More Tears (Enough Is Enough)」도 1위에 올랐다. 브로드웨이의 디바와 디스코의 여왕이 한 곡에서 맞선 이 녹음은 그의 목소리가 장르를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 줬다. (어둠) 그러나 자서전에서 그는 이 시기 극심한 우울과 불면에 시달렸고, 호텔 창문에서 몸을 던지려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무렵 그는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신앙은 남은 삶의 중심이 됐다. (결별) 1980년 그는 로열티와 계약 조건을 둘러싼 갈등 끝에 카사블랑카와 결별했고, 갓 출범한 게펜 레코드의 첫 계약 아티스트가 됐다. 같은 해 7월에는 브루클린 드림스의 싱어송라이터 브루스 수다노와 결혼했다. 그는 이 결혼에서 두 딸을 더 얻어 세 딸의 어머니가 됐다.
정점의 앨범 「Bad Girls」의 첫 1위곡이자, 그해 처음 생긴 그래미 여성 록 보컬상을 그에게 안긴 곡이다. 보스턴 록 밴드 시절의 뿌리가 디스코와 만난 지점이다.
- 디스코의 고른 박 위에 일렉트릭 기타가 날카로운 리프를 얹는다. 곡 중간의 기타 솔로는 스틸리 댄과 두비 브라더스 출신 기타리스트 제프 스컹크 백스터가 연주했다.
- 그의 목소리는 「Love to Love You Baby」의 속삭임과 정반대로, 거칠고 힘센 가슴 소리로 밀어붙인다. 같은 가수의 목소리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결이 다르다.
- 베이스와 신시사이저가 맞물린 반복 리듬이 곡 내내 긴장을 유지하고, 후렴마다 코러스가 응답하듯 따라붙어 귀를 붙잡는다.
- 디스코와 록을 한 곡에 묶은 이 크로스오버는, 디스코에 대한 반감이 커지던 1979년에 그가 록 라디오에서도 살아남은 이유로 꼽힌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부른 이 곡이 1위에 오르며, 그의 목소리가 디스코를 넘어 정통 보컬리스트와 나란히 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 피아노 반주의 느린 도입에서 두 사람이 한 소절씩 주고받는다. 스트라이샌드의 맑고 둥근 소리와 그의 가스펠 색 짙은 소리가 대비를 이룬다.
- 발라드에서 갑자기 디스코로 속도가 바뀌는 짜임새는 「Last Dance」와 닮았다. 같은 작곡가 폴 자바라가 공동 작곡한 곡이다.
- 두 사람이 한 음을 길게 끌며 함께 버티는 마지막 대목이 이 곡의 가장 유명한 순간이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겨루는 듯 들린다.
- 11분이 넘는 클럽용 긴 버전에서는 춤추는 리듬 구간이 훨씬 길게 펼쳐진다.
V. 레이블 바깥에서 · 1980–1989
(방랑자) 게펜에서의 첫 앨범 「The Wanderer」(1980)는 디스코 대신 뉴웨이브와 록 쪽으로 몸을 틀었고, 타이틀곡이 핫100 3위에 올랐다. 앨범에는 신앙을 고백하는 곡 「I Believe in Jesus」도 실었다. 그러나 이듬해 완성한 두 장짜리 앨범 「I'm a Rainbow」는 레이블이 발매를 보류해 서랍에 묻혔다. (퀸시) 1982년 그는 퀸시 존스와 앨범 「Donna Summer」를 만들었다. 「Love Is in Control (Finger on the Trigger)」가 10위에 올랐고, 「State of Independence」의 합창에는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라이오넬 리치, 디온 워릭 등이 목소리를 보탰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이 앨범을 위해 「Protection」을 썼다. 퀸시 존스는 이 작업을 마친 뒤 곧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에 들어갔다. (노동) 카사블랑카와의 소송을 정리하며 그는 옛 계약사 쪽에 앨범 한 장을 더 내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1983년의 「She Works Hard for the Money」는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서 지쳐 졸던 화장실 관리인 여성을 보고 쓴 곡이었다. 일하는 여성의 하루를 그린 뮤직비디오가 MTV에서 자주 방송됐고, 곡은 핫100 3위에 올랐다. 1984년과 1985년에는 가스펠 곡으로 그래미 최우수 인스피레이셔널 퍼포먼스상을 잇달아 받았다. (균열) 1980년대 중반, 그가 공연 중 에이즈를 두고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고, 1989년에는 에이즈 운동 단체 액트업(ACT UP)에 편지를 보내 상처를 준 데 사과했다. 그래도 디스코 시절부터 그를 지지한 게이 팬들과의 관계는 오래 회복되지 않았다. (복귀) 1989년 영국의 프로듀서 팀 스톡 에이킨 워터먼과 만든 「Another Place and Time」에서 「This Time I Know It's for Real」이 영국 3위, 미국 7위에 오르며 그는 다시 차트로 돌아왔다.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서 지쳐 졸던 화장실 관리인을 보고 쓴 곡이다. 사랑의 퍼스트레이디라는 꼬리표 대신, 일하는 여성의 고단함을 노래한 그의 1980년대 대표곡이 됐다.
- 도입부터 신시사이저와 기타가 맞물린 단단한 리프가 행진하듯 반복된다. 프로듀서 마이클 오마티언이 만든 1980년대식 탄탄한 팝 사운드다.
- 그는 속삭임도 과장된 고음도 아닌, 단호하고 또렷한 가운데 음역으로 노래한다. 주제에 걸맞게 노동요처럼 들리는 화법이다.
- 일하는 여성의 하루를 이야기처럼 그린 뮤직비디오가 MTV에서 자주 방송됐다. 당시 MTV에서 흑인 여성 가수의 영상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자주 언급된다.
- 후렴은 짧은 구호를 코러스와 주고받는 방식이라 공연장에서 관객이 따라 부르기 쉽게 짜였다.
1980년대 후반의 공백 끝에 영국 프로듀서 팀과 손잡고 차트로 돌아온 곡이다. 그는 작곡에도 직접 이름을 올렸다.
- 스톡 에이킨 워터먼 특유의 밝은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이 쉼 없이 달린다. 뮌헨 시절의 기계 박동이 10여 년 뒤 영국식 댄스 팝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 보컬은 정점 시절보다 힘을 덜어 낸 경쾌한 소리로 시작해, 후렴에 이르러 시원하게 뻗는다.
- 짧고 반복되는 후렴이 곡 초반부터 등장해 첫 청취에 귀에 박히도록 짜였다. 이 팀이 당시 영국 차트를 휩쓴 공식이다.
VI. 내슈빌의 화실 · 1990–2012
(내슈빌) 1990년대 중반 그는 가족과 함께 테네시주 내슈빌로 옮겼다. 차트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난 그는 오래 해 온 그림 작업에 몰두했고, 작품을 전시회에 내놓아 팔기도 했다. 서랍 속에 있던 「I'm a Rainbow」는 1996년에야 세상에 나왔다. (귀환) 1997년 모로더와 다시 만난 「Carry On」은 이듬해 처음 생긴 그래미 최우수 댄스 레코딩상을 받았다. 그와 디스코를 함께 만든 프로듀서와 20년 만에 다시 손잡고 함께 받은 상이었다. 1999년에는 VH1 콘서트 「Live & More Encore」로 무대 위의 목소리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 줬고, 2003년에는 자서전 「Ordinary Girl: The Journey」를 냈다. 제목처럼 그는 스스로를 평범한 여자로 이해받고 싶어 했다. (크레용) 2008년의 「Crayons」는 1991년 이후 17년 만의 새 스튜디오 앨범이었고, 수록곡들이 빌보드 댄스 차트 1위에 올랐다. 2009년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 평화상 기념 콘서트 무대에 섰다. (투병) 그는 폐암을 앓다가 2012년 5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그는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들이마신 분진이 병의 원인이라고 믿었다고 전해진다. (유산) 세상을 떠나고 며칠 뒤 「I Feel Love」가 미국 의회도서관 국립녹음등기부에 등재됐고, 이듬해 그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비욘세는 2003년 「Naughty Girl」에 「Love to Love You Baby」의 가락을 끌어왔고, 2022년 「Summer Renaissance」에서는 「I Feel Love」를 다시 불러냈다. 2023년에는 그의 딸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Love to Love You, Donna Summer」가 공개됐다.
덜 알려진 이야기
(무지개) 1981년 게펜 레코드가 발매를 보류한 두 장짜리 앨범 「I'm a Rainbow」는 15년 동안 서랍에 묻혀 있다가 1996년에야 정식으로 나왔다. 그사이 수록곡 일부는 다른 길로 세상에 나갔는데, 「Romeo」는 1983년 영화 「Flashdance」 사운드트랙에 실렸다. 앨범 자체가 오래 공개되지 않았기에, 그 곡이 원래 버려진 앨범의 일부였다는 사실은 열성 팬과 수집가들 사이에서나 오가는 이야기가 됐다. (컨트리) 그는 남편 브루스 수다노와 함께 「Starting Over Again」을 썼고, 1980년 돌리 파튼이 부른 이 곡은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에 올랐다. 디스코의 여왕이 컨트리 차트 정상곡의 작곡가라는 사실은, 작곡가 크레디트가 가수의 이름에 가려지는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화가) 그는 1980년대부터 진지하게 그림을 그렸고, 말년에는 전시회를 열어 작품을 팔기도 했다. 무대 위의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그는 붓을 들 때 가장 자기 자신에 가까워진다고 말하곤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음악 경력에 견주어 부업처럼 여겨졌기에 그의 전기에서도 짧게 다뤄지는 대목이다.
용어 노트 📚🔎
디스코
(말뜻) 디스코는 프랑스어 디스코테크(discothèque)를 줄인 말이다. 음반(disque)을 모아 두는 곳(-thèque)이라는 뜻으로, 밴드 대신 음반을 틀어 춤추게 하던 클럽을 가리키던 말이 그곳에서 유행한 음악의 이름이 됐다. (팝에서) 1970년대 중후반 미국과 유럽의 클럽에서 크게 유행한 춤 음악이다. 박자가 고르고 빠르며, 현악과 혼, 나중에는 신시사이저가 화려하게 덧입혀진다. 체육 시간에 다 같이 발맞춰 줄넘기를 하듯, 모두가 한 박자에 몸을 맞추게 만드는 음악이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1970년대풍의 반짝이는 패션이나 춤 자체를 가리킬 때도 쓴다.
포 온 더 플로어
(말뜻) 영어로 네 개(four)가 바닥(floor)에 있다는 말로, 한 마디의 네 박을 모두 바닥을 밟는 큰북(베이스 드럼)으로 친다는 뜻이다. (팝에서) 디스코와 그 뒤의 하우스·테크노 같은 댄스 음악의 기본 박자다. 쿵, 쿵, 쿵, 쿵 하고 박마다 똑같이 큰북이 울려서, 처음 듣는 사람도 쉽게 박자를 타고 춤출 수 있다. 운동장에서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춰 발을 구르는 것과 같다.
신시사이저
(말뜻) 영어 synthesize는 여러 요소를 합쳐(합성해) 만든다는 뜻이다. 신시사이저는 전기 신호를 합성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다. (팝에서) 건반처럼 생긴 경우가 많지만, 피아노처럼 줄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 회로로 소리를 처음부터 빚어낸다. 소리를 날카롭게도, 둥글게도, 우주선 소리처럼도 바꿀 수 있다. 「I Feel Love」에 쓰인 모그 신시사이저는 이런 악기의 대표 주자였다. 미술 시간에 물감 몇 가지를 섞어 원하는 색을 새로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시퀀서
(말뜻) 시퀀스(sequence)는 순서, 차례라는 뜻이다. 시퀀서는 음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자동으로 연주하게 하는 장치다. (팝에서) 사람이 손으로 치지 않아도, 미리 입력한 음의 순서를 기계가 정확한 박자로 끝없이 반복한다. 「I Feel Love」의 쉼 없는 베이스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게임에서 콤보 동작을 미리 입력해 두면 캐릭터가 같은 동작을 정확히 되풀이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생물학에서는 DNA의 염기 순서를 읽어 내는 기계를 시퀀서라고 부른다.
익스텐디드 믹스
(말뜻) 익스텐디드(extended)는 늘였다는 뜻이다. 원래 곡을 길게 늘여 다시 섞어(믹스) 만든 버전이다. (팝에서) 라디오용으로 3~4분짜리 곡을 만들고, 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위해 연주 구간을 늘려 10분, 15분짜리로 만든 버전이다. 「Love to Love You Baby」의 17분 가까운 버전이 그 이른 본보기다. 학교 축제에서 반 장기자랑 곡을 다들 계속 춤추고 싶어 해 간주를 몇 번 더 반복해 트는 것과 비슷하다.
컨셉트 앨범
(말뜻) 컨셉트(concept)는 생각, 주제라는 뜻이다. 하나의 주제나 이야기로 묶은 앨범을 말한다. (팝에서) 곡들을 따로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기의 이야기나 생각을 따라가도록 짠 앨범이다. 시대를 차례로 건너오는 「I Remember Yesterday」나 신데렐라 이야기를 옮긴 「Once Upon a Time」이 그렇다. 단편 몇 편을 모은 책이 아니라, 장(章)이 이어지는 한 권의 소설과 같다.
크로스오버
(말뜻) 영어 cross over는 건너간다는 뜻이다. 한 장르의 음악이 다른 장르의 청중에게 건너가는 것을 가리킨다. (팝에서) 디스코 가수가 록 차트에서도 인기를 얻거나, R&B 곡이 팝 차트 1위에 오르는 식이다. 디스코 곡에 록 기타를 얹은 「Hot Stuff」가 그 예다. 축구부 친구가 농구 대회에도 나가 잘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농구에서는 공을 좌우로 빠르게 옮기며 수비를 제치는 드리블 기술을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