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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넥스트 (1992–2014)

한 사람의 질문으로 시작해 여러 연주자를 거치며 끝까지 실험을 이름으로 삼았던 밴드

한눈에 보기 🔭💭

1. 결성대한민국 서울 결성무한궤도·솔로 이후새로운 실험의 팀2. 초기1집 「Home」「도시인」아버지와 나3. 존재방송 출연 정지2집 「The Being」「날아라 병아리」4. 전성기3기 4인 체제3집 「World」사물놀이와 록5. 해산라젠카 록 오페라「해에게서 소년에게」노바소닉과 김진표6. 이후2003년 재결성2014년 신해철 별세펜타포트 추모 무대넥스트1992–2014신해철이 이끈 실험 밴드, 1990년대 한국 …
무대의 여정 🧭🗺️
N대한민국서울1992–2015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멤버신해철

    넥스트를 만들고 끝까지 이끈 리더이자 보컬, 작사·작곡·제작자였다.

  • 멤버정기송

    1기 기타리스트로, 2014년 넥스트 유나이티드로 다시 합류했다.

  • 멤버김세황

    1994년 합류한 기타리스트로, 전성기 넥스트 사운드의 다른 한 축이었다.

  • 프로듀서믹 글로솝

    3집의 믹싱을 맡아 넥스트의 녹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영국 엔지니어다.

  • 우정김진표

    패닉 출신 래퍼로, 해산 뒤 넥스트 연주자들과 노바소닉을 꾸렸다.

  • 우정서태지

    신해철을 존경하는 선배로 여겼고, 2014년 그의 발인에서 추모사를 읽었다.

YouTube에서 6곡 이어 듣기 ↗

I. 실험의 이름 · 1988–1992

(출발) 1992년 6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신해철이 이끄는 3인조 록 밴드 넥스트가 첫 앨범 「Home」을 내며 출발했다. 이름은 새로운 실험의 팀(New EXperiment Team)의 앞 글자를 딴 것이었다. 결성 자체는 1991년 말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 밴드의 중심 신해철은 1968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약사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막내로 태어났고, 위로 누나가 하나 있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의 이름으로 「그대에게」를 불러 대상을 받았고, 그 팀은 앨범 한 장을 남기고 흩어졌다. (솔로) 이후 그는 솔로 가수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와 「안녕」을 히트시키며 아이돌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2집 「Myself」에서는 전곡을 직접 쓰고 컴퓨터와 신시사이저로 소리를 짜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 음반은 국내 초기의 본격적인 미디 음반으로 꼽힌다. (세션) 1991년 「Myself」 투어에서 반주를 맡던 연주자들이 밴드의 씨앗이 되었다. 1기는 신해철(보컬·건반), 정기송(기타), 이동규(드럼)였고, 신해철이 작사·작곡·편곡·제작을 도맡았다. 인기 가수가 스스로 밴드의 한 사람으로 들어가 록을 하겠다는 선택은, 댄스음악과 발라드가 방송을 채우던 당시로서는 낯선 결단이었다.

II. 도시와 아버지 · 1992–1993

(도시인) 「Home」의 타이틀곡 「도시인」은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사는 도시 사람의 메마른 하루를 담담하게 그렸다. 반복되는 전자음과 록 기타를 한데 엮은 소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같은 해 랩과 댄스로 가요계를 흔들던 무렵 또 다른 방향의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졌다. (가족) 앨범의 무게중심은 오히려 사적인 곡들에 있었다. 「아버지와 나」 두 편은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 사이의 거리를 독백처럼 풀어냈고, 「증조 할머니의 무덤가에서」는 짧은 소품으로 가족의 시간을 더듬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정기송이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비판) 「Turn Off The T.V.」는 텔레비전이 사람들의 생각을 대신하는 사회를 겨냥했다. 방송으로 이름을 얻은 가수가 텔레비전을 끄라고 노래했다는 점에서, 신해철이 이후 내내 지켜 온 비판적 태도가 이때 이미 드러났다. (매체) 1992년은 카세트테이프가 여전히 주류였고 CD 플레이어가 빠르게 보급되던 때였다. 「Home」은 평단과 대중 양쪽에서 호평을 받으며 앨범 단위로 듣는 록 음반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영화) 1993년에는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의 사운드트랙을 맡았다. 신흥 부유층 거리로 떠오른 압구정동을 다룬 영화에 음악을 붙이며, 넥스트는 도시라는 주제를 이어 갔다.

♪도시인1992무대 넥스트 · 1996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솔로 스타였던 신해철이 밴드로 내놓은 첫 타이틀곡이다. 기계적인 도시의 하루를 기계적인 반복음으로 들려준다.

  • 전자음으로 짠 반복 패턴(시퀀서 리프) 위에 록 기타와 드럼이 얹힌다. 2집 「Myself」에서 다진 컴퓨터 작곡 감각이 밴드 사운드와 만난 지점이다.
  • 보컬은 감정을 크게 싣지 않고 건조하게 말하듯 이어 간다. 정해진 일과를 되풀이하는 도시인의 무표정과 겹쳐 들린다.
  • 드럼머신처럼 일정한 박자감이 곡 전체를 끌고 가, 테크노와 록이 섞인 1992년 무렵의 새로운 소리로 받아들여졌다.
  • 1집 첫머리의 「인형의 기사」 연작과 이어 들으면, 이 앨범이 낱곡이 아니라 한 장의 흐름으로 짜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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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존재를 묻다 · 1993–1994

(정지) 2집을 준비하던 무렵 밴드는 큰 굴곡을 만났다.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신해철이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되었고, KBS 출연 정지 처분이 뒤따랐다. 이 일은 1993년의 일로 정리되어 있으며, 지상파 출연 정지는 1996년에야 풀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비전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음반 판매를 좌우하던 시절이어서 타격은 작지 않았다. (교체) 멤버도 흔들렸다. 이동규가 드럼에서 베이스로 자리를 옮겼고, 정기송은 녹음 도중 팀을 떠났다. 임창수가 기타로 녹음에만 참여했고, 드럼에는 이수용이 들어왔다. 연주자가 자주 바뀐 탓에 신해철이 많은 파트를 직접 맡았고, 2집은 사실상 그의 솔로작에 가까웠다는 평이 나온다. (존재) 1994년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은 그런 곤경 속에서 나왔다. 제목처럼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자기 자신을 묻는 음반이었다. 10분에 이르는 「껍질의 파괴」, 빠르고 거친 쇳소리의 「이중인격자」, 신시사이저와 플루트가 감도는 「불멸에 관하여」가 헤비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넘나들었다. (병아리) 가장 널리 사랑받은 곡은 「날아라 병아리」였다. 어린 시절 키우던 병아리의 죽음을 소재로 삼은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명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을 어른의 목소리로 되돌아본다. 이 음반은 이후 평론가와 음악인이 꼽는 한국 대중음악 명반 목록에 여러 차례 올랐다. (김세황) 같은 해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합류했다. 빠르고 정교한 연주로 이름난 그의 가세로 넥스트는 비로소 오래 갈 밴드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날아라 병아리1994노래 신해철 · 새바 · 2007 EBS 스페이스 공감

멤버가 흔들리고 방송 길이 막힌 가운데 나온 2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곡이다. 어린 날의 작은 죽음을 어른의 목소리로 회상한다.

  • 헤비메탈 곡들이 가득한 앨범 안에서 드물게 부드러운 결로 시작한다. 차분한 도입이 회상의 분위기를 만든다.
  • 신해철은 큰 소리로 슬픔을 터뜨리기보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낮게 노래하다가 후렴에서 감정을 끌어올린다.
  • 곡이 진행되며 밴드 편성이 점점 두꺼워지는 구조(빌드업)여서 마지막 대목의 울림이 커진다.
  • 2015년 펜타포트 추모 무대에서 넥스트 멤버들이 다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신해철을 기리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불리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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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세계로 넓히다 · 1995–1996

(3기) 1995년 2집 투어 도중 이동규가 팀을 떠나고 베이시스트 김영석이 들어왔다. 신해철,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의 4인 구성은 훗날 넥스트의 전성기 멤버로 기억된다. (소리) 그해 9월 「The Return of N.EX.T Part 2: World」가 나왔다. 14곡, 한 시간이 넘는 대작이었다. 영국의 믹싱 엔지니어 믹 글로솝을 불러 소리를 다듬은 것은 국내 녹음 환경의 한계를 넘어 보려는 시도였고, 이 음반은 넥스트 앨범 가운데 소리가 가장 좋은 작품으로 꼽힌다. (국악) 「Komerican Blues」에는 사물놀이와 전통 성악이 들어갔다. 악기와 목소리 트랙이 너무 많아 믹싱이 가장 어려웠던 곡으로 전해진다. 미국 문화에 기대 사는 한국 사회를 꼬집는 내용과, 장구·꽹과리가 록 밴드와 부딪히는 소리가 맞물렸다. (연인) 타이틀곡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는 지친 연인들을 다독이는 발라드로, 무거운 앨범 안에서 대중과 이어지는 통로가 되었다. 반면 「Money」는 돈이 모든 것을 재는 세상을 거칠게 비판했다. 가족을 생각하며 썼다는 「아가에게」는 한 번도 라이브로 연주되지 않았다. (공연) 넥스트는 「N.EX.T IS ALIVE」 투어를 돌며 실황 음반을 연이어 냈다. 1995년의 두 장짜리 라이브 음반과 1996년의 투어 실황은, 방송에 기대기 어려웠던 밴드가 무대에서 직접 관객을 만나 버텨 낸 기록이기도 했다. 일본 메탈 잡지 「BURRN!」의 독자 리뷰에서는 이 음반이 드림 시어터와 견주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1995무대 N.EX.T · 1996 MBC 인기가요 베스트50

사물놀이와 사회 비판이 뒤섞인 대작 3집의 타이틀곡이다. 무거운 앨범에서 대중에게 손을 내민 발라드였다.

  • 건반과 잔잔한 반주로 열고, 밴드가 서서히 들어오는 록 발라드(파워 발라드) 형식을 따른다.
  • 보컬은 연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화법이다. 앞에서 낮게 다독이다가 후렴에서 길게 뻗는 고음으로 감정을 연다.
  • 영국 엔지니어 믹 글로솝의 믹싱 덕분에 악기 하나하나가 또렷이 분리되어 들린다. 3집이 넥스트에서 소리가 가장 좋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 김세황의 기타 솔로는 빠른 기교보다 선율을 노래하듯 이어 가는 쪽에 무게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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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라젠카와 해산 · 1997–1999

(싱글) 1997년 넥스트는 싱글 「Here, I Stand For You」를 냈다. 한 사람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은 곡으로, 넥스트의 대중적 대표곡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라젠카) 그해 11월 7일 4집 「Lazenca – A Space Rock Opera」가 나왔다. 국산 TV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음악을 밴드가 통째로 맡은 앨범으로, 홀스트의 관현악곡 「화성, 전쟁을 가져오는 자」를 신해철과 김세황이 편곡한 연주로 문을 열었다. 8곡을 하나의 우주 서사로 묶은 록 오페라였다. (소년) 타이틀곡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음반이 나오기 전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net에서 뮤직비디오로 먼저 공개되었다. 케이블 TV가 막 자리 잡던 시기, 새 곡을 영상으로 먼저 알리는 방식이었다. 정식 음반보다 불법 복제본이 먼저 돌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해산) 앨범 발표 기자회견에서 신해철은 국내 음반 시장과 공연 시스템의 열악함 때문에 밴드를 계속하기 어렵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해체가 아니라 해산이라는 말을 골랐다. 6주간 6개 도시를 도는 투어 「The Show Must Go On – Adieu! N.EX.T」가 1997년 12월 31일 서울 공연으로 끝났다. 외환위기가 음반 산업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노바소닉) 신해철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음악 프로듀싱을 공부했다. 남은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은 1999년 패닉의 김진표를 맞아 노바소닉을 결성했다. 넥스트의 연주가 다른 이름 아래에서 이어진 셈이었다.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 (Here, I Stand For You)1997무대 신해철 (N.EX.T) · KBS 열린음악회

해산을 앞둔 해에 낸 싱글이다. 곁을 지키겠다는 단순하고 곧은 다짐이 넥스트의 가장 대중적인 얼굴이 되었다.

  • 반주가 비교적 단출하게 시작해 보컬을 앞세운다. 3기 멤버들의 안정된 합주가 뒤를 받친다.
  • 후렴에서 터지는 고음은 신해철 특유의 굵은 중저음과 대비되며 곡의 정점을 만든다.
  • 록 밴드의 질감을 지키면서도 라디오에서 듣기 쉬운 길이와 구성으로 다듬어진 곡처럼 들린다.
  • 공연에서는 관객이 따라 부르는 곡으로 자리 잡아, 이후 추모 공연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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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젠카, 세이브 어스 (Lazenca, Save Us)1997실황 넥스트 · 1997 콘서트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를 위해 만든 록 오페라의 서막 격 노래다. 넥스트가 품은 가장 큰 규모의 상상이 담겼다.

  • 홀스트의 「화성」을 편곡한 연주곡 바로 뒤에 이어져, 관현악풍 웅장함이 그대로 메탈 사운드로 넘어간다.
  • 건반이 오케스트라 소리를 흉내 내고 그 위에 무거운 기타가 겹치는 편곡은 심포닉 메탈(교향악풍 헤비메탈)의 문법이다.
  • 구원을 부르는 영웅 서사의 화법이어서, 합창처럼 쌓은 목소리(코러스 더빙)가 후렴을 크게 부풀린다.
  • 1990년대 후반 국산 애니메이션에 밴드가 앨범 한 장을 통째로 바친 드문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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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서 소년에게1997무대 넥스트 · 1997 MBC 인기가요 베스트50

라젠카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해산 전 넥스트의 마지막 대표곡이다. 해산을 선언한 밴드가 남긴 가장 밝고 힘찬 노래였다.

  • 김세황의 기타 리프가 곡을 열며, 이 짧게 반복되는 기타 구절이 곡 전체의 훅 역할을 한다.
  • 어둠 속의 소년에게 해가 말을 건네는 구도의 노래로, 보컬은 격려하고 일으켜 세우는 화법을 취한다.
  • 벌스(절)에서 눌러 두었던 힘을 후렴에서 한꺼번에 풀어놓는 구조라, 공연장에서 관객이 함께 외치기 좋다.
  • 정식 발매 전 Mnet 뮤직비디오로 먼저 공개되었다. 케이블 음악 채널이 신곡 홍보의 새 창구로 떠오르던 시대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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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다시, 그리고 끝 · 2003–2015

(마왕) 귀국한 신해철은 2000년대 초 심야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을 진행하며 마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음악을 소개하고 사회 문제에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방송은 인터넷 시대의 젊은 청취자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2002년에는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재결성) 2003년 무렵 넥스트는 데빈 리(기타), 쌩(베이스), 쭈니(드럼), 김동혁(건반)이라는 새 얼굴들로 다시 섰다. 2004년 5집 「The Return of N.EX.T Part 3: 개한민국」은 제목부터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풍자했고, 여러 객원 보컬이 참여한 「Dear America」를 실었다. MP3와 온라인 음원이 음반 시장을 뒤흔들던 시기에 나온 정규작이었다. (귀환) 2006년 셀프 리메이크 음반 「ReGame?」에는 김세황과 김영석, 이수용이 돌아왔다. 2008년에는 3부작으로 계획한 「666 Trilogy Part I」을 미니앨범 형태로 냈지만, 뒤를 잇는 파트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2014년에는 원년 기타리스트 정기송이 넥스트 유나이티드로 다시 합류했다. (이별) 2014년 10월 27일 신해철이 수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46세였다. 집도의는 업무상 과실로 실형이 확정되었다. 서태지는 발인에서 추모사를 읽었고, 앞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추도문에서는 신해철을 음악인으로서 커다란 산과 같은 존재였다고 적었다. (추모) 2015년 8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이 여러 보컬리스트와 함께 추모 무대를 열고 「날아라 병아리」와 「그대에게」를 연주했다.

덜 알려진 이야기

서태지는 신해철의 발인에서 추모사를 읽었다. 서태지는 같은 시기 방송에서 신해철의 곡과 가사가 자신이 음악을 시작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4집의 「A Poem of Stars」는 넥스트 팬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곡이지만, 신해철 생전에도 사후의 추모 공연에서도 한 번도 라이브로 연주되지 않았다. 음반에 담긴 가성을 무대에서 그대로 살리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짐작되지만, 밴드가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3집의 「아가에게」 역시 가족을 생각하며 쓴 곡이라는 사정 때문인지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넥스트의 공연 기록은 실황 음반으로 꼼꼼히 남은 편인데, 정작 해산 투어 「Adieu! N.EX.T」만은 투어 실황 음반이 나오지 않았다. 4집의 첫 곡은 넥스트의 창작곡이 아니라 영국 작곡가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 가운데 「화성」을 편곡한 연주곡이다. 애니메이션 음반이 클래식 편곡으로 시작한다는 점은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신해철과 김세황이 이 앨범을 처음부터 록 오페라로 설계했음을 보여 준다.

용어 노트 📚🔎

대학가요제

(말뜻) 대학(大學)생들이 노래(歌謠)를 겨루는 잔치(祭)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1977년 MBC가 시작한 대학생 창작곡 경연 대회다. 기획사 오디션이 없던 시절, 직접 곡을 쓰는 젊은 음악인이 세상에 나오는 가장 큰 통로였다. 신해철은 1988년 무한궤도로 「그대에게」를 불러 대상을 받았다. 학교 축제의 노래 경연에서 1등 한 팀이 갑자기 전국 방송에 나가는 것과 비슷한데, 다만 여기서는 직접 만든 노래로만 겨룰 수 있었다.

미디(MIDI)

(말뜻)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의 앞 글자로, 악기와 컴퓨터가 서로 말을 주고받는 디지털 약속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건반이나 컴퓨터로 어떤 음을 언제, 얼마나 세게 칠지 기록해 두면 신시사이저나 드럼 소리가 그대로 재생되게 하는 방식이다. 연주자를 다 모으지 않고도 혼자서 밴드 전체의 소리를 짤 수 있게 해 주었다. 신해철의 솔로 2집 「Myself」는 이 방식으로 만든 국내 초기의 본격 음반으로 꼽힌다. 게임 속 리듬을 편집기에서 칸칸이 찍어 넣으면 그대로 연주되는 것과 비슷하다.

프로그레시브 록

(말뜻)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인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3~4분짜리 노래 틀을 벗어나 10분이 넘는 긴 곡, 갑작스러운 박자 변화, 클래식이나 전통음악 요소를 끌어들이는 록을 가리킨다. 넥스트 2집의 「껍질의 파괴」처럼 한 곡 안에 여러 장면이 이어지는 곡이 대표적이다. 짧은 단편 하나 대신 여러 장(章)으로 된 소설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정치에서 프로그레시브는 진보적인 입장을 뜻한다.

헤비메탈

(말뜻) 헤비(heavy)는 무거운, 메탈(metal)은 쇠붙이라는 뜻으로, 쇠처럼 무겁고 단단한 소리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크게 일그러뜨린 전기기타, 빠르고 강한 드럼, 높고 힘찬 보컬이 특징인 록의 한 갈래다. 1980년대 한국에서도 부활, 시나위 같은 밴드가 활약했고, 넥스트는 이를 대중적인 앨범 안에 녹였다. 운동장에서 친구들이 다 같이 발을 구르며 응원할 때 땅이 울리는 느낌을 소리로 만든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믹싱

(말뜻) 영어 mix에서 왔고, 섞는다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따로따로 녹음한 보컬, 기타, 드럼, 건반 소리의 크기와 위치와 울림을 조절해 하나의 완성된 소리로 합치는 작업이다. 같은 연주라도 믹싱에 따라 답답하게도, 시원하게도 들린다. 넥스트 3집이 영국 엔지니어에게 믹싱을 맡긴 것도 그래서다. 요리에서 재료가 같아도 간을 맞추고 담는 솜씨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요리나 화학에서는 그냥 재료를 섞는 일을 뜻한다.

사물놀이

(말뜻) 네 가지(四) 악기(物)로 하는 놀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꽹과리, 징, 장구, 북 네 타악기로 하는 연주로, 1978년 김덕수 등이 농악을 무대 공연으로 다듬으며 자리 잡았다. 넥스트는 3집 「Komerican Blues」에서 사물놀이를 록 밴드와 한데 섞었다. 운동회에서 꽹과리 소리가 울리면 저절로 몸이 들썩이는데, 그 흥을 전기기타 옆에 세운 셈이다.

록 오페라

(한국 대중음악에서) 여러 곡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각 곡이 장면처럼 이어지게 만든 록 앨범이나 공연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있고, 곡 사이에 연주곡이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넥스트 4집 「Lazenca – A Space Rock Opera」는 애니메이션의 우주 서사를 8곡으로 풀어냈다. 여러 편의 짧은 웹툰 회차가 모여 한 편의 큰 이야기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그냥 오페라라고 하면 성악가가 관현악 반주로 노래하는 서양 고전 음악극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