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Bum-soo
얼굴 한 번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먼저 알려졌고, 두성 하나로 발라드의 교과서라 불렸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I. 창원의 장남 · 1979–1994
(창원) 1979년 1월, 대한민국 경상남도 창원군 구산면(오늘날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서 태어났다. 김해 김씨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아래로 남동생을 두었다. 음력으로는 1978년 12월생이어서 집안 호적과 실제 생일이 조금 엇갈렸다고 전해진다. (유복) 아버지가 사업을 하던 한동안은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이었다. 어린 시절 마산에서 보낸 유년은 큰 결핍 없이 흘러갔고, 이 무렵의 안정감은 훗날 그가 노래에서 자주 꺼내는 그리움과 상실의 정서와는 다른 결의 기억으로 남았다. (상경)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집안 형편이 크게 기울었고, 가족은 서울로 이주했다. 낯선 도시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야 했던 소년기의 경험은 이후 그가 부른 발라드 속 이별과 그리움의 노래들에 은연중 스며들었다고 전해진다. (교실) 서울로 올라온 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강서공업고등학교에 다녔다. 공업계 고등학교 학생이었지만 노래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이 무렵 또래들 사이에서도 유별난 목소리라는 평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II. 얼굴 없는 목소리 · 1995–1999
(결심) 고등학교를 마친 뒤 가수가 되기로 결심하고 숭실대학교 콘서바토리에 들어갔지만 오래 다니지 않고 그만두었다. 정규 교육보다 현장에서 소리를 다듬는 길을 택한 셈이었다. (사사) 이 무렵 싱어송라이터 박선주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박선주는 비강과 인두강을 울려 소리를 입천장에 붙이는 발성법을 가르쳤고, 이 두성 창법은 김범수의 음색을 규정하는 바탕이 되었다. 훈련 기간의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기획) 팀기획이라는 회사에서 데뷔를 준비해 1999년 4월 1집 《A Promise》로 정식 데뷔했다. 타이틀곡 「약속」을 들고 나왔지만, 소속사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택했다.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 출연 없이 라디오와 음반 판매만으로 이름을 알려야 했던 시기였다. (목소리) 사진도 방송 출연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노래로만 평가받아야 했던 데뷔는 쉽지 않았지만, 완성된 발성과 음정 처리는 가요계 안에서 입소문을 탔다. 얼굴 없는 가수라는 수식어는 이때부터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얼굴 없는 신인이 오직 목소리로 평가받아야 했던 데뷔곡이다.
- 전주는 피아노와 현악 편성으로 차분히 시작해, 신인의 목소리에 모든 집중이 가도록 비워 둔 편곡처럼 들린다.
- 첫 소절부터 비강과 인두강을 울리는 두성 발성이 두드러져, 데뷔곡임에도 완성된 창법이라는 평이 나온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 후렴으로 넘어가며 음을 밀어 올리는 대목은 꺾지 않고 곧게 뻗는 발성으로, 이후 그의 발라드 창법의 기본형이 된다.
- 1999년 CD와 카세트가 공존하던 음반 시장에서, 사진 한 장 없이 목소리만으로 유통된 드문 사례의 노래다.
III. 보고 싶다 · 2000–2004
(하루) 2000년 11월 2집 《Remember》를 내며 타이틀곡 「하루」로 얼굴은 여전히 감춘 채 이름과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력파 신인이라는 평가가 이때부터 분명해졌다. (계단) 2002년 12월 3집 《보고싶다》의 타이틀곡 「보고 싶다」가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전국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드라마와 음악이 함께 소비되는 OST 시장이 커지던 시기였고, 음반과 함께 벨소리·MP3 다운로드로도 곡이 퍼져 나갔다. (우정) 2004년에는 박효신의 앨범 《Soul Tree》에 실린 듀엣곡 「친구라는 건」에 함께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음역과 발성으로 자주 비교되며 가요계 안팎에서 라이벌처럼 거론되었지만, 실제로는 가까운 사이였고 이 듀엣이 그 우정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남았다. (태양) 같은 해 4집 《The 4th Episode》의 타이틀곡 「가슴에 지는 태양」을 발표하며 전성기를 이어 갔다. 2003년과 2004년 연이어 KBS 가요대상 본상을 받으며 발라드 가수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실력파 신인이라는 평가를 분명하게 만든 2집의 타이틀곡이다.
- 도입부의 건반 아르페지오(음을 하나씩 풀어 연주하는 구간) 위로 목소리가 조용히 얹히며 시작한다.
- 벌스(절)에서 후렴으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음역을 크게 끌어올리는데, 무리하게 지르지 않고 두성으로 받치는 처리가 특징으로 꼽힌다.
- 후렴의 긴 음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구간은 그가 실력파 가수로 불리게 된 대목으로 자주 언급된다.
- 2000년대 초 발라드 특유의 현악 편곡이 전면에 깔려, 당시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자주 흘러나온 전형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삽입곡으로 쓰이며 전국적인 인기를 안겨 준 대표곡이다.
- 전주 없이 피아노 한 줄로 조용히 열리는 구성이, 그리움이라는 노래의 정서를 처음부터 또렷하게 드러낸다.
- 낮은 음으로 읊듯이 시작한 벌스가 후렴에서 단숨에 고음으로 솟아오르는 낙차가 이 곡의 가장 유명한 대목이다.
- 드라마 장면들과 겹쳐 전파를 탄 뒤, 노래 자체보다 드라마의 정서로 먼저 기억하는 청자도 많다.
- 현악과 건반 중심의 정석적인 발라드 편곡으로, 2000년대 초 드라마 OST 제작 방식을 보여 주는 사례로도 들을 만하다.
전성기의 정점에서 발표돼 KBS 가요대상 본상으로 이어진 곡이다.
- 제목처럼 해가 저무는 느낌을 담은 편곡으로, 도입부의 잔잔한 건반이 곡이 진행될수록 현악과 함께 점차 두꺼워진다.
- 후렴에서 반복되는 긴 호흡의 고음 구간은 라이브 무대마다 애드리브(정해진 선율을 벗어나 자유롭게 변주하는 창법)로 조금씩 다르게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성구 전환(낮은 음역에서 높은 음역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발성 기술)이 매끄러워, 보컬 교과서라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곡으로 자주 꼽힌다.
- 2004년 KBS 가요대상 본상 수상으로 이어진 곡으로, 전성기의 정점을 보여 준다.
IV. 입대와 공백 · 2005–2008
(되새김) 2005년 1월 리메이크 앨범 《Again》을 냈다. 자신이 영향받은 옛 노래들을 다시 부르며 가수로서의 뿌리를 되새기는 작업이었다. (위로) 2006년 4월 5집 《So Long...》을 내고 타이틀곡 「위로」를 불렀다. 입대를 앞둔 심경이 담긴 앨범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발표 직후인 2006년 4월부터 제1전투항공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공백) 2008년 3월 전역할 때까지 약 2년의 공백이 있었다. 음반 시장이 카세트·CD에서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 가던 시기였고, 제대 후 돌아온 가요계의 풍경은 입대 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입대를 앞둔 심경이 담겼다는 인상을 남긴 5집의 타이틀곡이다.
- 제목 그대로 다독이는 어조의 노래로, 느린 템포의 건반 반주 위에 차분한 벌스가 이어진다.
- 후렴에서 음을 크게 지르지 않고 담담하게 눌러 부르는 창법이, 입대를 앞둔 심경을 담았다는 해석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 곡 후반부로 갈수록 현악이 서서히 쌓이며 감정을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발라드 구조를 따른다.
- 발표 직후 입대로 이어져,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회자되곤 하는 곡이다.
V. 슬픔활용법 · 2008–2010
(복귀) 2008년 8월 6집 《김범수》를 내며 복귀했다. 타이틀곡 「슬픔활용법」은 디지털 음원 차트가 음반 판매를 대신하기 시작한 시대에 맞춰 발표된 곡으로, 발성과 감정 표현이 원숙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라디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MBC FM4U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얼굴 없는 가수로 시작한 그에게 라디오는 목소리만으로 청취자와 마주하는, 데뷔 시절과 닮은 매체이기도 했다. (실험) 2010년 9월에는 7집을 두 부분으로 나눈 프로젝트의 첫 번째 《SOLISTA Part.1》을 내고 「지나간다」를 불렀다. 한 장의 앨범을 나누어 내는 방식은 당시 가요계에서도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군 복무 뒤 복귀작으로, 디지털 음원 시대에 맞춰 발표된 곡이다.
- 제목부터 역설적인 이 곡은, 느린 도입부를 지나 후렴에서 리듬감 있는 비트가 더해지며 발라드와 R&B(리듬앤드블루스)의 경계를 넘나든다.
- 꺾지 않고 곧게 뻗는 고음 처리와 그 사이사이 짧게 얹는 애드리브가 대비를 이루며 곡에 입체감을 준다.
- 2008년 디지털 음원 차트가 음반 판매를 대신하던 시기에 발표돼, 음원 사이트 순위를 통해 전파된 노래다.
- 군 복무 이후 돌아온 가수의 더 깊어진 감정 표현을 보여 주는 곡으로 평가받는다.
VI. 나는 가수다 · 2011–2012
(경연) 2011년 3월부터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다. 내로라하는 선배 가수들과 매주 경연을 치르는 포맷 속에서 박정현과 함께 가장 오래 살아남아 명예졸업을 했고, 이를 계기로 예능 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끝사랑) 2011년 6월 《SOLISTA Part.2》의 타이틀곡 「끝사랑」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나는 가수다로 재조명된 인기를 실제 신곡 흥행으로 이어 갔다. (카네기) 2012년에는 카네기홀 공연에서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얼굴 없이 시작한 목소리가 해외 무대에서까지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나는 가수다로 재조명된 인기를 실제 신곡 흥행으로 이어 간 곡이다.
- 도입부의 피아노 선율이 후렴의 멜로디를 미리 들려주는 구성으로, 한 번만 들어도 후렴이 귀에 남게 짜여 있다.
- 후렴에서 반복해서 밀어 올리는 고음 대목은 나는 가수다 무대를 통해 다시 주목받으며 음원 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 절제된 벌스와 폭발적인 후렴의 대비가 뚜렷해, 전형적인 2010년대 초 발라드의 형식을 보여 준다.
- 예능으로 얻은 인지도가 실제 신곡 흥행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VII. 지금 · 2012–2026
(DJ) 2012년부터 2013년까지 KBS 2FM 《가요광장》을 진행하며 다시 라디오 부스에 앉았다. 예능과 경연으로 얻은 인지도를 라디오라는 익숙한 매체로 다시 가져온 시기였다. (집밥) 2014년 11월 8집 《HIM》을 내고 타이틀곡 「집밥」을 불렀다. 집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제목은 그간 쌓아 온 그리움과 이별의 정서와는 다른 결을 보여 주었다. (독립) 2017년에는 1인 기획사 영 엔터테인먼트를 세워 직접 활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팀기획과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온 전속 계약 생활을 정리하고, 중부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영화를 공부하며 활동의 폭을 넓혔다. (여행) 2024년 2월 9집 《여행》을 냈다. 데뷔한 지 25년이 지난 뒤에도 신보를 내며 현재까지 발라드 가수로서의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격정적인 그리움의 발라드에서 한 걸음 물러난 변화를 보여 준 곡이다.
- 제목처럼 따뜻하고 소박한 정서를 담아, 이전 곡들의 애절한 그리움과는 다른 온기 있는 어조로 시작한다.
- 편곡에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이 중심이 되어, 과장되지 않은 소리로 일상의 정서를 담아낸다.
- 후렴에서도 큰 고음을 밀어붙이기보다 편안하게 부르는 창법을 택해, 가수로서 달라진 결을 들려준다.
- 데뷔 15년을 넘긴 시점에 발표된 곡으로, 격정적인 발라드에서 한 걸음 물러난 변화를 보여 준다.
덜 알려진 이야기
데뷔 초 수년간 그는 방송 화면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음반 재킷이나 무대 영상 없이 라디오와 음원 판매만으로 이름을 알려야 했던 이 전략은 지금 돌이켜 보면 과감한 마케팅이었지만, 당시에는 신인 가수가 겪는 흔한 무명 시절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많은 사람이 그를 발라드 가수로만 기억하지만, 그는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를 마친 뒤에도 중부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학사로, 같은 대학 대학원에 석사로 진학했다. 노래 바깥에서 연기와 영상 쪽 공부를 병행해 온 이력은 음악 활동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박효신과의 관계는 오랫동안 발성 비교를 통한 라이벌 구도로 소비되었다. 두 사람이 2004년에 직접 듀엣곡을 부른 것은, 그런 프레임과는 다른 실제 친분을 스스로 드러낸 장면이었지만 라이벌 서사만큼 널리 회자되지는 않았다. 2012년 카네기홀 공연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용어 노트 📚🔎
발라드
발라드는 원래 유럽에서 이야기를 담아 부르던 느린 춤곡이나 시가를 가리키던 말에서 왔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느린 템포에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담은 가요 장르를 뜻한다. 학교 축제나 졸업식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잔잔한 노래를 떠올리면 비슷한 느낌이다.
두성
머리(頭)에서 소리(聲)를 낸다는 뜻으로, 정수리 쪽이 울리는 듯한 발성을 가리킨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목에 힘을 주지 않고도 높은 음을 안정적으로 내는 발성법을 뜻하며, 음이 높아져도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목이 아니라 머리 위쪽 빈 공간에서 소리가 울려 나오는 느낌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R&B
Rhythm and Blues, 즉 리듬과 블루스를 합친 말의 줄임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느린 발라드보다 리듬과 그루브를 강조하고, 꾸밈음과 애드리브를 많이 쓰는 노래 스타일을 가리킨다. 같은 가수가 발라드곡과 R&B곡을 번갈아 부르면, 같은 목소리인데도 분위기가 꽤 다르게 느껴진다.
OST
Original Sound Track, 원래의 소리길이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되어 장면의 분위기를 살리는 노래를 가리킨다. 영화를 보다가 특정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그 장면을 오래 기억나게 만드는 경험과 같다.
애드리브
라틴어 ad libitum에서 왔고, 원하는 대로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정해진 멜로디를 벗어나 가수가 즉흥적으로 소리를 꾸미거나 덧붙이는 것을 가리킨다. 합창 시간에 정해진 가락 대신 한 사람이 순간적으로 다른 소리를 끼워 넣는 것과 비슷하다.
성구 전환
소리(聲)의 영역(區)을 바꾼다(轉換)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낮은 음역(가슴소리)에서 높은 음역(머리소리)으로 넘어갈 때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끊기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기술을 가리킨다. 그네를 탈 때 낮은 지점에서 높은 지점으로 올라가도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