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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1996–2001

열 살 남짓한 소녀들이 하얀 풍선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시절, 다섯 소년은 10대의 불만과 설렘을 함께 노래한 첫 아이돌이었다.

한눈에 보기 🔭💭

1. 결성대한민국 서울 결성이수만의 설계10대 다섯 명2. 데뷔전사의 후예캔디로 첫 1위신인상 석권3. 정점2집 152만 장하얀 풍선 팬덤젝스키스와 경쟁4. 성장강타 자작곡 빛올림픽주경기장 단독아이야 씨랜드 추모5. 한류2000 베이징 공연아웃사이드 캐슬2001년 해체6. 지금jtL과 솔로2018 재결합 공연SMTOWN의 빛H.O.T.1996–200110대의 분노와 희망을 노래하며 한국 아이돌 …
무대의 여정 🧭🗺️
N대한민국서울1996–2001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프로듀서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를 이끈 기획자로, 10대를 겨냥해 H.O.T.의 구성과 방향을 설계했다.

  • 프로듀서장용진

    「캔디」와 「행복」을 작사·작곡해 H.O.T.의 밝은 얼굴을 만든 작곡가다.

  • 프로듀서유영진

    「전사의 후예」와 「열맞춰!」를 써서 메시지와 강한 사운드를 결합한 SM 음악의 틀을 세웠다.

  • 경쟁젝스키스

    노란 풍선을 든 대성기획의 그룹으로, 1990년대 후반 H.O.T.와 순위와 팬덤을 다툰 맞수였다.

  • 우정S.E.S.

    SM의 같은 지붕 아래에서 활동한 걸그룹으로, 1999년 마이클 잭슨 자선 공연에 함께 섰다.

  • 멤버강타

    메인보컬로 「빛」을 직접 써서 그룹의 자작곡 시대를 열었고, 해체 뒤에도 SM에 남았다.

YouTube에서 7곡 이어 듣기 ↗

I. 다섯 소년 · 1995–1996

(기획) 1996년 9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남성 그룹으로 데뷔했다. 이름 H.O.T.는 High-five Of Teenagers, 곧 10대들의 승리라는 뜻이었다. 기획자는 1970년대에 가수로 데뷔해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한 이수만이었다. 그는 현진영 같은 가수를 내놓으며 기획사를 꾸려 왔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10대를 겨냥한 팀을 설계했다. (설문) 이수만은 고등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묻는 설문을 거쳐 팀의 윤곽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10대를 대중음악의 주된 구매층으로 끌어올린 뒤였고, 카세트테이프와 CD가 함께 팔리며 음반 시장이 정점으로 치닫던 때였다. 1996년 초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하자,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가 업계의 관심사가 되었다. (캐스팅) 멤버는 한 사람씩 모였다. 가장 먼저 뽑힌 이는 놀이공원에서 눈에 띈 안칠현, 훗날의 강타였다. 문희준과 이재원이 뒤를 이었고, 댄스 경연 대회에서 입상한 장우혁,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수만의 일대일 오디션을 거친 토니안이 합류했다. 문희준·장우혁·토니안은 1978년생, 강타는 1979년생, 막내 이재원은 1980년생이었다. (역할) 리더는 문희준이 맡아 보컬과 춤, 보조 랩을 오갔다. 메인보컬은 맑고 높은 목소리의 강타, 메인 래퍼이자 메인 댄서는 장우혁이었다. 토니안은 보컬과 영어 랩을, 이재원은 랩과 보조 보컬을 맡았다. 노래와 랩과 춤을 나눠 맡는 이 구성은 이후 한국 아이돌 그룹이 따르는 기본 틀이 되었다.

II. 전사의 후예 · 1996–1997

(데뷔) 1996년 9월 7일,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1집 타이틀곡 「전사의 후예」로 첫 방송 무대에 섰다. 앨범 제목은 We Hate All Kinds of Violence, 곧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는 선언이었다. 유영진이 작사·작곡한 이 곡은 학교 폭력을 직설적으로 다뤘고, 웅크린 소년을 그린 앨범 표지도 같은 메시지를 담았다. (반전) 그러나 무겁고 거친 힙합 댄스곡은 당시 대중에게 낯설었다. 판을 바꾼 것은 후속곡 「캔디」였다. 신예 작곡가 장용진이 작사·작곡·편곡한 이 곡은 밝은 전자음과 귀여운 안무, 알록달록한 의상으로 정반대의 얼굴을 보여 주었고, H.O.T.에게 첫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안겼다. 같은 앨범에는 소년소녀 가장을 위로하는 발라드 「내가 필요할 때」도 실렸다. (공식) 날 선 사회 비판과 달콤한 사랑 노래를 한 앨범에 나란히 놓는 방식은 이후 H.O.T. 음반의 공식이 되었다. 10대의 분노를 대변하면서 동시에 10대의 설렘을 노래하는 것이었다. 무대 위 다섯 명은 화가 난 소년이기도 했고 수줍은 소년이기도 했으며, 팬들은 그 두 얼굴을 모두 받아들였다. (신인상) 1집은 약 150만 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고, H.O.T.는 그해 연말 가요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데뷔 넉 달 만에 이들은 업계 전체가 주목하는 이름이 되었고,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청소년 잡지가 10대 시장의 위력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사의 후예 (Warrior's Descendant)1996무대 H.O.T. · 2018 MBC 무한도전 토토가3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는 데뷔 앨범의 선언을 가장 날카롭게 담은 곡이다. 대중에게는 낯설었지만 H.O.T.가 무엇을 말하려는 팀인지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

  • 도입부부터 무거운 드럼 루프와 거친 랩이 밀고 들어온다. 1996년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이례적으로 어둡고 공격적인 힙합 댄스 사운드였다.
  • 랩이 곡의 대부분을 끌고 가고, 노래는 후렴에서 날카롭게 터지는 짜임이다. 랩 담당과 보컬 담당이 나뉜 다섯 명의 분업이 그대로 드러난다.
  • 노래의 화법은 학교 폭력을 피해자 쪽에서 고발하는 목소리다. 웅크린 소년을 그린 앨범 표지와 짝을 이룬다.
  • 힘을 실어 끊어 치는 단체 안무(군무)는 이후 SM이 내놓은 공연형 댄스곡의 출발점으로 자주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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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Candy)1996공식 MV — H.O.T.

무거운 데뷔곡 뒤에 나온 밝은 후속곡으로 첫 1위를 안겼다. 분노와 설렘이라는 H.O.T.의 두 얼굴 가운데 설렘 쪽을 대표한다.

  • 반짝이는 신시사이저 선율과 경쾌한 미디엄 템포가 이끈다. 1990년대 중반 미디(MIDI, 전자악기를 컴퓨터로 연결해 연주하는 방식) 장비로 만든 전자음 팝의 질감이다.
  • 강타의 맑은 고음이 후렴을 이끌고, 랩은 짧게 끼어들어 가볍고 귀여운 분위기를 지킨다.
  • 알록달록한 의상에 손을 흔들고 몸을 튕기는 쉬운 안무를 더해, 교실에서 따라 하기 좋은 노래가 되었다.
  • 노래의 화법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수줍게 마음을 건네는 소년의 목소리다. 2022년 SM의 후배 NCT DREAM이 리메이크해 세대를 건너 다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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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하얀 풍선 · 1997–1998

(교체) 1997년 7월 2집 Wolf and Sheep이 나왔다. 힘에 따라 강자와 약자가 갈리는 세태를 늑대와 양에 빗댄 타이틀곡 「늑대와 양」은 가사 표현이 문제가 되면서 방송 활동이 어려워졌고, 타이틀은 밝은 「행복」으로 바뀌었다. 역시 장용진의 곡이었다. 후속곡 「We Are The Future」는 경직된 기성세대를 향해 미래의 주인을 자처하는 강한 댄스곡이었다. (기록) 2집은 발매 열흘 만에 100만 장을 넘겼다고 전해지며, 최종 판매는 약 150만 장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가요대상과 연말 방송사 시상식 대상이 뒤따랐다. (팬덤) 이 무렵 공식 팬클럽 Club H.O.T.가 몸집을 키웠다. 상징색은 흰색이었고, 팬들은 하얀 풍선과 하얀 우비로 공연장과 방송국 앞을 채웠다. 공식 회원은 10만 명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연이 있는 날 교육청이 조퇴 금지 지침을 내렸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상징색으로 결속하고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팬덤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 이때였다. (경쟁) 1997년 대성기획에서 데뷔한 젝스키스는 노란 풍선을 들었다. 두 팀의 경쟁은 순위 프로그램의 1위 다툼과 팬덤 사이의 신경전으로 번졌고, 1998년 서울가요대상은 두 팀의 공동 대상으로 마무리되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음반 시장이 얼어붙는 와중에도 10대 팬들의 구매력은 시장이 무너지는 속도를 늦추는 버팀목이었다.

♪행복 (Happiness)1997공식 MV — H.O.T.

「늑대와 양」 대신 2집의 얼굴이 된 곡이다. 152만 장이 팔린 그해 최고 판매 앨범의 정서를 밝은 쪽으로 기울였다.

  • 밝은 장조와 손뼉 치기 좋은 경쾌한 비트로 시작부터 끝까지 가볍게 흐른다.
  • 다섯 멤버가 파트를 고르게 나눠 맡고, 후렴은 여러 목소리를 겹쳐 쌓은 단체 합창(코러스 더빙)으로 부풀린다.
  • 노래의 화법은 행복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자는 따뜻한 권유에 가깝다. 바로 앞에 놓였던 늑대와 양의 비판과 대조된다.
  • 공연장에서 팬들이 함께 부르기 쉬운 짜임이어서 하얀 풍선 응원의 대표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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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스스로 쓴 노래 · 1998–1999

(자작) 1998년 9월 3집 Resurrection이 나왔다. 이 앨범부터 멤버들의 자작곡이 실리기 시작했다. 타이틀곡 「열맞춰!」는 유영진이 작사·작곡·편곡을 모두 맡은 곡으로, 학벌과 성적으로 줄 세우는 현실을 거친 기타와 랩으로 몰아붙였다. 후속곡 「빛」은 강타가 직접 쓴 곡이었다. 힘든 이들에게 희망을 건네는 이 노래로 H.O.T.는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 대상을 모두 받았다. (성장) 3집 표지의 병아리는 멤버들의 성장을 상징했다고 알려져 있다. 주어진 노래를 부르던 소년들이 스스로 쓰는 사람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경기장) 1999년 6월 25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마이클 잭슨의 자선 공연에 H.O.T.는 같은 SM 소속의 S.E.S.와 함께 한국 가수로 섰다. 석 달 뒤인 9월에는 같은 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해외 팝스타를 빼면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었고, 4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모였다. 1998년 데뷔한 SM의 후배 신화도 선배들이 닦은 길을 따라 무대를 넓혀 가던 시기였다. (추모) 1999년 9월 나온 4집 I yah!는 24트랙에 멤버들의 토크와 내레이션까지 담은 야심작이었다. 타이틀곡 「아이야!」는 그해 6월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로 숨진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노래였다. 판매는 130만 장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음악적 역량은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열맞춰! (Line Up!)1998무대 H.O.T. · 한터 음악 페스티벌

학벌과 성적으로 줄 세우는 현실을 겨눈 3집 타이틀곡이다. 유영진이 작사·작곡·편곡을 모두 맡아 SM 특유의 강한 사운드를 밀어붙였다.

  • 일그러진 일렉트릭 기타 소리(디스토션 기타)와 힙합 비트를 합친 랩 메탈 편곡이다. 1990년대 후반 미국 록과 힙합이 섞이던 흐름이 아이돌 무대로 들어온 순간이다.
  • 랩이 명령하듯 짧게 끊어 치는 플로우(박자에 말을 태우는 방식)로 전개되어 노래 전체가 행진처럼 들린다.
  • 노래의 화법은 획일적인 줄 세우기에 대한 분노다. 안무 역시 대열을 맞추고 흩뜨리는 군무로 제목을 몸으로 그려 보인다.
  • 강한 메시지와 무거운 사운드와 군무를 묶는 방식은 훗날 SMP라 불린 SM 공연형 음악의 원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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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Hope)1998무대 H.O.T. · 1998 MBC 생방송 음악캠프

강타가 직접 쓴 곡으로, 노래를 받아 부르던 그룹이 스스로 쓰는 그룹으로 넘어갔음을 보여 주었다. 지상파 3사 대상을 모두 안긴 노래다.

  • 부드러운 건반과 현악을 바탕으로 한 미디엄 템포 팝이다. 격한 군무 곡 사이에서 숨을 고르게 하는 자리에 놓였다.
  • 후렴이 단순하고 넓게 퍼져 관객이 함께 부르기 좋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로 자리 잡은 이유다.
  • 노래의 화법은 지친 사람에게 희망을 건네는 위로다. 외환위기 직후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넓게 사랑받았다.
  • SM 소속 가수들이 함께 서는 SMTOWN LIVE의 마지막 곡으로 불려 왔고, 2018년 토토가3 무대에서도 다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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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I yah!)1999무대 H.O.T. · 한터 음악 페스티벌

발매 석 달 전 일어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로 숨진 어린이들을 추모한 4집 타이틀곡이다. 아이돌이 실제 참사를 정면으로 노래한 드문 예다.

  • 록 사운드를 앞세운 무겁고 격한 편곡처럼 들린다. 추모곡이면서도 슬픔보다는 분노의 온도가 높다.
  • 노래의 화법은 떠난 아이들을 부르면서 어른들의 세상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다.
  • 사건이 일어난 지 석 달 만에 나온 곡이어서, 가요 순위 프로그램 무대가 곧 사회적 애도의 자리가 되었다.
  • 토크와 내레이션까지 24트랙으로 짠 4집의 중심에 놓여, 앨범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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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성 밖으로 · 2000–2001

(베이징) 2000년 2월 1일, 베이징 공인체육관에서 첫 중국 공연을 열어 1만 3천여 명을 모았다. 그 전에 이미 중국에서 앨범 40만 장가량이 팔렸다고 전해진다. 공연 뒤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 H.O.T.식 옷차림이 번졌고, 이 무렵 중국 언론에서 한류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최초 용례를 두고는 이견이 있지만, 이 공연은 한류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꼽힌다. (영화) 같은 해 다섯 멤버가 주연한 SF 영화 「평화의 시대」가 개봉하고 사운드트랙 앨범도 나왔지만, 흥행은 저조했다. (점자) 2000년 9월 5집 Outside Castle이 나왔다. 앨범의 곡 대부분을 멤버들이 직접 쓰거나 프로듀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다룬 이 곡은 무대와 재킷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매는 국내 약 88만 장으로 이전 앨범들에 미치지 못했다. MP3와 인터넷 음원이 퍼지며 음반 시장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한 때였다. (마지막) 2001년 2월 27일의 콘서트는 결과적으로 다섯 명의 마지막 공연이 되었다. H.O.T. 콘서트 날 관객 귀가를 위해 서울 지하철이 연장 운행한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해체) 같은 해 5월 13일, 장우혁·토니안·이재원이 SM과 재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다른 기획사로 옮겼다. 강타와 문희준은 SM에 남았다. 해체 경위를 두고 당사자들의 설명은 서로 달랐고, 지금까지도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팬들이 SM 사옥 앞에 모여 항의했다. 데뷔한 지 4년 8개월 만이었다.

♪아웃사이드 캐슬 (Outside Castle)2000무대 H.O.T. · 2000 MBC 음악캠프

문희준이 쓴 마지막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다섯 명이 직접 만든 앨범의 얼굴로, 성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노래했다.

  • 무대 안무에 수화 동작을 넣어, 노래의 메시지를 몸짓으로 직접 전했다.
  • 앨범 재킷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새겨, 음반이라는 물건 자체가 노래의 주제를 실천하게 했다.
  • 노래의 화법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함께 살자는 권유다. 초기의 분노한 고발과 결이 다른, 한층 성숙한 목소리다.
  • 14곡 전부를 멤버들이 쓰거나 프로듀싱한 앨범에서 리더가 쓴 곡이 타이틀이 되었다는 점이 H.O.T.의 마지막 변화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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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다시 하얀 물결 · 2001–2026

(갈래) 해체 뒤 장우혁·토니안·이재원은 3인조 jtL을 결성해 정규 앨범을 냈고, 몇 해 뒤 각자 솔로 앨범을 내며 흩어졌다. 강타는 발라드와 R&B를 중심으로 솔로 가수의 길을 걸었고, 문희준은 R&B에서 출발해 록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타는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SM에 남아 후배들과 같은 무대에 서 왔다. (유산) 그들이 남긴 틀은 SM과 업계 전체로 이어졌다. 메시지를 앞세운 강한 군무 곡은 이후 SM 특유의 공연형 음악(SMP라 불린다)의 원형으로 평가되고, 강타의 「빛」은 SM 소속 가수들이 함께 서는 SMTOWN LIVE의 마지막 곡으로 불려 왔다. 2025년 SM 창립 30주년 공연에서 강타와 토니안은 NCT DREAM이 리메이크한 「캔디」를 후배들과 함께 불렀다. (재회) 2018년 2월,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3 특집으로 다섯 명이 다시 한 무대에 섰다. 그해 10월 13~14일에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Forever를 열어 약 10만 명을 모았고, 2019년 9월에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사흘간 공연해 약 6만 명을 만났다. 객석은 다시 흰색으로 채워졌다. 2025년 11월에는 한터뮤직페스티벌 무대에도 함께 올랐다. (지금) 팀은 정식 재결합을 선언하지 않은 채 공연을 중심으로 이따금 모인다. 10대의 승리를 이름에 걸었던 다섯 소년은 40대 후반이 되었고, 하얀 풍선을 들던 팬들도 함께 나이를 먹었다. 그들이 처음 그린 아이돌의 설계도, 곧 분업된 멤버와 메시지를 앞세운 군무와 조직된 팬덤과 해외 무대는 지금의 K팝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덜 알려진 이야기

H.O.T.는 우연히 모인 소년들이 아니라 설계된 팀이었다. 이수만이 고등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묻는 설문을 바탕으로 팀을 구상했다는 대목이 영어권 자료에 남아 있다. 이후 신화처럼 굳은 팬덤의 기억 속에서 이런 시장 조사의 흔적은 잘 언급되지 않는다. 「캔디」와 「행복」은 당시 신예 작곡가였던 장용진이 만든 곡이다. 그는 혼성 그룹 UP의 「뿌요뿌요」, 태사자의 「도」도 썼다. 그룹의 가장 대중적인 얼굴을 신예 작곡가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무대 뒤의 이름이라 대중의 기억에서 쉽게 빠졌다. 중국 시장의 의미도 흔히 한류의 상징으로만 이야기된다. 2000년 초까지 중국에서도 수십만 장의 앨범이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 현상이기 전에 산업의 생존 문제였던 것이다. 지금도 쓰이는 H.O.T. 로고는 2집 때 의뢰한 그래피티 작품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 미술의 형식이 10대 아이돌의 상표가 된 것이다.

용어 노트 📚🔎

아이돌

(말뜻) 영어 idol은 우상, 곧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기획사가 뽑아 오랫동안 훈련시킨 뒤 노래와 춤과 외모를 함께 내세워 데뷔시키는 가수, 특히 그룹을 가리킨다. H.O.T.는 이 방식으로 만들어져 크게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학교 대표 팀이 선수를 뽑아 포지션을 정해 주고 함께 연습시켜 대회에 내보내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누군가 몹시 동경하는 사람을 두고 내 아이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획사

(말뜻) 기획(企劃)은 일을 꾀하여(企) 계획을 긋는다(劃)는 뜻이다. 연예인의 활동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회사라서 연예기획사라고 부른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수 지망생을 뽑아 연습시키고, 노래와 앨범을 만들고, 방송과 공연과 광고를 잡아 주는 회사다. 대신 수익을 가수와 계약에 따라 나눈다. SM엔터테인먼트가 H.O.T.를 만든 회사다. 학교 축제 무대를 준비할 때 누군가는 팀을 꾸리고 연습 시간을 짜고 무대 순서를 잡는데, 기획사는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팬덤

(말뜻) 영어 fan에 무리나 영역을 뜻하는 꼬리말 -dom이 붙은 말로, 팬들의 세계 혹은 팬 집단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한 가수를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집단과 그 문화다. H.O.T. 팬들은 흰색을 상징색으로 정하고 하얀 풍선을 들었으며, 젝스키스 팬들은 노란 풍선을 들었다. 운동회 때 청군과 백군이 머리띠 색으로 편을 나누고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것과 닮았다.

타이틀곡

(말뜻) 영어 title은 제목이라는 뜻으로, 앨범의 얼굴이 되는 곡이라는 의미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앨범에 실린 여러 곡 가운데 방송과 홍보에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곡이다. 그 다음에 내세우는 곡을 후속곡이라 한다. H.O.T. 2집은 「늑대와 양」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가 「행복」으로 바꾸었다. 반 대표로 장기자랑에 나갈 때 여러 후보 가운데 제일 자신 있는 한 곡을 먼저 고르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운동 경기에서 타이틀은 우승자에게 주는 칭호, 곧 선수권을 뜻한다.

한류

(말뜻) 한류(韓流)는 한국(韓)의 흐름(流)이라는 뜻이다. 추위가 몰려오는 한류(寒流)와 소리가 같아, 한국 문화가 물결처럼 밀려온다는 느낌을 담았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한국의 노래, 드라마, 영화 같은 대중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이다. 2000년 H.O.T.의 베이징 공연은 이 흐름을 눈에 보이게 만든 상징적 장면으로 자주 꼽힌다. 우리 반에서 시작된 놀이가 옆 반, 다른 학교로 번져 모두가 따라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날씨와 바다 이야기에서 한류(寒流)는 차가운 바닷물의 흐름, 곧 차가운 해류를 뜻한다.

군무

(말뜻) 군무(群舞)는 무리(群)가 함께 추는 춤(舞)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그룹 멤버 여럿이 같은 동작을 정확히 맞추거나, 자리를 바꾸며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 내는 춤이다. H.O.T.의 「전사의 후예」와 「열맞춰!」처럼 힘 있는 군무는 이후 아이돌 무대의 기본이 되었다. 체육대회 매스게임에서 반 전체가 박자에 맞춰 같은 동작을 하고 줄을 바꿔 서는 것이 바로 군무다.

밀리언셀러

(말뜻) 영어 million은 백만, seller는 팔리는 것이라는 뜻으로, 백만 장 넘게 팔린 음반이나 책을 말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음반이 100만 장 넘게 팔린 경우를 가리킨다. CD와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음악을 듣던 1990년대에는 큰 성공의 기준이었고, H.O.T.는 앨범 네 장을 밀리언셀러로 만들었다. 학교 매점에서 어떤 과자가 하루 만에 전교생 수만큼 팔렸다면 그 과자는 매점의 밀리언셀러인 셈이다. (다른 데서는) 출판에서도 백만 부 넘게 팔린 책을 밀리언셀러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