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
1990년대 말, 세 소녀의 화음이 '걸그룹'이라는 장르가 한국에서도 성립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프로듀서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로 멤버들을 직접 캐스팅하고 그룹을 기획했다.
- 프로듀서유영진
대부분의 타이틀곡을 작사·작곡·프로듀싱하며 그룹의 음악 색깔을 설계했다.
- 경쟁이효리
라이벌 그룹 핑클의 멤버로, 1990년대 말 걸그룹 양대산맥을 이뤘다.
- 우정손호영
god 멤버로, 슈와 데뷔 전 같은 혼성 그룹 연습생 시절을 함께했다.
- 멤버바다
한국어 파트를 맡은 메인보컬로, 해체 이후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넓혔다.
- 멤버유진
영어 파트를 맡았으며, 해체 이후 배우로 전향해 드라마에서 자리 잡았다.
I. 롯데월드의 소녀들 · 1994–1997
(기획) 1994년, 대한민국 서울의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수만은 걸그룹 기획에 나섰다. 당시 가요 시장은 남성 그룹 중심이었고 걸그룹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지만, 미국의 TLC와 스파이스 걸스가 거둔 성공이 자극이 됐다. 약 백 명을 오디션한 끝에 세 사람을 추렸다. (캐스팅) 바다는 안양예술고등학교 연암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SM 관계자에게 발견됐다. 아버지가 병을 앓아 형편이 어려웠던 그에게 이수만은 대학 전액 장학금을 제안하며 합류를 권했다고 전해진다. 슈는 롯데월드에서 친구들과 놀다 길거리 캐스팅됐는데, 이전에는 다른 기획사에서 혼성 그룹 연습생으로 훗날 god 멤버가 되는 손호영, 데니안과 함께 훈련받고 있었다. 유진은 괌 공항에서 H.O.T.를 보러 갔다가 이수만 일행과 마주친 것이 인연이 되어 직접 캐스팅 제안을 받았고, 5~6개월가량의 연습생 기간만 거쳤다고 알려져 있다. (전환) 원래 기획은 H.O.T.의 여성판, 힙합 색채가 짙은 전사 콘셉트였다. 그러나 재미교포 출신 유진의 이국적이고 청순한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흰 티셔츠 차림의 청순한 소녀 이미지로 방향이 바뀌었다. (데뷔) 1997년 11월 28일 SBS 음악 프로그램으로 첫 무대에 섰고, 12월 정규 1집 「S.E.S.」를 내놓았다. 타이틀곡 「I'm Your Girl」은 SM 최초의 걸그룹이 내건 깃발이었고, 청순한 화음과 춤으로 또래 소녀들의 지지를 받으며 SBS·MBC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SM 최초 걸그룹의 출사표이자, 청순 콘셉트로 방향을 튼 결과물이었다.
- 신스 기반 미드템포 비트 위에 세 사람의 화음이 겹겹이 쌓이며 시작한다.
- 바다의 또렷한 가온음, 슈의 안정된 중저음, 유진의 맑은 고음이 역할을 나눠 부르며 합을 맞춘다.
- 짧고 반복적인 훅으로 짜인 후렴은 방송 녹화 때마다 함께 따라 부르기 좋게 설계된 인상을 준다.
- 손을 교차해 가슴 앞에서 그리는 동작이 후렴 첫 박에 맞물려, 1990년대 말 걸그룹 안무의 전형을 보여준다.
II. 질주 · 1998
(질주) 1998년 11월, 2집 「Sea & Eugene & Shoo」를 내놓았다. 타이틀곡 「Dreams Come True」는 전작보다 세련된 알앤비 편곡으로 호응을 얻으며 S.E.S.를 반짝 신인이 아니라 믿고 듣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동료) 같은 해 SM에서는 신화가 데뷔해 같은 건물, 같은 연습실을 오가는 동료가 됐다. 남성 그룹 H.O.T.와 함께 나란히 회사를 떠받치는 간판으로 떠올랐고, 세 사람은 또래 아이돌 사이에서 흔치 않은 연대감을 쌓았다고 알려져 있다. (혹사) 인기와 함께 스케줄은 빠르게 늘었다. 방송·행사·화보를 오가며 쪽잠을 자는 생활이 이어졌다고 멤버들은 훗날 인터뷰에서 돌아봤다. 컬러TV와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절대적 영향력을 지녔던 시절이라, 한 번의 1위 방송 출연이 음반 판매량을 좌우했다. (타진) 국내 흥행을 바탕으로 그해 2월 일본 진출을 선언했고, 10월에는 현지 데뷔 싱글을 냈다. 이는 이듬해 첫 일본 앨범 발매로 이어진다.
데뷔곡보다 한층 어른스러운 소리로, 그룹이 반짝 인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 전작보다 리듬감 있는 알앤비 그루브를 전면에 내세워 한층 성숙한 소리를 냈다.
- 세 사람이 번갈아 멜로디를 주고받는 구성이라 각자의 음색 차이가 선명하게 들린다.
- 여러 목소리를 겹쳐 쌓은 소리(코러스 더빙)로 두께를 더해, 후렴에서 합창처럼 들리는 순간이 인상적이다.
- 컬러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거듭하며 그룹의 입지를 굳힌 곡으로 꼽힌다.
III. 정점 · 1999
(절정) 1999년 10월, 3집 「Love」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Love」는 뉴욕 로케이션 촬영에 거액을 들인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고, 앨범은 76만 장 넘게 팔리며 당시 역대 걸그룹 음반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라이벌) 1998년 데뷔한 핑클(옥주현·이효리·성유리·이진)과 함께 1990년대 말 걸그룹 양대산맥을 이뤘다. 언론은 두 그룹을 라이벌로 세웠지만 실제 멤버들 사이에는 친분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 슈와 이진은 데뷔 전 같은 연기 학원 출신이었다. 음악 색깔은 또렷이 갈려, 유영진이 짜낸 S.E.S.의 세련된 알앤비·팝과 핑클의 대중적인 발라드·댄스가 매주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자리를 다퉜다. (일본) 같은 해 일본 VAP 레코드를 통해 「Reach Out」을 발매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한국 걸그룹이 일본 시장을 노크하던 초기 사례 중 하나였다. (피로) 인기의 정점에서 세 사람은 열아홉, 스무 살 즈음이었다. 쉴 틈 없는 스케줄 속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대부분 카메라 밖에서 조용히 지나갔다.
76만 장 넘게 팔리며 당대 걸그룹 음반 판매량 기록을 새로 쓴 곡이다.
- 느린 템포의 발라드 색 짙은 팝으로, 현악 편성이 도입부부터 감정을 끌어올린다.
- 절정부에서 세 사람이 함께 음을 쌓아 올리는 대목이 이 곡의 킬링파트로 자주 꼽힌다.
- 뉴욕 로케이션으로 찍은 뮤직비디오는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 CD와 카세트가 음반 시장의 중심이던 시절, 해외 올로케이션 촬영 자체가 드문 화제였다.
IV. 그린란드에서 온 편지 · 2000
(전환) 2000년 12월, 4집 「A Letter from Greenland」를 발매했다. 앞서 3집 후속곡 「Twilight Zone」으로 청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어둡고 몽환적인 콘셉트를 시도했던 세 사람은, 이번에는 「감싸안으며 (Show Me Your Love)」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성숙) 후속곡 「Be Natural」은 유영진이 쓰고 프로듀싱한 재즈팝 곡으로, 10대 느낌을 벗고 성인 알앤비 보컬 그룹으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일본) 일본에서는 두 번째 음반 「Be Ever Wonderful」을 내며 현지 활동을 이어갔다. (균형) 국내외를 오가는 스케줄 속에서 세 사람은 이미 데뷔 3년 차를 넘긴 베테랑이 되어 있었다.
어둡고 몽환적인 콘셉트를 시도한 곡으로, 2000년 1월 SBS 인기가요 1위에 올랐다.
- 이전까지의 밝은 색과 달리 어둡고 긴장감 있는 신스 사운드로 문을 연다.
- 낮게 깔리는 벌스(절)와 고음으로 치닫는 후렴의 대비가 또렷하다.
- 1999년 10월 나온 3집 「Love」에 실려, 타이틀곡 「Love」에 이어 그해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후속곡으로 활동했다.
유영진이 직접 설계한 재즈팝 사운드로, 성인 보컬 그룹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 재즈팝 색채의 느긋한 리듬과 관악기 느낌의 신시사이저 선율이 어우러진다.
- 힘을 빼고 흘려 부르는 창법으로, 10대 느낌을 벗은 성숙한 톤을 들려준다.
- 유영진이 작사·작곡·프로듀싱을 맡아 그룹의 음악적 방향을 직접 설계한 곡이다.
- 데뷔 3년 차 그룹이 성인 보컬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곡으로 꼽힌다.
V. 해체 · 2001–2002
(변화) 2002년 2월, 5집 「Choose My Life-U」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U」는 록과 유로댄스, 라틴 리듬을 섞은 편곡으로 한층 성숙한 이미지를 그렸고, 뮤직비디오에서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직업인을 연기하며 개인의 색깔을 드러냈다. (해체) 그러나 그해 12월 19일, 그룹은 공식 해체를 발표했다. 5년의 전속계약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다만 개인 활동 비중이 커지고 있었다는 점이 변화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소회) 해체는 조용히 지나갔다. 요란한 고별 무대 대신, 각자 다른 길을 걷기로 한 선언에 가까웠다.
해체를 앞두고 낸 마지막 공식 타이틀곡으로, 데뷔 때와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섰다.
- 록 기타 사운드와 유로댄스 비트, 라틴 리듬이 한 곡 안에서 교차한다.
- 짧게 끊어 치는 리듬 위에 세 사람이 각자 짧은 구간을 맡아 부르는 구성이다.
- 뮤직비디오에서 세 멤버가 각기 다른 직업인을 연기하며 각자의 개성을 강조했다.
- 데뷔 때의 청순 콘셉트와 대비되는, 성년이 된 그룹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VI. 각자의 길 · 2003–2015
(배우) 유진은 연기자로 전향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등에서 시청률 50%를 넘기는 성과를 거두며 배우로 자리 잡았다. (무대) 바다는 뮤지컬 무대로 활동 중심을 옮겼고, 2014년 제6회 Seoul Success Awards에서 뮤지컬 대상을 받으며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의 전환을 증명했다. (공백) 슈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뜸했다. 세 사람은 간간이 예능과 행사에서 재회했지만, 그룹으로서의 활동은 멈춰 있었다. (계보) 그 사이 SM에서는 보아, 소녀시대 같은 후배 걸그룹이 나와 S.E.S.가 닦아놓은 길 위에서 한류의 더 넓은 지형을 만들어갔다. 1세대 걸그룹의 원형으로서 S.E.S.의 이름은 이후 세대 아이돌을 설명할 때 계속 소환됐다.
VII. 재결합, 그리고 지금 · 2016–2026
(재회) 2016년 10월, 데뷔 20주년을 맞아 재결합이 발표됐다. 11월 SM 스테이션을 통해 디지털 싱글 「Love [story]」를 냈고, 이듬해 1월 20주년 기념 스페셜 음반 「Remember」를 발매해 「Remember」와 「Paradise」 두 곡을 동시에 내세웠다. (시련) 2018년, 슈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슈는 혐의를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으며, 2022년 방송을 통해 활동을 재개했다. (동행) 바다와 유진은 이후로도 슈의 복귀를 돕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이며 세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갔다. 완전한 재결합 활동은 뜸하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서로의 동료로 남아 있다. (유산) 스트리밍과 유튜브 시대에 접어들며 「Dreams Come True」나 「Love」 같은 1990년대 말 곡들은 복고 열풍 속에 재발견됐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카세트테이프의 시대에서 스트리밍의 시대까지 건너온 S.E.S.의 음악은, 1세대 걸그룹의 교과서로 여전히 불린다.
데뷔 20주년, 스트리밍 시대로 돌아온 세 사람의 재회를 알린 곡이다.
- 2000년대 초의 세련된 팝 사운드를 계승하면서도 당시 유행하던 깔끔한 전자음을 더했다.
- 성인이 된 세 사람의 더 깊어진 음색이 데뷔곡과 자연스럽게 대비된다.
- 데뷔 20주년에 맞춰 디지털 음원 플랫폼으로 공개돼, CD 시대에 데뷔한 그룹이 스트리밍 시대로 돌아왔음을 상징했다.
- 오랜 공백 뒤 세 사람이 다시 한 무대에서 화음을 맞추는 모습 자체가 팬들에게 뭉클한 장면으로 남았다.
덜 알려진 이야기
그룹명 S.E.S.는 세 사람의 활동명 바다(Sea)·유진(Eugene)·슈(Shoo)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본명은 각각 최성희, 김유진, 유수영으로, 활동명 자체가 그룹명을 염두에 두고 먼저 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 이름이 콘셉트를 위해 설계된 셈이다. 2집에 실린 「너를 사랑해」는 원래 1집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이수만의 제안으로 2집으로 미뤄져 활동곡이 됐다. 데뷔 앨범에서 빠진 곡이 한 해 뒤 그룹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이다. 「Twilight Zone」은 활동 당시 가사 한 구절과 배꼽이 드러나는 의상이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문제가 된 단어를 바꿔 부르고 배꼽을 가린 차림으로 공중파 무대에 섰는데, 방송사의 선정성 기준이 노랫말과 옷차림까지 좌우하던 시절의 한 장면이다.
용어 노트 📚🔎
타이틀곡
(한국 대중음악에서) 한 앨범에 여러 곡이 실려도 방송 활동과 홍보를 집중하는 단 한두 곡을 가리킨다. 반 전체가 준비한 과제 중에서 선생님께 가장 먼저 보여줄 대표작 한 편을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전속계약
(말뜻) 전속(專屬)은 오로지 한 곳에만 속한다는 뜻의 한자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수나 그룹이 일정 기간 한 기획사와만 함께 활동하기로 맺는 계약으로, 이 기간에는 다른 회사와 음반·방송 계약을 할 수 없다. 한 동아리에 가입하면 그 기간 동안은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없는 교칙과 비슷하다.
알앤비(R&B)
(말뜻) 리듬 앤드 블루스(Rhythm and Blues)의 줄임말로, 미국 흑인 음악에서 비롯된 리듬과 블루스 창법을 뜻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부드러운 그루브와 감정을 담아 꺾어 부르는 보컬이 특징인 장르로, 1990년대 말 한국 가요에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노래방에서 쉬운 발라드 대신 리듬을 타며 흥얼거리게 되는 곡들이 대개 여기 속한다.
유로댄스
(한국 대중음악에서) 1990년대 유럽에서 유행한 빠른 템포의 전자음 댄스 음악 장르로, 경쾌한 신시사이저 리듬이 특징이다. 체육대회 응원곡처럼 빠르고 단순한 비트가 몸을 먼저 움직이게 만드는 음악이다.
콘셉트
(한국 대중음악에서) 음반이나 활동마다 그룹에게 입히는 하나의 이미지와 세계관을 뜻한다. 청순한 소녀, 어두운 분위기, 성숙한 어른 같은 색깔을 미리 정하고 의상·안무·뮤직비디오를 거기에 맞춘다. 학예회에서 반 전체가 같은 주제로 의상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후렴(코러스)
(한국 대중음악에서) 노래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고 기억에 남도록 설계된 부분이다. 돌림노래에서 모두가 다 함께 가장 크게 부르는 대목을 떠올리면 된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
(한국 대중음악에서) 방송사가 한 주간 음반 판매량·방송 횟수·시청자 투표 등을 합산해 그 주의 1위 곡을 가리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1990년대에는 이 프로그램의 1위 트로피가 음반 판매량과 직결될 만큼 영향력이 컸다. 반 대표를 뽑는 투표처럼, 매주 결과가 다음 활동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