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Ho-sup
만화영화 주제가를 부르던 소년이 형과 아우가 만든 노래 한 곡으로 한 시대의 이별을 대신 불렀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가족최창권
아버지이자 「살짜기 옵서예」와 「로보트 태권 V」 주제가의 작곡가로, 아들을 녹음실과 극장에서 길렀다.
- 후원김청기
「로보트 태권 V」의 감독으로, 주제가의 독창 부분에 소년 최호섭의 목소리를 골랐다.
- 가족최명섭
형으로, 「세월이 가면」과 2021년 「GOODBYE」의 가사를 썼다.
- 가족최귀섭
동생으로, 「세월이 가면」을 작곡했고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음악을 맡았다.
- 영향이승환
「세월이 가면」을 다시 부른 후배 가운데 한 명으로, 조성모·김조한 등과 함께 이 노래를 다음 세대에 이어 주었다.
- 프로듀서박강영
조용필 음반의 프로듀서로 알려진 인물로, 2021년과 2023년 복귀작의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I. 예그린의 아이 · 1964–1975
(출생) 1964년 7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작곡가 최창권이었다. 최창권은 평안북도 강계에서 태어났다. 형 최명섭과 동생 최귀섭을 둔 삼형제의 둘째였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공개된 기록이 거의 없다. (예그린) 아버지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예그린악단의 창단에 관여한 인물이었고, 1966년 이 악단이 올린 「살짜기 옵서예」의 음악을 썼다. 이 작품은 한국 뮤지컬의 원조 격으로 평가된다. 훗날 예그린 쪽은 그를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무대) 그래서 최호섭이 어릴 때 놀던 곳은 녹음실과 극장이었다. 그는 2009년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이끈 예그린 무대에 아역으로 섰다고 회고했다. 노래와 연기를 따로 배운 것이 아니라 집안일처럼 익혔던 셈이다. (시대) 1960~70년대의 가요는 라디오와 LP로 퍼졌고, 텔레비전은 아직 집집마다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뮤지컬이라는 말도 낯선 시절이었다. 아버지가 무대 음악이라는 좁은 길을 걷는 동안 아들은 그 길이 얼마나 고된지, 또 얼마나 즐거운지를 함께 보며 컸다. 이 경험은 뒷날 그가 가수로 이름을 얻고 나서도 뮤지컬 무대로 거듭 돌아간 데에 그대로 이어졌다.
II. 태권 V의 소년 · 1976–1985
(미리내) 열 살 남짓이던 무렵, 최호섭은 교육 단체 미리내에서 노래와 연기를 배웠다. 미리내는 노래와 연기를 가르치던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다진 발성과 무대 감각이 곧 뜻밖의 기회로 이어졌다. (주제가) 1976년 김청기 감독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V」가 개봉했다. 주제가는 아버지 최창권이 작곡했다. 김청기 감독이 그의 목소리를 골라 독창 부분을 맡겼다. 열두 살 소년의 맑은 목소리는 극장을 나선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졌고, 그는 단번에 아이들의 스타가 됐다. (속편) 영화가 흥행하자 속편이 해마다 이어졌다. 벅스 디스코그래피에는 1977년 「로보트 태권 V 제2탄 우주작전」, 1978년 「제3탄 수중특공대」의 OST가 그의 이름으로 올라 있다. 이 노래들은 극장과 레코드, 어린이 방송을 거치며 한 세대의 공통 기억이 됐다. (뮤지컬) 1978년에는 뮤지컬 배우로 정식 무대에 섰다. 십대의 그는 무대 밖에서는 록 음악에 빠져 공연을 따라다닐 만큼 열성적인 팬이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후 서울예술대학에 진학했다가 졸업하지 않고 그만두었다. 아버지의 무대 음악, 만화영화 주제가, 록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갈래가 그의 귀에 한꺼번에 쌓였다.
아버지 최창권이 곡을 쓰고 열두 살의 최호섭이 독창으로 부른 주제가다. 그의 이름이 처음 대중에게 닿은 노래다.
- 행진곡처럼 또박또박 걷는 박자(행진곡풍 리듬)가 곡 전체를 끌고 간다. 로봇이 출동하는 화면과 맞물리도록 짜인 영화 음악의 문법이다.
- 변성기 전 소년의 맑고 곧은 목소리가 꾸밈 없이 선율을 밀고 나간다. 감독이 이 목소리를 골랐다는 일화를 떠올리며 들으면 그 선택의 이유가 들린다.
- 관악기와 현악기가 큰 소리로 함께 울리는 편성(오케스트라 편곡)은 1970년대 한국 극장용 만화영화 음악의 전형적인 소리다.
- 짧고 외우기 쉬운 반복 구절이 곡 앞부분에 일찍 나온다. 극장을 나선 아이들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었던 까닭이다.
III. 삼형제의 노래 · 1986–1988
(원술) 1986년 그는 뮤지컬 「화랑 원술」의 주인공을 맡아 무대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무대를 꽉 채우는 힘 있는 발성은 이 시기에 굳어졌다. 그러나 그가 대중에게 가수로 기억되는 계기는 극장이 아닌 집 안에서 왔다. (형제) 1988년 3월 30일, 첫 음반이 나왔다. 열 곡이 실렸고 타이틀곡은 「바람아 불어」였다. 그런데 정작 시대에 남은 곡은 여섯 번째 트랙인 「세월이 가면」이었다. 형 최명섭이 가사를 쓰고 동생 최귀섭이 곡을 썼으며, 가운데 아들이 노래했다. 작곡가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삼형제가 한 곡에 저마다 몫을 나눠 맡은 것이다. (라디오) 이 노래는 KBS 라디오에서 소개되며 먼저 귀를 탔다고 알려져 있다. 그해 11월 30일, KBS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1위에 올랐다. 올림픽을 치른 1988년의 서울에서는 카세트테이프와 LP가 함께 팔렸고, 컬러텔레비전의 순위 프로그램이 히트곡을 정했다. 한편 변진섭·이문세 같은 이름이 이끈 발라드가 가요의 중심으로 올라서던 때이기도 했다. (정서) 「세월이 가면」은 떠난 사람을 향해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마음을 말하는 노래다. 담담한 고백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힘 있게 터지는 그의 목소리는 무대 배우의 발성 그대로였다. 훗날 한 매체는 힘 있는 목소리에 먹먹한 정서가 겹쳐 이별한 사람들을 어루만졌다고 평했다. 아역 스타는 스물넷에 어른의 노래로 다시 이름을 얻었다.
형이 가사를 쓰고 동생이 곡을 쓴 삼형제의 노래로, 1988년 11월 「가요톱10」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이 아니었는데도 라디오를 타고 시대의 노래가 됐다.
- 피아노가 이끄는 조용한 첫 절에서 그는 목소리를 아껴 낮게 말하듯 부른다. 후렴(코러스)에 이르러 한꺼번에 소리를 열면서 곡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 후렴의 높은 음을 가성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진성으로 밀어붙이는 창법은 뮤지컬 무대에서 다진 발성에서 나온 것처럼 들린다. 리메이크가 많았어도 원곡이 기준으로 남은 이유로 흔히 이 대목이 꼽힌다.
- 천천히 흐르는 발라드 템포 위에 신시사이저 현악 소리(신스 스트링)가 깔리는 1980년대 후반 가요 발라드의 소리다. 아날로그 녹음의 따뜻한 질감이 남아 있다.
- 곡 구성은 절(벌스)과 후렴이 두 번 되풀이되고 마지막 후렴에서 감정이 가장 높아지는, 군더더기 없는 형식이다. 그래서 기현·조성모·이승환처럼 결이 전혀 다른 가수들도 같은 뼈대 위에 자기 색을 입힐 수 있었다.
1집의 원래 타이틀곡이다. 「세월이 가면」에 가려졌지만, 데뷔 음반이 처음 내세운 얼굴이 이 곡이었다.
- 음반 첫 곡이자 타이틀곡으로 놓인 자리를 생각하며 들으면, 기획 단계에서 이 가수의 무엇을 앞세우려 했는지가 보인다.
- 「세월이 가면」의 처절한 고음과 견주어 보면 그의 목소리가 지닌 다른 결이 드러난다. 앨범 전체의 어덜트 컨템포러리(어른 취향의 부드러운 팝) 색이 이 곡에서 먼저 정해진다.
- LP 복각판(옛 원판을 그대로 옮겨 다시 낸 음원)으로 남아 있어 1988년 아날로그 녹음의 소리를 지금도 들을 수 있다.
IV. 한순간 · 1989–2004
(2집) 1989년 9월 1일, 수도미디어 기획으로 두 번째 정규 음반 「한순간」이 나왔다. 타이틀곡 「한순간」을 비롯해 아홉 곡이 실렸고, 1집에 있던 「그대를 위한 노래」를 다시 실었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계열의 차분한 팝 발라드였다. 1994년에는 세 번째 음반 「바람과 종이연」을 냈다고 알려져 있다. (거리) 그는 기획사에 묶여 움직이는 생활을 내켜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방송 출연과 행사로 히트를 이어 가는 것이 성공의 공식이던 시절, 그는 그 흐름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가요계는 댄스 음악과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성대)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성대 이상 때문에 무대에서 내려왔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 뒤로 그는 노래하는 자리 대신 가르치고 만드는 자리로 옮겼다. 보컬 트레이너와 음반 프로듀서로 일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으로 목소리를 다스리는 법은 오히려 이 경험에서 배웠다고 그는 말했다. (아우) 같은 시기 동생 최귀섭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음악을 맡았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무대에 오르며 한국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이 됐다.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집안의 무대 음악 내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진 것이다.
히트 이듬해에 낸 2집의 타이틀곡이다. 첫 음반만큼 주목받지 못한 채, 그가 조용히 방송에서 멀어져 간 시기의 첫머리에 놓인다.
- 전작의 폭발적인 고음보다 차분한 선율에 무게를 둔 팝 발라드다. 같은 가수의 다른 얼굴을 듣는 재미가 있다.
- 1989년 무렵 가요 녹음에 흔했던 신시사이저 건반과 리듬 머신(전자 드럼) 위주의 반주가 시대의 소리를 들려준다.
- 1집과 비교해 들으면 데뷔작의 성공 공식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 흔적이 느껴진다. 다만 이는 음반에서 받는 인상이고, 제작 의도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V. 다시 불리는 노래 · 2005–2016
(재녹음) 2005년 12월 27일, 그는 「세월이 가면」을 17년 만에 다시 녹음해 디지털 싱글로 냈다. 그루브를 살린 새 발라드 판이었다. 같은 해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 이 노래가 쓰이며 다시 관심을 모았다. 음반이 CD에서 MP3와 음원 사이트로 넘어가던 무렵, 옛 히트곡은 싱글 한 곡으로 새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후배) 그 사이 노래는 원곡자의 손을 떠나 후배들의 목소리로 퍼졌다. 음원 사이트 소개에 따르면 이승환, 조성모, 마야가 이 곡을 불렀다. 벅스에는 변진섭, 박완규, 그리고 솔리드 출신 김조한의 판도 올라 있다. 변진섭은 자신의 노래 「눈 내리던 겨울 밤」에 최호섭을 피처링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둘리) 2009년 그는 가족 뮤지컬 「아기공룡 둘리」에서 고길동 역을 맡았다. 이 무렵의 인터뷰에서 그는 뮤지컬이 직업을 바꾼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고 했다. 또 아버지가 걸어온 창작 뮤지컬의 길을 잇고 싶고, 1966년 작 「살짜기 옵서예」를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화려한 복귀보다 한국의 문화를 지키는 일이 먼저라는 말도 남겼다. (응팔) 2016년 1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아홉 번째 OST로 가수 기현이 부른 「세월이 가면」을 공개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이 노래가 꼭 나오기를 바랐다. 1988년을 되짚는 드라마가 그해의 노래를 소환하면서, 원곡을 모르던 젊은 세대도 최호섭이라는 이름을 다시 찾아 듣게 됐다.
VI. 낮아진 목소리 · 2017–2026
(굿바이) 2021년 3월 25일, 그는 16년 만에 새 싱글 「GOODBYE」를 냈다. 형 최명섭이 심재웅과 함께 가사를 썼고, 조용필 음반의 프로듀서로 알려진 박강영이 심재웅과 곡을 쓰고 편곡했다. 지나간 뜨거운 사랑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포크 록 발라드였다. 스트리밍과 유튜브가 노래를 듣는 주된 창구가 된 시대에, 그는 기획사 버키나인과 함께 조용히 돌아왔다. (형제) 이 곡에서도 형의 이름이 작사에 올랐다. 1988년 삼형제가 함께 만든 노래 이후 서른세 해가 지나서도 형제가 함께 작업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목소리는 달라져 있었다. 소개 글은 이 곡의 중심을 그의 낮은 목소리에 두었다. (헤이브라더) 2023년 5월 8일에는 리메이크 싱글 「헤이브라더 (Hey Brother)」를 냈다. 타이틀곡은 2013년 화이팅대디가 발표한 곡을 어쿠스틱 악기와 브라스로 다시 편곡한 것으로, 힘겹게 사는 이웃에게 건네는 응원을 담았다. 함께 실린 「세월이 가면」은 원곡보다 낮은 키로 다시 불렀다. 스물넷의 그가 높이 내지르던 노래를 예순을 앞둔 그가 낮게 눌러 부른 것이다. (지금) 2024년에는 음악 영화 「은하수」에 특별 출연했다. 아버지의 뮤지컬, 열두 살에 부른 만화 주제가, 형제가 만든 발라드는 서로 다른 시대에 놓였지만 모두 한 집안의 음악이었다. 그는 지금도 가수이자 무대인으로 그 내력을 이어 가고 있다.
16년 만의 신곡으로, 형 최명섭이 다시 작사에 이름을 올렸다. 박강영이 편곡을 맡아 낮아진 목소리에 맞는 옷을 지었다.
-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함께 받치는 포크 록 발라드다. 드럼과 베이스가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곡을 끌고 간다.
- 젊은 날의 높은 내지름 대신 가운데 아래 음역(중저음)에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부른다. 같은 사람의 1988년 녹음과 나란히 들으면 서른세 해의 시간이 목소리로 들린다.
- 지나간 사랑을 원망하지 않고 돌아보는 화법이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여운으로 남기는 쪽을 택한 곡이다.
화이팅대디의 2013년 곡을 다시 부른 리메이크 싱글이다. 함께 실린 낮은 키의 「세월이 가면」은 그의 현재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 준다.
- 하모니카와 피아노로 연 뒤 트롬본·색소폰·트럼펫(브라스)이 더해지며 소리가 점점 따뜻하게 넓어진다. 원곡보다 잔잔한 쪽으로 다시 편곡했다.
- 백그라운드 보컬에도 최호섭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다. 자기 목소리를 겹쳐 쌓아(코러스 더빙) 응원의 정서를 두텁게 만든다.
- 함께 실린 「세월이 가면」은 원래 키보다 낮춰 불렀다. 절정의 고음을 다르게 풀어 가는 대목에서 한 가수가 자기 대표곡을 나이에 맞게 다시 해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덜 알려진 이야기
(타이틀곡) 「세월이 가면」은 1집의 타이틀곡이 아니었다. 음반의 첫 곡이자 타이틀곡은 「바람아 불어」였고, 「세월이 가면」은 B면에 해당하는 여섯 번째 트랙이었다. 당시에는 기획사가 정한 타이틀곡보다 라디오 진행자가 고른 수록곡이 뜨는 일이 드물지 않았는데, 이 노래도 KBS 라디오에서 소개되며 먼저 알려졌다고 한다. 지금 이 곡이 데뷔곡으로 불리는 탓에 원래 순서는 잘 기억되지 않는다. (합창) 「로보트 태권 V」 주제가는 처음부터 소년 독창곡이었던 것이 아니다. 최호섭의 회고에 따르면 김청기 감독이 그의 목소리를 골라 독창 부분을 맡겼다. 이후 독창이 널리 알려지면서 합창 녹음이 먼저 있었다는 사실은 거의 잊혔다. (각인) 「살짜기 옵서예」가 한국 뮤지컬사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작곡가가 「로보트 태권 V」 주제가를 쓴 사람이자 「세월이 가면」을 부른 가수의 아버지라는 점은 잘 이어지지 않는다. 창작 뮤지컬과 만화영화 음악, 가요 발라드가 서로 다른 갈래로 따로 기록되어 왔기 때문이다. 최호섭은 아버지의 1966년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키) 2023년 판 「세월이 가면」은 원곡보다 낮은 키로 편곡됐다. 대표곡을 원래 키로 고집하지 않고 지금의 목소리에 맞춰 다시 짠 것이다. 같은 노래가 서른다섯 해를 사이에 두고 두 번 녹음되어 한 가수의 시간을 그대로 담게 됐다.
용어 노트 📚🔎
타이틀곡
(말뜻) 영어 title은 제목이라는 뜻이다. 앨범의 이름이 되거나 앨범을 대표해 앞세우는 곡을 말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음반을 낼 때 기획사가 방송과 홍보에 내세우려고 고른 한 곡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이 다른 곡을 더 좋아하는 일도 흔하다. 반 대표로 뽑힌 친구보다 쉬는 시간에 노래를 부른 다른 친구가 더 인기를 얻는 것과 비슷하다. 최호섭의 1집도 타이틀곡은 「바람아 불어」였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곡은 「세월이 가면」이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
(한국 대중음악에서) 텔레비전에서 그 주에 인기 있는 노래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가수들이 나와 노래하는 방송이다. KBS 「가요톱10」은 1980~90년대에 가장 영향력이 큰 프로그램이었고, 여기서 1위를 하면 그해의 히트곡으로 인정받았다. 학교에서 주마다 인기 투표를 해서 1등을 칠판에 적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 순위에는 음반 판매량, 방송 횟수, 시청자 엽서 같은 여러 기준이 섞였다.
주제가
(말뜻) 주제(主題)는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주제가는 작품의 중심을 노래로 보여 주는 곡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영화나 만화영화, 드라마를 대표하는 노래로, 작품이 시작하거나 끝날 때 흘러나온다. 「로보트 태권 V」 주제가처럼 작품보다 노래가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게임을 켤 때마다 나오는 음악이 머릿속에 남아서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흥얼거리게 되는 것과 같다.
리메이크
(말뜻) 영어 remake는 다시(re) 만든다(make)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예전에 나온 노래를 다른 가수가, 또는 원래 가수가 새로 편곡하고 녹음해 다시 내는 것을 말한다. 「세월이 가면」은 이승환, 조성모, 김조한, 변진섭, 기현 등 많은 가수가 다시 불렀다. 엄마가 가르쳐 준 요리를 내 입맛대로 양념을 바꿔 다시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 맛은 같아도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달라진다. (다른 데서는) 영화에서도 옛 작품이나 외국 작품을 새로 찍는 것을 리메이크라고 한다.
OST
(말뜻) Original Soundtrack의 줄임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원래 쓰인 소리를 모은 기록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드라마나 영화에 들어간 노래와 배경 음악을 모은 음반이나 그 노래들을 가리킨다. 「응답하라 1988」은 옛 노래를 요즘 가수에게 다시 부르게 해서 OST로 냈다. 덕분에 원곡을 모르던 사람들도 그 노래를 찾아 듣게 됐다. 체육대회 날 우리 반 응원가로 쓰여서 그 뒤로 학교 노래처럼 된 곡을 떠올리면 된다.
복각판
(말뜻) 복각(復刻)은 다시(復) 새긴다(刻)는 뜻이다. 원래 옛 책의 판을 그대로 다시 새겨 찍는 일을 가리켰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오래전에 나온 LP나 카세트 음반을 원래 모습 그대로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최호섭의 1집은 LP 복각판 음원으로 남아 있어 1988년의 소리를 지금도 들을 수 있다. 할머니 댁에서 찾은 낡은 사진을 스캔해 새로 인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매체만 새로 바꾸는 것이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말뜻) 영어 adult는 어른, contemporary는 동시대의라는 뜻이다. 어른들이 듣기 좋은 요즘 음악이라는 말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시끄럽거나 빠르기보다 부드럽고 선율이 또렷한 팝과 발라드를 묶어 부르는 장르 이름이다. 음원 사이트는 최호섭의 1·2집을 이 갈래로 분류한다. 급식 시간에 방송실에서 틀어 주는 잔잔한 노래처럼, 귀를 거슬리지 않으면서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생각하면 된다.
키
(말뜻) 영어 key는 열쇠라는 뜻이다. 음악에서는 노래가 어느 음을 중심으로 짜였는지를 정하는 기준음을 가리킨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키를 낮추면 노래 전체가 같은 모양 그대로 낮은 음으로 옮겨진다. 나이가 들어 목소리가 바뀐 가수가 예전 노래를 다시 부를 때 키를 낮추는 일이 많다. 최호섭도 2023년 「세월이 가면」을 원곡보다 낮게 불렀다. 노래방 기계에서 반음 내림 버튼을 눌러 내 목소리에 맞추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키가 열쇠나 키보드의 자판, 또는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