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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B

1990–

얼굴 대신 노래를 내세운 팀. 무대 뒤의 두 형제가 곡을 쓰고, 앞에는 늘 다른 목소리가 섰다.

한눈에 보기 🔭💭

1. 뿌리대한민국 서울 결성무한궤도 출신정석원·장호일 형제2. 발명객원 가수 제도윤종신 데뷔곡「4210301」3. 정점3~5집 밀리언셀러「신인류의 사랑」 골든컵신비주의4. 변주「단발머리」 리메이크세기말 6집1996년 활동 중단5. 귀환2006년 「Lucky 7」「1월부터 6월까지」6. 지금월간 015B조형곤 별세「텅빈 거리에서」 재녹음015B1990–객원 가수 제도를 처음 들여온 프로듀서 그룹,…
무대의 여정 🧭🗺️
N대한민국서울1988–현재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우정신해철

    무한궤도의 보컬이었다. 그가 솔로로 나서면서 남은 연주자들이 015B를 만들게 됐다.

  • 멤버장호일

    정석원의 친형이다.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음악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팀을 지키고 있다.

  • 멤버정석원

    무한궤도 출신으로 015B 곡의 대부분을 쓴 작곡가다. 윤종신을 객원 가수로 데려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 우정윤종신

    데뷔곡을 부른 첫 객원 가수다. 6집과 2011년, 2021년 녹음까지 함께했고, 그의 월간 윤종신이 월간 015B의 계기가 됐다.

  • 멤버조형곤

    무한궤도 출신 원년 베이시스트로 4집까지 함께했고, 2020년 세상을 떠났다.

  • 객원 가수김돈규

    「신인류의 사랑」을 부른 객원 가수로, 이 곡으로 015B는 가요톱텐 골든컵을 받았다.

YouTube에서 6곡 이어 듣기 ↗

I. 무한궤도의 남은 사람들 · 1988–1990

(시작) 1990년 7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지구레코드를 통해 첫 앨범 「015B」를 내며 데뷔했다. 이름은 공일오비라고 읽는다. 뿌리는 그보다 두 해 앞선 1988년 MBC 대학가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은 밴드 무한궤도에 정석원, 조형곤, 조현찬이 있었다. 보컬은 신해철이었다. (갈림길) 대상을 받은 뒤 음반사는 신해철의 솔로 활동을 앞세웠다. 신해철은 1990년 솔로 앨범을 내고, 1992년에는 넥스트를 만들어 자기 길을 갔다. 남은 연주자들에게는 기념 삼아 앨범 한 장을 내 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장호일은 훗날 인터뷰에서 당시 멤버들이 음악을 평생의 일로 여기지 않았고, 대개 평범한 직장으로 갈 참이었다고 돌아봤다. (형제) 여기에 정석원의 친형 장호일이 합류했다. 장호일의 본명은 정기원이다. 장호일이라는 예명은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음악 활동을 숨기려고 지은 것이었다고 본인이 밝혔다. 서울대 출신 형제와 연세대 토목공학과 출신 베이시스트 조형곤이 모인 팀은 출발부터 직업 가수라기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에 가까웠다. (객원) 한 번 내고 말 앨범이었으니 전속 보컬을 둘 까닭이 없었다. 곡마다 어울리는 목소리를 밖에서 데려오기로 했다. 이 실용적인 선택이 뒷날 한국 대중음악의 객원 가수 제도로 기억되게 된다.

II. 텅 빈 거리의 목소리 · 1990–1991

(윤종신) 데뷔 앨범의 대표곡 「텅빈 거리에서」를 부른 사람은 무명의 대학생 윤종신이었다. 녹음은 1989년에 했다. 여러 다리를 건너 소개를 받아 오디션을 봤고, 정석원이 그를 데려오자고 고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곡이 윤종신의 데뷔곡이 됐다. (역주행) 앨범은 처음부터 터지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서야 「텅빈 거리에서」가 퍼지기 시작했고 판매는 20만~30만 장에 이르렀다. 음반사가 다음 앨범을 요청했고, 이어 「이젠 안녕」이 큰 사랑을 받았다. 장호일은 이 무렵에야 형제가 음악을 업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젠 안녕」이 성공한 뒤 그는 광고회사를 그만뒀다. (환경) 1991년 7월에 나온 2집 「Second Episode」는 60만 장 가까이 팔렸다. 타이틀곡 「4210301」은 숫자 일곱 자리를 제목으로 걸고 환경 파괴를 다뤘다. 사랑 노래가 대부분이던 가요 시장에서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노래한 시도였다. (카세트) 이때는 LP와 카세트테이프가 함께 팔리던 시절이었다. 015B의 노래는 방송 무대보다 워크맨과 라디오를 타고 대학가와 도시의 젊은이들 사이로 번졌다. 1992년 1월에는 라이브 앨범도 냈다.

♪텅빈 거리에서1990실황 015B

기념 앨범 한 장으로 끝날 뻔한 팀을 살린 곡이자 윤종신의 데뷔곡이다. 몇 달 늦게 번진 이 노래 덕분에 형제는 음악을 업으로 삼았다.

  • 아마추어 시절인 1989년에 녹음한 곡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가 오히려 대학가 음악의 소박함을 그대로 전한다.
  • 신시사이저와 밴드 악기를 섞은 편곡은 1980년대 말 신스팝(전자 건반 소리를 중심에 둔 대중음악)의 결을 띠고 있다.
  • 스무 살 윤종신의 목소리는 훗날보다 가늘고 맑다. 꾸밈 없이 곧게 뻗는 창법이 쓸쓸한 도시의 정서와 맞닿는다.
  • 2021년 리메이크는 원곡의 악기와 잡음까지 되살렸다. 두 녹음을 나란히 들으면 31년의 거리가 귀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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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03011991

2집 타이틀곡으로, 사랑 노래가 대부분이던 시장에서 환경 파괴를 정면으로 다뤘다. 대학생 모임이던 팀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 제목인 일곱 자리 숫자부터가 수수께끼처럼 던져진다. 이 번호를 둘러싼 이야기가 곡을 오래 회자되게 했다.
  • 가사의 화법은 연인에게 속삭이기보다 듣는 사람 모두에게 묻고 경고하는 쪽에 가깝다.
  • 당시 가요로서는 드문 사회 비판 노래다. 1990년대 초 환경 문제에 쏠린 관심과 함께 놓고 들으면 맥락이 보인다.

III. 백만 장의 도시 감성 · 1992–1993

(전성기) 1992년 8월, 소속을 대영A/V로 옮겨 3집 「The Third Wave」를 냈다. 처음으로 100만 장을 넘겼다. 김태우가 부른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오래 사귄 연인 사이의 권태를 담담하게 그려 공감을 얻었고, 윤종신과 박선주가 함께 부른 「우리 이렇게 스쳐보내면」도 실렸다. 이 앨범은 한국 가요에 하우스 음악을 끌어들인 전환점으로도 평가받는다. 같은 해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랩과 댄스로 10대를 사로잡을 때, 015B는 신시사이저로 다듬은 세련된 소리로 20대의 도시 생활을 노래했다. (신비주의) 형제는 텔레비전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도 무대에는 객원 가수만 섰다. 곡을 쓰고 편곡한 사람이 화면 밖에 남는 방식은 그 무렵 생소했고, 얼굴을 모르는 팀이라는 점이 오히려 궁금증을 키웠다. (골든컵) 1993년 8월에 나온 4집 「The Fourth Movement」도 100만 장을 넘겼다. 김돈규가 부른 「신인류의 사랑」은 KBS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해 골든컵을 받았다. 그해 015B는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을 받았고, 3집과 4집으로 2년 연속 골든디스크 음반 본상을 받았다. 윤종신이 부른 「요즘 애들 버릇없어」처럼 세대를 비꼬는 곡도 함께 실렸다. (정산) 그러나 정작 형제에게 돌아온 돈은 많지 않았다. 장호일은 당시 판매에 따른 인세 대신 미리 정한 금액을 받는 계약이어서 히트곡에 비해 번 것이 적었다고 회고했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1992무대 장호일·김태우 · SBS 불타는 청춘

첫 밀리언셀러 3집의 얼굴이다. 오래된 연애의 권태를 담담하게 그려 1990년대 도시 20대의 연애를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 전주가 길기로 유명하다. 노래방에서 남은 시간을 채우는 곡으로 자주 불렸다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 남아 있다.
  • 김태우의 보컬은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일상의 말투처럼 흘러간다. 권태라는 주제와 잘 맞는 절제된 전달이다.
  • 신시사이저 위로 경쾌한 리듬을 얹은 편곡이라 가사의 쓸쓸함과 소리의 밝음이 엇갈린다. 이 엇갈림이 곡의 묘미로 꼽힌다.
  • 누구를 탓하기보다 두 사람 모두의 무심함을 바라보는 화법이 당시 사랑 노래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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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사랑1993무대 015B · 1993 KBS 가요대상

4집의 대표곡으로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와 골든컵을 안겼다. 형제 대신 김돈규가 1위 무대에 선 일로도 알려져 있다.

  • 제목의 신인류는 당시 새 세대를 가리키던 말이다. 노래는 그 세대의 서툴고 쿨한 척하는 연애를 관찰하듯 그린다.
  • 김돈규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중저음이 곡의 중심이다. 고음을 내지르기보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쪽에 가깝다.
  • 또렷한 드럼머신(기계로 찍은 북소리) 비트와 신시사이저 층이 1990년대 초 서울 가요의 세련된 질감을 보여 준다.
  • 작곡자가 화면에 나오지 않고도 순위 정상에 오른 사례로, 이른바 신비주의 전략의 정점으로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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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리메이크와 세기말 · 1994–1996

(리메이크) 1994년 11월에 나온 5집 「Big 5」는 세 번째 밀리언셀러가 됐다. 조용필의 「단발머리」는 조성민이, 나미의 「슬픈 인연」은 김돈규가 다시 불러 실었다. 원래는 더 많은 곡을 리메이크하려 했으나 사정상 두 곡만 담았다고 전해진다. 이 앨범은 1990년대 중반 가요계 리메이크 흐름의 하나로 꼽힌다. 이장우가 부른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도 이 앨범에 있다. (기록) 5집 속지에 정석원은 곡마다 작업한 과정을 자세히 적어 두었다. 가요 앨범에서 드문 일이었고, 지금은 이 팀의 창작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꼽힌다. 그 사이 원년 베이시스트 조형곤은 4집까지 함께한 뒤 팀을 떠나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갔다. (모노리스) 1996년 5월, LG미디어로 옮겨 6집 「The Sixth Sense」를 냈다. 세기말을 주제로 한 실험적인 앨범이었다. 「21세기 모노리스」에서는 윤종신이 신경필이라는 가명으로 노래했고, 「독재자」, 「콩깍지」 같은 곡이 이어졌다. 판매는 24만~30만 장 수준으로 앞선 세 장에 미치지 못했다. (멈춤) 6집을 끝으로 015B는 활동을 멈췄다. 장호일은 방송인으로, 정석원은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각자의 길을 걸었다.

♪단발머리1994실황 015B

조용필의 1979년 곡을 조성민의 목소리로 다시 부른 리메이크다. 5집이 가요계에 일으킨 리메이크 바람을 보여 준다.

  • 원곡의 친숙한 가락은 살리고 리듬과 음색을 1990년대식 전자음으로 바꿨다. 같은 노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옷을 갈아입는지 들린다.
  • 원곡을 아는 부모 세대와 015B를 듣던 자녀 세대가 함께 알아듣는 곡이 됐다.
  • 정석원이 5집 속지에 적은 곡별 작업기와 함께 들으면 편곡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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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모노리스1996공식 MV — 015B

세기말을 주제로 한 6집의 상징적인 곡이다. 판매는 줄었지만 실험의 폭은 가장 넓었다.

  • 윤종신이 신경필이라는 가명으로 노래했다. 첫 앨범의 목소리가 마지막 앨범에도 이름을 감춘 채 돌아온 셈이다.
  • 제목의 모노리스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검은 돌기둥을 떠올리게 한다. 다가올 새 천년을 향한 불안과 기대가 곡의 정서다.
  • 앞선 앨범들보다 전자음이 차갑고 짜임이 복잡하다. 대중성보다 실험을 택한 6집의 방향이 이 곡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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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긴 공백과 돌아옴 · 1997–2012

(공백) 장호일은 1995년 신성우와 프로젝트 밴드 지니를 꾸려 따로 음반을 내기도 했다. 2001년에는 015B가 가수 이가희의 첫 앨범을 프로듀싱했는데, 팬들은 이 앨범을 비공식 6.5집이라 부른다. 그 사이 시장은 크게 바뀌었다. 아이돌 그룹이 순위 프로그램을 차지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MP3와 음원 사이트가 CD 판매를 무너뜨렸다. (헌정) 2006년 5월, 후배 음악인들이 015B의 곡을 다시 부른 헌정 앨범 「Final Fantasy」가 1만 장 한정으로 나왔다. 같은 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복귀 공연을 열었다. 1990년대에 대학생이던 팬들이 서른 줄에 들어선 무렵이었다. (럭키 7) 2006년 8월, 10년 만의 정규 7집 「Lucky 7」이 나왔다. 타이틀곡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과 보니가 부른 「잠시 길을 잃다」가 실렸고, 힙합과 칩튠(옛 게임기 소리를 흉내 낸 전자음), 하우스 같은 당대의 소리를 두루 시도했다. 객원 체제는 그대로였고, 버벌진트, 다이나믹 듀오 같은 새 세대 음악인들과도 손을 잡았다. (1월부터) 2011년 6월에 낸 미니앨범 「20th Century Boy」에서 윤종신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가 부른 곡이 「1월부터 6월까지」다. 2012년에는 디지털 싱글 「Let Me Go」와 「80」을 냈다.

♪1월부터 6월까지2011실황 윤종신 · EBS 스페이스 공감

윤종신과 다시 만든 곡이다. 음반 대신 음원 사이트로 노래를 듣던 시대에 나왔다.

  • 한 해의 절반을 달마다 짚어 가는 구성이 이야기를 이끈다. 시간이 흐르며 감정이 변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화법이다.
  • 마흔 줄의 윤종신은 데뷔 때보다 한결 여유 있게, 말하듯이 노래한다. 20년 넘게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이 목소리에 묻어난다.
  • 1990년대 015B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지키면서 소리는 2010년대 디지털 녹음답게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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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매달 한 곡씩 · 2017–2026

(재해석) 2017년 9월, 2집 수록곡 「친구와 연인」을 신현희와 김루트의 목소리로 새로 녹음하며 「Antholog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곡의 팝 록 편곡을 어쿠스틱 포크로 바꾸고, 가사에 요즘 젊은 세대의 말투를 섞었다. (월간) 2018년 형제는 레이블 더공일오비를 세우고 그해 3월부터 매달 새 음원을 내기 시작했다. 장호일은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을 보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신곡을 내는 「New Edition」, 옛 곡을 다시 만드는 「The Legacy」, 한 해의 싱글을 묶는 「Yearbook」 세 갈래로 이어졌다. 음반 한 장으로 승부하던 1990년대 방식 대신 스트리밍 시대에 맞춰 꾸준히 곡을 쌓는 방식이었다. 2025년에도 「New Edition」 싱글은 매달 이어졌다. (작별) 2020년 7월, 원년 멤버 조형곤이 쉰두 살로 세상을 떠났다. 버클리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여러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쳐 왔다. 같은 해 데뷔 30주년 공연은 코로나19 탓에 미뤄졌고, 대신 2021년 6월 윤종신과 함께 「텅빈 거리에서」를 31년 만에 다시 녹음했다. 1989년 원곡의 악기와 소리를 비슷하게 맞추고 잡음까지 되살렸다. (지금) 015B는 2025년에도 정석원과 장호일 두 사람이 곡을 쓰고 객원 가수에게 노래를 맡기는,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활동했다. 장호일은 손가락이 따라 주는 한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1990년대를 지나온 세대에게 015B는 여전히 의미 있는 이름이다.

덜 알려진 이야기

(이름) 015B라는 이름의 유래는 오래 수수께끼였다. 무한궤도를 장난스럽게 바꿨다는 설, U2나 UB40 같은 해외 밴드 이름을 흉내 냈다는 설, 하늘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난다는 뜻의 한자 공일오비(空一烏飛)로 푼 설이 돌았고, 멤버들의 설명도 시기마다 달랐다. 2025년 인터뷰에서 장호일은 조형곤이 PC통신에서 쓰던 아이디 01orbit에서 따온 것 같다고 말했다. 말장난처럼 지은 이름에 저마다 의미를 덧붙이면서 정작 출발점은 잊혔던 셈이다. (전화번호) 2집 타이틀곡 「4210301」의 일곱 자리 숫자는 당시 환경처(오늘날 환경부)의 전화번호였다고 알려져 있다. 노래가 퍼지자 그 번호로 전화가 몰렸고 결국 번호를 바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환경 노래가 실제 행정기관의 전화기를 울린 셈이지만, 공식 기록으로 남은 것은 아니어서 팬들 사이의 일화로만 이어져 왔다. (작업기) 5집 「Big 5」의 속지에 정석원은 곡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자세히 적었다. 1990년대 가요 음반의 속지는 대개 가사와 참여자 명단이 전부였다. 이 기록은 화면에 거의 나오지 않던 작곡가가 글로 자기 작업을 설명한 드문 자료지만, CD 속지 안에만 있어 널리 읽히지는 않았다. (인세) 세 장 연속 100만 장을 넘긴 팀이었지만, 장호일의 말에 따르면 당시 계약은 판매에 따른 인세가 아니라 미리 정한 금액을 받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형제가 번 돈은 판매량에 비해 적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가요계에 저작권과 정산 체계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던 사정을 보여 주는 증언이다.

용어 노트 📚🔎

객원 가수

(말뜻) 객원(客員)은 손님(客)으로 온 구성원(員)이라는 뜻이다. 팀에 늘 속해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초대받아 함께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그룹에 붙박이 보컬을 두지 않고, 곡마다 어울리는 가수를 밖에서 불러 노래를 맡기는 방식이다. 015B가 1990년 이 방식을 처음 들여왔고, 윤종신, 김태우, 김돈규, 조성민 같은 가수들이 번갈아 노래했다. 학교 연극에서 대본과 연출을 맡은 동아리가 장면마다 어울리는 배우를 다른 반에서 데려오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오케스트라나 대학에서도 정식 단원이나 교수가 아닌 사람이 잠시 함께할 때 객원 단원, 객원 교수라고 부른다.

프로듀서 그룹

(한국 대중음악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보다 곡을 쓰고 편곡하고 녹음을 지휘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팀을 말한다. 015B는 정석원과 장호일이 음악을 만들고 노래는 객원 가수에게 맡겨서, 한국 최초의 프로듀서 그룹으로 불린다. 축구에 빗대면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보다 작전을 짜는 감독과 코치가 팀의 이름이 되는 셈이다. (다른 데서는) 프로듀서는 영화나 방송에서는 제작비를 모으고 제작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밀리언셀러

(말뜻) 영어 million(백만)과 seller(팔리는 것)를 합친 말로, 백만 개가 팔린 상품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음반이 100만 장 넘게 팔린 경우를 말한다. 카세트테이프와 CD가 많이 팔리던 1990년대에는 가수가 크게 성공했다는 표시였고, 015B는 3집부터 5집까지 세 장 연속 밀리언셀러를 냈다. 학교 전체 학생이 1,000명이라면 그런 학교 1,000곳의 학생이 모두 한 장씩 산 것과 같은 숫자다. (다른 데서는) 출판에서는 100만 부가 팔린 책을 밀리언셀러라고 한다.

리메이크

(말뜻) 영어 remake는 다시(re) 만든다(make)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이미 나온 노래를 새로운 편곡과 목소리로 다시 녹음하는 것이다. 015B 5집이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다시 부른 뒤 가요계에 리메이크 바람이 불었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김치찌개를 같은 재료로 끓이되, 요즘 입맛에 맞게 간과 고명을 바꿔 내놓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옛 작품을 새 배우와 연출로 다시 찍는 것을 리메이크라고 한다.

하우스 음악

(말뜻) 1980년대 미국 시카고의 클럽 웨어하우스(Warehouse)에서 틀던 음악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드럼머신으로 쿵, 쿵 하고 한 박마다 고르게 찍는 북소리 위에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를 얹은 춤곡 장르다. 015B 3집은 이 소리를 한국 가요에 들여온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줄넘기를 할 때 일정하게 땅을 치는 줄 소리에 맞춰 몸이 저절로 뛰는 것처럼, 일정한 박자가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다른 데서는) 영어 house는 보통 집을 뜻한다.

골든컵

(한국 대중음악에서) KBS 음악 순위 프로그램 「가요톱텐」에서 한 노래가 5주 연속 1위를 하면 주던 상이다. 오래 정상을 지켜야 받을 수 있어서 그 시절 인기를 재는 중요한 잣대였다. 015B의 「신인류의 사랑」이 1993년 이 상을 받았다. 학교 시험에서 다섯 번 내리 반 1등을 해야 받는 특별상이 있다면 그와 비슷하다.

신비주의

(말뜻) 신비(神祕)는 사람의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놀랍고 묘한 것을 말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수가 방송이나 인터뷰에 일부러 잘 나오지 않아서 대중이 더 궁금해하도록 만드는 활동 방식이다. 015B 형제는 1위를 해도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고 객원 가수만 무대에 세워, 얼굴을 모르는 팀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게임에서 정체를 감춘 숨은 캐릭터가 더 궁금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데서는) 종교와 철학에서는 신이나 진리를 머리가 아닌 직접 체험으로 만날 수 있다고 믿는 사상을 신비주의라고 한다.

디지털 싱글

(한국 대중음악에서) CD 같은 실물 음반 없이 음원 사이트나 스트리밍으로만 내는 한두 곡짜리 발표를 말한다. 2000년대 이후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면서 자리 잡았고, 015B는 2018년부터 매달 디지털 싱글을 내고 있다. 두꺼운 문제집 한 권을 한 번에 내는 대신, 매주 학습지 한 장씩 꾸준히 나눠 주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싱글은 일상에서 결혼하지 않았거나 연인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