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 Jong-shin
서른 해 넘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끝내 자신을 노랫말 쓰는 사람으로 여긴 작곡가 겸 가수.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스승정석원
015B의 멤버로 그를 객원 가수로 발탁했고 솔로 초기 음반을 함께 만들었다.
- 프로듀서유희열
1990년대 중반부터 함께 일하며 5집 「우」를 공동 프로듀싱하고 「환생」을 함께 만든 오랜 동료다.
- 우정하림
1999년 무렵부터 서로의 음반에 노랫말과 곡을 주고받았고 미스틱89와 신치림을 함께했다.
- 우정성시경
「거리에서」를 비롯한 여러 곡을 그에게 써 주었고, 2013년 월간 윤종신에서 「내일 할 일」을 다시 불렀다.
- 가족전미라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2006년 그와 결혼했다.
I. 진해에서 온 국문학도 · 1969–1990
(진해) 1969년 10월, 대한민국 경상남도 진해(오늘날 창원시 진해구)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무렵 가족이 서울로 올라와 오늘날 광진구 일대에 자리를 잡았고, 그는 그곳에서 자랐다. (서울) 서울광장초등학교와 대원중학교를 거쳐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외국어를 공부한 이력은 훗날 그의 음악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낱말 하나하나의 쓰임새를 따지는 버릇은 이 무렵부터 길러졌다고 볼 수 있다. (국문과) 1988년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오늘날 미래캠퍼스)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노래를 잘하는 학생은 많았지만 문장을 다루는 훈련을 정식으로 받은 가수는 드물었다. 이 경험은 그가 스스로를 가수보다 작사가로 소개하게 되는 바탕이 됐다. (만남) 대학 시절 그는 정석원을 만났다. 정석원은 형 장호일과 함께 015B를 꾸려 첫 음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015B는 멤버들이 곡을 쓰고 편곡하고 노래는 바깥 목소리를 불러 맡기는, 당시로서는 낯선 방식을 택한 팀이었다. 정석원은 그를 그 목소리 가운데 하나로 골랐다. (시대) 1980년대 말 한국 가요는 조용필과 이문세의 시대를 지나 새 세대의 감각을 찾고 있었다. 컬러 TV 순위 프로그램과 라디오, 카세트테이프가 히트곡을 만들었고, 대학가 출신의 젊은 작곡가들이 스튜디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물한 살의 국문과 학생은 그 흐름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II. 텅 빈 거리의 목소리 · 1990–1993
(객원) 1990년 7월, 015B의 첫 음반 「공일오비」가 나왔다. 타이틀곡 「텅 빈 거리에서」를 그가 불렀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015B의 이야기가 곧 그의 출발점이다. 이름이 표지 앞에 서지 않는 객원 가수였지만,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음색이 곡과 맞아떨어지면서 듣는 이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궁금해했다. (솔로) 이듬해인 1991년 5월 첫 솔로 음반 「처음 만날 때처럼」을 냈다. 1집부터 3집까지 정석원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정석원은 그에게 음악을 가르친 스승이었고, 그는 그 울타리 안에서 노래하는 법과 곡을 짓는 법을 함께 익혔다. (결혼식) 1992년 10월에 나온 2집 「Sorrow」에서 「너의 결혼식」이 크게 사랑받았다. 작사가 박주연이 노랫말을 쓰고 그와 정석원이 곡을 만들었다. 헤어진 사람의 결혼을 지켜보는 남자의 마음을 다룬 이 노래는 그의 이름을 이별 발라드와 묶어 놓았다. 아직 남의 노랫말을 부르던 시절이었다. (그날) 1993년 11월 3집 「The Natural」이 나왔다. 수록곡 「오래전 그날」은 지나간 첫사랑을 오래 뒤에 돌아보는 노래로, 이후 여러 후배 가수가 다시 부르며 세대를 건너 불리는 곡이 됐다. (매체) 이 무렵 음반은 카세트테이프와 막 퍼지기 시작한 CD로 팔렸고,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심야 라디오가 발라드의 주된 무대였다. 젊은 작곡가 집단과 정제된 스튜디오 사운드가 이끈 1990년대 초 발라드 붐 속에서 그는 차분히 자리를 넓혀 갔다.
정석원의 품에서 만든 2집의 대표곡으로, 그의 이름을 이별 발라드와 처음 묶어 놓은 노래다.
- 피아노와 현악이 감싸는 1990년대 초 스튜디오 발라드의 소리다. 전자 건반과 실제 악기를 섞은 당시 가요 녹음의 질감을 들을 수 있다.
- 목소리를 크게 내지르기보다 말하듯 낮게 시작해 후렴에서 조금씩 감정을 올리는 창법이 이후 그의 발라드에서 이어지는 화법의 원형처럼 들린다.
- 헤어진 사람의 결혼을 지켜보는 남자가 혼잣말하듯 털어놓는 1인칭 화법이 곡 전체를 이끈다. 노랫말은 작사가 박주연이 썼다.
- 1996년 6집 「육년」에서 새 편곡으로 다시 실렸다. 두 녹음을 비교하면 몇 해 사이 그의 목소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린다.
3집 「The Natural」의 수록곡으로, 지나간 첫사랑을 오래 뒤에 돌아보는 시선이 세대를 건너 사랑받았다.
- 잔잔한 건반 반주 위에서 노래가 이야기를 풀어 가듯 진행되는 구성이다. 회상의 정서에 맞춰 리듬은 서두르지 않는다.
- 과거의 장면과 현재의 마음을 오가는 화법이 특징이다.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돌아보는 태도가 곡의 품위를 만든다.
- 후반으로 갈수록 반주가 두터워지며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그래도 목소리는 끝까지 절제를 지킨다.
- 여러 후배 가수가 다시 불러 1990년대 발라드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원곡의 담백함을 기준으로 리메이크를 비교해 들어 볼 만하다.
III. 공존과 환생 · 1994–1998
(공존) 1995년 5월 4집 「공존」을 냈다. 그의 정규 음반 가운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앨범으로 꼽힌다. 스승의 품을 떠나 스스로 음반의 방향을 정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유희열) 이 무렵부터 유희열과의 작업이 본격화됐다. 두 사람은 1995년 무렵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1996년 4월에 나온 5집 「우」는 둘이 공동으로 프로듀싱했다. 수록곡 대부분을 두 사람이 함께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목소리와 유희열의 피아노가 어우러진 이 음반은 지금도 두 사람의 대표적 협업으로 거론된다. (환생) 5집 타이틀곡 「환생」은 유희열이 편곡을 맡고 두 사람이 함께 곡을 썼다. 사랑에 빠져 다시 태어난 듯한 기쁨을 경쾌하게 노래한 곡으로, 그때까지 이별 발라드 가수로 알려졌던 그의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다. 쓸쓸함과 익살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처음 크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육년) 같은 해 11월 6집 「육년」이 나왔다. 데뷔 여섯 해를 정리하는 뜻을 담아 기존 곡을 새로 편곡해 실은 음반으로, 군 입대를 앞두고 만들었다. (입대) 1996년 그는 입대해 1998년 만기 전역했다. 1990년대 중후반 가요계는 댄스 그룹과 기획사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를 넓히던 때였다. 그가 무대를 비운 두 해 동안 가요 시장의 풍경도 크게 바뀌어 있었다. 전역 뒤 그는 달라진 환경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했다.
유희열과 공동 프로듀싱한 5집의 타이틀곡으로, 이별 노래의 가수에게 숨어 있던 밝고 익살스러운 얼굴을 보여 주었다.
- 유희열이 편곡을 맡았다. 경쾌한 피아노와 밴드가 곡을 이끌어, 그전까지의 무거운 발라드와 전혀 다른 밝은 장조(밝게 들리는 음계)의 팝이다.
- 사랑에 빠진 기쁨을 다시 태어남에 빗댄 과장된 비유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의 노랫말에 깔린 유머 감각이 처음 크게 드러난 곡이다.
- 목소리도 힘을 빼고 가볍게 튀듯 부른다. 같은 가수가 같은 시기에 이렇게 다른 결을 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 2003년 영화 음악에서 유희열과 그가 각각 다른 분위기로 다시 부른 판이 나오며 두 사람의 협업을 상징하는 곡이 됐다.
IV. 지침서와 팥빙수 · 1999–2008
(복귀) 1999년 1월 7집 「후반」, 2000년 3월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를 냈다. 8집 타이틀곡은 「Annie」였다. 두 음반은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다. 7집은 판권 문제로 지금은 정식으로 구하기 어렵다. (하림) 이 시기 그는 하림을 만났다. 1999년 무렵 시작된 인연으로, 그는 하림의 1·2집 노랫말 대부분을 썼고 하림은 그의 음반에 곡과 편곡을 보탰다. 유희열에 이어 그의 음악 곁에 오래 머문 동료였다. (작곡가) 남의 노래를 만드는 일도 늘었다. 1998년 데뷔한 박정현에게 데뷔곡을 지어 주었고, 2002년 무렵부터는 성시경과 손을 잡았다. 성시경의 「거리에서」는 그가 노랫말을 쓰고 곡을 지은 노래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두 가수의 이야기는 이렇게 그의 작업실과 이어진다. (팥빙수) 2001년 7월 9집 「그늘」을 냈다. 여름을 주제로 한 이 음반의 「팥빙수」는 빙수 재료를 늘어놓는 익살맞은 노래로, 이후 해마다 여름이면 다시 불려 나오는 계절 노래가 됐다. 그는 2007년 이 곡을 스스로 리믹스해 다시 내기도 했다. (방송) 2003년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DJ를 맡았고, 2007년부터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진행자로 나섰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그는 가수보다 방송인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가정) 2006년 테니스 선수 출신 전미라와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1남 2녀가 있다. (동네) 2005년 10집 「Behind The Smile」은 그가 전곡 노랫말을 쓴 음반이었다. 2008년 11월 11집 「동네 한 바퀴」에는 「내일 할 일」이 실렸다. 음반 시장이 MP3와 음원 사이트로 넘어가던 때, 그는 정규 음반이라는 형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름을 주제로 한 9집 「그늘」에서 나와 해마다 여름이면 다시 불려 나오는 계절 노래가 됐다.
- 빙수 재료를 차례로 늘어놓는 노랫말의 구성이 곡의 재미다. 요리 순서처럼 이어지는 말맛이 그대로 리듬이 된다.
- 가볍고 통통 튀는 박자에 맞춰 목소리도 장난스럽게 말하듯 노래한다. 그의 발라드를 먼저 알던 사람에게는 반전처럼 들린다.
- 따라 부르기 쉬운 짧은 반복 구절(훅)이 후렴에 놓여 있어, 공연장에서 관객이 함께 부르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 2007년 그가 직접 리믹스(원곡을 다시 섞어 새로 만든 판)를 냈다. 원곡과 리믹스를 나란히 들으면 2000년대 초와 중반의 전자음 사운드 차이가 들린다.
11집 「동네 한 바퀴」의 더블 타이틀곡 가운데 하나로, 2013년 월간 윤종신에서 성시경이 다시 불렀다.
-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인 소박한 편성이다. 화려한 장치 없이 노랫말이 앞에 서도록 짠 소리다.
- 이별 뒤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이 다음 날의 일을 스스로에게 되뇌는 화법이다. 큰 비극 대신 일상의 작은 동작으로 슬픔을 그린다.
- 후렴에서도 목소리를 크게 내지르지 않고 낮은 음역에서 담담하게 머문다. 그 절제가 오히려 감정을 크게 만든다.
- 2013년 성시경의 리메이크와 비교해 들으면, 같은 노랫말이 다른 목소리에서 어떻게 다른 사연처럼 들리는지 알 수 있다.
V. 매달 쓰는 사람 · 2009–2018
(심사) 2009년 시작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오디션 방송이 가요계의 새 등용문이 되던 시기, 그는 참가자를 짧은 말로 정확하게 짚는 심사로 주목받았다. (월간) 2010년 5월 「월간 윤종신」을 시작했다. 매달 한 곡 이상을 디지털 싱글로 내는 프로젝트였다. 몇 해에 한 번 음반을 내고 길게 홍보하는 대신, 그날그날 생각한 것을 노래로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스트리밍과 음원 사이트가 음악 소비의 중심이 되던 흐름을 그는 거꾸로 창작의 리듬으로 삼았다. (미스틱) 2011년 무렵 기획사 미스틱89를 세웠고, 하림 등 오랜 동료들이 함께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투개월 등 젊은 음악가들의 음반 제작에 대표 프로듀서로 관여했다. 1990년 객원 가수로 출발한 사람이 이제 다른 목소리를 찾고 기르는 자리에 섰다. (신치림) 2012년 하림, 기타리스트 조정치와 함께 신치림을 결성했다. 조정치는 그의 곡 스무 곡가량을 편곡했다고 알려진 동료였다. 2013년에는 성시경이 「내일 할 일」을 다시 불렀다. 월간 윤종신은 후배들과 옛 노래가 다시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좋니) 2017년 6월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리슨 프로젝트의 곡으로 「좋니」를 냈다. 그는 이 곡의 노랫말을 썼다. 발표 직후보다 몇 주 뒤 입소문을 타고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고, 그해 가을에는 지상파 음악 방송 1위까지 차지했다. 그는 데뷔 27년 만에 처음 1위를 해 봤다고 말했다. 오래 쌓아 온 노랫말의 힘이 스트리밍 시대의 청취 습관과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리슨 프로젝트로 낸 곡이 몇 주 뒤 입소문을 타고 차트 정상에 오르며, 데뷔 27년 만의 첫 1위를 안겨 주었다.
- 피아노 반주로 조용히 시작해 절(벌스)마다 악기가 하나씩 더해지며 쌓여 가는 구성이다. 마지막 후렴에서 현악과 드럼이 한꺼번에 터진다.
- 헤어진 사람이 새 사랑과 잘 지내는지 묻는 화법이다. 축복과 미련이 뒤섞인 그 질문이 곡 전체의 정서를 이끈다. 노랫말은 그가 썼다.
- 마지막 후렴에서 음을 높이 끌어올리는 대목이 이 곡의 절정이다. 노래방에서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구간으로 회자된다.
- 발표 직후가 아니라 몇 주 뒤 스트리밍에서 역주행(뒤늦게 순위가 오르는 현상)한 곡이다. 같은 해 여성의 시점에서 답하는 노래 「좋아」가 민서의 목소리로 나오기도 했다.
VI. 이방인 · 2019–2026
(하차) 2019년 6월, 그는 월간 윤종신 10주년을 앞두고 이방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겠다며 방송 활동을 접는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12년 동안 맡아 온 「라디오스타」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쉬려는 것이 아니라 월간 윤종신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작별) 2019년 9월 28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이방인」이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열어 관객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쉰 살에 익숙한 자리를 내려놓고 낯선 곳의 시선으로 다시 곡을 쓰겠다는 선택이었다. (출국) 그해 가을 그는 한국을 떠났다. 2020년 1월 미국 텍사스에서 쓴 「Spare」를 첫 곡으로, 여행지에서 쓴 노래를 월간 윤종신으로 차례로 발표했다. (귀국) 2020년 그는 귀국했고, 코로나19 확산 속에 이방인 프로젝트는 멈췄다. 2022년 인터뷰에서 그는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떠남은 끝나지 않은 계획으로 남았다. (계속) 그 사이에도 월간 윤종신은 이어졌다. 2026년 4월호에는 2007년 영화 「언니가 간다」를 위해 썼던 「지난날」이 처음 정식으로 실렸다.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3」 심사위원으로 다시 방송에도 얼굴을 비쳤다. (지금) 2010년 월간 윤종신을 시작한 뒤로는 한 해 동안 낸 노래를 「행보」 음반으로 묶어 정규 12집부터 번호를 이어 갔다. 객원 가수로 시작해 서른다섯 해가 지난 지금도, 그는 매달 노랫말을 쓰는 일을 일의 중심에 두고 있다.
덜 알려진 이야기
그는 노랫말의 장인으로 불리지만, 그의 이름을 처음 널리 알린 「너의 결혼식」과 「오래전 그날」은 작사가 박주연의 노랫말이었다. 초기의 그는 곡을 함께 짓고 노래하는 쪽이었고, 노랫말을 직접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차츰 굳어졌다. 2005년 10집 「Behind The Smile」에서 처음 전곡 노랫말을 맡았다. 히트곡의 이미지가 이 순서를 흐리게 만든 셈이다. 거꾸로 2017년 「좋니」에서는 노랫말만 썼다. 그는 방송에서 작사만 한 곡이 저작권료 1위가 됐다고 말했다. 작곡이 아니라 노랫말이 그의 대표작을 이끈 셈이어서, 국문과에서 시작한 이력이 서른 해 가까이 지나 숫자로 확인된 장면이기도 했다. 2012년 한 연예 매체는 그와 오래 작업한 유희열, 하림, 조정치를 그의 음악 노예라는 농담 섞인 이름으로 묶어 세대별로 정리했다. 박정현과 성시경은 준노예로 분류됐다. 짓궂은 표현이지만, 한 작곡가를 중심으로 피아니스트·편곡자·가수가 이십 년 가까이 이어진 작업 공동체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의 정규 7집 「후반」은 판권 문제로 지금은 정식으로 구하기 어렵다. 스트리밍 시대에 디스코그래피 한가운데가 비어 있는 셈이라, 1999년 무렵의 그를 새로 접하는 청취자가 적다.
용어 노트 📚🔎
객원 보컬
(말뜻) 객원(客員)은 손님(客)으로 참여하는 구성원(員)이라는 뜻이다. 정식 멤버가 아니라 초대받아 함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그룹의 정식 멤버는 아니지만 특정 곡이나 음반에서 노래를 맡는 가수를 말한다. 015B는 멤버들이 곡을 쓰고 노래는 객원 보컬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유명했고, 윤종신은 그 첫 음반의 객원 보컬이었다. 학급 연극에서 대본과 연출은 우리 반이 맡고 주인공 목소리만 옆 반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객원 교수, 객원 연구원처럼 학계나 연구 기관에서도 정식 소속이 아닌 초빙 인원을 가리킬 때 쓴다.
프로듀서
(말뜻) 영어 produce(만들어 내다)에서 온 말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음반이나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모습이 될지 결정하는 책임자다. 어떤 곡을 넣을지, 누가 편곡하고 연주할지, 목소리를 어떻게 녹음할지를 고른다. 정석원은 윤종신의 1~3집을, 유희열은 윤종신과 함께 5집을 프로듀싱했다. 축구로 치면 직접 공을 차는 선수가 아니라 선수 배치와 전술을 짜는 감독에 가깝다. (다른 데서는) 영화나 방송에서는 예산과 인력을 꾸려 작품 제작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타이틀곡
(한국 대중음악에서) 음반에 실린 여러 곡 가운데 방송과 홍보에 앞세우는 대표곡이다. 뮤직비디오를 찍고 음악 방송 무대에 올리는 곡이 대개 타이틀곡이다. 「환생」은 5집 「우」의 타이틀곡이었고, 11집은 「즉흥여행」과 「내일 할 일」 두 곡을 함께 앞세운 더블 타이틀곡이었다. 학교 축제에서 반 전체가 여러 작품을 준비해도 포스터에 크게 싣는 대표 작품은 하나인 것과 같다.
디지털 싱글
(말뜻) 싱글(single)은 하나라는 뜻으로, 원래 한두 곡만 담은 작은 음반을 가리켰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CD 같은 실물 음반 없이 음원 사이트에 한두 곡만 공개하는 발매 방식이다. 2000년대 후반 음악을 MP3와 스트리밍으로 듣게 되면서 흔해졌다. 월간 윤종신은 이 방식을 이용해 매달 새 곡을 냈다. 일 년에 한 번 두꺼운 문집을 내는 대신 매주 학급 신문에 짧은 글을 한 편씩 싣는 것과 비슷하다.
음원 차트
(말뜻) 음원(音源)은 소리(音)의 근원(源)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디지털 파일로 된 노래를 말한다. 차트(chart)는 순위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멜론·지니 같은 음원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얼마나 많이 듣고 내려받았는지를 집계해 만든 순위표다. 실시간·일간·주간 순위가 있고, 음악 방송 1위를 정할 때도 이 성적이 반영된다. 「좋니」는 발표 몇 주 뒤에 이 차트 정상에 올랐다. 게임에서 점수를 많이 낸 사람의 이름이 순위표 맨 위에 올라가는 것과 같다.
역주행
(말뜻) 거꾸로(逆) 달린다(走行)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발표 직후에는 주목받지 못하던 곡이 시간이 지나 입소문이나 방송, 영상을 계기로 차트 순위가 거꾸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노래는 처음에 순위가 높다가 점점 내려가는데, 그 흐름을 거스른다는 뜻이다. 「좋니」는 발표 몇 주 뒤에야 1위에 올랐다. 학기 초에는 아무도 모르던 친구가 장기 자랑 한 번으로 학기 말에 가장 인기 있는 친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교통에서는 자동차가 정해진 방향과 반대로 달리는 위험한 행동을 뜻한다.
리메이크
(말뜻) 영어 remake로, 다시(re) 만든다(make)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이미 발표된 노래를 다른 가수가, 또는 같은 가수가 새 편곡으로 다시 녹음해 내는 것이다. 원곡의 가락과 노랫말은 살리면서 악기와 목소리, 분위기를 바꾼다. 성시경은 2013년 윤종신의 「내일 할 일」을 리메이크했다. 같은 요리법으로 만들어도 요리하는 사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영화에서는 예전 영화를 새 배우와 감독이 다시 찍는 것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