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d Mehldau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며 하나의 이야기를 짓는 피아니스트.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함께한 사람들 ⏳🌊
- 스승지미 콥
「카인드 오브 블루」의 드러머로, 학생 시절의 멜다우를 자기 밴드에 세워 클럽 무대의 기본기를 가르쳤다.
- 스승프레드 허시
뉴스쿨 시절 피아노를 가르친 서정파 피아니스트로, 멜다우의 발라드 해석에 영향을 남겼다.
- 동료조슈아 레드먼
1990년대 초 자신의 쿼텟에 멜다우를 기용해 이름을 알렸고, 훗날 「하이웨이 라이더」에서 다시 함께했다.
- 동료래리 그래나디어
1990년대 중반부터 트리오의 베이스를 맡아 그의 음악 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동반자다.
- 후원존 브라이언
「라르고」와 「하이웨이 라이더」를 프로듀싱하며 그를 트리오의 문법 바깥으로 이끌었다.
- 동료팻 메시니
2006년 듀오·쿼텟 앨범을 함께 내고 투어하며 세대를 넘는 협업을 이뤘다.
I. 잭슨빌에서 웨스트하트퍼드로 · 1970–1987 (0–17세)
(출생) 1970년 8월,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그가 입양되어 자랐다는 사실은 훗날 회고록 「포메이션(Formation)」에서 직접 밝혔다. 어린 시절을 보낸 뒤 가족은 코네티컷주 웨스트하트퍼드로 옮겼고, 그는 그곳에서 10대를 보냈다. (클래식) 피아노는 어린 시절 클래식 레슨으로 시작했다. 바흐의 건반 음악처럼 두 손이 각자 독립된 선율을 이어 가며 서로 얽히는 짜임(대위법)은 이때 몸에 밴 감각이었고, 훗날 그의 재즈 연주를 다른 피아니스트와 구별 짓는 가장 뚜렷한 특징이 됐다. 브람스와 슈만 같은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에 대한 애착도 평생 이어졌다. (재즈) 10대 초반에 재즈를 만났다. 그는 존 콜트레인과 오스카 피터슨 등의 레코드를 되풀이해 들으며 귀로 익혔다고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재즈 밴드에서 연주하며 실력을 키웠고, 같은 시기에 비틀스를 비롯한 팝과 록도 가리지 않고 들었다. 재즈와 클래식과 록을 위아래 없이 받아들인 이 10대의 귀가 훗날 그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예고했다. (정체성) 회고록 「포메이션」의 부제는 '나만의 정전(正典) 세우기'다. 이 책의 줄기는 교외의 한 소년이 레코드와 책을 통해 자기가 누구인지를 하나씩 쌓아 올렸다는 이야기이며, 그는 음악이 곧 자기를 세우는 통로였다고 적었다. 사춘기의 혼란과 고독을 음악이 붙잡아 주었다는 회고는, 그의 연주가 늘 내면의 독백처럼 들리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II. 뉴욕의 견습 · 1988–1995 (18–25세)
(뉴스쿨) 1988년 뉴욕으로 가서 뉴스쿨의 재즈 과정에 들어갔다.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시, 주니어 맨스, 케니 워너 등에게 배웠다. 특히 허시는 서정적인 발라드와 섬세한 터치로 이름난 연주자였고, 멜다우의 초기 발라드 해석에서 그 영향을 읽는 평자가 많다. (지미 콥) 학생 시절 드러머 지미 콥의 밴드 콥스 몹에서 연주했다. 콥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에서 드럼을 친 인물이다. 멜다우는 비밥 세대의 거장 곁에서 클럽 무대를 거치며 스윙의 기본기와 밴드 안에서 듣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시리즈에서 다룬 마일스의 시대와 그의 세대가 이렇게 직접 맞닿았다. (바르셀로나) 1990년대 초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오가며 색소포니스트 페리코 삼비트, 드러머 호르헤 로시와 함께 녹음했다. 로시는 몇 해 뒤 그의 트리오 드러머가 된다. (레드먼) 1993년 테너 색소포니스트 조슈아 레드먼의 쿼텟에 반주자(사이드맨)로 들어갔다. 베이스의 크리스천 맥브라이드, 드럼의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함께한 이 밴드는 1994년 「무드스윙」을 녹음하고 세계를 돌았다. 젊은 재즈 스타였던 레드먼의 무대는 그의 이름을 평단과 업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데뷔) 그 결과 워너 브러더스와 계약했고, 1995년 프로듀서 맷 피어슨과 함께 첫 리더작 「인트로듀싱 브래드 멜다우」를 냈다. 남의 밴드에서 생계를 잇던 20대 중반의 사이드맨이 자기 이름을 건 음악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사이드맨 시절 멜다우를 세상에 알린 레드먼 쿼텟의 대표작이다. 훗날 각자 일가를 이루는 네 젊은 연주자가 한자리에 모인 기록이기도 하다.
- 모든 곡이 레드먼의 자작곡이고 발라드 비중이 높다. 레드먼의 따뜻하고 둥근 테너 음색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끈다.
- 멜다우의 반주(컴핑)를 따라가 보자. 솔로이스트 뒤에서 화음을 짧게 끊어 받쳐 주다가도, 자기 솔로에서는 오른손과 왼손이 각자 선율을 이어 가는 훗날의 버릇이 벌써 들린다.
-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드럼은 아주 작은 소리에서 갑자기 큰 소리로 치솟는 강약의 폭이 크다. 맥브라이드의 베이스는 한 박에 한 음씩 걷듯 이어 가는 연주(워킹 베이스)로 바닥을 단단히 깐다.
III. 세 사람의 예술 · 1996–2001 (26–31세)
(트리오) 베이스의 래리 그래나디어, 드럼의 호르헤 로시와 피아노 트리오를 꾸렸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디 아트 오브 더 트리오」라는 제목으로 다섯 장을 냈다. 오래된 재즈 명곡(스탠더드)과 자작곡을 섞되, 4분의 5박자나 7박자처럼 한 마디가 홀수로 끊기는 리듬(홀수 박자)을 자연스럽게 녹여 넣었다. (비교) 평단은 그를 빌 에번스와 키스 재럿의 후계자로 즐겨 불렀다. 그는 이런 비교에 대해 여러 글에서 거리를 두며, 자기 음악의 뿌리가 브람스와 록에도 닿아 있다고 썼다. 앨범마다 붙인 긴 라이너 노트에는 독일 문학과 철학을 인용한 사색이 담겼다. (로스앤젤레스) 199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로 근거지를 옮겼다. 1996년 그곳의 클럽 재즈 베이커리에서 알토 색소포니스트 리 코니츠, 오넷 콜먼의 베이시스트였던 찰리 헤이든과 함께 연주해 「얼론 투게더」를 남겼다. 한 세대 위 거장들 사이에서 그는 반주자이자 대화 상대였다. (회복) 그는 1990년대에 헤로인 중독을 겪고 회복했다는 사실을 회고록에서 스스로 밝혔다. (라디오헤드) 1998년작 「송스」에서 라디오헤드의 「익시트 뮤직」을 연주한 일은 상징적이었다. 같은 세대의 록을 스탠더드처럼 다룬 이 해석은 이후 재즈 연주자들이 동시대 팝을 레퍼토리로 삼는 흐름에 앞장선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1999년에는 솔로 앨범 「엘리지액 사이클」로 애도와 회상의 주제를 하나의 연작으로 묶었다.
라디오헤드와 닉 드레이크의 노래를 스탠더드와 나란히 놓으며, 그의 트리오가 동시대 록을 재즈의 언어로 받아들인 분기점이 된 앨범이다.
- 「익시트 뮤직」은 원곡의 선율을 아주 느리게 들려준 뒤, 왼손이 같은 음형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하는(오스티나토) 위에서 오른손이 점점 부풀어 오르며 절정에 이른다.
- 닉 드레이크의 「리버 맨」은 원곡부터 한 마디가 다섯 박으로 된 홀수 박자 곡이다. 트리오가 이 어긋난 박자를 흔들림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바꾸는 것을 들어 보자.
- 스탠더드 「비위치드」에서는 호르헤 로시가 막대 대신 솔처럼 생긴 채(브러시)로 북을 쓸며 속삭이듯 받쳐 주고, 그래나디어의 베이스는 반주를 넘어 또 하나의 선율처럼 노래한다.
- 자작곡 「언리퀴티드」는 짝사랑이라는 제목처럼 쓸쓸한 선율을 지녔고, 훗날 그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애도와 회상을 주제로 한 솔로 피아노 연작이다.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노래를 이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던 연가곡의 생각을 피아노 즉흥 위에 옮겼다.
- 곡마다 따로 들어도 되지만, 앞에서 나온 선율 조각이 뒤의 곡에서 모습을 바꿔 다시 나타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들으면 하나의 큰 순환 구조가 드러난다.
- 1997년에 세상을 떠난 두 작가를 기리는 「윌리엄 버로스와 앨런 긴즈버그를 위한 엘레지」처럼, 제목 자체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밝힌다.
- 스윙 리듬보다 클래식 피아노곡에 가까운 울림이다. 두 손의 선율이 따로 움직이며 얽히는 대위법적 짜임과 페달로 길게 남긴 화음의 여운에 귀를 기울여 보자.
IV. 라르고와 새 동반자들 · 2002–2009 (32–39세)
(라르고) 2002년 프로듀서 존 브라이언과 만든 「라르고」는 방향을 크게 튼 작품이었다. 제목은 브라이언이 정기 공연을 하던 로스앤젤레스의 클럽 이름에서 왔다. 관악기와 타악기, 스튜디오 음향 처리를 과감히 끌어들여 트리오의 문법 바깥을 탐색했다. (밸러드) 2000년대 중반부터 같은 워너 뮤직 계열의 논서치에서 음반을 내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로시가 떠나고 드러머 제프 밸러드가 합류했다. 같은 해 녹음한 「데이 이즈 던」은 새 트리오의 출발점이었다. 밸러드의 드럼은 로시보다 그루브가 단단했고, 트리오는 더 몸으로 느끼는 리듬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나디어와 밸러드는 이후 20년 가까이 그의 곁을 지켰다. (메시니) 2006년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와 「메시니 멜다우」를 냈다. 듀오 곡과 그래나디어·밸러드가 가세한 쿼텟 곡을 섞었고, 이듬해 같은 세션의 곡을 모은 「쿼텟」이 나왔다. 화음을 만드는 악기 둘이 부딪치지 않고 서로의 자리를 비워 주는 법을 찾은 이 협업은 두 사람의 함께한 투어로 이어졌다. (성악) 그는 성악가를 위한 노래도 썼다. 르네 플레밍을 위해 쓴 연작 「러브 서브라임」(2006)은 그가 재즈 클럽 바깥의 무대로 작곡의 폭을 넓힌 첫 큰 시도였다.
제프 밸러드가 합류한 새 트리오의 첫 녹음이다. 드러머가 바뀌면서 트리오의 몸놀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 첫 곡 라디오헤드의 「나이브스 아웃」은 빠르고 들썩이는 리듬 위에서 시작한다. 밸러드의 드럼이 로시 시절보다 훨씬 단단한 그루브로 트리오를 밀고 나가는 것이 바로 들린다.
- 비틀스의 「마사 마이 디어」, 버트 배커랙의 「앨피」 같은 팝 명곡을 재즈 스탠더드처럼 다룬다. 원곡의 선율은 살리고 화음을 새로 입히는 솜씨를 들어 보자.
- 타이틀곡은 닉 드레이크의 노래다. 「리버 맨」 이후 다시 드레이크를 고른 데서, 이 영국 싱어송라이터의 쓸쓸한 정서에 대한 그의 오랜 애착을 엿볼 수 있다.
두 세대의 화성 연주자가 처음 만난 기록이다. 듀오의 친밀함과 쿼텟의 추진력이 한 앨범 안에 번갈아 놓였다.
- 기타와 피아노는 둘 다 화음을 만드는 악기라 자칫 서로 부딪치기 쉽다. 한 사람이 솔로를 할 때 다른 사람이 얼마나 성기게 반주하거나 아예 손을 떼어 자리를 비워 주는지 들어 보자.
- 듀오 곡은 대화처럼 조용하고, 그래나디어와 밸러드가 가세한 쿼텟 곡은 리듬이 앞으로 굴러간다. 두 편성을 오가며 분위기가 바뀌는 흐름이 앨범의 짜임새다.
- 메시니 특유의 길게 노래하는 기타 선율과 멜다우의 두 손이 얽히는 선율이 겹칠 때, 두 사람의 음악적 습관이 어떻게 어울리는지가 감상의 재미다.
V. 큰 형식을 향해 · 2010–2019 (40–49세)
(하이웨이) 2010년 존 브라이언과 다시 손잡고 두 장짜리 「하이웨이 라이더」를 냈다. 트리오에 조슈아 레드먼과 드러머 맷 체임벌린, 댄 콜먼이 지휘하는 실내 오케스트라가 더해졌다. 레드먼 쿼텟 시절의 동료와 15년 만에 다시 만난 셈이었다. 같은 해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와 「러브 송스」를 녹음했다. (실험) 2013년 드러머 마크 줄리아나와 듀오 메리아나를 결성해 이듬해 앨범을 내며 신시사이저와 전자 건반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이듬해에는 유럽에서 열 해 동안 연 솔로 공연을 추린 「텐 이어스 솔로 라이브」를 냈다. 즉흥의 자유와 큰 구성을 동시에 쥐려는 관심이 이 시기를 꿰뚫는다. (바흐) 만돌린 연주자 크리스 타일리와 듀오 앨범을 냈고(2017), 2018년 「애프터 바흐」에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일부와 그에 응답하는 자작곡을 번갈아 놓았다. 어린 시절 레슨에서 시작된 대위법이 수십 년 뒤 하나의 작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가브리엘) 2019년 「파인딩 가브리엘」은 성경을 읽으며 받은 인상과 당대 사회에 대한 불안을 바탕으로 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여러 건반과 신시사이저를 직접 겹쳐 녹음하고 말 없는 목소리 합창을 더했다. 이 앨범으로 그는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 연주 앨범 부문을 받았다. 숱한 후보 지명 끝의 수상이었다.
트리오와 레드먼, 실내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두 장짜리 대작이다. 그가 즉흥연주와 큰 형식의 작곡을 하나로 묶으려 한 시도의 정점이다.
- 제목처럼 길 위의 여행을 그린다. 앞에서 나온 주제 선율이 두 장에 걸쳐 여러 번 되돌아오니,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듣기를 권한다.
- 제프 밸러드와 맷 체임벌린 두 드러머가 함께 연주한다. 두 사람의 북소리가 겹치며 리듬이 두툼해지는 대목을 찾아 들어 보자.
- 댄 콜먼이 지휘한 실내 오케스트라의 현악기와 관악기가 재즈 밴드 뒤를 감싼다. 조슈아 레드먼의 소프라노·테너 색소폰이 오케스트라와 얽히는 장면이 앨범의 백미로 꼽힌다.
- 존 브라이언의 프로듀싱은 클럽 실황보다 영화음악처럼 공간감을 넓게 쓴 소리를 만들어 냈다.
성경을 읽으며 얻은 인상과 시대에 대한 불안을 담았다고 그가 밝힌 앨범이다.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 연주 앨범을 받았다.
- 피아노 트리오의 음반이 아니다. 멜다우가 여러 건반과 신시사이저를 직접 겹쳐 녹음해 마치 혼자서 작은 오케스트라를 꾸린 듯한 소리를 만든다.
- 가사 없는 목소리 합창이 곳곳에 깔린다. 가수들의 소리가 악기처럼 쓰이며 성가와 같은 엄숙한 분위기를 만든다.
- 메리아나에서 함께한 마크 줄리아나의 드럼이 전자음과 생음악 사이를 오가는 정교한 리듬으로 곡들을 떠받친다.
VI. 형성과 회고 · 2020–2026 (50–56세)
(봉쇄) 2020년 봄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이 멈췄을 때 그는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에 있었다. 그 몇 주를 열두 개의 짧은 피아노곡으로 옮긴 「스위트: 2020년 4월」을 그해 6월에 냈다. 잠에서 깨기, 거리 두기, 이전을 기억하기 같은 일상의 장면이 제목이 됐다. 수익은 공연이 끊겨 생계가 막힌 음악가들을 돕는 미국 재즈 재단의 기금에 보냈다. (프로그레시브) 2022년 「제이컵스 래더」에서는 10대에 즐겨 듣던 프로그레시브 록과 성경의 이미지를 엮었다. 이듬해에는 2020년 파리 공연 실황을 담은 비틀스 곡집 「유어 마더 슈드 노」를 냈다. 소년 시절 레코드장에 꽂혀 있던 음악들이 하나씩 그의 작품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회고록) 2023년 회고록 「포메이션」을 펴냈다. 어린 시절부터 뉴욕의 젊은 연주자 시절까지를 다룬 이 책에서 그는 입양, 성장기의 방황, 음악으로 자기를 세워 간 과정을 숨기지 않고 적었다. 늘 라이너 노트로 생각을 밝혀 온 연주자가 처음으로 자기 삶 자체를 글로 정리한 셈이다. (현재) 2024년 「아프레 포레」에서는 포레의 야상곡과 자작곡을 짝지었고, 2025년 「라이드 인투 더 선」에서는 2003년 세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를 실내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시 불러냈다. 지금은 2025년 새로 꾸린 펠릭스 모세홀름·호르헤 로시와의 트리오, 솔로, 협업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네덜란드에서 가족과 보낸 몇 주를 피아노로 그린 일기다. 수익은 일이 끊긴 음악가를 돕는 기금에 보냈다.
- 잠에서 깨기, 거리 두기, 이전을 기억하기처럼 제목이 붙은 열두 개의 짧은 곡이 하루하루의 장면을 차례로 그린다. 순서대로 들으면 봉쇄 속 일상의 흐름이 따라온다.
- 화려한 즉흥보다 단순하고 조용한 선율이 많다. 그의 솔로 연주 가운데 가장 담백한 소리에 속한다.
- 모음곡 뒤에 닐 영, 빌리 조엘의 노래와 스탠더드 「룩 포 더 실버 라이닝」을 덧붙였다. 어려운 시기에 위로가 되는 노래를 골랐다는 인상을 준다.
덜 알려진 이야기
그의 첫 리더 녹음은 미국이 아니라 스페인에서 나왔다. 1990년대 초 그는 바르셀로나의 색소포니스트 페리코 삼비트, 드러머 호르헤 로시 등과 함께 현지 레이블 프레시 사운드의 신인 시리즈에 녹음을 남겼다. 워너 브러더스 데뷔작이 공식적인 출발점으로 소개되다 보니 이 녹음들은 흔히 건너뛰어지지만, 훗날 트리오의 핵심이 되는 로시와의 인연이 이때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서 각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찰리 헤이든과의 듀오 앨범 「롱 어고 앤드 파 어웨이」는 2007년 독일에서 열린 공연 실황이지만, 세상에 나온 것은 헤이든이 세상을 떠나고 4년이 지난 2018년이었다. 1996년 리 코니츠와 셋이 함께한 「얼론 투게더」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오넷 콜먼과 키스 재럿의 동반자였던 노장이 젊은 피아니스트를 동등한 대화 상대로 대했다는 기록이기도 하다. 발매가 늦은 탓에 그의 2000년대 활동을 정리한 글에서는 대개 빠진다. 그는 재즈 밖의 성악곡도 진지하게 썼다. 2006년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을 위해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미국 시인 루이즈 보건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 「러브 서브라임」을 썼고, 2010년에는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와도 음반을 냈다. 클래식 성악 쪽 음반이라 재즈 팬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슈만과 브람스에 품은 애착이 가장 곧게 드러난 작업이다.
용어 노트 📚🔎
피아노 트리오
(말뜻) 트리오(trio)는 셋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tre 에서 온 말로, 세 사람이 함께하는 연주 단위를 가리킨다. (재즈에서) 재즈에서는 보통 피아노·베이스·드럼 세 악기로 이루어진 밴드를 말한다. 피아노가 선율과 화음을, 베이스가 바닥의 음을, 드럼이 박자를 맡지만, 좋은 트리오일수록 셋이 대등하게 주고받는다.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줄넘기를 떠올려 보자. 두 사람이 줄을 돌리고 한 사람이 뛰는 것 같지만, 셋의 호흡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줄이 걸린다. (다른 데서는) 클래식에서 피아노 트리오는 대개 피아노·바이올린·첼로 편성을 가리킨다.
스탠더드
(재즈에서) 재즈 연주자들이 너도나도 즐겨 연주해서 누구나 아는 곡이 된 노래를 말한다. 1920~50년대 뮤지컬이나 영화 노래가 많고, 연주자는 이 곡들을 저마다 다르게 해석해 실력과 개성을 보여 준다. 운동회의 단골 종목인 이어달리기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규칙은 모두가 알지만, 반마다 달리는 순서와 작전이 달라 매번 다른 경기가 된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스탠더드는 표준·기준이라는 뜻으로, 표준 규격이나 기본형을 말할 때 쓴다.
사이드맨
(재즈에서) 자기 이름을 건 밴드의 리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밴드에 고용되어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를 말한다. 젊은 연주자는 대개 사이드맨으로 이름난 리더 곁에서 경험을 쌓고 이름을 알린 뒤 자기 밴드를 꾸린다. 학교 연극에서 처음에는 조연을 맡아 무대에 익숙해지고, 나중에 주연을 맡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대위법
(말뜻) 대위법(對位法)은 음표에 음표를 맞세운다(對位)는 뜻이다. 서양 이름 counterpoint 도 라틴어 punctus contra punctum, 곧 점(음표) 대 점이라는 말에서 왔다. (재즈에서) 서로 다른 선율 둘 이상을 동시에 울리면서도 각 선율이 제 갈 길을 가며 잘 어울리게 짜는 작곡 기술이다. 바흐가 대가였고, 멜다우는 왼손과 오른손이 각자 독립된 선율을 이어 가는 연주로 이 기술을 재즈 즉흥에 끌어들였다. 돌림노래를 부를 때 두 모둠이 서로 다른 소절을 부르는데도 하나의 노래로 들리는 것을 떠올려 보자. 대위법은 그런 어울림을 일부러 설계하는 방법이다.
홀수 박자
(재즈에서) 한 마디를 다섯 박이나 일곱 박처럼 홀수로 나누는 리듬을 말한다. 대부분의 대중음악은 하나둘셋넷의 네 박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홀수 박자는 처음 들으면 한 발이 남거나 모자라는 듯 어색하게 느껴진다. 멜다우의 트리오는 이런 박자를 일부러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솜씨로 이름났다. 줄넘기를 하다가 다섯 번째마다 한 번씩 엇박으로 뛰는 놀이를 상상해 보자. 익숙해지기 전엔 걸리지만 몸에 붙으면 새로운 재미가 된다.
오스티나토
(말뜻) 오스티나토(ostinato)는 이탈리아어로 고집스러운이라는 뜻이다. 영어 obstinate 와 뿌리가 같다. (재즈에서) 짧은 음형이나 리듬을 고집스럽게 계속 되풀이하는 반주를 말한다. 그 위에서 다른 선율이 변하고 부풀어 오르면, 바닥은 그대로인데 위가 움직이니 긴장이 점점 쌓인다. 멜다우는 솔로 연주에서 왼손 오스티나토 위에 오른손 즉흥을 쌓아 절정을 만드는 방법을 자주 쓴다. 체육 시간에 북을 일정하게 둥둥 쳐 주면 그 박자에 맞춰 다들 점점 더 신나게 움직이는 것과 같다.
연가곡
(말뜻) 연가곡(連歌曲)은 이어진(連) 노래(歌曲)라는 뜻으로, 독일어로는 Liederzyklus, 노래의 순환이라고 부른다. (재즈에서) 여러 편의 노래를 하나의 주제나 이야기로 묶어 차례로 부르게 만든 작품이다. 슈베르트와 슈만 같은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즐겨 썼다. 멜다우는 르네 플레밍을 위해 연가곡을 썼고, 솔로 앨범 「엘리지액 사이클」에서도 곡들을 이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이 생각을 빌려 왔다. 웹툰의 한 회 한 회가 따로 읽혀도 재미있지만, 처음부터 이어 보면 하나의 큰 이야기가 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