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adelphia Orchestra & Marin Alsop with Yunchan Lim
주페 풍으로 엮은, 아주 시끌벅적한 학생가 메들리. — 브람스가 「대학 축전 서곡」을 두고, 1880년 · 명예박사 학위에 대한 답례로 쓴 곡을 스스로 이렇게 불렀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무대 위의 사람들 ⏳🌊
- 피아노임윤찬
2004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손민수를 사사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열여덟 살로 우승해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그 결선에서 연주한 곡이 바로 이번 공연의 라흐마니노프 3번이고, 그때 지휘대에 선 사람이 마린 알솝이다. 우승 뒤 데카 클래식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 지휘마린 알솝
1956년 뉴욕 태생.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했고, 탱글우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지휘를 배웠다. 2007년 볼티모어 심포니 음악감독이 되며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를 이끈 첫 여성 지휘자가 됐고, 2013년에는 BBC 프롬스 '마지막 밤'을 지휘한 첫 여성이 됐다. 2022년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을 지휘하며 임윤찬의 우승 무대를 함께했다.
- 오케스트라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900년 창단.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유진 오먼디가 반세기 넘게 다듬은 풍성하고 매끄러운 현의 소리는 '필라델피아 사운드'라 불린다. 라흐마니노프와 인연이 깊다 — 그가 독주자로 자기 협주곡들을 이 악단과 녹음했고, 마지막 작품 〈교향적 무곡〉을 오먼디와 이 악단에 헌정했다. 1973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한 첫 미국 오케스트라였다.
- 작곡가 · 협주곡 3번 초연 독주자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1909년 첫 미국 순회를 위해 3번을 썼고, 그해 11월 뉴욕에서 직접 독주를 맡아 초연했다. 이듬해 1월에는 구스타프 말러가 지휘한 뉴욕 필하모닉과 이 곡을 다시 연주했다. 곡은 피아니스트 요제프 호프만에게 헌정됐지만, 호프만은 끝내 이 곡을 공개 연주하지 않았다.
I.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 미국을 위해 쓴 거대한 노래 · 1909
(순회) 1909년 여름, 라흐마니노프는 첫 미국 순회 연주를 앞두고 이 협주곡을 썼다. 자기 손으로 치려고 쓴 곡이라 작곡가 자신의 큰 손과 기교가 그대로 악보가 됐고, 지금도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곡으로 손꼽힌다. 그해 11월 뉴욕 초연의 독주자가 라흐마니노프 자신이었다. (시작) 그런데 첫머리는 놀랄 만큼 소박하다. 오케스트라의 짧은 고동 위로 피아노가 두 손 옥타브로 겹쳐 한 줄짜리 선율을 부른다. 러시아 정교회 성가를 닮았다는 말이 오래 따라다녔지만 작곡가는 '저절로 써졌다'고만 했다. 이 한 줄이 40분 내내 모습을 바꿔 돌아온다. (두 개의 카덴차) 1악장 끝의 카덴차를 라흐마니노프는 두 벌 남겼다. 가볍고 빠른 원래 판과, 악보에 '오시아'로 적힌 묵직한 화음의 판. 어느 쪽을 고르는지가 연주자의 성격을 드러낸다 — 공연장에서 확인할 첫 번째 대목이다. (끝) 2악장 간주곡은 쉼 없이 3악장으로 넘어가고, 피날레는 행진과 질주를 거쳐 D장조의 거대한 정점으로 치닫는다. 2022년 6월 포트워스, 열여덟 살 임윤찬이 마린 알솝의 지휘로 이 곡을 연주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확정했다. 4년 뒤, 같은 곡 같은 지휘자, 오케스트라만 라흐마니노프와 인연이 가장 깊은 악단으로 바뀌어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임윤찬이 우승을 확정한 결선 실황, 지휘는 마린 알솝. 이번 공연과 독주자·지휘자·곡이 모두 같다. 클라이번 콩쿠르가 공개한 결선 영상이다.
- 첫 선율 — 두 손이 옥타브로 겹쳐 부르는 한 줄, 얼마나 담백하게 시작하는지
- 1악장 카덴차 — 원래 판인가, 오시아 판인가
- 3악장 끝 —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치닫는 D장조 정점
같은 곡을 다른 독주자로. 템포와 카덴차 선택이 갈리는 지점을 비교해 두면 공연장에서 '임윤찬의 선택'이 들리기 시작한다.
- 1악장 첫 선율 — 첫 번째 영상과 호흡이 어떻게 다른지
- 카덴차 — 첫 번째 영상과 같은 판인지부터 확인
- 2악장 — 오케스트라 서주가 끝나고 피아노가 들어오는 순간
II. R. 슈트라우스 〈돈 후안〉 — 스물넷의 출사표 · 1889
(교향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스물네 살에 쓴 교향시로,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미완성 시 「돈 후안」을 바탕으로 한다. 1889년 11월 바이마르에서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어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각인시킨 곡이다. (도약) 시작부터 현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는 도약 — 주인공이 무대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이어지는 사랑의 장면들에서는 독주 바이올린과 오보에가 차례로 노래하는데, 특히 긴 오보에 독주는 이 곡에서 가장 고요한 순간이다. (호른) 그 고요를 깨고 호른 네 대가 한목소리로 부르는 영웅적인 주제가 이 곡의 상징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오디션에서 가장 자주 요구되는 대목 가운데 하나로,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금관이 어떻게 울리는지 들을 자리다. (끝) 화려한 정점에서 음악은 갑자기 멈춘다. 긴 정적 뒤, E단조의 어두운 화음과 현의 피치카토 몇 개 — 주인공의 최후다. 환호로 끝날 것이라 예상한 청중이 박수를 망설이는 마지막이니, 끝까지 소리가 사라지길 기다려야 한다.
가장 화질 좋은 실황으로 먼저 한 번. 18분 안에 도약·사랑·영웅·죽음이 다 들어 있다.
- 시작 — 현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도약
- 가운데 — 오보에의 긴 독주, 이 곡에서 가장 고요한 순간
- 끝 — 정점 뒤의 정적과 E단조의 어두운 마지막 화음
마린 알솝이 존스홉킨스대 피바디 음악원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실황. 학생 악단이지만, 알솝이 이 곡의 속도와 긴장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미리 보기 좋다.
- 알솝의 템포 — 시작의 도약을 얼마나 몰아붙이는지
- 호른 네 대의 주제 — 지휘자가 금관을 얼마나 앞세우는지
- 마지막 정적의 길이
III. 브람스 대학 축전 서곡 — 명예박사의 답례 · 1880
(답례) 1879년 브레슬라우 대학이 브람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자, 대학 측은 답례로 축하 음악을 기대했다. 브람스는 1880년 여름 바트 이슐에서 이 서곡을 썼고 — 같은 여름에 성격이 정반대인 「비극적 서곡」도 함께 썼다 — 1881년 1월 브레슬라우에서 직접 지휘해 초연했다. (학생가) 엄숙한 학위 축하곡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브람스가 내놓은 것은 당시 독일 대학생들이 술자리에서 부르던 노래들의 메들리였다. 「우리는 튼튼한 집을 지었네」, 「국부(國父)의 노래」, 신입생 신고식 노래 「저 위에서 오는 것은 무엇인가」가 차례로 등장하고, 파곳 둘이 익살스럽게 받는 대목에서 객석은 웃음을 참기 어렵다. (가우데아무스) 마지막에는 전 오케스트라가 라틴어 학생가 「가우데아무스 이기투르」를 장엄하게 펼친다. 보통 공연을 여는 자리에 놓이는 서곡이 이번에는 공연의 맨 끝에 온다 — 축제의 행렬로 밤을 닫는 셈이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공식 채널의 실황. 학생가가 하나씩 지나가는 10분짜리 행렬이다.
- 도입 — 축제답지 않게 조용하고 어둡게 시작하는 C단조
- 가운데 — 파곳 둘이 익살스럽게 받는 신입생 노래
- 끝 — 전 오케스트라의 「가우데아무스 이기투르」
이번 공연에 없는 곡이지만 알솝이 지휘하는 브람스를 미리 들어 볼 수 있는 실황. 서곡보다 3년 앞서 쓰인 브람스의 가장 밝은 교향곡으로, 10월 25일 빈 필 공연의 후반부 곡이기도 하다.
- 알솝의 브람스 — 현을 얼마나 노래하게 하는지
- 4악장 — 숨죽인 시작에서 마지막 트롬본까지
- 서곡과 같은 작곡가의 금관 — 마지막 개화의 무게
IV. 예습 동선 — 공연장에서 무엇을 들을 것인가
(순서) 먼저 클라이번 결선의 임윤찬 영상을 끝까지 한 번. 이번 공연의 두 주인공이 4년 전 같은 곡으로 만난 기록이다. 다음, 다른 독주자의 3번을 한 번 들으며 1악장 카덴차가 어느 판인지 비교한다. 〈돈 후안〉과 서곡은 각각 한 번이면 충분하다. (라흐마니노프에서) 첫 선율이 얼마나 담백하게 시작하는지, 1악장 카덴차의 선택, 그리고 3악장 끝 정점에서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지. 2022년 영상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이 4년의 시간이다. (돈 후안에서) 시작의 도약, 오보에의 긴 독주, 호른 네 대의 주제 — 그리고 마지막 정적.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박수를 기다리는 것이 이 곡에 대한 예의다. (서곡에서) 학생가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성격이 바뀌는 것을 따라가다, 마지막 「가우데아무스」에서 전 악단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을 기다린다. 앙코르 직전, 밤의 마지막 화음이다.
용어 노트 📚🔎
오시아 (ossia)
이탈리아어로 '또는'. 악보에 두 가지 길을 적어 두고 연주자가 고르게 할 때 쓴다. 라흐마니노프 3번 1악장 카덴차의 묵직한 화음 판이 '오시아 카덴차'로 불린다.
교향시 (symphonic poem)
시·소설·그림 같은 문학적 내용을 한 악장의 관현악으로 그리는 장르. 리스트가 이름 붙였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돈 후안〉으로 이 장르의 새 시대를 열었다.
가우데아무스 이기투르 (Gaudeamus igitur)
'그러니 즐기자'로 시작하는 라틴어 학생가. 유럽 대학의 입학식·졸업식에서 지금도 불린다. 대학 축전 서곡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카덴차 (cadenza)
협주곡 악장의 끝머리에서 오케스트라가 멈추고 독주자 홀로 기량을 펼치는 자리. 라흐마니노프는 3번에 두 벌을 직접 써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