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soo Sohn Piano Recital -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
배우기를 열망하는 음악 청년들의 유익과 쓰임을 위해, 그리고 이미 이 공부에 능숙한 이들의 특별한 소일거리로. — 바흐, 《잘 조율된 클라비어》 1권 표지의 헌사, 1722년 쾨텐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무대 위의 사람들 ⏳🌊
- 피아노손민수
캐나다 호넨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고, 부조니·클리블랜드·힐튼 헤드·루빈스타인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잇달아 입상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의 바흐 음반을 '아름답고 명료하며 빛나는 해석'이라 평하며 그해 최고의 클래식 음반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서른두 곡 전곡을 무대에 올리고 전곡 음반을 냈으며, 2023/24 시즌에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전국을 돌았다. 미시간 주립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냈고 2023년 가을부터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가르친다 — 제자 가운데 임윤찬이 있다. 2026/27 시즌은 평균율 1권을 중심에 둔 리사이틀 투어이고, 10월 16일 무대는 그 여정의 한 장이다.
- 작곡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1685년 아이제나흐 출생, 1750년 라이프치히에서 세상을 떠났다. 쾨텐 궁정의 악장으로 있던 1717–1723년은 교회 음악 의무가 없던 시기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무반주 첼로 모음곡, 그리고 1722년의 《잘 조율된 클라비어》 1권이 이 몇 해에 나왔다. 스무 해 뒤 라이프치히에서 같은 설계로 2권을 다시 썼다. 열두 개 장조와 열두 개 단조를 한 바퀴 도는 마흔여덟 쌍은 그 뒤 모든 건반 음악가의 교과서이자 시험대가 됐다.
- 조율 이론가안드레아스 베르크마이스터
1645–1706. 오르가니스트이자 이론가로, 1691년 《음악의 조율》에서 어떤 조성도 버리지 않는 조율법들을 제안했다. 그때까지의 조율은 몇 개 조성만 맑고 먼 조성은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그의 '잘 조율된' 방식이 열두 음 위의 장·단조 스물네 개를 전부 쓸 수 있게 열어 주었고, 바흐의 제목은 바로 그 낱말을 가리킨다.
- 선례요한 카스파르 페르디난트 피셔
1702년경 《아리아드네 무지카》 — 거의 모든 조성을 도는 스무 쌍의 짧은 프렐류드와 푸가로, 미궁을 빠져나오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제목에 빌렸다. 바흐는 이 곡집을 알았고 2권에서 그의 주제를 빌리기도 했다. 1권은 이 선례를 스물네 개 조성 전부로, 그리고 훨씬 큰 규모로 완성한 것이다.
I. 잘 조율된 건반 — 스물네 개의 방을 가진 집 · 1722
(제목) '평균율'이라는 우리말 제목은 절반만 맞다. 바흐가 적은 낱말은 '볼템페리르트(wohltemperirt)', 곧 '잘 조율된'이다. 오늘날의 12평균율처럼 모든 반음을 똑같이 나눈 조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열두 음 위의 장·단조 스물네 개를 전부 쓸 수 있으면 '잘 조율된' 것이었고, 바흐가 실제로 어떤 조율을 썼는지는 지금도 논쟁거리다. 통설은 조마다 빛깔이 조금씩 다른 조율 — 베르크마이스터가 1691년에 제안한 방식들이 그것이다. 그때까지 건반은 몇 개의 조성만 맑게 울리는 악기였고, 먼 조성으로 가면 화음이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잘 조율된 건반은 처음으로 스물네 개의 방을 전부 열어 주었다. (설계) 그래서 바흐는 집을 지었다. C장조에서 시작해 c단조, C♯장조, c♯단조 — 반음씩 올라가며 장조와 단조를 번갈아, 스물네 개 조성마다 프렐류드 하나와 푸가 하나. 1722년 쾨텐에서 정서본이 완성됐고, 표지에는 '배우기를 열망하는 음악 청년들의 유익과 쓰임을 위해' 썼다고 적었다. 실제로 열한 곡의 프렐류드 초기본은 2년 전 큰아들 빌헬름 프리데만에게 만들어 준 연습장에 먼저 등장한다. 교과서로 태어난 책이 세 세기 뒤 리사이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쾨텐) 쾨텐 궁정은 개혁교회였고 예배 음악을 거의 쓰지 않았다. 교회 음악가로 살아온 바흐에게 이 몇 해는 뜻밖의 여백이었다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무반주 첼로 모음곡,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그리고 이 곡집이 같은 책상에서 나왔다. 음악을 좋아한 젊은 군주 레오폴트는 바흐를 아꼈다. (마지막 여덟) 10월 16일의 프로그램은 이 집의 마지막 여덟 방이다. A♭장조에서 b단조까지 — 17번에서 24번. 앞의 열여섯이 C장조에서 반음씩 사다리를 오르며 밝은 조와 그늘진 조를 번갈아 지나온 여정이라면, 이 여덟은 그 사다리의 마지막 여덟 칸이다. 1권의 마지막 푸가가 왜 하필 열두 음을 다 쓰는 반음계 주제인지, 그 답이 여기 있다.
먼저 집 전체를 한 바퀴. 24쌍이 반음씩 올라가는 설계를 몸으로 익힌 뒤에야 17번부터의 여덟 쌍이 '마지막 방들'로 들린다. 시간이 없으면 뒤쪽 3분의 1만.
- 1번 C장조 프렐류드 — 화음만으로 이루어진 첫 방, 책 전체의 문
- 장조·단조가 번갈아 드는 리듬 — 빛과 그늘의 교대
- 17번(A♭장조)이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공연 프로그램 그대로
II. 열일곱에서 스물넷 — 여덟 쌍의 성격
(17 · A♭장조 BWV 862) 밝고 활달한 출발. 프렐류드는 춤곡처럼 가볍게 뛰고, 네 성부 푸가는 도약이 큰 주제로 기지를 부린다. 여덟 곡의 문을 여는 웃음. (18 · g♯단조 BWV 863) 곧바로 그늘로 든다. 프렐류드는 두 손이 대화하듯 주고받고, 네 성부 푸가는 주제 한가운데 삼온음(G♯–C𝄪) 하나를 박아 둔 채 차분히 가라앉는다 — 전위도 스트레토도 없는, 여덟 곡 가운데 가장 내성적인 쌍. (19 · A장조 BWV 864) 세 성부 푸가의 주제가 유명하다 — 딱 한 음을 치고 쉼표, 그리고서야 말을 잇는다. 딸꾹질 같은 그 첫 음이 곡 전체에서 몇 번이나 튀어나오는지 세어 보는 것만으로 푸가 듣기의 재미를 배울 수 있다. (20 · a단조 BWV 865) 1권에서 손꼽히게 긴 푸가. 네 성부, 여든일곱 마디, 주제가 서른아홉 번이나 들어오며, 길고 단단한 주제는 뒤집힌 꼴(전위)로도 등장한다. 마지막은 낮은 음 하나를 오래 깔아 두는 지속저음 위에서 오르간처럼 끝난다 — 두 손만으로는 모자라 페달 건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의 프렐류드는 두 성부의 토카타풍 질주. (21 · B♭장조 BWV 866) 프렐류드가 주인공. 1권에서 가장 화려한 프렐류드로, 음계와 분산화음이 토카타처럼 건반을 훑는다. 세 성부 푸가는 가볍고 명랑해서 앞의 폭풍을 웃음으로 받는다. (22 · b♭단조 BWV 867) 여덟 곡의 무게중심. 프렐류드는 느린 화음의 애가(哀歌), 푸가는 1권에 둘뿐인 다섯 성부 푸가다(다른 하나는 4번 c♯단조). 주제는 느린 두 음을 딛자마자 단9도로 훌쩍 뛰어오른 뒤 여덟 개의 8분음표로 촘촘히 내려오고, 끝에 이르면 다섯 성부가 주제를 촘촘히 겹쳐 들어오는 스트레토가 온다. 바흐 대위법의 절정 가운데 하나. (23 · B장조 BWV 868) 다시 빛. 프렐류드는 맑게 흐르고 네 성부 푸가는 온화하다. 마지막 방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 (24 · b단조 BWV 869) 1권의 결말. 프렐류드에는 '안단테', 푸가에는 '라르고' — 1권에서 빠르기말이 적힌 드문 자리다. 프렐류드는 걷는 저음 위에 두 성부가 노래하는 트리오 소나타 같고, 푸가의 주제는 열두 개의 반음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쓴다. 스물네 조성을 돈 책이 열두 음을 모두 품은 주제로 문을 닫는다 — 설계의 완성이자 고백이다. 같은 b단조로 훗날 그는 미사를 썼다.
네 성부, 여든일곱 마디 — 1권에서 가장 긴 푸가 가운데 하나. 주제가 바로 선 꼴과 뒤집힌 꼴로 번갈아 들어오고, 끝은 낮은 지속저음 위에서 오르간처럼 닫힌다.
- 푸가 첫 주제 — 길고 단단한 이 선율을 외울 것
- 뒤집힌 주제(전위) — 같은 선율이 거울처럼 내려오는 순간
- 마지막 — 낮은 음 하나가 오래 깔리는 위로 성부들이 겹쳐 닫히는 결말
1권에 둘뿐인 5성 푸가. 프렐류드의 느린 애가를 지나 주제가 첫머리에서 단9도로 뛰어오르고, 끝에서 다섯 성부가 촘촘히 겹치는 스트레토가 온다 — 여덟 곡의 무게중심.
- 프렐류드 — 느린 화음의 걸음, 한 음 한 음의 무게
- 푸가 주제 첫머리의 큰 도약(단9도) — 둘째 음에서 셋째 음으로, 주제를 알아보는 표지
- 마지막 스트레토 — 다섯 성부가 주제를 겹쳐 들어오는 밀도
1권의 결말. 안단테 프렐류드는 걷는 저음 위의 이중창, 라르고 푸가의 주제는 반음 열두 개를 하나도 빠짐없이 쓴다. 공연 전날 다시 들을 한 곡.
- 프렐류드 — 걷는 저음 위에서 두 성부가 주고받는 노래
- 푸가 주제 — 열두 개의 서로 다른 음이 차례로 나오는 것을 세어 볼 것
- 마지막 화음 — 1권 전체가 닫히는 자리
III. 예습 동선 — 프렐류드와 푸가를 듣는 법
(두 장르) 프렐류드는 '앞서 연주하는 것', 한 가지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는 짧은 곡이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가 여러 성부에서 차례로 등장해 서로 쫓고 쫓기는 음악이다. 그래서 듣는 법도 둘이다. 프렐류드는 분위기와 손의 움직임을, 푸가는 주제를 따라간다. (주제 세기) 푸가는 첫 몇 마디에서 주제를 혼자 들려준다 — 이것을 외우면 된다. 이어 다른 성부가 같은 주제를 5도 위(또는 4도 아래), 곧 딸림조에서 되받는다(응답). 성부 수만큼 주제가 다 나오면 제시부가 끝나고, 그 뒤로는 주제가 조를 바꾸고 뒤집히고 늘어나고 겹치며 돌아온다. 공연장에서는 그저 '주제가 지금 몇 번째로 들어왔나'를 세어 보라. 그것만으로 푸가는 소음이 아니라 건축이 된다. (세 걸음) 추천 동선은 셋이다. 먼저 17번부터 24번까지를 한 번 통으로 흘려듣는다 — 조성이 반음씩 올라가며 빛깔이 바뀌는 것을 몸으로 익히는 단계다. 다음은 20·22·24번, 세 거인만 곡 카드의 포인트를 들고 정독한다. 공연 전날에는 24번만 다시 — 열두 음의 주제를 귀에 심어 두면, 무대에서 마지막 푸가가 시작되는 순간 1권 전체가 닫히는 것이 들린다. (피아노로) 바흐의 '클라비어'는 특정 악기가 아니라 건반 전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오르간. 현대 피아노로 치는 순간 연주자는 바흐가 쓰지 않은 것들, 곧 셈여림의 폭과 페달을 손에 쥔다. 어디까지 쓸 것인가가 해석의 전부다. 베토벤 소나타 서른두 곡을 완주하고 골드베르크로 전국을 돈 손민수의 바흐는 큰 설계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으로 이름났다 — 여덟 쌍이 한 곡처럼 들리는지가 이 밤의 감상 포인트다. (박수) 프렐류드와 푸가는 한 쌍이다. 프렐류드가 끝나도 푸가가 이어지니 박수는 참는다. 쌍과 쌍 사이도 연주자가 손을 내리지 않으면 이어 듣는 것이 관례다. 박수는 24번 푸가의 마지막 화음이 사라진 뒤에 — 그때가 1권이 닫히는 순간이다.
용어 노트 📚🔎
잘 조율된 (wohltemperiert)
우리말 제목의 '평균율'과는 다르다. 모든 반음을 똑같이 나눈 12평균율과 같은 말이 아니라, 어떤 조성도 버리지 않는 조율법 전반을 가리킨다 — 조마다 빛깔이 조금씩 다른 베르크마이스터의 1691년 방식들이 그 대표다. 그래서 바흐의 C장조와 b단조는 같은 악기에서도 다른 얼굴을 한다.
프렐류드 (prelude)
(말뜻) 라틴어 프라이루데레 — '앞서 연주하다'. 본래는 본곡 전에 손을 풀며 즉흥으로 치던 것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대개 한 가지 음형이나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는 짧은 곡.
푸가 (fuga)
(말뜻) 라틴어로 '도주'. 하나의 주제가 여러 성부에서 차례로 나타나 서로 쫓고 쫓기는 음악. 첫 성부가 주제를, 다음 성부가 5도 위(또는 4도 아래)의 딸림조에서 응답을, 성부 수만큼 되풀이한 뒤(제시부) 주제가 조를 바꾸고 뒤집히고 겹치며 돌아온다. 22번은 다섯 성부.
스트레토 (stretto)
(말뜻) 이탈리아어로 '좁힌·조인'. 한 성부의 주제가 끝나기 전에 다음 성부가 같은 주제로 밀고 들어와 겹치는 대목 — 푸가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쓰는 수법. 22번 b♭단조 푸가의 끝은 다섯 성부 전부가 이렇게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