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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록키 호러 픽쳐 쇼 (1975)

1950년대 B급 공상과학 영화를 사랑한 기억과 로큰롤, 그리고 1970년대 초 런던의 글램 록이 한 무대에서 만나 서로를 비웃고 끌어안는 음악이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영국 1975 개봉63석 극장 초연해밀턴의 심야극장2. 도입붉은 입술의 노래빗속의 성 불빛3. 성타임 워프프랭크의 등장4. 전환록키의 탄생에디의 로큰롤재닛의 고백5. 절정무대 위의 메들리꿈의 노래귀향의 노래6. 유산자정 상영관객이 함께 춤최장기 상영쇼1975B급 영화와 로큰롤을 향한 연애편지가 된 컬트…
이야기의 무대 🧭🗺️
N미국영국아일랜드캐나다해밀턴런던로스앤젤레스브레이뉴욕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리처드 오브라이언

    극본·작사·작곡을 모두 맡았고, 영화에서는 하인 리프 래프를 연기하며 첫 곡을 직접 불렀다.

  • 감독짐 샤먼

    무대 초연을 연출했고 영화의 감독을 맡아 오브라이언과 각본을 함께 썼다.

  • 지휘리처드 하틀리

    무대 초연의 음악감독이자 영화 사운드트랙의 편곡·제작자였다.

  • 제작루 애들러

    런던 공연을 보고 미국 판권을 사들였고, 영화 제작과 오드 레코드 음반 발매를 이끌었다.

  • 주연팀 커리

    무대 초연부터 프랭크 앤 퍼터 박사를 맡아 영화에서도 같은 역을 연기했다.

  • 주연수전 서랜던

    영화판에서 재닛을 맡았다. 제작사가 브래드와 재닛 역에 미국 배우를 원해 캐스팅되었다.

YouTube에서 8곡 이어 듣기 ↗

I. 극장 위층의 63석

(출발) 리처드 오브라이언은 1942년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열 살 무렵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건너갔고, 1959년부터 1964년까지 해밀턴에서 이발사로 일했다. 1964년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배우로 활동했다. 그가 배역과 배역 사이에 써 내려간 원고가 「록키 호러 쇼」였다. 극본과 작사·작곡을 모두 그가 맡았다. (인연) 연출가 짐 샤먼과는 영국 초연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만났다. 샤먼은 합창단원이던 오브라이언에게 헤롯 왕 역을 한 번 대신 맡긴 적이 있었고, 오브라이언은 나중에 미완성 원고를 그에게 가져갔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에비타」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 이 둘을 이어 준 셈이다. (초연) 1973년 6월, 로열 코트 극장 위층의 63석짜리 소극장에서 막이 올랐다. 음악감독은 리처드 하틀리였다. 공연은 곧 더 큰 극장으로 옮겨 갔고 그해 이브닝 스탠더드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았다. 음반 제작자 루 애들러가 런던에서 공연을 보고 미국 판권을 사들였고, 1974년 로스앤젤레스 록시 극장 공연을 거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촬영) 영화는 1974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브레이 스튜디오와 근처 저택 오클리 코트에서 찍었다. 해머 공포영화의 단골 촬영지였고, 소품 일부도 해머 영화에서 빌려 왔다. 각본은 오브라이언과 샤먼이 함께 썼으며, 배역은 대부분 무대 출연진이 그대로 맡았다. 다만 브래드와 재닛만은 미국 배우 배리 보스트윅과 수전 서랜던에게 돌아갔다. 사운드트랙은 하틀리가 편곡과 제작을 맡아 애들러의 오드 레코드에서 나왔다.

♪공상과학 동시상영 (Science Fiction/Double Feature)뮤지컬 무대 — Rocky Horror Show 2015 실황

영화를 여는 붉은 입술의 노래. 해밀턴의 낡은 극장에서 오브라이언이 본 심야 동시상영이 이 곡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 화면 속 입술은 퍼트리샤 퀸이지만 목소리는 오브라이언의 것이다. 입과 목소리의 주인이 다르다는 점부터 이 영화가 겉모습과 속을 비틀며 논다는 신호처럼 들린다.
  • 가사는 「지구가 멈추는 날」, 「킹콩」 같은 옛 영화 제목을 줄줄이 불러낸다. 이 작품이 무엇에 빚지고 있는지 밝히는 일종의 헌정 목록이다.
  • 느린 셋잇단 박자(한 박을 셋으로 쪼갠 흔들리는 리듬)에 실린 1950년대 두왑풍 발라드다. 옛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그리움이 짙다.
  • 영화 마지막에 짧은 반복(리프라이즈)으로 돌아와 이야기 전체를 액자처럼 감싼다. 처음과 끝에서 이 노래가 무슨 일을 하는지 비교해 들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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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붉은 입술과 빗속의 불빛

(입술) 영화는 검은 화면에 떠오른 커다란 붉은 입술로 시작한다. 입술의 주인은 마젠타 역의 퍼트리샤 퀸이지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오브라이언의 것이다. 노래는 「지구가 멈추는 날」, 「플래시 고든」, 「킹콩」 같은 옛 공상과학·괴수 영화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내면서, 이제부터 펼쳐질 이야기가 그 심야 동시상영의 계보에 있다고 미리 밝힌다. (결혼식) 장면은 미국의 작은 도시 덴턴의 결혼식장으로 옮겨 간다. 식이 끝난 교회 앞에서 모범생 같은 청년 브래드가 재닛에게 청혼한다. 1960년대 초 십대 팝을 닮은 이 이중창은 두 사람이 얼마나 반듯하고 순진한지를 일부러 과장한다. 관객은 웃고, 이 반듯함이 곧 시험받으리라는 것을 짐작한다. (해설자) 사이사이에는 서재에 앉은 범죄학자가 등장해 이 사건을 기록처럼 담담하게 설명한다. 찰스 그레이의 건조한 말투는 노래들의 들뜬 기운과 맞서며 이야기의 틀을 잡는다. (폭우) 비 내리는 밤 시골길에서 차가 멈추고, 두 사람은 멀리 보이는 성의 불빛을 향해 걷는다. 이때 흐르는 노래는 이 영화에서 드물게 조용한 곡이다. 피아노 위에 얹힌 소박한 선율이 빗속의 불안과 희망을 함께 담고, 성 안의 하인 리프 래프가 노래를 이어받으며 그 불빛이 반드시 안전한 피난처는 아니라는 낌새를 남긴다.

♪프랑켄슈타인의 집 너머 (Over at the Frankenstein Place)영화 장면 —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비 내리는 밤길에서 성의 불빛을 향해 걷는 브래드와 재닛의 노래. 영화에서 드물게 조용한 곡이다.

  • 피아노가 차분한 화음을 고르게 짚어 나가며 빗속의 발걸음을 그린다. 요란한 넘버들 사이에서 이 곡의 소박함이 오히려 두드러진다.
  • 재닛이 앞서 노래하고 브래드가 받은 뒤, 성 안의 리프 래프가 이어받는다. 같은 선율을 부르는 사람이 바뀌면서 그 불빛이 구원인지 함정인지 모호해진다.
  • 후렴에서 반복되는 불빛의 이미지는 앞으로 성 안에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 사운드트랙 크레디트에서 리처드 하틀리가 이 곡의 작곡·편곡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무대의 작은 밴드 소리를 영화용으로 넓힌 손길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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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시간의 뒤틀림

(성) 문을 연 것은 꼽추 하인 리프 래프와 그의 누이 마젠타다. 성 안에서는 기묘한 차림의 손님들이 모여 연례 모임을 벌이고 있다. 브래드와 재닛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사람들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춤) 이 춤곡은 노래이면서 동시에 춤 설명서다. 리프 래프가 옛 시절을 회상하듯 첫 소절을 열고, 마젠타가 받고, 범죄학자가 서재에서 걸어 나와 발을 어디로 옮기는지 말로 일러 준다. 이어 콜럼비아가 탭댄스를 섞어 한 구절을 맡는다. 노래가 춤을 가르치는 이 구조 덕분에 훗날 극장의 관객이 실제로 통로에서 따라 추게 되었다. (등장) 그 뒤에 성의 주인 프랭크 앤 퍼터 박사가 승강기를 타고 내려온다. 망토를 벗어던지자 코르셋과 망사 스타킹이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트랜실바니아라는 먼 별에서 왔다고 소개하며 두 사람을 밤새 머물게 만든다. (순서) 무대판에서는 1990년 무렵까지 프랭크의 등장곡이 춤곡보다 먼저 나왔다. 영화가 순서를 바꿨고, 이후 무대도 영화를 따랐다. 춤으로 흥을 먼저 올리고 주인공을 그 정점에 내려보내는 영화의 배치가 더 극적이라는 판단이 무대 쪽에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목소리) 팀 커리는 무대에서부터 이 역을 맡아 왔다. 그는 프랭크의 말투를 영국 왕실을 흉내 낸 듯한 고상한 억양으로 정했고, 노래에서는 그 억양과 로큰롤의 거친 발성을 자유롭게 오간다.

♪타임 워프 (The Time Warp)영화 장면 —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성 안 손님들이 브래드와 재닛 앞에서 추는 춤곡. 범죄학자가 서재에서 나와 동작을 일러 주는 대목이 이 곡의 백미다.

  • 리프 래프, 마젠타, 범죄학자, 콜럼비아가 차례로 노래를 넘겨받는 릴레이 구조다. 한 사람씩 무대에 끌어들이는 이 방식 덕분에 노래가 곧 인물 소개가 된다.
  • 중간에 해설자가 노래 대신 말로 춤 동작을 설명한다. 노래가 춤 교본이 되는 이 장치 덕분에 훗날 극장 관객이 통로에서 따라 추는 전통이 생겼다.
  • 콜럼비아 역 리틀 넬의 구절에는 탭댄스가 섞인다. 발 구르는 소리가 리듬 악기 노릇을 한다.
  • 원래 음반은 처음에 잘 팔리지 않았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나이트클럽에서 이 곡이 인기를 얻으면서 음반이 미국에 다시 수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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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트랜스베스타이트 (Sweet Transvestite)영화 장면 — 록키 호러 픽쳐 쇼 (1975)

승강기를 타고 내려온 프랭크 앤 퍼터 박사의 등장곡. 팀 커리라는 배우를 세상에 각인시킨 노래다.

  • 느릿하게 으스대는 듯한 피아노 리듬 위로 커리가 등장한다. 서두르지 않는 박자가 성의 주인이 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 준다.
  • 커리는 왕실을 흉내 낸 듯한 고상한 억양과 로큰롤의 거친 목소리를 자유롭게 오간다. 한 소절 안에서도 말투가 바뀌는 대목을 귀 기울여 들어 볼 만하다.
  • 무대판에서는 1990년 무렵까지 이 곡이 춤곡보다 먼저 나왔다. 영화가 순서를 바꾼 뒤 무대도 이를 따랐다.
  • 곡 내내 브래드와 재닛은 거의 말을 잃는다. 노래가 상대를 압도하는 힘 자체가 장면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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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실험실의 탄생

(실험실) 프랭크는 손님들을 실험실로 데려가 자신의 작품을 공개한다. 붕대에 감긴 채 수조 속에 누워 있던 금발의 청년 록키가 생명을 얻는다. 영화 속 수조와 인형은 해머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복수」에서 쓰던 것이었다. (두려움) 깨어난 록키는 짧은 노래로 삶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이 곡에서 록키 역 피터 힌우드는 입만 맞추었고, 실제 목소리는 가수 트레버 화이트의 것이다. 이 곡은 1975년 원판 음반에는 실리지 않았다가 훗날 재발매반에서 되살아났다. (근육) 프랭크는 록키의 몸을 자랑하며 일주일 만에 근육질 사내를 만들 수 있다고 노래한다. 무대판에서는 보디빌딩 광고로 유명했던 찰스 아틀라스를 앞세운 곡이 이 자리에 있었는데, 영화는 이를 새로 고쳐 쓴 곡으로 바꾸었다. 오늘날의 큰 무대 공연도 대개 영화판을 따른다. (난입) 축하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냉동고 문이 열리고 오토바이를 탄 에디가 뛰쳐나온다. 미트 로프가 연기한 이 배달부는 1950년대 토요일 밤의 로큰롤을 그리워하며 색소폰과 함께 한바탕 노래를 쏟아 낸다. 손님들은 신나게 따라 춤추지만 프랭크의 표정은 굳어 간다. 프랭크가 손수 만든 매끈한 피조물과 낡고 땀내 나는 로큰롤 청년이 한 방에서 맞부딪친다. (단절) 소동은 갑작스럽게 끝나고, 프랭크는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덮은 채 록키를 데리고 신방으로 향한다. 다시 그 장면을 이어받는 것은 프랭크의 짧은 반복곡이다. 같은 선율이 앞에서는 자랑이었다면 여기서는 무언가를 덮어 버리는 말처럼 들린다.

♪핫 퍼투티 – 블레스 마이 소울 (Hot Patootie – Bless My Soul)영화 장면 —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냉동고에서 뛰쳐나온 에디가 오토바이를 몰며 부르는 1950년대식 로큰롤. 매끈한 피조물 록키와 정반대에 선 인물이다.

  • 색소폰이 이끄는 정통 로큰롤이다. 오브라이언이 사랑한 1950년대 토요일 밤의 음악이 가장 꾸밈없이 드러난다.
  • 미트 로프는 1974년 로스앤젤레스 록시 공연에서 에디와 스콧 박사를 함께 맡았고, 영화에서도 에디로 이 곡을 불렀다. 이후 그가 록 가수로 크게 성공하기 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손님들은 신나서 따라 추지만 프랭크만 굳어 있다. 신나는 음악과 불길한 표정이 한 화면에 겹치는 것이 이 장면의 긴장이다.
  • 노래는 가버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그리움이라는 주제가 곡의 들뜬 박자 밑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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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흔들리는 밤

(유혹) 그날 밤 프랭크는 변장을 하고 재닛의 방과 브래드의 방을 차례로 찾아간다. 두 사람 모두 그 밤을 겪고 나서 처음 생각했던 자신과는 조금 달라진다. 영화는 이 대목을 그림자극처럼 연출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해방) 재닛은 상처 입은 록키를 돌보다가 그에게 끌리고, 1960년대 걸그룹 노래를 닮은 곡으로 자신의 욕망을 털어놓는다. 콜럼비아와 마젠타가 그 모습을 엿보며 코러스처럼 노래를 받는다. 교회 앞에서 수줍게 청혼을 받던 그 재닛이 같은 팝의 어법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삭제) 이 무렵 브래드가 홀로 부르는 발라드가 있었다. 촬영까지 마쳤지만 극장 개봉판에서는 빠졌고, 원판 음반에도 실리지 않았다. 이 곡은 2000년 25주년 기념반에서 처음 음반으로 공개되었다. (손님) 이윽고 휠체어를 탄 과학자 스콧 박사가 성을 찾아온다. 그는 브래드의 옛 스승이자, 무언가를 조사하던 사람이다. 저녁 식탁에 모두가 둘러앉고, 스콧 박사가 실종된 조카 에디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 대목에서 흐르는 노래는 신나는 로큰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식탁의 분위기는 점점 얼어붙는다. (분노) 계획이 어그러지자 프랭크는 분노를 터뜨린다. 손님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몰아붙이는 짧은 곡이 끝나면, 이야기는 더 이상 장난으로 돌아갈 수 없는 쪽으로 기운다.

♪터치 어, 터치 어, 터치 미 (Touch-a, Touch-a, Touch Me)영화 장면 — 록키 호러 픽처 쇼 (1975)

록키에게 끌린 재닛이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을 노래하는 곡. 교회 앞의 수줍은 재닛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은 대목이다.

  • 1960년대 걸그룹 팝을 닮은 경쾌한 곡이다. 청혼 장면의 순진한 팝과 같은 어법으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 콜럼비아와 마젠타가 엿보며 뒤에서 노래를 받아 주는 코러스(합창으로 받는 부분) 역할을 한다. 재닛의 고백이 혼잣말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된다.
  • 수전 서랜던은 전문 뮤지컬 가수 출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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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무대 위의 쇼

(쇼) 프랭크는 남은 사람들을 무대 위에 세운다. 텅 빈 극장, RKO 영화사 로고를 닮은 송신탑, 그리고 프랭크가 직접 짠 무대다. 콜럼비아, 록키, 브래드, 재닛이 차례로 무대 앞으로 나와 한 구절씩 노래한다. (고백) 각자의 구절은 짧은 고백이다. 콜럼비아는 지쳐 있고, 록키는 낯선 감각에 놀라고, 브래드는 흔들리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재닛은 그 흔들림을 오히려 반긴다. 같은 반주 위에 서로 다른 속마음이 놓이면서, 이 영화의 인물들이 그날 밤 어디까지 와 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꿈) 이어서 프랭크가 등장해 이 쇼의 핵심이 되는 노래를 부른다. 꿈만 꾸지 말고 그 꿈이 되라는 그의 말은 이 작품이 가장 진지하게 남기는 문장으로 오래 기억된다. 반주는 느리고 넓게 펼쳐지고, 다른 인물들이 차례로 그 노래에 합류한다. (수영장)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바닥에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그린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무대는 쇼에서 꿈으로, 꿈에서 난장판으로 녹아든다. 신나는 로큰롤 후렴이 다시 터지며 모두가 흥에 들뜬다. (문턱) 그러나 쇼가 정점에 이른 순간,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선다. 음악은 그 자리에서 뚝 끊기고 장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이 장면에서 무엇이 밝혀지는지는 여기서 말하지 않는다. 다만 바로 직전까지 무대를 채우던 밝은 합창이, 그 뒤에 이어지는 정적을 더 무겁게 만든다는 것만 짚어 둔다.

♪로즈 틴트 마이 월드 (Rose Tint My World)영화 장면 —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프랭크가 꾸민 무대 위에서 인물들이 차례로 고백하는 메들리. 쇼의 노래와 꿈의 노래, 난장판의 로큰롤이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 원판 음반에서 8분이 넘는 메들리(여러 곡을 이어 붙인 묶음)로, 무대 쇼, 팡파르와 꿈의 노래, 거친 후렴의 로큰롤이 차례로 이어진다.
  • 콜럼비아, 록키, 브래드, 재닛이 같은 반주 위에서 한 구절씩 부른다. 같은 선율에 서로 다른 속마음을 얹어 인물들의 그날 밤을 정리한다.
  • 프랭크의 꿈의 노래에 이르면 반주가 느리고 넓어진다. 작품이 가장 진지하게 건네는 말이 이 자리에서 나온다.
  • 음악이 정점에서 갑자기 끊기는 순간이 있다. 그 끊김이 다음 장면을 얼마나 무겁게 만드는지 들어 보면 이 메들리의 설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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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I. 다시 객석으로

(귀향) 쇼가 끊긴 뒤 프랭크는 혼자 노래한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 노래는 화려한 글램 록에서 벗어나 카바레의 서정적인 노래에 가깝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휘두르던 인물이 처음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는 순간이다. 팀 커리는 이 곡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불러, 많은 관객이 이 장면에서 프랭크를 다시 보게 된다. (결말)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남겨 둔다. 음악은 그 자리에서 앞서 나온 춤곡과 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른 빛으로 비춘다. (폐허) 날이 밝고 흙바닥 위에 남겨진 브래드와 재닛이 노래를 부르고, 범죄학자가 마무리한다. 영웅을 기리는 듯한 제목과 달리 이 곡은 길을 잃은 사람들의 쓸쓸한 노래다. 이 곡은 영국 원래 개봉판에만 온전히 실렸고, 미국 개봉판에서는 빠졌다. (반복) 마지막에 붉은 입술이 다시 나타나 첫 곡의 일부를 짧게 되풀이한다. 처음에는 심야 동시상영으로 들어가는 초대장이던 노래가, 이제는 그 영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인사가 된다. 처음과 끝을 같은 노래로 묶어 이야기 전체를 한 편의 B급 영화 상영처럼 감싼다. (객석) 개봉 당시 영화는 실패에 가까웠다. 그러나 1976년 뉴욕 웨이벌리 극장의 자정 상영에서 관객이 화면에 대사를 받아치고, 의상을 입고 함께 춤추기 시작했다. 영화는 이후 50년 가까이 극장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객석이 영화의 일부가 된 것이다. 팀 커리는 훗날 이 시리즈의 「애니」 영화판에서 악당 루스터를 맡기도 했다.

♪아임 고잉 홈 (I'm Going Home)영화 장면 —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쇼가 끊긴 뒤 프랭크가 홀로 부르는 귀향의 노래. 모든 것을 휘두르던 인물이 처음으로 쓸쓸한 얼굴을 보인다.

  • 글램 록의 화려함을 걷어 낸 카바레풍 토치 송(잃은 것을 그리워하는 서정적인 노래)이다. 앞선 넘버들과 결이 전혀 달라 장면의 온도가 단번에 바뀐다.
  • 팀 커리는 이 곡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부른다. 프랭크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만드는 명연으로 자주 꼽힌다.
  •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이 순간에 놓인 까닭은 결말과 이어져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들으면 같은 노래가 다르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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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이야기

뉴질랜드 해밀턴 중심가에는 리프 래프의 동상이 서 있다. 그 자리는 한때 엠버시 극장이 있던 곳이다. 이 극장 앞 이발소에서 오브라이언이 1959년부터 1964년까지 일했다. 현장의 기념판은 그가 이 극장에서 본 B급 심야 동시상영 영화들이 「록키 호러」의 영감이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극장은 지금은 헐리고 없으며, 2022년 해밀턴시는 오브라이언에게 시민 훈장을 주었다. 이 작품을 런던 글램 록의 산물로만 기억하면 놓치기 쉬운 뿌리다. 오늘날 극장에서 따라 추는 춤곡이 처음부터 사랑받은 것은 아니었다. 원판 사운드트랙은 발매 초기 반응이 미미해 캐나다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빼고는 대부분 절판되었다. 남아프리카의 나이트클럽에서 그 춤곡이 인기를 끌자, 젬 레코드의 마티 스콧이 루 애들러에게서 판권을 얻어 음반을 미국에 들여왔다. 음반은 1978년에야 빌보드 앨범 차트 49위에 올랐다. 영화의 부활이 자정 상영 덕분이라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지만, 음반의 부활이 먼 나라의 클럽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음반 이력에만 남아 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영화도 판본마다 다르다. 마지막에 폐허에서 부르는 노래는 영국 원래 개봉판에만 온전히 남았고, 브래드의 발라드 한 곡은 촬영을 마치고도 잘렸다. 록키의 노래는 배우 대신 다른 가수가 불렀다. 이 곡들은 2000년 이후 기념반에서야 하나둘 음반으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잘리고 되살아난 조각들이 지금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용어 노트 📚🔎

넘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뮤지컬에서 한 곡 한 곡을 넘버라고 부른다. 공연 프로그램에 곡마다 번호를 매겨 순서대로 적던 습관에서 나온 말이다. 넘버는 그냥 노래가 아니라 이야기의 한 장면을 맡는다.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알리거나,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사건을 앞으로 밀고 간다. 학예회 순서지에 1번 합창, 2번 연극, 3번 장기자랑이 적혀 있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뮤지컬은 그 순서지의 칸마다 노래가 들어 있고, 그 노래들이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공연이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그냥 숫자나 번호라는 뜻으로 쓴다.

리프라이즈(반복)

(말뜻) 영어 reprise 는 프랑스어에서 온 말로 다시 잡는다,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에서 나왔던 넘버를 극의 뒷부분에서 짧게 다시 부르는 것을 말한다. 같은 선율이 돌아오지만 그사이 이야기가 흘러갔기 때문에 뜻이 달라진다. 이 영화에서는 첫 곡이 마지막에 짧게 돌아와 이야기 전체를 감싸 준다. 축구 경기에서 전반전에 울렸던 응원가가 경기 끝에 다시 울리는 것을 생각해 보자. 같은 노래인데 이겼을 때와 졌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리프라이즈가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린다.

메들리

(말뜻) 메들리(medley)는 원래 여러 가지가 섞인 것, 뒤범벅이라는 뜻의 옛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여러 곡을 끊지 않고 하나로 이어 붙여 부르는 것이다. 곡과 곡 사이를 반주나 짧은 연결 부분으로 매끄럽게 잇는다. 이 영화의 무대 쇼 장면은 세 부분이 이어지는 메들리로, 음반에서는 한 트랙으로 8분이 넘는다. 노래방에서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의 후렴만 쭉 이어서 부르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메들리는 그것을 미리 정교하게 짜 둔 것이다.

두왑

(말뜻) 가사 없이 두-왑, 슈-비-두 같은 소리로 화음을 넣던 창법에서 이름이 붙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50년대 미국 거리에서 유행한 보컬 그룹 음악이다. 한 사람이 선율을 부르면 나머지가 뜻 없는 소리로 화음을 깔아 준다. 느린 셋잇단 박자의 발라드가 많아, 이 영화의 첫 곡처럼 옛날 라디오의 그리운 분위기를 내는 데 자주 쓰인다. 음악 시간에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가 우, 아 하고 화음을 받쳐 주던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두왑과 아주 비슷한 방식이다.

글램 록

(말뜻) 글램(glam)은 매혹적이고 화려하다는 뜻의 글래머러스(glamorous)를 줄인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유행한 록 음악이다. 반짝이 의상, 짙은 화장, 남녀의 경계를 흐리는 차림으로 무대를 꾸몄다. 음악은 단순하고 힘찬 로큰롤이지만 공연 전체가 하나의 연극처럼 과장된다. 이 영화의 분장을 맡은 피에르 라 로슈는 그 시절 글램 록 가수들의 분장을 했던 사람이다. 학교 축제 무대에서 노래보다 의상과 분장이 더 화제가 된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면, 그런 연극적인 화려함이 글램 록의 핵심이다.

토치 송

(말뜻) 토치(torch)는 횃불이다. 영어에서 횃불을 들고 있다는 말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나 잃은 것을 꺼지지 않게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떠나간 사람, 돌아갈 수 없는 곳을 그리워하는 느리고 서정적인 노래를 말한다. 카바레나 재즈 클럽의 가수가 홀로 조명을 받으며 부르는 모습이 전형이다. 이 영화에서 프랭크가 귀향을 노래하는 곡이 토치 송의 어법을 따른다. 졸업식 날 텅 빈 교실을 둘러보며 이제 다시는 이 반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느끼는 그 마음을 노래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립싱크

(말뜻) 입술(lip)과 맞추기(sync, 동기화)를 합친 말이다. 입 모양을 소리에 맞춘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미리 녹음한 노래에 맞춰 화면 속 배우가 입만 움직이는 것이다. 뮤지컬 영화는 대부분 노래를 먼저 녹음하고 촬영 때는 그 녹음에 맞춰 입을 맞춘다. 때로는 노래를 부른 사람과 화면 속 배우가 아예 다르다. 이 영화에서 록키의 노래는 다른 가수가 불렀고, 첫 장면의 입술도 노래한 사람과 다른 배우의 것이다. 친구가 녹음한 목소리를 틀어 놓고 내가 입만 벙긋거리는 장난을 쳐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립싱크다. (다른 데서는) 방송에서는 가수가 라이브 대신 녹음에 맞춰 부르는 척하는 것을 가리킬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