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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antom of the Opera

오페라의 유령 (1986)

오르간의 반음계 하강 한 줄로 막을 열고, 19세기 그랜드 오페라와 1980년대 록 비트를 한 극장 안에 겹쳐 놓은 음악이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영국 1986 초연르루의 원작 소설매킨토시 공동 제작2. 무대파리 오페라 극장지하 호수 은신처추락하는 샹들리에3. 선율반음계 하강 동기밤의 음악지붕 위 이중창4. 극중극한니발일 무토돈 주앙의 승리5. 절정돌아올 수 없는 길빌려 온 사랑 선율오르골의 귀환6. 유산올리비에·토니 작품상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2004 영화판유령1986파리 오페라 극장 지하의 음악 천재와 젊은 소…
이야기의 무대 🧭🗺️
N프랑스파리 오페라 극장파리 오페라 극장 지하파리 오페라 극장 지붕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앤드루 로이드 웨버

    직접 제안해 이 작품을 시작했고, 오페라 양식과 록의 소리를 섞어 전곡을 썼다.

  • 작사찰스 하트

    리처드 스틸고의 초기 가사를 대폭 고쳐 쓰고 「Think of Me」 등의 가사를 새로 썼다.

  • 감독해럴드 프린스

    런던과 브로드웨이 초연을 연출해 샹들리에와 지하 호수 장면의 무대 언어를 만들었다.

  • 제작캐머런 매킨토시

    로이드 웨버의 제안을 받아 공동 제작했으며, 「미스 사이공」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 주연마이클 크로퍼드

    초연의 유령으로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 주연사라 브라이트먼

    초연의 크리스틴으로, 타이틀곡 싱글과 원작 캐스트 음반을 함께 녹음했다.

YouTube에서 8곡 이어 듣기 ↗

I. 헌책 한 권에서 시작된 무대

(제안) 1984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캣츠」를 함께 만든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를 찾아가 새 뮤지컬을 하자고 했다. 그가 원한 것은 낭만적이고 비극적인 이야기였고, 그 재료로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꺼냈다. 두 사람은 1925년 론 체이니 주연판과 1943년 클로드 레인스 주연판 영화를 다시 봤지만, 스크린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길 길은 보이지 않았다. 실마리는 로이드 웨버가 구한 원작 소설의 헌책에서 나왔다. 그는 큰 낭만적인 이야기를 쓰려 했다고 말했다. (작곡가) 로이드 웨버는 이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캣츠」로 웨스트엔드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되어 있었다. 록 음반의 소리와 오페라의 형식, 대중가요의 선율을 한 무대에 섞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오페라 극장을 무대로 한 이 이야기는 그런 성향에 꼭 맞는 소재였다. (제작진) 연출은 해럴드 프린스, 무대와 의상은 마리아 비외른손, 안무는 질리언 린이 맡았다. 가사는 리처드 스틸고가 먼저 쓰고 젊은 작사가 찰스 하트가 많은 부분을 고쳐 썼다. 매킨토시는 이 시리즈에서 다룬 「미스 사이공」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같은 제작자의 손에서 1980년대 메가 뮤지컬 두 편이 나온 셈이다. (초연) 작품은 1986년 10월 9일 런던 허 머제스티스 극장에서 마이클 크로퍼드, 사라 브라이트먼, 스티브 바턴 주연으로 막을 올렸다. 그해 올리비에상 신작 뮤지컬상을 받았고, 1988년 같은 주연진으로 브로드웨이 머제스틱 극장에 옮겨 가 토니상 작품상을 받았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2023년 4월 16일 13,981회로 막을 내렸고,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된 작품으로 남았다.

II. 경매장의 오르골

(경매) 막이 오르면 폐허가 된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소품 경매가 열린다. 노인이 된 라울이 원숭이 인형이 달린 낡은 오르골을 사들이고, 오르골은 짧은 선율을 연주한다. 그 선율은 2막에서 다시 들려올 곡이어서,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을 향한 실마리를 손에 쥐고 시작한다. (서곡) 다음 경매품은 부서진 샹들리에다. 덮개가 벗겨지고 불이 켜지는 순간 오르간이 반음씩 내려오는 강렬한 음형을 터뜨리고, 샹들리에는 객석 위로 천천히 올라간다. 무대는 그 소리와 함께 극장의 전성기로 시간을 되감는다. 오르간은 성당과 극장의 악기이자, 이 작품에서는 지하에 숨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된다. (패스티시) 되살아난 무대에서는 그랜드 오페라 「한니발」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로이드 웨버는 이 극중 오페라를 19세기 프랑스 대가극처럼 웅장하고 장식적으로 썼다. 남의 양식을 빌려 진짜처럼 흉내 내는 이 솜씨가 작품 전체에서 시대를 증명하는 장치로 쓰인다. (데뷔) 프리마돈나 카를로타가 사고에 화가 나 무대를 떠나자, 합창단원 크리스틴 다에가 대신 서게 된다. 「Think of Me」는 수줍게 시작해 점점 꽃피는 노래다. 마지막에 그녀는 반주 없이 혼자 기교를 펼치며 음을 길게 끌어올리고, 객석의 라울은 그녀가 어린 시절의 친구라는 것을 알아본다. (천사) 공연이 끝나자 크리스틴은 친구 메그에게 보이지 않는 스승이 자신을 가르친다고 털어놓는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보내 주겠다던 음악의 천사라는 것이다. 「Angel of Music」의 맑고 신비로운 선율은 아직 위협이 아니라 위로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천사가 누구인지 아는 관객에게는 이 순진함이 오히려 불안하게 들린다.

♪서곡 (Overture)1986뮤지컬 무대 —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로열 앨버트 홀

경매장의 샹들리에에 불이 켜지는 순간 터져 나와, 폐허가 된 극장을 전성기로 되돌리는 곡이다.

  • 처음에 오르간이 반음씩 미끄러져 내려오는 짧은 음형이 유령을 가리키는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특정 인물이나 생각을 가리키는 반복 선율)다. 이후 그가 나타날 때마다 이 음형이 돌아온다.
  • 오르간 밑에 신시사이저와 묵직한 베이스가 깔려 있어서, 19세기 오페라 극장의 악기와 1980년대 록의 소리가 처음부터 함께 울린다.
  • 무대에서는 이 음악에 맞춰 샹들리에가 객석 위로 올라간다. 1막 끝에서 같은 샹들리에가 떨어지니, 서곡이 결말을 미리 깔아 두는 셈이다.
  • 2004년 영화판에서는 흑백의 경매 장면이 이 음악과 함께 색을 되찾으며 극장이 되살아나는 장면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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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줘요 (Think of Me)1986뮤지컬 무대 Sierra Boggess (크리스틴)

합창단원 크리스틴이 프리마돈나를 대신해 처음 주역으로 서는 노래로, 이야기가 그녀의 목소리에서 시작됨을 알린다.

  • 처음에는 카를로타가 리허설에서 부르다가 크리스틴이 이어받는다. 같은 노래가 두 가수의 목소리로 들리면서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 마지막에 반주가 멈추고 독창자가 혼자 기교를 펼치는 카덴차(독주자가 솜씨를 보이는 장식 구간)가 나온다. 무명 가수가 스타로 바뀌는 순간을 귀로 듣게 해 준다.
  • 객석의 라울이 같은 선율로 끼어들어 그녀를 알아본다. 노래 한 곡 안에서 삼각관계의 한 축이 등장한다.
  • 찰스 하트가 처음부터 직접 가사를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무대에서는 사라 브라이트먼이, 영화에서는 에미 로섬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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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거울 너머, 지하의 호수

(재회) 라울은 크리스틴의 분장실을 찾아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그녀의 스카프를 건져 준 일을 꺼내고, 두 사람은 옛 동화 속 인물을 부르며 웃는다. 짧은 장면이지만 이 소박한 노래가 라울을 햇빛 쪽 세계의 인물로 정해 둔다. (거울) 라울이 나간 뒤 분장실 벽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질투가 섞인 목소리는 곧 부드러워지고, 거울 저편에 가면 쓴 남자가 나타난다. 크리스틴은 홀린 듯 거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강) 이어지는 「The Phantom of the Opera」는 극장 지하로 내려가는 여정 자체를 음악으로 만든 곡이다. 서곡의 반음계 하강 음형이 그대로 돌아오고, 그 위에 드럼과 신시사이저가 낮게 깔린다. 1980년대 록의 맥박이 19세기 오페라 극장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곡은 조를 거듭 올리며 긴장을 쌓고, 마지막에는 크리스틴이 가사 없이 끝없이 높아지는 소리를 낸다. 쪽배는 지하 호수를 건너 유령의 은신처에 닿는다. (유혹) 은신처에서 유령은 「The Music of the Night」를 부른다. 위협도 명령도 아닌, 어둠과 감각의 세계로 함께 가자는 느리고 낮은 설득이다. 그는 크리스틴의 목소리를 처음 알아본 사람이 자신이며, 그 목소리가 자기 음악을 완성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흉측한 얼굴 대신 음악으로 사랑받으려는 사람의 고백이어서, 이 곡이 유령이라는 인물을 가장 깊이 설명한다. (가면) 다음 날 크리스틴은 오르간 앞에 앉은 그의 가면을 호기심에 벗겨 버린다. 유령의 분노와 수치가 한꺼번에 터지고, 방금 전의 황홀한 선율은 거칠게 끊긴다. 음악이 그를 가려 주던 가면이었다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1986무대 Sarah Brightman·Antonio Banderas

크리스틴이 거울을 지나 지하 호수를 건너는 여정 자체를 음악으로 만든 타이틀곡이다.

  • 서곡의 반음계 하강 음형이 그대로 돌아오고, 그 아래에서 드럼과 신시사이저가 일정한 박을 몰아간다. 이 작품에서 록의 색이 가장 짙은 곡이다.
  • 곡은 조(노래의 기준음)를 몇 번이나 올리는 전조로 긴장을 쌓으며 점점 깊이 내려간다. 음은 올라가는데 인물은 지하로 내려간다는 엇갈림이 묘하다.
  • 마지막에 크리스틴은 가사 없이 소리만으로 점점 높이 올라가 극 전체에서 그녀의 가장 높은 음인 높은 미(E6)에 닿는다.
  • 초연보다 아홉 달 앞선 1986년 1월, 사라 브라이트먼과 스티브 할리의 싱글로 먼저 나와 영국 싱글 차트 7위까지 올랐다. 편곡과 프로듀스는 마이크 배트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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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음악 (The Music of the Night)1986뮤지컬 무대 Ramin Karimloo (팬텀)

지하의 은신처에서 유령이 크리스틴에게 자기 세계를 보여 주며 부르는 노래로, 그가 음악으로 사랑받고 싶은 사람임을 드러낸다.

  • 앞의 타이틀곡과 달리 박이 느리고 소리가 낮아, 명령보다 속삭임에 가깝게 들린다. 협박하던 목소리가 설득하는 목소리로 바뀌는 대목이다.
  • 높은 음을 크게 내지르기보다 여리게 띄워 올리는 대목이 많다. 마이클 크로퍼드는 이 부드러운 고음으로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 크로퍼드의 싱글은 1987년 영국 차트 7위에 올랐고, 1993년에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로퍼드의 이중창 녹음도 나왔다.
  • 사라 브라이트먼은 이 선율이 원래 다른 가사를 붙인 별개의 노래로 먼저 쓰였다고 1997년 공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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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지붕 위의 약속, 떨어지는 샹들리에

(편지) 지상에서는 극장 지배인들과 카를로타, 라울에게 유령의 편지가 날아든다. 「Notes」와 「Prima Donna」에서 여러 인물이 각자의 불만과 계산을 동시에 노래하는데, 여러 목소리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도 하나의 화음으로 맞물리는 오페라식 중창이다. 지배인들은 결국 카를로타에게 다시 주역을 맡긴다. (일 무토) 그날 밤 무대에 오른 「일 무토」는 모차르트풍 희극 오페라를 흉내 낸 극중극이다. 가볍고 장난스러운 음악이 흐르는 사이 유령의 경고가 현실이 된다. 카를로타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무대 뒤에서는 무대 담당자가 목숨을 잃는다. 희극의 음악과 실제 공포가 한 장면에 겹친다. (고백) 크리스틴과 라울은 극장 지붕으로 피한다. 「All I Ask of You」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작고 확실한 약속을 건네는 이중창이다. 처음에는 한 사람씩 번갈아 노래하다가 끝에서 두 목소리가 하나로 겹친다. 지하에서 들려온 유령의 음악이 압도하고 끌어당기는 쪽이었다면, 이 노래는 안심시키고 붙잡아 주는 쪽이다. (엿들음) 두 사람이 떠난 지붕 위, 조각상 뒤에서 모든 것을 들은 유령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방금 연인들이 부른 바로 그 선율을 혼자 다시 부른다. 같은 가락이 이번에는 배신당한 사람의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선율 하나가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뜻이 뒤집히는 것이다. (추락) 1막은 그 분노가 극장으로 쏟아지며 끝난다. 서곡에서 올라갔던 샹들리에가 이번에는 객석을 향해 떨어진다. 프롤로그의 경매와 1막의 결말이 한 소품으로 이어지도록 짜여 있어서, 관객은 이야기가 처음부터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바라는 건 그것뿐 (All I Ask of You)1986뮤지컬 무대 —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로열 앨버트 홀

지붕 위에서 라울과 크리스틴이 나누는 사랑의 이중창이며, 곧 유령의 입으로 다시 불리며 뜻이 뒤집힌다.

  • 두 사람이 한 구절씩 주고받다가 끝에서 화음으로 겹친다. 서로를 안심시키는 대화가 노래의 형식 자체로 표현된다.
  • 연인들이 떠난 뒤 유령이 같은 선율을 홀로 다시 부른다. 같은 가락이 약속의 노래에서 배신의 노래로 바뀌는 리프라이즈(앞서 나온 곡을 다시 부르는 것)의 좋은 예다.
  • 이 선율은 2막 「The Point of No Return」의 끝과 마지막 장면에서 또 돌아온다. 사랑의 선율이 누구의 것인지가 이야기 전체의 물음이 된다.
  • 1986년 클리프 리처드와 사라 브라이트먼의 이중창 싱글로도 나와 영국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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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가면무도회와 묘지

(가장무도회) 여섯 달 뒤, 2막은 극장의 신년 가면무도회로 열린다. 「Masquerade」는 수많은 가면과 의상이 계단을 메우는 합창곡이다. 경매장의 오르골이 연주하던 바로 그 선율이 여기서 전체 합창으로 커진다. 반짝이는 장면이지만, 모두가 얼굴을 가린 채 웃는 축제라는 설정은 가면을 쓴 주인공의 처지를 비춘다. (유령의 등장) 춤이 무르익을 때 붉은 죽음의 분장을 한 유령이 계단 위에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쓴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의 악보를 내밀며 크리스틴을 주역으로 세우라고 요구한다. 이제 그는 편지가 아니라 작품으로 극장을 지배하려 한다. (리허설) 이어지는 리허설에서 테너 피앙지는 유령이 쓴 낯선 선율을 좀처럼 맞추지 못한다. 그때 피아노가 저절로 울리며 음을 바로잡는다. 「한니발」이나 「일 무토」의 익숙한 양식과 달리 유령의 음악은 불안하고 어긋난 소리로 짜여 있어서, 극 안의 가수들조차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움) 크리스틴은 홀로 아버지의 묘지를 찾는다.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에서 그녀는 아버지에게 돌아와 달라고 바라면서도, 이제는 놓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현악기가 길게 받쳐 주는 독창으로, 이 작품에서 크리스틴이 누구의 이끌림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만 노래하는 드문 순간이다. (유혹의 반복) 그러나 묘비 뒤에서 다시 천사의 목소리가 그녀를 부른다. 「Wandering Child」에서 유령은 아버지의 자리를 빌려 말을 걸고, 뒤쫓아 온 라울이 그 부름을 끊는다. 세 사람의 목소리가 엉키는 이 장면에서 크리스틴을 사이에 둔 두 세계의 다툼이 처음으로 정면에서 부딪힌다.

♪가면무도회 (Masquerade)1986뮤지컬 무대 —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로열 앨버트 홀

2막을 여는 신년 가면무도회의 합창으로, 프롤로그의 오르골 선율이 극장 전체의 노래로 커진다.

  • 경매장의 오르골이 연주하던 짧은 선율이 바로 이 곡의 중심 가락이다. 작은 상자의 소리가 수십 명의 합창으로 커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 여러 무리가 서로 다른 말을 노래하다가 하나로 모이는 앙상블(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노래)이어서, 가면을 쓴 군중의 어지러운 활기가 소리로 전해진다.
  • 모두가 얼굴을 가린 축제라는 설정이 가면 쓴 주인공의 처지를 거울처럼 비춘다. 그 한가운데로 유령이 붉은 죽음의 분장을 하고 걸어 나온다.
  • 중도에 하차한 작사가 앨런 제이 러너가 남긴 작업은 주로 이 곡에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지만, 크레디트에는 이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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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곳에 계셨으면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1986뮤지컬 무대 Sierra Boggess (크리스틴)

아버지의 묘지를 찾은 크리스틴이 홀로 부르는 노래로, 그녀가 누구의 이끌림도 없이 자기 마음을 말하는 드문 순간이다.

  • 현악기가 길게 받쳐 주는 소프라노 독창이다. 다른 장면의 화려한 장치가 빠져 목소리 하나에 귀가 모인다.
  • 노래는 돌아와 달라는 바람에서 이제는 놓아 보내겠다는 결심으로 옮겨 간다. 선율이 차츰 높아지며 감정이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 곧바로 유령의 「Wandering Child」가 이어진다. 크리스틴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바로 그 틈을 유령이 파고든다는 점에서 두 곡은 짝을 이룬다.
  • 1987년 크로퍼드의 「The Music of the Night」와 함께 양면 싱글로 나왔고, 브라이트먼이 이 곡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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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돌아올 수 없는 무대

(함정) 라울과 지배인들은 「돈 주앙의 승리」 초연을 유령을 잡을 덫으로 삼기로 한다. 유령이 반드시 자기 작품의 공연을 보러 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크리스틴은 미끼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결국 무대에 오른다. (극중극) 마침내 막이 오른 유령의 오페라는 앞서 나온 두 극중 오페라와 전혀 다르게 들린다. 귀에 걸리는 불협화음과 어둡고 낮은 합창이 무대를 채운다. 로이드 웨버는 유령을 시대를 앞서간 작곡가로 그리면서, 그의 음악을 당대 극장의 취향과 일부러 어긋나게 만들었다. (돌이킬 수 없음) 「The Point of No Return」에서 돈 주앙 역의 가수는 어느새 피앙지가 아니라 망토를 뒤집어쓴 유령 자신이다. 느리고 끈적한 리듬은 탱고처럼 들리고, 두 사람은 극 속 인물의 입을 빌려 서로를 향한 욕망과 결심을 주고받는다. 무대 위의 연기와 실제 고백 사이의 경계가 지워지는 순간이며, 크리스틴도 노래하는 도중 상대가 누구인지 깨닫는다. (인용) 곡의 끝에서 유령은 지붕 위에서 라울과 크리스틴이 나눴던 사랑의 선율을 빌려 온다. 남의 약속을 자기 고백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관객은 그 선율이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지 기억하기 때문에, 이 인용은 아름다운 만큼 아프게 들린다. (붕괴) 이어지는 소동 속에 공연은 무너지고, 유령은 크리스틴을 데리고 다시 지하로 내려간다. 1막의 하강이 호기심과 황홀의 여정이었다면, 2막의 하강은 쫓기는 자의 도주다. 같은 길을 두 번 내려가게 해서 처음과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 준다.

♪돌아올 수 없는 길 (The Point of No Return)1986뮤지컬 무대 Ramin Karimloo·Sierra Boggess

유령이 쓴 오페라의 무대에서 그가 직접 돈 주앙이 되어 크리스틴과 부르는 이중창으로, 연기와 실제 고백의 경계가 무너진다.

  • 느리고 끈적한 박이 탱고처럼 들려, 앞서 나온 노래들보다 훨씬 관능적이고 위험한 분위기를 만든다.
  • 주변의 「돈 주앙의 승리」 음악은 불협화음(서로 부딪치는 듯 긴장된 화음)을 많이 써서, 극중 가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를 앞서간 음악처럼 들리게 했다.
  • 크리스틴은 노래하는 도중 상대가 피앙지가 아니라 유령임을 깨닫는다. 관객이 먼저 알고 그녀가 나중에 아는 그 시차가 긴장을 만든다.
  • 끝에서 유령은 지붕 위 연인들의 사랑 선율을 빌려 부른다. 유도동기가 주인을 바꾸는 이 순간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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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I. 오르골이 남긴 소리

(마지막 은신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지하 호수의 은신처다. 라울이 뒤쫓아 오고, 세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선택 앞에 선다. 이 대목의 음악은 새 선율을 내놓기보다 앞서 들려준 동기들을 조각내어 부딪치게 한다. 유령의 반음계 하강, 천사의 노래, 사랑의 이중창이 짧게 끊겨 서로 끼어든다. 인물들이 그동안 붙들어 온 감정이 한자리에 쏟아지는 셈이다. (정적) 무엇이 선택되는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는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 음악은 크게 터지기보다 오히려 숨을 죽인다. 오케스트라가 물러난 자리에서 노래는 거의 말처럼 낮아지고, 그 고요가 어떤 큰 화음보다 오래 남는다. 객석의 많은 관객이 이 대목을 작품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오르골) 경매장에서 처음 들렸던 오르골의 선율이 이야기 끝자락에서 다시 등장한다. 가장무도회의 화려한 합창으로 커졌던 가락이 다시 작은 태엽 상자의 소리로 줄어들면서, 이야기는 처음 자리로 돌아온다. 오르골은 한 사람이 남긴 음악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보여 주는 물건이 된다. (영화판) 2004년 조엘 슈마허 감독은 로이드 웨버와 함께 각본을 쓰고 영화로 옮겼다. 제라드 버틀러가 유령, 에미 로섬이 크리스틴, 패트릭 윌슨이 라울을 맡았다. 영화는 흑백의 경매 장면이 서곡과 함께 색을 되찾는 연출로 시작하고, 엔딩 크레디트에는 새로 쓴 「Learn to Be Lonely」가 흐른다. 이 곡은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유산) 무대판은 반음계 하강 한 줄과 오르골 선율 하나를 처음과 끝에 걸어 두고 그 사이에 세 시대의 오페라와 록을 채운 작품으로 남았다. 그 시대의 또 다른 메가 뮤지컬 「미스 사이공」(1989)과 함께, 1980년대 영국 뮤지컬이 세계 무대를 넓힌 시기를 상징한다.

덜 알려진 이야기

로이드 웨버의 작품보다 먼저 같은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사람이 있었다. 극작가 켄 힐은 1976년에 처음 무대에 올린 판을 고쳐 1984년 뉴캐슬과 런던 스트랫퍼드 이스트의 시어터 로열에서 공연했다. 이 판은 새 곡을 쓰는 대신 구노, 오펜바흐, 베르디, 모차르트 등의 실제 오페라 아리아에 영어 가사를 붙였다. 로이드 웨버와 매킨토시가 이 공연을 보고 힐과 협업을 타진했다가 접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이후 압도적인 성공에 가려 흔히 언급되지 않는다. 힐의 판은 지금도 별개의 작품으로 공연된다. 가사가 완성되기까지는 길을 많이 돌았다. 로이드 웨버는 처음에 짐 스타인먼에게 작사를 부탁했지만 그는 보니 타일러의 음반 작업 때문에 거절했다. 「마이 페어 레이디」의 작사가 앨런 제이 러너가 합류했으나 중병으로 물러났고, 그가 남긴 작업은 주로 「Masquerade」에 들어갔지만 이름은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리처드 스틸고의 초고를 찰스 하트가 대폭 고쳐 쓰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다. 1985년 로이드 웨버의 시골집 시드먼턴 코트에서 1막 시연이 열렸을 때 유령 역은 콤 윌킨슨이 맡았다. 이때의 유령은 얼굴 전체를 가리는 가면을 썼고, 지금 상징처럼 된 반가면과 가면을 벗기는 장면은 그 뒤에 마리아 비외른손의 디자인으로 더해졌다. 타이틀곡 싱글에서 유령을 부른 스티브 할리는 실제로 그 역에 캐스팅되어 다섯 달 동안 리허설을 했다. 그러나 작품이 록 뮤지컬에서 점점 오페라 쪽으로 옮겨 가면서 역은 마이클 크로퍼드에게 넘어갔다. 할리가 녹음한 「The Music of the Night」 등 다른 넘버는 발표되지 않은 채 남았다.

용어 노트 📚🔎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라이트모티프는 독일어 Leitmotiv에서 왔다.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으로, 우리말 유도동기도 이야기를 이끄는 짧은 음악 조각이라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물건, 감정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이다. 관객은 몇 번 듣고 나면 그 선율만 들려도 누구 이야기인지 알아차린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오르간이 반음씩 내려오는 음형이 유령을 가리킨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타나기 직전 늘 같은 음악이 깔려서, 그 음악만 들려도 손에 땀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반음계

(말뜻) 반음(半音)은 피아노 건반에서 바로 붙어 있는 두 건반 사이의 가장 가까운 음 거리다. 반음계는 그 반음을 하나도 건너뛰지 않고 차례로 이어 가는 음의 사다리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도레미처럼 띄엄띄엄 움직이는 보통의 음계와 달리, 미끄러지듯 촘촘하게 움직여 불안하거나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데 자주 쓰인다. 「오페라의 유령」의 서곡과 타이틀곡에서 오르간이 반음씩 내려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계단을 한 칸씩 성큼성큼 내려가는 게 보통 음계라면, 반음계는 미끄럼틀을 타고 쭉 내려가는 느낌에 가깝다.

전조

(말뜻) 전조(轉調)는 조(調)를 바꾼다(轉)는 뜻이다. 조란 노래의 중심이 되는 기준음과 그 음을 둘러싼 음들의 체계를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 도중 기준음을 바꿔 같은 선율을 더 높거나 낮은 자리에서 부르게 하는 기법이다. 특히 한 단계씩 높여 가면 듣는 사람의 긴장과 흥분이 차곡차곡 쌓인다. 타이틀곡 「The Phantom of the Opera」가 이 방식으로 점점 고조된다. 노래방에서 마지막 후렴에 갑자기 키가 한 칸 올라가며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것이 바로 전조다. (다른 데서는) 의학이나 일상에서 전조(前兆)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의 조짐을 뜻하는데, 한자가 다른 말이다.

카덴차

(말뜻) 이탈리아어 cadenza는 떨어짐, 마침이라는 뜻의 라틴어 cadere에서 왔다. 원래 곡이 끝나기 직전 마침 부분에 붙는 장식이라는 데서 이름이 생겼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반주가 잠시 멈춘 사이 독주자나 가수가 혼자 화려한 기교를 펼쳐 보이는 구간이다. 「Think of Me」 끝에서 크리스틴이 홀로 음을 굴리며 높이 끌어올리는 대목이 이것으로, 무명 가수가 스타로 바뀌는 순간을 들려준다. 장기자랑에서 반주를 끄고 혼자 고음을 길게 뽑아 박수를 받는 순간과 비슷하다.

패스티시

(말뜻) 프랑스어 pastiche는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파이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pasticcio에서 왔다. 여러 사람의 솜씨를 섞거나 남의 양식을 흉내 내 만든 작품이라는 뜻으로 넓어졌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시대나 작곡가의 양식을 일부러 흉내 내 새로 쓴 음악이다.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 느낌을 빌려 새로 만드는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극중 오페라 「한니발」은 19세기 프랑스 대가극, 「일 무토」는 모차르트풍 희극 오페라를 흉내 낸 패스티시다. 미술 시간에 고흐의 붓질을 흉내 내 내 방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문학에서는 특정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낸 글을, 요리에서는 여러 재료를 겹친 파이를 가리킨다.

리프라이즈

(말뜻) 영어 reprise는 다시 잡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reprendre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서 나온 노래를 극의 다른 자리에서 다시 부르는 것이다. 같은 선율이라도 부르는 사람과 상황이 바뀌면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All I Ask of You」를 연인들이 부른 뒤 유령이 혼자 다시 부를 때, 사랑의 약속이 배신의 아픔으로 바뀐다. 친구들과 신나게 부르던 응원가를 경기에 진 뒤 조용히 다시 부르면 전혀 다른 노래처럼 들리는 것과 같다.

불협화음

(말뜻) 불협화음(不協和音)은 서로 어울리지(協和) 않는(不) 음들이 함께 울리는 소리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동시에 울리는 음들이 부딪치는 것처럼 긴장되고 불편하게 들리는 화음이다. 잘 쓰면 불안, 공포, 낯섦을 만들어 낸다. 유령이 쓴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는 이런 화음을 많이 써서, 극 속 가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낯선 음악처럼 들리게 했다. 피아노 건반에서 바로 붙어 있는 두 건반을 동시에 누르면 찡그려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게 가장 간단한 불협화음이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사람이나 단체 사이의 갈등과 마찰을 빗대어 말할 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