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호빗의 고향을 그린 소박한 피리 가락에서 시작해, 오십 개가 넘는 선율이 인물과 종족과 장소를 하나씩 맡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엮인 음악이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하워드 쇼어
3부작 음악을 거의 4년에 걸쳐 쓰고 지휘했으며,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 감독피터 잭슨
톨킨의 소설을 3부작으로 뉴질랜드에서 한꺼번에 촬영했고 녹음 현장에도 자주 함께했다.
- 각본필리파 보옌스
공동 각본가로, 모리아 합창처럼 요정어와 난쟁이어로 옮겨진 가사의 영어 원문을 썼다.
- 각본프랜 월시
공동 각본가이자 제작자로, 엔딩의 소년 독창곡 「In Dreams」의 가사를 썼다.
- 작곡가엔야
「May It Be」와 「Aníron」을 작곡하고 노래했다.
- 주연일라이저 우드
반지를 짊어지고 길을 떠나는 호빗 프로도 배긴스를 연기했다.
I. 중간계로 부름 받은 작곡가
(제작) 피터 잭슨은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을 세 편의 영화로 나누어 고국 뉴질랜드에서 한꺼번에 촬영했다. 음악을 맡을 사람으로는 제임스 호너와 보이치에흐 킬라르도 검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캐나다 작곡가 하워드 쇼어가 선택되었다. (작곡가) 쇼어는 1946년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미국 텔레비전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초창기 음악감독으로 일했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과 오래 협업했으며, 「양들의 침묵」과 「세븐」 같은 어둡고 긴장된 영화의 음악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때까지 그의 이력에 대규모 판타지 서사는 없었다. (준비) 쇼어는 1999년 촬영장을 처음 찾아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샤이어 주제와 프로도의 주제 초안을 썼다. 2000년 8월에는 1편과 3편의 가편집본을 보았다. 완성된 필름보다 소설과 각본을 먼저 붙들고 주제를 지은 것이다. 3부작 전체에 거의 4년이 걸렸다. (규모) 연주는 대부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런던 근교 왓퍼드의 공연장에서 녹음하고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믹싱했다. 성인 합창단 런던 보이시스와 소년 합창단 런던 오라토리 스쿨 스콜라가 노래했고, 언어학자 데이비드 살로가 가사를 톨킨이 만든 요정어와 난쟁이어로 옮겼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물랑루즈」와 같은 해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함께 올랐는데, 음악상은 이 작품이 받았다.
앨범의 첫 곡으로, 영화의 프롤로그 음악보다 먼저 만들어진 초기 버전이다. 반지의 주제가 어떤 재료에서 출발했는지 들을 수 있다.
- 완성된 영화에서는 더 자세한 프롤로그가 쓰였다. 이 트랙은 그때 덜어 낸 초기 프롤로그의 음악이라 극장에서 들은 것과 조금 다르다.
- 낮게 깔린 합창과 현 위로 반지의 주제가 감기듯 오르내린다. 이 짧은 선율이 3부작 내내 반지를 가리키는 유도동기(인물이나 사물에 붙는 짧은 반복 선율)가 된다.
- 북아프리카의 겹리드 관악기 라이타의 거친 음색에 귀 기울여 볼 것. 오케스트라에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섞어 오래되고 낯선 힘을 표현한다.
II. 샤이어의 피리 소리
(프롤로그) 영화는 반지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기까지의 역사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며 시작한다. 이 대목 아래로 낮고 서늘하게 감기는 선율이 흐르는데, 이것이 영화 전체를 꿰는 반지의 주제다. 쇼어는 이 선율에 북아프리카의 겹리드 관악기 라이타를 섞어 먼 옛날의 낯선 기운을 입혔다. (호빗) 화면이 샤이어로 넘어가면 소리의 결이 확 달라진다. 틴 휘슬이라는 작은 쇠피리, 바이올린을 민속풍으로 켜는 피들, 아일랜드 북 보드란, 덜시머와 하프 같은 켈트 민속 악기가 앞에 나선다. 시골풍 피들 선율에서 더 차분하고 생각에 잠긴 샤이어 주제가 자라났다고 전해진다. (잔치) 빌보 배긴스의 백열한 번째 생일 잔치에는 간달프의 불꽃놀이와 춤이 있다. 음악은 마을 잔치의 흥을 그대로 따라가며, 이 영화에서 가장 근심 없는 시간을 만든다. (세 얼굴) 샤이어 주제는 사색적인 모습, 흥겨운 시골풍, 찬송가처럼 엄숙한 모습의 세 가지로 나타난다. 이후 원정대가 아무리 멀리 가도 이 선율이 들리면 관객은 곧장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샤이어 주제는 장소를 묘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호빗들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일깨운다. (그늘) 빌보가 반지를 프로도에게 남기고 떠나면서 평화로운 마을 장면 밑으로 반지의 주제가 조금씩 스며든다. 밝은 장조의 민속 선율과 어두운 반지 선율이 한 장면 안에서 겹치기 시작하는 이때부터 이야기가 움직인다.
프로도와 간달프가 샤이어로 들어서는 장면의 음악이다. 영화에서 가장 평화로운 몇 분을 이 곡이 만든다.
- 틴 휘슬(작은 쇠피리)과 피들(민속풍으로 켜는 바이올린)이 선율을 이끈다. 보드란(아일랜드의 손북)과 덜시머, 하프가 켈트 민속의 색을 더한다.
- 같은 샤이어 주제가 흥겨운 시골풍에서 차분한 노래풍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 선율은 영화 내내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가 된다.
- 쇼어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인 1999년 촬영장을 방문했을 때 이 주제의 초안을 썼다. 3부작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선율 가운데 하나다.
III. 검은 기사의 추격
(과거) 간달프는 프로도의 반지가 사우론의 절대반지임을 확인한다. 앨범의 「The Shadow of the Past」가 이 대목의 음악으로, 반지의 내력을 이야기할 때마다 반지의 주제가 짙어진다. 프로도는 샘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아이센가드) 같은 시각 간달프는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을 찾아가지만, 사루만은 이미 사우론 편에 서 있었다. 「The Treason of Isengard」에서 쇼어는 다섯 박을 한 단위로 도는 리듬을 강철판, 일본 북, 쇠사슬로 두드린다. 땅을 파헤치고 군대를 찍어 내는 아이센가드의 기계 같은 성격이 그 리듬에 그대로 담겼다. (나즈굴) 반지를 쫓는 아홉 기사에게는 낮은 금관과 남성 합창이 붙는다. 합창 가사는 톨킨이 고대 인간 왕국 누메노르의 말로 설정한 아두나이크로 쓰였다. 한때 인간 왕이었다가 반지의 노예가 된 기사들의 내력을 그 언어 선택에 담은 것이다. (정적) 길가 나무뿌리 밑에 숨은 호빗들 위로 검은 기사가 멈춰 서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거의 물러난다. 말이 숨을 몰아쉬는 소리, 기사가 냄새를 맡는 소리, 땅에서 기어 나오는 벌레들이 긴장을 만든다. 이 영화는 음악을 빼야 할 때도 알고 있었다. (바람마루) 브리의 여관에서 호빗들은 순찰자 아라곤을 만나 그를 따라 길을 나선다. 바람마루의 폐허에서 프로도가 모르굴 칼에 찔리고, 요정 아르웬이 그를 말에 태워 여울까지 달린다. 「A Knife in the Dark」와 「Flight to the Ford」에서 음악은 추격의 속도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반지를 쫓는 아홉 기사가 샤이어 근처까지 내려오는 대목이다. 숨죽인 정적과 갑작스러운 합창이 번갈아 온다.
- 남성 합창의 가사는 톨킨이 고대 인간 왕국의 말로 설정한 아두나이크로 쓰였다. 한때 인간 왕이던 기사들의 내력을 언어로 암시한다.
- 낮은 금관이 짧고 날카로운 음형을 내리꽂듯 연주한다. 기사들이 나타날 때마다 같은 소리가 들려 그 자체가 경보가 된다.
- 기사가 길가에 멈춰 서는 순간에는 음악이 거의 사라진다. 소리를 빼서 긴장을 만드는 대목이라 영화 속에서 함께 들으면 더 잘 드러난다.
IV. 아홉의 결성
(리븐델) 프로도는 요정의 골짜기 리븐델에서 깨어난다. 「Many Meetings」에서는 하프와 여성 합창이 맑고 높은 소리로 요정의 공간을 그리고, 빌보와의 재회에는 샤이어 주제가 돌아온다. 추격 장면들 뒤에 처음으로 숨을 고르는 대목이다. (회의) 엘론드가 소집한 회의에서 요정, 난쟁이, 인간의 대표들은 반지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언성을 높인다. 탁자 위의 반지가 그들의 다툼을 비추는 듯한 순간, 프로도가 자신이 가겠다고 나선다. 음악은 그 뒤에야 움직인다. (원정대) 아홉 명이 모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원정대 주제가 처음 온전한 모습으로, 호른을 앞세워 울린다. 이 주제는 영화 앞부분에서는 조각으로만 들리다가 원정대가 결성되는 순간 완성된다. 그 뒤로는 일행의 처지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지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연인) 같은 트랙 안에는 엔야가 부른 「Aníron」이 섞여 있다. 아라곤과 아르웬이 밤에 나누는 대화 위로 흐르며, 요정어 가운데 신다린으로 그리움을 속삭이듯 노래한다. 이 곡은 앨범에서 따로 떨어진 트랙이 아니라 「The Council of Elrond」의 일부로 수록되었다. (출발) 「The Ring Goes South」에서 원정대가 리븐델을 떠날 때, 음악은 샤이어 주제를 잠깐 비춘 뒤 원정대 주제로 넘어간다. 고향을 뒤로하고 공동의 임무로 걸어 들어가는 호빗들의 처지가 두 선율의 순서에 그대로 담겼다.
아홉 명이 반지를 들고 길을 나서기로 하는 순간 원정대 주제가 처음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같은 트랙에 엔야의 「Aníron」이 들어 있다.
- 원정대 주제는 앞부분에서 조각으로만 들리다가 결성의 순간에 호른으로 온전히 울린다. 선율이 완성되는 시점이 이야기에서 무리가 완성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 엔야의 「Aníron」은 요정어인 신다린으로 부른 노래다. 아라곤과 아르웬의 밤 장면에 흐르며, 여러 겹으로 겹쳐 녹음한 목소리가 몽환적으로 퍼진다.
- 엔야는 훗날 이 곡의 더 긴 버전을 자신의 베스트 음반에 따로 실었다. 영화판과 비교해 들으면 편곡 차이가 드러난다.
V. 모리아의 어둠
(카라드라스) 원정대는 카라드라스산을 넘으려 하지만 사루만이 일으킨 눈보라에 막힌다. 결국 김리의 친척들이 사는 난쟁이 왕국, 모리아 광산의 지하 길을 택한다. (드워로델프) 「A Journey in the Dark」에서 간달프가 지팡이 빛을 밝히자 끝이 보이지 않는 돌기둥의 홀이 드러난다. 이때 낮은 남성 합창이 난쟁이의 언어 크후즈둘로 노래한다. 가사는 각본가 필리파 보옌스가 영어로 쓰고 데이비드 살로가 크후즈둘로 옮겼다. 톨킨이 남긴 크후즈둘 낱말은 몇 개 되지 않아, 살로는 그 조각에서 언어를 확장해야 했다. 사라진 왕국의 영광과 폐허가 이 합창 하나에 함께 담겼다. (첫 녹음) 이 모리아 음악은 3부작을 통틀어 가장 먼저 녹음된 음악이다. 2001년 초 뉴질랜드 웰링턴의 타운홀에서 뉴질랜드 교향악단이 연주했다. (발로그) 오르크 떼가 몰려오면서 「The Bridge of Khazad-dûm」이 시작된다. 북과 금관이 한 음형을 끈질기게 되풀이하고, 합창이 그 위로 쌓이며 압박을 키운다. 불과 그림자의 존재 발로그가 모습을 드러낼 때 음악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거대한 덩어리가 된다. (상실) 좁은 돌다리 위에서 길잡이가 홀로 맞선다. 대결이 끝나자 오케스트라의 굉음이 사라지고, 느린 화면 위로 가냘픈 독창과 현악이 남는다. 원정대가 광산을 빠져나와 햇빛 아래 주저앉는 동안에도 음악은 서두르지 않고 슬픔을 오래 붙든다. 영화의 한가운데에 놓인 이 침묵에 가까운 순간이 관객이 기억하는 절정이 된다.
모리아의 추격과 발로그의 등장, 돌다리 위의 대결까지 이어지는 음악이다. 영화 한가운데의 절정을 이룬다.
- 북과 금관이 같은 리듬 음형을 끈질기게 되풀이하는 오스티나토(반복 음형)가 추격의 압박을 쌓아 올린다.
- 남성 합창은 난쟁이의 언어 크후즈둘로 노래한다. 각본가 필리파 보옌스가 쓴 가사를 언어학자 데이비드 살로가 옮겼다.
- 모리아 음악은 3부작에서 가장 먼저 녹음된 음악이다. 2001년 초 웰링턴 타운홀에서 뉴질랜드 교향악단이 연주했다.
- 대결 뒤 오케스트라가 일제히 물러나고 가냘픈 목소리만 남는 대비에 귀 기울여 볼 것. 가장 큰 소리 바로 다음에 가장 작은 소리를 놓았다.
VI. 흩어지는 길
(로슬로리엔) 지친 원정대는 요정의 숲 로슬로리엔으로 들어간다. 갈라드리엘의 숲에 쇼어는 중동에서 쓰이는 히자즈 음계를 입혀 아득하게 오래된 느낌을 냈다. 숲의 요정들이 잃은 이를 애도하는 대목에서는 콕토 트윈스 출신 가수 엘리자베스 프레이저가 요정어로 된 애가를 부른다. 이 곡은 앨범의 「Lothlórien」 트랙 안에 들어 있다. (대하) 요정들에게 받은 배를 타고 일행은 안두인강을 내려간다. 「The Great River」에서 거대한 왕들의 석상 사이를 지날 때 원정대 주제가 다시 장대하게 울리지만, 이제 그 소리에는 결성 때의 들뜬 기운 대신 무게가 실려 있다. (아몬 헨) 강가의 언덕 아몬 헨에서 사루만의 군대 우루크하이가 습격하고, 원정대는 서로를 지키려 흩어져 싸운다. 「Amon Hen」은 아이센가드의 금속성 리듬으로 전투를 몰아간다. 그러다 한 인물의 선택이 결론에 이르는 대목에서는 전투의 소란을 거두고 느린 합창과 현으로 장면을 감싼다. 무엇이 일어나는지는 영화로 보는 편이 좋다. (해산) 프로도는 홀로 동쪽으로 가기로 하고, 샘은 그 뒤를 따른다. 「The Breaking of the Fellowship」에서 원정대 주제가 흩어지고, 그 자리를 샤이어 주제가 채운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가는지를 음악이 다시 일러 주는 셈이다. (여운)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소년 독창자 에드워드 로스가 샤이어 주제에 가사를 붙인 노래를 부르고, 이어 엔야의 「May It Be」가 흐른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채 다음 편으로 넘어가고, 음악도 마무리하기보다 길을 열어 둔 채로 객석을 놓아준다.
슬픔에 잠긴 원정대가 요정의 숲에 머무는 대목이다. 엘리자베스 프레이저가 부른 애가가 이 트랙 안에 들어 있다.
- 숲의 선율에는 중동에서 쓰이는 히자즈 음계(반음과 넓은 음정이 섞인 음의 사다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 다른 요정 음악보다 더 아득하고 오래된 곳처럼 들린다.
- 콕토 트윈스 출신 엘리자베스 프레이저가 요정어로 애가를 부른다.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슬픔이 전해지는 화법이다.
- 원정대 주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길잡이를 잃은 무리가 잠시 멈춰 선 상태를 음악이 그런 식으로 보여 준다.
프로도가 홀로 떠나기로 하고 샘이 그를 따르는 마지막 대목과 엔딩 크레디트를 잇는 곡이다.
- 흩어지는 일행에게 원정대 주제가 조각난 채로 들리고, 그 자리를 샤이어 주제가 천천히 채운다.
- 후반부는 엔딩 크레디트용 편집본이다. 소년 독창자(변성기 전 소년의 높은 목소리) 에드워드 로스가 샤이어 주제에 가사를 붙인 노래 「In Dreams」를 부른다.
- 노래는 샤이어 주제의 세 가지 모습, 즉 사색적인 모습, 시골풍, 찬가풍을 한데 엮었다. 영화 전체에 흩어져 있던 고향의 선율을 마지막에 다시 모은 셈이다.
크레디트를 닫는 엔야의 노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에 보내는 기원처럼 흐른다.
- 엔야가 작곡하고 노래했으며 로마 라이언이 가사를 썼다. 어둠 속을 걷는 이에게 보내는 축원의 정서다.
- 이 곡은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 목소리를 여러 겹 녹음해 쌓은 엔야 특유의 합창 질감이 쇼어의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결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덜 알려진 이야기
(첫 녹음) 이 3부작 음악은 거의 모두 런던에서 녹음되었지만, 가장 먼저 녹음된 곡은 런던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나왔다. 2001년 초 웰링턴 타운홀에서 뉴질랜드 교향악단이 모리아 장면의 음악을 녹음했다. 피터 잭슨은 훗날 이 녹음을 3부작 음악의 첫 출발로 회고하며 그 공연장의 울림을 높이 평가했다. 앨범 크레디트에 뉴질랜드 교향악단의 이름이 런던 필하모닉과 나란히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버전) 정규 앨범은 영화에 실제로 쓰인 음악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다. 첫 곡 「The Prophecy」는 최종 영화에서 더 자세한 장면으로 대체된 짧은 초기 프롤로그를 위한 음악이고, 3부작의 사운드트랙 앨범들에는 편집이 진행되던 중에 녹음한 초기 형태가 여럿 실렸다. 영화 그대로의 음악은 2005년 확장판에 맞춘 「Complete Recordings」가 나온 뒤에야 온전히 들을 수 있었다. 앨범이 개봉에 맞춰 먼저 나와야 했던 탓에, 많은 관객이 오랫동안 극장과 조금 다른 음악을 들어 온 셈이다. (다른 후보) 작곡가 선정 단계에서 제임스 호너와 폴란드 작곡가 보이치에흐 킬라르도 검토되었다. 쇼어는 그 무렵 공포와 스릴러 음악으로 알려진 작곡가였는데,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인 1999년 촬영장을 찾아 샤이어 주제와 프로도의 주제를 미리 썼다. 그는 완성된 필름을 받기 전에 소설과 각본에서 먼저 주제를 지었다. (해설서) 쇼어는 음악학자 더그 애덤스에게 작곡 기간 내내 작업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그 결과물인 2010년의 책 「The Music of the Lord of the Rings Films」는 사실상 공식 해설서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을 통해 오십 개가 넘는 유도동기의 이름과 쓰임이 정리되었고, 이후 이 음악에 관한 논의 대부분이 이 책을 기준으로 삼는다.
용어 노트 📚🔎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라이트모티프(Leitmotiv)는 독일어로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이다. 우리말 유도동기(誘導動機)도 이끌어 주는 짧은 악상이라는 뜻을 그대로 옮겼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장소, 사물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을 말한다. 관객은 그 선율만 들어도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반지, 샤이어, 원정대, 모리아에 각각 자기 선율이 있다. 학교 종소리가 울리면 보지 않고도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걸 아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문학이나 일상 대화에서는 작품이나 사람의 삶에 거듭 나타나는 중심 생각을 가리킬 때도 쓴다.
큐
(말뜻) 영어 cue는 무대에서 배우나 스태프에게 다음 행동을 시작하라고 주는 신호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의 특정 장면에 맞춰 쓴 음악 한 덩어리를 큐라고 한다. 몇 초짜리도 있고 몇 분짜리도 있으며, 작곡가는 장면마다 큐를 따로 쓴다. 사운드트랙 앨범의 한 트랙에는 여러 큐가 이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학예회 연극에서 장면이 바뀔 때마다 미리 정해 둔 배경 음악을 트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방송이나 공연 현장에서는 지금 시작하라는 신호 자체를 큐라고 부른다.
오스티나토(반복 음형)
(말뜻) 이탈리아어 ostinato는 고집스러운이라는 뜻이다. 같은 음형을 고집스럽게 계속 되풀이한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짧은 리듬이나 선율을 쉬지 않고 되풀이해 긴장이나 추진력을 만드는 기법이다. 그 위로 다른 선율이 바뀌어도 밑에서는 같은 음형이 계속 돈다. 모리아의 추격이나 아이센가드 장면에서 북과 금관이 같은 리듬을 끝없이 두드리는 것이 그 예다. 줄넘기를 할 때 친구들이 똑같은 박자로 줄을 돌려 주면 그 위에서 뛰는 사람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음계
(말뜻) 음계(音階)는 소리(音)의 계단(階)이라는 뜻이다. 음을 높이 순서대로 계단처럼 늘어놓은 것을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어떤 음계를 고르느냐에 따라 선율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우리 귀에 익은 장음계다. 쇼어는 로슬로리엔에 중동 음악에서 쓰는 히자즈 음계를 입혔는데, 이 음계는 계단 사이의 간격이 들쭉날쭉해 낯설고 오래된 느낌을 준다. 같은 동요라도 몇 음을 반음 낮춰 부르면 갑자기 이국적으로 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른 데서는) 영어 scale은 사업에서 규모라는 뜻으로 쓰여, 규모를 키운다는 말을 스케일업이라고 한다.
변박(다섯 박자)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대부분의 음악은 두 박, 세 박, 네 박을 한 묶음으로 센다. 다섯 박이나 일곱 박처럼 드문 묶음으로 세거나 묶음의 크기가 자주 바뀌는 박자를 흔히 변박이라 부른다. 아이센가드의 음악은 다섯 박을 한 단위로 돌아서, 듣는 사람이 발로 박자를 맞추려 하면 어딘가 한 박이 남는 듯 불편하다. 쇼어는 그 불편함으로 사루만 세력의 비정상적인 힘을 표현했다. 하나 둘 셋 넷 하고 행진하다가 갑자기 다섯까지 세라고 하면 발이 꼬이는 느낌을 떠올리면 된다.
관현악법(오케스트레이션)
(말뜻) 관현악(管絃樂)은 관(管), 즉 피리처럼 부는 악기와 현(絃), 즉 줄을 켜거나 뜯는 악기가 함께 하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관현악법은 그 악기들을 어떻게 나눠 쓸지 정하는 방법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같은 선율이라도 어떤 악기에게 맡기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영화에서는 샤이어에 틴 휘슬과 피들을, 원정대에 호른을, 반지에 라이타라는 북아프리카 관악기를 맡겼다. 이 악기 배분이 관현악법이다. 같은 재료로 요리해도 굽느냐 찌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소년 독창자(보이 소프라노)
(말뜻) 소프라노(soprano)는 이탈리아어로 위쪽이라는 뜻의 sopra에서 왔다. 합창에서 가장 높은 음역을 맡는 목소리를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변성기가 오기 전 소년이 내는 높은 목소리를 보이 소프라노라 부른다. 어른 여성의 소프라노보다 맑고 떨림이 적어 순수하거나 아련한 느낌을 낼 때 자주 쓴다. 이 영화의 엔딩에서는 런던 오라토리 스쿨 소년 합창단의 에드워드 로스가 혼자 노래한다. 반에서 목소리가 가장 높고 맑은 친구가 음악 시간에 혼자 첫 소절을 부르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