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duate
이미 세상에 나와 있던 노래 몇 곡이 말을 잃은 한 청년의 속마음이 되었고, 그 바깥의 들뜬 어른들 세계는 라운지 음악이 맡았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폴 사이먼
기존 곡들과 미완성의 「미세스 로빈슨」으로 영화의 속마음을 노래했다.
- 작곡가데이브 그루신
어른들 세계의 라운지·댄스 음악 큐를 써서 사이먼과 그래미 영화 음악상을 함께 받았다.
- 감독마이크 니컬스
임시로 깔았던 노래들을 끝까지 지켰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 각본벅 헨리
콜더 윌링엄과 함께 소설을 각색했고, 호텔 직원 역으로 잠깐 등장한다.
- 주연더스틴 호프먼
말을 더듬고 머뭇거리는 벤저민으로 영화의 리듬을 만들었다.
- 주연앤 밴크로프트
서두르지 않는 로빈슨 부인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I. 임시로 깔았던 노래들
(만남) 「졸업」은 마이크 니컬스가 찰스 웹의 소설을 옮겨 만든 두 번째 장편이었다. 대학을 갓 마친 벤저민 브래독이 아버지 동업자의 아내 로빈슨 부인과 관계를 맺고, 이어 그녀의 딸 일레인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니컬스는 촬영 무렵부터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로 영화를 채우는 방안을 떠올렸고, 같은 컬럼비아 레코드 소속이던 이 듀오에게 음악을 맡겼다. (사람) 폴 사이먼은 뉴욕 퀸스에서 자란 싱어송라이터로, 고교 동창 아트 가펑클과 함께 포크 록 듀오로 막 이름을 얻은 참이었다. 그의 노래는 도시의 고립과 서로 닿지 않는 대화를 담담하게 그렸다. 제작자 로런스 터먼은 사이먼에게 새 노래 세 곡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시음악) 그러나 사이먼이 새로 써 온 「Overs」와 「Punky's Dilemma」는 니컬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이 니컬스와 편집자 샘 오스틴은 이미 나와 있던 듀오의 노래를 임시 음악으로 깔고 장면의 호흡을 맞추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고 듣는 동안 노래들은 장면과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결국 기존 곡이 그대로 남았고, 새 노래로는 「미세스 로빈슨」의 미완성 조각 하나만 들어갔다. (대비) 어른들의 세계는 다른 사람이 맡았다. 영화 음악을 막 시작한 데이브 그루신이 댄스 밴드풍 폭스트롯과 라운지풍 차차차 같은 큐를 썼다. 듀오의 노래가 벤저민의 속이라면, 그루신의 음악은 그를 둘러싼 번듯하고 들뜬 바깥이다. 이미 있던 대중가요를 영화의 얼굴로 삼은 이 방식은, 훗날 이 시리즈의 「그리스」나 「페임」처럼 노래가 영화를 이끄는 작품들보다 한발 먼저 그 길을 열었다.
II. 움직이는 길 위의 청년
(공항) 영화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내린 벤저민의 얼굴로 시작한다. 그는 무빙워크 위에 가만히 선 채 실려 간다. 걷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 길이 그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그 위로 「침묵의 소리」가 흐른다. (노래) 이 노래는 사람들이 말은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 밤의 풍경을 낮은 목소리로 그린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거의 붙은 채 움직이고, 감정을 터뜨리지 않는다. 앞날이 환해 보이는 졸업생이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 이렇게 가라앉은 노래를 얹은 것은 니컬스가 처음부터 내놓은 선언이었다. 이 청년은 축하받는 자리에서 이미 혼자다. (파티) 집에 돌아오자 부모는 아들의 졸업 축하 파티를 연다. 어른들은 그의 장래를 묻고, 누군가는 플라스틱 산업에 미래가 있다고 귀띔한다. 이 대목의 공기를 만드는 것은 그루신의 음악이다. 반듯한 댄스 밴드풍 소리는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매끄럽고 또 얼마나 비어 있는지를 들려준다. (유혹) 파티에서 빠져나온 벤저민에게 로빈슨 부인이 집까지 태워 달라고 한다. 그녀의 집, 술잔, 어두운 거실이 이어진다. 앤 밴크로프트의 로빈슨 부인은 서두르지 않고, 더스틴 호프먼의 벤저민은 말을 더듬으며 뒷걸음질 친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노래를 아끼고 대사와 머뭇거림으로 긴장을 쌓는다. 웃음과 불안이 함께 일어나는 이 리듬이 영화 전체의 말투가 된다.
공항 무빙워크 위의 벤저민을 감싸며 영화를 여는 노래다. 영화에 세 번 쓰였고,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돌아온다.
- 원래는 1964년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녹음한 곡이었다. 1965년 프로듀서 톰 윌슨이 듀오가 없는 자리에서 전기 기타와 드럼을 덧입혀 다시 냈고, 이 판이 1위에 오르면서 듀오의 이름이 알려졌다.
- 두 목소리가 거의 같은 리듬으로 붙어 움직이는 화음은 둘이 부르는데도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 축하받는 졸업생의 고독을 소리로 옮긴 셈이다.
- 처음과 끝에 같은 노래를 놓아 영화의 앞뒤를 묶었다. 선율은 그대로인데 놓인 장면이 달라 뜻이 달리 읽힌다는 점에서, 같은 가락이 되돌아오며 의미가 바뀌는 수미상관(처음과 끝이 서로 응하는 짜임)의 좋은 예다.
- 2004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데이브 그루신이 쓴 어른들 세계의 음악이다. 벤저민이 숨 막혀하는 번듯한 사교의 공기를 댄스 밴드풍 소리로 들려준다.
- 폭스트롯(191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경쾌한 사교춤과 그 춤곡)의 딱딱한 품위를 일부러 과장해 흉내 낸 패러디처럼 들린다.
- 관악기가 앞에 서는 매끈한 편곡이 듀오의 기타 한 대짜리 노래와 정반대 편에 선다. 이 대비 덕분에 노래가 나올 때마다 화면이 벤저민의 속으로 들어간다.
- 그루신은 같은 해 「이혼 미국식」으로 영화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영화를 맡았다. 그는 뒤에 「밀라그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는다.
III. 수영장과 호텔 방
(관계) 벤저민은 끝내 호텔 방을 잡고 로빈슨 부인과 만나기 시작한다. 그해 여름 그는 낮에는 부모 집 수영장 위에 떠 있고, 밤에는 호텔 방에 있다. 두 사람은 몸을 나누지만 대화는 거의 없다. (몽타주) 니컬스와 오스틴은 이 여름을 하나의 몽타주로 엮었다. 수영장의 고무보트에서 몸을 일으킨 벤저민이 다음 컷에서는 호텔 침대 위에 있고, 부모 집의 문을 지나면 다시 호텔 방이 나온다. 장소는 바뀌어도 그의 표정은 그대로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고여 있다. (노래) 이 대목에 「침묵의 소리」가 다시 들리고, 수영장 장면에는 「4월이 오면」이 깔린다. 계절이 바뀌는 데 따라 사랑이 오고, 머물고, 떠나는 과정을 달력을 넘기듯 짚어 가는 짧은 노래다. 가펑클이 혼자 부르고 사이먼의 기타가 곁을 지키는 이 작은 편성이 수영장의 나른한 빛과 겹친다. 노래 속 계절은 흐르는데 화면 속 청년은 제자리에 있다. 그 어긋남이 이 대목의 슬픔이다. (데이트) 그 사이 부모는 일레인과 만나 보라고 아들을 조른다. 벤저민은 마지못해 응하고, 일부러 그녀를 실망시키려 한다. 첫 데이트 대목에 흐르는 「크고 밝은 초록 쾌락 기계」는 광고 문구처럼 들뜬 말투로 소비의 약속을 늘어놓는 풍자곡이다. 그 경쾌함은 벤저민의 냉소와 맞아떨어지다가, 일레인이 상처받는 순간 우스꽝스러운 소음으로 바뀐다.
수영장과 호텔 방을 오가는 여름의 몽타주에 깔리는 노래다. 계절은 흐르는데 벤저민은 제자리에 있다.
- 달이 바뀔 때마다 사랑이 한 단계씩 변해 가는 짜임은 달력을 한 장씩 넘기는 것 같다. 몇 달이 몇 분으로 줄어드는 몽타주와 잘 맞는다.
- 가펑클이 혼자 부르고, 사이먼의 기타는 화음을 한 음씩 펼쳐 흐르게 하는 분산화음(아르페지오)으로 곁을 지킨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나른함이 여기서 나온다.
- 두 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노래다. 오래 붙잡지 않고 사라지는 길이 자체가 덧없는 관계를 닮았다.
- 원래 1965년 앨범 「Sounds of Silence」에 실렸던 곡을 영화에 그대로 가져왔다.
일레인과의 첫 데이트 대목에 흐른다. 일부러 엇나가려는 벤저민의 냉소에 들뜬 광고 말투가 겹친다.
- 텔레비전 광고처럼 묻고 약속하는 말투로 소비 사회를 비꼬는 노래다. 사이먼이 런던에 머물던 시절에 썼다고 전해진다.
- 빠른 박자와 밝은 화음 때문에 얼핏 신나게 들리지만, 노랫말의 속뜻은 차갑다. 이 겉과 속의 차이가 데이트 장면의 불편함과 맞닿는다.
- 사운드트랙 앨범에는 원래 음반과 다른 판(얼터너트 테이크, 같은 곡을 다시 녹음한 다른 버전)이 실렸다.
IV. 버클리의 옛 노래
(전환) 엇나가게 시작한 데이트는 뜻밖에 진심이 된다. 벤저민은 처음으로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로빈슨 부인과의 일이 드러나고, 일레인은 버클리의 학교로 돌아간다. 벤저민은 그녀를 따라 북쪽으로 차를 몬다. (민요) 이 대목을 감싸는 노래는 「스카버러의 장/칸티클」이다. 잉글랜드 옛 민요 「스카버러 페어」에 사이먼이 쓴 반전(反戰)의 노랫말을 겹쳐 짠 곡이다. 한 목소리가 옛 연인에게 이룰 수 없는 부탁을 건네는 민요를 부르는 동안, 다른 목소리는 전쟁터의 풍경을 낮게 덧입힌다. 영화에는 짧은 간주판과 긴 판이 모두 쓰였다. (거리) 벤저민은 캠퍼스 근처에 방을 얻고 멀리서 일레인을 지켜본다. 다가가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하프시코드와 기타가 엮어 가는 옛 선율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의 캠퍼스를 먼 옛날 노래 속 풍경처럼 아득하게 만든다. 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리는 민요의 화자가 바로 벤저민이다. (바깥) 노래가 벤저민의 속을 비추는 동안, 어른들의 세계는 여전히 그루신의 차차차와 칵테일 피아노 속에 있다. 사운드트랙 앨범 해설을 쓴 찰스 버는 그루신의 곡들을 겉돌고 피상적이며 신경이 곤두선 바깥 세계의 소리라고 불렀다. 벤저민이 부모의 집과 어른들의 자리에서 멀어질수록 영화에서 노래가 차지하는 몫은 커진다. 두 음악 세계 사이의 거리가 곧 벤저민과 어른들 사이의 거리다.
일레인을 따라 버클리로 간 벤저민이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는 대목을 감싼다. 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리는 옛 민요가 그의 마음이 된다.
- 잉글랜드 민요의 선율 위로 사이먼이 쓴 반전의 노래가 대선율(주선율과 동시에 따로 움직이는 또 하나의 선율)로 얽힌다. 두 노래가 한꺼번에 들리면서 사랑과 전쟁, 옛날과 지금이 겹친다.
- 하프시코드(건반을 누르면 줄을 뜯어 소리 내는 옛 건반악기)의 반짝이는 소리가 1960년대 캠퍼스를 먼 옛날 노래 속 풍경처럼 만든다.
- 앨범에는 1분 남짓한 간주판과 6분이 넘는 긴 판이 따로 실렸다. 같은 노래를 장면 길이에 맞춰 늘이고 줄인 것이다.
- 영화가 성공한 뒤 이 곡은 따로 싱글로 나왔다.
V.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질주) 일레인이 곧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결혼식이 샌타바버라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아낸 벤저민은 붉은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를 몰고 남쪽으로 달린다. 캘리포니아의 해안 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미완성) 이 질주 위로 「미세스 로빈슨」이 흐른다. 영화에 들어간 것은 완성된 노래가 아니었다. 사이먼이 다듬던 조각으로, 처음에는 엘리너 루스벨트를 두고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가펑클이 니컬스에게 이 곡 이야기를 꺼냈고, 니컬스는 제목을 영화 속 인물로 바꾸라고 했다. 그래서 영화 속 판은 날카롭게 긁는 어쿠스틱 기타와 뜻 없는 음절을 흥얼거리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박동) 그래서 이 대목의 음악은 가사보다 박자가 먼저 들린다. 짧은 기타 음형이 바퀴처럼 굴러가고, 화면은 빠르게 넘어간다. 노래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장면과 들어맞는다. 벤저민도 무엇을 할지 다 정하지 못한 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 목적지를 얼마 앞두고 차는 기름이 떨어져 멈추고, 노래도 잦아든다. 영화는 끊어진 노래를 다시 이어 붙이지 않는다. 벤저민은 차를 버리고 뛰기 시작한다. 노래가 실어 나르던 속도가 이제 사람의 몸으로 넘어간다. 기계도 음악도 더는 그를 데려다주지 않는 이 순간에 영화의 절정이 열린다.
결혼식장을 향한 질주에 실린 미완성의 노래다. 차가 멈추는 자리에서 노래도 잦아든다.
- 영화 속 판은 완성곡이 아니라 조각이다. 날카롭게 긁는 기타 리프(짧게 되풀이되는 기타 음형)와 뜻 없는 음절의 흥얼거림이 바퀴처럼 장면을 밀고 간다.
- 원래 제목은 엘리너 루스벨트를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니컬스의 요청으로 영화 속 인물의 이름이 되었다.
- 앨범에는 짧은 판 두 가지가 실렸다. 첫 판은 기타 화음이 중심이고, 둘째 판은 후렴을 덧붙인 뒤 영화에서처럼 소리가 줄어들며 끝난다.
- 완성된 노래는 이듬해 앨범 「Bookends」와 싱글로 나와 빌보드 1위에 올랐다. 록 음악으로는 처음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았지만, 영화를 위해 새로 쓴 곡으로 인정받지 못해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은 없었다.
VI. 돌아온 침묵
(교회) 벤저민이 교회에 닿은 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여기에 적지 않는다. 다만 이 대목은 노래를 걷어 내고 사람들의 목소리와 소란으로 채워진다. 여름 내내 그의 속을 대신 말해 주던 노래가 물러나자 처음으로 그 자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귀환)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침묵의 소리」가 돌아온다. 영화를 연 노래가 영화를 닫는다. 처음에 이 노래는 무빙워크 위에 홀로 선 청년을 감쌌다. 마지막에는 같은 선율이 전혀 다른 자리에 놓인다. 선율은 한 음도 바뀌지 않았는데 그것이 비추는 얼굴이 바뀌었다. (표정) 노래가 시작될 무렵 배우들의 얼굴은 몇 초 사이에 조금씩 달라진다. 들뜬 숨이 가라앉고 무언가를 곱씹는 표정이 남는다. 노래는 이 장면을 축하하지도 탓하지도 않는다. 처음과 똑같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이 다 끝난 뒤에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 것처럼 들린다. 관객은 그 물음을 안고 극장을 나선다. (여운) 사운드트랙 앨범도 같은 짜임을 따랐다. 첫 곡은 전기 악기를 입힌 「침묵의 소리」이고, 마지막 곡은 같은 노래의 다른 판이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사이먼과 그루신은 그래미 영화 음악상을 함께 받았다. 뒤에 완성된 「미세스 로빈슨」은 록 음악으로는 처음으로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았다. 이 음악이 남긴 더 큰 흔적은 이미 나와 있던 노래가 한 영화의 속마음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데 있다.
덜 알려진 이야기
사이먼이 영화를 위해 처음 써 온 두 곡 「Overs」와 「Punky's Dilemma」는 니컬스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버려진 것은 아니어서, 두 곡 모두 이듬해 듀오의 앨범 「Bookends」에 실렸다. 영화의 명성이 워낙 커서, 「졸업」을 위해 쓰였다가 다른 앨범으로 간 노래가 있다는 사실은 음반 해설에나 남아 있다. 「미세스 로빈슨」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사이먼은 서류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다른 쪽에서는 이 곡이 원래 영화와 상관없이 엘리너 루스벨트를 두고 시작된 노래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노래가 아카데미 기록에는 없는 셈이다. 앨범에서 그루신의 이름은 듀오만큼 눈에 띄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큐 가운데 「Whew」는 「미세스 로빈슨」의 기타 음형을 가져오고 「스카버러 페어」의 선율을 살짝 인용한다. 어른들 세계의 음악을 맡은 작곡가가 앨범 안에서 몰래 두 세계를 꿰매 놓은 대목이다. 사운드트랙 앨범은 빌보드 1위에 올랐는데,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 듀오 자신의 새 앨범 「Bookends」였다. 영화가 남긴 바람이 듀오의 다음 작업까지 밀어 올린 셈이다.
용어 노트 📚🔎
임시 음악(템프 트랙)
(말뜻) 템프는 영어 temporary를 줄인 말로 임시라는 뜻이다. 트랙은 음악이 녹음된 한 줄기를 가리킨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편집하는 동안 진짜 영화 음악이 아직 없을 때 다른 음악을 잠시 깔아 두는 것을 말한다. 편집자는 이 음악에 맞춰 장면의 길이와 호흡을 정한다. 보통은 나중에 새 음악으로 바꾸지만, 「졸업」은 임시로 깔았던 노래를 그대로 남겼다. 학예회 춤 연습 때 아무 노래나 틀어 놓고 동작을 맞추다가, 막상 공연 날이 오자 그 노래가 아니면 어색해서 결국 그 노래로 무대에 서는 것과 비슷하다.
몽타주
(말뜻) 프랑스어 monter에서 온 말로, 조립하다·짜 맞추다라는 뜻이다. 몽타주는 조각들을 짜 맞춘 것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짧은 장면 여러 개를 빠르게 이어 붙여 긴 시간이나 반복되는 생활을 몇 분 안에 보여 주는 편집 방법이다. 이때 대사 대신 노래 한 곡이 장면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경우가 많다. 「졸업」에서는 수영장과 호텔 방을 오가는 여름이 몽타주로 그려진다. 운동 영화에서 주인공이 몇 달 동안 훈련하는 모습이 노래 한 곡 동안 휙휙 지나가는 장면이 바로 몽타주다. (다른 데서는) 경찰 수사에서 쓰는 몽타주는 목격자의 말을 듣고 얼굴의 눈·코·입을 조합해 그린 범인의 얼굴 그림을 뜻한다.
오버더빙
(말뜻) 영어 over(위에)와 dub(소리를 입히다)를 합친 말로, 이미 녹음된 소리 위에 새 소리를 덧입힌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먼저 녹음해 둔 노래나 연주 위에 다른 악기나 목소리를 따로 녹음해 겹치는 작업이다. 「침묵의 소리」는 원래 기타 한 대와 두 목소리뿐이었는데, 나중에 전기 기타와 드럼을 오버더빙해 다시 나왔다. 미술 시간에 연필로 먼저 스케치해 둔 그림 위에 물감을 덧칠하는 것과 같다. 밑그림은 그대로인데 느낌이 확 달라진다.
포크 록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민요처럼 소박한 노래(포크)에 전기 기타와 드럼 같은 록 밴드 악기를 더한 음악이다. 1960년대 중반 미국과 영국에서 크게 유행했다. 노랫말이 이야기나 생각을 담는 경우가 많아 영화 속 인물의 속마음을 대신 말하기 좋았다. 할머니가 가르쳐 준 옛 노래를 친구들과 밴드로 편곡해 기타와 드럼을 넣어 부르면, 그것이 포크 록과 가까운 모습이다.
대선율(카운터멜로디)
(말뜻) 대(對)는 마주한다는 뜻이다. 대선율은 주선율과 마주 서서 함께 움직이는 또 하나의 선율이라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중심 가락이 흐르는 동안 그와 다른 모양으로 동시에 흐르는 두 번째 가락이다. 두 선율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어울리면서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스카버러의 장/칸티클」에서는 옛 민요가 주선율, 전쟁을 노래하는 부분이 대선율이 된다. 돌림노래와 달리 두 사람이 처음부터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는데도 어울리게 짜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체육 대회 응원전에서 한쪽은 노래를 부르고 다른 쪽은 다른 구호를 외치는데 둘이 합쳐 하나의 응원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리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기타나 다른 악기가 짧은 음형을 계속 되풀이해 곡의 뼈대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노래를 듣고 나서 가사보다 먼저 떠오르는 그 기타 소리가 대개 리프다. 「미세스 로빈슨」의 영화 속 판은 날카로운 기타 리프가 바퀴처럼 굴러가며 질주 장면을 끌고 간다. 줄넘기할 때 친구들이 돌림줄을 일정하게 돌려 주면 그 박자에 맞춰 뛰게 되는 것처럼, 리프는 노래 전체가 올라타는 반복의 줄이다. (다른 데서는) 영어 riff는 말장난이나 즉흥적으로 늘어놓는 농담을 가리키기도 한다.
스코어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한 배경 음악을 말한다. 이미 있던 노래를 가져다 쓰는 것과 구별해 부른다. 「졸업」에서는 그루신이 쓴 큐들이 스코어에 가깝고,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는 대부분 원래 있던 곡이다. 그런데도 그래미 영화 음악상은 두 사람이 함께 받았다. 학교 연극에서 대본에 맞춰 새로 지은 배경 노래가 스코어라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그대로 틀어 쓴 것은 삽입곡이다. (다른 데서는) 스포츠에서 스코어는 경기의 점수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