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ney Todd
공장의 기적 소리와 오르간, 그리고 중세 진혼 성가의 선율이 뒤섞인 이 음악은 관객을 웃게 하다가 같은 박자 안에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스티븐 손드하임
작곡과 작사를 모두 맡아 노래가 극의 대부분을 끌고 가는 오페라에 가까운 뮤지컬을 썼다.
- 각본휴 휠러
크리스토퍼 본의 희곡을 뮤지컬 대본으로 옮겨 토니상 각본상을 받았다.
- 감독해럴드 프린스
이 이야기를 산업 시대의 비인간화로 읽고 철공장 무대 위에 연출해 토니상 연출상을 받았다.
- 주연렌 캐리우
초연에서 스위니 토드를 맡아 토니상 뮤지컬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 주연앤절라 랜즈베리
초연의 러빗 부인으로 희극과 공포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 토니상 뮤지컬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 지휘폴 제미냐니
초연과 원 캐스트 음반의 음악감독으로 손드하임의 까다로운 악보를 무대에 올렸다.
I. 플리트 가의 이발사
(원작) 스위니 토드는 1846년에서 184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한 주간지에 연재된 싸구려 공포 연재소설(페니 드레드풀) 「진주 목걸이」에 처음 나온 인물이다. 이후 백여 년 동안 런던 대중극에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단골 악당이었다. 1973년 극작가 크리스토퍼 본이 런던 스트랫퍼드 이스트의 시어터 로열에 올린 각색은 결이 달랐다. 본은 이 이발사에게 누명을 쓰고 유배당한 남자라는 사연을 붙였고, 그 덕분에 괴담이 복수극이 되었다. (계기) 그 공연을 본 사람이 스티븐 손드하임이었다.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에게 뮤지컬 쓰는 법을 배웠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가사로 이름을 알렸으며, 「컴퍼니」 「폴리스」 「리틀 나이트 뮤직」으로 뮤지컬의 문법을 새로 쓰던 작곡가 겸 작사가였다. 손드하임은 이 이야기로 관객을 정말 무섭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 「행오버 스퀘어」에 붙은 버나드 허먼의 음악을 이 작품 소리의 출발점으로 꼽았다. (제작) 연출은 오랜 동료 해럴드 프린스, 대본은 휴 휠러가 맡았다. 프린스는 이 이야기를 산업혁명이 사람을 기계 부품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로 읽었다. 무대 디자이너 유진 리는 로드아일랜드에 있던 19세기 철공장 건물을 뜯어 와 무대 위에 다시 세웠다. 피와 공포를 무대에서 대놓고 보여 주는 프랑스식 공포극(그랑 기뇰)의 전통이 브로드웨이 큰 극장으로 들어온 셈이었다. 1979년 3월 1일 뉴욕 유리스 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토니상 여덟 개를 받았다. (위치) 몇 해 뒤 런던에서 나온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이 화려한 볼거리로 세계를 돌았다. 「스위니 토드」는 그보다 먼저, 대사보다 노래가 훨씬 많은 오페라에 가까운 음악극이라는 길을 갔다.
II. 런던으로 돌아온 사내
(서막) 공연은 귀를 찢는 공장 기적 소리와 음산한 오르간으로 시작한다. 이어 앙상블이 걸어 나와 관객에게 곧장 이 이발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알린다.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다. 선율에는 중세 가톨릭 장례 미사에서 부르던 성가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의 윤곽이 스며 있다. 이 노래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일곱 번 다시 나와 장면과 장면을 잇는 해설자 노릇을 한다. (귀환) 열다섯 해 만에 배를 타고 런던에 돌아온 스위니 곁에는 그를 구해 준 젊은 선원 앤서니가 있다. 「런던만 한 곳은 없다」에서 앤서니는 세상을 다 돌아봐도 이 도시만 한 곳이 없다며 들떠 있다. 같은 도시를 두고 스위니는 썩어 가는 구덩이라고 받아친다. 두 사람이 비슷한 말에 정반대의 감정을 싣는 장면이다. 스위니는 이어 「이발사와 그의 아내」에서 판사에게 아내를 빼앗기고 유배당한 사연을 남의 옛이야기처럼 들려준다. (파이) 플리트 가의 옛 이발소 아래층에는 파이 가게 주인 러빗 부인이 산다. 「런던 최악의 파이」에서 그녀는 반죽을 치대고 벌레를 쫓으며 쉴 새 없이 떠든다. 잘게 끊기는 반주가 바쁜 손놀림을 따라가며 희극의 박자를 만든다. 이어지는 「가엾은 것」에서 그녀는 스위니의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한다. 우아한 3박자 춤곡에 끔찍한 사연이 실리는데, 이렇게 음악과 내용이 어긋나는 화법이 여기서 처음 드러난다. (재회) 러빗 부인이 숨겨 두었던 면도칼을 돌려받자 스위니는 「나의 친구들」에서 칼에게 말을 건넨다. 연인에게 부르듯 다정한 노래다. 복수가 이제 그에게 남은 유일한 애정이라는 사실을 음악이 먼저 알려 준다.
앙상블이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알리며 막을 연다. 이후 장면이 바뀔 때마다 돌아와 극을 엮는 해설자 노릇을 한다.
- 선율 속에 중세 장례 미사 성가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의 윤곽이 숨어 있다. 죽음의 상징이 처음부터 깔리는 셈이다.
- 등장인물이 아닌 앙상블이 객석을 향해 직접 노래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극 밖에서 사건을 해설하던 합창단(코러스)의 방식을 빌린 것이다.
- 극 중에 일곱 번 다시 나오며, 그때마다 가사와 편성이 조금씩 바뀌어 이야기의 진행을 알린다.
- 2007년 영화판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는 대목이 빠지고 관현악 선율만 남았다. 무대판과 가장 크게 다른 점 가운데 하나다.
III. 새장 속의 새
(조안나) 앤서니는 길을 걷다 어느 집 창가의 처녀를 본다. 터핀 판사가 피후견인으로 데려다 키우는 조안나, 곧 스위니의 딸이다. 「초록 방울새와 홍방울새」에서 그녀는 새장 속 새들에게 갇힌 신세를 묻는다. 높은 음역에서 떨리듯 오르내리는 선율이 새소리이면서 그녀 자신의 처지가 된다. 앤서니는 「조안나」로 화답한다. 손드하임의 선율 가운데 가장 서정적인 곡으로 자주 꼽힌다. 그러나 반주는 같은 음형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되풀이해, 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조급한 마음까지 함께 들려준다. (판사) 판사는 그 피후견인과 결혼할 생각이다. 판사가 부르는 또 하나의 「조안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욕망을 털어놓는 섬뜩한 고백이다. 이 곡은 초연 직전 시험 공연(프리뷰) 기간에 잘렸다가 원 캐스트 음반과 이후의 공연에서 되살아났다. (시합) 스위니는 거리에서 약을 파는 이발사 피렐리에게 면도 시합을 걸어 단숨에 이름을 알린다. 「피렐리의 기적의 묘약」과 「시합」은 이탈리아 오페라 가수들의 과장된 꾸밈음을 흉내 낸 패러디다. 무거운 이야기 한가운데 웃음이 끼어드는 대목이다. 피렐리의 조수인 소년 토비도 여기서 처음 나온다. (기다림) 판사가 좀처럼 오지 않자 스위니는 애가 탄다. 러빗 부인은 「기다려요」로 그를 달랜다. 자장가처럼 낮게 흔들리는 노래지만, 너무 고요한 탓에 오히려 폭풍이 오기 직전의 정적처럼 들린다.
창가의 조안나에게 반한 앤서니가 부르는 사랑 노래다. 2막에서 이 선율이 전혀 다른 뜻으로 돌아온다.
- 노래는 길게 숨 쉬듯 흐르지만, 반주는 같은 짧은 음형을 쉬지 않고 되풀이하는 반복 음형(오스티나토)으로 들뜬 마음의 조급함을 그린다.
- 초연에서 앤서니 역은 훗날 배우로 널리 알려지는 빅터 가버가 맡았다.
- 같은 제목의 곡이 판사에게도 있다. 그쪽은 초연 프리뷰 기간에 잘렸다가 음반에서 되살아났다. 한 이름을 두고 순수한 사랑과 일그러진 욕망이 맞선다.
- 이 선율을 기억해 두면 2막 사중창에서 같은 가락이 체념의 노래로 바뀌는 순간이 훨씬 아프게 들린다.
IV. 면도칼 아래의 이중창
(기회) 마침내 판사가 스위니의 이발 의자에 앉는다. 조안나와 결혼하기 전에 몸단장을 하러 온 것이다. 스위니는 면도칼을 든 채 판사와 함께 「아름다운 여인들」을 부른다. 여인의 아름다움을 기리는 노래에서 두 남자의 목소리는 정답게 어우러지지만, 한 사람의 목에는 칼날이 닿아 있다. 선율이 다정할수록 객석은 더 숨을 죽인다. (붕괴) 그때 앤서니가 뛰어들어 조안나와 달아날 계획을 떠벌리고, 판사는 화를 내며 나가 버린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친 스위니는 「깨달음」에서 무너진다. 그는 세상 사람 모두가 죽어 마땅하다고 외치고, 객석을 향해 다가와 면도를 권하듯 말을 건다. 날카롭게 긁어 대는 현악기는 허먼의 「사이코」를 떠올리게 한다. 귀에 거슬리게 부딪치는 화음(불협화음) 속에서 박자와 조성(곡의 중심이 되는 음)이 계속 무너지며, 한 사람의 정신에 금이 가는 순간이 소리로 옮겨진다. (전환) 러빗 부인은 이 광기를 장사 밑천으로 바꾼다. 시체를 치울 방법이 필요한 스위니와 고깃값이 부담스러운 파이 가게의 사정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1막을 닫는 「작은 성직자」에서 두 사람은 창밖을 지나는 사람들을 직업별로 파이 재료에 빗대며 말장난을 주고받는다. 음악은 경쾌한 왈츠다. 이 끔찍한 농담을 왈츠로 부르게 한 덕분에 관객은 웃다가 문득 자기 웃음에 놀란다. (구조) 복수극이 연쇄 살인극으로 방향을 바꾸는 바로 이 자리에, 손드하임은 극에서 가장 비극적인 곡과 가장 우스운 곡을 나란히 놓았다.
면도칼이 판사의 목에 닿아 있는 순간 두 남자가 함께 부르는 찬가다. 극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이 가장 위험한 자리에 놓였다.
- 두 남자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어우러지는 화음(하모니)이 칼날의 긴장과 정반대여서, 그 어긋남이 서스펜스를 만든다.
- 느긋한 박자는 시간이 멈춘 듯한 효과를 낸다. 관객은 칼이 언제 움직일지 모른 채 노래를 따라가게 된다.
- 스위니에게는 복수의 순간이고 판사에게는 혼례를 앞둔 들뜬 순간이다. 같은 선율 위에서 두 사람의 속마음은 전혀 다르다.
- 영화판에서는 조니 뎁과 앨런 릭먼이 이 이중창을 불렀다.
기회를 놓친 스위니가 무너지며 온 세상을 향해 복수를 선언하는 대목이다. 한 인물의 정신이 갈라지는 과정을 음악이 그대로 따라간다.
- 날카롭게 긁어 대는 현악기 도입부는 버나드 허먼의 「사이코」를 떠올리게 한다. 손드하임은 허먼을 이 작품의 영향으로 직접 꼽았다.
- 박자와 조성(곡의 중심음)이 수시로 바뀌고, 귀에 거슬리게 부딪치는 화음(불협화음)이 이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을 그린다.
- 스위니가 객석으로 다가와 관객에게 말을 거는 대목이 있어, 듣는 이도 이 광기에서 비켜설 수 없다.
- 초연의 렌 캐리우는 이 역으로 토니상 뮤지컬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러빗 부인의 기막힌 사업 구상으로 1막이 끝난다. 끔찍한 내용을 경쾌한 왈츠에 실은 극 최대의 블랙코미디다.
- 흥겨운 3박자 왈츠가 소름 끼치는 농담을 감싼다. 관객이 웃다가 자기 웃음에 놀라도록 짜여 있다.
- 두 사람은 직업마다 말장난을 주고받는데, 손드하임의 촘촘한 운율(각운) 솜씨가 가장 화려하게 드러나는 곡으로 꼽힌다.
- 초연의 앤절라 랜즈베리는 희극 배우의 타이밍으로 이 곡을 이끌어 토니상 뮤지컬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 복수에만 매달리던 스위니가 처음으로 러빗 부인과 장단을 맞추는 곡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바뀌는 지점이기도 하다.
V. 파이 가게의 번성
(번영) 2막은 「맛있어라」로 연다. 러빗 부인의 가게는 손님으로 미어터지고, 위층의 스위니는 새로 들인 이발 의자로 손님을 맞는다. 파이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아는 관객에게는 군중의 합창이 흥겨울수록 더 서늘하게 들린다. (사중창) 「조안나」 2막 장면은 이 작품의 음악적 정점으로 꼽힌다. 앤서니는 갇힌 조안나를 찾아 런던을 헤매며 1막의 사랑 노래를 다시 부른다. 같은 선율에 스위니는 딸을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체념을 실어 노래하면서 손님을 하나씩 처리한다. 여기에 조안나와 구걸하는 여인의 목소리까지 끼어든다.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네 사람의 선율이 한 곡 안에서 따로 또 같이 겹치는, 손드하임의 대위법(여러 선율을 동시에 엮는 작곡법)이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꿈) 러빗 부인은 「바닷가에서」에서 스위니와 함께 바닷가 마을에 사는 꿈을 늘어놓는다. 영국 뮤직홀풍의 흥겨운 노래지만 스위니는 거의 대꾸하지 않는다. 러빗 부인 밑에서 일하게 된 소년 토비는 「내가 곁에 있는 한」에서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약속한다. 작품 전체에서 가장 순한 선율이다. (회수) 마지막 장면들은 대사 없이 음악으로만 이어진다. 정신병원 장면의 「포그의 파사칼리아」, 구걸하는 여인의 자장가, 판사의 귀환이 쉼 없이 맞물린다. 극 초반부터 무심히 흘려들었던 짧은 선율들, 곧 인물을 가리키는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들이 이 대목에서 하나씩 돌아와 제자리를 찾는다. 결말은 여기에 적지 않는다. 다만 음악이 처음부터 깔아 둔 실마리를 거두어들이는 솜씨만 보아도, 손드하임이 이 마지막을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앤서니의 연가와 스위니의 체념, 조안나와 구걸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한 곡 안에서 겹친다.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네 사람이 한 선율로 이어지는 사중창이다.
- 1막의 「조안나」 선율이 돌아온다. 앤서니에게는 여전히 희망의 노래지만, 스위니에게는 딸을 놓아 보내는 노래가 된다. 같은 선율이 정반대의 뜻을 띤다.
- 여러 선율을 동시에 엮는 작곡법(대위법)으로 서로 다른 감정이 한꺼번에 들린다. 학교 합창에서 성부마다 다른 가락을 부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동안 무대에서는 살인이 이어진다. 음악과 장면의 거리가 이 작품의 섬뜩함을 가장 잘 보여 준다.
- 구걸하는 여인의 짧은 목소리가 여기서도 끼어든다. 그녀의 선율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귀여겨들을 만하다.
소년 토비가 러빗 부인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는 노래다. 피비린내 나는 2막 한가운데 놓인 가장 순한 선율이다.
- 단순하고 자장가 같은 선율이 아이의 순진한 진심을 그린다. 극 전체에서 가장 장식이 적은 곡에 속한다.
- 토비가 진심일수록 듣는 쪽은 불안해진다. 다정한 노래가 오히려 긴장을 높이는 아이러니(반어)가 있다.
- 초연에서는 성인 배우 켄 제닝스가 토비를 맡았다. 영화판에서는 실제 소년인 에드 샌더스가 불러 느낌이 사뭇 다르다.
- 극 밖에서는 다정한 노래로 따로 불리는 일이 많다. 맥락을 떼어 내면 전혀 다른 곡처럼 들리는 손드하임 넘버의 좋은 예다.
VI. 다시 부르는 발라드
(에필로그) 모든 일이 끝나면 앙상블이 다시 나와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를 부른다. 막을 열 때와 같은 노래지만 이제 관객은 이야기의 끝을 안다. 합창은 이 이발사가 무대 위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객석을 향해 경고하며 막을 내린다. 같은 노래가 처음에는 구경거리로, 마지막에는 섬뜩한 거울로 들린다. (음반) 초연 후 2주도 안 되어 녹음된 RCA 원 캐스트 음반은 노래뿐 아니라 반주 음악과 대사까지 상당 부분 담은 두 장짜리였다. 당시 캐스트 음반으로는 드문 규모였다. 이 음반은 그래미 최우수 캐스트 쇼 앨범상을 받았고, 훗날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가녹음등록부에 올랐다. (변주) 작품은 그 뒤 여러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2005년 존 도일이 연출한 브로드웨이 재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연기했다. 2007년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를 앞세웠고, 노래를 크게 줄이면서 발라드의 노랫말도 덜어 냈다. 2023년 브로드웨이 재공연은 조너선 튜닉의 26인조 원래 관현악 편곡(오케스트레이션)을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다시 들려주었다. (유산) 1984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를 시작으로 같은 해 뉴욕 시티 오페라 등 여러 오페라 극장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어지는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이 한 시대를 이룬 것도 이 작품이 나온 뒤의 일이다. 손드하임은 2021년 세상을 떠났다.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에 선 「스위니 토드」는 지금도 두 세계 모두의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덜 알려진 이야기
(실존설) 스위니 토드가 실제 인물이라는 이야기는 지금도 자주 들린다. 작가 피터 헤이닝은 1801년 런던 중앙형사법원(올드 베일리)에서 이 이발사의 재판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당시 재판 기록과 신문을 찾아보았어도 그런 사건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19세기 중반 연재소설이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무대와 영화가 인기를 끌수록 실존설도 함께 퍼져, 전설과 기록의 차이는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음반 연출) 1979년 원 캐스트 음반은 공연을 그대로 녹음한 기록이 아니었다. 미국 의회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제작자 토머스 Z. 셰퍼드는 공장 기적 소리를 넣었고, 이발 의자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장면을 휙 하는 소리와 철퍼덕 하는 소리로 만들어 좌우 스피커 사이를 오가게 했다. 「런던 최악의 파이」 같은 곡은 템포를 높였고, 「바닷가에서」에는 무대와 다른 관현악 마무리를 붙였다. 셰퍼드는 같은 효과음을 넣어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의 디스코 판까지 만들었다. 이런 사정은 음반 해설에나 남아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복원) 판사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부르는 「조안나」와 면도 시합 장면의 일부는 초연 프리뷰 기간에 잘렸다. 극의 흐름을 위해 덜어 낸 것이었는데, 음반에는 다시 실렸고 그때 극의 흐름에 더 잘 맞는 자리로 옮겨졌다. 오늘날 많은 관객이 원형으로 아는 판본은 사실 브로드웨이 첫 무대가 아니라 이 음반을 거쳐 다듬어진 것이다. (장르) 이 작품은 오페라 극장에서도 공연되지만, 손드하임은 오페라라는 이름표에 신중했다. 어느 극장에서 어떤 관객 앞에 서느냐가 장르를 정한다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다. 오페라와 뮤지컬 어느 한쪽에 넣기 어렵다는 점이 이 작품이 두 무대를 모두 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용어 노트 📚🔎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라이트모티프(Leitmotiv)는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이다. 짧은 선율이 듣는 이를 특정 인물이나 생각 쪽으로 이끈다는 뜻이 이름에 담겨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물, 감정에 짧은 선율을 하나씩 붙여 두고, 그것이 다시 나올 때마다 그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기법이다. 「스위니 토드」에서는 인물마다 이런 선율이 있어서, 극 후반에 짧은 가락만 들려도 누구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올 때마다 같은 음악이 깔리면 화면을 보지 않아도 보스가 나온 줄 아는 것과 같다.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
(말뜻) 라틴어 Dies Irae는 진노(irae)의 날(dies)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마지막 날에 내려질 심판을 노래한 중세 성가의 첫 구절에서 이름이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가톨릭 장례 미사에서 부르던 단선율 성가로, 그 첫 몇 음은 서양 음악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신호처럼 쓰여 왔다. 많은 작곡가가 공포나 죽음의 장면에 이 선율을 슬쩍 넣었고, 손드하임도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에 그 윤곽을 녹였다. 운동회에서 특정 음악만 나오면 다들 계주가 시작되는 줄 아는 것처럼, 이 몇 음만 들려도 오래 들어 온 사람은 죽음의 기운을 느낀다.
대위법
(말뜻) 대위법(對位法)은 음과 음을 마주(對) 세우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영어 counterpoint의 라틴어 뿌리 punctus contra punctum도 음표 대 음표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독립된 선율 여러 개를 동시에 울리면서 서로 어울리게 엮는 작곡법이다. 「조안나」 2막 장면처럼 네 인물이 저마다 다른 가락과 감정을 노래하는데도 하나의 음악으로 들리게 만든다. 돌림노래에서 친구들이 같은 가락을 시차를 두고 불러도 엉키지 않고 어울리는 것이 가장 쉬운 대위법이다. 대위법은 여기서 더 나아가 처음부터 서로 다른 가락을 겹치기도 한다.
불협화음
(말뜻) 불협화음(不協和音)은 서로 잘 어울리지(協和) 않는(不) 소리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동시에 울릴 때 긴장되거나 거슬리게 들리는 음들의 조합이다. 작곡가는 불안이나 공포, 혼란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쓴다. 「깨달음」에서 부딪치는 화음은 스위니의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을 때 온몸이 움찔하는 것처럼, 불협화음은 듣는 사람 몸을 먼저 긴장시킨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사람이나 집단 사이의 다툼과 마찰을 빗대는 말로도 쓴다.
파사칼리아
(말뜻) 스페인어 pasacalle에서 온 말로, 거리(calle)를 지나간다(pasar)는 뜻이다. 원래 거리를 걸으며 연주하던 짧은 음악을 가리켰다고 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낮은 음역에서 같은 짧은 선율을 계속 되풀이하고, 그 위에서 다른 선율과 화음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형식이다. 「포그의 파사칼리아」에서는 이 끝없는 반복이 정신병원의 갇힌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줄넘기할 때 친구들이 돌리는 줄의 박자는 똑같은데 뛰는 사람이 동작을 계속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
그랑 기뇰
(말뜻) 프랑스어로 큰(grand) 기뇰이라는 뜻이다. 기뇰은 프랑스 인형극의 주인공 이름이고, 1897년 파리에 문을 연 공포극 전문 극장 이름이 이 장르의 이름이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살인이나 피 같은 끔찍한 장면을 무대에서 대놓고 보여 주는 공포극 전통을 말한다. 「스위니 토드」는 이 전통에 희극과 아름다운 음악을 섞어, 관객이 무서워하면서도 웃게 만든다. 친구들끼리 귀신 이야기를 하다가 일부러 큰 소리로 놀래켜 놓고 다 같이 웃는 분위기와 닮았다.
관현악 편곡(오케스트레이션)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작곡가가 쓴 선율과 화음을 어떤 악기가 어떻게 나누어 연주할지 정하는 작업이다. 같은 노래도 바이올린이 맡느냐 금관악기가 맡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스위니 토드」는 조너선 튜닉이 26인조 편성으로 편곡해 무겁고 음산한 색을 냈다. 같은 재료로 요리해도 굽느냐 찌느냐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른 것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