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전자음이 미래를 상징하던 시절에, 가장 먼 은하계의 이야기를 19세기 낭만주의 관현악과 옛 할리우드 활극의 말투로 들려준 음악이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존 윌리엄스
스필버그의 추천으로 합류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음악 전체를 썼다.
- 감독조지 루카스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관현악 영화음악이라는 방향을 윌리엄스와 함께 정했다.
- 제작게리 커츠
제작자로서 영국 엘스트리 스튜디오와 튀니지 촬영을 꾸려 갔다.
- 주연마크 해밀
사막 농장 소년에서 조종사가 되는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했다.
- 주연캐리 피셔
구출을 기다리기보다 탈출로를 직접 뚫는 레이아 공주를 연기했다.
- 주연해리슨 포드
밀레니엄 팔콘의 선장 한 솔로를 연기했다.
I. 은하계로 가는 관현악
(추천) 1976년 조지 루카스가 우주 활극 「스타워즈」를 준비할 때 작곡가를 소개한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스필버그는 「죠스」에서 함께 일한 존 윌리엄스를 추천했다. 윌리엄스는 1932년 뉴욕주에서 태어났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편곡자로 경력을 쌓았고, 영화판 「지붕 위의 바이올린」 편곡과 「죠스」로 이미 아카데미상을 받은 사람이었다. (방향) 루카스는 편집 단계에서 기존 관현악곡을 임시 음악(템프 트랙)으로 깔아 두었다. 낯선 행성과 생물이 가득한 영화일수록 음악은 관객에게 익숙한 감정의 언어여야 한다는 판단이었고, 윌리엄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당시 SF 영화는 전자음 쪽으로 기울고 있었지만, 그는 19세기 후반 낭만주의 관현악과 1930~40년대 할리우드 활극의 화법을 골랐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블레이드 러너」가 신시사이저로 미래 도시를 그린 것과는 정반대의 선택이었다. (녹음) 녹음은 1977년 3월 영국 데넘의 앤빌 스튜디오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여덟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윌리엄스가 직접 지휘했고, 허버트 스펜서·알렉산더 커리지·앤절라 몰리 등이 관현악 편곡(오케스트레이션)을 거들었다. 완성된 음악은 영화 대부분을 채울 만큼 많은 분량이었다. (설계) 윌리엄스는 인물과 힘마다 짧은 선율을 붙이는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로 음악을 짰다. 주인공의 주제, 공주의 주제, 보이지 않는 힘의 주제가 이야기 내내 모습을 바꾸며 돌아온다.
II. 첫 화음
(정적) 스튜디오 팡파르가 끝나면 검은 화면에 '오래 전 멀고 먼 은하계에서'라는 문구가 소리 없이 떠오른다. 이 짧은 정적 덕분에 다음 순간이 더 크게 다가온다. (폭발) 금관이 전체 합주로 한 화음을 터뜨리고 제목이 화면 안쪽으로 물러난다. 트럼펫이 짧은 신호를 울린 뒤 주선율이 큰 폭으로 뛰어오르고, 노란 자막이 은하계의 내전을 설명하며 위로 흘러간다. 극장에 앉은 관객은 첫 1분 만에 이 영화가 어떤 장르의 약속을 하는지 알게 된다. (추격) 자막이 끝나면 음악은 잦아들고 카메라가 행성 쪽으로 내려간다. 작은 반란군 함선이 거대한 제국 전함에 쫓기는 장면에서는 현악의 빠른 음형과 금관의 날카로운 화음이 몰아친다. 1977년 음반에서는 이 대목이 「제국의 공격」이라는 곡으로 묶였다. (제국) 검은 갑옷의 다스 베이더가 함선에 들어선다. 오늘날 그를 상징하는 「제국의 행진」은 1980년 속편에서 처음 나온 곡이고, 이 영화에서 제국은 짧고 어두운 금관 동기로만 표시된다. (음향) 이 장면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 아닌 소리다. 음향 디자이너 벤 버트는 스쿠버 호흡기 소리로 베이더의 숨소리를 만들었고, 영사기 모터 소리에 텔레비전 잡음을 섞어 광선검의 울림을 만들었다. 이 작업으로 그는 아카데미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윌리엄스의 음악은 이런 소리들을 덮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 주는 법도 알았다.
정적 뒤에 금관 화음이 터지며 자막이 흘러가는 첫 장면의 음악이다. 이 곡이 영화 전체의 어조를 정한다.
- 첫 화음 직후 트럼펫이 한 박을 셋으로 쪼갠 리듬(셋잇단음표)으로 신호를 울린다. 군대의 나팔처럼 출발을 알리는 소리다.
- 주선율이 처음부터 크게 위로 뛰어오른다. 이 선율이 주인공 루크를 가리키는 주제(유도동기)가 되어 시리즈 내내 돌아온다.
- 곡조가 코른골트의 「킹스 로」 같은 1940년대 할리우드 활극 음악과 닮았다는 비교가 자주 나온다. 윌리엄스가 의도적으로 옛 영화의 말투를 빌려 온 것으로 본다.
- 이 곡은 그래미 최우수 기악 작곡상을 받았고, 싱글로도 빌보드 핫 100 10위에 올랐다.
- 끝부분에서 음악이 갑자기 잦아들고 불안한 화음으로 바뀐다. 카메라가 행성 쪽으로 내려가며 추격 장면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III. 두 개의 태양
(사막) 두 로봇은 사막 행성 타투인에 떨어진다. 고물을 주워 파는 작은 종족 자와가 등장하면 음악은 목관악기 쪽으로 무게를 옮긴다. 바순과 오보에가 장난스럽게 주고받는 선율(1977년 음반의 「작은 사람들의 일」)은 위협이라기보다 수상쩍은 상인들의 분주함처럼 들린다. (홀로그램) 농장 소년 루크가 로봇을 손보다가 공주의 홀로그램 메시지를 보게 된다. 이때 레이아 공주의 주제가 처음 스친다. 반쯤 잘린 메시지와 그 뒤의 선율이 루크를 집 밖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동경) 삼촌에게 떠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루크가 밖으로 나가 두 개의 해가 지는 지평선을 바라본다. 대사는 없고, 호른이 길고 느린 선율을 부르며 현악이 그 밑을 받친다. 단조의 빛깔로 시작한 선율이 장조 쪽으로 열리면서 끝나, 체념과 희망이 한 호흡에 담긴다. (포스) 이 선율은 처음에는 노기사 벤 케노비와 연결되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포스라는 보이지 않는 힘 전체를 가리키는 주제가 된다. 이후 시리즈에서 누군가 결단을 내리거나 운명 앞에 서는 순간이면 거의 어김없이 이 선율이 돌아온다. 아홉 편에 걸친 이 주제의 긴 여정은 이 노을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홀로그램 속 공주의 메시지에 처음 스치는 선율이다. 음반에서는 4분이 넘는 독립된 곡으로 다듬어졌다.
- 플루트가 혼자 여는 도입부 뒤에 호른이 주선율을 이어받는다. 맑은 목관과 따뜻한 금관이 차례로 그녀의 두 얼굴을 그리는 것처럼 들린다.
- 영화 속에서는 짧은 조각으로만 나오지만 1977년 음반에서는 연주회용 곡으로 길게 펼쳐진다. 영화와 음반을 비교해 들어 볼 만하다.
- 선율은 서정적이지만 이 주제의 주인공은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다. 낭만적인 선율과 단호한 인물 사이의 거리가 이 곡의 묘미다.
- 이 선율은 2016년 외전 「로그 원」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인용되어 오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떠나지 못하는 루크가 두 개의 해가 지는 지평선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포스의 주제가 처음으로 온전히 울린다.
- 호른이 혼자 길게 선율을 부르고 현악이 밑을 받친다. 호른은 멀리서 부르는 소리처럼 들리는 악기라서 지평선 너머를 향한 동경에 잘 어울린다.
- 어두운 단조풍으로 시작한 선율이 밝은 장조 쪽으로 열리며 끝난다. 체념과 희망이 한 문장 안에 함께 있다.
- 이 선율은 처음에는 벤 케노비와 연결되었다가 포스 전체를 가리키는 주제로 넓어졌다. 시리즈에서 가장 자주 돌아오는 유도동기가 되었다.
- 대사 한 줄 없이 음악만으로 인물의 속마음을 전하는 장면으로 자주 꼽힌다.
IV. 항구 도시의 악단
(스승) 루크는 사막의 은둔자 벤 케노비를 만나 아버지의 광선검을 받고 포스에 대해 듣는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포스의 주제가 낮은 현악에서 조용히 떠오르고, 음악은 설명보다 먼저 이 노인이 무엇을 지키며 살아왔는지를 알려 준다. (출발) 집으로 돌아온 루크 앞에는 불탄 농장이 있다. 음악은 짧게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고, 루크는 떠나기로 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개인적인 전환이 금관 없이 현악만으로 처리된다. (술집) 항구 도시 모스 아이슬리의 술집에서는 화면 속 악단이 직접 연주한다. 등장인물의 귀에도 들리는 이런 음악을 극중 음악(디제틱 음악)이라고 한다. 윌리엄스는 먼 미래의 생물들이 1930년대 벤 굿맨 악단의 스윙 악보를 우연히 주워 자기들 식으로 연주한다고 상상하며 이 곡을 썼다고 회고했다. 귀에 익은 스윙 리듬과 낯선 음색이 섞이면서 이 술집은 친근하면서도 이질적인 곳이 된다. (행운) 여기서 루크와 벤은 밀수꾼 한 솔로와 털북숭이 부조종사 츄바카를 고용한다. 낡은 화물선 밀레니엄 팔콘이 제국군의 포화를 뚫고 뛰쳐나갈 때 음악은 다시 관현악 활극으로 돌아온다. (비극) 같은 시각 제국의 요새 데스 스타에서는 레이아의 고향 행성 앨더란이 파괴된다. 짧은 큐(장면 하나에 맞춰 쓴 음악 토막) 속에서 금관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이 요새의 힘을 드러낸다.
모스 아이슬리 술집에서 화면 속 악단이 직접 연주하는 곡이다. 낯선 생물들의 세계를 귀에 익은 스윙 리듬으로 그렸다.
- 등장인물에게도 들리는 극중 음악(디제틱 음악)이다. 관현악 배경음악 사이에서 이 곡만 술집 악단의 소리로 따로 선다.
- 윌리엄스는 먼 미래의 생물들이 1930년대 벤 굿맨 악단의 스윙 악보를 주워 자기들 식으로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썼다고 회고했다.
- 트럼펫과 클라리넷, 색소폰 같은 재즈 악기에 스틸 드럼과 전자 건반의 음색이 섞여 있다. 익숙한 춤곡이 어딘가 어긋나게 들리는 이유다.
- 2004년 확장판 음반에는 같은 술집에서 흐르는 다른 곡 「Cantina Band #2」도 함께 실렸다.
V. 요새 안의 공주
(잠입) 팔콘은 데스 스타의 견인 광선에 붙잡혀 끌려 들어간다. 일행은 화물칸에 숨었다가 경비병의 갑옷을 빼앗아 입고 요새 안으로 들어간다. 이 대목의 음악은 짧은 큐를 이어 붙이듯 진행되어 긴장과 익살을 오간다. (구출) 루크와 한이 감옥 구역에서 레이아를 찾아낸다. 그런데 구출된 공주는 기다리는 쪽이 아니라 직접 탈출로를 뚫는 쪽이다. 음악도 그녀를 보호받는 인물로만 그리지 않는다. 앞서 홀로그램에서 스쳤던 그녀의 주제가 이제 사람의 얼굴을 얻는다. (위기) 쓰레기 압축기에서 벽이 좁혀 오는 장면(1977년 음반의 「벽이 다가온다」)에서는 낮은 음역이 조금씩 차오르며 공간이 줄어드는 감각을 만든다. 끊어진 다리 위로 줄을 타고 건너는 장면에서는 활극 영화의 전통이 그대로 살아난다. (결투) 그 사이 벤은 홀로 견인 광선을 끄러 가고, 결국 옛 제자 다스 베이더와 마주한다. 두 노장의 광선검 결투에서 음악은 오히려 절제되고,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장면을 이끈다. 결투의 끝을 보고 루크가 외치는 순간 영화의 무게 중심이 옮겨 간다. 지켜 주던 스승의 자리가 비고, 루크는 이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반격) 탈출한 팔콘에 제국 전투기 TIE 파이터가 달려든다. 음악은 슬픔에서 활극으로 단숨에 넘어가고, 1977년 음반은 이 두 장면을 한 트랙으로 묶었다.
스승을 잃은 슬픔과 곧바로 이어지는 공중전을 한 트랙에 묶었다. 영화가 가장 빠르게 감정을 바꾸는 대목이다.
- 결투 장면에서 음악은 절제되고 광선검 소리가 앞으로 나선다. 음악이 물러나 있기 때문에 이어지는 슬픔이 더 크게 들린다.
- 슬픔의 대목에서는 현악이 길게 늘어진다. 앞에서 들은 주제들의 빛깔이 어둡게 바뀌어 겹치는 것처럼 들린다.
- TIE 파이터가 나타나면 금관이 짧고 날카로운 리듬으로 몰아친다. 1940년대 공중전 영화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활기가 있다.
- 애도에서 활극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아주 짧다. 이 영화가 감정을 길게 붙잡기보다 이야기를 앞으로 미는 방식을 보여 준다.
VI. 마지막 전투
(기지) 일행은 숲속 위성에 있는 반란군 기지에 닿는다. 레이아가 지켜 낸 설계도에서 데스 스타의 작은 약점이 드러나고, 조종사들은 작전 설명을 듣고 전투기에 오른다. 이곳에서 루크는 한 사람의 조종사가 된다. 한편 한 솔로는 보상을 챙겨 떠날 채비를 한다. (합주) 1977년 음반의 「마지막 전투」는 12분이 넘어 LP 한 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란군의 짧은 팡파르와 제국의 어두운 동기, 주인공의 주제가 서로 끼어들고 밀어내며 공중전의 형세를 따라간다. 화면에서는 무전 교신과 엔진 소리가 음악과 번갈아 앞으로 나서고, 루카스는 최종 믹스에서 장면에 따라 그 비중을 조절했다. (참호) 마지막 공격은 요새 표면에 파인 좁은 참호를 따라 날아가는 비행이다. 동료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루크의 기체만 남은 순간, 그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고 포스의 주제가 돌아온다. 사막의 노을 장면에서 동경을 담았던 그 선율이 이번에는 믿음과 결단을 이야기한다. 같은 선율이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서 다른 뜻을 지니게 되는 것이 유도동기의 힘이다. (전환) 마지막 몇 분 동안 음악은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꾼다. 무엇이 그 방향을 바꾸는지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기를 권한다. 다만 그 자리에서 금관이 어떤 화음을 고르는지를 들어 보면 이야기가 어디로 기우는지 알 수 있다.
반란군 기지에서 출격해 요새의 참호로 뛰어드는 마지막 공격을 따라가는 12분짜리 곡이다.
- 반란군의 짧은 팡파르와 제국의 어두운 금관 동기가 번갈아 끼어든다. 화면 속 형세가 음악 안에서 밀고 당기는 싸움으로 들린다.
- 참호 비행의 결정적인 순간에 포스의 주제가 돌아온다. 사막의 노을 장면에서 동경을 담았던 선율이 여기서는 결단을 말한다.
- 영화에서는 무전 교신과 엔진 소리가 음악과 자리를 나눠 갖는다. 음반으로 들어야 이 곡이 하나의 긴 구조로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 2004년 확장판 음반에서는 같은 대목이 「The Battle of Yavin」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VII. 왕좌의 방
(의식) 영화는 넓은 홀에서 열리는 의식으로 끝난다. 대사는 거의 없고 음악이 장면을 맡는다. 윌리엄스는 이 장면을 위해 앞에서 나오지 않은 새 행진곡 선율을 썼다. 엘가풍 영국 의전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넉넉한 걸음걸이에 금관과 현악이 함께 실려 온다. (회상) 의식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로 넘어가면 앞에서 들었던 주제들이 차례로 돌아온다. 첫 장면을 열었던 주선율, 공주의 선율, 반란군의 팡파르가 짧은 메들리처럼 이어진다. 이야기가 들려준 감정들을 관객에게 한 번 더 정리해 주는 마무리다. (반향) 영화의 성공과 함께 음반도 크게 팔렸다. 두 장짜리 사운드트랙 LP는 빌보드 앨범 차트 2위까지 올랐고, 교향악 음반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꼽힌다. 윌리엄스는 아카데미 음악상,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상, 그래미상을 받았고, 2005년 미국영화연구소는 이 음악을 미국 영화음악 1위로 선정했다. 2004년에는 미국 의회도서관 국가녹음등록부에 이름을 올렸다. (유산) 무엇보다 이 음악 이후 할리우드는 다시 대편성 관현악 영화음악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해 연말에 윌리엄스의 「미지와의 조우」가 개봉했고, 1980년 속편에서는 「제국의 행진」이 더해졌다. 주제들의 목록은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늘어났지만 출발점은 1977년의 이 88분이었다.
대사 없는 마지막 의식과 엔딩 크레디트를 잇는 곡이다. 새 행진곡이 나온 뒤 영화의 주제들이 차례로 돌아온다.
- 의식 장면에서 처음 들리는 행진곡 선율은 영국 의전 음악처럼 여유 있게 걷는다. 승리의 함성보다 품위 있는 예식에 가깝다.
- 엔드 타이틀로 넘어가면 주선율과 공주의 선율이 다시 이어진다. 두 시간 동안 들은 유도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사하는 셈이다.
- 이 곡은 예전 음반들에서 원래보다 빠르고 높게 재생되어 왔다. 2017~2018년 디즈니 리마스터에서 속도와 음높이가 바로잡혔다.
- 연주회에서 「스타워즈」 모음곡의 마무리로 자주 연주되며, 원작 영화를 모르는 청중에게도 익숙한 곡이 되었다.
덜 알려진 이야기
음반 표지에는 존 윌리엄스의 이름만 크게 적혀 있지만, 악보를 관현악 편성으로 옮기는 작업에는 여러 사람이 참여했다. 그중 알렉산더 커리지는 텔레비전 시리즈 「스타 트렉」의 주제곡을 작곡한 사람이고, 앤절라 몰리는 영국 방송과 영화계에서 오래 활동한 편곡자였다. 작곡가가 짠 스케치를 편곡자들이 총보로 완성하는 것은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따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고, 이들의 이름은 지금도 음반 해설의 크레디트 목록에만 남아 있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이 들어 온 「왕좌의 방과 엔드 타이틀」은 사실 원래 녹음보다 빠르고 높게 재생된 판본이었다. 이 차이는 2017~2018년 디즈니의 디지털 리마스터에서 바로잡혔다. 귀에 익은 소리가 원본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그 뒤 음향 전문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로 이야기되었다. 녹음 장소도 런던 시내의 유명 스튜디오가 아니었다. 녹음은 런던 서쪽 데넘의 앤빌 스튜디오에서 1977년 3월 여덟 번의 세션으로 끝났고, 제작 책임자로 루카스가, 감독으로 20세기 폭스 음악부장 라이어널 뉴먼이 이름을 올렸다. 뉴먼은 영화 첫머리 스튜디오 팡파르를 작곡한 앨프리드 뉴먼의 동생이다. 같은 해 가을 미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윌리엄스의 원곡이 아니었다. 프로듀서 미코가 이 주제를 디스코로 편곡한 판본이 1977년 10월 1위를 차지했다. 관현악 음반이 역대 가장 많이 팔린 교향악 앨범이 되는 동안, 대중의 춤곡 차트에서는 이 선율이 디스코 리듬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용어 노트 📚🔎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에서 왔다. leiten은 이끌다, Motiv는 짧은 악상을 뜻해, 이야기를 이끄는 짧은 선율이라는 뜻이 된다. 한국어 유도동기(誘導動機)도 이끄는(誘導) 동기라는 같은 뜻을 옮겼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장소, 힘을 가리키도록 정해 둔 짧은 선율이다. 그 선율이 들리면 관객은 화면에 그 인물이 없어도 그를 떠올린다. 축구 경기에서 특정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응원단이 같은 응원가를 부르면 눈을 감고 있어도 누가 공을 잡았는지 아는 것과 비슷하다. 「스타워즈」에서는 포스의 주제가 이 역할을 가장 분명하게 한다. (다른 데서는) 문학이나 영화 비평에서는 작품 안에서 되풀이되며 의미를 쌓는 이미지나 소재를 가리킬 때도 쓴다.
팡파르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트럼펫 같은 금관악기가 짧고 힘차게 울리는 신호 음악이다. 무언가가 시작되거나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고 알리는 데 쓴다. 영화관에서 스튜디오 로고와 함께 나오는 짧은 음악, 「스타워즈」 첫 화면에서 터지는 금관의 신호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운동회에서 달리기 출발 전에 울리는 호루라기나 나팔처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모두에게 알리는 소리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요란한 축하나 떠들썩한 홍보를 빗대어 '팡파르를 울렸다'고 쓰기도 한다.
템프 트랙
(말뜻) 영어 temporary track의 줄임말로, 임시(temporary)로 깔아 둔 소리 트랙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작곡가의 음악이 완성되기 전에 감독과 편집자가 장면의 분위기를 잡으려고 기존 음악을 임시로 붙여 두는 것이다. 루카스는 「스타워즈」 편집 때 홀스트의 「행성」 같은 관현악곡을 템프 트랙으로 썼다. 작곡가에게는 감독이 원하는 방향을 알려 주는 지도가 되지만, 너무 익숙해지면 감독이 새 음악보다 임시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모둠 발표를 준비할 때 진짜 사진을 구하기 전에 비슷한 그림을 임시로 붙여 두는 것과 같다.
관현악 편곡(오케스트레이션)
(말뜻) 관현악(管絃樂)은 관(管, 관악기)과 현(絃, 현악기)이 함께하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은 그 음악을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에 나눠 주는 일을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작곡가가 쓴 선율과 화음을 어느 악기가 연주할지 정해 실제 연주용 악보로 옮기는 작업이다. 같은 선율이라도 플루트가 부르느냐 호른이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린다. 할리우드에서는 작곡가가 스케치를 쓰고 여러 편곡자가 이 작업을 나눠 맡는 경우가 많다. 반 합창을 준비할 때 지휘자가 이 부분은 소프라노, 저 부분은 남학생들이 부르자고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큐
(말뜻) 영어 cue는 원래 연극에서 배우에게 대사나 등장할 차례를 알리는 신호를 뜻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의 특정 장면에 맞춰 시작하고 끝나도록 쓴 음악 한 토막을 말한다. 영화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한 곡이 아니라 수십 개의 큐로 이루어지고, 큐마다 몇 초짜리도 있고 몇 분짜리도 있다. 사운드트랙 음반은 이런 큐들을 골라 묶거나 이어 붙여 만든다. 학교 연극에서 막이 오르는 순간과 주인공이 넘어지는 순간에 각각 다른 효과음을 트는 것처럼, 장면마다 정해진 소리 토막이다. (다른 데서는) 방송 현장에서는 진행자에게 시작하라는 신호를 줄 때 큐 사인이라는 말을 쓴다.
극중 음악(디제틱 음악)
(말뜻) 디제틱은 이야기 속 세계를 뜻하는 그리스어 diegesis에서 왔다. 이야기 세계 안에 실제로 있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화면 속 인물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술집 악단의 연주,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관객에게만 들리는 배경 관현악은 비디제틱 음악이라고 한다. 「스타워즈」의 술집 장면에서 흐르는 칸티나 밴드가 대표적인 극중 음악이다. 게임에서 캐릭터가 들어간 가게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극중 음악이고, 전투가 시작되면 깔리는 배경음악은 그렇지 않은 음악이다.
장조와 단조
(말뜻) 장조(長調)와 단조(短調)의 장(長)과 단(短)은 길다와 짧다는 뜻이다. 으뜸음에서 세 번째 음까지의 거리가 넓은 음계를 장조, 좁은 음계를 단조라 부른 데서 나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대체로 장조는 밝고 단단하게, 단조는 어둡거나 쓸쓸하게 들린다. 영화음악에서는 같은 선율을 장조에서 단조로, 또는 그 반대로 바꾸어 장면의 뜻을 뒤집는 일이 많다. 「스타워즈」의 포스 주제는 단조의 빛깔로 시작해 장조 쪽으로 열린다. 생일 축하 노래를 단조로 바꿔 부르면 갑자기 슬픈 노래처럼 들리는데, 장조와 단조의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스윙
(말뜻) 영어 swing은 흔들리다라는 뜻이다. 몸이 저절로 흔들리게 되는 리듬감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30~40년대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재즈 형식이자 그 특유의 리듬을 말한다. 박자를 똑같이 나누지 않고 앞은 길게, 뒤는 짧게 튕기듯 연주해서 걷는 듯 흔들리는 느낌이 난다. 벤 굿맨 같은 빅밴드 리더가 대표적이고, 「스타워즈」의 칸티나 밴드가 이 양식을 외계 악단의 말투로 바꿔 놓았다. 줄넘기를 할 때 두 번 뛰는 박자 중 하나를 살짝 길게 끌면 몸이 자연스럽게 출렁이는데, 그 출렁임이 스윙이다. (다른 데서는) 야구나 골프에서는 배트나 클럽을 휘두르는 동작을 스윙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