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재즈의 즉흥과 신시사이저의 정적을 나란히 놓아, 삶과 그 사이의 공간을 서로 다른 손으로 그린 음악이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존 바티스트
실제 활동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로, 조 가드너가 연주하는 모든 곡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했다.
- 작곡가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와 함께 사후 세계 장면의 신시사이저 음악을 맡았다.
- 작곡가애티커스 로스
레즈너의 오랜 공동 작업자로, 두 사람이 함께 전자음 스코어를 완성했다.
- 감독피트 닥터
두 세계를 다른 음악 언어로 그리기로 결정한 사람이다.
- 주연제이미 폭스
조 가드너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 주연티나 페이
22번 영혼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I. 두 개의 음악, 하나의 영화
(분업) 소울의 음악은 처음부터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주인공 조 가드너가 몸담은 뉴욕 재즈 클럽의 세계는 재즈 피아니스트 존 바티스트가 맡았고, 조가 죽음 이후 떨어지는 영혼들의 세계는 신시사이저 음악가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맡았다. 감독 피트 닥터는 두 세계를 다른 음악 언어로 그리려 했고, 그 결정이 영화 전체의 뼈대를 이뤘다. (작곡가) 레즈너와 로스는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의 활동을 함께해 온 사이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바 있다. 두 사람은 오케스트라 대신 신시사이저와 전자음을 다루는 데 익숙한 사운드 디자이너였고, 닥터는 그 낯선 음향이 사후 세계를 그리는 데 맞겠다고 판단했다. (재즈) 바티스트는 실제로 활동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밴드리더다. 그는 조 가드너가 연주하는 모든 곡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했으며, 그 손놀림은 애니메이터들이 화면 속 조의 손을 그릴 때 그대로 참고한 자료가 됐다. (구성)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하나의 사운드트랙 안에서 두 얼굴을 갖게 됐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작업은 훗날 나란히 아카데미 음악상으로 이어졌다.
II. 재즈 교사의 꿈
(꿈) 조 가드너는 중학교 밴드 교사로 일하지만 마음은 늘 재즈 피아노 앞에 있다. 영화는 그의 이 꿈을 처음부터 바티스트의 재즈 피아노로 들려준다. (질감) 바티스트가 쓴 이 재즈 선율은 관현악이 아니라 피아노와 리듬 섹션으로만 이뤄져 있어, 조가 발 딛고 있는 현실 세계의 소박한 온도를 지킨다. (대비) 이 장면의 따뜻한 재즈는 뒤에 이어질 사후 세계의 차가운 전자음과 뚜렷이 대비되도록 미리 설계됐다. 관객은 아직 그 대비를 눈치채지 못하지만, 음악은 이미 다음 장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노래로, 커티스 메이필드의 곡을 존 바티스트가 새로 편곡해 불렀다.
- 이 곡은 커티스 메이필드가 1963년 쓴 원곡을 존 바티스트가 새롭게 편곡해 크레딧에서 노래 형태로 다시 들려준다.
III. 하프노트의 오디션
(기회) 조는 옛 제자의 소개로 색소포니스트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콰르텟 오디션을 보게 된다. 재즈 클럽 하프노트는 실제로 20세기 중반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있었던 같은 이름의 재즈 명소를 떠올리게 한다. (연주) 오디션에서 조가 치는 곡은 바티스트가 직접 연주해 기록한 즉흥곡으로, 정해진 악보보다 그 순간의 감정을 따라가는 재즈 특유의 화법을 그대로 담았다. (합격) 곡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조의 표정과 화면의 색이 함께 밝아지며, 음악만으로 그가 오랜 꿈에 다가섰다는 사실을 전한다. (예고) 그러나 이 기쁨의 순간 바로 뒤에서 화면은 어두워지고, 음악도 조용히 자취를 감춘다. 이 장면 전환의 방식이 이어질 이야기의 성격을 미리 알린다.
오디션 장면에서 조가 실제로 연주하는 곡으로, 그 순간의 판단을 따라가는 재즈 즉흥연주의 화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 도입부의 느슨한 템포가 점점 조여들며 오디션이라는 긴장을 음악만으로 전한다.
- 즉흥 독주 구간은 바티스트의 실제 연주를 그대로 담은 것으로, 애니메이터들은 이 연주 영상을 참고해 조의 손동작을 그렸다.
- 곡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의 화음 진행이 화면의 색채 변화와 정확히 맞물린다.
IV. 그레이트 비포
(전환) 조는 오디션의 기쁨을 안은 채 거리를 걷다 사고를 당하고, 영혼이 되어 몸에서 빠져나온다. 여기서부터 음악은 완전히 다른 손으로 넘어간다. (음향) 레즈너와 로스는 신시사이저와 전자 텍스처로 삶과 삶 사이의 공간을 그린다. 뚜렷한 멜로디 대신 넓게 퍼지는 음향의 결이 방향도 무게도 없는 영혼의 상태를 표현한다. (만남) 이 세계에서 조는 태어나기 전의 영혼 22와 마주친다. 22를 위한 짧은 음형이 이때 처음 등장해, 이후 그를 따라다니는 표지가 된다. (대비) 조를 나타내는 따뜻한 재즈와 22를 나타내는 서늘한 전자음이 이 장부터 나란히 놓이며, 서로 다른 두 태도가 부딪히기 시작한다.
조가 이미 영혼이 되어 그레이트 비포에 머무는 대목으로, 음악은 재즈와 완전히 다른 언어로 그려진다.
- 뚜렷한 멜로디 없이 넓게 퍼지는 신시사이저(전자악기로 만든 소리) 음향이 방향과 무게를 잃은 영혼의 상태를 그린다.
- 낮은 음이 서서히 차오르는 방식이 두려움보다는 낯선 고요함에 가까운 정서를 만든다.
- 레즈너·로스 특유의 사운드 디자인으로, 이들이 텔레비전 시리즈 「워치맨」에서 다진 초자연적 공간을 그리는 어법과 닿아 있다.
V. 22번의 하루
(사정) 조는 자기 몸으로 돌아가려다 22와 함께 뉴욕으로 떨어진다. 조는 몸을 되찾으려 하고, 삶을 원하지 않는 22는 얼떨결에 조의 몸을 빌려 하루를 보낸다. (발견) 22가 피자 한 조각, 떨어지는 나뭇잎, 거리의 소음 같은 사소한 것들을 처음 겪는 장면마다 음악은 커지지 않고 오히려 낮아진다. 이 작은 볼륨이 큰 감정을 대신한다. (변주) 22를 나타내던 서늘한 음형이 이 장에서부터 조금씩 온기를 얻는다. 같은 가락이 단조에서 장조 쪽으로 슬며시 기울며, 그의 마음이 열리고 있음을 귀로 먼저 알린다. (교차) 재즈 리듬 섹션의 짧은 리프가 전자음 사이로 끼어드는 대목도 늘어난다. 두 작곡 팀의 음악이 서서히 겹쳐지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이 겹침은 조와 22, 서로 다른 두 태도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미리 알려준다.
22를 표시하는 짧은 음형이 이 대목에서 조금씩 따뜻해지며, 삶을 향한 그의 마음이 열리고 있음을 귀로 먼저 알린다.
- 서늘한 신시사이저 음형이 곡이 진행되며 단조에서 장조 쪽으로 슬며시 기울어, 22의 태도 변화를 소리로 먼저 들려준다.
- 피자를 먹거나 나뭇잎을 보는 장면마다 음악이 오히려 소리를 낮추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큰 감정을 작은 볼륨으로 담아낸 선택이다.
- 재즈 리듬 섹션의 짧은 리프가 전자음 사이로 끼어드는 순간들이 늘어나며, 두 작곡 팀의 음악이 서서히 겹쳐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VI. 하프노트의 밤
(귀환) 우여곡절 끝에 조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콰르텟과 무대에 오른다. 오디션에서 들었던 그 재즈 주제가 이번에는 온전한 밴드 편성으로 다시 연주된다. (절정) 이 연주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유일하게 재즈가 어떤 방해도 없이 순수하게 흐르는 대목이다. 즉흥 독주 구간이 특히 널리 회자되며, 재즈 연주 자체의 쾌감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균열) 그런데 연주가 끝난 뒤 조가 느끼는 감정은 예상과 다르다. 무대의 환호가 잦아든 자리에 오히려 정적에 가까운 음악이 깔리며, 꿈을 이룬 순간과 마음이 어긋나는 낌새를 조용히 전한다. (전환) 이 어긋남을 계기로 음악은 다시 레즈너·로스의 언어로 넘어가며, 이야기는 마지막 국면으로 향한다.
오디션에서 들었던 주제가 이번엔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콰르텟 전체 편성으로 완성되어 돌아온다.
- 오디션 버전과 같은 주제 선율이지만 편성이 커지며, 조의 꿈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소리의 규모로 확인시킨다.
- 즉흥 독주 구간은 영화 공개 이후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 특히 자주 언급되는 대목이다.
- 연주가 끝난 뒤 갑자기 낮아지는 정적이, 다음 장면의 감정적 전환을 예고한다.
VII. 여운
(정리) 영화의 마지막은 조가 삶에 대해 품었던 질문에 답을 내놓는 대신, 음악으로 그 답을 느끼게 한다. 재즈의 선율과 전자음의 텍스처가 이 마지막 대목에서 처음으로 한 곡 안에 나란히 놓인다. (절제) 결말의 정서는 크게 부풀지 않는다. 오히려 악기 수를 줄이고 소리를 낮추는 쪽으로 향하며, 이 담담함이 오히려 관객의 감정을 더 깊이 건드린다는 평이 많다. (수상) 이 작업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레즈너와 로스에게는 「소셜 네트워크」 이후 두 번째, 바티스트에게는 첫 아카데미 트로피였다. (여운) 크레딧이 오르는 동안 흐르는 노래는 재즈의 다짐과 전자음의 여운을 한데 묶으며, 두 음악 언어가 처음부터 한 이야기를 향해 있었음을 마지막으로 확인시킨다.
결말에 이르러 재즈의 가락과 전자음의 질감이 처음으로 한 곡 안에 나란히 놓이며, 두 음악 언어가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있었음을 확인시킨다.
- 악기 수를 줄이고 소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편곡돼, 큰 사건 없이도 정서를 건드리는 절제된 마무리를 만든다.
- 재즈 피아노 선율과 신시사이저 텍스처가 같은 화음 위에서 겹치는 대목은, 두 작곡 팀이 처음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는 순간처럼 들린다.
- 이 곡을 포함한 스코어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덜 알려진 이야기
바티스트가 연주한 조 가드너의 모든 피아노 장면은 실제로 그의 손을 촘촘히 촬영해 애니메이터들이 참고 자료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실제 연주를 베끼듯 그렸다는 사실은 완성된 애니메이션만 보는 관객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레즈너와 로스는 정해진 장면 길이에 맞춰 음악을 쓰기보다, 먼저 길게 이어지는 음향 조각을 만들고 편집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골라 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텔레비전 시리즈 「워치맨」의 스코어를 쓸 때 다졌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장면에 딱 맞춰 짜는 전통적인 영화음악 작업과는 결이 다르다. 영화 속 재즈 클럽 하프노트는 완전한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1950~1970년대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실제로 있었던 같은 이름의 재즈클럽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존 클럽은 당대 여러 재즈 거장들이 거쳐 간 곳이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바티스트가 받은 음악상은 그의 첫 오스카였다. 당시 그는 미국 텔레비전 토크쇼의 밴드리더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는데, 이 수상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낸 음반으로 그래미를 여러 차례 더 받으며 대중적으로도 폭넓게 알려지게 됐다.
용어 노트 📚🔎
즉흥연주(임프로비제이션)
(말뜻) 즉흥(卽興)은 그 자리에서 흥이 일어나는 대로 한다는 뜻이고, 연주(演奏)는 음악을 펼쳐 낸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정해진 악보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화성의 틀 안에서 연주자가 그 순간 떠오르는 멜로디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을 가리킨다. 체육 시간에 정해진 안무 없이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즉흥은 연극이나 발표에서도 대본 없이 그 자리에서 말을 지어내는 것을 가리킨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라이트모티프는 독일어 leitmotiv에서 온 말로, 이끄는(leit)과 동기(motiv)가 합쳐져 이끌어가는 동기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감정을 짧은 선율 하나로 정해 두고, 그 인물이 등장하거나 그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같은 선율을 되풀이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알아채게 만드는 기법이다. 친구가 전화할 때마다 늘 같은 벨소리가 울려서, 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아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모티프라는 말은 미술이나 디자인에서 반복되는 무늬나 소재를 가리킬 때도 쓴다.
신시사이저
(말뜻) 신시사이저는 영어 synthesize(합성하다)에서 온 말로, 여러 소리를 전자회로로 합쳐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실제 악기를 녹음하지 않고 전자 장치로 소리 자체를 설계해 만드는 악기다. 현실에 없는 낯선 세계나 기계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 특히 자주 쓰인다.
언더스코어
(말뜻) 언더스코어는 영어 under(밑에)와 score(악보)가 합쳐진 말로, 대사나 장면 밑에 깔리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대화나 몸짓 아래에서 은근하게 흐르며 그 장면의 감정을 지지해 주는 배경음악을 가리킨다. 선생님이 조용히 말할 때 교실 뒤에서 아주 작게 흐르는 음악처럼, 있는 줄도 모르게 감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다른 데서는) 언더스코어는 문서나 프로그래밍에서 밑줄 기호(_)를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텍스처(음향 결)
(말뜻) 텍스처는 라틴어 textura(짜임)에서 온 말로, 여러 실을 짜서 만든 천처럼 여러 소리를 겹쳐 짠 결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하나의 뚜렷한 멜로디보다, 여러 악기나 전자음이 겹쳐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소리의 질감을 가리킨다. 여러 친구가 동시에 각자 다른 리듬으로 손뜨개를 뜰 때 만들어지는 전체 무늬 같은 느낌이다. (다른 데서는) 텍스처는 미술에서 표면의 질감, 요리에서 씹었을 때의 느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모션캡처(동작포착)
(말뜻) 모션캡처는 영어 motion(움직임)과 capture(붙잡다)가 합쳐진 말로, 움직임을 그대로 붙잡아 기록한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실제 연주자의 손이나 몸의 움직임을 촘촘히 촬영해, 애니메이터가 그 움직임을 그대로 참고해 캐릭터를 그리는 기법이다. 만화를 그릴 때 실제 사진을 옆에 두고 손 모양을 베껴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모션캡처는 게임 캐릭터나 액션영화의 몸동작을 만들 때도 널리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