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ing for Sugar Man
수십 년 전 디트로이트에서 녹음된 노래들이, 정작 노래한 사람 모르게 바다 건너에서 전설이 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식스토 로드리게스
디트로이트 출신 싱어송라이터로, 1970년대 두 장의 음반이 뒤늦게 이 영화의 음악이 되었다.
- 감독말릭 벤젤룰
스웨덴 출신 감독으로, 로드리게스에 관한 소문을 듣고 수년에 걸쳐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 주연스티븐 세거먼
케이프타운의 레코드 가게 운영자로, 로드리게스의 행방을 추적한 당사자이자 영화 속 주요 인물이다.
- 제작사이먼 친
영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이 영화의 제작을 맡았다.
- 제작마이크 시어도어
「콜드 팩트」를 공동 프로듀싱한 디트로이트의 음반 제작자다.
I. 작품과 음악
(선곡) 서칭 포 슈가맨은 새로 곡을 쓴 작곡가가 없는 다큐멘터리다. 말릭 벤젤룰 감독은 1970년대에 식스토 로드리게스가 남긴 두 장의 음반 「콜드 팩트」와 「커밍 프롬 리얼리티」에서 노래를 골라 영화 전체의 음악으로 삼았다. 새로 쓴 곡은 한 곡도 없다. 수십 년 전에 녹음된 목소리가 화면 위에서 다시 살아나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인물) 로드리게스는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공사장과 철거 현장을 오가며 살아온 노동자였다. 1970년 「콜드 팩트」로 데뷔했으나 미국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았고, 이듬해 두 번째 음반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을 전후해 음악을 접고 다시 노동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경로) 그런데 그의 음반이 어떤 경로로인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건너가 퍼지면서, 그곳에서는 그가 거의 전설적인 이름이 되어 있었다.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벤젤룰은 이 어긋남 자체를 영화의 구조로 삼았고, 음악은 그 틈을 메우는 유일한 끈이 되었다.
영화의 제목이자 문을 여는 곡. 낯선 전설의 분위기를 가장 먼저 각인시킨다.
- 도입부에 깔리는 흐릿한 종소리와 울림 많은 기타 음향은 환각적인 포크(사이키델릭 포크) 특유의 몽환적 질감을 만든다.
- 절제된 어조로 읊조리듯 노래하는 창법은 당시 금기시된 주제를 직설적으로 외치지 않고 에둘러 암시하는 화법에 가깝다.
- 영화 제목이 이 곡에서 그대로 따왔을 만큼, 남아공 팬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불린 로드리게스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 같은 선율이 영화 후반부에 다른 맥락으로 다시 등장해, 하나의 노래가 두 번 다른 의미를 품게 되는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다.
II. 도입 - 케이프타운의 전설
(소문) 1990년대 케이프타운, 로드리게스의 열성 팬이던 스티븐 세거먼과 음악 저널리스트 동료는 오래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한다. 음반 재킷 어디에도 로드리게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그가 무대 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돌고 있었다. (사운드) 영화는 이 전설을 설명이 아니라 소리로 전한다. 턴테이블에 바늘이 내려앉는 소리와 지직거리는 잡음 뒤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화면보다 먼저 분위기를 만든다. 가사를 또박또박 읊조리는 창법과 담백한 기타 반주는 당시 미국 포크 신과도, 남아공 청자들이 상상한 신화와도 거리를 둔 채 혼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단서) 음반 재킷, 로열티 명세서, 흐릿한 증언 몇 조각이 유일한 단서였다. 두 사람은 가사 속 지명과 표현을 실마리 삼아 그가 실존 인물이었는지, 어디서 왔는지를 거꾸로 추적하기 시작한다. 음악이 기록보다 앞서 존재했던 셈이다.
탐정들의 추적을 이끈, 팬들이 가장 아끼는 곡 중 하나.
- 느리게 펼쳐지는 화음과 어쿠스틱 기타의 분산화음(아르페지오)이 곡 전체에 무겁고 진중한 공기를 깔아 둔다.
- 격앙 없이 누군가를 꾸짖듯 부르는 화법은 로드리게스 특유의 절제된 사회 비판 어조를 가장 잘 보여 준다.
- 가사의 수수께끼 같은 표현들이 남아공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는 점도 곡을 둘러싼 흥미로운 지점이다.
III. 전개 - 디트로이트와 콜드 팩트
(도시) 추적의 끝에서 영화는 디트로이트로 이동한다. 자동차 산업이 기울며 폐허가 되어가던 거리, 철거를 기다리는 건물들이 로드리게스가 실제로 걸어다니며 일했던 배경으로 제시된다. 그는 이 도시 노동자 계급의 삶을 소재로 노래를 썼고, 가난과 소외의 언어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남아공 청년들의 정서와 뜻밖에 맞아떨어졌다. (녹음) 「콜드 팩트」는 디트로이트의 세션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되었다. 소울과 모타운 사운드에 익숙한 연주자들의 손끝에서 로드리게스의 포크는 단순한 통기타 음악을 넘어 현과 관이 섞인 두툼한 편곡을 입었다. 후속작 「커밍 프롬 리얼리티」는 런던에서 한결 다듬어진 현악 편성으로 녹음되어, 초기작보다 차분하고 영화적인 질감을 갖췄다. (목소리) 두 음반을 관통하는 것은 꾸미지 않는 화법이다. 로드리게스는 사회의 그늘, 가난, 권력에 대한 불신을 격앙되지 않은 목소리로 담담히 읊는다. 이 절제된 어조가 훗날 전혀 다른 대륙의 청자들에게 예언자의 말처럼 들렸다는 사실이, 영화가 음악을 다루는 방식의 토대가 된다.
디트로이트 노동자의 일상을 그린 곡으로, 도시와 삶의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에 흐른다.
- 느리고 처진 템포, 건조한 기타 반주가 해고와 생계의 무게를 소리로 먼저 전달한다.
- 담담하게 사실을 나열하듯 부르는 화법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더 아프게 들리는 효과를 낸다.
- 「커밍 프롬 리얼리티」 수록곡으로, 런던에서 입힌 현악 편성이 스튜디오 녹음임에도 다큐멘터리적인 질감을 더한다.
영화에서 비중 있게 쓰인 곡으로, 질투와 의심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담는다.
- 다른 트랙보다 리듬이 선명하고 그루브가 살아 있어, 같은 음반 안에서도 한결 가볍게 들린다.
- 묻고 되묻는 듯한 반복 구절이 의심과 확신 사이를 오가는 화자의 심리를 음악적으로 따라간다.
- 영화 평자들 사이에서 「슈가 맨」과 더불어 감독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룬 두 곡 중 하나로 꼽힌다.
IV. 전환 - 추적과 발견
(수소문) 세거먼과 동료의 탐문은 인터넷 초창기의 게시판과 전화 통화, 로열티를 관리하던 음반사 기록을 거쳐 조금씩 좁혀진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음악을 거의 쓰지 않거나 낮게 깔아, 정적과 타자기 소리, 전화벨 같은 사실적 소리가 긴장을 끌고 가게 둔다. 노래는 결정적 순간에만 돌아와 감정의 무게를 싣는다. (반복) 이 장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곡은 앞서 도입부를 열었던 바로 그 노래들이다. 같은 선율이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되며,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신비로웠던 가사가 이제는 추적의 단서처럼 다시 들린다. 하나의 노래가 영화 안에서 두 번 다른 의미로 기능하는 셈이다. (확인) 마침내 실마리가 한 사람을 향해 좁혀지는 순간, 영화는 음악을 완전히 걷어내고 숨소리에 가까운 정적만 남긴다. 그 비어 있음이 뒤따르는 장면의 울림을 키운다.
추적과 발견 사이, 체제에 대한 불신을 노래한 곡이 긴장의 배경에 깔린다.
- 제목부터 '이것은 노래가 아니라 외침이다'라고 선언하듯, 멜로디보다 발화에 가까운 창법이 두드러진다.
- 반복되는 짧은 기타 리프가 마치 경고음처럼 곡 전체를 떠받치며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 제도와 권력에 대한 불신을 직설적으로 담아, 로드리게스의 가장 정치적인 곡으로 자주 언급된다.
V. 절정 - 케이프타운 무대
(귀환) 로드리게스는 자신이 전설이 되어 있는 나라의 무대에 처음 선다. 관객은 그가 실제로 걸어 나오는 순간까지도 반신반의한다. 조명이 켜지고 그가 마이크 앞에 서자, 객석에서 터지는 함성은 수십 년간 음반으로만 존재했던 목소리가 마침내 몸을 얻는 순간을 증언한다. (공연) 이 대목에서 영화는 다큐멘터리 특유의 거리를 거두고 콘서트 실황을 길게 지켜본다. 담백했던 스튜디오 녹음과 달리 무대 위의 연주는 밴드와 함께 한층 두터운 편성으로 울리며, 관객 전체가 가사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로드리게스의 목소리와 뒤섞인다. 노래는 더 이상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라 합창이 된다. (정서) 이 장면이 뭉클한 것은 재회의 기쁨만이 아니라, 그 긴 시간 동안 정작 당사자는 이 모든 사랑을 전혀 모른 채 살아왔다는 사실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음악은 축제의 톤을 유지하면서도, 그 이면의 시간차를 완전히 지우지는 않는다.
1972년 디트로이트에서 녹음되어 「커밍 프롬 리얼리티」 재발매반에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곡으로, 영화의 여운을 닫는 자리에 쓰인다.
- 가라앉은 템포와 여백이 많은 편곡이 화려한 피날레 대신 조용한 작별의 정서를 선택했음을 드러낸다.
- 제목 그대로 '슬며시 사라진다'는 이미지가, 수십 년간 무명으로 살았던 그의 실제 궤적과 묘하게 겹쳐 들린다.
VI. 여운
(이후) 영화는 재회 이후의 삶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담담히 정리한다. 로드리게스는 다시 알려진 뒤에도 전과 다르지 않은 생활 방식을 유지했다고 전해지며, 이 절제된 태도는 그의 노래가 줄곧 지켜온 담백한 어조와 포개진다. (마지막 곡) 엔딩에 가까워지며 다시 등장하는 노래는 작별과 떠남을 말하는 곡이다. 화려한 피날레 대신 가라앉은 톤으로 영화를 닫는 선택은, 이 작품이 시종 지켜온 절제의 태도와 같은 결을 이룬다. (기록) 이 영화는 2013년 미국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상의 무게보다 중요한 것은, 음반 매장 한구석에 머물렀을 노래들이 극장 스크린을 통해 다시 들리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다.
덜 알려진 이야기
로드리게스가 남아공에서 재발견되기 전, 그는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 차례 무대에 선 적이 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오스트레일리아 투어가 성사되었던 사실은, 영화가 그리는 '완전한 무명'이라는 인상과는 결이 다른 대목이다. 이 일화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영화가 남아공과의 재회라는 하나의 서사에 집중하면서 그 밖의 궤적을 자연스럽게 덜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과거 남아공 검열 당국의 음반 보관소로 소개된 장면은, 2021년의 한 연구를 통해 실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연출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다. 실제로는 한 대학 도서관의 서가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의 어떤 장면은 사실을 재연이 아니라 재구성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로, 개봉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콜드 팩트」의 연주진 중 상당수는 당시 디트로이트의 모타운 인접 세션 신에서 활동하던 연주자들이었다. 포크 가수의 음반이지만 소울과 펑크(funk)의 질감이 섞여 들어간 것은 이 때문으로, 음악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음반의 사운드를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대목이지만 영화 자체에서는 깊이 다뤄지지 않는다.
용어 노트 📚🔎
사이키델릭 포크
포크(folk)는 민요, 즉 사람들 사이에서 소박하게 불리던 노래라는 뜻이다. 사이키델릭은 환각을 뜻하는 영어에서 온 말로, 1960~70년대에 통기타 중심의 포크 음악에 잔향이 많은 전자 음향이나 몽환적인 편곡을 더한 흐름을 가리킨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가사는 담백한데 배경음이 꿈속처럼 일렁이는 곡을 떠올리면 된다. 마치 교실에서 눈을 감고 명상 음악을 들을 때처럼, 가사를 또렷이 알아듣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 어딘가 아득한 느낌을 받는 음악이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상황을 가리키기 위해 영화 곳곳에서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이나 곡을 말한다. 이 영화에서는 전통적인 배경음악 대신 같은 노래가 도입부와 후반부에 다시 등장해, 같은 곡이 다른 맥락에서 다른 의미로 들리게 만든다. 운동 경기에서 같은 응원가가 득점 직전과 승리 직후에 다시 불리면 느낌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과 비슷하다.
디제시스 음악과 비(非)디제시스 음악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디제시스 음악은 화면 속 인물이 실제로 듣는 음악, 예를 들어 라디오나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비디제시스 음악은 인물은 듣지 못하고 관객만 듣는, 장면 바깥에 얹힌 배경 음악이다. 이 영화는 턴테이블 소리처럼 디제시스로 시작했다가, 같은 곡이 어느새 비디제시스 배경음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자주 쓴다. 교실에서 친구가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가 들리면 디제시스, 수업 영상에 깔린 배경 음악은 비디제시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사운드트랙과 스코어의 차이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사운드트랙은 영화에 쓰인 음악 전체를 가리키는 넓은 말이고, 스코어는 그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된 음악만을 가리키는 좁은 말이다. 이 영화는 새로 쓴 스코어 없이 기존에 발표된 노래들만으로 사운드트랙을 구성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학예회에서 기존 가요를 배경으로 쓰면 사운드트랙, 그 발표회를 위해 직접 작곡한 곡을 쓰면 스코어에 해당한다.
현악 편성(스트링 어레인지먼트)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의 기본 선율 위에 바이올린, 첼로 같은 현악기 소리를 더해 편곡하는 작업을 말한다. 로드리게스의 두 번째 음반은 런던에서 현악 편성을 더해 첫 음반보다 한결 풍성하고 영화적인 질감을 얻었다. 단순한 멜로디언 연주에 합창단이 화음을 더하면 소리가 훨씬 풍성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크레이트 디깅(레코드 디깅)
디깅(digging)은 영어로 땅을 파헤친다는 뜻이다. 레코드 가게나 창고에 쌓인 상자(크레이트) 속 오래된 음반들을 뒤져 숨은 명반을 찾아내는 수집 문화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이 영화 속 탐정들의 추적은 이 디깅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오래된 음반 재킷과 로열티 명세서를 뒤지는 과정 자체가, 중고 서점에서 절판된 책을 뒤져 찾아내는 일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