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레이 찰스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끌고 가고, 스코어는 그 목소리가 닿지 못하는 기억과 죄책감 쪽에서 낮게 울린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크레이그 암스트롱
스코틀랜드 출신 작곡가로, 노래 사이를 관현악과 가스펠 음성으로 이어 그래미상을 받았다.
- 감독테일러 핵포드
15년에 걸쳐 이 영화를 성사시켰고 스코어 음반의 공동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 각본제임스 L. 화이트
핵포드와 함께 이야기를 짜고 각본을 썼다.
- 주연제이미 폭스
레이 찰스를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 주연레지나 킹
레이렛츠의 리드 싱어 마지 헨드릭스를 연기했다.
- 주연케리 워싱턴
레이의 아내 델라 비를 연기했다.
I. 한 사람의 목소리, 두 갈래의 음악
(기획)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레이 찰스의 생애를 영화로 만들려고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는 척 베리의 공연 다큐멘터리 「헤일! 헤일! 로큰롤」을 만든 감독이었고, 본인 말로는 투자를 얻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결국 필립 앤슈츠의 브리스톨 베이 프로덕션이 제작비 4천만 달러를 모두 댔다. 레이 찰스는 점자로 옮긴 각본을 받아 읽었다. 그러나 완성본을 보지 못한 채 2004년 6월 세상을 떠났고, 영화는 넉 달 뒤 개봉해 그에게 헌정되었다. (두 갈래) 이 영화의 음악은 두 갈래다. 하나는 레이 찰스 자신의 녹음이다. 음악 감독 커트 소벨이 원녹음을 확보해 영화 곳곳에 배치했다. 클래식 피아노 장학생 출신인 제이미 폭스는 대역 없이 건반 앞에 앉아 레이를 연기했다. 다른 하나는 노래와 노래 사이를 채우는 오리지널 스코어다. (작곡가) 스코어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맡았다. 그는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했고 매시브 어택 같은 음악가들과 작업했다. 배즈 루어먼의 「로미오와 줄리엣」「물랑 루즈」에서는 기존 노래가 화면을 채우는 사이사이를 관현악으로 이었다. 핵포드가 그를 고른 데에도 그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래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스코어는 앞에 나서지 않고, 노래가 말하지 못하는 기억과 상처를 맡는다. (계보) 실존 음악가의 노래를 그대로 들려주며 그 삶을 따라가는 방식은 이 시리즈에서 다룬 「라비앙 로즈」「워크 더 라인」과 이어진다. 이듬해 나온 「워크 더 라인」은 같은 시대 남부의 음악을 다루었다. 폭스는 「드림걸즈」에서 음반 제작자를 연기하며 다시 이 시대 흑인 음악 산업의 한가운데로 돌아간다.
II. 귀로 세상을 배우다
(가난) 영화는 1930년대 플로리다 북부의 시골 마을 그린빌에서 시작한다. 어머니 아레사는 혼자 두 아들을 키운다. 어린 레이는 동네 가게에 놓인 낡은 피아노 앞에서 처음 건반을 만지고, 가게 주인이 치는 부기우기를 어깨너머로 배운다. (사고) 어느 날 동생 조지가 빨래통에 빠진다. 레이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동생을 구하지 못한다. 얼마 뒤 레이는 시력을 잃기 시작해 일곱 살 무렵에는 완전히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영화는 이 두 사건을 한 사람의 평생을 따라다니는 하나의 상처로 묶는다. (청각) 이 장의 주인공은 음악이 아니라 소리다. 집 안에서 넘어진 아들을 어머니는 일으켜 주지 않고 숨죽여 지켜본다. 레이는 울음을 그치고 귀를 기울인다. 부엌의 소리, 창밖의 소리, 바닥을 기어가는 귀뚜라미 한 마리의 소리까지 짚어 낸다. 영화는 이 대목에서 주변의 작은 소리를 크게 키워 관객도 레이처럼 듣게 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음악가가 세상을 어떻게 알아 가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고, 그가 평생 지닌 귀가 여기서 시작된다. (회상) 이 어린 시절은 영화 앞부분에 한꺼번에 놓이지 않는다. 영화는 어른 레이의 현재 사이사이에 짧은 회상 장면(플래시백)으로 끼워 넣는다. 그때마다 물의 이미지가 되살아나고 암스트롱의 스코어가 흘러든다. 화면은 남부의 따뜻한 햇빛인데 음악은 낮고 어둡게 머문다. 그 엇갈림이 이 기억이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동생을 잃는 순간과, 그 순간이 회상으로 되돌아올 때마다 따라붙는 짧은 큐다. 1분 남짓하지만 영화 전체의 상처가 이 소리에 담긴다.
- 스코어 전반에서 위로하듯 깔리던 가스펠 독창이 여기서는 비명에 가까운 긴장으로 쓰인다. 같은 목소리가 다른 일을 하게 만든 것이다.
- 선율을 드러내기보다 길게 끄는 화음과 낮은 울림으로 시간을 멈춘 것처럼 만든다. 사건보다 얼어붙은 아이의 마음을 그리는 음악이다.
- 이 큐의 색깔은 이후 회상 장면마다 되살아나, 관객이 물의 이미지만 보고도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 노릇을 한다.
III. 흉내에서 자기 목소리로
(시애틀) 1940년대 말, 레이는 버스를 타고 미국 반대편 끝의 시애틀로 간다. 클럽에서 연주하며 냇 킹 콜과 찰스 브라운의 부드러운 창법을 흉내 내던 그는 출연료를 떼먹는 사람들 틈에서 음악 일의 냉정함부터 배운다. 이곳에서 아직 십 대인 퀸시 존스를 만나는 장면도 지나간다. (애틀랜틱) 뉴욕의 애틀랜틱 레코드가 그의 계약을 사들이고, 아흐메트 에르테군과 제리 웩슬러가 그를 맞는다. 에르테군이 흥얼거린 부기우기 가락이 「Mess Around」가 되는 장면은 레이가 처음으로 자기 손에 맞는 리듬을 찾는 순간처럼 연출된다. 남의 목소리를 빌리던 사람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가스펠) 결정적인 걸음은 교회 음악과 세속 음악을 섞은 일이었다. 레이는 어려서부터 몸에 밴 가스펠의 선율과 외침을 사랑 노래로 옮겨 「I've Got a Woman」을 만든다. 영화는 신성한 음악을 세상의 노래에 끌어 썼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장면도 함께 보여 준다. 훗날 소울이라 불릴 음악이 이 충돌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영화의 해석이다. (델라) 같은 무렵 레이는 가스펠을 부르던 델라 비를 만나 가정을 꾸린다. 영화 속 델라는 레이가 바깥에서 무엇을 하든 돌아올 자리로 남아 있는 사람이다. 암스트롱은 이 인물에게 따로 주제 선율을 주었다. 레이 찰스의 노래가 무대의 시간을 맡는다면, 이 선율은 집 안의 시간을 맡는다.
애틀랜틱의 아흐메트 에르테군이 쓴 곡으로, 영화에서는 레이가 에르테군의 흥얼거림을 받아 자기 리듬을 찾는 장면에 쓰인다.
- 왼손이 같은 음형을 굴리듯 되풀이하고 오른손이 그 위에서 뛰노는 부기우기 피아노다. 어린 시절 가게 피아노에서 배운 바로 그 스타일이 돌아온다.
- 에르테군은 이 곡을 자기 성의 철자를 거꾸로 뒤집은 필명 너제트리(Nugetre)로 올렸다. 음반사 사장이 직접 곡을 쓰던 초창기 애틀랜틱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 앞서 냇 킹 콜 식으로 부드럽게 부르던 목소리와 견주어 들으면, 레이가 흉내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들린다.
가스펠을 사랑 노래로 바꾼 곡이다. 영화가 소울의 탄생이라 부르는 순간이자 교회 쪽의 비난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 뼈대는 가스펠 그룹 서던 톤스의 찬송가 「It Must Be Jesus」에서 왔다. 하나님을 향하던 환희의 어조를 그대로 둔 채 그 대상만 연인으로 바꾼 것이 이 곡이 남긴 충격의 핵심이다.
- 레이는 1954년 애틀랜타의 한 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이 곡을 녹음했다. 이듬해 R&B 차트 1위에 오르며 그의 첫 대표곡이 되었다.
- 관악기가 짧게 끊어 치며 박자를 밀어붙이고, 그 위에서 목소리가 설교자처럼 외치고 늘이는 방식에 주목할 만하다. 교회에서 쓰던 창법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레이의 아내 델라 비에게 주어진 선율이다. 노래로 가득한 영화에서 집과 가정의 시간을 따로 표시한다.
- 따뜻한 피아노 독주 아래로 관현악이 옅게 번지듯 깔린다. 낭만적이지만 끝내 크게 부풀지 않는 절제가 이 인물의 성격과 닮았다.
- 델라가 화면에 나오거나 레이가 집을 떠올릴 때 되돌아오는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짧은 선율)로 쓰인다. 「Ray and Della」「Della Kisses Her Baby」 같은 큐에서 모양을 바꿔 다시 나온다.
- 평론에서는 재즈의 흔들리는 리듬(스윙)이 살짝 묻어난다는 평을 받았다. 레이의 음악 세계와 가정의 세계를 잇는 다리처럼 들린다.
IV. 무대 위의 열기, 무대 뒤의 그늘
(즉흥) 투어가 길어지면서 레이는 여성 코러스 레이렛츠를 무대에 세운다. 준비한 곡이 바닥났는데 공연 시간이 남은 어느 밤, 그는 즉석에서 전기 피아노 리프(짧게 되풀이하는 악구)를 치기 시작하고 코러스와 관객을 끌어들여 「What'd I Say」를 만들어 낸다. 레이 찰스가 생전에 여러 번 들려준 탄생담이고, 영화는 그것을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 (마지) 레이렛츠의 리드 싱어 마지 헨드릭스와의 관계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주고받던 호흡이 무대 밖으로 번진 것처럼 그려진다. 레지나 킹이 연기한 마지는 거칠고 뜨거운 목소리를 지녔고, 영화에서 음악으로 레이와 대등하게 맞서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그늘) 그 무렵 레이는 이미 헤로인에 깊이 빠져 있다. 영화는 이를 숨기지 않는다. 피아노 앞의 자신감과 대기실 뒤편의 무너짐이 한 사람 안에서 번갈아 나타난다. 이런 대목에서 스코어는 선율을 거의 내놓지 않는다. 낮게 깔리는 전자음과 짧은 저음만으로 불안을 알린다. 노래가 화려할수록 그 뒤의 정적은 더 무겁게 들린다. (이적) 1959년 레이는 자신을 키운 애틀랜틱을 떠나 ABC-파라마운트와 계약한다. 더 나은 조건과 함께 자기 녹음의 원판(마스터)을 소유하는 권리도 얻는다. 영화는 이 장면을 의리와 실리 사이의 갈등으로 그린다. 그가 음악가이면서 자기 몫을 정확히 계산하는 사업가였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곡이 바닥난 공연장에서 즉흥으로 태어났다는 노래다. 레이렛츠와 관객이 함께 소리를 주고받는 무대 장면의 중심에 놓인다.
- 도입의 전기 피아노(워리처) 리프가 곡 전체를 끌고 간다. 당시 R&B에서 드물던 전기 건반 소리가 이 곡을 단번에 알아듣게 만든다.
- 후반부에서 레이가 외치면 레이렛츠가 받아치는 메기고 받기(콜 앤드 리스폰스)가 점점 뜨거워진다. 흑인 교회 예배의 주고받기를 무대로 옮겨 온 방식이다.
- 원래 음반은 너무 길어서 싱글 앞뒷면에 1부와 2부로 나뉘어 실렸다. 이 곡은 레이의 첫 팝 차트 10위권 곡이 되었고, 사운드트랙에는 라이브 녹음으로 실렸다.
- 영화는 이 장면을 레이와 마지의 관계가 시작되는 무대로도 쓴다. 주고받는 목소리가 곧 두 사람의 관계를 예고한다.
V. 조지아, 그리고 바닥
(그리움) 1960년 레이는 호기 카마이클이 30년 전에 쓴 노래 「Georgia on My Mind」를 현악 편곡에 실어 녹음하고, 처음으로 팝 차트 1위에 오른다. 영화는 이 노래를 그가 태어난 주에 대한 그리움으로 놓는다. 오래된 백인 작곡가의 발라드가 그의 목소리를 거쳐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 (거부) 이듬해 조지아주 오거스타 공연을 앞두고 레이는 객석이 인종에 따라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한다. 영화에서 그 대가는 조지아 무대에 다시 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 사정은 영화와 조금 달랐다. (파국) 「Hit the Road Jack」이 등장하는 것도 이즈음이다. 영화는 레이와 마지가 마주 서서 이 노래를 주고받는 장면을 두 사람의 다툼 그 자체처럼 연출한다. 이후 마지와의 관계는 비극으로 기운다. 레이 자신은 1965년 공항에서 마약 소지로 체포되고, 오래 피해 온 결단 앞에 선다. (재활) 감옥 대신 재활 시설을 택한 그는 금단의 고통 속에서 평생 외면해 온 기억과 마주한다.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여기서 적지 않는다. 다만 이때 스코어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앞으로 나선다. 가스펠 음성과 합창이 천천히 쌓이고, 그동안 짧게 스쳐 지나가던 찬송가풍 선율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회상마다 따라붙던 어두운 소리가 여기서 다른 빛을 띤다.
퍼시 메이필드가 쓴 곡이다. 영화에서는 레이와 마지가 노래로 맞서는 장면이 되어 두 사람의 결별을 앞당긴다.
- 원곡부터 남자와 여자가 말다툼하듯 주고받는 구조다. 떠나라고 몰아세우는 여자와 사정하는 남자의 대화가 2분 남짓 안에 끝난다.
- 내려가는 네 개의 화음이 같은 꼴로 끝없이 되풀이되는데, 이 진행이 빠져나갈 수 없는 다툼처럼 들린다.
- 음반에서 여자 쪽 목소리를 맡은 사람이 실제로 마지 헨드릭스였다. 영화는 그 사실을 이용해 노래를 두 인물의 실제 갈등으로 겹쳐 놓는다.
- 1961년 팝 차트 1위 곡이다. 경쾌한 박자와 장면의 냉기가 어긋나면서 이 대목은 영화에서 가장 씁쓸한 노래 장면이 된다.
재활 장면의 「Redemption」에서 처음 잠깐 비친 선율이 음반 끝에서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스코어가 영화 내내 아껴 둔 대답이다.
- 피아노가 소박한 찬송가풍 선율을 연주하고 현악이 그 아래를 감싼다. 평론가들이 스코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대목으로 꼽은 곡이다.
- 이 선율은 영화 내내 거의 나오지 않다가 구원의 순간에 처음 등장한다. 처음부터 들려주지 않고 아껴 두었다가 내놓는 배치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다.
- 음반에는 현악 오중주로 편곡한 판(Ray's Hymn Quintet)도 실려 있다. 같은 선율을 더 작은 편성으로 들으면 기도처럼 내밀한 성격이 더 또렷해진다.
VI. 돌아온 노래
(귀향)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1979년 조지아다. 오래전 그를 등지게 했던 땅이 그를 다시 부르고, 「Georgia on My Mind」가 다시 흐른다. 처음에 그리움이던 노래가 이번에는 화해의 자리에서 불린다. 같은 곡을 두 번 쓰면서 영화는 한 사람의 이십 년을 한 곡의 뜻이 바뀌는 과정으로 요약한다. (사실) 이 곡은 실제로 1979년 조지아주의 공식 주가(州歌)로 지정되었다. 레이 찰스는 주 의회에서 이 노래를 불렀고, 영화는 그날을 극적으로 압축해 보여 준다. (수상) 영화는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제이미 폭스)과 음향믹싱상을 받았다. 원녹음을 모은 사운드트랙 음반은 빌보드 200 9위까지 올랐다. 이 음반과 암스트롱의 스코어 음반은 각각 그래미상을 받았고, 스코어는 영국 아카데미(BAFTA) 영화음악상 후보에도 올랐다. (자리) 돌이켜 보면 암스트롱의 스코어는 한 번도 레이 찰스를 흉내 내지 않는다. 블루스 피아노나 레이렛츠풍 코러스로 노래 장면을 미리 데우지도 않는다. 관현악과 합창, 가스펠 독창으로만 자기 영역을 지키고, 덕분에 영화에서 레이의 목소리는 끝까지 단 하나의 목소리로 남는다. 엔딩 크레디트에 이르러서야 음악은 가스펠과 록이 섞인 연주로 몸을 풀며 극장을 나서는 관객을 배웅한다.
영화가 두 번 쓰는 노래다. 처음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지막에는 그를 다시 부른 조지아에서 화해의 노래로 울린다.
- 호기 카마이클이 1930년에 쓴 곡으로, 레이의 녹음에서는 랠프 번스가 편곡한 현악과 합창이 목소리를 감싼다. R&B 가수가 고급 팝 편곡을 입은 것이 당시에는 새로운 일이었다.
- 레이는 선율을 악보대로 부르지 않고 박자를 늦추거나 음을 끌어올리며 말하듯 노래한다. 30년 된 노래가 그의 것이 된 이유가 거기 있다.
- 이 녹음은 팝 차트 1위에 올라 그래미상을 받았다. 1979년에는 조지아주의 공식 주가로 지정되었다.
- 사운드트랙 음반은 이 곡을 두 번 싣는다. 스튜디오판은 음반 가운데에, 라이브판은 맨 끝에 두어 영화의 두 장면을 음반 안에서도 떠올리게 한다.
덜 알려진 이야기
(오거스타) 영화는 1961년 오거스타 공연 거부를 거리 시위와 평생의 출연 금지로 그리지만, 기록은 조금 다르다. 개봉 직후 지역 신문 「오거스타 크로니클」이 당시 문서와 증언을 다시 확인했다. 그 결과 페인 칼리지 학생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고 대표를 통해 레이에게 전보로 우려를 전했다. 영화에 나오는 출연 금지 기사 제목도 신문 보관소에서 찾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공연 기획자가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내 레이가 벌금을 물게 된 것이었다. 공식적인 금지는 없었지만, 그는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그 땅을 멀리했다. 극적인 신화가 영화를 통해 더 널리 퍼진 경우다. (점자 각본) 레이 찰스는 점자로 옮긴 각본을 받아 읽고 몇 장면에 이의를 달았다. 자신이 마지못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처럼 그린 장면, 그리고 마지 헨드릭스에게 헤로인을 권한 것처럼 읽히는 장면이었다. 그는 완성된 영화를 보러 가려 했지만 개봉 넉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 (시간의 압축) 영화는 마지 헨드릭스가 1960년대 중반에 세상을 떠난 것처럼 보여 주지만, 실제로 그녀가 숨진 해는 1973년이었다. 레이의 재활과 그녀의 죽음을 가까이 붙여 극적 흐름을 만든 각색이다. 대부분의 관객은 이를 사실로 기억한다. (조건) 투자자 앤슈츠는 청소년 관람가(PG-13) 등급을 조건으로 걸었다. 핵포드는 이 조건을 두고 여러 차례 영화에서 손을 뗐다가 결국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마약과 여성 문제를 다루면서도 화면 표현이 절제된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맹인 촬영) 폭스가 클래식 피아노 장학생 출신이었기 때문에 제작진은 계획했던 피아노 대역을 쓰지 않았다. 그는 눈을 덮는 특수 분장을 하고 촬영 대부분을 실제로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치렀다.
용어 노트 📚🔎
스코어(영화음악)
(말뜻) 영어 score 는 본래 눈금이나 새긴 표시를 뜻했고, 음악에서는 모든 악기의 음을 한데 적은 총보(總譜)를 가리킨다. 영화에서는 그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한 음악 전체를 뜻하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이미 있던 노래를 가져다 쓰는 삽입곡과 달리, 작곡가가 장면에 맞춰 새로 쓴 배경음악이다. 「레이」에서는 레이 찰스의 노래가 삽입곡이고, 크레이그 암스트롱의 관현악과 합창이 스코어다. 학교 연극에서 배우들이 아는 노래를 부르는 사이사이에 피아노 반주자가 장면 전환용 음악을 즉석에서 쳐 주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그 반주가 스코어에 해당한다. (다른 데서는) 운동 경기에서는 점수를 뜻한다.
큐
(말뜻) 영어 cue 는 연극에서 배우에게 다음 대사를 칠 때를 알려 주는 신호라는 뜻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 스코어를 이루는 낱낱의 음악 조각을 말한다. 장면 하나에 맞춰 시작하고 끝나며, 몇 초짜리도 있고 몇 분짜리도 있다. 「George Drowns」는 1분 남짓한 큐다. 게임에서 보스가 등장할 때만 나오는 짧은 음악, 아이템을 얻었을 때 울리는 효과음악 하나하나가 큐와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당구에서는 공을 치는 막대를 큐라고 부른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 는 이끄는(leit) 동기(Motiv), 곧 이야기를 이끄는 짧은 악구라는 뜻이다. 바그너의 오페라를 설명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장소, 감정이 나올 때마다 되돌아오는 짧은 선율이다. 관객은 선율만 듣고도 누구 이야기인지 알아챈다. 「레이」의 「Della's Theme」이 그렇다. 학교 방송에서 점심시간마다 같은 음악이 흐르면 그 음악만 들어도 배가 고파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가스펠
(말뜻) 영어 gospel 은 옛 영어 godspel, 곧 좋은(god) 소식(spel)에서 왔고, 기독교에서 복음(福音)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미국 흑인 교회에서 자라난 찬양 음악이다. 독창자가 외치면 회중이 받고, 박수와 함께 감정을 점점 끌어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레이 찰스는 이 창법을 사랑 노래에 옮겨 소울이라는 새 음악을 열었다. 암스트롱의 스코어도 가스펠 독창을 써서 레이가 자란 남부의 교회를 떠올리게 한다. 응원단장이 선창하면 반 전체가 따라 외치며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응원 장면이 가스펠의 열기와 닮았다.
리듬 앤드 블루스(R&B)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40~50년대 미국 흑인 음악가들이 블루스에 춤추기 좋은 강한 박자를 더해 만든 대중음악이다. 처음에는 흑인 청중을 위한 음반 차트의 이름이기도 했다. 레이 찰스의 초기 히트곡들이 R&B 차트에서 먼저 1위를 했다. 같은 김치찌개라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 블루스라는 기본 재료에 리듬이라는 양념을 세게 친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오늘날 R&B 라고 하면 1990년대 이후의 부드러운 흑인 팝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 레이 찰스 시대의 R&B와는 소리가 꽤 다르다.
메기고 받기(콜 앤드 리스폰스)
(말뜻) 메기다는 우리 민요에서 앞소리꾼이 소리를 먼저 내는 것을 말하고, 받다는 여럿이 그 소리를 이어 부르는 것이다. 영어 call and response 도 부름과 응답이라는 같은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사람이 한 구절을 부르면 여러 사람이 짧게 대답하듯 받아 부르는 방식이다. 아프리카 음악과 흑인 교회 예배에서 이어져 왔다. 「What'd I Say」에서 레이가 외치고 레이렛츠가 받아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수학여행 버스에서 한 명이 노래를 선창하면 다 같이 후렴을 받아 부르는 것, 또는 강강술래에서 앞소리꾼이 메기고 모두가 강강술래 하고 받는 것과 똑같다.
리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짧은 악구를 여러 번 되풀이해서 곡의 뼈대로 삼는 것을 말한다. 노래 선율이 바뀌어도 리프는 같은 꼴로 계속 돌아가며 곡을 끌고 간다. 「What'd I Say」의 첫머리를 여는 전기 피아노 악구가 리프다. 줄넘기를 할 때 친구들이 똑같은 박자로 줄을 계속 돌려 주는 것과 같다. 줄이 리프이고, 그 안에 뛰어드는 사람이 노래라고 보면 된다.
회상 장면(플래시백)
(말뜻) 영어 flashback 은 번쩍(flash) 뒤로(back), 곧 순간적으로 과거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이야기의 현재 시점 사이에 과거 장면을 끼워 넣는 연출이다. 음악은 지금이 과거라는 것을 알려 주는 표지가 되곤 한다. 「레이」에서는 어린 시절이 나올 때마다 물의 이미지와 함께 어두운 스코어가 흘러든다. 일기장을 넘기다 작년 소풍 사진이 나오면 그날의 노래가 머릿속에 다시 울리는 것처럼, 화면이 바뀌기 전에 음악이 먼저 과거로 데려간다. (다른 데서는) 심리학에서는 충격적인 기억이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증상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