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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lin Rouge!

물랑루즈 (2001)

이미 아는 노래로 처음 겪는 사랑을 말하게 한 영화. 20세기의 팝송이 1899년 몽마르트르 사람들의 입에서 다시 태어난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미국·호주 2001 개봉붉은 커튼 삼부작칸 개막작2. 음악주크박스 뮤지컬암스트롱 스코어유일한 신곡3. 만남네이처 보이유어 송 고백코끼리 방4. 갈등공작과의 거래록산 탱고쇼는 계속된다5. 절정개막 밤컴 왓 메이 재현6. 유산레이디 마멀레이드 1위브로드웨이 무대판골든글로브 음악상물랑루즈2001팝송을 1899년 파리 카바레로 옮겨 사랑을 …
이야기의 무대 🧭🗺️
N프랑스파리몽마르트르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크레이그 암스트롱

    스코틀랜드 작곡가로, 스코어와 편곡을 맡아 「유어 송」을 사랑의 주제로 엮었고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받았다.

  • 감독바즈 루어만

    붉은 커튼 삼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팝송 뮤지컬을 구상하고 각본과 제작을 함께 맡았다.

  • 제작마리우스 드 브리스

    음악감독이자 보컬 프로듀서로, 배우들의 노래 녹음을 이끌었다.

  • 작사데이비드 배어월드

    영화의 유일한 신곡 「컴 왓 메이」를 썼다.

  • 주연니콜 키드먼

    물랑루즈의 스타 사틴을 연기하며 노래를 직접 불렀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 주연이완 맥그리거

    영국인 시인 크리스티앙을 맡아 「유어 송」 등을 직접 불렀다.

YouTube에서 6곡 이어 듣기 ↗

I. 붉은 커튼의 마지막 막

(삼부작) 「물랑루즈」는 바즈 루어만 감독이 「댄싱 히어로」와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만든 이른바 붉은 커튼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루어만은 1993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푸치니의 「라 보엠」을 연출한 경험과 인도에서 본 볼리우드 영화에서 출발해, 1899년 파리 몽마르트르의 카바레를 무대로 한 뮤지컬 영화를 구상했다. 촬영은 1999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시드니의 폭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작곡가) 음악을 맡은 크레이그 암스트롱은 글래스고 출신의 스코틀랜드 작곡가로, 매시브 어택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며 팝과 관현악을 함께 다뤄 온 사람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루어만과 처음 함께 작업해 영국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받았고, 그 인연이 이 작품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 영화의 음악으로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받았고, 몇 해 뒤에는 이 시리즈에서 다룬 「레이」의 음악도 맡았다. (분업) 다만 이 영화의 음악은 한 사람이 다 쓴 것이 아니다. 암스트롱은 장면 사이를 잇는 관현악 음악인 스코어와 편곡을 맡았고, 마리우스 드 브리스는 음악감독과 보컬 프로듀싱을 맡았다. 두 사람은 루어만과 함께 수십 곡의 기존 팝송을 1899년의 이야기 속에 다시 짜 넣었다. 노래 사용권을 확보하는 데만 2년 반 가까이 걸렸다. (원칙) 이 영화를 위해 새로 쓴 노래는 사실상 한 곡뿐이다. 나머지는 엘턴 존, 마돈나, 퀸, 너바나 같은 20세기 대중음악을 19세기 말 인물들이 부르게 했다. 시대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드러냈고, 관객이 이미 아는 노래를 빌려 인물의 감정을 곧바로 전했다. 이것이 이 기존 곡 모음 뮤지컬, 곧 주크박스 뮤지컬의 원칙이었다.

II. 몽마르트르에 온 시인

(액자) 영화는 극장의 붉은 커튼이 열리고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면은 곧 1900년으로 넘어가, 젊은 영국인 작가 크리스티앙이 홀로 타자기 앞에 앉아 한 해 전의 일을 적어 내려간다. 첫 장면부터 그가 무언가를 잃은 사람이라는 기색이 짙고, 영화 전체가 그의 회상이라는 틀이 여기서 세워진다. (도입곡) 이 틀을 여는 노래가 「네이처 보이」다. 1940년대 이든 아베즈가 쓰고 냇 킹 콜이 불러 알려진 곡으로, 떠돌던 한 소년에게서 들은 짧은 깨달음을 전하는 노래다. 영화에서는 툴루즈 로트레크가 읊조리듯 노래를 꺼내고, 그 마지막 깨달음은 영화가 끝날 때 다시 돌아온다. 처음 들을 때는 수수께끼 같던 한 줄이 끝에 가서야 무게를 얻는다. (보헤미안) 아버지의 반대를 뿌리치고 파리에 온 크리스티앙은 진리와 아름다움, 자유와 사랑을 내세우는 몽마르트르의 보헤미안들과 얽힌다. 연극 대본이 막혀 있던 툴루즈 로트레크 일행 앞에서 그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대목을 즉석에서 떠올리자, 일행은 단번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다. 이 영화에서는 노래 한 구절이 곧 그 인물의 재능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 (압생트) 일행이 건넨 압생트 잔에서 카일리 미노그가 연기한 초록 요정이 튀어나와 노래하며 날아다닌다. 이 환각 장면은 영화가 사실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린다. 술기운과 함께 일행은 언덕 아래 붉은 풍차가 도는 카바레로 몰려간다.

♪네이처 보이 (Nature Boy)

회상의 틀을 여는 노래로, 영화의 마지막 깨달음을 첫 장면에 미리 놓아 둔다. 처음엔 수수께끼 같던 노래가 끝에 가서 결론이 된다.

  • 원곡은 1940년대 이든 아베즈가 쓰고 냇 킹 콜이 불러 알려졌다. 영화가 시작할 때는 툴루즈 로트레크가 읊조리듯 노래를 꺼내고, 끝날 때는 크리스티앙이 다시 부른다. 같은 노래가 처음과 끝을 감싸는 수미상관 구조다.
  • 사운드트랙 1집은 데이비드 보위의 「네이처 보이」로 시작해 매시브 어택과 함께 만든 보위의 다른 버전으로 끝난다.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매시브 어택과 함께 작업한 이력이 이 선택과 이어져 있다.
  • 원래 이 자리에는 캣 스티븐스의 「파더 앤드 선」이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사용 허락을 얻지 못해 이 곡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대신 사랑에 관한 깨달음으로 문을 연다.
  • 단조 쪽으로 기우는 선율이 짧은 구절을 되풀이하며 맴도는데,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III. 붉은 풍차의 밤

(캉캉) 물랑루즈의 첫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소란스러운 대목이다. 주인 지들러가 손님을 맞으며 벌이는 「지들러의 랩」은 「레이디 마멀레이드」와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 팻보이 슬림의 「비코즈 위 캔」을 캉캉의 리듬 위에 한데 엮는다. 화면은 숨 쉴 틈 없이 잘려 나가고, 음악은 세기말 파리의 퇴폐와 1990년대 클럽의 열기를 하나로 포갠다. 짐 브로드벤트가 연기한 지들러는 실존했던 물랑루즈 창업자 샤를 지들러에게서 이름을 빌렸다. (사틴) 그 소란 한가운데로 사틴이 그네를 타고 천장에서 내려온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와 「머티리얼 걸」을 이어 붙인 「스파클링 다이아몬즈」는 그녀를 값비싼 보석처럼 소개한다. 195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의 화려함과 1980년대 팝의 당돌함이 한 무대에서 이어진다. (오해) 그날 밤 사틴은 크리스티앙을 투자자인 공작으로 착각해 코끼리 모양의 방으로 부른다. 크리스티앙은 시를 낭독하려다 결국 엘턴 존과 버니 토핀의 「유어 송」을 부른다. 서툴게 시작한 고백이 점점 커지고, 사틴의 얼굴에서 영업용 미소가 걷힌다. 이완 맥그리거는 이 노래를 직접 불렀다. (주제) 이 노래는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암스트롱은 「유어 송」의 선율을 관현악 스코어로 옮겨 두 사람의 사랑을 가리키는 주제로 삼았고, 이 선율은 연습 장면과 폭풍 같은 다툼이 지나간 뒤에도 기악으로 다시 흐른다.

♪레이디 마멀레이드 (Lady Marmalade)공식 MV — Aguilera·Lil' Kim·Mya·P!nk

물랑루즈에 들어서는 순간의 소란을 대표하는 노래다. 영화 속에서는 「지들러의 랩」 안에서 다른 곡들과 뒤섞여 흐른다.

  • 원곡은 밥 크루와 케니 놀런이 쓰고 1970년대 라벨이 불러 알려졌다. 프랑스어 후렴이 들어 있어 파리 카바레로 옮겨 놓기에 잘 맞는 곡이었다.
  • 사운드트랙판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릴 킴, 마이아, 핑크가 나누어 불렀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상 최우수 팝 협업 보컬 부문을 받아, 영화보다 노래가 먼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 영화 속 장면에서는 너바나와 팻보이 슬림의 곡, 캉캉의 리듬과 한꺼번에 엮인다. 서로 다른 곡을 겹쳐 하나로 만드는 매시업 방식이 관객을 단번에 세기말 카바레의 소음 속으로 밀어 넣는다.
  • 무거운 전자 비트와 금관, 여러 목소리가 차례로 앞에 나서는 구성이 손님을 부르는 호객꾼의 외침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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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 송 (Your Song)영화 장면 — Moulin Rouge!

착각에서 시작된 만남이 진심으로 바뀌는 노래다. 그 선율은 이후 영화 내내 두 사람의 사랑을 가리키는 주제로 쓰인다.

  • 엘턴 존과 버니 토핀이 1970년에 발표한 곡이다. 시인이 화려한 말을 찾지 못해 수줍게 마음을 털어놓는 화법이, 시를 읽으려다 노래를 부르게 된 크리스티앙의 처지와 꼭 맞는다.
  • 이완 맥그리거가 직접 불렀다. 조용하게 시작한 노래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동안 파리의 지붕 위로 달이 떠오르고, 달이 오페라풍으로 노래하는 환상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사운드트랙판에는 테너 알레산드로 사피나가 함께했다.
  • 암스트롱은 이 선율을 관현악으로 옮겨 사랑의 주제로 삼았다. 특정한 선율로 인물이나 감정을 가리키는 기법을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라고 한다. 사운드트랙 2집에 실린 연습 장면판과 폭풍 이후판 두 가지 기악 버전에서 그 쓰임을 들을 수 있다.
  • 같은 선율이 첫 고백에서는 설렘으로, 이별 뒤에는 상실로 들린다. 선율은 그대로인데 장면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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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코끼리 위의 사랑

(거래) 오해가 풀린 뒤 이야기는 거래로 넘어간다. 지들러는 물랑루즈를 극장으로 바꾸려 하고, 돈줄인 공작은 그 대가로 사틴을 원한다. 크리스티앙과 보헤미안들은 공작 앞에서 인도를 배경으로 한 연극 「스펙터큘러 스펙터큘러」의 줄거리를 즉석에서 지어낸다. 사운드트랙 2집에 실린 「더 피치」는 여러 배우가 말과 노래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부풀려 가는 소란스러운 장면이다. (메들리) 그 사이 코끼리 방 꼭대기에서 크리스티앙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사틴을 설득한다. 이 장면의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비틀스, 키스, 필 콜린스, U2, 데이비드 보위, 돌리 파턴의 사랑 노래 조각을 이어 붙인 것으로, 두 사람은 남의 노래 구절을 무기 삼아 말다툼하듯 주고받는다. 여러 곡을 이어 붙이는 메들리가 이 장면에서는 대화의 형식이 된다. (비밀) 연습이 이어지는 동안 둘은 공작의 눈을 피해 사랑을 키운다. 크리스티앙은 극 중 극에 두 사람만의 노래를 써 넣는데, 그것이 「컴 왓 메이」다. 무대 위에서는 연극 속 연인의 노래이고, 무대 밖에서는 둘이 서로를 확인하는 비밀 신호다. (신곡) 이 곡은 영화의 유일한 신곡이다. 데이비드 배어월드가 원래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썼다가 쓰이지 않은 노래로, 다른 곡들과 달리 관객이 처음 듣는 선율이다. 이미 아는 노래들 틈에서 낯선 선율이 두 사람만의 것으로 남는다.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 (Elephant Love Medley)영화 장면 — Moulin Rouge!

사랑을 믿지 않는 사틴을 크리스티앙이 설득하는 장면이다. 남의 사랑 노래 조각들이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된다.

  • 비틀스, 키스, 필 콜린스, U2, 데이비드 보위, 돌리 파턴 등의 사랑 노래를 짧게 잘라 이어 붙였다. 노래 하나가 길게 이어지지 않고 한두 구절씩 끊겨 넘어간다.
  • 크리스티앙이 사랑 노래 한 구절을 꺼내면 사틴이 다른 구절로 받아치는 말다툼의 형식이다. 이 문답이 점점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이중창으로 바뀌어 가는 흐름이 장면의 요점이다.
  • 관객은 노래 조각마다 원곡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는 바로 그 익숙함을 이용한다. 사랑을 처음 말하는 사람도 결국 남이 먼저 한 말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이 영화의 생각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 후반부에서 음악이 크게 부풀며 고음으로 치솟을 때, 코끼리 방 꼭대기라는 무대가 하늘 위로 떠오르는 것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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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탱고, 그리고 쇼는 계속된다

(질투) 공작의 의심이 짙어지자 지들러는 공작을 달래려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을 부른다. 짐 브로드벤트와 리처드 록스버그가 벌이는 이 장면은 우스꽝스럽지만, 웃음 밑에서는 사틴을 둘러싼 거래가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탱고) 분위기는 「엘 탱고 드 록산」에서 급격히 어두워진다. 크리스티앙의 친구인 아르헨티나인이 질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탱고를 이끈다. 폴리스의 「록산」과 아르헨티나 작곡가 마리아노 모레스의 탱고 선율이 겹쳐지고, 화면은 무희들의 탱고와 공작의 거처로 향하는 사틴, 그리고 괴로워하는 크리스티앙을 오간다. 리듬이 빨라질수록 세 갈래의 시간이 하나로 조여 든다. (비밀) 사틴은 크리스티앙에게 말하지 못한 사실을 안고 있다. 그것을 알게 된 지들러가 무대에 서야 한다고 말하자, 둘은 퀸의 「더 쇼 머스트 고 온」을 함께 부른다. 원곡의 록을 오페라풍의 장대한 편곡으로 바꾼 이 노래에서, 사틴은 자신을 지우면서 무대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된다. (이별) 결국 사틴은 크리스티앙을 밀어낸다. 「유어 송」의 사랑 주제는 이 무렵 기악으로만 흐르고, 처음 그 노래가 불렸을 때의 밝음은 남아 있지 않다. 같은 선율이 같은 사랑을 가리키는데, 이제는 놓쳐 버린 사랑처럼 들린다.

♪엘 탱고 드 록산 (El Tango de Roxanne)영화 장면 — Moulin Rouge! (2001)

질투가 극에 이르는 대목이다. 탱고 무대와 사틴, 크리스티앙의 시간이 교차하며 하나로 조여 든다.

  • 폴리스의 「록산」에 아르헨티나 작곡가 마리아노 모레스의 탱고 선율을 겹쳤다. 영국 록 밴드의 노래와 남미의 춤곡이 질투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묶인다.
  • 아르헨티나인 역의 자첵 코만이 말하듯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탱고의 끊어 치는 리듬이 서서히 쌓여 간다. 처음에는 낮게 웅크린 리듬이 점점 빨라지고 거칠어진다.
  • 화면을 번갈아 보여 주는 교차편집에 맞춰 음악도 한 겹씩 두꺼워진다. 여러 갈래의 노래가 동시에 움직이는 짜임이 세 인물의 엇갈린 시간을 한 소리에 담는다.
  • 사운드트랙판에는 호세 펠리치아노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현악기가 날카롭게 긁어 대는 대목은 인물들의 신경이 끊어지기 직전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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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쇼 머스트 고 온 (The Show Must Go On)영화 장면 — 물랑 루즈!

사틴이 감춘 사실을 안고 무대를 지키기로 하는 장면이다. 화려한 카바레의 노래가 처음으로 비극의 무게를 얻는다.

  • 퀸이 1991년 음반 「이뉴엔도」에 실은 곡이다. 원곡의 록 편성을 큰 관현악과 오페라풍 합창으로 옮겨, 장엄하지만 숨이 막히는 분위기를 만든다.
  • 짐 브로드벤트와 니콜 키드먼이 함께 부른다. 지들러가 무대를 위해 사틴을 설득하는 말과 사틴이 자기 마음을 누르는 말이 한 노래 안에서 맞물린다.
  • 같은 짧은 화음 진행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하다가 끝으로 갈수록 음량과 음높이를 끌어올리는 구성이다. 무대가 사람을 삼켜 버리는 느낌이 이 반복에서 나온다.
  • 사운드트랙 1집에는 실리지 않았고, 영화가 성공한 뒤 나온 2집에 영화판 그대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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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막이 오르고, 다시 내리다

(초연) 「스펙터큘러 스펙터큘러」의 개막 밤, 무대 위의 연극과 무대 뒤의 현실이 겹치기 시작한다. 극 중 장면에 쓰인 「힌디 새드 다이아몬즈」는 인도 영화 「차이나 게이트」의 노래 「차마 차마」에 「스파클링 다이아몬즈」를 섞은 것으로, 루어만이 처음 구상할 때 품었던 볼리우드의 색채가 여기서 온전히 드러난다. (재현) 결정적인 순간 「컴 왓 메이」가 돌아온다. 앞서 나온 노래를 다시 부르는 리프라이즈가 이 장면의 중심이다. 연습실에서 두 사람만 알던 비밀 신호가 객석과 무대 위 모든 사람 앞에서 불리면서, 극 중 극의 노래가 현실의 고백이 된다. 다른 인물들의 노래가 그 위에 겹쳐 쌓이며 음악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른다. (정점 이후) 그다음에 무엇이 일어나는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는다. 다만 음악이 환희의 정점에서 급격히 가라앉는다는 점은 말해 둘 수 있다. 커다란 합창이 걷힌 자리에 「유어 송」의 기악 선율이 조용히 남고, 첫 장면의 타자기 소리가 돌아온다. (여운) 사운드트랙 2집의 「어센션 / 네이처 보이」가 가리키듯, 영화는 크리스티앙이 다시 「네이처 보이」의 깨달음을 꺼내는 것으로 액자를 닫는다. 처음에는 낯선 소년의 이야기로 들리던 그 노래가 이제는 이 영화의 결론이 된다. 크레디트에는 「볼레로」라는 이름의 음악이 흐르고, 붉은 커튼이 내려온다.

♪컴 왓 메이 (Come What May)영화 장면 — 물랑 루즈 (2001)

연습실의 비밀 신호였던 노래가 개막 밤 무대에서 리프라이즈로 돌아온다. 극 중 극의 노래가 현실의 고백이 되는 순간이다.

  • 이 영화의 유일한 신곡이다. 데이비드 배어월드가 원래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썼다가 쓰이지 않은 노래여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 처음에는 두 사람이 조용히 주고받는 이중창으로 등장한다.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직접 불렀고, 두 목소리가 따로 시작해 하나의 선율로 합쳐지는 짜임이 사랑의 약속을 소리로 보여 준다.
  • 앞서 나온 노래를 다시 부르는 리프라이즈가 절정의 장치다. 같은 선율이 연습실에서는 속삭임이었다가, 객석 앞에서는 다른 인물들의 노래와 겹쳐 쌓인 거대한 합창이 된다.
  • 2019년 브로드웨이 무대판에서도 이 노래는 두 연인의 중심 넘버로 남았다. 무대판은 영화 이후에 나온 팝송들을 대거 더해 노래 목록을 새로 짰고, 2021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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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이야기

영화의 유일한 신곡 「컴 왓 메이」는 이 영화를 위해 쓴 노래가 아니었다. 데이비드 배어월드가 5년 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썼다가 쓰이지 않고 남아 있던 곡이었다. 이 사정 때문에 이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영화를 대표하는 사랑 노래가 사실은 같은 감독의 앞 작품에서 넘어온 셈이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이루는 「네이처 보이」도 처음 계획에 있던 노래가 아니었다. 원래는 캣 스티븐스의 「파더 앤드 선」이 그 자리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사용 허락을 얻지 못했고, 롤링 스톤스의 곡들도 확보하지 못했다. 노래 사용권 협상에 2년 반 가까이 걸린 이 영화에서, 최종 곡목은 처음 구상한 것만큼이나 허락받을 수 있었던 곡에 따라 정해졌다. 사운드트랙에 실린 「콩플랭트 드 라 뷔트」는 장 르누아르 감독의 1955년 영화 「프렌치 캉캉」의 노래다. 르누아르가 노랫말을 쓰고 조르주 반 파리스가 곡을 붙였다. 「프렌치 캉캉」 역시 물랑루즈가 생겨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여서, 이 곡을 고른 데에는 같은 카바레를 다룬 선배 영화에 보내는 인사의 뜻이 담겨 있다. 루퍼스 웨인라이트가 부른 덕에 팝 음반으로 소비되면서 이 계보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주인공 사틴은 물랑루즈의 실제 무희 잔 아브릴에게서 느슨하게 착안한 인물이고, 지들러라는 이름은 실제 창업자 샤를 지들러에게서 왔다. 툴루즈 로트레크가 그린 포스터 속 인물들이 이 영화의 인물들 뒤에 겹쳐 있다. 영화는 원래 2000년 성탄 시즌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루어만이 후반 작업에 시간을 더 쓰기 위해 개봉을 미뤘고, 영화는 2001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공개됐다. 촬영 일정이 밀리면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 시드니 스튜디오를 내줘야 했고, 일부 장면은 마드리드에서 추가로 찍었다.

용어 노트 📚🔎

주크박스 뮤지컬

(말뜻) 주크박스는 동전을 넣고 원하는 음반을 골라 틀던 기계다. 이미 있는 인기곡을 골라 틀듯 이야기 속에 넣는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새로 작곡한 노래 대신 이미 유명한 대중가요를 엮어 만든 뮤지컬이다. 관객이 아는 노래라서 처음부터 감정이 쉽게 전해지지만, 그 노래를 인물의 상황에 맞게 다시 읽어 내는 솜씨가 필요하다. 반 장기자랑에서 유행가 노랫말을 우리 반 이야기로 바꿔 부르면 모두가 금방 따라 웃는 것과 비슷하다. 「물랑루즈」는 노래 대부분이 이런 기존 곡이다.

스코어

(말뜻) 영어 score는 원래 여러 악기의 악보를 한데 모은 총보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그 악보로 연주하는 배경음악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인물이 직접 부르는 노래와 달리, 장면 뒤에서 분위기와 감정을 받쳐 주는 기악 음악이다. 「물랑루즈」에서는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유어 송」 같은 노래의 선율을 관현악으로 바꿔 스코어로 썼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타나면 배경음악이 바뀌어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 그 배경음악이 바로 스코어다. (다른 데서는) 운동 경기에서 스코어는 점수를 뜻한다.

편곡

(말뜻) 편곡(編曲)은 곡(曲)을 엮는다(編)는 뜻이다. 이미 있는 곡을 다시 엮어 새 모습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선율은 그대로 두고 악기 구성, 빠르기, 리듬, 화음을 바꿔 곡의 분위기를 새로 만드는 일이다. 퀸의 록 노래 「더 쇼 머스트 고 온」을 오페라풍 관현악으로 바꾼 것이 좋은 예다. 같은 김치볶음밥이라도 치즈를 올리고 달걀 프라이를 얹으면 전혀 다른 요리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재료인 선율은 같아도 조리법이 바뀐 것이다.

메들리

(말뜻) 메들리는 원래 영어로 여러 가지를 뒤섞은 것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여러 곡의 일부를 끊지 않고 이어 붙여 한 곡처럼 부르거나 연주하는 형식이다.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여러 가수의 사랑 노래 구절을 이어 붙여 두 사람의 대화로 만들었다. 운동회 응원전에서 인기곡 후렴만 골라 쉬지 않고 이어 부르는 것이 메들리다. (다른 데서는) 수영에서 메들리는 배영, 평영, 접영, 자유형을 한 사람이나 한 팀이 차례로 헤엄치는 혼영 경기를 뜻한다.

매시업

(말뜻) 영어 mash는 으깨어 섞는다는 뜻이다. 으깬 감자처럼 여러 곡을 한데 짓이겨 섞는다는 느낌이 이름에 담겨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메들리가 곡을 하나씩 차례로 잇는다면, 매시업은 두 곡 이상을 동시에 겹쳐 하나로 만든다. 한 곡의 반주 위에 다른 곡의 노래를 얹는 식이다. 「엘 탱고 드 록산」은 폴리스의 「록산」과 탱고 선율을, 물랑루즈의 첫 장면은 여러 팝송과 캉캉을 겹쳤다. 돌림노래가 같은 노래를 겹치는 것이라면, 매시업은 서로 다른 두 노래를 겹쳐 부르면서도 어울리게 맞추는 것이다.

리프라이즈

(말뜻) 프랑스어 reprise는 다시 잡는다,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에서 나온 노래를 이야기 뒤쪽에서 다시 부르는 것이다. 보통 노랫말이나 분위기가 조금 바뀌어, 그 사이에 인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 준다. 「컴 왓 메이」는 처음에 두 사람만의 비밀 노래로 나왔다가 절정에서 리프라이즈로 돌아온다. 학기 초에 어색하게 불렀던 반가를 졸업식에서 다시 부르면 같은 노래인데도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것과 같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는 이끈다(leiten)와 동기(Motiv)가 합쳐진 말로, 이야기를 이끄는 짧은 음악 조각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유도동기(誘導動機)도 이끄는 동기라는 뜻으로 옮긴 것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감정, 장소가 나올 때마다 같은 짧은 선율을 되풀이해 그것을 가리키게 하는 기법이다. 관객은 선율만 들어도 누구 이야기인지, 어떤 감정인지 알아챈다. 「물랑루즈」에서는 「유어 송」의 선율이 두 연인의 사랑을 가리킨다. 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나오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급식 시간인 줄 아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