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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gaan

라간 (2001)

가뭄 든 마을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노래에서 시작해, 신분이 다른 열한 사람을 한 팀으로 묶고, 결전 앞의 기도로 끝나는 음악이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인도 2001 개봉아미르 칸 첫 제작쿠치 사막 세트2. 가뭄가난 가난오지 않는 비첫 복선3. 결속크리켓 내기미트와신분의 벽4. 마음라다의 질투두 언어의 노래엘리자베스5. 결전찰레 찰로오 팔란하레사흘의 경기6. 유산국가영화상 음악상아카데미 후보음반 대히트라간2001비를 기다리는 마을, 크리켓 내기, 라흐만이 …
이야기의 무대 🧭🗺️
N미국인도첸나이부즈뭄바이로스앤젤레스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A. R. 라흐만

    노래 여섯 곡과 배경음악을 맡아 인도 국가영화상 음악상을 받았다.

  • 작사자베드 악타르

    완성된 곡에 가사를 붙였고 「가난 가난」과 「라다 카이세 나 잘레」로 국가영화상 작사상을 받았다.

  • 감독아슈토시 고와리케르

    이야기를 쓰고 연출했으며, 라흐만이 들려준 수많은 선율에서 영화에 쓸 곡을 골랐다.

  • 제작아미르 칸

    처음으로 직접 제작한 영화에서 주인공 부반도 연기했다.

  • 주연그레이시 싱

    부반을 사랑하는 마을 처녀 가우리를 연기했다.

  • 주연레이철 셸리

    마을 사람들에게 크리켓을 가르치는 영국 여인 엘리자베스를 연기했다.

YouTube에서 6곡 이어 듣기 ↗

I. 사막에 세운 마을

(기획) 「라간」은 아슈토시 고와리케르가 쓰고 연출한 힌디어 영화다. 1893년 영국령 인도에서 가뭄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토지세(라간)를 면제받으려고 영국 장교와 크리켓 내기를 한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스포츠 영화에 회의적이던 아미르 칸이 완성된 각본을 듣고 마음을 바꿨고, 이 작품은 그가 직접 제작한 첫 영화가 되었다. 마을 세트는 구자라트주 쿠치 지역의 부즈 근처에 지었다. (작곡가) 음악은 A. R. 라흐만이 맡았다. 첸나이 출신으로 1992년 「로자」로 영화음악에 데뷔해 남인도와 뭄바이 영화계를 오가며 인도 영화음악의 소리를 바꿔 놓은 사람이다. 라흐만 자신은 이 일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시대의 공기를 소리로 만드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앞서 「이루바르」, 「1947 어스」, 「주베이다」에서 시대극을 해 본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작업) 2002년 필름페어 인터뷰에 따르면 노래 다섯 곡은 약 6주 만에 나왔고, 여섯 번째 곡은 석 달 쉬었다가 일주일 만에 썼으며, 배경음악에 다시 두 달쯤 걸렸다. 자베드 악타르는 곡이 다 나온 뒤에 가사를 붙였다. 라흐만은 사랑기 명인 우스타드 술탄 칸, 모한 비나를 만든 판디트 비슈와 모한 바트, 타악기 연주자 시바마니, 그리고 영국의 하프 연주자들을 불러 녹음했다. (통합) 노래와 춤이 이야기를 끊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은 개봉 당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짚었다. 이 시리즈의 「드림걸즈」에서 노래가 줄거리를 밀고 나갔던 것처럼, 「라간」의 노래도 저마다 이야기의 한 매듭을 맡는다.

II. 오지 않는 비

(가뭄) 영화는 바싹 마른 땅에서 시작한다. 참파네르라는 마을의 농민들은 몇 해째 비를 보지 못했고, 그런데도 영국 주둔군과 그들에게 기댄 지방 왕에게 세금을 바쳐야 한다. 이야기는 이 마을 청년 부반이 중심에 서 있고, 그를 오래 마음에 둔 처녀 가우리가 곁에 있다. (구름) 어느 날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마을 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노래하고 춤춘다. 이 대목에 흐르는 노래가 「가난 가난」이다. 아미르 칸은 이 곡을 영화에서 처음 들은 노래로 기억하며, 영화 전체가 물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부터 못 박는 노래라고 했다. (허탕) 노래는 비가 온다는 기쁨으로 한껏 부풀다가, 구름이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춤이 끝난 자리에 남는 것은 여전히 마른 땅이다. 기쁨을 다 보여 준 뒤 그것을 거둬 가는 이 구성 덕분에 관객은 이 마을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몸으로 알게 된다. (복선) 이 노래 한 곡이 영화의 큰 물음을 깔아 둔다. 비는 언제 올 것인가, 그리고 마을은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가. 이 물음은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진다. 고와리케르는 라흐만이 곡 하나를 내미는 대신 세 시간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고 고르게 했다고 회고했는데, 이 곡의 빠른 첫 선율도 그렇게 골라낸 것이었다.

♪가난 가난 (Ghanan Ghanan)2001영화 장면 — Aamir Khan·Gracy Singh

먹구름을 본 마을이 일제히 노래하고 춤추지만 끝내 비는 내리지 않는다. 영화 전체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첫 노래가 정해 둔다.

  • 빠르게 몰아치는 첫 선율과 타악기는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의 움직임처럼 들린다. 고와리케르는 라흐만이 들려준 세 시간 분량의 음악에서 이 선율을 골라냈다고 했다.
  • 여러 가수가 번갈아 메기고 받는 구성은 한 사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노래한다는 느낌을 준다. 우디트 나라얀, 수크윈더 싱, 알카 야그니크, 샹카르 마하데반, 샨과 합창이 함께했다.
  • 아미르 칸의 말대로 노래는 비가 온다는 기쁨으로 부풀었다가 구름이 지나가 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기쁨이 정점에서 꺾이는 그 순간이 이 영화의 첫 복선이다.
  • 자베드 악타르는 이 곡과 「라다 카이세 나 잘레」로 인도 국가영화상 작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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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열한 사람을 모으다

(내기) 세금을 깎아 달라고 찾아간 마을 사람들 앞에서 영국 장교 러셀 대위가 내기를 건다. 크리켓 경기에서 마을이 이기면 이 지역 전체의 세금을 3년 동안 면제하고, 지면 세 배를 물린다. 부반은 다른 사람들과 상의도 없이 이 내기를 받아 버리고, 마을은 그를 원망한다. (설득) 부반은 공도 방망이도 처음 만져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팀원을 하나씩 모은다. 이 대목을 이끄는 노래가 「미트와」다. 친구라는 뜻의 이 말은 원래 노래에 넣으려던 단어가 아니었다. 자베드 악타르에 따르면 라흐만이 귀에 걸리는 단어 하나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 요청에서 이 말이 나왔다. (구성) 노래는 부드럽게 달래는 대목과 힘차게 터지는 후렴을 번갈아 오간다. 망설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다가 함께 가자고 외치는 설득의 순서와 닮았다. 부반의 노래는 우디트 나라얀이 불렀고, 그는 이 곡으로 인도 국가영화상 남성 플레이백 가수상을 받았다. (경계) 팀은 쉽게 모이지 않는다. 영국군에서 일했던 시크교도 데바, 무슬림 이스마일, 그리고 마을이 꺼려 온 불가촉천민 출신의 카차라가 차례로 들어온다. 카차라를 받아들이는 문제로 마을이 둘로 갈라지는 장면은 이 영화가 크리켓만이 아니라 인도 사회 안의 벽에 대해서도 말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미트와 (Mitwa)2001실황 Udit Narayan · 2014 방글라데시 콘서트

부반이 망설이는 마을 사람들을 한 명씩 팀으로 끌어들이는 대목의 노래다.

  • 곡 전체가 기대는 한 단어, 친구라는 뜻의 미트와는 라흐만이 귀에 남을 단어 하나가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나왔다. 노래 전체를 기억하게 하는 짧은 고리, 곧 훅(hook) 역할을 한다.
  • 조용히 달래는 대목과 힘차게 터지는 후렴이 번갈아 나온다. 이 오르내림이 곡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 악타르는 시대극에 맞는 옛 정서와 지금 관객의 귀를 함께 붙잡은 것이 라흐만의 관현악 편곡이라고 했다. 민속 리듬 위에 현악이 겹치는 대목을 들어 볼 만하다.
  • 우디트 나라얀은 이 곡으로 국가영화상 남성 플레이백 가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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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두 여인의 마음

(조력) 뜻밖의 조력자가 나타난다. 러셀 대위의 누이 엘리자베스가 오빠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여겨, 몰래 마을 사람들에게 크리켓 규칙을 가르쳐 준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 크리켓과 함께 감정이 자라고, 가우리는 이 영국 여인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축제) 크리슈나 신을 기리는 마을 축제에서 「라다 카이세 나 잘레」가 펼쳐진다. 크리슈나가 다른 여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본 라다가 어찌 질투하지 않겠느냐고 따지는 노래로, 연인 사이의 말다툼을 신화의 옷을 입혀 주고받는 화법이다. 노란 옷의 부반과 가우리가 춤추는 모습을 엘리자베스가 지켜본다. 노래 속 질투가 그대로 세 사람의 관계에 겹친다. (놀이) 고와리케르는 이 곡을 자신에게는 첫째가는 노래라고 했다. 장난스러운 리듬 위에 아샤 보슬레의 목소리가 토라진 듯 웃는 듯 오간다. 자베드 악타르는 이 노래로 「가난 가난」과 함께 국가영화상 작사상을 받았다. (꿈) 이어지는 「오 레 초리」에서는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무대에 오른다. 힌디어로 부르는 부반·가우리의 목소리와, 영어로 부르는 엘리자베스 쪽 목소리가 한 노래 안에서 나란히 간다. 두 언어가 한 곡에 공존하는 장면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이 같은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이의 거리를 함께 보여 준다.

♪라다 카이세 나 잘레 (Radha Kaise Na Jale)2001실황 A. R. Rahman 콘서트 · 2014 방글라데시

크리슈나 축제의 춤 속에서 라다의 질투가 가우리의 마음과 겹치고, 그 모습을 엘리자베스가 지켜본다.

  • 인도 고전음악의 선법인 라가 가운데 아베리·빔팔라시를 느슨하게 바탕에 두었다. 저녁 무렵에 어울리는 그리움의 빛깔을 지닌 선법이다.
  • 아샤 보슬레와 우디트 나라얀이 라다와 크리슈나처럼 따지고 받아넘기며 주고받는다. 노래 자체가 말다툼의 형식이다.
  • 고와리케르는 이 곡을 자신에게 첫째가는 노래라고 했다. 악타르는 기혼인 의사 친구가 노래 속 연인의 다툼이 아주 현대적으로 들린다고 전화해 왔다는 일화를 전했다.
  • 신화 속 삼각관계가 화면 속 세 사람의 관계를 그대로 비춘다. 노래가 인물들이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대신 말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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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레 초리 (O Rey Chhori)2001영화 장면 — Aamir Khan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노래가 되는 대목으로, 힌디어와 영어가 한 곡 안에서 나란히 흐른다.

  • 힌디어 노래에 영어 구절이 끼어드는 이중 언어 구성이 핵심이다. 영어 구절은 바순다라 다스가 불러,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의 목소리를 따로 세운다.
  • 라흐만에 따르면 이 선율은 원래 자신의 앨범 「마 투제 살람」을 위해 쓴 훨씬 느린 곡이었다. 아미르 칸이 부족하다고 해서 템포를 끌어올렸다.
  • 공식 크레디트에는 자베드 악타르만 올라 있지만, 아미르 칸은 영어 가사를 악타르의 자녀인 파르한·조야 악타르가 썼다고 밝혔다.
  • 서양식 춤곡의 결과 인도식 선율이 번갈아 나오며, 두 사람 사이의 끌림과 거리를 동시에 그리는 것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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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결전 앞의 밤

(훈련) 경기 날이 다가오면서 마을 팀은 서툰 동작을 조금씩 다듬는다. 고와리케르는 「찰레 찰로」가 경기를 앞두고 팀이 마지막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을 보여 줘야 했다고 말했다. 라흐만이 직접 노래했고, 인도 고전음악의 선법인 라가 조그를 바탕에 두었다. (쓸쓸함) 행진곡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노래인데도 그 밑에 묘한 쓸쓸함이 깔려 있다. 고와리케르는 라흐만의 음악과 목소리에 고독과 우수가 있다고 했다. 다 함께 걷자고 부르면서도, 가뭄과 굶주림과 세 배의 세금이라는 무게를 잊지 않는 노래다. 자베드 악타르가 바로 그 사정을 가사에 담았다. (기도) 결전을 앞두고 마을은 신 앞에 선다. 「오 팔란하레」는 라타 망게시카르의 목소리가 이끄는 기도의 노래로, 보살펴 주는 이에게 자신을 맡기는 단순한 화법으로 되어 있다. 악타르는 이 곡이 자기가 쓴 노래 중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신앙이 없는 자신이 그 순진함과 내맡김을 안에서 찾아내야 했다는 것이다. (정적) 이 장의 음악은 소리를 키우지 않는다. 경기 전 마지막 밤은 함성이 아니라 낮은 기도로 채워지고, 그렇게 가라앉힌 공기가 다음 장의 긴 경기를 더 크게 들리게 한다. 노래와 노래 사이에 남는 조용한 틈도 이 영화가 계산해 둔 소리의 일부다.

♪찰레 찰로 (Chale Chalo)2001영화 장면 — Aamir Khan

경기를 앞두고 팀이 마지막으로 하나가 되는 장면의 노래로, 라흐만이 직접 불렀다.

  • 인도 고전음악의 선법인 라가 조그를 바탕으로 한다. 행진하듯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빛깔이 남는다.
  • 라흐만 자신의 목소리가 이끈다. 고와리케르는 그의 음악과 목소리에 고독과 우수가 배어 있다고 했는데, 승리를 다짐하는 노래에 그 어두운 결이 겹친다.
  • 다섯 곡을 먼저 쓰고 석 달 쉬었다가 일주일 만에 완성한 여섯 번째 곡이다. 처음에는 가사 대신 자리만 채우는 임시 구절이 붙어 있었고, 악타르가 그 자리에 찰레 찰로를 넣었다.
  • 이 제목은 뒷날 「라간」 제작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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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팔란하레 (O Paalanhaare)2001영화 장면 — Aamir Khan

결전을 앞둔 마을이 신 앞에 서는 기도의 노래다.

  • 라타 망게시카르의 맑은 목소리가 앞에 서고 우디트 나라얀과 사다나 사르감, 합창이 뒤를 받친다. 라흐만은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소리를 원해서 라타 망게시카르와 아샤 보슬레를 이 앨범에 불렀다고 했다.
  • 자베드 악타르는 이 곡을 자기가 쓴 노래 중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기교보다 순수함과 단순함이 필요한 노래였다는 것이다.
  • 반주는 최소한으로 줄고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악타르는 가사를 몰라도 이 음악은 어디서 듣든 기도로 들린다고 했다.
  • 경기 장면의 함성 직전에 놓인 이 고요함이 다음 장의 긴장을 더 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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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사흘의 경기

(경기) 영화 후반의 큰 몫은 사흘에 걸친 크리켓 경기에 바쳐진다. 노래는 거의 나오지 않고, 관중의 소리와 공이 방망이에 맞는 소리, 그리고 라흐만의 배경음악이 이 긴 시간을 끌고 간다. 「라간」은 당시 힌디어 영화로는 드물게 현장의 소리를 함께 녹음하는 동시녹음 방식으로 찍었고, 음향을 맡은 H. 스리다르와 나쿨 캄테는 국가영화상 음향상을 받았다. (균열) 경기의 흐름은 한 번에 기울지 않는다. 마을 팀은 낯선 경기 방식에 흔들리고, 팀 안에서도 금이 간다. 위기 때마다 앞서 들었던 노래들의 선율 조각이 배경음악 속에 언뜻 비친다. 앞의 장들에서 쌓아 둔 정서가 말없이 다시 불려 나오는 셈이다. (하늘) 「가난 가난」이 던져 둔 물음, 곧 비가 언제 올 것인가 하는 물음이 경기의 끝자락에서 다시 떠오른다. 음악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점점 숨을 죽이며 관객을 한 공 한 공에 붙잡아 둔다. 그 결말이 무엇인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는다. 다만 영화의 처음과 끝이 같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만 말해 둔다. (여운) 이야기를 닫는 것은 아미타브 바치찬의 해설이다. 「라간」은 2002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앨범은 그해 가장 크게 히트한 음반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앨범에 실린 테마곡 「라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인디아」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제목대로, 영화가 다 끝난 뒤에도 남는 정조를 한 곡에 모아 둔다.

♪라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인디아 (Lagaan... Once Upon a Time in India)2001

영화의 부제를 제목으로 삼은 테마곡으로, 이야기 전체의 정조를 한 곡에 모았다.

  • 아누라다 스리람의 목소리와 합창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정조를 만든다. 제목의 '옛날 옛적 인도에서'라는 말과 잘 맞는다.
  • 사랑기(활로 켜는 인도의 현악기)와 모한 비나(기타를 개조한 인도식 슬라이드 현악기) 같은 인도 악기와 서양 관현악이 어떻게 섞이는지 들어 볼 만하다. 이 앨범에는 술탄 칸과 비슈와 모한 바트가 참여했다.
  • 앨범에 함께 실린 연주곡 「로맨스를 위한 왈츠」와 나란히 들으면, 라흐만이 서양 고전음악의 결을 어디에 얼마나 섞었는지 비교할 수 있다.
  • 이 앨범은 아마존닷컴이 꼽은 역대 월드뮤직 명반 100선에서 44위에 올랐다.

덜 알려진 이야기

엘리자베스의 노래 「오 레 초리」는 원래 「라간」을 위해 쓴 곡이 아니었다. 라흐만은 25주년 대담에서 이 선율이 자신의 앨범 「마 투제 살람」을 위해 쓴 훨씬 느린 곡이었다고 밝혔다. 아미르 칸이 같은 시기에 나올 다른 영화의 사랑 노래와 견주며 부족하다고 하자 템포를 올렸다. 영어 가사는 크레디트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파르한 악타르와 조야 악타르가 썼다고 아미르 칸이 전했다. 공식 표기만 보면 알 수 없는 이야기다. 「찰레 찰로」의 제목은 원래 자리를 채우는 임시 구절이었다. 고와리케르와 아미르 칸은 그 소리에 정이 들어 그대로 살려 달라고 했지만 자베드 악타르는 거절하고 지금의 말로 바꿨다. 이 말은 제작부에서 일했던 사티야지트 바트칼이 만든 제작기 다큐멘터리 「찰레 찰로: 영화 만들기의 광기」의 제목이 되었다. 바트칼은 이 다큐멘터리에 「라간」 본편 화면을 한 장면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흐만이 「라간」을 작업하던 무렵,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이미 그에게 뮤지컬 「봄베이 드림스」를 맡겨 둔 상태였다. 이 협업은 2000년 3월 뭄바이 기자회견에서 이미 발표되어 있었다. 시대극 영화음악과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음악이 같은 시기에 한 사람의 작업실에서 나란히 만들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봄베이 드림스」는 2002년 6월 런던에서 막을 올렸다.

용어 노트 📚🔎

플레이백 가수(플레이백 싱어)

(말뜻) 플레이백(playback)은 미리 녹음한 소리를 다시 틀어 준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인도 영화에서는 배우가 직접 노래하지 않고 전문 가수가 미리 녹음한 노래에 맞춰 입을 움직이는 방식이 오래 이어져 왔다. 이때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플레이백 가수라고 한다. 「라간」에서 부반의 노래는 대부분 우디트 나라얀이 불렀다. 학예회 연극에서 친구가 무대 옆에서 노래하고 무대 위 배우는 입만 맞추는 것과 같다. 인도에서는 이 가수들이 배우만큼 유명하고, 국가영화상에도 플레이백 가수 부문이 따로 있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녹음하거나 녹화한 것을 다시 재생한다는 뜻으로 더 자주 쓴다.

라가

(말뜻) 라가(raga)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물들이다, 색을 입힌다는 뜻의 말에서 왔다. 마음을 어떤 빛깔로 물들이는 음악이라는 뜻이 이름에 담겨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인도 고전음악에서 어떤 음을 쓰고, 어떤 순서로 오르내리며, 어떤 음을 강조하는지를 정해 둔 선율의 틀이다. 서양의 장조·단조보다 훨씬 세밀해서 라가마다 어울리는 시간대와 감정이 있다. 「라다 카이세 나 잘레」는 아베리·빔팔라시를, 「찰레 찰로」는 조그를 바탕으로 한다. 같은 재료로 요리해도 양념 조합에 따라 국물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음들이라도 라가가 다르면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배경음악(스코어)

(말뜻) 스코어(score)는 원래 여러 악기의 악보를 한데 모은 총보를 뜻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에서 인물이 직접 부르는 노래와 달리, 화면 뒤에 깔려 분위기와 긴장을 만드는 기악 음악을 말한다. 「라간」에서 라흐만은 노래를 다 쓴 뒤 배경음악에만 두 달쯤을 더 들였다. 사흘간의 크리켓 경기처럼 노래가 거의 없는 긴 대목을 끌고 가는 것이 바로 스코어다. 게임에서 보스전이 시작되면 배경음악이 바뀌어 긴장되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다른 데서는) 스포츠에서는 점수, 시험에서는 성적을 뜻한다.

동시녹음

(말뜻) 촬영과 같은 때(同時)에 소리를 녹음(錄音)한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촬영 현장에서 배우의 대사와 주변 소리를 그 자리에서 함께 녹음하는 방식이다. 오랫동안 힌디어 영화는 촬영 뒤 스튜디오에서 대사를 다시 녹음하는 후시녹음이 흔했는데, 「라간」은 동시녹음을 택해 현장의 바람과 흙먼지 소리까지 살렸다. 이 작업으로 음향팀은 국가영화상을 받았다. 운동회 영상을 찍을 때 현장 함성이 그대로 들어간 영상과, 나중에 음악만 덧입힌 영상의 느낌이 다른 것을 떠올리면 된다.

훅(hook)

(말뜻) 영어로 갈고리라는 뜻이다. 듣는 사람의 귀를 갈고리처럼 걸어 붙잡는다는 데서 온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에서 가장 귀에 잘 남고 자꾸 따라 부르게 되는 짧은 선율이나 단어를 말한다. 「미트와」라는 단어는 라흐만이 노래의 고리가 될 말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나왔다. 광고 노래를 한 번 듣고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될 때, 머릿속에 남은 그 한 구절이 바로 훅이다. (다른 데서는) 권투에서는 팔을 구부려 옆에서 치는 주먹을 훅이라고 한다.

사랑기

(말뜻) 북인도어로 백 가지 빛깔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사람 목소리처럼 온갖 감정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활로 줄을 켜서 소리를 내는 북인도의 현악기다. 몸통은 나무를 통째로 파서 만들고, 연주하는 줄 아래에 따라 울리는 줄이 여럿 있어 소리가 은은하게 번진다. 사람이 흐느끼거나 노래하는 것처럼 들려서 슬프거나 그리운 장면에 자주 쓴다. 「라간」 앨범에는 사랑기 명인 우스타드 술탄 칸이 참여했다. 텅 빈 체육관에서 소리를 내면 벽에 부딪쳐 울림이 길게 남는 것처럼, 따라 울리는 줄들이 소리에 긴 울림을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