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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en Rose

라비앙 로즈 (2007)

피아프의 원래 녹음과 대역 가수의 목소리, 영국 작곡가가 쓴 짧은 관현악이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뒤섞이며 흐른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프랑스 등 2007 개봉사진 한 장의 착상영국인 작곡가2. 목소리피아프 원래 녹음질 에그로의 대역코티야르 립싱크3. 스코어몽 레지오네르 주제짧은 큐의 절제마지막 밤 7분4. 사랑뉴욕의 세르당사랑의 찬가5. 절정올랭피아 무대아무것도 뉘우치지 않는다기억의 교차6. 유산BAFTA 영화음악상오스카 여우주연상2022 확장판로즈2007에디트 피아프의 노래와 크리스토퍼 거닝의 절제…
이야기의 무대 🧭🗺️
N프랑스파리 벨빌노르망디뉴욕파리 올랭피아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크리스토퍼 거닝

    「名탐정 푸아로」의 음악으로 알려진 영국 작곡가로, 이 영화의 스코어로 BAFTA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 감독올리비에 다앙

    피아프의 사진집을 보고 이 영화를 떠올렸고, 코티야르를 주연으로 끝까지 고집했다.

  • 각본이자벨 소벨만

    다앙과 함께 시간을 넘나드는 기억의 구조로 각본을 썼다.

  • 주연마리옹 코티야르

    피아프를 연기해 프랑스어 연기로는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 제작알랭 골드만

    레장드 필름을 이끄는 제작자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

YouTube에서 3곡 이어 듣기 ↗

I. 영국 작곡가와 파리의 참새

(기획) 올리비에 다앙 감독은 2004년 1월 서점에서 피아프의 사진집을 보고 이 영화를 떠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자벨 소벨만과 함께 각본을 썼다. 첫 원고는 200쪽이었는데 최종본에서 140쪽으로 줄었다. 촬영은 2006년 파리와 프라하, 로스앤젤레스에서 했다. 제작진은 오드리 토투를 원했지만 다앙은 마리옹 코티야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버텼다. 코티야르는 이 역으로 프랑스어 연기로는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작곡가) 스코어는 영국 작곡가 크리스토퍼 거닝이 맡았다. 그는 1944년 첼트넘에서 태어나 길드홀 음악연극학교에서 에드먼드 루브라와 리처드 로드니 베넷에게 배웠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수셰가 주연한 「名탐정 푸아로」 시리즈의 음악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 평론가는 다앙이 영국인을 고른 것이 뜻밖이었다고 적었다. 거닝은 「파이어라이트」 이후 십 년 가까이 이만한 규모의 영화를 맡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경위로 이 작품을 맡게 됐는지는 공개된 기록에 자세히 남아 있지 않다. (구조) 영화의 음악은 세 겹이다. 첫째는 피아프가 직접 부른 원래 녹음이고, 둘째는 피아프의 비서였던 지누 리셰가 추천한 질 에그로가 대신 부른 노래, 셋째는 거닝이 쓴 관현악 스코어다. 코티야르는 대부분 립싱크로 노래했고, 직접 부른 노래는 짧은 「프루프루」 정도였다. 거닝은 2008년 이 스코어로 영국 아카데미(BAFTA)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플로렌스」(2016)도 노래하는 여성을 다룬 전기 영화지만, 피아프의 목소리는 그 영화의 주인공과 정반대 자리에 있다.

II. 벨빌의 거리

(유년) 이야기는 파리 동쪽의 가난한 동네 벨빌에서 시작한다. 거리에서 노래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지 못했고, 전쟁에 나간 곡예사 아버지는 딸을 노르망디에 있는 할머니의 유곽에 맡겼다. 영화는 이 시절을 순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피아프의 기억이 이 시절과 그 뒤의 시간을 오가며 비춘다. (유곽) 유곽의 여자들은 아이를 아꼈다. 그중 에마뉘엘 세녜가 연기한 티틴은 아이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된다. 아이가 눈병으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되자 여자들은 리지외로 성녀 테레즈를 찾아가 기도한다. 이 대목에서 거닝의 「리지외」가 흐른다. 이 큐는 유곽을 차갑게 그리지 않고, 아이의 눈으로 본 따뜻한 피난처처럼 그린다. (서커스) 아버지가 돌아와 딸을 데려가면서 아이는 떠돌이 서커스와 거리 공연의 세계로 들어간다. 손님을 모으지 못하던 날, 아버지는 딸에게 뭐라도 해 보라고 한다. 아이는 「라 마르세예즈」를 부른다. 이 노래는 아역 배우 폴린 뷔를레가 립싱크했고 목소리는 카상드르 베르제가 맡았다. 영화 속에서 피아프가 처음 노래하는 이 순간은 반주도 없이 거리의 소음 속에서 지나간다. (소리) 이 장의 음악은 조용하다. 2022년 확장판에 실린 「어린 시절」이나 「서커스 왈츠」 같은 큐도 짧고 가볍다. 이 장의 주인공은 관현악보다 아이를 둘러싼 거리의 소리와, 아직 이름이 없는 목소리다. 거닝의 음악은 그 목소리가 들어올 자리를 비워 두려는 듯 뒤로 물러나 있다.

♪리지외 (Lisieux)2007

유곽의 여자들이 눈이 먼 아이를 데리고 성녀 테레즈에게 기도하러 가는 대목에 흐르는 큐다. 아이가 처음 경험한 보살핌을 음악으로 감싼다.

  • 유곽을 비추는 장면인데도 음악은 어둡지 않고 동화처럼 들린다. 어른의 눈이 아니라 아이의 눈으로 본 세계라는 뜻이다.
  • 평론가들이 이 스코어의 프랑스적 색채로 꼽은 피아노와 은은한 합창의 결이 잘 드러나는 큐다.
  • 2022년 확장판에서는 「꼬마 / 리지외」라는 이름으로 앞부분이 더해져 3분 30초가량으로 늘었다. 원래 앨범판과 비교해 들어 볼 만하다.

III. 피갈의 목소리

(발견) 사춘기의 에디트는 단짝 시몬, 곧 모몬과 함께 몽마르트르와 피갈의 거리에서 노래하며 산다. 카바레 제르니의 주인 루이 르플레가 그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무대에 세운다. 작은 참새라는 뜻의 라 몸 피아프라는 예명도 그가 붙였다. 이 영화의 프랑스어 제목 「라 몸」은 이 별명에서 왔다. (초기) 이 시기에 들리는 노래는 질 에그로가 부른 「레 몸 드 라 클로슈」 같은 초기 레퍼토리다. 일부러 다듬지 않은 소리라서 거칠고 날것 그대로다. 영화의 첫 무대 성공 장면은 노랫소리를 거의 빼고, 가수와 객석을 번갈아 비추는 화면만으로 이어진다. 한 평자는 이 장면을 영화에서 가장 잘된 대목으로 꼽았다. (죽음) 르플레가 살해되면서 그녀의 삶은 다시 흔들린다. 르플레를 연기한 사람은 제라르 드파르디외였다. 피아프는 경찰 조사를 받고, 언론은 그녀를 의심한다. 이 대목에서 거닝의 주제 「몽 레지오네르」가 피아노 독주로 처음 무게를 드러낸다. 이 선율은 「르플레의 죽음」과 「체포」 큐로 다시 돌아온다. (훈련) 그 뒤 그녀를 붙잡아 준 사람은 작사가 레몽 아소다. 아소는 그녀에게 발음과 몸짓, 노래를 대하는 태도를 처음부터 다시 가르친다. 사운드트랙에 실린 「라베세」(L'ABC)라는 큐는 제목처럼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이 과정과 이어진다. 이 장에서 거리의 목소리는 무대의 목소리로 바뀐다.

♪레 몸 드 라 클로슈 (Les Mômes de la Cloche)2007영화 장면 — La Vie en Rose

거리와 카바레를 오가던 시절의 초기 레퍼토리로, 영화에서는 질 에그로의 목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불린다. 실제 피아프가 처음 음반에 남긴 노래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 피아프의 원래 녹음이 아니라 대역 가수 질 에그로가 부른 녹음이다. 다듬어지기 전의 젊은 목소리를 재현하려고 쓴 선택이다.
  • 노래는 거리의 가난한 소녀들이 스스로를 이야기하는 1인칭 화법이다. 모몬과 함께 떠돌던 에디트의 처지와 그대로 겹친다.
  • 나중의 「사랑의 찬가」나 마지막 장의 노래와 비교해 들어 보면, 같은 가수의 목소리가 어떻게 무대의 목소리로 다듬어져 가는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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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레지오네르 / 르플레의 죽음 (Mon Légionnaire / La Mort de Leplée)2007

에디트를 발견한 르플레가 살해되는 대목에서 거닝의 주제가 피아노로 무게를 드러낸다. 이 선율은 뒤의 체포 장면에서 다시 돌아온다.

  • 이 짧은 선율은 피아노 독주, 르플레의 죽음, 체포 장면에서 거듭 돌아온다. 특정한 감정이나 인물을 가리키도록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 곧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처럼 쓰인다.
  • 평론가는 이 주제를 엄숙하고 위엄 있는 피아노 독주라고 묘사하며, 피아프 삶의 사적인 비극과 연결 지었다.
  • 제목은 1936년 레몽 아소와 마르그리트 모노가 쓴 같은 이름의 샹송에서 왔다. 거닝이 원곡 선율을 얼마나 가져왔는지는 원곡과 비교해 들어 보면 짐작할 수 있다.
  • 오케스트라를 빼고 피아노 한 대로만 연주하기 때문에, 화려한 무대 뒤에 혼자 남은 사람의 자리처럼 들린다.

IV. 대서양 건너의 사랑

(뉴욕) 전쟁이 끝난 뒤 피아프는 미국으로 간다. 처음에 미국 관객은 이 작은 프랑스 가수를 낯설어했지만, 그녀는 뉴욕에서 차츰 자리를 잡는다. 확장판에 실린 「아메리칸 드림」, 「뉴욕의 바」, 「맨해튼의 재즈」 같은 큐 제목에서 보듯 거닝은 이 시기에 재즈의 색을 조금 섞는다. 파리의 아코디언과는 다른 공기를 들려주려는 것이다. (세르당) 뉴욕에서 피아프는 권투 선수 마르셀 세르당을 만난다. 장피에르 마르탱이 연기한 세르당은 결혼해 가정이 있는 남자였다. 영화는 그녀의 여러 연인 가운데 이 사람 하나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에 흐르는 거닝의 「목가」(L'Idylle)는 이 영화에서 가장 경계심 없이 부드러운 음악이다. (경기) 이 장의 중심은 세르당이 토니 제일을 꺾고 세계 미들급 챔피언이 되는 경기다. 이 시절의 사랑이 남긴 노래가 「사랑의 찬가」다. 피아프가 직접 가사를 쓰고 마르그리트 모노가 곡을 붙인 노래로, 피아프가 세르당에게 바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예감) 영화는 이 행복이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관객이 이미 안다는 전제로 움직인다. 같은 시기를 다루면서도 음악은 기쁨을 다 풀어놓지 않는다. 「목가」의 따뜻한 화음 아래로는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긴장이 옅게 깔려 있다.

♪사랑의 찬가 (L'Hymne à l'amour)1950노래 Édith Piaf · 1950 녹음

피아프와 세르당의 사랑에서 나온 노래다. 피아프가 세르당에게 바친 곡으로 알려져 있다.

  • 피아프가 직접 가사를 쓰고 마르그리트 모노가 곡을 붙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맹세하는, 기도에 가까운 화법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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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 (L'Idylle)2007

피아프와 세르당이 함께 보내는 짧은 시간을 감싸는 거닝의 큐로, 영화 전체에서 가장 부드러운 음악이다.

  • 목가(牧歌)는 원래 전원의 평화로운 삶을 노래한 시나 음악을 가리킨다. 짧고 행복했던 연애를 고요한 풍경처럼 그리려는 제목이다.
  • 앞의 「몽 레지오네르」가 단출한 피아노였다면 이 큐는 현악이 더해져 넓게 펼쳐진다. 그 순간만큼은 피아프가 혼자가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 확장판에서는 「목가」 앞뒤로 「유혹」, 「뉴욕의 생제르맹」 같은 뉴욕 시절 큐가 더 실려 있어 이 시기의 음악을 한 흐름으로 들을 수 있다.

V. 무너지는 무대

(비보) 세르당은 1949년 피아프를 만나러 뉴욕으로 오다가 비행기 사고로 숨진다. 영화에서 피아프가 이 소식을 받아들이는 대목은 카메라가 끊지 않고 오래 따라가는 하나의 긴 장면으로 찍혔다. 그녀는 방과 복도를 헤매다가 커튼을 지나 무대 위로 나서고, 그곳에서 노래를 시작한다. 슬픔이 그대로 공연으로 이어지는 이 이음매는 피아프가 상처를 노래로 바꾸었던 방식을 한 장면에 압축한다. (추락) 그 뒤 영화는 잇단 교통사고와 진통제 의존, 무대에서의 실신으로 이어지는 쇠락을 보여 준다. 아직 마흔 남짓한 피아프의 몸은 영화 속에서 노인처럼 굽어 간다. 코티야르는 머리선과 눈썹을 밀고 하루 다섯 시간까지 분장을 받았다. 세트에는 그녀가 더 작아 보이도록 큰 가구를 들여놓았다. 이 영화는 분장상으로도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침묵) 이 대목에서 거닝의 스코어는 오히려 줄어든다. 음악이 정서를 거들지 않고, 대신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이 소리 없이 번갈아 비친다. 1장에서 본 것처럼 피아프의 원래 녹음이 들어올 때마다 관객은 그 목소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새 노래) 쇠약해진 피아프에게 작곡가 샤를 뒤몽과 작사가 미셸 보케르가 새 노래를 들고 찾아온다. 그 노래가 「농, 주 느 르그레트 리앵」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노래다. 피아프는 이 노래를 받아 마지막 큰 무대에 다시 서기로 한다.

♪농, 주 느 르그레트 리앵 (Non, Je Ne Regrette Rien)1960실황 Édith Piaf

쇠약해진 피아프가 받아 든 마지막 큰 노래로, 영화의 끝 올랭피아 무대에서 피아프 자신의 녹음으로 흐른다.

  • 샤를 뒤몽이 곡을, 미셸 보케르가 가사를 썼다. 지난 일을 모두 지워 버리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노래다.
  • 북을 치듯 또박또박 끊어 나가는 행진곡풍 반주는 무너진 몸과 대조를 이룬다. 노래가 화면 속 사람보다 더 강하게 서 있는 것처럼 들린다.
  • 영화는 이 노래를 무대와 임종의 침상, 숨겨 두었던 기억과 번갈아 이어 붙인다. 그래서 같은 노래가 처음 들을 때의 승리감과는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 코티야르는 이 장면에서 원래 녹음에 맞춰 립싱크했다. 평자들은 목소리가 몸짓을 이끄는 듯한 이 장면을 연기의 정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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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올랭피아의 마지막 노래

(무대) 영화의 끝은 파리 올랭피아 극장이다. 피아프는 겨우 서 있을 만한 몸으로 무대에 오르고, 「농, 주 느 르그레트 리앵」을 부른다. 여기서 들리는 목소리는 피아프 자신의 녹음이다. 코티야르의 몸짓은 그 목소리에 맞춰 움직인다. 한 평자는 이 장면을 보고 피아프의 음악이 코티야르의 몸을 움직이는 것 같다고 썼다. (교차)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화면은 올랭피아의 무대와 임종의 침상, 그리고 그때까지 보여 주지 않았던 기억의 한 조각 사이를 오간다. 영화는 이 마지막 기억을 끝까지 아껴 두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직접 보는 편이 낫다. 다만 노래의 단호한 선언이 그 기억 위에 놓이는 순간,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는다는 말은 승리의 외침이라기보다 끝내 감당해 낸 삶에 대한 고백처럼 들린다. (최후의 밤) 거닝이 이 대목을 위해 쓴 「마지막 밤」은 7분 30초로, 그가 이 영화에 쓴 큐 가운데 가장 길다. 다른 큐가 대부분 1~2분 남짓한 소품인 데 비해 이 곡은 앞서 나온 주제를 모아 오케스트라 전체로 길게 펼친다. 평론가들도 이 큐를 스코어 가운데 가장 크게 휘몰아치는 곡으로 꼽는다. (여운) 영화가 끝나면 남는 것은 결국 피아프의 목소리다. 거닝의 음악은 처음부터 그 목소리를 이기려 하지 않았다. 앞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물러나 있었기에, 마지막 7분의 관현악이 그만큼 무겁게 다가온다.

♪마지막 밤 (Dernière Nuit)2007

영화의 마지막 대목을 위해 쓴 7분 30초의 큐로, 짧은 소품 위주였던 거닝의 스코어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길게 펼친다.

  • 앞의 큐들이 대부분 1~2분이었던 데 비해 이 곡은 7분이 넘는다. 아껴 두었던 음악을 마지막에 한꺼번에 쏟아 내는 구성이다.
  • 평론가는 이 곡을 가볍고 상냥한 스코어 가운데 유일하게 크게 휘몰아치며 비극을 머금은 곡으로 꼽았다. 이 곡은 거닝의 BAFTA 수상 이유를 가장 잘 보여 준다.
  • 앞서 나온 주제들이 다시 들릴 때 그 주제가 처음 나왔던 장면을 떠올려 보면, 음악이 기억을 하나씩 불러내는 것처럼 들린다.
  • 2022년 확장판에는 이 곡 뒤에 6분 길이의 엔딩 크레디트 음악도 실려 있다.

덜 알려진 이야기

(대역) 영화에서 피아프의 노래 상당수를 부른 질 에그로는 오디션으로 뽑힌 사람이 아니었다. 피아프의 비서로 오래 일한 지누 리셰가 한 책 사인회에서 에그로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제작진에게 추천했다. 관객은 화면 속 코티야르와 원래 녹음 속 피아프만 기억하기 쉬워서, 그 사이를 이은 세 번째 목소리는 크레디트에만 남았다. (음반) 2007년 사운드트랙은 원래 스코어 한 장, 노래 한 장의 두 장짜리로 기획됐다. 그러나 한 장으로 줄면서 거닝의 음악은 20분 남짓만 실렸다. 나머지 40분이 넘는 스코어는 15년 동안 발매되지 않았다. 2022년 프랑스의 뮤직 박스 레코드가 이 음악을 모아 500장 한정으로 확장판을 냈다. 「서커스 왈츠」나 「맨해튼의 재즈」처럼 영화에서 짧게 스쳐 간 큐의 제목은 그때 처음 공개됐다. (교향곡) 영화음악 팬에게 거닝은 텔레비전과 영화의 작곡가로 기억되지만, 그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교향곡 열세 곡을 완성했다. 그 가운데 여러 곡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해 녹음했다. 「마지막 밤」처럼 길게 호흡하는 관현악은 이 영화를 맡았던 무렵 교향곡에 몰두하던 그의 관심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2023년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 런던에서 열린 추모 음악회에서는 그의 교향곡 10번이 연주됐다.

용어 노트 📚🔎

스코어(영화음악)

(말뜻) 영어 score 는 원래 금을 긋거나 눈금을 새긴다는 뜻이다. 여러 악기의 악보를 줄 맞춰 겹쳐 적은 총보를 가리키게 되었고, 거기서 영화를 위해 새로 쓴 음악이라는 뜻이 나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에서 스코어는 기존 노래가 아니라 작곡가가 장면에 맞춰 새로 쓴 배경 음악을 말한다. 「라비앙 로즈」에서는 피아프의 노래가 사운드트랙이고, 크리스토퍼 거닝이 쓴 관현악이 스코어다. 학예회 연극에서 대사 뒤에 깔리는 반주와, 무대 위 친구가 직접 부르는 노래가 서로 다른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스포츠에서 스코어는 경기의 점수를 뜻한다.

큐

(말뜻) 영어 cue 는 배우에게 다음 행동을 알리는 신호를 뜻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음악에서는 한 장면이나 한 구간을 위해 쓴, 시작과 끝이 정해진 음악 한 토막을 큐라고 부른다. 「리지외」나 「르플레의 죽음」처럼 1~2분짜리 짧은 큐가 모여 한 편의 스코어가 된다.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출발 때 나오는 음악, 시상식 때 나오는 음악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다. 그 하나하나가 큐다. (다른 데서는) 당구에서 공을 치는 막대도 큐라고 부른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 는 이끄는(leiten) 동기(Motiv)라는 뜻이다. 음악이 관객의 생각을 어떤 인물이나 생각 쪽으로 이끈다는 뜻이 이름에 담겨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감정, 사건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을 말한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체계적으로 쓰였고 지금은 영화음악의 기본 기법이 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몽 레지오네르」 선율이 르플레의 죽음과 체포 장면에 거듭 돌아와 상실을 가리킨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타나기 직전에 늘 같은 음악이 나오면, 화면을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된다. 그것이 유도동기가 하는 일이다.

립싱크

(말뜻) 영어 lip sync 는 입술(lip)을 소리에 맞춘다(synchronize)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배우가 미리 녹음된 노래에 맞춰 입 모양과 몸짓만 연기하는 방식이다. 코티야르는 피아프의 원래 녹음이나 질 에그로의 녹음에 맞춰 대부분의 노래를 립싱크로 소화했다. 숨 쉬는 곳과 입을 여는 순간이 소리와 어긋나지 않아야 해서 생각보다 어렵다. 노래방 화면 속 가수 영상을 따라 입만 맞춰 보면, 반 박자만 늦어도 금세 티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샹송

(말뜻) 프랑스어 chanson 은 그냥 노래라는 뜻이다. 라틴어로 노래한다는 뜻의 cantare 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다른 나라에서 샹송이라고 하면 보통 20세기 프랑스의 대중가요, 특히 가사의 이야기와 가수의 표현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노래를 가리킨다. 피아프는 이 장르를 대표하는 가수다. 그녀의 노래는 멋진 멜로디보다 한 사람의 사연을 들려주는 데 무게를 둔다. 친구가 겪은 일을 실감 나게 이야기해 줄 때 내용보다 말투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처럼, 샹송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어떻게 전하느냐가 핵심이다.

편곡

(말뜻) 편곡(編曲)은 곡(曲)을 엮는다(編)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이미 있는 선율은 그대로 두고, 어떤 악기로 어떤 화음과 리듬을 붙여 연주할지를 새로 짜는 일이다. 거닝은 자기 스코어만 쓴 것이 아니라 영화에 쓰인 피아프 노래 상당수를 영화에 맞게 편곡했다. 사운드트랙 마지막의 「라비앙 로즈 - 아코디언」처럼 같은 노래도 악기를 바꾸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된다. 같은 라면에 무엇을 더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왈츠

(말뜻) 독일어 Walzer 는 빙글빙글 돈다는 뜻의 walzen 에서 왔다. 짝을 지어 돌며 추는 춤에서 나온 이름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하나-둘-셋, 세 박자가 한 묶음으로 되풀이되고 첫 박에 힘이 실리는 음악이다. 거닝의 첫 큐 「깨어남」은 동화 같은 왈츠처럼 들리고, 확장판의 「서커스 왈츠」와 「변두리의 왈츠」는 파리 거리의 춤곡 분위기를 낸다. 줄넘기를 할 때 쿵-짝-짝 하고 셋을 세며 뛰어 보면 왈츠의 박자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른 데서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왈츠 점프는 앞으로 뛰어올라 반 바퀴 반을 도는 가장 기본적인 점프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