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areads.musicMusical

Hamilton

해밀턴 (2015)

건국의 역사를 힙합과 브로드웨이 발라드가 번갈아 떠받치며, 말이 곧 무기가 되는 음악.

한눈에 보기 🔭💭

1. 출발미국 2015 초연체노 전기믹스테이프 구상2. 구조다중 화자유도동기랩 배틀3. 인물해밀턴과 버스카일러 자매워싱턴4. 절정레이놀즈 추문번(Burn)마지막 대결5. 유산엘라이자의 기록퓰리처상영화판 20206. 영향모아나 계보힙합과 브로드웨이해밀턴2015건국사를 힙합과 발라드로 엮어 들려주는 뮤지컬…
이야기의 무대 🧭🗺️
N미국뉴욕요크타운필라델피아위호켄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린마누엘 미란다

    대본과 노랫말을 쓰고 초연에서 해밀턴 역을 맡았다.

  • 감독토머스 케일

    초연부터 영화판 녹화까지 연출을 맡았다.

  • 지휘알렉스 라카모어

    미란다의 멜로디를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완성했다.

  • 주연레슬리 오돔 주니어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애런 버를 맡아 토니상을 받았다.

  • 주연필리파 수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엘라이자 해밀턴을 맡았다.

YouTube에서 8곡 이어 듣기 ↗

I. 믹스테이프에서 무대로

(우연) 린마누엘 미란다는 《인 더 하이츠》를 마치고 떠난 첫 휴가에서 공항 서점에 들렀다가 론 체노의 전기 『알렉산더 해밀턴』을 집어 들었다. 가벼운 읽을거리로 고른 책이었으나, 그는 비행 중 몇 장을 읽고 해밀턴이라는 인물에게서 자신이 아는 힙합 가사의 화법을 발견했다 — 말로 세상을 뒤집으려는 가난한 이민자의 야망. (결정) 그는 이 이야기를 전통적인 책 뮤지컬이 아니라 콘셉트 앨범, 이른바 「해밀턴 믹스테이프」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미란다는 첫 곡 '알렉산더 해밀턴'을 쓰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두 번째 곡 '마이 샷'에는 일 년이 걸렸다고 그가 직접 밝혔다. 느린 속도였지만 그 시간은 힙합과 브로드웨이 발라드를 한 인물 안에서 공존시키는 언어를 찾는 과정이었다. (공연) 2009년 백악관의 시 낭송 행사에서 미란다는 완성되지 않은 '알렉산더 해밀턴' 한 곡만으로 무대에 섰다. 객석은 당혹과 환호로 뒤섞여 반응했다. 이 공개 시연은 수년 뒤 퍼블릭 시어터 초연, 다시 브로드웨이 이전으로 이어졌고, 이후 미란다는 《모아나》와 《엔칸토》에서도 작곡가로 참여해 이 시리즈에서 다룬 두 작품과 계보가 닿는다. (동료) 연출 토머스 케일과 음악감독 알렉스 라카모어는 미란다와 오랜 협업자였다. 라카모어는 미란다가 쓴 랩과 멜로디를 현악과 타악이 받치는 오케스트라 언어로 옮겼고, 이 작업은 힙합을 낯선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기본 문법으로 만들었다.

II. 여러 입으로 말하는 시작

(화자) 막이 오르면 한 인물의 생애를 여러 인물이 번갈아 서술한다. 버가 입을 열고, 뒤이어 멀리건, 라파예트, 로렌스가 한 줄씩 받아 해밀턴이 누구인지를 조각내어 들려준다. 이 서술 방식은 애초 버 한 사람의 독백으로 쓰이던 것을 미란다가 여러 목소리로 나눈 결과였고, 그 선택이 작품 전체의 화법을 결정했다. (동기) 이 곡에서 제시되는 짧은 멜로디 토막들은 뒤에 반복해 등장하며 인물을 가리키는 표지로 쓰인다. 해밀턴의 상승을 그리는 상행 선율, 버의 신중함을 나타내는 느리고 가라앉은 구절이 여기서 처음 나와, 극이 끝날 때까지 변형되며 돌아온다. (합류) 뉴욕에 도착한 해밀턴은 멀리건, 라파예트, 로렌스와 어울리며 혁명의 언어를 랩으로 쏟아낸다. 이 대목의 노래는 속사포처럼 가사를 밀어붙이는 랩 구간과, 네 사람이 함께 외치는 합창 구간을 교대시켜 개인의 야망이 집단의 선언으로 번지는 과정을 음악으로 보여준다.

♪알렉산더 해밀턴 (Alexander Hamilton)무대 Lin-Manuel Miranda · 백악관 시와 음악의 밤

여러 화자가 번갈아 들려주는 오프닝으로, 극 전체에 반복될 선율 조각들을 처음 제시한다.

  • 도입부에서 여러 화자가 한 줄씩 나눠 부르는 구성은, 이후 극 전체에서 반복되는 짧은 선율 토막인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들을 처음 들려주는 자리다.
  • 해밀턴을 가리키는 상행하는 짧은 가락과 버를 가리키는 가라앉은 가락이 여기서 나란히 제시되어, 두 사람의 대비를 음악으로 미리 그려 둔다.
  • 오리지널 캐스트의 레슬리 오돔 주니어가 부른 버의 첫 소절은 이 작품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대목 중 하나다.
  • 곡 전체를 끌고 가는 베이스 선율은 같은 음을 반복해 밟아, 역사가 반복해서 다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YouTube에서 듣기 ↗
♪마이 샷 (My Shot)뮤지컬 무대 Hamilton 캐스트 · 백악관 공연

청년 해밀턴이 처음으로 포부를 쏟아내는 곡으로, 속사포 랩이 다급한 야망을 그린다.

  • 해밀턴이 처음으로 자신의 포부를 쏟아내는 대목은 숨 쉴 틈 없이 빠른 랩으로 채워져,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다급함을 속도로 표현한다.
  • 후렴에서 네 친구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구간은 개인의 다짐이 집단의 구호로 번지는 순간을 합창으로 보여준다.
  • 브로드웨이 전통에서는 드문 속사포 랩을 1막 초반에 배치한 선택은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YouTube에서 듣기 ↗

III. 사랑과 야망 사이

(자매) 스카일러 세 자매가 뉴욕 거리에 나타나는 장면은 경쾌한 팝 리듬으로 다른 인물들의 음악과 구분된다. 엘라이자, 안젤리카, 페기 세 사람의 화성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채 겹쳐 쌓이고, 이 중 안젤리카의 목소리가 유독 또렷하게 앞서 나가며 훗날 그녀가 짊어질 자리를 예고한다. (선택) 무도회 장면에서 안젤리카는 해밀턴에게 먼저 끌리지만, 동생 엘라이자를 위해 한 걸음 물러선다. 이 결정을 다루는 노래는 같은 사건을 다른 속도와 관점으로 되풀이해 들려주는 구성을 취해, 한 순간이 세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새겨짐을 음악적으로 증명한다. (기다림) 버를 다루는 독백 성격의 노래는 이 작품에서 드물게 느리고 정적인 곡이다. 그는 해밀턴처럼 돌진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신중함을 노래하는데, 이 대비는 두 사람을 가르는 핵심 성격차를 가장 선명하게 들려주는 순간이다.

♪헬프리스 (Helpless)무대 Ja Rule · Ashanti (Ham4Ham)

엘라이자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다정한 리듬앤블루스로 그린 곡.

  • 엘라이자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그린 이 곡은 가볍고 달콤한 리듬앤블루스 어법을 빌려 와, 전쟁과 정치를 다루는 다른 곡들과 분위기를 뚜렷이 가른다.
  • 같은 사건을 다루는 '만족'과 짝을 이루는 곡으로, 두 곡을 나란히 들으면 같은 장면이 두 자매에게 전혀 다른 노래로 남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 후렴의 멜로디는 극 후반 엘라이자의 노래에서 조성을 바꿔 다시 등장해, 행복했던 순간이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 되살아난다.
YouTube에서 듣기 ↗
♪웨이트 포 잇 (Wait For It)무대 Hamilton 브로드웨이 캐스트

버가 자신의 신중함을 고백하는 극 중 가장 정적인 독백곡.

  • 버 혼자 부르는 이 곡은 극 중 드물게 느리고 정적인 템포를 유지해, 그가 기다림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성격을 리듬 자체로 보여준다.
  • 낮게 반복되는 반주 위에 쌓이는 코러스는 점점 커지는 압박감을 표현하며, 참고 있는 감정이 서서히 차오르는 과정을 들려준다.
  •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레슬리 오돔 주니어가 부른 이 곡은 널리 호평받아 그의 토니상 수상에 크게 기여한 곡으로 꼽힌다.
YouTube에서 듣기 ↗

IV. 권력의 방

(전장) 혁명 전쟁이 끝나고 해밀턴은 워싱턴 밑에서 재무장관으로 올라선다. 이 시기의 음악은 전장의 북소리에서 회의실의 현악 반주로 조용히 옮겨가며, 싸움의 무대가 총탄에서 말과 표로 바뀌었음을 알린다. (배틀) 제퍼슨과 해밀턴이 벌이는 내각 논쟁은 랩 배틀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 무대에 올린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압운을 받아치며 대사를 주고받고, 워싱턴은 심판처럼 가운데서 판정을 내린다. 정치적 논쟁을 겨루는 랩으로 옮긴 이 장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발상 중 하나다. (결단) '그 일이 일어나는 방'이라는 곡에서 버는 권력의 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분노를 드러낸다. 그의 노래는 이제까지의 정적인 어조를 벗고 처음으로 격렬하게 치고 나가며, 그가 더는 기다리지만 않겠다는 전환을 음악으로 보여준다.

♪그 일이 일어나는 방 (The Room Where It Happens)뮤지컬 무대 — Hamilton 오리지널 캐스트 · Disney+

버가 밀실 정치에 대한 호기심과 분노를 처음 터뜨리는 재즈풍 곡.

  • 버가 처음으로 자신의 신중함을 벗어던지는 이 곡은 재즈풍의 당김음(싱코페이션) 리듬을 타며 그가 바뀌고 있음을 음악으로 드러낸다.
  • 후반부로 가며 코러스가 같은 구절을 겹쳐 쌓는 대위법(여러 선율을 동시에 겹쳐 부르는 기법) 구간은 밀실 정치에 대한 집단적 호기심과 반감을 동시에 담는다.
  • 무대 뮤지컬 넘버 중 가장 자주 콘서트 레퍼토리로 따로 불리는 곡으로 꼽히며, 해석에 따라 버의 분노를 더 냉소적으로 혹은 더 절박하게 그리는 공연이 갈린다.
YouTube에서 듣기 ↗

V. 추문과 몰락

(고백) 해밀턴은 불륜을 공개로 인정하는 소책자를 스스로 출판해 정치적 자살에 가까운 선택을 한다. 이 사건을 다루는 노래에서 엘라이자는 남편의 편지를 불태우며 자신의 이야기를 역사에서 지우겠다고 노래한다. 피아노로 시작해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이 조용히 받치는 이 곡은 그녀가 극 중 처음으로 분노를 숨기지 않는 순간이다. (균열) 뒤이어 벌어지는 사건들은 해밀턴 가족에게 연이은 상실을 가져온다. 이 대목의 음악은 앞서 나왔던 다정한 선율들을 가져와 조성을 어둡게 비틀어 다시 들려주는데, 같은 멜로디가 장면이 바뀌며 전혀 다른 감정을 싣는 이 작품 특유의 작법이 가장 아프게 쓰이는 지점이다. (대결) 버와 해밀턴의 오랜 긴장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자리로 향한다. 이 장면의 음악은 그 순간 시간을 거의 멈춘 듯 느리게 늘어뜨리며, 두 사람이 마주 선 짧은 순간을 몇 분에 걸쳐 들여다보게 만든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음악이 말해 줄 자리이지 이 글이 미리 전할 자리는 아니다.

♪번 (Burn)무대 Andra Day (Ham4Ham)

엘라이자가 남편의 편지를 불태우며 분노를 드러내는 피아노 중심 곡.

  • 엘라이자가 남편의 편지를 불태우며 부르는 이 곡은 피아노 단독 반주로 시작해 가장 꾸밈없는 소리로 그녀의 분노를 들려준다.
  • 앞서 '헬프리스'에서 쓰였던 다정한 선율 조각이 여기서 조성이 어두워진 채 다시 등장해, 같은 가락이 전혀 다른 감정을 싣는 이 작품의 작법을 가장 아프게 보여준다.
  • 오리지널 캐스트의 필리파 수 녹음은 절제된 발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여러 공연에서 가수마다 격정을 얼마나 드러낼지가 갈리는 대목이다.
YouTube에서 듣기 ↗

VI.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침묵) 큰 상실 이후 해밀턴 가족을 다루는 노래는 이 작품에서 가장 가사가 적은 곡이다. 긴 쉼과 단순한 피아노 반주만으로 채워진 이 곡은, 말로 모든 것을 쏟아내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말을 잃는 순간을 보여준다. (정리) 극의 마지막 곡은 다시 여러 목소리가 돌아와 한 사람의 생애를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 것인가를 묻는다. 초반부에 쓰였던 선율 토막들이 하나씩 되돌아와 쌓이며, 누가 이야기를 전하느냐에 따라 같은 생애도 다르게 남는다는 작품의 주제를 마지막으로 완성한다. (남김) 엘라이자는 극의 끝에서 홀로 남아 다음 반세기를 산다. 음악은 그녀에게 마지막 소리를 쥐여주며 극을 닫는데, 그 선택은 이 작품이 애초에 누구의 유산에 관한 이야기였는지를 다시 한번 비춘다.

♪잇츠 콰이어트 업타운 (It's Quiet Uptown)실황 Kelly Clarkson · Honda Stage at iHeartRadio

상실 이후의 침묵을 가사를 줄이고 쉼으로 채워 그린 곡.

  • 이 작품에서 가사가 가장 적은 곡으로, 긴 쉼과 단순한 반주만으로 상실 이후의 침묵을 그린다.
  • 합창이 낮게 깔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멀리서 지켜보듯 감싸는 구성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노래가 대신 짊어지는 방식을 보여준다.
  • 공연마다 이 곡을 부르는 속도와 침묵의 길이가 조금씩 달라, 배역에 따라 체감되는 정서의 무게가 크게 갈리는 대목으로 꼽힌다.
YouTube에서 듣기 ↗
♪후 리브스, 후 다이즈, 후 텔스 유어 스토리 (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뮤지컬 무대 — Hamilton

앞선 선율들이 되돌아와 쌓이며 기억과 기록의 문제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합창.

  • 극 초반에 쓰였던 짧은 유도동기 선율들이 마지막에 하나씩 돌아와 쌓이며, 누가 이야기를 전하느냐는 질문을 음악으로 마무리한다.
  • 엘라이자가 마지막 숨을 들이쉬는 소리로 극이 끝나는 연출은 무대판의 유명한 침묵 처리로, 영화판 녹화에서도 그대로 담겼다.
  • 그래미 최우수 뮤지컬 앨범 수상과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이 작품의 평가를 돌아보게 하는 마지막 합창으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에 오래 남는 대목으로 자주 언급된다.
YouTube에서 듣기 ↗

덜 알려진 이야기

(믹스테이프) 《해밀턴》은 처음부터 무대 작품으로 기획되지 않았다. 미란다는 이 이야기를 콘셉트 앨범, 곧 「해밀턴 믹스테이프」로 구상했고, 무대화는 그 구상이 자라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초기 녹음 일부는 지금의 무대 버전과 가사나 편곡이 다르다. (독백) 지금은 여러 인물이 번갈아 부르는 오프닝 곡 '알렉산더 해밀턴'은 처음에 애런 버 한 사람의 긴 독백으로 구상되었다. 미란다가 이를 여러 화자에게 나눠 주면서 비로소 극 전체의 서술 방식이 정해졌는데, 이 변경 과정은 완성된 작품만 보는 관객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열여섯) '오늘 밤 이야기'의 멜로디는 미란다가 열여섯 살 때 다른 목적으로 써 두었던 곡에서 가져온 것이다. 오래전에 만들어 둔 선율이 수십 년 뒤 전혀 다른 작품의 핵심 장면에 쓰인 사례로, 작곡가 본인이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시연) 완성된 쇼가 나오기 육 년 전인 2009년, 미란다는 백악관의 한 낭송 행사에서 '알렉산더 해밀턴' 단 한 곡만을 미완성 상태로 불렀다. 훗날 전해지는 '휴가 중 전기를 읽고 뮤지컬을 떠올렸다'는 단순화된 기원담과 달리, 실제로는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친 공개 시연과 수정의 과정이 있었다.

용어 노트 📚🔎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라이트모티프는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으로, 특정 인물이나 생각을 이끌고 다니는 짧은 음악 조각을 가리킨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인물이나 사건에 늘 따라붙는 짧은 선율을 가리킨다. 그 선율이 다시 들리면 관객은 음악만으로 그 인물이나 생각이 돌아왔음을 알아챈다. 돌림노래에서 같은 가락이 다른 성부에서 되돌아오는 것과 비슷하게, 《해밀턴》에서는 해밀턴을 가리키는 상행 선율이 극 후반부에도 형태를 바꿔 계속 돌아온다. (다른 데서는) 문학에서도 모티프라는 말을 반복되는 상징이나 주제라는 뜻으로 쓴다.

랩 배틀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두 사람이 번갈아 가사를 주고받으며 상대의 말을 받아쳐 논리나 기세로 우위를 다투는 힙합 공연 형식이다. 《해밀턴》은 내각 논쟁 장면을 이 형식 그대로 무대에 올려, 정치적 설전을 겨루는 노래로 바꾸었다. 교실에서 토론 수업을 할 때 상대의 주장을 바로 받아 반박하는 순서를 떠올리면 비슷하다.

리프라이즈

(말뜻) 영어 reprise는 다시 가져오다라는 뜻의 옛 프랑스어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서 나온 곡의 멜로디나 가사 일부를 뒤에서 다시 불러, 같은 가락에 다른 상황이나 감정을 담는 방식이다. 《해밀턴》에서는 같은 선율이 행복한 장면과 슬픈 장면에서 각각 다른 조성으로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 운동회 응원가를 경기 초반과 마지막 역전 순간에 똑같이 다시 부르면 그 노래가 품은 뜻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대위법

(말뜻) 한자로는 서로 마주해(對) 자리한다(位)는 뜻으로, 서로 다른 가락이 같은 자리에서 맞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두 개 이상의 독립된 멜로디를 동시에 겹쳐 부르거나 연주하는 기법이다. 《해밀턴》의 마지막 곡들에서는 여러 인물이 각자 다른 노랫말을 동시에 쏟아내며 쌓이는 대목이 나온다. 여러 조가 동시에 각자 다른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들이 우연히 잘 어울리는 순간을 떠올리면 비슷하다.

당김음(싱코페이션)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원래 박자가 떨어져야 할 자리보다 앞이나 뒤로 리듬을 당겨 쳐서, 듣는 사람의 예상을 살짝 비트는 기법이다. 재즈와 힙합에서 특히 즐겨 쓰이며, 《해밀턴》에서 버의 노래가 점점 격해질 때 이 리듬이 두드러진다. 박수를 정박에 치다가 한 박 앞서 쳐서 흐름이 살짝 어긋나는 느낌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믹스테이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원래는 여러 곡을 이어 붙여 만든 비공식 녹음을 가리키는 힙합 문화의 말이다. 미란다는 《해밀턴》을 처음에 이런 형식의 콘셉트 앨범으로 구상했고, 이 틀이 훗날 무대 뮤지컬의 뼈대가 되었다. 좋아하는 노래들을 직접 골라 순서대로 이어 붙인 나만의 재생목록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다른 데서는) 지금은 스트리밍 시대에 아티스트가 정규 앨범 사이에 내놓는 비공식 발매물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