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se
시카고의 작은 극장에서 1950년대 로큰롤을 되살리려고 쓴 노래에 1970년대 할리우드가 디스코와 팝 발라드를 더했다. 두 시대의 소리가 한 학교 운동장에서 섞인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짐 제이컵스
시카고 태프트 고교 시절의 기억으로 「그리스」의 이야기와 노래를 쓰고, 자신을 두디와 로저 두 인물에 나눠 넣었다.
- 작곡가워런 케이시
두왑을 사랑한 극단 동료로 제이컵스와 함께 이 뮤지컬의 대본과 음악을 썼고 1988년 세상을 떠났다.
- 작곡가배리 깁
제작 막바지에 주제가 「그리스」를 써서 디스코의 숨결을 영화 앞뒤에 입혔다.
- 작곡가존 패러
뉴턴존의 프로듀서로 「호프리슬리 디보티드 투 유」와 「유어 더 원 댓 아이 원트」를 새로 썼다.
- 감독랜들 클라이저
장편 데뷔작으로 이 영화를 연출했다.
- 주연올리비아 뉴턴존
샌디를 연기했고, 계약을 조정해 샌디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소녀로 바꿨다.
I. 시카고에서 온 노래
(출발) 「그리스」는 시카고 사람 짐 제이컵스와 워런 케이시가 함께 쓴 뮤지컬이다. 두 사람은 1963년 시카고의 한 극단에서 배우로 만났다. 광고 문안을 쓰며 연기를 하던 제이컵스는 당대의 록에 실망해, 자기가 고등학생 때 듣던 1950년대 로큰롤 이야기를 꺼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시절을 다룬 음악극을 같이 써 보자고 케이시에게 제안했다. 케이시는 학창 시절 이른바 그리저(기름 바른 머리에 가죽점퍼를 입던 불량 청소년)는 아니었지만, 그 시대 음악, 특히 두왑을 무척 좋아했다. (초연) 첫 무대는 1971년 시카고의 나이트클럽 킹스턴 마인스였다. 제이컵스가 다닌 태프트 고등학교를 본뜬 이야기였는데, 거친 욕설이 많았고 시카고의 실제 지명이 곳곳에 나왔다. 뉴욕의 제작자들이 이 작품을 다듬어 1972년 오프브로드웨이에 올렸고, 같은 해 브로드웨이로 옮겨 1980년까지 3,388회를 공연했다. 당시 브로드웨이 최장 공연 기록이었다. (영화화) 영화판은 로버트 스티그우드와 앨런 카가 제작하고, 이 작품으로 장편에 데뷔한 랜들 클라이저가 연출했다. 클라이저는 음악에 대한 결정권이 거의 없었다. 제작자들은 이미 준비돼 있던 주제가를 물리고, 촬영이 끝나 갈 무렵 비지스의 배리 깁에게 새 주제가를 맡겼다. 올리비아 뉴턴존의 음악 프로듀서 존 패러도 새 노래 두 곡을 썼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제이컵스와 케이시의 1950년대풍 노래, 1970년대 팝, 그 시대 실제 히트곡이 함께 흐른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라 밤바」의 그 노래도 영화 속 장면 하나를 채운다.
무대판에 없던 곡으로, 제작자들이 막바지에 배리 깁에게 맡긴 주제가다. 1950년대 이야기를 1970년대 디스코로 열면서 이 영화가 어느 시대의 눈으로 과거를 보는지 처음부터 밝힌다.
- 노래는 비지스의 배리 깁이 쓰고 포 시즌스의 프랭키 밸리가 불렀다. 밸리는 이 노래 말고는 영화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 기타는 피터 프램프턴이 쳤고 배리 깁이 뒤에서 화음을 넣는 백 보컬을 맡았다. 다른 곡들과 따로, 더 늦게 녹음되었다.
- 한 박자도 빠짐없이 베이스드럼을 쿵쿵 찍는 디스코 리듬이 깔린다. 극 중 1950년대 학교와는 시대가 맞지 않는 소리인데, 그 어긋남 덕분에 영화가 회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 만화 타이틀 화면 위에 흐르고, 엔딩 크레디트에서 다시 나온다. 영화를 액자처럼 앞뒤로 감싸는 셈이다.
-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2주간 1위를 했다.
II. 여름이 끝난 뒤
(해변) 영화는 바닷가에서 시작한다. 방학 동안 만난 대니와 샌디가 작별을 아쉬워하고, 배경에는 오래된 영화 주제가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현악 연주로 흐른다. 1950년대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의 소리다. 이 짧은 대목이 끝나면 화면은 만화 타이틀로 넘어가고, 배리 깁이 쓴 주제가 「그리스」가 시작된다. 바다의 감상이 디스코의 박동으로 바뀌는 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개학) 학교가 문을 열자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대니가 속한 남학생 패거리 T버즈와, 리조가 이끄는 여학생 모임 핑크 레이디스다. 전학 온 샌디는 핑크 레이디스와 어울리게 되고, 대니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은 아직 모른다. (엇갈림) 여름 이야기를 털어놓는 「서머 나이츠」는 이 영화 음악의 문법을 보여 준다. 운동장 관람석의 남학생들과 식당의 여학생들이 같은 여름을 다르게 이야기한다. 대니는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샌디는 순수한 첫사랑으로 기억한다. 두 사람은 한 노래 안에 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관객은 이 엇갈림이 곧 부딪칠 것을 안다. (재회) 그 순간은 곧 온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마주친 대니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고 냉담하게 군다. 패거리 안에서의 체면이 여름의 진심보다 앞선 것이다. 샌디는 상처를 받고, 이야기의 갈등이 처음으로 드러난다.
같은 여름을 두고 대니는 친구들에게 허세를 부리고 샌디는 순정을 고백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엇갈리는 장면이다.
- 남학생 무리와 여학생 무리가 번갈아 묻고 주인공이 답하는 주고받기(콜 앤드 리스폰스) 구조다. 무리가 주인공을 부추기는 것처럼 들린다.
- 절이 바뀔 때마다 음높이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조바꿈(전조)이 들린다. 이야기가 부풀려질수록 노래도 들뜬다.
- 대니가 말하는 여름과 샌디가 말하는 여름은 같은 선율 위에서 정반대의 이야기다. 같은 가락이 부르는 사람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 무대판에서 그대로 가져온 제이컵스·케이시의 곡이다. 영국 싱글 차트에서 7주간 1위를 했다.
- 현악 편곡은 벤 란자로네가 따로 맡았다. 마지막 대목에서 두 주인공이 길게 끄는 고음은 애틋함을 남긴다.
III. 파자마 파티와 자동차
(조롱) 프렌치의 집에서 열린 파자마 파티에서 리조가 「룩 앳 미, 아임 샌드라 디」를 부른다. 샌드라 디는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청순한 소녀 역을 맡던 배우다. 리조는 그 배우를 흉내 내며 샌디의 얌전함을 놀린다. 노래는 귀엽게 들리지만, 무리에 끼지 못하는 사람을 비웃는 십대의 잔인함이 그 안에 들어 있다. (독백) 그날 밤 샌디는 혼자 마당으로 나가 「호프리슬리 디보티드 투 유」를 부른다. 이 곡은 무대판에 없던 노래다. 뉴턴존에게 독창곡을 보장한 계약에 따라 촬영 도중 존 패러가 새로 썼다. 제이컵스와 케이시의 노래가 대부분 여럿이 주고받는 앙상블인 데 비해, 이 곡은 1970년대 팝 발라드처럼 한 사람의 속마음에 다가간다. 영화는 이 노래를 통해 샌디를 놀림받는 숙맥이 아니라 감정이 있는 주인공으로 세운다. (자동차) 한편 T버즈는 학교 정비소에서 낡은 차를 손본다. 「그리스드 라이트닝」은 그 차가 경주용 명차로 다시 태어나는 장면을 상상하는 노래다. 무대판에서는 대니의 친구 케니키의 곡이었는데, 영화에서는 트래볼타가 맡았다. 영화가 주인공 두 사람에게 노래를 몰아준 대표적인 예다. 여학생들의 노래가 거울 앞에서 부르는 노래라면, 남학생들의 노래는 엔진과 속도와 과시를 노래한다. (구도) 이렇게 두 무리의 노래가 나란히 놓인다. 샌디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했고, 대니는 무리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야기의 나머지는 두 사람이 그 경계를 어떻게 건너는지를 다룬다.
놀림을 받은 밤, 샌디가 혼자 마당에 나와 대니를 향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무대판에는 없던 곡으로, 샌디를 비로소 감정이 있는 주인공으로 세운다.
- 뉴턴존에게 독창곡을 보장한 계약 때문에 촬영 도중 존 패러가 새로 썼다. 마당 장면은 나머지 촬영이 끝난 뒤에 따로 찍었다.
- 1950년대 여가수들의 느린 발라드처럼 3박자로 흔들리는 리듬(셔플 느낌의 6/8박) 위에 1970년대 팝의 매끈한 소리를 입혔다.
- 샌디의 여린 목소리 뒤로 현악과 코러스가 차츰 쌓이며 혼잣말이 고백으로 커진다.
-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고, 영국에서 3위 안에 든 싱글이 되었다.
낡은 차를 앞에 두고 T버즈가 경주용 명차를 꿈꾼다. 남학생들의 허세와 기계에 대한 열광이 그대로 담긴 넘버다.
- 무대판에서는 케니키의 노래였는데 영화에서 대니 역의 트래볼타가 넘겨받았다. 영화판이 주인공에게 노래를 몰아준 대표적인 예다.
- 관악기 편곡은 마이클 멜보인이 맡았다. 금관의 짧고 센 반복 악구(리프)가 엔진 소리처럼 몰아친다.
- 선창 뒤에 패거리가 구호처럼 받아치는 응답이 이어진다. 무리 속에서 우쭐해지는 기분이 그 안에 있다.
- 가사 때문에 미국 라디오에서 마음껏 틀 수 없었고, 그 탓에 미국 40위권 진입을 아깝게 놓쳤다. 영국에서는 20위 안에 들었다.
IV. 무도회의 손장단
(시도) 대니는 샌디의 마음을 돌리려고 운동부에 들어가 보지만 서툴다. 그 사이 학교 무도회가 다가온다. 텔레비전 댄스 경연이 학교 체육관에서 생방송으로 열리는 날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십대 문화를 퍼뜨린 텔레비전 댄스 쇼를 그대로 본뜬 설정이다. (무대) 무도회 밴드는 조니 카지노 앤드 더 갬블러스라는 가상의 그룹이고, 실제로는 1950년대 음악을 되살려 인기를 얻은 그룹 샤나나가 연주한다. 이 장면에서 샤나나는 「블루 문」, 「하운드 도그」, 「티어스 온 마이 필로」 같은 실제 옛 히트곡과 제이컵스·케이시의 노래를 오가며 연주한다. 극 중 시대와 실제 노래가 겹치면서 체육관은 1950년대 무도회장처럼 보인다. (경연) 무도회의 정점은 「본 투 핸드 자이브」다. 손으로 무릎과 손바닥을 치며 리듬을 타는 핸드 자이브 춤을 바탕으로 한 곡으로, 체육관 전체가 한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 활기 속에서 대니와 샌디는 다시 멀어진다. 경연 도중 끼어든 다른 여학생 때문에 샌디는 혼자 남겨지고, 음악이 신날수록 그녀의 소외감은 커진다. (꿈) 무도회에 앞서, 미용학교에서 낙제한 프렌치 앞에 수호천사가 나타나 「뷰티 스쿨 드롭아웃」을 부른다. 1950년대 십대 아이돌이었던 프랭키 애벌론이 이 역을 맡았다. 하얀 천사 옷을 입은 코러스와 느린 두왑 화음이 꿈 장면을 이룬다. 사춘기의 좌절을 달래는 노래가 우스꽝스럽고 장엄하게 펼쳐진다. 2년 뒤 이 시리즈의 「페임」이 학교를 무대로 더 직접적인 현실을 그리게 되지만, 「그리스」의 학교는 아직 꿈과 농담이 허락되는 곳이다.
학교 체육관의 텔레비전 댄스 경연이 이 곡에서 정점에 이른다. 체육관 전체가 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동안 대니와 샌디는 다시 엇갈린다.
- 손바닥과 무릎을 치는 핸드 자이브는 1950년대 말 실제로 유행한 춤이다. 노래의 박자가 곧 춤 동작이 된다.
- 밴드 역은 1950년대 음악을 되살린 그룹 샤나나가 맡았다. 무대판에서는 조니 카지노의 노래였다.
- 마이클 멜보인의 관악기 편곡과 같은 리듬을 끈질기게 되풀이하는 피아노가 곡이 길어질수록 열기를 키운다.
- 트랙 길이가 4분 반을 넘어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긴 곡에 속한다. 춤 경연 장면 전체를 받치는 길이다.
V. 드라이브인의 밤
(반지) 대니는 샌디를 자동차 극장에 데려가 반지를 건네며 진심을 전하려 한다. 그러나 둘만 있게 되자 대니가 서두르고, 샌디는 차에서 내려 떠나 버린다. 혼자 남은 대니가 부르는 노래가 「샌디」다. 영화를 위해 새로 쓴 곡으로, 스크린에는 핫도그 광고 만화가 돌아가고 대니는 그 앞에서 진지하게 노래한다. 우습고도 애틋한 장면이다. (배경음) 이 장면 앞뒤로 무대판 노래 「얼론 앳 어 드라이브인 무비」가 연주곡으로 흐른다. 무대에서는 가사가 있던 노래가 영화에서는 배경음이 되었다. 영화판이 무대 넘버를 덜어 낸 방식을 잘 보여 준다. (리조) 같은 무렵 리조는 임신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지낸다. 소문이 퍼지자 친구들은 등을 돌리고, 그녀는 혼자 「데어 아 워스 싱스 아이 쿠드 두」를 부른다. 다른 아이들이 헤픈 여자라 손가락질해도, 마음을 숨기거나 남을 상처 입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스스로를 변호하는 노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곡이다. 그때까지 냉소로 일관하던 리조가 처음으로 자기 속을 드러낸다. (경주) 이야기는 로스앤젤레스 강의 콘크리트 수로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경주로 이어진다. 다친 케니키를 대신해 대니가 핸들을 잡고, 정비소에서 노래로 꿈꾸던 그 차가 실제로 달린다. 이 대목은 노래 대신 엔진 소리와 함성이 채운다. 영화가 음악을 잠시 멈추고 속도와 소음만으로 긴장을 끌어올리는 드문 장면이다.
친구들에게 손가락질받는 리조가 혼자 자신을 변호한다. 냉소로 일관하던 인물이 처음으로 속을 드러내는 노래다.
- 스토카드 채닝이 이 곡을 영화에 남겨야 한다고 고집했고, 결국 그대로 실렸다. 영화판에서 많은 무대 넘버가 잘려 나간 것을 생각하면 드문 일이다.
- 반주는 절제되어 있고 노래는 말하듯 낮게 시작한다. 그러다 끝에 가서 감정을 터뜨리는데, 파자마 파티에서 샌디를 놀리던 같은 인물의 목소리라 더 무겁게 들린다.
- 이 영화의 노래 대부분이 사랑을 얻는 이야기라면, 이 곡은 체면과 자존심에 관한 노래다. 그래서 가장 어른스럽게 들린다.
- 채닝은 당시 서른세 살로, 고등학생을 연기한 배우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노래에 담긴 성숙함이 그 나이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들린다.
VI. 축제의 마지막 날
(결심) 경주를 멀리서 지켜본 샌디는 혼자 생각에 잠기고, 파자마 파티에서 놀림받던 노래 「룩 앳 미, 아임 샌드라 디」를 조용히 다시 부른다. 같은 선율이 리조의 입에서는 조롱이었지만, 샌디가 부를 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독백이 된다. 이 반복 끝에 샌디는 결심을 하나 한다. 그 결심이 무엇인지는 화면으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졸업) 졸업식 날 학교 운동장에는 놀이기구와 노점이 들어선 축제가 열린다. 대니도 나름대로 변하려고 애쓴 흔적을 보인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건너가려는 순간, 영화의 가장 유명한 노래가 시작된다. (이중창) 「유어 더 원 댓 아이 원트」는 존 패러가 영화를 위해 쓴 두 번째 곡이다. 영화보다 먼저 싱글로 나와 곧바로 차트 정상에 올랐고, 영국에서는 9주 동안 1위를 지켰다. 「서머 나이츠」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던 두 사람이 이 노래에서는 같은 박자에 맞춰 같은 말을 주고받는다. 영화 첫머리의 엇갈림이 마지막에 이렇게 풀린다. (여운) 마지막 곡 「위 고 투게더」는 다시 제이컵스와 케이시의 노래다. 1950년대 두왑의 뜻 없는 음절을 흥겹게 늘어놓으며 학생 전원이 함께 부른다. 연인 두 사람의 이야기가 무리 전체의 이야기로 넓어지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넘는데, 음악은 그 순간을 설명하지 않고 축제처럼 밀고 나간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다시 들리는 주제가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1970년대의 눈으로 본 1950년대였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축제의 마지막 날, 처음으로 같은 박자에 선 두 사람이 이 이중창을 부른다. 「서머 나이츠」에서 시작된 엇갈림이 여기서 풀린다.
- 존 패러가 영화를 위해 쓴 곡이다. 영화 개봉 전 싱글로 먼저 나와 곧바로 1위에 올랐고, 영국에서는 9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 한 음을 툭툭 끊어 짚는 베이스와 쿵쿵 울리는 드럼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몸이 먼저 반응하게 만든다. 1950년대의 흉내가 아니라 1970년대 팝의 소리다.
- 두 사람이 한 줄씩 받아 부르다 후렴에서 한 목소리로 합친다. 영화 앞부분에서 따로 노래하던 두 사람의 거리가 노래의 짜임으로 좁혀진다.
- 이 장면에서 샌디가 보여 주는 모습은 이 영화 결말을 둘러싼 해석이 가장 많이 갈리는 대목이다. 음악은 그 변화를 판단하지 않고 들뜬 기분으로 끝까지 밀고 간다.
덜 알려진 이야기
1971년 시카고 초연 때의 「그리스」는 지금 알려진 작품과 꽤 달랐다. 욕설이 거칠었고, 시카고의 실제 지명이 곳곳에 나왔으며, 노래 목록도 더 짧았다. 시카고 호숫가 해변 이름을 딴 「포스터 비치」 같은 곡도 있었다. 인물들도 원래는 폴란드계 미국인 노동자 가정의 아이들이었는데, 이후 판에서 성이 바뀌며 그 배경이 대부분 지워졌다. 제이컵스는 뉴욕으로 가면서 인물들을 무섭게 만들지 말고 사랑스럽게 만들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대중이 아는 「그리스」는 이렇게 순해진 판본이다. 영화에서 리조가 부르는 「룩 앳 미, 아임 샌드라 디」에는 원래 배우 살 미네오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었다. 미네오가 촬영 1년 전 세상을 떠나자 그 자리를 엘비스 프레슬리로 바꿨다. 그런데 이 장면을 찍은 날이 바로 1977년 8월 16일,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프레슬리는 한때 꿈속 수호천사 역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클라이저 감독은 음악에 대한 결정권이 거의 없었다. 원래는 찰스 폭스와 폴 윌리엄스가 쓴 주제가가 있었으나 제작자 스티그우드와 카가 이를 물리고 막바지에 배리 깁에게 새 곡을 맡겼다. 영화 첫머리의 디스코는 감독의 구상이 아니라 제작자의 판단이었던 셈이다. 음반에 실린 노래들은 촬영과 별도의 세션에서 녹음되어 화면의 입 모양과 정확히 맞지 않는다. 영화에서 빠진 무대 넘버 「프레디, 마이 러브」 등은 음반에서 신디 불런스와 루이스 세인트루이스 같은 세션 가수가 대신 불렀다. 그래서 사운드트랙 음반은 영화의 기록이라기보다 무대판과 영화판 사이에 놓인 또 하나의 판본에 가깝다.
용어 노트 📚🔎
넘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뮤지컬에서 노래 한 곡 한 곡을 넘버라고 부른다. 공연 프로그램에 곡마다 번호를 매겨 순서를 적던 데서 나온 말이다. 넘버는 그냥 쉬어 가는 노래가 아니라 인물의 마음을 보여 주거나 이야기를 한 걸음 앞으로 밀고 가는 장면이다. 학예회 순서지에 1번 합창, 2번 연극, 3번 춤이라고 적는 것처럼, 뮤지컬도 곡마다 번호를 붙여 차례를 정한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넘버는 그냥 숫자나 번호를 뜻한다.
리프라이즈(재현)
(말뜻) 영어 reprise는 프랑스어 reprendre, 곧 다시 잡다에서 왔다. 앞에서 나온 것을 다시 집어 든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서 나온 노래를 이야기의 다른 자리에서 다시 부르는 것을 말한다. 같은 선율이라도 부르는 사람이나 상황이 바뀌면 뜻이 달라진다. 「그리스」에서 리조가 놀리듯 부른 노래를 나중에 샌디가 혼자 다시 부르는 대목이 리프라이즈다. 친구가 장난으로 부른 응원가를 경기에 진 날 혼자 조용히 흥얼거리면 같은 노래인데도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것과 같다.
두왑
(말뜻) 두왑(doo-wop)은 뜻이 있는 말이 아니라 노래할 때 내는 소리를 그대로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뒤에서 화음을 넣는 가수들이 두, 왑, 슈비두 같은 소리를 반복하던 데서 나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50년대 미국 도시의 길거리에서 자란 노래 방식으로, 리드 가수 한 명이 노래하고 나머지가 뒤에서 뜻 없는 음절로 화음을 받쳐 준다. 악기가 없어도 목소리만으로 반주를 만든다. 「그리스」의 작곡가 워런 케이시가 특히 좋아한 음악이고, 마지막 곡 「위 고 투게더」에 그 흔적이 짙다. 친구 몇이 모여 한 명이 노래하고 나머지가 둥둥, 짝짝 같은 입소리로 반주를 맞춰 보는 놀이가 두왑과 닮았다.
주고받기(콜 앤드 리스폰스)
(말뜻) 영어 call은 부르다, response는 대답하다라는 뜻이다. 한쪽이 부르면 다른 쪽이 대답한다는 뜻이 이름에 그대로 들어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사람이나 한 무리가 먼저 한 구절을 부르면 다른 쪽이 받아서 대답하듯 이어 부르는 방식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노동요와 교회 음악에서 시작해 블루스와 로큰롤로 이어졌다. 「서머 나이츠」에서 친구들이 묻고 대니와 샌디가 대답하는 짜임이 이 방식이다. 응원할 때 한쪽이 우리 반 하고 외치면 다른 쪽이 최고라고 받는 것이 바로 주고받기다.
조바꿈(전조)
(말뜻) 전조(轉調)는 굴려서 옮기는(轉) 가락의 틀(調)이라는 뜻이다. 노래의 바탕이 되는 음의 높이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 중간에 바탕이 되는 음, 곧 그 곡의 중심음을 바꾸는 일이다. 같은 선율을 한 단계 높여 부르면 듣는 사람은 갑자기 기분이 밝아지거나 긴장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팝 음악은 마지막 후렴에서 이 방법을 자주 쓴다. 노래방에서 마지막 후렴 직전에 키를 한 칸 올리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을 겪어 봤다면, 그것이 조바꿈이다.
리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짧은 선율이나 리듬 토막을 계속 되풀이해 곡의 뼈대로 삼는 것을 리프라고 한다. 주로 기타나 관악기, 베이스가 맡고, 한번 들으면 귀에 붙어 그 곡을 대표하는 소리가 된다. 「그리스드 라이트닝」의 금관 악기가 짧고 세게 반복하는 악구가 그 예다. 줄넘기할 때 한 박자 두 박자 하고 몸에 익은 리듬을 계속 되풀이하면 저절로 박자가 맞는 것처럼, 리프도 반복되면서 곡 전체를 끌고 간다. (다른 데서는) 코미디에서 리프는 즉흥으로 이어 가는 농담이나 말장난을 가리키기도 한다.
디스코
(말뜻) 디스코는 음반을 뜻하는 프랑스어 디스크에서 나온 디스코테크, 곧 음반을 틀어 놓고 춤추는 클럽의 줄임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70년대에 크게 유행한 춤 음악으로, 한 박자도 빠짐없이 쿵쿵 울리는 베이스드럼과 현악·관악의 화려한 장식이 특징이다. 비지스가 음악을 맡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디스코 붐을 이끌었고, 같은 해 배리 깁이 「그리스」의 주제가도 이 스타일로 썼다. 체육 시간에 다 같이 맞추는 구령처럼 박자가 고르게 계속 울려서, 누구나 몸을 쉽게 맞출 수 있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