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ita
라틴어 장송 합창과 록 밴드, 탱고와 왈츠가 한 여인의 삶을 두 목소리로 나누어 노래한다. 하나는 숭배하고, 다른 하나는 의심한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앤드루 로이드 웨버
록과 관현악, 라틴 춤곡을 엮어 대사 없이 노래로만 흐르는 정치극을 썼다.
- 작사팀 라이스
라디오에서 에바 페론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구상했으며, 화자 체를 만들어 냈다.
- 감독해럴드 프린스
1978년 런던 초연과 1979년 브로드웨이 공연을 연출했고, 「가능성의 기술」 같은 장면을 새로 요청했다.
- 주연줄리 코빙턴
1976년 콘셉트 앨범에서 에바를 불렀고, 그 싱글이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 주연일레인 페이지
런던 초연의 에바로 이름을 알렸고, 이 배역으로 런던 연극상의 뮤지컬 연기상을 받았다.
- 주연패티 루폰
브로드웨이 초연의 에바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I. 라디오에서 시작된 오페라
(발단) 1973년 팀 라이스는 늦은 저녁 약속에 가던 길에 라디오에서 에바 페론을 다룬 프로그램의 끝부분을 들었다. 시골 소도시에서 태어나 배우를 거쳐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부인이 되었고 서른셋에 세상을 떠난 여인의 이야기였다. 라이스는 자료를 모으고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다녀오며 이 인물을 파고들었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처음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라이스와 함께 「요셉 어메이징」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만든 작곡가였다.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 록과 관현악, 라틴 춤곡을 한 무대에 섞는 데 능했다. 다른 작사가와 만든 「지브스」가 기대에 못 미치자 그는 에비타로 돌아왔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보다 앞선 작품이다. (음반) 작품은 무대보다 음반으로 먼저 나왔다. 1976년 런던 올림픽 스튜디오에서 록 밴드와 런던 필하모닉 관현악단이 함께 녹음한 두 장짜리 콘셉트 앨범이었다. 줄리 코빙턴이 에바를, 화자 체는 콤 윌킨슨이 불렀다. 윌킨슨은 훗날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이 된다. 음반이 성공하자 해럴드 프린스가 연출을 맡았고, 1978년 6월 21일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무대 초연이 열렸다. 프린스는 이 시리즈의 「스위니 토드」와 「오페라의 유령」도 연출했다.
II. 영화관에서 들려온 소식
(영화관) 막이 오르면 1952년 7월 26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영화관이다. 상영이 끊기고 에바 페론이 세상을 떠났다는 발표가 나온다. 작품은 이야기의 끝에서 시작한다. 관객은 주인공의 죽음을 먼저 알고, 그다음에 그 삶을 거슬러 올라간다. (장례) 곧 라틴어 합창이 장례 행렬을 이끈다. 교회 음악의 엄숙한 말투로 온 나라의 슬픔을 그리던 음악은 갑자기 록 밴드의 소리로 넘어간다. 그 자리에 체가 등장한다. (체) 체는 이야기 바깥에서 들어온 해설자이자 비판자다. 그는 거리를 메운 눈물을 한 판의 서커스처럼 바라보며 비꼰다. 이 작품의 음악은 처음부터 두 목소리로 갈라진다. 에바를 숭배하는 군중의 목소리와 그 숭배를 의심하는 체의 목소리다. 체의 노래에는 2막에서 에바가 발코니에서 부를 선율이 미리 숨어 있다. 그래서 관객은 그 선율을 비꼬는 말투로 먼저 듣는다. (형식) 작품은 대사 없이 거의 노래로만 이어진다. 오페라처럼 장면과 장면이 음악으로 붙어 있어서 노래가 끝나도 이야기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라이스와 로이드 웨버가 앞선 작품들에서 다듬은 방식이 여기서 가장 촘촘해졌다.
장례 합창이 끝나자마자 체가 끼어들어 온 나라의 애도를 비꼰다. 작품의 두 목소리가 처음 갈라지는 곡이다.
- 바로 앞의 라틴어 합창인 「에비타를 위한 레퀴엠」은 교회 음악처럼 엄숙하다. 그 직후 록 밴드가 들어오며 분위기가 뒤집히는 순간을 들어 볼 것.
- 선율은 2막의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관객은 그 선율을 비꼬는 말투로 먼저 듣게 된다.
- 음반에서는 콤 윌킨슨이 불렀다. 1978년에는 무대판의 체 데이비드 에식스가 이 곡을 싱글로 냈다.
- 곡 끝에서 군중의 합창과 체의 목소리가 맞부딪친다. 숭배와 냉소라는 작품 전체의 구도가 이 몇 분 안에 다 들어 있다.
III. 도시로 가는 길
(후닌) 이야기는 열다섯 살 에바가 살던 시골 소도시 후닌으로 돌아간다. 순회공연을 온 탱고 가수 마갈디가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고, 에바는 그를 붙들어 도시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마갈디의 노래는 일부러 낡은 살롱풍으로 쓰였다. 그 달콤한 감상성은 에바가 떠나려는 세계의 소리처럼 들린다. (야망) 수도에 닿은 에바는 라틴 춤곡의 리듬을 타고 도시를 향해 자신을 소개한다. 금관과 타악기가 몰아치는 이 넘버는 야망의 음악이다. 체는 그녀가 사람들을 발판 삼아 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빠른 장면 전환으로 요약한다. (만남) 군 장교들이 의자 빼앗기 놀이처럼 하나씩 밀려나는 「가능성의 기술」을 지나 에바는 자선 음악회에서 후안 페론 대령을 만난다. 이 장면은 프린스의 요청으로 무대판에 새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이중창은 사랑 고백보다 서로에게 쓸모를 제안하는 계약처럼 오간다. (정부) 에바는 페론의 집에 들어가 그곳에 있던 어린 정부를 내보낸다. 쫓겨난 소녀가 혼자 부르는 노래는 이 작품에서 정치가 드물게 비켜 간 자리다. 이야기의 변두리에 있던 인물이 잠깐 무대를 차지하는 동안 에바의 상승이 누군가에게는 상실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1막은 노동자들의 함성 속에서 페론이 권력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아르헨티나」로 끝난다.
수도에 막 도착한 에바가 도시를 향해 자신을 선언하는 노래다. 1막에서 야망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 라틴 춤곡의 리듬을 깔고 금관과 타악기가 몰아친다. 로이드 웨버가 록과 남미 춤곡을 한데 섞는 솜씨를 잘 보여 주는 곡이다.
- 앞서 마갈디가 부른 낡은 살롱풍 노래와 견주어 들으면 좋다. 시골에서 대도시로 무대가 옮겨 갔다는 것을 음악의 온도 차가 알려 준다.
- 에바의 선율이 높은 음으로 거듭 뛰어오른다. 위로 올라가려는 인물의 성격이 가락의 모양에 그대로 담긴 것처럼 들린다.
에바에게 쫓겨난 페론의 어린 정부가 홀로 부르는 노래다. 정치극 한복판에 잠깐 열린 사적인 자리다.
- 반주가 얇고 선율이 소박하다. 앞뒤 넘버의 웅장함과 대비되면서 짐 가방 하나 들고 떠도는 인물의 처지가 또렷해진다.
- 콘셉트 앨범에서는 바버라 딕슨이 불렀고, 1977년 싱글로도 나와 영국 차트에 올랐다.
- 1996년 앨런 파커의 영화판에서는 이 곡을 마돈나가 연기한 에바가 부른다. 같은 노래가 누구의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는 점을 비교해 볼 만하다.
IV. 발코니 위에서
(취임) 2막은 1946년 페론의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한다. 카사 로사다 대통령궁 발코니 아래로 군중이 모이고, 페론의 연설이 끝나자 에바가 앞으로 나선다. (연설) 에바의 노래는 연설이자 고백이다. 그녀는 지난날을 변명하지 않고, 자신과 군중의 관계를 사랑의 언어로 다시 정한다. 조용히 시작한 노래는 오케스트라가 겹겹이 쌓이며 커지다가 군중의 환호에 잠긴다. 1막 첫머리에서 체가 비꼬며 불렀던 바로 그 선율이 이번에는 진심처럼 울린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관객이 판단해야 한다. (상징) 이 노래에서 에바는 이야기 속 인물을 넘어 상징이 된다. 그다음 에바는 옷과 보석과 이미지를 갖추라며 측근들을 다그친다. 이어지는 유럽 순방에서 스페인은 그녀를 환대하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반응은 엇갈린다. 체는 그 여정을 냉정하게 중계한다. (속도) 순방 장면의 음악은 화려하지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에바가 누리는 영광과 그 영광을 붙들어 두려는 긴장이 한 리듬 안에 같이 있다. 장면 끝에서 에바가 지친 기색을 처음 내비치는데, 바로 뒤에 올 일을 알리는 작은 복선이다.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에바가 군중 앞에 서는 2막 첫 장면의 노래다. 1막에서 체가 비꼬던 선율이 여기서 진심의 얼굴로 돌아온다.
- 조용한 독백처럼 시작해 오케스트라가 한 겹씩 쌓이며 커진다. 연설이 점점 군중을 장악해 가는 과정을 소리의 두께로 보여 준다.
- 음악학자 존 스넬슨은 이 선율이 바흐의 「전주곡 C장조」와 그 위에 구노가 붙인 「아베 마리아」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았다. 화음을 한 음씩 풀어 흐르게 하는 분산화음(아르페지오) 반주를 들어 볼 것.
- 줄리 코빙턴의 음반 녹음은 싱글로 나와 1977년 2월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 무대에서는 런던의 일레인 페이지와 브로드웨이의 패티 루폰이 이 곡을 대표하는 명연으로 꼽힌다. 루폰은 이 배역으로 토니상을 받았다.
- 이 선율은 2막 끝 「에바의 마지막 방송」에서 다시 돌아온다. 같은 가락이 처음과 끝에서 어떻게 다른 무게로 들리는지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유럽 순방을 앞두고 에바가 측근들에게 옷과 화장과 이미지를 갖추라고 다그치는 노래다. 영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 짧고 끊어지는 리듬이 쉼 없이 몰아친다. 에바의 조급함과 그녀를 둘러싸고 바쁘게 움직이는 손들이 동시에 그려진다.
- 에바가 명령조로 던지는 말과 측근들의 짧은 응답이 번갈아 나온다. 노래 안에 권력의 위계가 그대로 담겨 있다.
- 줄리 코빙턴의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싱글 뒷면에 실린 곡이기도 하다.
V. 돈과 성녀
(재단) 귀국한 에바는 자선 재단을 세운다. 체는 돈이 들고 나는 과정을 경쾌하고 들뜬 노래로 풀어 놓는다. 박자가 고르지 않아 자꾸 발이 걸리는 듯한 리듬이 재단 회계의 불투명함을 소리로 그려 낸다. (성녀) 아이들이 에바를 성녀로 부르며 기도하듯 노래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선율이 단순하고 맑아서 오히려 섬뜩하게 들린다. 숭배가 어디까지 커졌는지를 음악이 직접 보여 주는 대목이다. (왈츠) 절정은 에바와 체가 처음으로 정면에서 마주하는 왈츠다. 역사 속의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지만, 작품은 둘을 한 무대에서 춤추게 한다. 우아한 3박자 위에서 두 사람은 이상과 현실, 권력과 비판을 두고 날카롭게 주고받는다. 춤은 끝까지 품위를 지키지만 말은 서로를 겨눈다. 에바의 몸이 쇠약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 장면에서 분명해진다. (군부) 장군들은 에바가 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을 막으려 한다. 페론은 그녀를 다이아몬드에 빗대며 감싼다. 권력의 벽과 병이 한꺼번에 에바를 조여 온다. 운명의 주사위가 굴러가는 장면에서 음악은 정치의 긴박함과 부부의 사적인 대화를 번갈아 들려준다.
체가 에바의 자선 재단에서 돈이 들고 나는 과정을 들뜬 노래로 풀어 놓는다. 숭배의 뒷면을 보여 주는 곡이다.
- 박자가 고르게 떨어지지 않는 불규칙 박자(변박)가 계속 발을 걸리게 한다. 돈의 흐름이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인상을 리듬으로 만든다.
- 가락은 경쾌하고 합창은 신이 나 있는데, 그 위에서 체의 말은 냉소적이다. 밝은 소리와 어두운 내용이 어긋나게 짜인 곡이다.
- 체가 해설자에서 고발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대목이다. 무대판마다 이 장면의 군무와 연출이 크게 달라 공연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역사 속에서는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3박자 춤곡 위에서 정면으로 맞선다. 작품의 절정이다.
- 우아한 3박자 왈츠가 겉을 감싸고 있지만 주고받는 말은 칼날 같다. 형식의 품위와 내용의 날카로움이 맞물린다.
- 콘셉트 앨범에서 이 곡만 따로 런던 헨리 우드 홀에서 녹음했다. 실제 공연장 같은 울림을 얻기 위해서였다.
- 에바의 선율 끝이 조금씩 힘을 잃는 대목이 있다. 그녀의 병을 암시하는 장치처럼 들린다.
- 1996년 영화판에서는 마돈나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이 왈츠를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대판보다 춤과 카메라가 두 사람의 거리를 더 가깝게 잡는다.
VI. 마지막 방송
(방송) 에바는 라디오로 국민에게 마지막 연설을 한다. 발코니에서 불렀던 선율이 이 장면에서 다시 돌아온다. 같은 선율이 이제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불리면서 처음과 전혀 다른 무게를 얻는다. 군중을 사로잡던 노래가 작별의 노래가 된다. (몽타주) 음악은 작품의 여러 주제를 짧게 이어 붙이며 지나온 장면들을 빠르게 되감는다. 첫 장면 영화관의 합창이 겹쳐 들리면서 이야기는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애가) 마지막 노래에서 에바는 혼자 남는다. 화려한 관현악이 걷히고, 그녀는 자신이 택한 길을 담담하게 돌아본다. 그 노래가 어떻게 끝나는지, 그 뒤에 무대에서 무엇이 이어지는지는 직접 보고 들을 몫으로 남긴다. (여운) 한 가지만 말해 두자면, 음악은 끝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에바가 성녀였는지 야심가였는지에 대한 대답은 체의 목소리와 군중의 목소리 사이 어딘가에 남는다. 작품이 처음부터 두 목소리로 짜인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작품의 마지막 노래다. 화려한 관현악이 걷힌 뒤 에바가 홀로 자신의 길을 돌아본다.
- 앞서 나온 주제들의 조각이 조용히 스쳐 지나간다. 한 사람의 생애가 짧은 노래 안에서 정리되는 것처럼 들린다.
- 반주가 크게 줄고 목소리가 앞으로 나온다. 발코니에서 군중을 압도하던 목소리와 비교해 들으면 같은 인물의 두 얼굴이 보인다.
- 노래가 끝난 뒤 무대에서 무엇이 이어지는지는 직접 확인하기를 권한다. 음악이 끝내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 이 결말의 여운이다.
덜 알려진 이야기
(제목) 지금은 작품을 대표하는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에는 처음에 다른 제목 후보들이 있었다. 「돌아온 건 그저 당신의 연인일 뿐」 같은 문구도 그중 하나였다. 제작진은 제목에 아르헨티나라는 나라 이름이 들어가면 상업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런데 코빙턴은 이 구절을 이미 1막 첫머리용으로 녹음해 두었고, 믹싱 직전에 로이드 웨버가 그것을 에바의 연설 제목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성공한 노래의 이름은 대개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기억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체) 콘셉트 앨범의 체는 무대판보다 체 게바라를 훨씬 직접적으로 겨냥한 인물이었다. 그가 살충제를 팔려다 실패하는 곁가지 이야기까지 있었는데, 그 내용을 담은 「레이디즈 갓 포텐셜」은 무대판에서 빠졌다가 1996년 영화판에서 가사를 바꿔 되살아났다. 반대로 프린스는 무대의 체를 게바라처럼 꾸미게 했고, 영화판과 2006년 런던 재공연은 다시 이름 없는 인물에 가깝게 돌아갔다. 화자의 정체가 판마다 달라졌다는 사실은 공연을 한 판만 본 관객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녹음) 라이스의 기록에 따르면 이 음반의 제작비는 74,827.83파운드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다섯 배쯤 되었다. 초대한 청중에게 녹음을 들려준 뒤 약 15분 분량을 잘라 내거나 다시 썼고, 원판(마스터 디스크)은 여러 번, 넷째 면은 아홉 번이나 다시 깎았다. 무대 초연의 화려함에 가려졌지만, 작품의 뼈대는 이 스튜디오 작업에서 이미 완성되었다. (전쟁)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중에 BBC는 코빙턴의 녹음을 방송하지 않았고, 영국 군악대가 이 곡을 가사를 바꿔 빈정대듯 연주한 일도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작품이 그린 나라와 작품을 만든 나라가 실제로 전쟁을 치르면서 한 곡의 노래가 정치적인 무게를 떠안게 된 것이다.
용어 노트 📚🔎
콘셉트 앨범
(말뜻) 콘셉트(concept)는 생각의 큰 틀이라는 뜻이다. 한 가지 이야기나 주제를 중심에 두고 짠 음반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 여러 곡을 모아 둔 음반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만든 음반이다. 에비타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런 음반으로 먼저 나와 성공했고, 그 덕분에 극장 공연이 만들어졌다. 게임으로 치면 정식 출시 전에 이야기를 먼저 맛보게 하는 체험판과 비슷하다. 다만 이 체험판은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다른 데서는) 광고나 디자인에서 콘셉트는 상품이나 행사 전체를 꿰는 기획 의도를 가리킨다.
성스루 뮤지컬
(말뜻) 영어 sung-through는 끝까지(through) 노래로 부른다(sung)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배우가 대사를 말하다가 노래로 넘어가는 보통 뮤지컬과 달리, 거의 모든 장면을 노래로 잇는 뮤지컬이다. 에비타와 이 시리즈의 「레 미제라블」이 대표적이다. 대사 대신 노래가 이야기를 끌고 가므로 오페라와 많이 닮았다. 반 친구들 앞에서 하는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랩으로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숨 고를 틈 없이 리듬이 이어지니 듣는 사람도 계속 따라가게 된다.
레퀴엠
(말뜻) 라틴어 requiem은 안식이라는 뜻이다. 죽은 이를 위한 가톨릭 미사의 첫 기도가 이 말로 시작해서 미사 전체가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죽은 사람의 넋을 기리는 장엄한 합창곡을 말한다. 에비타는 라틴어 레퀴엠 합창으로 막을 연다. 주인공의 장례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소리로 알리는 장치다. 학교 추모식에서 모두가 조용히 묵념할 때의 공기를 음악으로 옮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무언가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글이나 작품을 비유적으로 레퀴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리프라이즈
(말뜻) 영어 reprise는 프랑스어 reprendre, 곧 다시 잡는다는 말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에서 나온 노래의 선율을 뒤에서 다시 부르는 것이다. 흔히 가사나 분위기를 바꿔서 부른다. 같은 가락이 돌아오면 관객은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저절로 느끼게 된다. 에비타에서는 발코니의 선율이 마지막 방송에서 다시 나오면서 전혀 다른 무게를 얻는다. 운동회 응원가를 경기 전에는 신나게 부르다가 진 뒤에 같은 노래를 조용히 부르면 뜻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펜싱에서 르프리즈(reprise)는 공격이 끝난 뒤 곧바로 다시 하는 공격을 가리킨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는 이끄는(leit) 동기(Motiv)라는 뜻이다. 동기는 음악에서 가장 작은 선율 덩어리를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생각, 사건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이다. 듣는 사람은 그 선율만 듣고도 누가 떠오르는지 알게 된다. 에비타에서는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의 선율이 처음과 중간과 끝에 거듭 나타나 에바라는 인물의 여러 얼굴을 묶어 준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오기 직전에 늘 같은 음악이 깔리면 화면을 보지 않아도 알아채는 것과 같은 원리다.
분산화음(아르페지오)
(말뜻) 이탈리아어 arpeggio는 하프(arpa)를 타듯이라는 뜻이다. 하프 줄을 하나씩 튕기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여러 음을 한꺼번에 누르는 화음을 한 음씩 차례로 펼쳐 연주하는 방법이다. 소리가 물결처럼 흐르는 느낌을 준다.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의 반주에서 이렇게 흘러가는 음형을 들을 수 있다. 계단을 한 번에 뛰어오르지 않고 한 칸씩 밟아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도착하는 곳은 같아도 가는 길이 부드러워진다.
변박
(말뜻) 변박(變拍)은 박자가 변한다(變)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곡 안에서 박자의 묶음이 바뀌거나, 셋이나 넷처럼 고른 묶음이 아니라 다섯이나 일곱처럼 불규칙하게 묶이는 박자를 말한다. 듣는 사람은 발을 맞추려다 자꾸 엇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앤드 더 머니 켑트 롤링 인」은 이런 리듬으로 어딘가 어긋난 돈의 흐름을 그려 낸다. 줄넘기를 하는데 돌리는 친구가 박자를 가끔 바꾸면 계속 긴장하게 되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요즘 대중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곡 중간에 박자 느낌이 확 바뀌는 구간을 가리켜 변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왈츠
(말뜻) 독일어 Walzer는 돌다, 굴리다라는 뜻의 walzen에서 왔다. 짝을 지어 빙글빙글 도는 춤의 모습이 이름에 들어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마디에 세 박이 있고, 첫 박을 강하게 짚는 춤곡이다. 대개 우아함과 화려한 무도회를 떠올리게 한다. 에비타는 이 우아한 형식 위에 에바와 체의 날 선 논쟁을 올려서 겉과 속이 다른 장면을 만든다. 체육 시간에 하나-둘-셋, 하나-둘-셋 세며 짝과 스텝을 맞춰 본 적이 있다면 그 셈이 바로 왈츠의 박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