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넘버 하나하나가 1920년대 보드빌의 한 무대처럼 짜여, 살인과 재판을 쇼처럼 연출하는 언론과 대중을 노래가 거꾸로 비춘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존 캔더
프레드 엡과 함께 「카바레」를 쓴 작곡가로, 이 작품에서는 1920년대 보드빌의 다양한 말투를 넘버마다 정확히 살려 냈다.
- 작사프레드 엡
노랫말을 쓰고 포시와 함께 대본을 맡았으며, 배역마다 보드빌 스타를 모델로 삼는 구상을 세웠다.
- 감독밥 포시
연출과 안무를 맡아 무대 전체를 한 편의 보드빌 쇼처럼 꾸몄다.
- 주연그웬 버든
원작 희곡을 뮤지컬로 만들자고 처음 제안했고, 초연에서 록시 하트를 연기했다.
- 주연치타 리베라
초연에서 벨마 켈리 역을 맡아 「올 댓 재즈」로 막을 열었다.
- 주연제리 오바크
초연의 변호사 빌리 플린으로, 능청스러운 쇼맨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I. 뮤지컬 보드빌
(원작) 이야기는 실제 사건에서 출발했다. 1924년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 모린 댈러스 왓킨스는 남자를 쏜 두 여성의 재판을 취재했고, 피고들이 언론의 총아가 되어 풀려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예일대의 희곡 수업에서 이 경험을 풍자극으로 썼고, 1926년 브로드웨이에 올렸다. 훗날 배우 그웬 버든이 이 희곡을 읽고 남편 밥 포시에게 뮤지컬로 만들자고 했다. (작곡가) 음악은 존 캔더가, 노랫말은 프레드 엡이 맡았다. 1927년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캔더는 리허설 피아니스트와 무용 편곡자로 브로드웨이 일을 시작했다. 1962년 엡을 만난 뒤 「카바레」를 함께 썼고, 포시가 그 영화판을 감독한 인연이 이 작품으로 이어졌다. 캔더는 자기 스타일을 내세우기보다 극이 요구하는 시대와 말투를 정확히 짚어 내는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형식) 두 사람은 이 작품에 뮤지컬 보드빌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엡에 따르면 록시는 가수 헬렌 모건을, 벨마는 나이트클럽 여주인 텍사스 귀넌을, 변호사 빌리 플린은 악단장 테드 루이스를, 교도소장 마마 모턴은 소피 터커를 본떴다. 넘버마다 한 편의 쇼 무대처럼 짜인 것이다. (개막) 연습 초기에 포시가 심장 문제로 쓰러져 제작이 몇 달 미뤄졌다. 작품은 1975년 6월 3일 46번가 극장에서 개막해 936회 공연되었다. 같은 해 토니상은 이 시리즈에서 다룬 「코러스 라인」이 휩쓸었다.
II. 재즈의 밤
(개막) 막이 오르면 사회자가 관객에게 살인과 탐욕과 부패의 이야기를 보여 주겠다고 알린다. 첫 넘버는 벨마 켈리의 무대다. 남편과 여동생을 쏜 혐의로 수감 중인 보드빌 가수 벨마가 도시의 밤을 향해 몸을 맡기라고 권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이, 무대 한편에서는 록시 하트가 자기를 떠나려는 애인을 총으로 쏜다. (반주) 이 노래를 받치는 것은 같은 몇 마디를 계속 되풀이하는 반주 음형이다. 낮은 음역에서 맴도는 그 음형 위에 선율이 느긋하게 얹혀, 도시 전체가 흥청거리면서도 어딘가 나른하게 가라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 극의 기본 정서가 여기서 이미 정해진다. (남편) 록시의 남편 에이머스는 아내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경찰에 나선다. 록시는 그런 남편을 두고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른다. 헬렌 모건 식 애가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던 노래는, 에이머스가 사정을 알고 진술을 뒤집는 순간 결이 바뀐다. 같은 노래가 다정한 고백에서 비아냥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장치) 이 두 곡이 작품의 문법을 보여 준다. 인물이 지금 처한 사정과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노래가 따로 움직이고, 관객은 그 사이의 틈을 보며 웃게 된다. 노래가 진심을 털어놓는 자리가 아니라 남에게 보이려고 꾸미는 연기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벨마가 도시의 밤을 노래하는 사이 록시의 살인이 벌어지는 첫 넘버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정한다.
- 같은 몇 마디를 계속 되풀이하는 반주 음형(뱀프)이 곡 전체를 받친다. 흥청거리면서도 나른한 1920년대 시카고의 밤이 이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 노래가 흐르는 동안 무대 한편에서 록시의 총격이 벌어진다. 즐거운 쇼와 범죄가 한 화면에 겹치는 이 구성이 작품의 화법을 처음 보여 준다.
- 초연에서는 치타 리베라가, 2002년 영화에서는 캐서린 제타존스가 벨마로 불렀다. 제타존스는 이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 후반부에서 금관이 차례로 가세하며 소리가 커지는데, 작은 클럽 공연이 큰 쇼로 부풀어 가는 것처럼 들린다.
남편이 자기 대신 죄를 뒤집어쓰는 동안 록시가 부르는 사랑 노래로, 상황이 바뀌면서 노래의 뜻도 뒤집힌다.
- 실연과 순정을 노래하던 헬렌 모건 식 애가(토치송)의 말투를 빌렸다. 록시의 실제 속마음과 거리가 먼 달콤함이라 처음부터 반어로 들린다.
- 에이머스가 진술을 뒤집는 대목에서 같은 선율이 고마운 남편 찬가에서 원망과 비아냥으로 돌아선다. 선율은 그대로인데 뜻이 바뀌는 것이다.
- 영화에서는 록시의 환상 무대와 경찰서 장면을 번갈아 보여 주는 방식으로 이 반전을 살렸다.
III. 감방의 탱고
(감옥) 록시는 쿡 카운티 교도소의 여자 감방에 갇힌다. 그곳에서 그는 남자를 죽인 여섯 여자를 만나고, 그들은 차례로 앞으로 나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털어놓는다. 각자의 사연은 짧은 독백이고, 그 사이를 탱고 리듬이 잇는다. (리듬) 탱고는 끊어 치는 박과 미끄러지는 박이 엇갈리는 춤곡이다. 캔더는 이 리듬에 정념과 위협을 함께 담았다. 여섯 사람의 변명은 저마다 다르지만 마무리는 한결같이 그는 당해도 쌌다는 쪽으로 모인다. 그 되풀이가 쌓이면서 고백이 합창으로 커진다. 여섯 명 가운데 헝가리 출신 수감자는 영어를 거의 못 하고 모국어로만 무죄를 호소한다. 이 대목은 뒤에서 섬뜩한 무게를 갖게 된다. (교도소장) 감방을 지배하는 사람은 마마 모턴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소피 터커 같은 풍채 큰 여가수의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잘해 주면 잘해 주겠다는 거래의 원리를 당당하게 노래하는 것이다. 이 감옥에서는 호의도 값을 치르고 산다. (변호사) 이어서 빌리 플린이 등장한다. 그는 돈 말고는 관심 없다는 사실을 숨기면서, 오직 사랑만을 생각한다고 노래한다. 무대 위에는 부채를 든 무희들이 그를 에워싼다. 테드 루이스 식 악단장의 능청이 이 노래의 화법이다.
감방의 여섯 여자가 차례로 살인의 사연을 털어놓는 넘버로, 독백과 합창을 탱고 리듬이 잇는다.
- 끊어 치는 박과 미끄러지는 박이 엇갈리는 탱고 리듬이 정념과 위협을 함께 실어 나른다. 감옥 안인데도 무도장처럼 느껴진다.
- 여섯 사람이 각자 다른 사연을 말하지만 끝맺음은 매번 같은 결론으로 모인다. 그 반복이 쌓이면서 개인의 변명이 집단의 합창이 된다.
- 헝가리 출신 수감자만 모국어로 무죄를 호소한다. 이 대목은 뒤에서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미리 귀띔하는 복선으로 읽힌다.
- 영화에서는 어두운 무대와 붉은 천을 쓴 강렬한 안무로 다시 만들어져, 영화판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장면이 되었다.
IV. 복화술
(기자회견) 빌리는 록시의 사건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다시 쓴다. 기자들 앞에서 록시는 그의 무릎에 앉은 복화술 인형이 되고, 빌리가 대신 말하는 동안 록시는 입만 벙긋거린다. 노래는 숨 가쁘게 빠른 말로 쏟아지고, 기자들은 받아 적은 말을 그대로 되풀이한다. 언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만큼 직설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도 드물다. (명성) 신문 일면을 차지한 록시는 혼자 무대에 서서 스타가 되는 꿈을 노래한다. 한편 하루아침에 뒷전으로 밀려난 벨마는 록시에게 둘이 함께 공연하자고 제안한다. 혼자서는 이 무대를 해낼 수 없다는 노래로 둘의 관계가 처음 맺어지지만, 록시는 거절한다. (2막) 관심이 식어 가자 록시는 임신을 발표하고, 다시 언론의 중심에 선다. 아기를 두고 신나게 노래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냉소를 한층 밀어붙인다. (남편) 그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남자 에이머스가 무대에 홀로 선다. 그는 자기가 투명한 셀로판 같다고 노래한다. 이 노래는 보드빌 희극인 버트 윌리엄스와 그의 대표곡 「Nobody」를 본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끄러운 쇼 한가운데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쓸쓸한 순간이다.
빌리가 기자들 앞에서 록시를 복화술 인형처럼 앉혀 놓고 사건을 다시 쓰는 장면이다.
- 말을 빠르게 쏟아 내는 노래(패터송) 형식이다. 기자들이 받아 적은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언론이 이야기를 복제하는 과정을 소리로 보여 준다.
- 록시는 빌리가 대신 말하는 동안 입만 움직인다. 노래의 주인공이 정작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 이 넘버의 풍자다.
- 초연의 빌리는 제리 오바크였다. 영화에서는 리처드 기어가 맡았다.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남편 에이머스가 홀로 부르는 노래로, 시끄러운 쇼 한가운데의 쓸쓸한 쉼표다.
- 이 곡은 보드빌 희극인 버트 윌리엄스와 그의 대표곡 「Nobody」를 본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스꽝스러운 몸짓 뒤에 슬픔을 숨기던 그의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 느릿하게 터벅터벅 걷는 리듬이 맥 빠진 사람의 발걸음처럼 들린다. 화려한 다른 넘버들과 대비되어 에이머스의 투명함이 더 두드러진다.
- 초연에서는 바니 마틴이 불렀다. 영화에서 이 역을 맡은 존 C. 라일리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 노래가 끝나도 박수를 받지 못하고 퇴장하는 연출이 자주 쓰인다. 끝까지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다는 노래의 내용이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V. 법정의 눈속임
(재판) 재판을 앞둔 록시에게 빌리는 법정이 곧 서커스라고 가르친다. 사람들 눈을 현란한 장면으로 홀리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이 비결을 노래하는 넘버는 숨죽인 듯 낮게 시작해, 무대 위의 법정을 점점 곡예장처럼 바꿔 놓는다. (증언) 법정에서 록시는 빌리가 짜 준 대본대로 연기한다. 무릎을 살짝 드러내는 몸짓까지 계산된 증언이다. 벨마는 자기 사건에서 쓰려던 수법을 록시가 고스란히 가져다 쓰는 모습을 지켜보며 분해한다. (품위) 마마 모턴과 벨마는 세상에서 품위가 사라졌다고 한탄하는 이중창을 부른다. 살인 피고와 뇌물 받는 교도소장이 체면과 예의를 그리워하는 이 노래는 점잖은 옛 노래의 모양을 하고 있어 더 우습다. 2002년 영화에서는 촬영까지 했으나 최종 편집에서 빠졌다. (판결) 판결의 순간, 음악은 갑작스럽게 방향을 튼다. 막 고조되던 승리의 분위기는 또 다른 사건 소식에 끊기고, 스포트라이트는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 어떻게 끝나는지는 무대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다. 다만 이 장면에서 음악이 쇼의 주인공이 얼마나 쉽게 바뀌는지를 보여 준다는 점은 알아 둘 만하다.
빌리가 법정도 서커스와 같다며 록시에게 재판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넘버다.
- 숨죽인 듯 낮고 부드럽게 시작해 조금씩 판을 키운다. 큰소리 대신 속삭이듯 홀리는 방식 자체가 빌리가 말하는 눈속임의 기술이다.
- 무대에서는 배심원과 기자들이 점점 곡예단처럼 움직이며 법정이 쇼로 바뀌어 간다. 영화는 이 생각을 그대로 살려 법정을 서커스 천막으로 만들었다.
- 작품의 주제를 가장 직접 말하는 곡으로, 제목은 화려한 겉치레로 사람을 현혹한다는 뜻으로 1880년대부터 쓰이던 미국 관용구를 그대로 가져왔다.
VI. 요즘 세상
(피날레) 마지막 장면에서 록시는 요즘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노래를 부른다. 1920년대 유행가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선율인데, 그 가벼움이 오히려 씁쓸하다. 이 노래는 곧 뜻밖의 무대로 이어지고, 쇼는 처음 사회자가 약속한 그대로 막을 내린다. 그 무대가 무엇인지는 직접 보는 즐거움으로 남겨 둔다. (반응) 초연 당시 이 작품은 너무 냉소적이라는 평을 들었고, 같은 해 「코러스 라인」의 그늘에 가렸다. 토니상 후보에는 여러 부문 올랐지만 상은 받지 못했다. 1975년 여름 버든이 목 수술로 잠시 빠졌을 때는 라이자 미넬리가 대역으로 무대에 섰다. (부활) 평가가 뒤집힌 것은 1996년이다. 뉴욕 시티 센터의 앙코르스! 시리즈가 무대 장치를 최소화한 콘서트 형식으로 작품을 올렸고, 같은 해 11월 브로드웨이 리처드 로저스 극장으로 옮겨 토니상 여섯 개를 받았다. 검은 무대 위에 악단이 그대로 올라앉은 이 프로덕션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브로드웨이 최장기 리바이벌이 되었다. (영화) 2002년 롭 마셜의 영화는 넘버들을 록시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환상 무대로 바꿔 무대와 현실을 오가게 했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리바이벌이 한창이던 시대의 관객에게, 이미지와 여론이 진실을 대신하는 이야기는 1975년보다 더 가깝게 다가왔다.
모든 일이 끝난 뒤 록시가 요즘 세상이란 원래 그렇다고 노래하는 피날레로, 쇼는 마지막까지 쇼로 남는다.
- 1920년대 유행가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선율이다. 가볍게 넘기는 태도가 오히려 이야기 전체의 씁쓸함을 남긴다.
- 노래는 이어지는 마지막 무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그 무대가 무엇인지는 직접 보며 확인하는 편이 좋다.
- 영화에서는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존스가 함께 부르며 엔딩을 장식한다.
덜 알려진 이야기
그웬 버든은 1950년대부터 원작의 판권을 얻으려 했지만, 원작자 모린 댈러스 왓킨스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왓킨스는 말년에 신앙에 깊이 기울었고, 살인 피고들을 매력적으로 그린 것을 뉘우쳤다고 전해진다. 판권은 1969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유족 쪽에서 나왔다. 작품이 십수 년 늦게 태어난 이유가 원작자 본인의 망설임이었다는 사실은 화려한 공연사에 가려 잘 언급되지 않는다. 록시와 벨마에게는 실제 모델이 있다. 1924년 시카고에서 남자를 쏜 뷸라 애넌과 벨바 가트너다. 두 사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왓킨스의 기사는 이들을 언론의 스타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무대 위의 냉소는 지어낸 과장이 아니라 기자가 직접 본 일을 옮긴 것이었다. 오늘날 이 작품은 대성공작으로 기억되지만, 1975년 초연은 같은 해 「코러스 라인」의 그늘에서 토니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시카고는 1996년 앙코르스! 콘서트에서 출발해 무대 장치를 걷어 낸 리바이벌의 모습이다. 초연의 화려한 무대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초연 출연진 음반은 2026년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가 녹음 등록부에 선정되었다. 리바이벌과 영화 음반의 명성에 가려 있던 원조 녹음이 뒤늦게 기록 유산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용어 노트 📚🔎
보드빌
(말뜻) 프랑스어 vaudeville 에서 온 말로, 흔히 노르망디 지방의 풍자 노래를 가리키던 말에서 유래했다고 설명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세기 말부터 1920년대까지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버라이어티 쇼다. 가수, 희극인, 무용수, 곡예사가 차례로 나와 짧은 무대를 하나씩 보여 준다. 「시카고」는 이 형식을 빌려 장면마다 한 편의 쇼처럼 꾸몄다. 학교 장기자랑에서 반마다 노래, 춤, 개그를 하나씩 순서대로 무대에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넘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뮤지컬에서 노래 한 곡이나 노래와 춤이 함께하는 한 장면을 넘버라고 부른다. 공연 프로그램에 곡마다 번호를 붙이던 데서 나온 말이다. 「시카고」의 넘버는 인물의 속마음보다 남에게 보이는 연기를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 앨범에서 1번 트랙, 2번 트랙 하고 부르듯 공연에서도 곡을 하나하나 세는 단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넘버는 그냥 숫자나 번호를 뜻한다.
뱀프(vamp)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가 시작되기 전이나 노래 밑에서 짧은 반주 몇 마디를 계속 되풀이하는 것을 말한다. 가수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기도 하고, 곡 전체의 분위기를 깔아 주기도 한다. 「올 댓 재즈」의 낮게 맴도는 반주가 좋은 예다. 줄넘기에서 친구들이 줄을 같은 박자로 계속 돌리고 있으면, 뛰어들 사람이 타이밍을 보다가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영어 vamp 는 남자를 유혹하는 요부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패터송
(말뜻) patter 는 빠르게 재잘거린다는 뜻의 영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가사를 아주 빠르게, 거의 말하듯 쏟아 내는 노래다. 선율보다 말의 리듬과 재치가 중요하고, 듣는 사람이 숨 돌릴 틈이 없게 만든다.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에서 빌리와 기자들이 주고받는 노래가 이런 방식이다. 빠른 랩을 따라 부르려다 혀가 꼬이는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토치송
(말뜻) torch 는 횃불이라는 뜻이다. 영어에서 누군가를 위해 횃불을 든다는 말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계속 품고 있다는 비유로 쓰인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짝사랑이나 실연의 아픔을 느리고 애절하게 부르는 노래다. 1920~30년대 헬렌 모건 같은 가수들이 유명했다. 「퍼니 허니」는 이 형식을 빌렸지만, 록시의 속마음과 맞지 않아 반어로 들린다. 시험을 망쳤는데 일부러 슬픈 발라드를 틀어 놓고 분위기를 잡는 것과 비슷한 정서다.
탱고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세기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생긴 춤과 음악이다. 끊어 치는 박과 미끄러지는 박이 엇갈리는 리듬이 특징이고, 정열과 긴장을 함께 담는다. 「셀 블록 탱고」는 이 리듬으로 여섯 살인 피고의 고백을 묶었다. 체육 시간에 짝과 발을 맞춰 걷다가 갑자기 멈추고 방향을 홱 트는 동작을 상상하면 탱고의 느낌에 가깝다.
리바이벌
(말뜻) 영어 revival 은 다시(re) 살아난다(vive)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예전에 공연했던 작품을 새 제작진과 새 출연진으로 다시 올리는 것을 말한다. 원작 그대로일 때도 있고 연출을 크게 바꿀 때도 있다. 「시카고」는 1996년 리바이벌이 초연보다 훨씬 오래 공연되며 작품의 평가를 바꿔 놓았다. 예전 게임을 그래픽과 조작감만 새로 다듬어 다시 내는 리마스터판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종교에서는 신앙 부흥 운동을 리바이벌이라고 부른다.
오케스트레이션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작곡가가 쓴 선율과 화음을 어떤 악기가 어느 부분을 연주할지 나눠 악보로 짜는 일이다. 「시카고」의 초연 오케스트레이션은 랄프 번스가 맡아, 금관과 리드 악기 중심의 1920년대 재즈 악단 소리를 만들어 냈다. 같은 노래라도 피아노 한 대로 칠 때와 밴드 전체가 연주할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지 볶음밥을 만들지 정하는 일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