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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de Runner

블레이드 러너 (1982)

비에 젖은 미래 도시의 네온 위로 신시사이저 한 대가 숨을 쉬듯 떨리며,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존재들의 짧은 삶을 위해 운다.

한눈에 보기 🔭💭

1. 출발미국 1982 개봉불의 전차 직후화면 보며 즉흥2. 악기야마하 CS-80리본 컨트롤러가믈란과 징3. 도시2019 로스앤젤레스비와 네온소음과 음악의 경계4. 기억사진과 피아노메모리스 오브 그린말 없는 노래5. 절정빗속의 옥상티어스 인 레인엔드 타이틀스6. 유산12년 만의 공식반부틀렉의 시대2049의 CS-80러너1982반젤리스의 신시사이저가 2019년 로스앤젤레스…
이야기의 무대 🧭🗺️
N미국로스앤젤레스버뱅크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반젤리스

    그리스 태생의 신시사이저 음악가로, 화면을 보며 즉흥 연주해 이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다.

  • 감독리들리 스콧

    반젤리스에게 이 영화의 음악을 맡겼다.

  • 각본햄프턴 팬처

    필립 K. 딕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각색 작업을 시작했고, 데이비드 피플스와 함께 각본가로 이름을 올렸다.

  • 주연해리슨 포드

    레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를 연기했다.

  • 주연룻거 하우어

    레플리컨트의 우두머리 로이 배티를 연기했고, 옥상 독백의 문장을 직접 다듬었다.

  • 주연숀 영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는 레이철을 연기했다.

YouTube에서 6곡 이어 듣기 ↗

I. 「불의 전차」 다음

(작품) 「블레이드 러너」는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1982년 여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다.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햄프턴 팬처와 데이비드 피플스가 각색했다. 2019년의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진 인조인간 레플리컨트를 추적해 퇴역시키는 형사 데커드의 이야기다. (작곡가) 음악을 맡은 반젤리스는 그리스 태생으로 본명은 에반겔로스 오디세아스 파파타나시우다. 1960년대 말 그룹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에서 건반을 쳤고, 이후 런던의 자기 스튜디오 네모에서 홀로 작업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악보를 거의 쓰지 않고 연주하면서 곧바로 녹음해 곡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었다. (경위) 그가 이 영화를 맡을 무렵 그의 이름은 「불의 전차」로 한창 높았다. 1982년 봄 그 음악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은 뒤였다. 스콧은 전통적인 관현악 대신, 영화의 세계처럼 전자적이면서도 쓸쓸한 소리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식) 반젤리스는 편집된 장면을 비디오로 틀어 놓고 그 화면을 보며 즉흥으로 연주해 음악을 만들었다. 중심 악기는 야마하 CS-80이라는 신시사이저였다. 여기에 가믈란과 징, 관종 같은 실제 악기도 섞었다. (계보) 이 시리즈에서 다룬 「마지막 황제」의 사카모토 류이치 역시 신시사이저로 출발한 작곡가였다. 전자음이 영화음악의 주류로 들어서던 1980년대의 흐름 앞쪽에 이 영화가 있다.

II. 불꽃이 솟는 도시

(서막) 영화는 끝없이 펼쳐진 공업 도시의 밤 풍경으로 시작한다. 굴뚝마다 불기둥이 솟고, 비행차가 그 사이를 지난다. 이 장면에서 음악은 선율보다 먼저 공간을 만든다. 낮게 울리는 북소리와 길게 늘어지는 신시사이저 음이 도시의 규모와 그 안의 고독을 함께 들려준다. (금관) 「메인 타이틀」의 중심은 CS-80으로 만든 금관악기 같은 음색이다. 반젤리스는 이 악기의 리본 컨트롤러로 음높이를 미끄러지듯 밀어 올렸다. 그래서 소리는 나팔처럼 장엄하면서도 사람이 한숨을 쉬는 것처럼 떨린다. (검사) 곧 이야기는 타이렐 사의 건물 안 심문실로 들어간다. 사람인지 레플리컨트인지 가려내는 보이트-캄프 검사가 진행되고, 질문과 대답 사이로 기계 소리만 낮게 흐른다. 공식 앨범의 트랙 「블러시 리스폰스」라는 제목은 이 검사가 재는 얼굴 붉어짐 반응에서 나왔다. (임무) 은퇴했던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는 다시 불려 나온다. 지구로 숨어든 레플리컨트 넷을 찾아내라는 명령이다. 그가 걷는 거리에는 늘 비가 내리고, 광고 비행선의 방송과 여러 언어가 뒤섞인 소음이 깔린다. (소리) 이 영화에서는 음악과 효과음의 경계가 자주 흐려진다. 빗소리와 사이렌, 먼 기계음이 반젤리스의 신시사이저와 섞여, 관객은 어디까지가 음악인지 쉽게 가르지 못한다. 그것이 이 도시가 숨 쉬는 방식이다.

♪메인 타이틀 (Main Titles)1982영화 장면 — 블레이드 러너

불기둥이 솟는 2019년 로스앤젤레스의 밤 풍경 위로 흐르며, 이 도시의 크기와 고독을 처음 들려주는 곡이다.

  • 처음의 낮고 둔탁한 북소리는 멀리서 울리는 기계의 심장 박동처럼 들린다. 선율이 나오기 전에 먼저 도시의 공간을 만든다.
  • 금관악기 같은 음색은 야마하 CS-80 신시사이저로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막대 모양의 띠를 문질러 음높이를 미끄러지게 하는 장치(리본 컨트롤러)로 음을 밀어 올려, 사람의 한숨 같은 떨림이 생긴다.
  • 2021년 음악 잡지 컴퓨터 뮤직은 이 곡의 소리를 역사상 가장 훌륭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꼽았다.
  • 공식 앨범에는 영화 속 대사가 겹쳐 녹음되어 있다. 음악과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려는 반젤리스의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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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사진 속의 기억

(레이철) 타이렐 사에서 데커드는 레이철을 만난다. 검사를 거쳐 그는 그녀가 레플리컨트이며, 그녀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지닌 어린 시절의 기억은 다른 사람의 것을 심어 넣은 것이었다. (사진) 레이철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증거로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내민다. 이 영화에서 사진은 기억의 대용품이다. 레플리컨트들은 사진을 모으고, 데커드의 피아노 위에도 빛바랜 가족 사진이 놓여 있다. (피아노) 레이철이 처음 데커드의 아파트를 찾는 대목 무렵에 「메모리스 오브 그린」이 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반젤리스가 1980년 앨범 「시 유 레이터」에 먼저 실었던 피아노곡이다. 이 영화를 위해 쓴 곡은 아니었지만,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이 장면과 꼭 맞았다. (추적) 그사이 데커드는 레플리컨트 레온의 방에서 찾은 사진을 확대 분석 장치 에스퍼에 넣고, 목소리 명령으로 화면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 2007년 25주년판에 실린 「레오스 룸」이 이 수사 대목과 연결된다. 음악은 긴장보다는 안개처럼 떠돌며, 데커드가 사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질문) 기억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기억을 지닌 사람은 누구인가. 영화는 이 질문을 큰 소리로 묻지 않는다. 대신 음악이 사진 위에 오래 머물며 그 물음을 관객에게 넘긴다.

♪메모리스 오브 그린 (Memories of Green)1980연주 Taurus Tarkus

레이철이 데커드의 아파트를 처음 찾는 대목에 쓰였다고 전해진다. 심어진 기억과 오래된 사진의 정서를 피아노 한 대가 맡는다.

  • 원래 1980년 앨범 「시 유 레이터」에 실린 곡이다. 영화보다 두 해 먼저 녹음된 곡이 미래 도시의 그리움을 대신 말하게 되었다.
  • 중심은 쓸쓸한 피아노 선율이다. 그 뒤로 사이렌 같은 전자음과 바람 소리가 겹쳐, 실내의 고요 바깥으로 도시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음을 알려 준다.
  • 피아노 소리를 일부러 흐리고 일그러뜨려 녹음해서, 오래된 기억처럼 가장자리가 번진 소리로 들린다.
  • 피아노라는 악기 선택은 데커드의 방에 실제로 놓인 피아노, 그리고 그 위의 가족 사진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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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색소폰이 흐르는 밤

(전환) 사냥은 피를 부른다. 데커드는 레플리컨트 한 명을 거리에서 쫓아 쓰러뜨리고, 그 자신도 위기에 몰렸다가 레이철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이때부터 레이철은 쫓아야 할 대상이면서, 그가 지켜야 할 사람이 된다. (정적) 아파트로 돌아온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적다. 레이철은 피아노 앞에 앉아 머리를 풀고, 건반을 눌러 보며, 자신이 피아노를 배운 기억이 진짜인지 묻는다. 기억이 그녀의 것이 아니어도 손가락은 그 곡을 안다. (사랑) 이어지는 장면에 「러브 테마」가 흐른다. 다른 곡들이 대부분 신시사이저로만 짜인 것과 달리, 이 곡은 영국 재즈 연주자 딕 모리시의 테너 색소폰이 선율을 이끈다. 사람의 숨이 직접 실린 악기를 이 대목에 놓은 것은, 두 존재 사이에 처음으로 체온이 오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필름 누아르) 색소폰의 음색은 1940년대 탐정 영화의 밤거리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미래를 그리면서도 형사, 비 내리는 도시, 수수께끼의 여인이라는 누아르의 틀을 빌렸다. 반젤리스의 음악도 미래의 전자음과 과거의 재즈를 한 장면 안에 겹친다. (목소리) 공식 앨범의 「레이철스 송」에서는 가사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선율을 부른다. 말이 없는 노래는 자기 이름조차 확신할 수 없는 레이철의 처지와 닮았다.

♪러브 테마 (Love Theme)1982연주 Vangelis

데커드와 레이철 사이에 처음으로 체온이 오가는 밤, 전자음 대신 사람의 숨이 실린 색소폰이 선율을 이끈다.

  • 테너 색소폰은 영국 재즈 연주자 딕 모리시가 불었다. 신시사이저가 대부분인 이 음악에서 숨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 느리게 흔들리는 반주 화음은 1940년대 탐정 영화의 밤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미래 이야기 속에 과거 장르의 그림자를 겹친다.
  • 선율은 긴 음을 끌다가 조금 늦게 다음 음으로 넘어간다. 망설임과 다가섬이 함께 들리는 이유다.
  • 여러 연주자와 악단이 따로 녹음할 만큼 이 영화 바깥에서도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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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스 송 (Rachel's Song)1982실황 Danish National SO

자기 기억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레이철을 위해, 말 없는 목소리가 부르는 노래다.

  • 여성의 목소리가 가사 없이 모음으로만 선율을 부른다. 이름과 과거를 확신할 수 없는 인물에게 말 없는 노래가 주어진 셈이다.
  • 공식 앨범의 크레디트에는 이 목소리의 주인으로 웨일스 가수 메리 홉킨이 올라 있다.
  • 공식 앨범에서 이 곡은 「메인 타이틀」부터 이어지는 네 곡의 묶음 끝에 끊김 없이 붙어 있다. 도시의 소음에서 한 사람의 내면으로 좁혀 들어가는 흐름처럼 들린다.
  • 배경에 깔린 신시사이저 화음은 한 덩어리로 오래 지속되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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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빗속의 옥상

(로이) 레플리컨트들의 우두머리 로이 배티는 자신들을 만든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들의 수명은 네 해로 정해져 있고, 로이가 원하는 것은 더 살 시간이다. 그는 공학자 세바스찬을 앞세워 창조자의 방까지 올라간다. (결전) 마지막 대결은 낡은 건물 안에서 벌어진다. 어둡고 물이 새는 방들 사이로 쫓고 쫓기는 동안, 음악은 선율을 거의 내려놓고 낮은 울림과 타악기의 충격으로 공포를 만든다. 2007년판에 실린 「데커드 앤 로이스 듀얼」이 이 긴 추격과 연결된다. (역전) 이 대목에서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자리가 뒤바뀐다. 데커드는 사냥꾼에서 사냥감이 되고, 로이는 장난치듯 그를 몰아붙인다. 그러나 옥상에 이르러 영화의 공기는 갑자기 달라진다. (독백) 비가 쏟아지는 옥상에서 로이는 자신이 본 것들에 대해 짧게 말한다. 이 독백은 대본의 원래 문장을 로이 역의 룻거 하우어가 촬영 직전에 손보아 줄인 것으로, 하우어 자신이 여러 차례 밝혔다. 그 이야기의 끝을 여기서 미리 말하지는 않는다. (음악) 다만 그 순간 음악이 무엇을 하는지는 말할 수 있다. 그때까지 긴장을 쌓던 소리가 걷히고, 넓고 느린 신시사이저의 화음이 빗소리 아래로 깔린다. 음악은 싸움의 승패가 아니라 한 존재가 품었던 기억의 무게를 향한다.

♪티어스 인 레인 (Tears in Rain)1982영화 장면 — 블레이드 러너

빗속 옥상에서 로이가 자신이 본 것들을 말하는 순간, 음악은 싸움을 멈추고 한 존재의 기억을 감싼다.

  • 그때까지 이어지던 긴장의 소리가 걷히고, 넓고 느린 화음이 빗소리 아래로 깔린다. 결말을 말하지 않고도 그 장면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음악이 알려 준다.
  • 독백의 문장은 로이 역의 룻거 하우어가 촬영 직전에 원래 대본을 줄이고 고친 것으로, 하우어 자신이 여러 번 밝혔다. 음악은 그 짧은 말 뒤의 침묵을 채운다.
  • 공식 앨범판에는 영화의 대사가 함께 담겨 있다.
  • 2017년 속편의 음악에는 이 곡을 다시 만든 트랙이 들어 있어, 두 영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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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문이 닫힌 뒤

(귀환) 모든 일이 지나간 뒤 데커드는 레이철에게 돌아간다. 그녀가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사람이 아파트를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데커드는 바닥에 놓인 작은 물건 하나를 발견한다. (여백) 이 물건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영화의 판본마다 달리 다가오며, 오래도록 해석이 갈려 왔다. 처음 보는 관객에게 그 답을 미리 건네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음악은 그 질문이 관객 마음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행진) 그리고 문이 닫히면 「블레이드 러너 (엔드 타이틀스)」가 터져 나온다. 고르게 이어지는 전자 리듬 위로 금관 같은 신시사이저 선율이 크게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직선적이고 힘찬 곡이 하필 가장 모호한 질문 뒤에 놓인다. (유산) 이 음악은 1983년 영국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 작곡상 후보에 올랐다. 그 뒤로 전자음악가와 영화음악가 모두에게 하나의 기준이 되었고, 2019년 피치포크는 이를 역대 최고의 영화음악으로 꼽았다. (계승) 2017년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의 한스 치머와 벤저민 월피시는 같은 야마하 CS-80을 구해 소리의 연속성을 지켰다. 그들의 음악에는 「티어스 인 레인」을 다시 만든 곡도 들어 있다.

♪블레이드 러너 (엔드 타이틀스) (Blade Runner (End Titles))1982연주 Vangelis

가장 모호한 질문을 남기고 문이 닫히는 순간, 영화에서 가장 힘차고 곧은 곡이 터져 나온다.

  • 고르게 반복되는 전자 리듬이 곡 전체를 끌고 간다. 같은 음형을 계속 되풀이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는 반복 음형(오스티나토)이다.
  • 그 위에서 금관 같은 신시사이저 선율이 크게 펼쳐진다. 첫 장면의 「메인 타이틀」과 같은 계열의 음색이라, 영화의 처음과 끝이 소리로 맞물린다.
  • 모호한 결말 뒤에 이렇게 직선적인 음악을 놓은 데는 해석이 갈린다. 해방감으로 듣는 사람도 있고, 답을 덮어 버리는 행진으로 듣는 사람도 있다.
  • 이 곡은 영화 바깥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고 인용되는 이 작품의 대표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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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이야기

영화가 개봉한 1982년에 반젤리스 자신의 사운드트랙 음반은 나오지 않았다. 그해 시장에 나온 것은 뉴 아메리칸 오케스트라가 이 음악을 관현악과 재즈풍으로 다시 편곡해 녹음한 음반이었고, 반젤리스와 스콧은 이 음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영화관에서 들은 소리와는 다른 음반으로 이 음악을 먼저 접했다. 반젤리스의 공식 앨범은 그로부터 열두 해가 지난 1994년에야 나왔다. 그는 음반 해설에서 그동안 이 녹음을 발표할 수 없었다고만 적었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은 부틀렉이었다. 1993년 2천 장 한정으로 나온 「오프 월드 뮤직」은 공식판보다 영화 속 음악을 더 많이 담고 있었고, 이후 「에스퍼 에디션」 같은 팬 편집본이 이어졌다. 영화음악의 수용사가 공식 음반보다 비공식 음반으로 먼저 쓰인 드문 사례다. 1994년 공식판도 영화에 쓰인 음악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 나온 큐 상당수가 빠졌고, 대신 영화에 쓰이지 않은 곡들이 들어갔으며, 일부 트랙에는 영화 대사가 겹쳐졌다. 2007년 25주년판이 미공개 큐들을 더했지만, 이 역시 완전한 악보 기록은 아니다. 편집 단계의 시사용 판본에는 잉크 스파츠의 1939년 노래 「이프 아이 디든트 케어」가 쓰이기도 했다. 최종판에서는 빠졌지만 첫 부틀렉에는 이 곡이 실려 있었다. 「러브 테마」의 보컬로 이름이 올라 있는 데미스 루소스는 반젤리스와 함께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에서 활동했던 옛 동료다.

용어 노트 📚🔎

신시사이저

(말뜻) 영어 synthesize 는 여러 요소를 합쳐 하나로 만든다는 뜻이다. 신시사이저는 전기 신호를 합치고 다듬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라는 이름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건반을 누르면 전기 회로가 소리를 만들어 내는 전자 악기로, 하나의 악기로 금관, 현악, 바람 소리, 기계음까지 흉내 내거나 아예 새로운 소리를 만들 수 있다. 1980년대 들어 영화음악에 본격적으로 쓰였고, 「블레이드 러너」는 그 대표작이다. 게임에서 캐릭터의 머리, 옷, 색을 하나하나 골라 새 캐릭터를 만드는 것처럼, 신시사이저는 소리의 높이·밝기·울림 길이를 손잡이로 하나씩 조정해 새 소리를 만든다. (다른 데서는) 생물학이나 화학에서 합성(synthesis)이라고 하면 여러 물질을 합쳐 새 물질을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음높이 밀기(피치 벤드)

(말뜻) 영어 pitch 는 음의 높낮이, bend 는 구부린다는 뜻이다. 음높이를 휘어 구부린다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한 음을 내는 도중에 음높이를 위나 아래로 부드럽게 미끄러뜨리는 연주법이다. 피아노는 건반마다 음이 정해져 있어 이렇게 할 수 없지만, 신시사이저는 바퀴나 띠 모양의 장치로 할 수 있다. 사이렌이 위잉 하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소리, 또는 리코더를 불다가 구멍을 살짝만 열어 음이 슬쩍 올라가는 느낌을 떠올리면 된다. 반젤리스는 이 기법으로 신시사이저 소리에 사람의 한숨 같은 떨림을 넣었다. (다른 데서는) 야구에서 피치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말하고, 사업에서는 투자자 앞에서 아이디어를 짧게 발표하는 일을 피치라고 한다.

리본 컨트롤러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신시사이저에 붙은 가늘고 긴 띠 모양의 장치로, 손가락을 대고 문지르는 대로 음높이가 바뀐다. 건반처럼 음이 한 칸씩 끊어지지 않고 이어서 변하기 때문에, 바이올린이나 사람 목소리처럼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질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쭉 밀어 음량을 키우거나 줄이는 막대를 생각하면 된다. 「블레이드 러너」의 첫 장면에서 들리는 장엄한 금관 소리의 떨림이 야마하 CS-80의 이 장치에서 나왔다. (다른 데서는) 컨트롤러는 게임에서 손에 쥐고 캐릭터를 움직이는 조작기를 가리키는 말로 더 흔히 쓰인다.

큐

(말뜻) 영어 cue 는 배우에게 대사를 시작하라고 주는 신호를 가리키는 연극 용어에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영화의 특정 장면에 맞춰 시작하고 끝나는 음악 한 토막을 큐라고 한다. 영화 한 편에는 수십 개의 큐가 있고, 몇 초짜리도 있고 몇 분짜리도 있다. 음반에 실린 트랙은 여러 큐를 이어 붙이거나 다시 녹음한 것이어서 영화 속 큐와 꼭 같지 않다. 학교 연극에서 막이 오를 때, 주인공이 등장할 때 음악 담당이 정해진 순간에 맞춰 음악을 틀었다 끄는 그 한 토막이 바로 큐다. (다른 데서는) 당구에서는 공을 치는 막대를 큐라고 부르고, 일상에서는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신호라는 뜻으로 쓴다.

부틀렉

(말뜻) 영어 bootleg 는 원래 장화(boot)의 목 부분에 술병을 숨겨 몰래 팔던 데서 나온 말로, 허락 없이 만들어 유통하는 물건을 가리키게 되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정식 음반사의 허락 없이 만들어 퍼뜨린 비공식 음반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작곡가의 공식 음반이 열두 해 동안 나오지 않아서, 팬들이 영화에서 음악을 뽑아 모은 부틀렉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몰래 녹음해 돌려 듣는 것과 비슷하지만, 저작권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 합법적인 음반은 아니다. (다른 데서는) 미국 금주법 시대에는 몰래 만들고 판 술을 부틀렉이라 불렀다.

반복 음형(오스티나토)

(말뜻) 이탈리아어 ostinato 는 고집스럽다는 뜻이다. 같은 음형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한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짧은 리듬이나 선율 조각을 곡 내내 반복해서 바탕으로 까는 기법이다. 그 위에서 다른 선율이 바뀌어도 반복 음형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앞으로 끌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줄넘기를 할 때 줄이 바닥을 치는 탁, 탁 소리가 일정하게 계속되면 그 위에서 친구들이 노래를 불러도 박자가 흔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블레이드 러너 (엔드 타이틀스)」의 고른 전자 리듬이 그런 역할을 한다.

필름 누아르

(말뜻) 프랑스어로 필름은 영화, 누아르는 검다는 뜻이다. 어두운 영화라는 뜻으로, 1940년대 미국 범죄 영화를 보고 프랑스 비평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비 내리는 밤거리, 지친 탐정, 속을 알 수 없는 여인, 그림자가 짙은 화면을 특징으로 하는 영화 스타일이다. 음악으로는 느린 재즈와 색소폰이 자주 쓰였다. 「블레이드 러너」는 미래 이야기지만 이 틀을 빌려 와서, 「러브 테마」의 색소폰이 그 분위기를 이어받는다. 추리 게임에서 어두운 골목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모을 때 깔리는 낮고 쓸쓸한 재즈 음악을 떠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