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ie
대공황의 뉴욕에서 고아 소녀가 부르는 내일의 노래가 고아원과 거리와 저택과 백악관을 차례로 지나며 한 도시의 희망가가 되어 가는 음악.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찰스 스트라우스
「바이 바이 버디」의 작곡가로, 「애니」로 세 번째 토니상을 받았다.
- 작사마틴 차닌
만화 화집에서 작품을 떠올린 기획자이며, 작사와 연출을 함께 맡았다.
- 각본토머스 미한
원작 만화를 대공황의 뉴욕 이야기로 새로 짜서 토니 극본상을 받았다.
- 주연앤드리아 매카들
굿스피드 시험 공연 도중 애니 역을 이어받아 브로드웨이 초연의 얼굴이 되었다.
- 주연도로시 라우든
한니건 역으로 1977년 토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 주연리드 셸턴
초연에서 워벅스를 맡아 무뚝뚝한 억만장자가 마음을 여는 과정을 노래했다.
I. 만화에서 무대로
(출발) 「애니」는 해럴드 그레이가 1924년부터 그린 신문 연재만화 「리틀 오펀 애니」에서 나왔다. 작사가이자 연출가인 마틴 차닌이 성탄절 무렵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이 만화의 화집을 샀다. 그런데 포장하기 전에 집에서 펼쳐 읽다가 작품에 빠졌고, 곧 판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차닌은 작곡가 찰스 스트라우스와 「뉴요커」에 단편을 쓰던 토머스 미한을 오래 설득했고, 세 사람은 1970년대 초에 한 팀이 되었다. (작곡가) 스트라우스는 1960년 「바이 바이 버디」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고 「어플로즈」로도 토니상을 받은 작곡가였다. 1950년대 로큰롤을 무대 위에서 놀려 대던 그가 이번에는 1930년대 대중가요의 어법으로 돌아갔다. 같은 시기 브로드웨이에서 1950년대를 되살린 「그리스」처럼, 「애니」도 지나간 시대의 소리를 빌려 지금의 관객에게 말을 건 작품이었다. (배경) 원작 만화에서 쓸 만한 것은 애니와 워벅스, 개 샌디 정도뿐이었다. 그래서 미한은 이야기를 새로 짰다. 무대는 1933년 겨울의 뉴욕으로 정했다. 대공황의 침울함이 그가 글을 쓰던 닉슨 시대의 분위기와 겹친다고 보았고, 애니를 디킨스 소설 속 고아들의 20세기 미국판으로 그렸다. 1976년 코네티컷의 굿스피드 오페라하우스에서 시험 공연을 마친 뒤, 마이크 니컬스가 공연을 내놓는 이름으로 합류했다. 작품은 1977년 4월 21일 앨빈 극장에서 막을 올려 2,377회 공연되었다.
II. 고아원의 새벽
(새벽) 막이 오르면 시립 고아원의 한밤중이다. 잠 못 든 고아 몰리를 달래던 열한 살 애니가 아직 만나 보지 못한 부모를 그려 보며 노래한다. 갓난아기 때 자기를 두고 간 부모가 남긴 쪽지와 반쪽짜리 로켓 목걸이가 애니가 가진 전부다. 노래는 조용하고 소박하다. 슬픔을 한탄하는 대신 아이답게 이것저것 상상해 보는 말투여서 객석의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노동) 원장 한니건이 들이닥치자 아이들은 새벽부터 바닥을 닦아야 한다. 이어지는 고아들의 합창은 걸레질과 양동이 소리가 그대로 박자가 되는 노동요다. 아이들은 투덜대면서도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앞 장면의 조용한 독창과 이 거친 합창이 맞붙으면서 작품은 처음부터 애니의 두 얼굴을 보여 준다. 혼자 꿈꾸는 아이이자 무리를 이끄는 아이다. (탈출) 애니는 세탁물 수레에 숨어 고아원을 빠져나간다. 거리에서 개 잡는 사람에게 쫓기는 떠돌이 개를 만나고, 개를 지키려고 샌디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그리고 겁먹은 개를 다독이며 「Tomorrow」를 부른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아이가 개 한 마리에게 들려주는 낙관이 이 작품의 중심 주제가 되고, 이 선율은 끝까지 여러 자리에서 다시 나온다.
고아원의 한밤중에 애니가 아직 만나지 못한 부모를 그려 보는 첫 독창이다. 작품 전체에 여러 번 되돌아오는 그리움의 주제다.
- 반주를 얇게 깔고 목소리를 앞에 세운다. 넓은 무대에 아이 혼자 남은 듯한 고요가 만들어진다.
- 이 선율은 1막 끝과 2막에서 리프라이즈(같은 노래를 극 중에서 다시 부르기)로 여러 번 돌아온다. 그때마다 같은 바람이 다른 무게를 얻으니, 처음 들을 때 선율을 잘 기억해 둘 만하다.
- 아이가 부르기에 무리 없는 음역 안에 머무는데도 끝부분은 길게 뻗어 올라간다. 원 캐스트 음반에서 앤드리아 매카들의 맑고 곧은 소리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 후렴 뒤에 고아들이 조용히 화음을 얹는다. 애니의 바람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고아원 아이들 모두의 것임을 알려 준다.
새벽부터 걸레질에 내몰린 고아들의 합창이다. 고된 일상을 투덜거림과 기세로 버티는 노동요다.
- 무대에서는 걸레질과 양동이 소리가 박자처럼 쓰인다. 노래와 안무가 한 몸이 되어 일의 고됨을 리듬으로 바꾼다.
- 높은 아이들 목소리가 한목소리(제창)로 내지르듯 노래한다. 귀여움보다 억척스러움이 앞서게 만든 선택처럼 들린다.
- 1998년 제이지가 이 후렴을 샘플링(원곡 녹음의 한 토막을 따서 새 곡에 쓰기)한 힙합 곡을 내면서, 뮤지컬을 모르는 세대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 곧이어 짧은 리프라이즈(같은 노래 다시 부르기)가 나온다. 한니건이 다녀간 뒤에도 아이들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고아원을 빠져나온 애니가 겁먹은 떠돌이 개 샌디를 다독이며 부르는 노래다. 작품 전체의 중심 주제가 여기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 처음에는 말하듯 낮게 시작해 한 구절씩 키를 높여 간다. 후반부에서는 조바꿈(곡의 중심음을 옮겨 전체를 한 단계 높이는 것)으로 한층 밝아진다. 작은 위로가 확신으로 커지는 과정을 음악이 그대로 그린다.
- 이 선율은 극 중에서 유도동기(특정 인물이나 생각을 가리키는 되풀이 선율)처럼 쓰인다. 2막 백악관 장면과 커튼콜에서 점점 더 큰 합창으로 다시 나온다.
- 원래는 스트라우스가 1970년 단편영화를 위해 직접 가사까지 붙여 쓴 「Replay」라는 노래였다. 차닌의 새 가사를 입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 1982년 존 휴스턴 감독의 영화판에서는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에 쓰였다. 백악관 장면에서는 에일린 퀸이 반주 없이 부르는 아카펠라로 나온다.
III. 후버빌에서 오번가로
(후버빌) 애니는 강가 다리 밑의 판자촌에 닿는다.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을 사람들은 대통령의 이름을 따 후버빌이라고 불렀다. 실직자들은 「We'd Like to Thank You, Herbert Hoover」에서 쫓겨난 대통령에게 비꼬는 감사 인사를 바친다. 경쾌한 행진곡풍의 흥겨움과 노랫말의 쓴맛이 엇갈리면서, 작품의 동화 같은 겉모습 밑에 깔린 시대의 실상이 드러난다. (한니건) 애니는 경찰에 붙잡혀 고아원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술에 기대어 사는 한니건은 「Little Girls」에서 자기 신세를 한탄한다. 악역이지만 노래만큼은 지친 중년 여성의 넋두리여서 미워하면서도 웃게 된다. 이 역을 맡은 도로시 라우든은 토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저택) 그때 억만장자 올리버 워벅스의 비서 그레이스가 찾아온다. 성탄절 두 주 동안 저택에 묵을 고아 한 명을 고르러 온 것이다. 오번가 저택에 들어선 애니는 하인들과 함께 「I Think I'm Gonna Like It Here」를 부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귀찮기만 하던 워벅스도 애니를 데리고 밤거리로 나서게 되고, 「N.Y.C.」에서 도시의 불빛을 함께 노래한다. 고아원의 회색빛 무대가 여기서 처음으로 환하게 열린다.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고아원장 한니건의 넋두리다. 악역에게 웃음과 연민을 함께 안겨 주는 성격 묘사 넘버다.
- 끈적하게 늘어지는 리듬과 비꼬는 듯한 관악기 장식이 술기운 섞인 한니건의 말투를 흉내 낸다.
- 도로시 라우든은 이 역으로 1977년 토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원 캐스트 음반에서 노래를 연기하듯 다루는 그의 해석은 이후 한니건 역의 기준이 되었다.
- 굿스피드 시험 공연 때의 한니건이 너무 매섭다는 판단이 나와 라우든이 투입되었다. 이 넘버에 희극적인 색채가 짙은 데에는 그런 사정도 있다.
- 1982년 영화판에서는 캐럴 버넷이 한니건을 맡아 몸 개그를 곁들인 해석을 보여 주었다. 무대판과 비교하며 들을 만하다.
워벅스가 애니를 데리고 나선 밤의 맨해튼 나들이다. 고아원의 회색 세계가 처음으로 도시의 불빛 속으로 열린다.
- 워벅스의 무뚝뚝한 첫 소절이 점점 부드러워진다. 아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사람의 변화가 선율에 담겨 있다.
- 중간에 배우 지망생이 혼자 부르는 대목이 끼어든다. 저마다 꿈을 품고 이 도시에 모여든 사람들 이야기로 노래의 폭이 넓어진다.
- 넓은 음역을 크게 오르내리는 합창과 관현악 편곡(오케스트레이션, 어떤 악기에 어떤 소리를 맡길지 정하는 일)이 도시의 크기를 소리로 그린다. 편곡은 필립 J. 랭이 맡았다.
- 1982년 영화판에서는 이 넘버가 빠지고 새 노래들이 들어갔다. 무대판의 매력을 확인하려면 원 캐스트 음반으로 들어야 한다.
IV. 거리의 계략
(소원) 워벅스는 애니를 입양하려 하지만 애니는 망설인다. 진짜 부모가 언젠가 데리러 오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워벅스는 부모를 찾아 주겠다고 약속하고, 나라 전체에 현상금을 건다. 애니가 1막 끝에서 다시 부르는 「Maybe」는 같은 선율인데도 무게가 다르다. 이제 그 바람에는 자기를 아껴 주는 어른을 두고 떠날 수도 있다는 대가가 붙어 있다. (사기) 현상금 소식은 한니건의 고아원에도 닿는다. 사기꾼인 동생 루스터와 그의 연인 릴리가 찾아오고, 세 사람은 「Easy Street」에서 한몫 잡을 꿈을 노래한다. 무대 위 버라이어티 쇼처럼 흔들리는 리듬과 끈적한 화음이 세 사람의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노래는 2막에서 리프라이즈(다시 부르기)로 돌아와,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음을 알린다. (라디오) 2막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작한다. 진행자 버트 힐리와 보일런 자매가 「You're Never Fully Dressed Without a Smile」을 부르고, 애니는 전파를 타고 부모를 찾는다. 고아원에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던 아이들은 이 노래를 흉내 내어 자기들만의 쇼를 벌인다. 화려한 방송 무대와 초라한 고아원의 흉내 내기가 나란히 놓이면서 웃음과 애틋함이 함께 남는다.
한니건과 루스터, 릴리가 현상금을 가로챌 계략을 꾸미며 부르는 3중창이다. 악당들의 들뜬 속셈이 흔들리는 리듬에 실린다.
-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과 비스듬히 미끄러지는 화음이 1920~30년대 보드빌(노래·춤·만담을 엮은 대중 버라이어티 쇼)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 세 사람이 주고받다가 화음으로 합쳐지는 짜임 자체가 공모의 모양새다. 서로 믿지 않으면서도 돈 앞에서는 한목소리가 된다.
- 2막에서 짧은 리프라이즈(같은 노래 다시 부르기)로 돌아와 계획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린다. 관객은 이 선율만 듣고도 긴장하게 된다.
라디오 진행자 버트 힐리와 보일런 자매가 방송에서 부르는 노래다. 고아원 아이들이 이를 흉내 내며 2막의 숨통을 틔운다.
- 보일런 자매의 촘촘한 3부 화음은 클로즈 하모니(음 사이를 바짝 붙여 쌓은 화음)라는 1930년대 여성 보컬 그룹의 방식이다. 당시 라디오 소리를 재치 있게 재현한다.
- 방송 무대의 반짝이는 원곡 뒤에 고아들이 부르는 리프라이즈(같은 노래 다시 부르기)가 이어진다. 같은 노래가 화려한 쇼에서 아이들의 놀이로 바뀌며 애틋한 웃음을 남긴다.
- Playbill은 이 넘버를 피터 제나로의 안무가 빛난 장면으로 꼽는다. 노래와 춤이 함께 기억되는 대표곡이다.
V. 백악관의 내일
(백악관) 부모를 찾는 일은 워벅스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다. 그는 애니를 데리고 워싱턴으로 가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난다. 침울한 각료 회의에서 애니가 「Tomorrow」를 부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던 장관들이 하나둘 따라 부르고, 마지막에는 대통령까지 합류한다. 길모퉁이에서 개에게 들려주던 노래가 이제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의 노래가 된 것이다. 이 장면에서 작품의 낙관은 개인의 희망을 넘어 뉴딜이라는 시대의 기획과 겹친다. (고백) 뉴욕으로 돌아온 워벅스는 「Something Was Missing」에서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돈과 권력을 다 가진 사람이 작은 아이 하나 때문에 자기 삶에 빈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노래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혼잣말처럼 낮게 흘러가서 진심이 더 잘 전해진다. (이중창) 그레이스와 하인들이 「Annie」로 애니를 축하하고, 워벅스와 애니는 「I Don't Need Anything But You」를 함께 부른다. 탭댄스가 어울리는 옛 무대풍의 이중창이다. 나이도 처지도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박자에 발을 맞추는 모습에서 두 사람이 이미 가족이 되었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바로 그때 현상금을 노린 손님들이 저택의 문을 두드린다.
VI. 성탄절의 새 출발
(망설임) 부모라고 나선 사람들 앞에서 애니는 「Maybe」의 한 대목을 짧게 다시 부른다. 1막 첫 장면에서 꿈처럼 그려 보던 부모가 막상 눈앞에 나타나자, 같은 선율이 기대와 불안이 섞인 소리로 바뀐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관객이 직접 확인할 몫으로 남겨 둔다. 다만 음악은 이 순간을 들뜬 재회로 그리지 않고, 숨을 고르듯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점만 짚어 둔다. (해소) 성탄절 아침이 밝으면 엉킨 매듭이 풀린다. 음악은 그 결과를 설명하는 대신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쪽을 택한다. 워벅스와 그레이스, 고아원 아이들, 하인들, 그리고 루스벨트까지 모두 무대에 올라 「A New Deal for Christmas」를 부른다. 크리스마스 선물과 정부의 새 정책을 한데 엮은 이 피날레 덕분에 한 아이의 이야기와 나라의 회복이 같은 무대에서 함께 끝난다. (여운) 커튼콜에서는 출연진 전체가 다시 「Tomorrow」를 부른다. 개 한 마리를 달래던 독창에서 시작해 각료들의 합창을 거쳐 마침내 극장 전체의 노래가 되는 것이다. 한 선율을 장면마다 다른 크기로 키워 가는 이 설계 덕분에 관객은 극장을 나서면서도 그 가락을 흥얼거리게 된다.
모든 인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피날레다. 한 아이의 성탄절과 나라의 새 출발을 하나의 노래로 묶는다.
- 독창과 이중창으로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큰 합창으로 모인다. 작품이 2막 내내 쌓아 온 가족이라는 주제가 소리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 성탄 노래의 축제 분위기와 루스벨트의 정책 이름을 한데 엮은 재치 덕분에, 동화 같은 결말이 대공황이라는 실제 역사에 단단히 묶인다.
-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출연진 전체가 「Tomorrow」를 다시 부르며 막이 내린다. 피날레와 커튼콜을 이어 들으면 작품의 설계가 한눈에 보인다.
덜 알려진 이야기
작품의 상징이 된 「Tomorrow」의 선율은 「애니」보다 먼저 있었다. 스트라우스는 1970년 단편영화 「Replay」를 위해 이 가락을 쓰고 가사도 직접 붙였다. 「애니」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몇 해가 걸리는 동안에는 「앨저넌에게 꽃을」을 뮤지컬로 만든 「찰리와 앨저넌」에 쓸까 하고 다시 손보기도 했지만 실제로 쓰이지는 않았다. 노래가 워낙 유명해지는 바람에 이런 이력은 작품 해설의 각주에만 남았다. 이 모든 일은 끝내 전해지지 않은 선물에서 시작되었다. 차닌은 성탄절 무렵 친구에게 줄 만화 화집을 샀다. 서점 점원이 너무 바빠 포장해 주지 못해 집에 가져갔다가, 직접 포장하기 전에 읽어 보고 작품에 반했다. 차닌이 판권을 알아보는 동안 그 친구는 끝내 책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구입한 해는 1970년이라는 기록과 1971년이라는 기록이 엇갈린다. 개 샌디 역도 사연이 있다. 굿스피드 시험 공연 때 제작진은 진짜 개가 필요하다고 보았지만 동물과 조련사에게 쓸 예산이 없었다. 극장 견습생이던 윌리엄 벌로니가 코네티컷의 동물보호협회에서 개를 데려왔고, 입양비는 7달러였다고 전해진다. 이 개는 그대로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함께 갔다. 성공 뒤의 속편은 순탄하지 않았다. 같은 세 사람이 만든 「애니 2: 한니건의 복수」는 1989년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혹평을 받고 브로드웨이 진출이 무산되었다. 한니건 역을 빼는 등 크게 고쳐 쓴 「애니 워벅스」가 199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00회 넘게 공연되며 겨우 명예를 회복했다.
용어 노트 📚🔎
리프라이즈
(말뜻) 영어 reprise는 프랑스어 reprendre(다시 잡다, 되찾다)에서 왔다. 앞에서 나온 것을 다시 집어 든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앞에서 부른 노래를 극 중 다른 자리에서 다시 부르는 것이다. 가사나 빠르기, 부르는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같은 선율이 상황이 바뀐 뒤에 돌아오면 관객은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느끼게 된다. 운동회 응원가를 경기 시작 전에 신나게 부르다가, 지고 난 뒤에 조용히 다시 부르면 같은 노래인데도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것과 같다.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말뜻) 독일어 Leitmotiv에서 Leit는 이끌다, Motiv는 동기(짧은 음악 조각)라는 뜻이다. 듣는 사람을 어떤 인물이나 생각으로 이끄는 짧은 선율이라는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특정 인물이나 물건, 생각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이다. 관객은 그 선율만 들어도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차린다. 「애니」에서는 「Tomorrow」의 가락이 애니의 희망을 가리키며 여러 장면에 되돌아온다. 게임에서 보스가 나타날 때마다 같은 음악이 깔리면 화면을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과 비슷하다.
조바꿈(전조)
(말뜻) 전조(轉調)는 조(調)를 옮긴다(轉)는 뜻이다. 조는 노래의 중심이 되는 음과 그 음을 둘러싼 음들의 체계를 말한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곡 중간에 중심음을 바꿔 노래 전체의 높이나 색깔을 바꾸는 기법이다. 특히 마지막 후렴을 한 단계 높여 부르면 감정이 한껏 고조된 느낌을 준다. 노래방에서 마지막 후렴 직전에 반주가 갑자기 한 칸 올라가 목소리를 더 끌어올려야 하는 순간이 바로 조바꿈이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조바꿈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전조(前兆)라고 쓰면 무슨 일이 일어날 조짐이라는 전혀 다른 말이 된다.
캐스트 앨범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뮤지컬을 실제로 공연한 배우들이 그 공연의 노래를 녹음해 낸 음반이다. 초연 배우들이 녹음한 것을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이라고 부른다. 「애니」의 브로드웨이 원 캐스트 음반은 개막 나흘 뒤인 1977년 4월 25일에 녹음되었고, 이듬해 그래미상 뮤지컬 앨범 부문을 받았다. 학교 연극제에서 공연을 마친 반 친구들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를 그대로 녹음해 기념 음반으로 남기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그 무대를 못 본 사람도 음반으로 공연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보드빌
(말뜻) 프랑스어 vaudeville에서 왔다. 노르망디의 한 골짜기(Vau de Vire)에서 불리던 풍자 노래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 미국에서 인기를 끈 버라이어티 쇼다. 노래와 춤, 만담, 곡예 같은 짧은 순서를 줄줄이 이어 붙였다. 「Easy Street」처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과 익살스러운 몸짓을 가리킬 때 보드빌풍이라고 한다. 학교 장기자랑에서 노래, 마술, 개그가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바로 보드빌의 구성이다.
클로즈 하모니
(말뜻) 영어 close는 가깝다, harmony는 화음이다. 음들을 서로 가깝게 붙여 쌓은 화음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여러 사람이 부르는 음을 사이가 좁게 바짝 붙여 쌓아서 마치 한 덩어리처럼 울리게 하는 화음 짜는 방식이다. 1930~40년대 자매 보컬 그룹들이 즐겨 썼고, 「애니」의 보일런 자매는 그 시절 라디오 소리를 흉내 낸다. 합창 시간에 소프라노와 알토가 멀리 떨어진 음이 아니라 바로 옆 음을 부를 때 소리가 하나로 뭉쳐 반짝이게 들리는데, 그 느낌이 클로즈 하모니다.
아카펠라
(말뜻) 이탈리아어 a cappella는 예배당(cappella) 식으로라는 뜻이다. 옛 교회 성가대가 악기 없이 목소리로만 노래하던 데서 왔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악기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 부르는 노래다. 반주가 사라지면 가사와 숨소리가 그대로 드러나서 장면이 훨씬 가깝고 솔직하게 느껴진다. 1982년 영화 「애니」의 백악관 장면에서 「Tomorrow」가 이렇게 불린다. 캠프파이어에서 기타 없이 다 같이 둘러앉아 부르는 노래도 아카펠라다.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 편곡)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작곡가가 쓴 선율과 화음을 어느 악기가 어떻게 연주할지 정해 실제 오케스트라 악보로 옮기는 일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작곡가와 편곡자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고, 「애니」의 관현악 편곡은 필립 J. 랭이 맡았다. 같은 멜로디라도 트럼펫이 부르면 화려하고 현악기가 부르면 따뜻해진다. 요리에 비유하면 같은 재료로 굽기와 찌기와 볶기 중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다른 데서는) 컴퓨터 분야에서는 여러 서버와 프로그램이 함께 돌아가도록 조율하는 일을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