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Mile
에미넴은 머릿속에 교향곡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 공동 작곡가 루이스 레스토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미넴 대신 상을 받으며 한 말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만든 사람들 ⏳🌊
- 작곡가에미넴
주인공 B-래빗을 연기하면서 「루즈 유어셀프」 등 영화의 새 노래를 쓰고 공동 프로듀싱했다.
- 작곡가루이스 레스토
건반 연주자이자 프로듀서로 에미넴과 함께 곡과 스코어를 만들었고, 아카데미상을 대신 받았다.
- 감독커티스 핸슨
「LA 컨피덴셜」의 감독으로, 이야기를 1995년 디트로이트의 공장 지대로 옮겨 놓았다.
- 각본스콧 실버
에미넴을 닮았으되 그 자신은 아닌 인물 지미 스미스 주니어의 이야기를 썼다.
- 제작브라이언 그레이저
지미 아이오빈, 커티스 핸슨과 함께 영화를 제작했다.
- 주연메카이 파이퍼
셸터의 사회자이자 래빗의 친구 퓨처를 연기했다.
I. 디트로이트의 대본
(제작) 「8마일」은 브라이언 그레이저와 인터스코프 레코드의 지미 아이오빈이 제작했다. 연출은 「LA 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 각본은 스콧 실버가 맡았다. 주연은 처음부터 에미넴이었다. 그는 디트로이트에서 자라 지하 클럽의 랩 배틀로 이름을 알렸고, 이 영화를 찍을 무렵에는 이미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래퍼였다. 그는 다른 영화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 작품을 골랐다. (반자전) 각본은 에미넴의 삶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핸슨은 초고를 고쳐 시대를 1995년으로, 주인공의 일터를 자동차 부품을 찍어 내는 프레스 공장으로 바꾸어 이야기를 디트로이트라는 도시에 단단히 붙였다. 주인공 지미 스미스 주니어, 무대 이름 B-래빗은 에미넴을 닮았지만 에미넴 본인은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레이」나 「워크 더 라인」이 실존 음악가의 전기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실존 음악가가 자기를 닮은 허구의 인물을 연기한 경우다. (음악) 음악은 두 갈래로 이루어졌다. 한 갈래는 에미넴이 건반 연주자 루이스 레스토, 프로듀서 제프 배스와 함께 새로 쓴 곡들이다. 다른 갈래는 1995년 디트로이트 클럽에서 실제로 울렸을 동시대 힙합이다. 촬영은 2001년 9월에 시작됐고, 에미넴은 촬영 틈틈이 가사를 썼다고 전해진다. 엔지니어 스티븐 킹에 따르면 「루즈 유어셀프」는 촬영장에 차린 이동식 스튜디오에서 절마다 한 번씩만 불러 녹음했다. 영화음악 작곡가가 따로 관현악 악보를 쓰지 않고, 주연 배우가 음악까지 책임진 드문 사례였다.
II. 화장실 거울 앞에서
(거울) 영화는 클럽 셸터의 화장실에서 시작한다. 래빗은 거울 앞에서 입술을 달싹이며 가사를 되뇐다. 벽 너머에서는 몹 딥의 「Shook Ones (Part II)」 비트가 둔하게 울린다. 이 곡은 1995년에 나왔으니, 영화 속 시간이 언제인지 알려 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관객은 아직 래빗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도 벽을 넘어오는 저음만 듣고도 그가 무엇과 맞서려 하는지 알 수 있다. (침묵) 무대에 오른 래빗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DJ가 비트를 틀고, 상대는 몰아붙이고, 관객은 야유를 보낸다. 그래도 그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음악은 그를 돕지 않는다. 박자는 계속 흘러가는데 그 위에 얹혀야 할 말이 비어 있고, 그 빈자리가 곧 그의 두려움이다. 랩이 실리지 않은 비트가 얼마나 가혹한 소리인지를 영화는 첫 장면에서 보여 준다. (경계)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8마일 로드 바로 북쪽, 워런의 트레일러 단지로 돌아간다. 8마일 로드는 흑인 주민이 대부분인 디트로이트 시와 백인이 많은 북쪽 교외를 가르는 길이다. 래빗은 그 경계선 위에 있다. 셸터에서 그는 보기 드문 백인 래퍼이고, 트레일러에서는 어머니와 그 애인, 어린 여동생 사이에서 설 자리가 없는 아들이다. 이 도시는 같은 시리즈의 「서칭 포 슈가맨」에서 로드리게스가 노래하던 곳이기도 하다. 한 세대 전 디트로이트의 공장 지대에서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있었고, 이 영화는 그 도시의 다른 목소리를 따라간다.
첫 장면에서 화장실 벽 너머로 울리는 비트다. 래빗이 얼어붙는 무대의 소리이고, 영화가 마지막에 다시 불러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 같은 비트가 영화의 처음과 끝에 두 번 나온다. 처음에는 벽 너머에서 둔하게 들리는 공포의 소리였다가, 끝에는 무대 한가운데서 정면으로 맞서야 할 소리가 된다. 음악은 그대로인데 장면이 그 뜻을 뒤집는다.
- 높은 음역의 피아노 몇 음이 짧게 끝없이 맴도는 반복 구간(루프)이 불안한 긴장을 만든다. 이 피아노는 기존 음반의 한 토막을 잘라 쓴 것(샘플링)으로 알려져 있고, 그 원곡으로는 허비 행콕의 연주가 꼽힌다.
- 뉴욕 퀸스 출신 듀오 몹 딥이 1995년에 낸 곡이다. 영화의 시대를 알리려고 고른 곡이며, 후속 음반 「More Music from 8 Mile」의 첫 곡으로 실렸다.
- 결승에서 래빗의 랩은 이 원곡의 한 대목을 비틀어 상대에게 돌려준다. 원곡을 아는 관객에게만 들리는 농담이라, 객석의 함성이 그 자리에서 터진다.
III. 버스 창가의 공책
(일상) 래빗은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퓨처, 솔, 디제이 아이지, 체다 밥과 어울린다. 이들은 스스로를 3과 3분의 1이라고 부르는데, 디트로이트의 지역번호 313에서 딴 이름이다. 이 이름은 리허설 중에 나왔다고 한다. 셸터의 사회자이기도 한 퓨처는 래빗에게 다시 무대에 서라고 거듭 권한다. 그리고 래빗은 모델을 꿈꾸는 알렉스를 만난다. 알렉스는 그의 꿈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들어 주는 사람이다. (공책) 출근 버스에서 래빗은 창가에 앉아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지 않고 낱말 몇 개만 흘려보낸다. 노래가 아직 다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가 들고 있는 종이는 에미넴이 실제로 「루즈 유어셀프」를 적은 원고였고, 이 원고는 훗날 경매에서 팔렸다고 전해진다. 노래가 만들어지는 시간과 인물이 성장하는 시간이 한 화면 안에서 겹친다. (헤드폰) 래빗이 헤드폰을 쓰고 있을 때 새어 나오는 반주도 「루즈 유어셀프」의 인스트루멘털이다. 아직 가사가 붙지 않은 이 반주는 첫 장면의 빈 비트와 짝을 이룬다. 남이 튼 비트 앞에서 얼어붙었던 그가 이제는 자기 비트를 귀에 꽂고 다닌다. 영화는 대사로 설명하지 않고, 들리는 소리만으로 그의 마음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 준다.
사운드트랙 제목의 '영감을 받은' 쪽에 속하는 곡이다. 공장과 트레일러, 무대 공포로 이어지는 영화 앞부분의 세계를 래빗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준다.
- 앨범에 실린 에미넴 곡 가운데 가장 길어 6분 가까이 된다. 서두르지 않는 박자 위에서, 경계선 너머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1인칭으로 길게 풀어 간다.
- 노래하는 사람이 에미넴인지 래빗인지 일부러 흐려 둔 화법이다. 영화 제목과 같은 곡명이 그 겹침을 더 뚜렷하게 한다.
- 에미넴과 루이스 레스토가 함께 만들었다. 레스토는 신시사이저와 샘플을 주로 다루는 연주자로, 이 곡의 건반과 현악기 소리도 그런 작업에서 나온 것처럼 들린다.
- 2002년 12월 홍보용 싱글로 나왔다. 차트를 휩쓴 「루즈 유어셀프」에 가려졌지만, 영화의 정서와 가장 가까운 곡으로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IV. 점심 트럭 앞의 즉흥
(트럭) 전환점은 클럽 무대가 아니라 공장 마당에서 온다. 점심 트럭 앞에서 동료들끼리 시비가 붙고, 래빗은 즉흥 랩으로 맞받는다. 이 장면에는 반주 음원이 없다. 둘러선 사람들의 손뼉과 함성이 박자를 대신한다. 이 자리에서 래빗은 처음으로 막힘없이 말을 쏟아 내고, 놀림을 받던 동료 편에 선다. 셸터 무대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일터에서 해낸 것이다. (맨소리) 이 장면이 중요한 까닭은 음악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스피커도 DJ도 없는 곳에서 박자는 사람들의 몸에서 나온다. 랩이 기계 이전에 목소리와 손뼉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영화는 소리 하나 보태지 않고 일깨운다. 래빗이 필요로 했던 것은 더 좋은 비트가 아니라 자기 말에 대한 믿음이었다는 것도 함께 드러난다. (균열) 그러나 곧 일이 틀어진다. 음반 계약을 이어 주겠다던 윙크가 래빗을 배신하고, 라이벌 크루 리더스 오브 더 프리 월드와의 다툼은 주먹다짐으로 번진다. 체다 밥은 몸싸움 도중 자기 총에 다친다. 집에서는 트레일러를 둘러싼 갈등이 터지고, 여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그를 더 무겁게 누른다. 기댈 곳이 하나씩 사라지자, 래빗은 다시 셸터 무대에 오르기로 마음먹는다. 영화 앞부분에서 그를 삼켰던 그 무대다.
기댈 곳을 하나씩 잃어 가는 래빗의 처지를, 쉼 없이 몰아치는 랩 한 덩어리로 옮긴 곡이다.
- 반복되는 후렴(훅)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 절 하나로 밀어붙인다. 즉흥 랩(프리스타일)처럼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구성이 쫓기는 인물의 심정과 겹친다.
- 제목은 주인공의 무대 이름 래빗(토끼)과 달아남을 한데 엮은 말이다. 도망치는 토끼와 맞서 싸우는 래퍼라는 두 모습이 곡 안에서 부딪친다.
- 에미넴과 루이스 레스토가 만든 곡으로, 사운드트랙의 마지막 16번 곡이다. 1번 곡 「루즈 유어셀프」와 함께 음반의 처음과 끝을 에미넴의 목소리로 감싼다.
- 이 곡의 거친 외침은 무대 공포와 연애, 어머니, 트레일러 생활에 대한 좌절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들린다. 영화 속 장면보다 한층 날 선 감정으로 들린다.
V. 90초의 무대
(규칙) 배틀이 열리는 밤, 래빗은 셸터로 돌아온다. 규칙은 단순하다. 한 사람에게 1분 30초가 주어지고, 관객의 함성이 승자를 정한다. 첫 상대 릭키티 스플릿에 이어 로토를 차례로 상대하는 동안 DJ는 판마다 다른 비트를 건다. 로토와의 대결에는 오닉스의 「Last Dayz」 반주가 깔린다. 이 시기의 비트들이 셸터를 1995년의 클럽으로 되돌려 놓는다. (되받기) 래빗의 무기는 상대가 던진 말을 받아 되돌려주는 데 있다. 그는 미리 준비한 가사보다 방금 들은 말에 반응하고, 관객은 그 순간의 재치에 환호한다. 촬영장에서도 에미넴은 정해진 랩을 그 자리에서 바꾸곤 해서 상대 배우들이 당황했다고 한다. 핸슨은 엑스트라들끼리 즉흥 랩 대결을 붙여 화면에 담을 래퍼를 골랐다. 덕분에 배틀 장면의 함성은 연기라기보다 실제 반응에 가깝게 들린다. (귀환) 마지막 상대는 프리 월드의 리더 파파 독이다. 이때 DJ가 거는 비트는 첫 장면의 그 곡, 「Shook Ones (Part II)」다. 영화는 같은 음악으로 처음과 끝을 묶는다. 첫 장면에서 래빗을 삼켰던 바로 그 박자다. 그가 이 위에서 어떤 수를 두는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는다. 다만 그의 랩은 이 비트의 원곡을 슬쩍 건드려 관객을 들끓게 한다. 이 대결의 마지막 몇십 초 동안 음악이 무엇을 하는지는, 첫 장면에서 비트가 무엇을 했는지 떠올리며 지켜보면 된다.
배틀의 밤, 래빗이 로토와 맞붙을 때 DJ가 거는 비트다. 영화에는 반주만 쓰였고, 사운드트랙 음반에는 실리지 않았다.
- 뉴욕 퀸스의 그룹 오닉스가 1995년 음반 「All We Got Iz Us」에 실은 곡이다. 무겁게 깔리는 저음과 어두운 분위기가 결승을 앞둔 셸터의 공기를 짓누른다.
- 영화에는 가사 없는 반주(인스트루멘털)만 나온다. 원래 노래가 빠진 자리를 두 래퍼의 말이 채우는 것이 랩 배틀의 방식이다.
- 래빗은 로토가 던진 공격을 받아 되돌리는 방식으로 판을 뒤집는다. 같은 비트 위에서 누가 박자에 더 단단히 올라타는지가 승패를 가른다.
- 배틀 비트는 1995년 무렵의 실제 곡 가운데 구할 수 있는 곡과 에미넴이 좋아하던 곡에서 골랐다고 전해진다. 힙합 프로듀서와 평론가들은 이 선택을 높이 샀다.
VI. 밤거리로 걸어 들어가며
(선택) 배틀이 끝난 뒤 래빗이 내리는 결정이 영화의 마지막 물음이다. 그 결정이 무엇인지는 직접 보기를 권한다. 친구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그가 밤거리로 걸어 들어가면 「루즈 유어셀프」의 기타 리프가 시작되고, 화면은 엔드 크레디트로 넘어간다. 영화는 승리의 함성이 아니라 혼자 걷는 사람의 뒷모습으로 끝난다. (완성) 영화 내내 조각으로만 들리던 노래가 이때 비로소 온전한 모습으로 울린다. 버스에서 적던 낱말과 헤드폰 속 반주가 마침내 하나의 곡이 된다. 래빗이 영화 안에서 쓰던 노래를 에미넴이 영화 밖에서 부르는 셈이어서, 인물과 배우의 경계가 이 순간 가장 흐려진다. 노래가 극 중 배틀 장면이 아니라 크레디트에 놓였기 때문에, 관객은 이 노래를 래빗의 다음 걸음처럼 듣게 된다. (기록) 노래는 영화보다 멀리 갔다. 「루즈 유어셀프」는 빌보드 핫 100에서 12주 연속 1위를 지켰고, 에미넴이 처음으로 1위에 올린 싱글이 되었다.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랩 음악으로는 처음으로 주제가상을 받았다. 에미넴은 수상을 기대하지 않아 시상식에 가지 않았고, 공동 작곡자 루이스 레스토가 대신 상을 받았다. 에미넴은 17년이 지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불렀다. 지하 클럽의 1분 30초에서 할리우드 시상식 무대까지가 이 노래 한 곡이 걸어간 길이었다.
버스에서 적던 낱말과 헤드폰 속 반주가 마침내 하나가 되어 엔드 크레디트에 흐른다. 영화가 내내 기다려 온 노래다.
- 처음에는 느린 피아노와 기타로 숨을 고르다가 본론에서 박자가 빨라진다. 악보에는 1분에 66박으로 시작해 86박으로 넘어가는 빠르기가 적혀 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긴장과 뛰어드는 순간이 한 곡 안에 다 들어 있다.
- D단조로 쓰였고, 같은 음형을 묵직하게 끊어 치며 되풀이하는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곡을 끌고 간다. 랩에 록 기타를 얹은 소리여서 힙합을 듣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 듣는 사람에게 직접 말을 거는 화법으로,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다그친다. 래빗의 다짐과 에미넴의 목소리가 구별되지 않을 만큼 겹친다.
- 촬영 중 이동식 스튜디오에서 절마다 한 번에 녹음했다고 한다. 20주년 기념반에는 이 곡의 초기 데모가 실려 있어 완성되기 전의 모습을 들어 볼 수 있다.
- 랩 음악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고, 그래미에서는 최우수 랩 노래상 등 두 부문을 수상했다. 빌보드 핫 100에서는 12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덜 알려진 이야기
셸터는 디트로이트 세인트 앤드루스 홀 지하에 실제로 있던 클럽이다. 그런데 영화의 셸터 장면은 그 클럽이 아니라 빈 창고에서 찍었다. 실제 클럽이 화면에 담기에는 너무 말끔해 보였다고 한다. 관객이 진짜라고 믿은 공간은 촬영을 위해 일부러 더 거칠게 꾸민 세트였다. 배틀 장면의 래퍼와 관객도 연출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핸슨은 지원한 엑스트라 134명에게 즉흥 랩 대결을 붙여 네 명을 뽑았다. 에미넴은 원래 이들과의 대결을 입 모양만 맞추고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실제로 랩을 주고받았다. 이 사연은 주로 DVD 부록과 제작 뒷이야기로 전해져 영화 자체만큼 알려지지는 않았다. 「More Music from 8 Mile」은 영화의 1995년을 기록한 음반에 가깝다. 우탱 클랜, 노토리어스 B.I.G., 아웃캐스트의 곡이 실렸고, 파사이드의 「Runnin'」은 디트로이트 출신 프로듀서 제이 디(J 딜라)가 만든 곡이다. 에미넴의 신곡에 가려졌지만, 디트로이트의 다른 힙합 계보도 이 음반에 슬쩍 실려 있는 셈이다. 음반의 피아노 소리는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라 컴퓨터 속 가상 악기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레스토는 이 음반의 건반 소리 상당 부분을 샘플 음원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일은 당시 음향 업계 소식으로만 짧게 다뤄졌다. 제작진은 처음에 에미넴의 오랜 동료이자 디트로이트 배틀 무대의 래퍼였던 프루프를 퓨처 역으로 원했지만, 프루프는 오디션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프루프는 결국 영화 첫 장면의 셸터 배틀에서 래빗을 이기는 릴 틱을 연기했고, 2006년 세상을 떠났다.
용어 노트 📚🔎
비트
(말뜻) 영어 beat는 두드린다는 뜻이다. 북을 두드려 박자를 만들던 데서 박자, 그리고 그 박자를 담은 반주라는 뜻으로 넓어졌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힙합에서 비트는 래퍼가 그 위에 말을 얹는 반주 전체를 가리킨다. 드럼 박자에 베이스와 짧은 선율이 더해진 것이다. 「8마일」의 배틀에서는 DJ가 비트를 틀면 두 래퍼가 그 위에서 차례로 랩을 한다. 줄넘기에서 친구 둘이 줄을 돌리면 그 박자에 맞춰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줄이 비트이고 뛰는 사람이 래퍼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는 심장이 뛰는 박동이나 경찰관이 맡아 순찰하는 구역을 가리킬 때도 쓴다.
인스트루멘털
(말뜻) instrumental은 악기(instrument)로만 된 이라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노래에서 목소리를 빼고 반주만 남긴 녹음이다. 「8마일」에서 래빗이 헤드폰으로 듣는 「루즈 유어셀프」, 로토와의 배틀에 깔리는 「Last Dayz」가 모두 인스트루멘털이다. 노래방 반주를 떠올리면 쉽다. 원래 가수의 목소리가 빠진 자리를 내가 채우듯, 래퍼는 빈 반주를 자기 말로 채운다.
프리스타일
(말뜻) free style은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게 한다는 뜻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랩에서는 미리 써 둔 가사 없이 그 자리에서 지어 부르는 즉흥 랩을 말한다. 래빗이 점심 트럭 앞에서 동료에게 맞받아치는 랩이 바로 프리스타일이다. 끝말잇기에서 상대가 던진 말을 듣고 곧바로 다음 말을 이어 가야 하듯, 프리스타일도 방금 들은 말과 그 자리의 분위기에 바로 반응해야 한다. (다른 데서는) 수영에서는 자유형, 스키나 자전거에서는 묘기를 부리는 종목을 가리킨다.
랩 배틀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두 래퍼가 같은 비트 위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번갈아 랩을 하며 겨루는 대결이다. 상대를 말로 꺾으면서 관객을 웃기고 놀라게 해야 한다. 「8마일」에서는 한 사람에게 1분 30초가 주어지고 관객의 함성으로 승자를 가린다. 체육 시간의 줄다리기처럼 응원 소리가 판을 좌우하지만, 끌어당기는 것은 줄이 아니라 말이다. (다른 데서는) 배틀은 원래 전투라는 뜻이고, 요즘은 춤이나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도 흔히 붙는다.
샘플링
(말뜻) sample은 견본, 맛보기 조각이라는 뜻이다. 음악에서는 기존 녹음에서 떼어 낸 조각을 가리킨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이미 있는 음반에서 몇 초를 잘라 내 새 곡의 재료로 쓰는 기법이다. 「Shook Ones (Part II)」의 으스스한 피아노 토막도 이렇게 다른 음반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 시간에 잡지에서 사진 조각을 오려 붙여 새 그림을 만드는 콜라주와 같다. 조각은 남의 것이어도 그것들을 어떻게 붙이느냐가 새 작품이 된다. (다른 데서는) 통계에서 샘플링은 전체 가운데 일부를 골라 조사하는 표본 추출을 뜻한다.
루프
(말뜻) loop는 고리라는 뜻이다. 끝이 다시 처음으로 이어지는 모양에서 온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짧은 음악 토막을 끊김 없이 되풀이해 곡의 바탕으로 삼는 것이다. 힙합의 많은 비트가 몇 마디짜리 루프 위에 세워진다. 같은 피아노 몇 음이 계속 맴돌면 듣는 사람은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긴장을 느낀다. 운동장 트랙을 계속 도는 것처럼, 같은 자리를 돌지만 돌수록 숨이 차오른다. (다른 데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는 같은 명령을 정해진 만큼 되풀이하는 반복문을 루프라고 부른다.
리프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기타 같은 악기가 짧은 음형을 되풀이하며 곡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을 리프라고 한다. 루프와 비슷하지만, 리프는 주로 연주자가 직접 쳐서 곡의 얼굴이 되는 짧은 가락을 가리킨다. 「루즈 유어셀프」는 묵직하게 끊어 치는 일렉트릭 기타 리프 한 줄만 들어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응원가에서 몇 음만 들어도 어느 팀 노래인지 아는 것처럼, 좋은 리프는 곡의 이름표 노릇을 한다.
훅
(말뜻) hook은 갈고리라는 뜻이다. 듣는 사람의 귀를 낚아채 붙잡아 두는 부분이라는 데서 온 말이다. (영화·뮤지컬 음악에서) 힙합과 대중음악에서 되풀이되며 귀에 남는 후렴을 가리킨다. 랩 곡은 보통 절과 훅이 번갈아 나온다. 「래빗 런」은 이 훅을 빼고 긴 절 하나로 밀어붙여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광고 노래가 하루 종일 입에 맴도는 것은 대개 그 노래의 훅 때문이다. (다른 데서는) 권투에서 훅은 팔을 갈고리처럼 굽혀 옆에서 휘두르는 주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