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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

1980–2011

미국 남부의 작은 대학 도시에서 시작해, 주류에 편입되지 않고도 한 시대의 록을 새로 정의한 밴드였다.

한눈에 보기 🔭💭

1. 뿌리조지아 대학촌레코드가게 인연히피 남부 문화2. 결성미국 애선스 결성교회 파티 첫 무대네 멤버 우정3. 초기성공머머 발매IRS 레이블대학 라디오 스타4. 전성기루징 마이 릴리전오토매틱 앨범그래미 후보5. 상실베리 쓰러짐1997년 탈퇴3인조 재편6. 유산2011년 해체얼터너티브 원조로열티 균등 분배R.E.M.1980–2011미국 조지아 애선스에서 결성돼 쟁글팝으로 얼터…

멤버와 동료들 ⏳🌊

  • 멤버마이클 스타이프

    보컬을 맡아 초기에는 가사를 웅얼거리듯 부르다가 점차 또렷한 화법으로 변화했다.

  • 멤버피터 벅

    기타와 만돌린을 오가며 밴드의 사운드 변화를 이끈 다작의 연주자다.

  • 멤버마이크 밀스

    베이스와 코러스를 맡아 스타이프의 목소리를 받쳐 주는 화음을 담당했다.

  • 멤버빌 베리

    탄탄한 드럼으로 리듬의 중심을 잡다가 1997년 밴드를 떠나 농부의 삶을 택했다.

  • 프로듀서미치 이스터

    자신의 홈스튜디오에서 데뷔 EP를 녹음하고 초기 앨범들을 함께 만들며 특유의 따뜻한 음색을 잡아 줬다.

  • 우정커트 코베인

    너바나를 이끌며 R.E.M.을 존경했고, 스타이프와 가까이 지내다 1994년 세상을 떠났다.

YouTube에서 8곡 이어 듣기 ↗

I. 애선스의 청년들 · 1956–1980

(결성) 1980년,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에서 결성됐다. 조지아 대학교를 낀 이 작은 대학촌은 목화밭이 펼쳐진 남부 시골 한복판에 있었지만, 그림과 음악을 공부하러 몰려든 학생들 사이에서 독자적인 예술적 분위기가 자라고 있었다. (스타이프) 보컬을 맡은 마이클 스타이프는 1960년 조지아주 디케이터에서 태어났다. 군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여러 도시를 옮겨 다녔고, 조지아 대학교 미술학과에 들어와서야 애선스에 정착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패티 스미스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반을 끼고 살며 자신만의 세계를 키워 갔다. (벅) 기타를 맡은 피터 벅은 1956년생으로, 애선스의 중고 음반 가게 웍스트라이 레코드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펑크와 1960년대 록에 관한 지식이 백과사전 같았던 그는 어느 날 패티 스미스의 음반을 사러 온 스타이프에게 이런저런 음반을 추천하며 대화를 텄고, 둘은 곧 함께 음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밀스와베리) 베이스의 마이크 밀스와 드럼의 빌 베리는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함께 자란 사이였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밴드부에서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경쟁했다고 훗날 전해지는데, 그 껄끄러움은 어느새 우정으로 바뀌었고, 두 사람은 함께 애선스로 건너와 오랜 손발을 맞춘 리듬 섹션을 팀에 합류시켰다. (첫무대) 네 사람은 1980년 4월, 교회 건물을 개조해 살던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첫 무대에 섰다. 낡은 성당 벽 아래서 커버곡과 즉흥 연주를 섞어 연주한 그 밤, 넷은 자신들이 계속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II. 쟁글팝의 탄생 · 1980–1983

(이름) 밴드 이름은 사전을 무작위로 펼쳐 고른 단어에서 나왔다. R.E.M.은 수면 중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 단계를 뜻하는 렘(Rapid Eye Movement)의 약자였지만, 특별한 의미를 담아 고른 것은 아니었다고 멤버들은 두고두고 밝혔다. (도로) 결성 이듬해부터 밴드는 낡은 밴을 몰고 미국 남부와 동부의 클럽을 돌며 실력을 쌓았다. 큰 무대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지만 입소문은 착실히 퍼져 나갔고, 1981년에는 독립 레이블을 통해 첫 싱글 「라디오 프리 유럽 (Radio Free Europe)」을 내놓았다. (초기녹음) 1982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 있던 프로듀서 미치 이스터의 자택 스튜디오 드라이브인에서 데뷔 EP 《크로닉 타운 (Chronic Town)》을 녹음했다. 값비싼 장비 대신 소박한 홈스튜디오에서 만든 따뜻하고 거친 질감의 소리는 이후 밴드의 오랜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머머) 1983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 《머머 (Murmur)》에서 스타이프는 가사를 또박또박 부르는 대신 일부러 웅얼거리듯 불렀다. 아직 작사에 자신이 없었던 그는 의미보다 소리의 질감으로 노래를 전하고 싶어 했고, 벅의 12현 기타가 짜내는 맑고 쟁글거리는 화음과 만나 독특한 남부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 앨범은 그해 연말 롤링스톤 비평가 투표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제치고 올해의 음반으로 뽑히며, 대학가 라디오 방송국들을 중심으로 한 언더그라운드 스타로 밴드를 밀어 올렸다.

♪라디오 프리 유럽 (Radio Free Europe)1981공식 MV — R.E.M.

1980년 첫 무대의 열기를 담아 이듬해 독립 싱글로 낸 곡으로, 훗날 《머머》에 새로 녹음돼 실렸다.

  • 도입부터 피터 벅의 리켄배커 12현 기타가 짧게 끊어 치는 화음(쟁글 기타)이 곡 전체를 감싼다.
  • 마이클 스타이프의 목소리는 가사를 또렷이 전달하기보다 하나의 악기처럼 웅얼거리듯 섞여 들리는데, 초기 R.E.M. 특유의 화법이다.
  • 믹스에서 보컬이 다른 악기들보다 뒤로 물러나 있어, 반복해 들을수록 새로운 단어가 들리는 재미가 있다.
  • 후렴에서 밀스가 붙이는 코러스는 스타이프의 낮은 음역과 대비돼 곡에 공간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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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머머》 (Murmur)1983공식 MV 「Talk About The Passion」 — R.E.M.

그해 연말 롤링스톤 비평가 투표에서 《스릴러》를 제치고 올해의 음반으로 뽑히며 밴드를 대학가 스타로 만든 데뷔작이다.

  • 수록곡 「토크 어바웃 더 패션 (Talk About the Passion)」에서는 어쿠스틱 기타에 첼로가 얹혀, 록 밴드치고는 드물게 실내악 같은 온기가 느껴진다.
  • 프로듀서 미치 이스터와 돈 딕슨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전문 스튜디오 리플렉션 사운드에서 이 앨범을 녹음했고, 안개가 낀 듯 몽환적인 울림이 앨범 전체를 감싼다.
  • 빌 베리의 드럼은 화려한 필인 대신 단순하고 안정된 박자로 곡을 받쳐, 다른 악기들이 자유롭게 얽힐 여백을 남긴다.
  • 앨범 전반에서 가사보다 소리의 질감이 먼저 다가오도록 설계된 믹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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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도큐먼트까지 · 1983–1987

(레코딩) 이어진 《레코닝 (Reckoning)》(1984)과 런던에서 녹음한 《페이블스 오브 더 리컨스트럭션 (Fables of the Reconstruction)》(1985)을 거치며 밴드는 매년 앨범을 내놓는 성실한 작업 방식을 다졌다. 타지에서의 낯선 녹음 환경과 향수는 서로 다른 질감의 음반들을 낳았지만, 네 사람의 연주 합은 해를 거듭할수록 단단해졌다. (각성) 《라이프스 리치 페이전트 (Lifes Rich Pageant)》(1986)에 이르러 스타이프의 가사는 눈에 띄게 또렷해졌다. 오하이오의 오염된 강을 노래한 「쿠야호가 (Cuyahoga)」처럼 환경 문제와 미국 사회에 대한 발언이 늘었고, 레이건 시대의 보수적 분위기에 대한 반감이 그의 목소리에 실리기 시작했다. (도큐먼트) 1987년 《도큐먼트 (Document)》는 밴드에 첫 대중적 성공을 안겼다. 새 프로듀서 스콧 리트와 함께 만든 이 앨범에서 「디 원 아이 러브 (The One I Love)」가 빌보드 싱글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밴드는 독립 레이블 IRS 소속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전국구 밴드로 발돋움했다. 성공은 곧 큰 레이블들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밴드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워너브라더스와 새 계약을 맺기로 했다.

♪앨범 《도큐먼트》 (Document)1987공식 MV 「The One I Love」 — R.E.M.

밴드에 첫 전국적 히트를 안기며 독립 레이블 밴드에서 주류 무대로 올라서게 한 앨범이다.

  • 대표곡 「디 원 아이 러브」는 도입부의 단순한 기타 리프만 들으면 경쾌한 사랑 노래처럼 들리지만, 갈수록 거칠어지는 벅의 기타 톤이 곡의 냉소적인 온도를 드러낸다.
  • 후렴에서 스타이프가 내지르듯 외치는 한 단어는 라이브에서 관객 떼창으로 가장 크게 터지는 대목이다.
  • 스콧 리트의 프로듀싱은 이전 앨범들보다 각 악기의 소리를 또렷하고 건조하게 분리해, 라디오에 걸리는 데 유리한 선명한 질감을 만들었다.
  • 곡 후반부로 갈수록 기타에 걸린 왜곡(디스토션)이 조금씩 짙어지며 긴장을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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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세계로 · 1988–1992

(그린) 1988년 워너브라더스에서 낸 첫 앨범 《그린 (Green)》과 이어진 대규모 월드 투어로 밴드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큰 무대와 늘어난 예산 앞에서도 밴드는 인터뷰와 뮤직비디오에서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상업적 성공과 독립적 태도를 동시에 지키려 했다. (만돌린) 1991년 《아웃 오브 타임 (Out of Time)》에서 벅은 혼자 독학한 만돌린을 들고 나타났다. 그 악기로 쓴 곡 「루징 마이 릴리전 (Losing My Religion)」은 전통적인 기타 솔로 없이도 밴드 최대의 히트곡이 됐고, 마크 빙엄이 맡은 현악 편곡은 곡에 클래식한 무게를 더했다. (오토매틱) 이듬해 《오토매틱 포 더 피플 (Automatic for the People)》은 나이 듦과 상실, 삶의 유한함을 다룬 무거운 앨범이었다.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먼에게 바친 「맨 온 더 문 (Man on the Moon)」과 위로의 발라드 「에브리바디 허츠 (Everybody Hurts)」가 담긴 이 음반으로 밴드는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정점에 올랐다. 이 앨범이 낳은 성공 앞에서도 밴드는 전작들과 달리 공연 투어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몇 년째 이어진 순회공연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징 마이 릴리전 (Losing My Religion)1991공식 MV — R.E.M.

만돌린 한 대로 밴드 최대의 히트곡을 만들어 낸, 벅의 새로운 악기 실험이 낳은 결실이다.

  • 전통적인 기타 리프 대신 피터 벅이 독학으로 익힌 만돌린이 곡 전체를 이끄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 마크 빙엄이 편곡한 현악 파트가 후렴 뒤에서 곡에 클래식한 무게를 더한다.
  • 기타 솔로 없이도 히트한 드문 사례로, 브리지 구간에서 만돌린과 현악이 주고받는 짧은 대화가 사실상 솔로 역할을 대신한다.
  • 스타이프의 목소리는 간절하게 애원하는 듯한 어조로, 이전 앨범들의 웅얼거림에서 훨씬 또렷해진 화법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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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온 더 문 (Man on the Moon)1992실황 R.E.M. & Eddie Vedder · 2007 로큰롤 명예의 전당

기이한 개그로 유명했던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먼에게 바친 헌사로, 훗날 그의 삶을 다룬 동명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였다.

  • 도입부의 미끄러지는 슬라이드 기타 소리가 곡 전체에 아련한 분위기를 깔아 준다.
  • 후렴 직전 스타이프가 내는 부드러운 흥얼거림은 엘비스 프레슬리 특유의 창법을 장난스럽게 흉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곡 중간 돌연 목소리 톤을 낮춰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한 구간은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먼의 무대 화법을 오마주한 대목이다.
  • 베리의 드럼은 곡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커지며 잔잔했던 곡에 조용한 고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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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오토매틱 포 더 피플》 (Automatic for the People)1992실황 「Everybody Hurts」 R.E.M. · 2005 Live 8

투어 없이 발표됐음에도 밴드를 상업적·비평적 정점에 올려놓은 앨범으로, 「맨 온 더 문」도 이 음반에 실렸다.

  • 대표곡 「에브리바디 허츠」는 느린 발라드로, 베리의 드럼이 마치 메트로놈처럼 절제된 박자만 짚어 준다.
  • 곡 후반부에서 현악 편곡이 조금씩 쌓여 오르며 절정에 이르는 구성은, 힘든 순간을 함께 견뎌 내자는 곡의 메시지를 소리로도 체감하게 한다.
  • 앨범 전체에 걸쳐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기가 자주 전면에 나서, 이전 앨범들의 거친 기타 록과는 사뭇 다른 차분한 질감을 들려준다.
  • 곡마다 나이 듦과 죽음, 지난 시절에 대한 정서를 다루면서도 멜로디는 담담하고 따뜻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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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몬스터와 상실 · 1994–1997

(몬스터) 1994년 《몬스터 (Monster)》에서 밴드는 앞선 앨범의 차분함을 벗고 일부러 지지직거리게 찌그러뜨린 기타 소리(디스토션)로 돌아섰다. 당시 록계를 휩쓸던 너바나의 얼터너티브 록 열풍에 대한 화답이자, 자신들이 촉발한 흐름을 스스로 되짚어 보려는 시도였다. (우정) 스타이프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과 가까운 사이였고, 그를 힘든 시기에서 끌어내려 함께 음악을 해보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4월 코베인이 세상을 떠나자 스타이프는 그를 기리며 「렛 미 인 (Let Me In)」을 썼고, 전해지는 바로는 코베인이 쓰던 기타를 빌려 녹음했다. (쓰러짐) 1995년 유럽 투어 중 스위스 로잔 공연 도중 드러머 빌 베리가 무대 위에서 쓰러져 뇌동맥류 응급 수술을 받았다. 그는 곧 무대로 돌아와 투어를 마쳤지만, 이 일은 그가 이후의 삶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계약과이별) 1996년 밴드는 워너브라더스와 당시로선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던 약 8000만 달러 규모의 재계약을 맺었지만, 이듬해 베리는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장을 일구는 삶을 택했다. 남은 세 사람은 그를 밴드로 되돌아오게 하기보다 그의 결정을 존중했고, 이제부터는 「세 다리 개」처럼 절뚝거리며 나아가겠다는 짧은 성명을 남겼다.

♪왓츠 더 프리퀀시, 케네스? (What's the Frequency, Kenneth?)1994실황 R.E.M. · 2003 독일

너바나로 대표되는 그런지 열풍 한가운데서, R.E.M.이 스스로 촉발한 흐름에 다시 응답하듯 만든 곡이다.

  • 도입부부터 일부러 거칠게 찌그러뜨린 기타 소리(디스토션)가 앞선 앨범들과는 다른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 제목은 실제로 방송기자가 거리에서 괴한에게 알 수 없는 질문을 받으며 폭행당한 사건에서 따온 것으로, 뉴스에서 우연히 접한 문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 밴드의 다른 곡들보다 빠른 템포와 단순한 코드 진행은 당시 록계를 휩쓸던 얼터너티브 록의 거친 에너지에 대한 화답처럼 들린다.
  • 후렴에서 밀스가 받쳐 주는 배킹 보컬은 스타이프의 외침과 겹치며 곡에 합창 같은 두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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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세 사람, 그리고 마침표 · 1997–2011

(재편) 베리 없이 만든 첫 앨범 《업 (Up)》(1998)에서 세 사람은 드럼 머신과 전자음을 끌어들여 빈자리를 메웠다. 오랜 리듬의 중심을 잃은 자리에서 밴드는 낯선 질감의 음악을 실험하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했다. (부침) 《리빌 (Reveal)》(2001)과 《어라운드 더 선 (Around the Sun)》(2004)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밴드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2008년 《액셀러레이트 (Accelerate)》에서는 초기의 거친 기타 사운드로 돌아가며 다시 한번 활기를 되찾았다. (후배들) 1995년 몬스터 투어에는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가 오프닝으로 함께했다. 톰 요크를 비롯한 라디오헤드 멤버들은 훗날 인터뷰에서 R.E.M.을 자신들이 밴드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고, 이는 R.E.M.이 한 세대의 기타 밴드들에게 남긴 흔적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마침표) 2011년 9월, 밴드는 홈페이지에 짧은 성명을 올려 31년간의 활동을 끝낸다고 알렸다. 다툼이나 극적인 사건 없이, 할 만큼 했다는 담담한 판단이었다. 이후 재결합 공연이나 신보 없이 각자의 길을 걸었고, R.E.M.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장르 자체를 일으켜 세운 밴드로 평가되며 남았다.

♪이미테이션 오브 라이프 (Imitation of Life)2001실황 R.E.M. · 2005 Live 8

베리 없는 3인조로도 여전히 좋은 팝송을 쓸 수 있음을 보여 준, 후기 R.E.M.의 대표곡이다.

  • 베리가 떠난 뒤 드럼 머신과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쓰던 시기임에도, 이 곡은 다시 실제 드럼과 기타 위주의 편안한 팝 록으로 돌아왔다.
  • 후렴의 코러스는 여러 목소리를 겹쳐 쌓은 오버더빙으로 두툼하게 채워져 있다.
  • 뮤직비디오는 같은 뒷마당 파티 장면을 짧게 되감아 반복해서 보여 주는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 곡 전체에 걸쳐 밝은 멜로디와 달리 가사는 겉모습과 실제 삶 사이의 거리감을 담담하게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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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이야기

R.E.M.의 네 멤버는 누가 곡을 더 많이 썼는지와 상관없이 작곡 로열티를 정확히 4등분해 나누기로 일찌감치 합의했다. 록 밴드에서 흔한 저작권 분쟁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이 원칙은 밴드가 활동을 접을 때까지 지켜졌다. 밴드 이름이 사전에서 무작위로 고른 단어라는 사실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수면 의학 용어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는 추측이 돌았지만, 멤버들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단어였을 뿐이라고 거듭 밝혔다. 피터 벅과 마이클 스타이프가 처음 만난 곳이 음반 가게였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 스타이프가 사려 했던 음반이 패티 스미스의 것이었다는 구체적인 대목은 초기 소개 기사들에서 종종 생략됐다. 두 사람의 음악적 공통분모가 펑크와 언더그라운드 록에 있었음을 보여 주는 단서다. 《머머》가 그해 연말 결산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앞질렀다는 사실은 당시에는 비평가들 사이의 이변 정도로만 다뤄졌을 뿐, 오랫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훗날 얼터너티브 록의 역사를 정리하는 글들에서야 이 투표 결과가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자주 인용되기 시작했다.

용어 노트 📚🔎

쟁글팝

(말뜻) 쟁글(jangle)은 열쇠 꾸러미나 동전이 짤랑거리는 소리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다. 기타 줄이 서로 부딪히며 맑고 밝게 울리는 소리를 이 단어에 빗대 부른다. (록에서) 여러 기타 줄을 한 번에 튕기며 화음을 짧게 끊어 치는 연주로, 두껍고 무거운 소리보다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낸다. 학급에서 여러 친구가 각자 다른 음의 트라이앵글을 동시에 살짝 흔들었을 때 나는 맑은 소리들이 겹치는 느낌과 비슷하다.

12현 기타

(록에서) 보통 기타 줄이 여섯 개인 것과 달리, 줄마다 하나씩을 더해 총 열두 개의 줄을 매단 기타다. 같은 음을 옥타브 차이로 겹쳐 튕기기 때문에 소리가 더 풍성하고 반짝이게 들린다. 합창단에서 같은 가락을 높은음과 낮은음 목소리가 함께 불러 소리가 두꺼워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EP

(말뜻) EP는 영어 Extended Play의 줄임말로, 늘려서 재생한다는 뜻이다. (록에서) 보통 노래 네다섯 곡 정도를 담아, 한두 곡뿐인 싱글과 여러 곡을 담은 정규 앨범(LP) 사이에 놓이는 음반 형식이다. 큰 시험을 치르기 전 실력을 가늠해 보는 쪽지시험처럼, 신인 밴드가 정규 앨범 전에 자신들의 색깔을 가볍게 선보이는 데 자주 쓰인다.

오버더빙

(말뜻) over(위에)와 dubbing(입히다)이 합쳐진 말로, 이미 녹음된 소리 위에 새로운 소리를 덧입힌다는 뜻이다. (록에서)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녹음한 뒤, 같은 사람이 다시 화음을 불러 그 위에 겹쳐 녹음하는 식으로 여러 소리를 쌓아 올리는 녹음 기법이다. 이미 구워 놓은 피자 도우 위에 치즈와 토핑을 한 겹씩 더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현악 편곡

(록에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 소리를 록 노래에 어울리게 배치하는 작업이다. 학교 축제 때 록 밴드 공연에 관현악부 친구들이 잠깐 함께 올라와 연주를 거드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지

(말뜻) 그런지는 원래 때나 지저분함을 뜻하는 영어 속어다. (록에서) 1980년대 말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 시작된, 소리를 일부러 거칠고 투박하게 왜곡한 록 음악을 가리킨다. 깔끔하게 다린 정장 대신 낡고 구멍 난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듯한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얼터너티브 록

(말뜻) 얼터너티브(alternative)는 대안적인, 주류가 아닌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록에서) 1980년대 라디오와 방송을 지배하던 화려한 팝이나 헤비메탈과 거리를 둔 록 음악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개봉관 블록버스터 영화 대신 작은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던 영화가, 시간이 지나 오히려 큰 사랑을 받게 된 상황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