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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Sabbath

블랙 사바스 (1968–2017)

공장 프레스에 손가락 끝을 잃은 기타리스트가 줄을 낮춰 감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소리가 버밍엄의 노동자 거리에서 흘러나왔다.

한눈에 보기 🔭💭

1. 뿌리영국 버밍엄 결성애스턴 노동계급잘린 손가락 끝2. 탄생공포 영화의 이름하루 만의 데뷔작악마의 음정3. 정점「파라노이드」 1위낮춘 기타 줄클리어웰 성4. 균열1979 오즈번 이탈디오의 목소리잇단 보컬 교체5. 귀환1997 원년 재결합《13》 영미 1위2017 고별 공연6. 유산메탈리카의 헌액2025 마지막 무대오즈번의 죽음사바스1968–2017버밍엄 노동계급 네 청년이 헤비 메탈의 문법을…
무대가 된 도시 🧭🗺️
N영국버밍엄1948–2025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멤버와 동료들 ⏳🌊

  • 멤버오지 오즈번

    보컬로 1979년 해고된 뒤 솔로로 성공했고, 1997년 돌아와 2025년 고향 마지막 무대 17일 뒤 세상을 떠났다.

  • 멤버토니 아이오미

    기타리스트로 대부분의 리프를 썼고, 모든 시기를 지킨 유일한 멤버다.

  • 멤버기저 버틀러

    베이시스트로 반전, 신앙, 악에 대한 경고를 담은 가사 대부분을 썼다.

  • 멤버빌 워드

    재즈 스윙을 메탈 드럼에 들여온 드러머로, 2025년 마지막 무대에서 원년 멤버와 다시 섰다.

  • 멤버로니 제임스 디오

    1980년 《헤븐 앤드 헬》로 밴드를 되살린 보컬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 영향제임스 헷필드

    메탈리카의 프런트맨으로, 2006년 블랙 사바스를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며 그들을 메탈의 뿌리로 기렸다.

YouTube에서 7곡 이어 듣기 ↗

I. 애스턴의 아이들 · 1948–1968

(애스턴) 1968년, 영국 버밍엄에서 결성됐다. 네 멤버는 모두 1948~1949년 버밍엄 북쪽의 노동자 지구 애스턴과 그 언저리에서 태어났다. 전쟁 폭격의 흔적이 남은 거리, 공장 굴뚝, 쇠를 두드리는 프레스 소리가 그들 유년의 풍경이었고, 멤버들은 훗날 이 소음이 자신들의 무거운 소리에 스며들었다고 여러 차례 회고했다. (오지) 존 마이클 오즈번, 곧 오지는 1948년 12월 공구 제작공 아버지와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한 어머니 사이에서 여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난독증 탓에 학교 생활이 힘들었고, 열다섯 살에 학교를 떠나 도축장 등을 전전했다. 좀도둑질로 몇 주간 교도소에 갇힌 일도 있었다. 그를 붙든 것은 비틀스였다. 그는 비틀스를 듣고 노래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거듭 말했다. (손가락) 토니 아이오미는 1948년 2월 이탈리아계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왼손잡이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열일곱 살 무렵 판금 공장에서 일한 마지막 날, 프레스에 오른손 가운뎃손가락과 약손가락 끝을 잃었다. 줄을 짚는 손이었다. 상심한 그에게 공장 감독이 장고 라인하르트의 음반을 들려주었다. 화상으로 두 손가락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도 명연주를 남긴 집시 재즈 기타리스트였다. 아이오미는 그 음반이 다시 기타를 잡게 했다고 회고했다. (버틀러) 테렌스 버틀러, 곧 기저는 1949년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 일곱 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책과 신비주의, 신학에 빠져들었고 한때 회계 사무 일을 했다. 빌 워드는 1948년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빅밴드 재즈 드러머들의 음반을 들으며 스윙의 감각을 익혔다. (밴드들) 1960년대 중반 아이오미와 워드는 미솔로지라는 블루스 밴드에서, 오즈번과 버틀러는 레어 브리드에서 활동했다. 두 밴드가 흩어진 1968년, 네 사람의 길이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II. 공포를 파는 블루스 · 1968–1970

(광고) 오즈번은 동네 악기점 창에 노래할 자리를 찾는다는 쪽지를 붙였다. 쪽지를 보고 찾아간 아이오미는 학창 시절 알던 말썽꾸러기 오지임을 알고 망설였지만, 결국 네 사람이 한 방에 모였다. 아이오미가 기타, 버틀러가 베이스, 워드가 드럼, 오즈번이 노래를 맡았다. 레어 브리드에서 기타를 치던 버틀러는 이때 베이스로 옮겼다. 처음 이름은 폴카 툴크 블루스 밴드였고, 곧 어스로 바뀌었다. (규율) 1968년 말 아이오미는 제스로 툴에 잠시 합류해 롤링 스톤스가 기획한 공연 영상 「록 앤드 롤 서커스」에도 모습을 비쳤지만, 몇 주 만에 돌아왔다. 그는 그곳에서 아침 일찍부터 연습하는 직업 밴드의 규율을 보았고, 돌아와 동료들에게 같은 것을 요구했다. (이름) 연습실 맞은편 극장에 공포 영화를 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사람들이 돈을 내고 무서움을 사러 온다면 무서운 음악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나왔다고 멤버들은 회고했다. 버틀러가 오컬트 책을 읽던 밤 침대 발치에 검은 형체가 서 있었다는 체험이 가사의 바탕이 됐다고 전해지며, 아이오미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부딪치는 음정(트라이톤)으로 리프를 만들었다. 1969년 8월, 밴드는 보리스 칼로프가 나오는 1963년 이탈리아 공포 영화의 제목을 따 블랙 사바스로 이름을 바꿨다. (하루) 1969년 11월, 런던 리전트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 로저 베인과 함께 데뷔 앨범 대부분을 사실상 하루 만에 녹음했다. 클럽에서 연주하던 그대로 넷이 한꺼번에 연주한 기록이었다. 1970년 2월 13일 금요일, 버티고 레이블에서 나온 《블랙 사바스》는 평단의 냉대 속에서도 영국 차트 8위에 올랐다. 블루스를 느리고 어둡게 비틀어 공포의 정서로 바꾼 이 소리는 노동자 청년들이 느끼던 막막함과 맞닿아 있었다.

♪블랙 사바스 (Black Sabbath)1970실황 Black Sabbath · 「The End」 공연

극장 앞 공포 영화 관객의 줄과 버틀러의 악몽 같은 체험이 한 곡이 됐다. 밴드 이름과 장르의 문법이 동시에 태어난 순간이다.

  • 처음 30초 남짓은 빗소리와 천둥, 멀리서 울리는 교회 종소리다. 효과음 테이프를 깐 이 도입은 앨범 전체를 한 편의 공포 영화처럼 연다.
  • 아이오미의 리프는 같은 음을 옥타브로 짚은 뒤 서로 부딪치는 음정(트라이톤)으로 미끄러진다. 녹음 중 스트래토캐스터의 픽업이 고장 나 예비로 가져온 깁슨 SG를 썼다고 그는 회고했고, 레이니 앰프 앞에 고음을 키우는 장치(트레블 부스터)를 물려 굵게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 오즈번은 겁에 질린 일인칭 화자로, 눈앞의 형체에게 애원하듯 노래한다. 기교보다 떨림과 절박함이 앞선다.
  • 곡 후반부, 4분대 중반쯤 템포가 갑자기 빨라지며 셔플 리듬으로 바뀐다. 워드의 드럼과 버틀러의 베이스가 블루스 잼처럼 달아오르는 대목에서 이들이 클럽 밴드 출신임이 드러난다.
  • 하루 만에 넷이 동시에 연주한 녹음이라 소리가 다듬어지지 않고 방 안의 울림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거칢이 오히려 공포의 질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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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전쟁과 편집증 · 1970–1972

(전쟁) 데뷔 넉 달 만인 1970년 6월, 두 번째 앨범을 녹음했다. 버틀러가 가사를 쓴 「워 피그스」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가난한 젊은이들을 전장에 보내는 권력자들을 겨냥했다. 앨범 제목도 처음엔 이 곡을 따를 예정이었으나, 음반사가 전쟁 중의 반발을 우려해 다른 곡 이름으로 바꿨다. (파라노이드) 그 곡이 「파라노이드」였다. 앨범 분량이 모자라 아이오미가 리프를 즉석에서 만들고 버틀러가 서둘러 가사를 붙인, 3분이 채 안 되는 곡이었다. 싱글은 영국 4위에 올랐고 앨범은 1970년 10월 영국 1위에 올랐다. 「아이언 맨」까지 담긴 이 앨범으로 밴드는 미국 순회공연에 나섰다. (오해) 이름과 앨범 이미지 탓에 그들은 사탄 숭배 밴드라는 의심을 받았고, 실제 오컬트 신봉자들이 접근해 오기도 했다고 멤버들은 회고했다. 그러나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버틀러의 가사는 대개 악을 찬양하기보다 악과 전쟁, 중독을 경고하는 쪽에 가까웠다. 평론가들은 오랫동안 이를 읽지 못했다. (조율) 1971년 《마스터 오브 리얼리티》에서 아이오미는 기타 줄을 한 음 반 낮춰 감았다. 손가락 끝에 끼운 덮개로 줄을 누르는 통증을 줄이려는 선택이었다. 결과로 얻은 낮고 탁한 소리는 이후 둠 메탈과 스토너 록의 원형이 됐다. 손의 상처가 장르의 소리를 바꾼 셈이었다. (과잉) 1972년 밴드는 로스앤젤레스 벨에어의 저택에 머물며 《볼륨 4》를 만들었다. 오즈번은 훗날 이 시기를 술과 코카인에 젖은 나날로 회고했다. 성공과 돈이 한꺼번에 쏟아지던 때였지만, 그 한가운데서 아이오미가 피아노를 독학해 만든 발라드 「체인지스」가 나왔다. 무거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첫 신호였다.

♪워 피그스 (War Pigs)1970실황 Black Sabbath · 2017 《The End》

베트남전의 그늘 아래 버틀러가 쓴 반전의 고발이다. 사탄 숭배 밴드라는 오해와 달리 이들이 무엇에 분노했는지 가장 분명하게 들려준다.

  • 공습 사이렌 같은 소리 위로 느리고 무거운 화음이 울린 뒤, 기타가 멈춘 빈자리에서 오즈번이 노래하고 밴드가 짧게 쳐서 답하는 주고받기 구조가 이어진다.
  • 워드의 드럼은 메탈 드럼이라기보다 재즈 드러머의 손놀림에 가깝다. 심벌을 굴리고 비트 사이를 채우는 필인(짧은 장식 연주)에 귀를 기울이면 그의 스윙감이 들린다.
  • 오즈번은 권력자들을 향해 설교하듯, 그러나 차분하게 심판의 장면을 그린다. 분노를 외치기보다 단조로운 선율로 냉정하게 쌓아 간다.
  • 중간 연주부에서 아이오미의 솔로는 좌우로 겹쳐 녹음돼 넓게 퍼진다. 이어폰으로 들으면 기타가 양쪽에서 대화하는 듯하다.
  • 곡 끝의 연주부는 마지막에 테이프 속도를 올려 소리가 빨라지며 높아지는 효과로 끝난다. 라이브에서는 이 대목을 길게 늘여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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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Paranoid)1970실황 Black Sabbath · 2017 《The End》

앨범 분량을 채우려 즉석에서 만든 곡이 밴드 최대의 히트가 됐다. 반전의 고발과 나란히, 우울과 불안을 다룬 짧은 독백이다.

  • 3분이 채 안 되는 곡으로, 후렴 없이 리프와 절이 숨 가쁘게 되풀이된다. 다른 곡들이 7분을 넘나들던 앨범 속에서 이 짧음 자체가 파격이었다.
  • 아이오미의 리프는 두 음만 눌러 굵게 울리는 화음(파워 코드)을 빠르게 쳐 내고, 버틀러의 베이스가 그것을 그대로 겹쳐 밀어붙인다. 둘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 이 곡의 추진력이다.
  • 오즈번은 남에게 하소연하듯 자기 마음의 병을 빠르고 단조로운 어조로 털어놓는다. 감정을 터뜨리지 않는 평평한 화법이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
  • 중간 솔로는 앞뒤 리프보다 한층 거칠고 금속성으로 들린다. 짧지만 곡의 유일한 숨구멍 같은 대목이다.
  • 라이브에서는 공연 끝을 장식하는 앙코르 곡이었고, 2017년 마지막 공연과 2025년 마지막 무대도 이 곡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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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마스터 오브 리얼리티》 (Master of Reality)1971실황 「Children of the Grave」 Black Sabbath · The End

손가락 끝의 통증을 덜려고 줄을 낮춘 선택이 둠 메탈의 소리를 만들었다. 상처가 음색이 된 앨범이다.

  • 아이오미가 기타 줄을 한 음 반 낮춰 감은(다운튜닝) 첫 앨범이다. 전작과 이어 들으면 기타 소리가 한층 낮고 탁하며 진흙처럼 무겁게 깔리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 카드의 영상으로 고른 「칠드런 오브 더 그레이브」에서는 워드와 버틀러가 말이 달리듯 앞으로 쏠리는 리듬을 만든다. 이 질주하는 리듬은 훗날 메탈 밴드들이 즐겨 쓰는 패턴이 됐다.
  • 첫 곡 「스위트 리프」는 반복되는 기침 소리로 시작한다. 실험적인 녹음 장난이 곡의 일부가 된 예다.
  • 「엠브리오」, 「오키드」 같은 짧은 어쿠스틱 소품과 아이오미가 플루트를 분 「솔리튜드」가 무거운 곡들 사이에 쉼표처럼 놓여 있다. 무게는 대비가 있을 때 더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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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성과 균열 · 1973–1979

(성) 197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곡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던 밴드는 영국 글로스터셔의 클리어웰 성을 빌려 지하 감옥에서 연습했다. 아이오미는 그곳에서 「사바스 블러디 사바스」의 리프를 찾았고, 멤버들은 성에서 이상한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즐겨 남겼다. 같은 해 나온 앨범에는 예스의 건반 연주자 릭 웨이크먼이 참여해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를 보탰다. 소리는 넓어지고 화려해졌다. (분쟁) 명성이 커질수록 돈 문제도 커졌다. 밴드는 매니지먼트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긴 법적 분쟁을 치렀고, 1975년 《사보타주》를 녹음하던 시기를 두고 멤버들은 스튜디오보다 변호사 사무실에 더 오래 있었다고 회고했다. 앨범의 날 선 공격성과 제목에는 그 피로와 분노가 배어 있다. (방향) 1976년 《테크니컬 엑스터시》에서 아이오미는 건반과 다양한 편곡으로 영역을 넓히려 했다. 같은 해 영국에서는 섹스 피스톨즈를 앞세운 펑크가 터져 나왔고, 대형 록 밴드는 낡은 것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오즈번은 밴드가 처음의 단순함을 잃어 간다고 느꼈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별) 1977년 말 오즈번은 밴드를 잠시 떠났다가, 이듬해 초 아버지를 잃은 뒤 돌아왔다. 1978년 《네버 세이 다이!》 투어에서는 신예 밴 헤일런이 오프닝을 맡았는데, 오즈번은 그들이 매일 밤 자신들을 압도했다고 털어놓았다. 1979년 4월, 걷잡을 수 없게 된 오즈번의 음주와 약물 문제를 이유로 나머지 멤버들은 그를 내보냈다. (재기) 오즈번은 음반 제작자 돈 아든의 딸 샤론의 도움으로 솔로 경력을 시작해 1980년 《블리자드 오브 오즈》로 재기했다. 샤론은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았고, 1982년 그와 결혼했다.

♪앨범 《사바스 블러디 사바스》 (Sabbath Bloody Sabbath)1973공식 MV 「Sabbath Bloody Sabbath」 — Black Sabbath

곡이 나오지 않던 슬럼프를 클리어웰 성의 지하에서 깨뜨린 앨범이다. 무거움 위에 건반과 오케스트라가 더해지며 밴드의 소리가 넓어졌다.

  • 카드의 영상으로 고른 「사바 카다브라」는 경쾌하게 튀는 리프로 시작하는 사랑 노래다. 메탈리카가 1998년 이 곡을 녹음해 이 앨범의 숨은 대표곡이 됐다.
  • 「사바 카다브라」 후반부에서 예스의 릭 웨이크먼이 피아노와 미니무그(초기의 휴대용 신시사이저)를 연주한다. 건반이 리프를 감싸며 곡이 부기(경쾌한 피아노 블루스) 풍으로 바뀌는 대목을 들어 보라.
  • 타이틀곡은 어쿠스틱 기타가 섞인 부드러운 절과 압도적으로 느리고 무거운 리프의 대비가 극적이다. 성 지하에서 아이오미가 찾았다는 그 리프가 중반 이후 터져 나온다.
  • 전작들보다 녹음이 정교해져 기타가 여러 겹으로 쌓이고 좌우로 넓게 배치됐다. 네 사람이 한 방에서 치던 소리에서 스튜디오에서 짓는 소리로 넘어가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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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무지개를 건너온 목소리 · 1979–1996

(디오) 새 보컬은 레인보우 출신의 로니 제임스 디오였다. 1980년 《헤븐 앤드 헬》은 프로듀서 마틴 버치의 매끈하고 단단한 소리 위에, 오즈번의 울부짖음 대신 오페라처럼 힘 있게 뻗는 발성과 판타지 서사를 얹었다. 해체 직전이던 밴드는 이 앨범으로 되살아났다. 디오가 무대에서 퍼뜨린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세우는 손짓은, 이탈리아계 할머니가 쓰던 액막이 손짓에서 왔다고 그가 직접 설명했다. (교체) 1980년 투어 도중 빌 워드가 밴드를 떠났고 비니 어피스가 자리를 메웠다. 1981년 《몹 룰스》까지 디오 시대는 이어졌으나, 1982년 라이브 앨범의 믹싱을 둘러싼 불화 끝에 디오와 어피스가 떠났다. (유랑) 1983년 딥 퍼플의 이언 길런이 노래한 《본 어게인》이 나왔다. 투어 무대에 세운 스톤헨지 모형은 너무 커서 공연장에 다 들어가지 않았고, 이듬해 개봉한 모큐멘터리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의 장면과 겹쳐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후 글렌 휴스, 토니 마틴으로 보컬이 바뀌었고 버틀러도 들고 났다. 아이오미가 홀로 이름을 지키는 시기였다. 토니 마틴과 만든 《헤들리스 크로스》(1989)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알려져 있다. (재회) 1985년 7월 필라델피아의 라이브 에이드에서 원년 네 멤버가 잠깐 한 무대에 섰다. 같은 날 런던 웸블리에서는 퀸과 U2가 공연했다. 1992년에는 디오가 돌아와 《디휴머나이저》를 냈지만, 그해 11월 오즈번의 은퇴 공연에서 오프닝을 거부하고 다시 떠났다. 그 무대 끝에 원년 넷이 함께 연주했고, 재결합의 씨앗이 뿌려졌다.

♪헤븐 앤드 헬 (Heaven and Hell)1980실황 Black Sabbath

오즈번을 잃고 무너질 뻔한 밴드가 디오의 목소리로 다시 선 곡이다. 같은 이름, 다른 화법의 블랙 사바스가 여기서 시작됐다.

  • 곡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은 되풀이되는 베이스 선율이다. 기타보다 베이스에 먼저 귀를 두고 들으면 곡의 뼈대가 보인다.
  • 디오는 오즈번의 울부짖음과 달리 힘 있게 뻗는 오페라풍 발성으로, 선과 악의 선택을 이야기하는 서사가처럼 청중에게 말을 건넨다.
  • 프로듀서 마틴 버치의 소리는 1970년대 사바스보다 훨씬 깔끔하고 단단하다. 드럼이 또렷이 분리되고 기타가 덜 뭉개진다.
  • 7분 가까운 곡으로, 중반 이후 템포가 빨라지며 아이오미의 솔로가 폭발하고, 마지막은 어쿠스틱 기타의 조용한 마무리로 끝난다.
  • 라이브에서는 디오가 관객과 노래를 주고받으며 10분을 훌쩍 넘기는 일이 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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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처음으로 돌아가다 · 1997–2025

(재결합) 1997년 아이오미, 버틀러, 오즈번이 오즈페스트 무대에 선 뒤, 그해 12월 워드까지 원년 네 멤버가 버밍엄 NEC에서 고향 관객 앞에 섰다. 이 공연을 담은 《리유니언》(1998)의 「아이언 맨」은 2000년 그래미 최우수 메탈 연주상을 받았다. 데뷔 30년 만의 첫 그래미였다. (전당) 2006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헌액은 메탈리카가 맡았다. 메탈리카는 1998년 「사바 카다브라」를 녹음했을 만큼 자신들의 뿌리로 사바스를 꼽아 왔다. 같은 해 아이오미, 버틀러, 디오는 헤븐 앤드 헬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여 2009년 《더 데빌 유 노》를 냈지만, 디오는 2010년 5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3) 2011년 원년 멤버 재결합이 발표됐다. 이듬해 아이오미가 림프종 진단을 공개했고, 그는 치료를 받으며 작업을 이어 갔다. 워드는 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해 참여하지 않았고,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브래드 윌크가 드럼을 맡았다. 프로듀서 릭 루빈은 멤버들에게 데뷔 앨범을 다시 듣게 하며 처음의 소리로 돌아가자고 했다. 2013년 《13》은 영국과 미국에서 1위에 올랐다. 미국 첫 1위였다. (끝) 2016년 시작한 고별 투어는 2017년 2월 4일 버밍엄에서 막을 내렸다. 2025년 7월 5일, 버밍엄 빌라 파크의 「백 투 더 비기닝」에서 원년 넷이 20년 만에 함께 섰다. 톰 모렐로가 음악감독을 맡았고 메탈리카, 건즈 앤 로지스가 헌정 무대에 올랐다. 파킨슨병을 앓던 오즈번은 의자에 앉아 노래했고, 17일 뒤인 7월 22일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갓 이즈 데드? (God Is Dead?)2013공식 MV — Black Sabbath

1978년 《네버 세이 다이!》 이후 35년 만에 오즈번, 아이오미, 버틀러가 함께 만든 스튜디오 앨범 《13》의 곡이다. 릭 루빈의 요구대로 데뷔 시절의 느리고 어두운 소리로 돌아갔다.

  • 9분에 가까운 곡으로, 조용히 짚어 가는 베이스와 기타로 시작해 한참 뒤에야 무거운 리프가 들어온다. 데뷔곡처럼 긴장을 천천히 쌓는 구성이다.
  •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브래드 윌크가 드럼을 맡았는데, 꽉 짜인 메탈 드럼보다 느슨하게 흔들리는 연주라 워드의 스윙감을 의식한 듯 들린다.
  • 버틀러의 가사는 신앙과 폭력에 대한 회의를 다루고, 오즈번은 확신을 잃은 사람의 독백처럼 담담하게 노래한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버틀러가 평생 붙든 주제가 다시 돌아왔다.
  • 아이오미는 림프종 치료 중에 이 기타를 녹음했다. 리프의 무게와 길게 끄는 음은 1970년 데뷔 앨범의 소리를 일부러 되살린 것이다.
  • 이 곡으로 밴드는 2014년 그래미 최우수 메탈 연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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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이야기

(골무) 아이오미는 잘린 손가락 끝을 덮으려고 세제 플라스틱 병을 녹여 작은 골무를 빚고, 그 위에 가죽을 덧씌웠다. 당시엔 가는 기타 줄이 시판되지 않아 밴조 줄을 섞어 썼다. 사고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그가 스스로 만든 이 도구들이 독특한 운지와 소리를 낳았다는 대목은 기타 장인들 사이에서나 자세히 오갔다. (십자가) 오컬트 신봉자들이 접근해 오자 불안해진 멤버들을 위해, 오즈번의 아버지가 공장에서 알루미늄 십자가를 만들어 하나씩 건넸다고 오즈번과 아이오미가 회고록에 적었다. 무대의 십자가 상징은 악마 숭배의 표지가 아니라 한 노동자 아버지가 준 부적에서 시작된 셈이다. (어스) 개명 전 이름 어스는 같은 이름의 다른 팝 밴드와 겹쳤다. 아이오미는 잘못 섭외돼 전혀 다른 음악을 기대한 무대에 선 일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는 낭만적 이야기 뒤에는 이런 현실적 사정도 있었다. (표지) 데뷔 앨범 안쪽 면의 거꾸로 된 십자가는 음반사 디자이너가 밴드와 상의 없이 넣은 것으로, 멤버들은 발매 뒤에야 보았다. 표지 속 여성의 정체도 수십 년간 알려지지 않다가, 당시 모델이었던 이가 훗날 인터뷰에서 자신이라고 밝혔다. 이미지가 밴드보다 먼저 신화를 만든 예다.

용어 노트 📚🔎

헤비 메탈

(말뜻) 영어 heavy metal은 무거운 금속이라는 뜻이다. 1960년대 말 소설과 록 노래에 쓰인 이 표현을 평론가들이 시끄럽고 묵직한 록에 붙이면서 장르 이름이 됐다고 알려져 있다. (록에서) 일그러뜨린 기타, 굵은 베이스, 힘 있는 드럼으로 무겁고 큰 소리를 내는 록을 가리킨다. 블랙 사바스는 이 소리를 블루스에서 떼어 내 하나의 장르로 세운 밴드로 평가받는다. 학교 앞 공사장에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귀보다 배 속에 먼저 울리는 느낌을 떠올리면, 이 음악이 몸으로 먼저 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른 데서는) 과학과 환경 분야에서 헤비 메탈은 납, 수은 같은 중금속을 뜻한다.

리프

(록에서) 곡 전체에서 되풀이되는 짧은 악구로, 노래의 뼈대 구실을 한다. 블랙 사바스의 곡은 대개 아이오미가 만든 리프에서 출발했고, 가사와 노래는 그 위에 얹혔다. 운동회에서 반 전체가 같은 응원 박자를 반복하면 누구나 금세 외워 따라 하듯, 좋은 리프도 몇 번만 들으면 귀에 붙어 떠나지 않는다.

트라이톤

(말뜻) 셋을 뜻하는 tri와 온음을 뜻하는 tone을 합친 말로, 온음 세 개만큼 떨어진 음정이라는 뜻이다. 중세 이론가들이 이 음정을 음악 속의 악마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지만, 교회가 금지했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록에서) 두 음이 어울리지 못하고 긴장된 채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곡 「블랙 사바스」의 도입부가 이 음정으로 불길한 분위기를 만든 뒤 헤비 메탈에서 자주 쓰이게 됐다. 피아노에서 도와 그 위의 파샵을 함께 눌러 보면, 무언가 해결되지 않은 듯 불편한 소리가 나는데 그것이 트라이톤이다.

파워 코드

(록에서) 뿌리가 되는 음과 그 다섯 번째 음, 단 두 음만 눌러 치는 화음이다. 밝은지 어두운지를 정하는 가운데 음을 빼 버려서, 소리를 크게 일그러뜨려도 뭉개지지 않고 굵게 울린다. 손가락 끝을 잃은 아이오미에게는 적은 손가락으로 짚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요리할 때 양념을 줄이고 소금과 후추만 쓰면 재료 맛이 오히려 또렷해지듯, 음을 덜어 낸 화음이 더 힘 있게 들린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파워는 힘이나 전력을 뜻하고, 코드는 전선이나 암호를 뜻하기도 해서 전기 콘센트 줄을 파워 코드라 부르기도 한다.

다운튜닝

(말뜻) 아래로(down) 음을 맞춘다(tuning)는 뜻이다. (록에서) 기타 줄을 표준보다 느슨하게 감아 전체 음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아이오미는 《마스터 오브 리얼리티》부터 줄을 한 음 반 낮춰 누르는 손의 부담을 덜었고, 그 결과 소리는 더 어둡고 묵직해졌다.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겨 튕기면 높은 소리가, 느슨하게 하면 낮고 둔한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디스토션

(말뜻) 영어 distortion은 비틀림, 일그러짐이라는 뜻이다. (록에서) 앰프나 이펙터(소리를 바꾸는 장치)로 기타 신호를 일부러 지나치게 키워, 소리를 찢어지듯 일그러뜨린 음색이다. 음이 길게 끌리고 덧붙어 울리는 높은 음(배음)이 풍부해진다. 아이오미는 앰프 앞에 고음을 키우는 장치를 물려 이 소리를 얻었다. 휴대폰 스피커 볼륨을 끝까지 올렸을 때 소리가 지글지글 깨지는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록 기타는 그 깨짐을 일부러 악기로 다룬다. (다른 데서는) 사진이나 지도에서 디스토션은 렌즈나 그리는 방식 때문에 모양이 휘어 보이는 왜곡을 뜻한다.

둠 메탈

(말뜻) 둠(doom)은 피할 수 없는 운명, 파멸이라는 뜻이다. (록에서) 아주 느린 박자와 낮게 조율한 기타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길게 끌고 가는 메탈의 한 갈래다. 곡 「블랙 사바스」와 《마스터 오브 리얼리티》의 느린 곡들이 그 원형으로 꼽힌다. 체육 시간에 무거운 공을 굴리면 천천히 굴러가도 부딪힐 때 묵직하듯, 빠르지 않아도 듣는 사람을 압도하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