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ll
자기 마음을 먼저 움직인 음악이어야 남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으며 25년 넘게 같은 이름으로 앨범을 만들어 온 밴드.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멤버김종완
리더이자 보컬로 거의 모든 곡을 쓰고 가사를 붙여 넬의 정서를 만들었고,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작곡상을 받았다.
- 멤버정재원
결성 무렵 합류해 2023년 6월 팀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 동안 넬의 드럼을 맡았다.
- 후원서태지
2002년 넬을 괴수인디진의 첫 팀으로 받아들였고, 「Stay」의 드럼 소리까지 이메일로 조언하며 메이저 데뷔를 이끈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다.
- 우정타블로
울림엔터테인먼트 시절 넬과 한 회사에 있던 에픽하이의 멤버로, 2026년 「Loser's Recipe」에 참여해 넬의 첫 피처링 곡을 함께 만들었다.
- 우정지드래곤
2012년 솔로 앨범 수록곡 「Today」에 김종완을 피처링으로 불러, 넬의 목소리를 아이돌 팬들에게 알렸다.
- 우정RM
방탄소년단의 리더로, 2018년 믹스테이프 「mono.」 수록곡 「everythingoes」를 넬과 함께 만들었다.
I. 스무 살의 밴드 · 1999–2001
(결성) 1999년 7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기획사 없이 스무 살 동갑내기 넷이 넬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출발은 한 해 전이었다. 199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김종완이 선배들과 '아일럿'이라는 밴드를 만들었고, 멤버가 바뀌면서 기타의 이재경과 드럼의 정재원이 들어왔다. 1999년 3월 베이스의 이정훈이 마지막으로 합류해 네 사람이 갖춰졌다. (이름) 밴드 이름은 영화 「넬」에서 따왔다. 멤버들은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자신들의 바람이 그 이름에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1980년생 동갑으로 만난 이 네 사람이 이후 20년 넘게 같은 이름을 지켰다. (역할) 역할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리더 김종완이 노래와 리듬 기타를 맡으며 거의 모든 곡을 쓰고 가사를 붙였다. 이재경은 리드 기타와 건반을, 이정훈은 베이스와 건반, 코러스, 소리를 녹음해 재생하는 장치(샘플러)를, 정재원은 드럼을 맡았다. 곡의 정서는 대개 김종완의 내면에서 나왔고, 소리의 결은 넷이 함께 빚었다. (클럽) 무대는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 '프리버드'였다. 2001년 1월 첫 인디 음반 「Reflection of」를, 9월 「Speechless」를 냈다. 우울하고 섬세한 정서를 기타 소리로 밀어붙이는 음악은 한국 록에 감성적인 흐름을 되살린 작업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MP3 파일이 퍼지면서 CD 시장이 빠르게 줄던 때였고, 두 번째 음반 뒤에 음반사가 문을 닫으면서 밴드는 다시 기댈 곳이 없어졌다.
II. 서태지의 부름 · 2002–2005
(데모) 2002년 여름, 서태지 쪽에서 넬의 데모 CD를 들어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밴드가 아직 내지 않은 곡을 보내자 만나자는 답이 돌아왔다. 그해 10월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네 사람은 서태지를 처음 만났다. 멤버들은 처음엔 무척 긴장했지만 저녁을 먹으며 풀어졌다고 회고했다. 넬은 서태지컴퍼니가 밴드 음악을 위해 세운 레이블 괴수인디진의 첫 소속 팀이 되었다. (키드) 네 사람은 스스로를 '서태지 키드'라 불렀다. 김종완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신호등」 무대를 보고 빠져들어 음반을 며칠에 걸쳐 사 모았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듀스와 서태지와 아이들 중 누가 나은지를 두고 다퉜다고 한다. 그런 우상이 이제 제작자가 되었다. 2002년 서태지가 연 록 페스티벌 ETPFEST에서 넬은 약 3만 명 앞에 섰고, 멤버들은 이 무대를 처음 겪은 대형 공연으로 기억한다. (Stay) 2003년 6월 정규 1집 「Let It Rain」이 나왔다. 회사는 뮤직비디오와 무대, 음향, 조명, 스타일링까지 지원했고, 서태지는 이메일로 의견을 보냈다. 타이틀곡 「Stay」에는 스네어 드럼을 더 가볍고 대중적으로 다듬자고 권했는데, 멤버들은 나중에 그 판단이 옳았다고 말했다. 외로움과 그리움을 다룬 이 곡은 TV에 거의 나오지 않고도 라디오 방송 횟수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2004년 11월에는 「Thank You」, 「백색왜성」 등이 실린 2집 「Walk Through Me」를 냈다. 한 장에 열 달씩 매달리는 레이블의 작업 방식은 넬의 몸에 그대로 배었다.
서태지컴퍼니 지원으로 낸 정규 1집 「Let It Rain」의 타이틀곡이다. 홍대 클럽 밴드였던 넬을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알렸다.
- 서태지는 이 곡의 스네어 드럼(작은북)을 더 가볍고 대중적인 소리로 다듬자고 권했다. 멤버들은 나중에 그 판단이 옳았다고 말했다. 묵직한 록 대신 가볍게 튀는 드럼이 곡의 첫인상을 정한다.
- 김종완의 목소리는 크게 내지르기보다 숨을 섞어 가늘게 끌고 가는 쪽이다.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1집의 정서가 그 음색에 그대로 실려 있다.
- TV 출연이 거의 없었는데도 라디오 방송 횟수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음반과 라디오가 아직 신인을 키우던 2000년대 초반 매체 환경을 보여 주는 곡이다.
- 잔잔한 벌스(절)에서 기타가 겹쳐 쌓이는 후렴(코러스)으로 넘어가며 소리가 커진다. 넬이 이후 오래 쓰게 되는 감정 고조 방식의 원형처럼 들린다.
III. 치유와 이별 사이 · 2006–2008
(이적) 2006년 넬은 울림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에픽하이가 몸담고 있던 회사여서, 에픽하이가 2010년 회사를 떠날 때까지 두 팀은 한 지붕 아래 있었다. 서태지 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영향이 김종완의 기타와 노래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평단) 2006년 9월 3집 「Healing Process」가 나왔다. 제목 그대로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을 앨범 전체로 그린 작품이었고, 음악 관계자들이 꼽은 그해 최고의 음반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다만 김종완은 훗날 수록곡 「마음을 잃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고 털어놓았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하기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이때부터 자리 잡았다. 2007년에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EP 「Let's Take A Walk」를 냈다. (기억) 2008년 3월 4집 「Separation Anxiety」가 나왔다. 제목은 떨어져 있는 데서 오는 불안을 뜻하고, 앨범은 이별 뒤에 남은 감정을 끝까지 파고든다. 처음 타이틀곡이 아니었던 「기억을 걷는 시간」은 팬들의 반응에 힘입어 후속곡으로 활동했고, 김종완은 이 곡으로 그해 작곡상을 받았다. 멤버들은 곡이 히트한 뒤 서태지가 자신들을 집으로 초대했다고 전한다. 그해 12월 골든디스크 시상식 무대를 끝으로, 넬은 공연 실황 DVD 「The Trace」를 남기고 활동을 멈췄다.
처음엔 타이틀곡이 아니었으나 팬들의 반응으로 후속곡이 되었다. 김종완은 이 곡으로 작곡상을 받았고, 서태지는 그 뒤 멤버들을 집으로 초대했다고 전해진다.
- 이별 뒤에 혼자 남아 지난 시간을 되짚는 사람의 독백처럼 짜인 곡이다. 떨어져 있는 데서 오는 불안을 다룬 4집 「Separation Anxiety」의 주제를 가장 대중적으로 보여 준다.
- 건반과 조용한 반주로 시작해 후렴에서 밴드 전체가 터져 나오는 구조다. 잔잔하게 부르다가 후렴에서 목소리를 한껏 높이는 김종완의 창법이 그 흐름을 이끈다.
- 회사가 고른 곡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이 직접 끌어올린 곡이라는 점이 자주 이야기된다. 넬의 공연에서 관객이 함께 부르는 대표곡이 되었다.
- 아날로그 밴드 녹음에 현악 같은 소리를 겹쳐 공간을 넓힌 2000년대 후반 모던 록의 질감이다. 음반 시장이 무너지고 음원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나왔다.
IV. 공백, 그리고 줄세우기 · 2009–2012
(병역) 2008년 말부터 멤버들의 군 입대로 넬은 3년 가까이 활동을 쉬었다. 마흔 곡이 넘는 레퍼토리로 막 대중적 정점에 오른 밴드에게는 긴 침묵이었다. 그 사이 음악 시장은 크게 바뀌었다. 음반 판매 대신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듣는 음원 스트리밍이 중심이 되었고, 실시간 음원 차트가 노래의 성패를 가르기 시작했다. (복귀) 2011년 10월 22일, 넬은 서울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로 돌아왔다. 이듬해 4월 4년 만의 정규 5집 「Slip Away」가 나왔다. 멤버들은 감정을 온전히 풀어낸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누군가 떠난 뒤 남은 사람의 시간을 다루며, 공백기를 보낸 밴드 자신의 처지와도 겹쳐 들렸다. 수록곡 「Cliff Parade」도 함께 사랑받았다. (차트)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넬은 오랫동안 음원 차트 정상을 지키던 버스커버스커를 밀어내고, 타이틀곡을 비롯한 앨범 수록곡을 차트 10위 안에 나란히 올렸다. 록 밴드가 아이돌과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차지한 음원 차트에서 이런 성적을 낸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해 말 넬은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록 부문 상을 받았다. 같은 해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One of a Kind」 수록곡 「Today」에 김종완이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넬의 목소리는 아이돌 팬들에게까지 닿았다.
군 복무로 생긴 공백 뒤 4년 만에 낸 정규 5집 「Slip Away」의 타이틀곡이다. 앨범 수록곡을 음원 차트 10위 안에 나란히 올리며 넬의 복귀를 알렸다.
- 누군가 떠난 뒤 남은 사람의 시간을 담담하게 그리는 곡이다. 감정을 터뜨리기보다 안으로 눌러 담는 화법이 4년의 공백을 거친 밴드의 처지와도 겹쳐 들린다.
- 가라앉은 도입부에서 기타 소리를 여러 겹 쌓아 올리며(레이어링) 후반으로 갈수록 소리를 키운다. 마지막에 감정이 가장 높아지도록 설계한 구성이다.
- 실시간 음원 차트가 성패를 가르던 스트리밍 초기에, 록 밴드가 앨범 전체로 차트 상위권을 채운 드문 장면을 만들었다.
-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이민기가 출연했다. 이 곡으로 넬은 그해 멜론 뮤직 어워드 록 부문 상을 받았다.
V. 중력 3부작 · 2012–2015
(구상) 복귀의 기세 속에서 넬은 '중력'을 주제로 한 연작을 내놓았다. 김종완은 중력을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감정들을 아우르는 말로 설명했다. 2012년 12월 EP 「Holding onto Gravity」가 첫 편이었고, 타이틀곡은 「백야」였다. 붙잡혀 있는 상태, 곧 사랑과 집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탈출) 2013년 6월 두 번째 편 「Escaping Gravity」가 나왔다. 장애물을 딛고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이 앨범은 곡마다 다른 인물을 세워 옴니버스 영화처럼 짰다. 타이틀곡 「Ocean of Light」는 발매 당일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밝아졌다는 말에 김종완은 해석은 듣는 사람의 몫이라고 답하며, 음악적 경계를 정해 두지 않겠다고 했다. 이해 넬은 일본에서도 데뷔했다. (꿈) 2014년 2월 완결편인 정규 6집 「Newton's Apple」이 나왔다. 앞선 두 편이 사랑과 절망을 다뤘다면, 마지막 편을 관통하는 말은 꿈이었다. 김종완은 이번에는 대중성보다 원래 하고 싶었던 실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보컬을 한발 물리고 기타·베이스·드럼이 어우러지는 소리를 앞세웠고, 1970년대 밴드 질감을 살린 「침묵의 역사」, 방관 속에 내버려진 꿈을 다룬 「Dear Genovese」를 실었다. 같은 해 넬은 미국 SXSW의 케이팝 공연 무대에 섰고, 빌보드는 이 앨범을 2014년 최고의 케이팝 앨범 2위로 꼽았다. 유튜브와 해외 매체가 한국 음악을 아이돌 바깥까지 넓혀 보기 시작한 때였다.
'중력' 3부작의 두 번째 편 「Escaping Gravity」의 타이틀곡이다. 장애물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다룬 앨범답게 넬로서는 드물게 밝은 곡이 되었다.
- 무게를 덜고 희망적인 에너지를 담았다는 것이 밴드의 설명이다. 그동안 넬을 따라다닌 우울한 정서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곡 전체를 끌고 간다.
- 김종완은 밝아졌다는 평에 해석은 듣는 사람의 몫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이 밝음을 진짜 희망으로 들을지, 절망을 지나온 뒤의 안도로 들을지는 듣는 사람마다 갈린다.
- 밴드 소리에 전자음(일렉트로니카)을 섞은 2010년대 초반 넬의 사운드다. 이듬해 6집에서 이런 전자음을 덜어 내게 되므로, 그 직전의 소리로 들어 볼 만하다.
- 발매 당일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멤버들은 이 시기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중력' 3부작을 마무리한 정규 6집 「Newton's Apple」의 타이틀곡이다. 대중성보다 하고 싶은 실험에 집중했다는 앨범에서 가장 경쾌한 곡이다.
- 김종완은 이 곡을 생각이 너무 다른 남녀가 만났다 헤어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이별을 꿈과의 이별로 넓혀 읽을 수 있다고도 했다.
- 제목은 네 해라는 시간을 지구의 공전으로 바꿔 말한 표현으로 읽힌다. 중력과 사과, 뉴턴으로 이어지는 앨범의 물리학 비유가 제목에까지 닿아 있다.
- 앨범 전체가 보컬 음량을 낮추고 기타·베이스·드럼의 어울림을 앞세웠다. 이 곡도 날 선 긴장보다 경쾌한 모던 록의 리듬으로 흘러간다.
- 그리움과 집착 속에서도 절망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빌보드가 2014년 최고의 케이팝 앨범 2위로 꼽은 앨범의 얼굴이 된 곡이다.
VI. 스페이스 보헤미안 · 2016–2019
(독립) 2016년 3월 울림과의 계약이 끝나자 넬은 직접 레이블 스페이스 보헤미안을 세웠다. 멤버들은 오래 품어 온 바람을 이뤘다고 말했다. 사무실과 작업실을 마련했고, 멤버들은 그 근처에 살며 녹음하고 쉬고 영상을 만들었다. 결정과 책임은 모두 자신들 몫이 되었지만, 음악 외의 일은 넷이 나눠 맡았다. 메이저 기획사를 거친 밴드가 스스로 회사를 꾸리는 일은 스트리밍 시대 한국 밴드 음악의 한 모델이 되었다. (편지) 2016년 8월 레이블의 첫 정규 앨범인 7집 「C」가 나왔다. 발매 전 5월 열흘 동안 연 여섯 차례 공연 「Peek at the letter 'C'」에서 날마다 한 곡씩 새 노래를 먼저 들려주었다. 2017년에는 싱글 「부서진」을 냈다. 오래된 습작을 버리지 않고 지금의 소리로 다시 꺼내는 이 습관은 이후 앨범에서도 이어졌다. (행복) 2018년 4월 넬은 기존 곡을 새로 편곡한 공연 「HOME」을 열었고, 그 무대에서 고른 아홉 곡에 새 타이틀곡을 더해 11월 「행복했으면 좋겠어」를 냈다. 김종완은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다고 했다. 이 무렵 넬은 그루비룸, 김성규 등 여러 음악가와 작업했고, 방탄소년단 RM의 믹스테이프 「mono.」 수록곡 「everythingoes」에도 참여했다. 2019년 10월 결성 20주년에 정규 8집 「COLORS IN BLACK」을 냈고, 팬들은 출발지였던 홍대입구역 근처에 기념 광고를 걸었다.
VII. 셋, 그리고 X · 2020–2026
(백신) 코로나19로 공연이 멈춘 시기를 멤버들은 위기로 기억한다. 그때 앨범 작업이 자신들에게 백신 같았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정규 9집 「Moments in between」이 나왔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듯 가사를 붙인 열 곡이 한 편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앨범이었다. 프로그래밍 사운드와 실제 악기의 균형을 맞춘 「유희」, 컴퓨터로 만든 소리를 최대한 덜어 낸 「위로(危路)」를 함께 타이틀곡으로 세웠다. (셋) 2023년 6월 결성 때부터 드럼을 맡아 온 정재원이 팀을 떠났다. 넬은 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3인 체제가 되었고, 무대의 드럼은 세션 연주자 양혜승이 맡고 있다. 같은 해 EP 「Dystopian's Eutopia」를 냈고, 2024년에는 결성 25주년을 맞았다. (X) 2026년 6월 17일, 5년 만의 정규 10집 「X」가 나왔다. 제목은 로마 숫자 10이자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지수를 뜻한다. 4년 남짓 만든 열한 곡에는 20년 전쯤 구상한 곡을 지금의 소리로 다시 편곡한 노래도 들어 있다. 타이틀곡 「Sweet Delusion」에는 넬 최초로 금관악기 연주(브라스 세션)를 녹음해 넣었다. 「Loser's Recipe」에는 울림 시절 한 회사에 있던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참여했는데, 넬의 곡에 다른 가수가 피처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D 대신 고음질 마스터 파일을 담은 USB 형태로 음반을 냈고, 에세이 「Diary of X」도 함께 펴냈다. 멤버들은 늘 그래 왔듯 이전보다 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이 멈춘 코로나19 시기에 앨범 작업을 백신 삼아 만든 정규 9집 「Moments in between」의 더블 타이틀곡 가운데 하나다.
- 제목은 '위로'라는 말에 위태로운(危) 길(路)이라는 한자를 붙인 말장난이다. 듣는 사람을 달래는 말과 아슬아슬한 길이라는 뜻이 한 단어에 함께 들어 있다.
- 1막에서는 아름다움을, 2막에서는 그 아름다움에 깃든 위태로움을 그린 두 부분 구성이다. 곡 중간에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을 찾아 들어 보면 좋다.
- 멤버들은 컴퓨터로 만든 소리(프로그래밍)를 최대한 빼고 밴드 소리를 살렸다고 말했다. 몽환적인 보컬 아래 실제 악기의 따뜻한 울림이 받친다.
- 열 곡이 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앨범 안에서 의미가 완성되도록 만든 곡이다. 밴드도 처음부터 순서대로 듣기를 권했다.
3인 체제로 4년 남짓 만들어 5년 만에 낸 정규 10집 「X」의 타이틀곡이다. 넬이 아직 새로운 소리를 찾고 있음을 보여 준다.
- 넬 최초로 금관악기 연주자를 불러 녹음한 곡(브라스 세션)이다. 트럼펫 같은 금관 소리가 기타 중심이던 넬의 소리에 새 색을 더한다.
- 기존 넬의 음악보다 한층 공격적인 에너지와 질감을 담았다고 소개되었다. 그동안의 섬세하고 내향적인 넬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비교해 들어 볼 만하다.
- 앨범은 얼터너티브 록과 모던 록, 기타 소리를 안개처럼 겹겹이 깔아 몽롱하게 만드는 록(슈게이징), 관현악 편곡을 아우른다. 이 곡은 그중 가장 강한 쪽을 맡았다.
- 넬은 이 앨범을 처음으로 CD가 아닌, 고음질 마스터 파일을 담은 USB 형태로 냈다. 스트리밍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음질과 실물 음반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시도였다.
덜 알려진 이야기
넬의 메이저 데뷔에서 서태지가 한 일은 흔히 이름을 빌려준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멤버들의 회고를 보면 그는 정규 1집에 대한 의견을 이메일로 하나하나 보냈고, 「Stay」의 스네어 드럼을 더 가볍게 만들자는 세세한 제안까지 했다. 멤버들은 스무 살 초반에 자기 음악을 객관적으로 듣는 법을 배운 것이 지금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억을 걷는 시간」은 넬의 대표곡이지만 처음부터 타이틀곡은 아니었다. 회사가 밀던 곡이 아니라 팬들의 반응이 후속곡으로 끌어올린 곡이었고, 그 곡이 작곡상까지 받았다. 대표곡이 생겨난 순서가 거꾸로였다는 점은 결과에 가려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반대의 경험도 있었다. 김종완은 2006년 3집 수록곡 「마음을 잃다」에 대한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고 털어놓았고, 2014년 「Newton's Apple」을 만들 때는 대중성보다 원래 하고 싶던 실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평단이 높이 산 실험작들의 출발점에 한 곡의 엇나간 반응이 있었던 셈이다. 넬은 오래 묵힌 곡을 버리지 않는다. 2026년 「X」에는 20년쯤 전에 구상한 곡을 지금의 소리로 다시 편곡해 실었다. 새 앨범마다 밴드의 과거가 조금씩 섞여 있는 것이다. 2026년 「Loser's Recipe」는 넬의 곡에 다른 가수가 피처링한 첫 사례다. 김종완은 지드래곤과 RM의 곡에 목소리를 보탰지만, 자기 밴드의 곡에는 25년 넘게 다른 목소리를 들이지 않았다.
용어 노트 📚🔎
인디
(말뜻) 인디는 영어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줄임말로, 독립이라는 뜻이다. 큰 회사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만든다는 의미가 이름에 들어 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대형 기획사나 방송의 도움 없이 작은 레이블이나 음악가 자신이 음반을 만들고 클럽에서 공연하는 음악을 가리킨다. 1990년대 후반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들이 중심지였고, 넬도 그곳 클럽 프리버드에서 출발했다. 학교 축제 무대에 서려고 친구들끼리 직접 곡을 고르고 연습하고 포스터까지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 누가 대신 해 주지 않으니 고생스럽지만,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른 데서는) 게임에서도 작은 팀이 큰 회사 없이 만든 게임을 인디 게임이라고 부른다.
타이틀곡
(말뜻) 타이틀(title)은 영어로 제목이라는 뜻이다. 앨범의 얼굴, 곧 대표 제목 노릇을 하는 곡이라는 의미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앨범에 실린 여러 곡 가운데 방송과 뮤직비디오, 홍보를 집중하는 대표곡을 말한다. 대개 회사와 음악가가 고르지만,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처럼 처음엔 타이틀곡이 아니었다가 팬들의 반응으로 다음 활동곡(후속곡)이 되기도 한다. 두 곡을 함께 내세우면 더블 타이틀곡이라고 한다. 반 대표로 대회에 나갈 선수를 뽑았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 다른 친구가 더 잘해서 다음 경기에는 그 친구가 나가는 경우를 떠올리면 된다. (다른 데서는) 운동 경기에서 타이틀은 챔피언 자리를 뜻해서, 타이틀 방어전이라고 하면 챔피언이 그 자리를 지키려고 치르는 경기다.
모던 록
(말뜻) 모던(modern)은 현대적이라는 뜻으로, 옛 록과 다른 요즘의 록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쓰인 말로, 기타 중심의 밴드 사운드에 서정적인 멜로디와 섬세한 감정을 담은 록을 넓게 가리킨다. 무겁게 내지르는 헤비메탈과 달리 쓸쓸하고 내면적인 분위기가 많다. 넬은 이 흐름을 대표하는 밴드로 꼽힌다.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노래와 혼자 이어폰을 끼고 듣는 노래가 다르듯이, 모던 록은 록 가운데서도 혼자 듣기 좋은 쪽에 가깝다. (다른 데서는) 모던은 건축이나 미술에서도 장식을 덜어 낸 현대적인 양식을 가리킨다.
얼터너티브 록
(말뜻) 얼터너티브(alternative)는 대안, 곧 다른 선택지라는 뜻이다. 주류 록과 다른 길을 간다는 의미가 이름에 들어 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1980~9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주류 록과 다른 소리를 찾던 밴드들의 음악에서 나온 말로, 거친 기타 소리와 어둡고 솔직한 정서가 특징이다. 넬은 대개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소개되고, 2026년 「Sweet Delusion」은 강렬한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내세웠다. 반 친구들이 모두 같은 유행을 따를 때 혼자 다른 스타일을 고집하는 친구를 떠올리면, 이 장르가 처음 생겨난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데서는) 일상에서 얼터너티브는 대체 에너지처럼 원래 것을 대신하는 다른 방법이라는 뜻으로도 쓴다.
콘셉트 앨범
(말뜻) 콘셉트(concept)는 영어로 개념이나 중심 생각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앨범 전체를 하나의 주제나 이야기로 묶어서, 곡들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편의 작품처럼 이어지게 만든 앨범을 말한다. 넬은 '중력'을 주제로 「Holding onto Gravity」, 「Escaping Gravity」, 「Newton's Apple」 세 장을 이어 냈고, 「Moments in between」은 열 곡이 한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단편 만화를 여러 개 모은 책과 한 이야기가 1권부터 3권까지 이어지는 시리즈의 차이와 비슷하다. 콘셉트 앨범은 시리즈처럼 순서대로 읽을 때 이야기가 제대로 보인다. (다른 데서는) 아이돌 음악에서 콘셉트는 그 활동 때 정한 옷차림과 분위기를 가리키는 말로 더 자주 쓰인다.
EP
(말뜻) EP는 확장된 재생(Extended Play)의 줄임말이다. 원래 싱글 음반보다는 길고 정규 앨범보다는 짧은 레코드판을 부르던 이름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보통 4~7곡쯤을 담은 음반으로, 한국에서는 미니 앨범이라고도 부른다. 정규 앨범보다 짧은 간격으로 낼 수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연작을 이어 갈 때 자주 쓴다. 넬의 「Holding onto Gravity」와 「Dystopian's Eutopia」가 EP다. 학교 숙제로 치면 정규 앨범이 학기말 보고서이고, EP는 그 사이에 내는 짧은 과제물이다. 분량은 적어도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다. (다른 데서는) EP라는 약자는 다른 분야에서도 여러 뜻으로 쓰인다. 예컨대 게임에서는 에너지 포인트를 뜻하기도 한다.
세션
(말뜻) 세션(session)은 원래 모임이나 한 차례의 활동 시간을 뜻하는 영어다. 녹음이나 공연 한 차례를 위해 모인 연주라는 뜻으로 음악에 들어왔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밴드나 가수의 정식 멤버는 아니지만 녹음이나 공연 때 불려 와 연주하는 사람을 세션 연주자라고 한다. 넬은 2023년 드러머가 떠난 뒤 세션 드러머와 무대에 서고 있고, 2026년에는 처음으로 금관악기 연주자를 불러 녹음했다(브라스 세션). 학교 합창 대회에서 반 친구들이 노래하는데 피아노 반주만 다른 반의 잘 치는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친구는 우리 반은 아니지만 무대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하다. (다른 데서는) 회의나 학회에서 세션은 주제별로 나눈 발표 시간을 뜻하고, 컴퓨터에서는 접속해 있는 한 번의 이용 시간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