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un-hee
커트 머리와 동그란 안경의 스무 살이 강변 무대에서 시작한 노래는, 마흔 해 뒤 스스로 쓴 곡으로 인연과 안부를 묻는 노래가 되었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가족아버지
결혼이 허용되는 불교 종파의 승려였다. 그녀는 절 가까이에서 불교 신앙 속에 자랐다.
- 영향이세건
버리려던 악보를 그녀에게 내주어 데뷔곡 「J에게」를 남긴 작곡가다.
- 멤버임성균
같은 학교 학생으로, '4막 5장'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강변가요제 무대에 섰다.
- 영향신중현
그녀가 1988년에 다시 불러 대표곡으로 만든 「아름다운 강산」의 원작자다.
- 제자이승기
그녀가 직접 발굴해 2004년 데뷔를 이끈 후배로, 30주년 무대에서 「J에게」를 불렀다.
- 프로듀서박근태
조PD의 「친구여」를 만든 작곡가로, 30주년 타이틀곡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썼다.
I. 보령의 소녀 · 1964–1983
(출생) 1964년 11월, 대한민국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났다. 생일은 자료에 따라 11월 11일과 12월 14일로 엇갈린다. 호적상 출생 연도는 1967년으로 올라 있는데, 미숙아로 태어나 출생신고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절집) 아버지는 승려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불교 종파의 승려였다. 그는 절 가까이에서 자랐다. 밑으로 여동생 둘과 남동생 하나가 있어 맏딸이었다. 본인도 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염불과 독경 소리가 가까운 집이었지만, 어린 시절을 더 자세히 알려 주는 기록은 많지 않다. (동경) 훗날 그는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가수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을 꼽았다. 작은 체구에서 뻗어 나가는 큰 소리로 노래하는 법을 그는 라디오와 레코드로 들은 서양 디바들에게서 배웠다. (악보) 데뷔곡에 얽힌 일화는 여고 시절에서 시작한다. 이름난 음악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당시 무명이던 작곡가 이세건이 악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작곡가를 뒤쫓아 가 그 곡을 불러도 되느냐고 물었고 허락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 악보가 훗날의 「J에게」였다. (진학)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는 인천전문대학 환경관리과에 들어가 1984년에 졸업했다. 음악과는 거리가 먼 학과였지만, 학교 음악 동아리 선배들과 어울리며 노래를 놓지 않았다.
II. 강변의 J · 1984–1985
(가요제) 1984년 여름 MBC 강변가요제에 「J에게」를 들고 나갔다. 회차는 자료에 따라 제4회 또는 제5회로 엇갈린다. 같은 학교 학생 임성균과 함께 '4막 5장'이라는 팀 이름으로 출전했다. 예선에서 떨어져 낙심한 동아리 선배들이 이름만이라도 함께 올리자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회는 이문세와 길은정이 맡았고, 이 무대에서 대상을 받았다. (라디오)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어떤 날은 FM 라디오에서만 이 곡이 하루 열여섯 번 나갔다고 전해진다. 1980년 말 컬러 방송이 시작된 지 몇 해 지나지 않은 때였다. 가요제 실황은 화면으로, 노래는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로 퍼졌다. 그해 KBS와 MBC의 신인상을 받았고,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J에게」로 최고인기가요상도 받았다. (언니) 커트 머리와 동그란 안경을 쓴 소년 같은 모습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었다. 여학생 팬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언니 부대'라는 말도 이때 처음 생겼다고 알려져 있다. 오빠를 쫓아다니던 팬 문화 옆에 여자 가수를 동경하는 소녀 팬덤이 처음으로 크게 나타난 것이었다. (1집) 1985년 첫 정규 앨범 「아! 옛날이여」를 냈다. 「J에게」가 애절하게 부르는 발라드였다면, 타이틀곡은 빠른 박자에 지나간 날을 시원하게 털어 내는 노래였다. 가요제 스타로 끝나지 않고 직업 가수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처음 시험한 음반이었고, 결과는 좋았다.
버려질 뻔한 악보가 스무 살 대학생의 목소리를 만나 강변가요제 대상곡이 되었다. 이 곡에서 그의 이력이 시작되었다.
- 멀리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혼잣말처럼 시작하는 화법이 이 곡의 정서를 정한다. 첫 소절은 낮고 조심스럽게 들린다.
- 후반으로 갈수록 음을 길게 끌어 올리며 고음을 지른다. 이 대목이 가요제 무대에서 청중을 사로잡은 순간으로 회자된다.
- 1980년대 가요제 특유의 밴드 반주는 꾸밈이 적다. 그래서 목소리의 힘이 앞에 나서도록 짜여 있다.
- 2014년 30주년 무대에서 제자 이승기가 이 곡을 다시 불렀다.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곡이 되었다.
가요제 스타가 정규 1집 타이틀곡으로 직업 가수의 길을 연 곡이다. 애절했던 데뷔곡과 달리 지나간 날을 경쾌하게 돌아본다.
- 빠른 박자의 밴드 반주와 신시사이저(전자 건반 악기) 소리가 1980년대 중반 가요의 질감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옛날을 그리워하면서도 울지 않고 털어 내는 태도가 담긴 곡이다. 밝은 장조의 선율이 그 정서를 받친다.
- 후렴(곡에서 반복되는 중심 대목)의 감탄사가 귀에 박히는 짧은 반복 구절(훅) 역할을 한다. 따라 부르기 쉬워 노래방 애창곡으로 오래 남았다.
III. 순위의 시대 · 1985–1990
(연속) 1985년 말부터 거의 해마다 정규 앨범이 나왔다. 2집 「갈바람」, 3집 「알고 싶어요」, 1988년 4집 「사랑이 지는 이 자리」, 1989년 5집 「나의 거리 / 한바탕 웃음으로」, 1990년 6집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이었다.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다섯 해 내리 본상을 받았다. (순위) 이 시기 가요 산업의 중심은 텔레비전 순위 프로그램, 특히 KBS 「가요톱텐」이었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이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1위에 올랐다. 1위 횟수는 집계하는 자료마다 다르다. LP와 카세트테이프 판매, 라디오 신청곡 순위, 텔레비전 순위가 서로를 밀어 올리던 시절이었다. (강산) 1988년 4집에서 그의 이름을 대표하게 될 두 곡이 나왔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늘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발라드 「나 항상 그대를」이었다. 다른 하나는 록 음악가 신중현의 1970년대 곡을 다시 부른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에 이 땅의 산과 강을 찬미하는 노래가 큰 소리로 울려 퍼졌다. 이 곡은 훗날 남북 공연 무대에서도 그의 몫이 되었다. (하니) 같은 해 KBS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주제가도 불렀다. 달리기로 세상의 서러움을 이겨 내는 소녀의 노래는 그의 팬이 아니었던 어린이들에게까지 그의 목소리를 알렸다. 1980년대 후반의 그는 가요제 출신 신인을 넘어,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이름이 통하는 가수가 되어 있었다.
골든디스크 본상을 해마다 받던 전성기 4집의 대표 발라드다. 가요톱텐 시대의 이선희를 상징한다.
- 잔잔한 건반 반주로 시작해 후렴에서 밴드가 한꺼번에 들어오며 소리가 커진다. 1980년대 후반 발라드의 전형적인 짜임이다.
- 그리움을 한 사람에게 꾸준히 털어놓는 고백의 화법이다. 절(벌스)에서는 숨을 아끼고 후렴에서 터뜨린다.
- 고음에서 소리를 갈라지지 않게 곧게 뻗는 창법이 이 곡에서 특히 또렷하다.
신중현의 1970년대 록 곡을 4집에서 다시 부른 커버다. 올림픽이 열린 해에 큰 사랑을 받았고, 2018년 평양 무대에서도 불렀다.
- 원곡은 신중현이 이끈 록 밴드의 곡이다. 이선희 판은 1980년대 후반의 전자 건반과 밴드 편곡으로 소리를 더 크고 화려하게 키웠다.
- 산과 강, 하늘을 하나씩 부르며 찬미하는 서사적 화법이다. 곡이 진행될수록 감정의 높이가 계단처럼 올라간다.
- 후반부 긴 고음 지르기는 라이브 무대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녀의 가창력을 말할 때 자주 드는 대목이다.
- 남북 합동 공연에서 이 곡을 부른 일은 노래의 뜻을 국토 찬가에서 한반도 전체로 넓혀 놓았다.
IV. 의사당과 무대 사이 · 1991–1995
(당선) 1991년 6월 지방의회 선거가 30년 만에 부활했다. 그는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마포 지역구에 나가 제3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에 당선되었다. 당시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당시 신문은 10대의 우상이 돌풍을 일으키며 의회에 들어왔다고 썼다. 가수 일과 의정 활동을 함께 해낼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는 자리가 잡히면 괜찮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중생활) 노래를 쉬지는 않았다. 1991년 7집 「그대가 나를 사랑하신다면」, 1992년 8집 「조각배」, 1994년 9집 「한송이 국화」가 나왔다. 앨범 사이의 간격은 1980년대보다 조금씩 길어졌다. 의회 일정과 공연 일정을 함께 소화하던 몇 해였고, KBS 가요대상 본상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퇴장) 1990년대 중반 가요계의 무게중심은 빠르게 옮겨 가고 있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댄스와 랩이 순위 프로그램을 차지했고, 음반 시장은 카세트에서 CD로 넘어가고 있었다. 1980년대 발라드의 여왕이 새 시장에서 어디에 설지가 그의 새 숙제가 되었다. (정치) 정치 활동은 의원 임기 이후에도 정당을 옮기며 한동안 이어졌고, 2000년 무렵 정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 그는 정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노래에 전념했다. 무대 밖의 경험은 이후 「바리」 같은 공연 무대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1999년에는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V. 스스로 쓴 노래 · 1996–2009
(자작) 1996년 10집 「First Love」부터 그는 자작곡을 앨범에 싣기 시작했다. 남이 써 준 곡을 부르던 가수가 자기 이야기를 직접 쓰는 사람으로 바뀌는 전환점이었다. 1998년 11집 「Dream of Ruby」, 2001년 12집 「My Life + Best」가 뒤를 이었다. (사춘기) 2005년 13집 「사춘기」는 모든 곡을 그가 직접 쓰고 지은 앨범이다. 여기에 실린 「인연」은 드라마 「다모」를 보고 쓴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악기 음색이 섞인 동양적인 선율 위에서 피할 수 없이 이어지는 운명 같은 사랑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노래였다. (왕의 남자) 2005년 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왕의 남자」가 이 곡을 썼다. 영화와 함께 「인연」은 2006년 무렵 다시 크게 퍼졌다. MP3와 음원 다운로드, 컬러링이 음반 판매를 대신하던 때에 마흔을 넘긴 가수의 자작곡이 새 세대의 귀에 닿았다. 1980년대에 그를 모르던 청년들이 이 곡으로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발굴) 같은 시기 그는 후배를 키우는 일에도 나섰다. 고등학생 이승기를 발굴해 2004년 데뷔를 이끌었고, 곁에서 노래와 무대를 가르쳤다. 이승기는 훗날 선배 옆에서 컴퓨터부터 악기까지 하나씩 배우며 음반 작업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공백) 2000년대 후반에는 한동안 무대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2009년 14집 「사랑아...」로 돌아왔다. 네 해 만의 정규 앨범이었다.
모든 곡을 직접 쓴 13집에 실린 자작곡이다.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새 세대에게 이선희를 다시 소개했다.
- 국악기 음색이 섞인 동양적인 편곡으로 시작한다. 서양식 발라드와 전통 소리가 한 곡 안에서 만난다.
- 피할 수 없는 사랑을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관조적 화법이다. 1980년대의 폭발적 창법과 달리 감정을 눌러 담는다.
- 후반부에 감정을 끌어올리는 고음 대목이 있다. 영화 장면과 겹쳐 기억하는 관객이 많다.
- MP3와 컬러링이 음반을 대신하던 시기에 영화 음악(OST)으로 다시 퍼진 곡이다. 디지털 시대에 그녀의 대표곡이 되었다.
VI. 다시 만난 인연들 · 2010–2026
(카네기) 2011년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한국 대중가수로는 조용필, 패티김, 인순이에 이어 네 번째로 선 무대였고, 공연장은 2,800여 석 규모였다. (세렌디피티) 2014년 3월 데뷔 30주년 앨범인 15집 「Serendipity」를 냈다. 수록곡 11곡 가운데 9곡을 직접 작곡하고 7곡의 가사를 썼다. 타이틀곡 「그중에 그대를 만나」는 조PD의 「친구여」 등을 만든 작곡가 박근태가 곡을 쓰고 김이나가 가사를 붙였다. 그는 소리를 질러 내기보다 노랫말에 힘을 주었다고 말했다. 발매 무대에서는 이승기가 「J에게」를 부르며 30주년을 축하했다. 스트리밍과 유튜브가 음악 시장의 중심이 된 시대에 이 곡은 음원 순위 상위에 오르며 그가 아직 현역임을 알렸다. (평양) 2018년 4월에는 남북 합동 공연 「봄이 온다」의 일원으로 평양 무대에 섰다. 「J에게」와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다. 북한에서 두 번 노래한 몇 안 되는 남한 가수가 되었다. 같은 해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올해의 무대상을 받았다. (안부) 2020년 16집 「안부」를 냈다. 타이틀곡에는 엑소의 찬열이 함께했다. 이듬해에는 악뮤의 「전쟁터」에 목소리를 보탰다. 2020년부터는 JTBC 「싱어게인」 심사위원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가수들의 노래를 들었다. 1984년 가요제 무대에서 심사를 받던 사람이 이제 다른 이의 두 번째 기회를 지켜보는 자리에 앉았다. (지금) 2026년 현재 그는 데뷔 40년을 넘겼다. 2026년에는 작곡가 박근태와 다시 손잡은 신곡 「이제야 사랑이 보이네」를 발표했다.
데뷔 30주년 15집의 타이틀곡이다. 박근태가 곡을 쓰고 김이나가 가사를 붙였으며, 스트리밍 시대에 다시 순위 위로 올랐다.
- 피아노와 현악이 중심이 된 팝 발라드다. 많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만난 우연을 시처럼 그린다.
- 그녀가 직접 말했듯 크게 지르기보다 노랫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싣는다. 전성기보다 절제된 목소리가 오히려 깊게 들린다.
- 곡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소리가 쌓이며 커지는 구성이다. 끝부분의 고음은 쉰 살 무렵의 목소리로 다시 확인한 가창력으로 회자되었다.
여섯 해 만의 16집 타이틀곡이다. 엑소 찬열과 함께 부르며 세대를 건너 안부를 주고받았다.
- 두 목소리가 번갈아 노래하다가 겹치는 이중창 구성이다. 서로 다른 세대의 음색이 대화처럼 들린다.
- 멀리 있는 이의 안녕을 묻는 다정한 화법이다. 과장 없이 담담한 편곡이 그 정서를 받친다.
- 아이돌 가수와 함께한 작업으로, 유튜브와 스트리밍에서 젊은 청자가 그녀의 새 노래를 찾아 듣는 계기가 되었다.
덜 알려진 이야기
그녀의 호적상 출생 연도는 1964년이 아니라 1967년이다. 미숙아로 태어나 출생신고가 몇 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생일도 자료마다 11월 11일과 12월 14일로 다르다. 공식 기록과 실제 삶이 어긋나는 일이 드물지 않던 1960년대 지방의 사정이 국민 가수의 프로필에도 남아 있는 셈이다. 아버지가 승려였다는 사실은 그녀를 소개할 때 잘 언급되지 않는다. 한국 불교에는 승려의 결혼을 허용하는 종파가 있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런 종파의 승려였다. 절 가까이에서 자란 경험은 훗날 동양적 선율의 「인연」과도 겹쳐 보이지만, 그녀가 이 둘을 직접 이어 말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J에게」는 가요제 대상곡이라 그녀의 노래로만 기억되기 쉽지만, 곡의 주인은 작곡가 이세건이다. 그녀는 가요제 뒤 이 곡의 저작권을 이세건에게 모두 돌려줬다고 2014년 방송에서 밝혔다. 쓰레기통 앞에서 건진 악보의 몫을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 준 셈이다. 1991년 7월 서울시의회가 처음 문을 열던 날의 신문에는 작은 기사가 하나 실렸다. 의장단 선거에서 갓 당선된 스물일곱 살 신인 의원 이선희에게 의장 표가 한 표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은 잊힌 한 줄짜리 기록이지만, 가수가 지방의회에 들어간 일이 당시 얼마나 화제였는지 보여 준다.
용어 노트 📚🔎
가요제
(말뜻) 가요(歌謠)는 대중이 부르는 노래, 제(祭)는 축제라는 뜻이다. 합치면 노래로 겨루는 잔치가 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1970~80년대 방송사가 열던 노래 경연 대회를 말한다. MBC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대표적이다. 주로 대학생 아마추어가 자작곡이나 미발표곡으로 나왔고, 대상을 받으면 곧바로 스타가 되기도 했다.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하던 일을 그때는 가요제가 했다. 학교 장기자랑에서 1등 한 친구가 다음 날부터 전교에 이름이 알려지는 것과 비슷한데, 그 무대가 전국 방송이었던 셈이다.
언니 부대
(한국 대중음악에서) 1980년대 중반 이선희를 따라다니던 여학생 팬 무리를 부르던 말이다. 남자 가수를 쫓는 소녀 팬은 전에도 있었지만, 여자 가수를 멋진 언니로 동경해 머리 모양과 안경까지 따라 하는 팬덤이 크게 나타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반에서 운동 잘하고 멋진 선배 언니를 친구들이 우르르 따라다니며 머리 모양까지 흉내 내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다른 데서는) 부대는 원래 군대에서 함께 움직이는 병사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요톱텐
(한국 대중음악에서) 1981년부터 KBS가 방송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다. 음반 판매와 방송 횟수 등을 합쳐 매주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발표했다. 5주 연속 1위를 하면 '골든컵'을 받았고, 1980~90년대에는 이 순위가 가수의 인기를 재는 가장 공식적인 잣대였다. 학교에서 매주 시험 점수로 반 순위를 매기는 것처럼, 가수들도 매주 이 순위표 앞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정규 앨범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수가 여러 곡을 정식으로 묶어 내는 본격적인 음반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1집, 2집처럼 숫자를 붙여 부른다. 한두 곡만 담은 싱글이나 몇 곡을 담은 미니 앨범보다 곡이 많고, 가수의 한 시기를 대표한다. 이선희는 1985년 1집부터 2020년 16집까지 정규 앨범을 냈다. 만화책으로 치면 짧은 특별편이 아니라 번호가 붙은 정식 권수와 같다.
싱어송라이터
(말뜻) 영어 singer(가수)와 songwriter(작곡·작사가)를 합친 말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남이 써 준 곡을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노래의 가사와 곡을 직접 쓰는 가수를 말한다. 이선희는 데뷔 초에는 작곡가들의 곡을 불렀지만, 1996년 10집부터 직접 곡을 쓰기 시작해 2005년 13집은 전곡을 혼자 썼다. 요리로 치면 남이 짠 요리법대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법부터 직접 짜서 만드는 사람이다.
커버
(한국 대중음악에서) 다른 가수가 먼저 발표한 곡을 새로 불러 녹음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리메이크라는 말도 함께 쓴다. 원곡의 선율은 지키되 편곡과 창법을 바꿔 자기 색을 입힌다.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은 신중현의 원곡을 다시 부른 커버다. 돌림노래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사람마다 목소리와 느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데서는) 커버는 일상에서 책 표지나 덮개를 뜻하고, 스포츠에서는 동료의 빈자리를 대신 막아 준다는 뜻으로 쓴다.
OST
(말뜻) Original Sound Track의 머리글자로, 영화나 드라마에 원래 실린 소리와 음악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영화·드라마에 쓰인 노래와 배경음악, 또는 그것을 모은 음반을 말한다. 작품이 흥행하면 노래도 함께 퍼진다. 이선희의 「인연」은 원래 13집에 실린 곡이었지만, 영화 「왕의 남자」에 쓰이면서 새 세대에게 알려졌다. 좋아하는 게임의 배경음악을 게임 밖에서도 흥얼거리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