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PINK
서울에서 결성돼 태국·호주·뉴질랜드 출신 멤버가 한 팀을 이룬, K팝이 가장 국제적인 형태로 진화한 사례.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프로듀서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창립자로, 2NE1의 뒤를 이을 팀을 오랜 시간 준비했다.
- 프로듀서테디
데뷔곡부터 주요 히트곡을 만든 YG 사단의 핵심 작곡가다.
- 멤버리사
태국 출신 메인댄서로, 그룹의 국제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다.
- 멤버제니
메인래퍼이자 최초로 솔로 데뷔해, 개인 활동과 팀 활동을 병행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 우정셀레나 고메즈
「아이스크림」 협업으로 미국 팝 시장과의 접점을 만든 관계다.
I. 네 개의 나라에서 온 소녀들 · 2010–2016
(모집) 2010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걸그룹을 염두에 두고 전 세계에서 연습생을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YG는 2NE1로 걸그룹 시장의 정점에 서 있었고, 그 뒤를 이을 팀을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했다. (지수) 지수는 1995년 경기도 군포시에서 태어나 2011년 YG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이 됐다. 5년여의 훈련 기간 동안 보컬과 춤을 다졌고, 데뷔가 거듭 미뤄지는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제니) 제니는 1996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태어나 서울 청담동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며 영어를 익혔다. 귀국 후 YG 연습생이 됐고, 데뷔 전 지드래곤의 곡 「그XX」(2012) 뮤직비디오에 얼굴을 비추며 이름 없이도 존재를 알렸다. (로제) 로제(본명 박채영)는 1997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나 호주 멜버른에서 자랐다. 로제는 2012년 아버지의 권유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YG 오디션에 참가해 700명의 지원자 중 1위로 뽑히며 연습생이 됐다. (리사) 리사(본명 라리사 마노반)는 1997년 태국 부리람에서 태어나 방콕에서 자랐다. 2010년 YG의 태국 현지 오디션에서 뽑힌 첫 외국인 연습생으로,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홀로 한국행을 택했다.
II. 괴물 신인 · 2016
(베일) 오랜 준비 기간 동안 YG는 그룹의 이름과 콘셉트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2016년 여름 공개된 이름 '블랙핑크'는 사랑스러움을 뜻하는 흔한 핑크색 이미지와 검은색이 상징하는 강렬함을 함께 담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데뷔) 2016년 8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YG엔터테인먼트의 4인조로 데뷔했다. 첫 EP 「스퀘어원」의 두 타이틀곡 「휘파람」과 「붐바야」가 발매 당일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동시에 차지했다. (테디) 두 곡을 만든 이는 YG의 오랜 프로듀서 테디였다. 서태지에서 이어지는 제작진의 계보, 이른바 사단 안에서 테디는 지드래곤과 2NE1의 히트곡을 써온 인물이었고, 블랙핑크의 사운드에도 특유의 간결하고 강한 훅을 새겨 넣었다. (평가) 데뷔와 동시에 언론은 이들을 '괴물 신인'으로 불렀다. 6년 안팎의 연습생 기간과 2NE1의 계보를 잇는다는 기대가 겹쳐진 평가였고, 그만큼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를 요구받는 부담이기도 했다.
데뷔 동시 공개곡으로, 신인답지 않은 확신에 찬 무대 매너를 보여준 곡이다.
- 도입부의 굵은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브라스풍 샘플은 곧바로 청자를 무대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 후렴 직전 리사의 랩 파트는 낮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곡 전체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 네 멤버가 번갈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안무 연출은, 데뷔조임에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 후반부 댄스 브레이크는 EDM 클럽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와, 2010년대 중반 유행하던 국내외 댄스 트렌드를 동시에 겨냥했다.
III. 세계 기록을 새로 쓰다 · 2017–2019
(질주) 데뷔 이듬해부터 블랙핑크는 해외 무대를 빠르게 넓혔다. 2017년 디지털 싱글 「마지막처럼」과 2018년 미니앨범 「스퀘어업」이 다시 한 번 차트를 휩쓸었고,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매번 갱신되는 기록이 됐다. (뚜두뚜두) 2018년 발표한 「뚜두뚜두」는 공개 하루 만에 유튜브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며 K팝 걸그룹의 새 기준을 세웠다. 무거운 베이스와 절제된 후렴 사이를 오가는 구성은 이후 블랙핑크 사운드의 전형이 됐다. (제니솔로) 같은 시기 제니는 2018년 솔로 싱글 「솔로」를 냈다. 팀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는 방식은 이후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어질 선례가 됐고, YG는 이를 그룹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으로 삼았다. (코첼라) 2019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 K팝 걸그룹 최초로 올랐고, 2023년에는 K팝 그룹 최초로 헤드라이너 무대에 섰다. 같은 해 「킬 디스 러브」는 빌보드200 상위권에 오르며, 앞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방탄소년단과 나란히 K팝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공개 하루 만에 유튜브 최다 조회수를 새로 쓰며, 팀의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 제목이 그대로 후렴의 핵심 구절이 되는 구조로, 가사보다 리듬 자체가 귀에 남는 훅 역할을 한다.
- 무거운 808 베이스와 총소리를 연상시키는 효과음은 갱스터 무비적인 이미지를 곡에 입혔다.
- 벌스마다 래퍼 두 명(제니·리사)과 보컬 두 명(지수·로제)의 톤이 뚜렷하게 교차해, 넷의 역할 분담을 귀로 확인할 수 있다.
- 뮤직비디오 속 탱크와 왕좌 같은 과장된 세트는 곡의 공격적인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부풀리는 장치였다.
IV. 팬데믹 속의 세계 진출 · 2020
(팬데믹)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며 콘서트와 투어가 멈췄다. 블랙핑크는 무대 대신 음원과 협업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고, 유튜브와 스트리밍이 공연장을 대신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 (선공개) 뮤직비디오는 공개 즉시 유튜브 최다 조회수를 다시 갈아치웠다. (더앨범) 같은 해 첫 정규앨범 「The Album」을 냈다. 수록곡 「러브식 걸스」는 팀의 자전적 서사를 담았다는 해석이 따라붙었고, 앨범은 빌보드200 2위에 오르며 여성 K팝 그룹으로는 최고 성적을 냈다. (아이스크림) 미국 가수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한 「아이스크림」은 빌보드 핫100에 진입했다. 미국 팝 시장 주류 가수와의 협업은, 이들이 더 이상 '해외에서 인기 있는 K팝 그룹'이 아니라 그 시장 안의 플레이어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랜 공백 끝에 나온 곡으로, 다시 정상에 서겠다는 태도가 편곡 전반에 배어 있다.
- 도입부의 코러스 더빙(여러 목소리를 겹쳐 쌓은 소리)은 웅장한 합창처럼 들리도록 설계됐다.
- 후렴에서 반복되는 짧은 훅은 트랩 비트 위에 얹혀, 국내 가요보다는 미국 힙합 프로덕션에 가까운 질감을 낸다.
- 브리지 구간에서 지수와 로제의 고음 애드리브는 곡의 감정을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대목으로 꼽힌다.
- 안무 중 네 명이 원을 그리며 도는 동작은 후렴의 상승하는 멜로디 라인과 맞물려 시각적 절정을 만든다.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실패한 사랑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담아 그룹의 자전적 서사로 읽히기도 한다.
- 플라멩코풍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이 곡의 이국적 정체성을 예고한다.
- 후렴은 낮은 음역에서 시작해 끝에서 살짝 꺾이는 창법으로 처리돼,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체념 섞인 오기를 표현한다.
- 랩 파트의 플로우는 스페인어 억양을 흉내 낸 발음으로 화제가 됐다.
- 댄스 브레이크에서 반복되는 팔 동작은 후렴 멜로디의 하강 구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V. 침묵과 홀로서기 · 2021–2023
(공백) 2021년부터 그룹 단위 활동은 뜸해졌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재계약 여부를 둘러싼 추측 보도가 이어졌고, 멤버들은 그 공백을 각자의 이름으로 채웠다. (리사) 리사는 2021년 「라리사」로 K팝 여성 솔로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로제) 로제는 2021년 「On The Ground」로 솔로 데뷔했다.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목소리 자체에 집중한 편곡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수) 지수는 2021년 드라마 「스노우드롭」에 출연했고, 2023년 솔로 EP 「ME」를 냈다. 지수는 네 멤버 중 가장 늦게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재계약) 2023년, YG는 그룹 활동은 유지하되 개인 활동은 YG 소속 없이 각자 진행하는 형태로 재계약을 맺었고, 이후 멤버들은 순차적으로 개인 레이블을 세웠다. 해체가 아니라 각자의 이름을 키우며 팀으로도 돌아오는, K팝에서는 흔치 않은 절충안이었다.
VI. 스타디움에 서다 · 2022
(핑크베놈) 2022년 선공개곡 「핑크 베놈」은 국악기 태평소를 전자음향과 뒤섞은 편곡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는 곧이어 나올 두 번째 정규앨범 「Born Pink」의 예고편 격이었다. (본핑크) 「Born Pink」는 발매 즉시 빌보드200 1위에 올랐다. K팝 여성 그룹의 앨범이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었고, 수록곡 「셧 다운」은 클래식 선율을 샘플링해 화제를 더했다. (투어) 이들은 2023년 「Born Pink」 투어 앙코르 공연에서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미국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등 대형 스타디움 단독 공연을 성사시켰다. 수년간 쌓아온 해외 활동의 결실이었고, 공연장 규모 자체가 이들의 위상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두 번째 정규앨범을 예고한 곡으로, 국악기 태평소를 전자음악에 얹은 편곡이 화제를 모았다.
- 도입부에 등장하는 태평소 선율은 국악과 트랩 비트를 정면으로 충돌시킨다.
- 후렴 직전 짧은 침묵 구간은 다음에 터질 훅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긴장 구간(프리코러스)이다.
- 리사의 랩 파트는 평소보다 느린 박자로 여백을 강조해, 오히려 더 위협적으로 들린다는 평이 있다.
- 뮤직비디오 속 무기를 든 듯한 손동작은 후렴부의 포인트 안무로 자리 잡아, 제목이 뜻하는 독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한다.
클래식 선율을 가져와 재해석한 곡으로, 정상에 다시 선 팀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 도입부에 등장하는 파가니니풍 바이올린 선율은 클래식 명곡을 샘플링해 대중음악 훅으로 바꾼 사례다.
- 후렴은 웅장한 현악 편곡 위에 랩과 보컬이 번갈아 얹히며, 클래식과 힙합이라는 이질적 재료를 하나로 묶는다.
- 제목의 단호한 어감을 강조하듯, 후렴 끝마다 비트가 순간적으로 끊기는 편집이 반복된다.
- 안무에서 팔을 내려찍는 동작은 제목이 뜻하는 멈춰 세운다는 이미지를 그대로 형상화한다.
VII. 두 개의 이름으로 · 2024–2026
(병행체제) 재계약 이후 블랙핑크는 개인 활동과 팀 활동을 번갈아 오가는 체제로 자리 잡았다. 각 멤버는 자신의 레이블에서 음악을 내고, 정해진 시기에 다시 넷이 모이는 방식이었다. (데드라인) 2025년 데뷔 9주년을 맞아 새 싱글과 함께 월드투어 「데드라인」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랜 공백 끝의 컴백은 그룹으로 돌아온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는,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한류) 2020년대 K팝을 말할 때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름이 됐다. 남성 그룹과 여성 그룹이라는 차이는 있었지만, 두 팀은 비슷한 시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류를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주류 안에 밀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2026년 현재 네 멤버는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접어들며 각자의 커리어와 팀의 이름을 함께 지키고 있다. 해체를 선언한 적은 없고, 이는 여러 세대의 K팝 걸그룹 중에서도 드문 지속성으로 꼽힌다.
덜 알려진 이야기
리사가 2010년 태국 오디션에서 뽑히기까지 YG는 4천 명이 넘는 지원자 중 단 한 명만을 선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한국어를 거의 모르는 채로 합류해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알려져 있다. 로제가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YG 오디션 소식을 접하고 권유한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기타를 챙겨 간 이유는 원래 친구의 반주를 위해서였다고 전해진다. 데뷔 전인 2013~2014년, 제니와 리사는 지드래곤·이하이 등 YG 선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와 무대에 얼굴을 비쳤다. 정식 데뷔 전부터 익명의 연습생으로 팬들 사이에 회자된 셈인데, 이 시기의 영상들은 데뷔 후 재조명되며 이들의 데뷔 전 서사를 채우는 자료가 됐다. 지수는 네 멤버 중 유일하게 2023년까지 솔로 앨범을 내지 않았다.
용어 노트 📚🔎
연습생
(말뜻) 그대로 풀면 '연습하는 학생'이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데뷔 전 노래와 춤, 때로는 외국어까지 몇 년씩 훈련받는 예비 가수를 가리킨다. 매일 연습실에 출근하듯 훈련하지만 데뷔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몇 년을 준비하고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수험생활과 비슷하다.
사단
(말뜻) 사단(師團)은 스승 사(師)와 무리 단(團)을 합친 말로, 한 스승 아래 모인 무리라는 뜻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특정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가수·작곡가·안무가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한 선생님에게 여러 해 배운 제자들이 서로 닮은 스타일을 갖게 되듯, 같은 사단 소속 곡들은 비슷한 색깔을 띠는 경우가 많다. (다른 데서는) 군대에서 사단은 병력 단위를 가리키는 전혀 다른 말이다.
컴백
(한국 대중음악에서) 활동을 쉬던 가수가 새 곡이나 앨범을 들고 다시 방송·무대에 나서는 일을 가리킨다. 운동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와 다시 경기에 나서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다른 데서는) 영어권에서는 주로 은퇴하거나 오랫동안 부진했던 사람이 재기하는 경우에만 이 말을 쓴다는 점에서, 몇 달 만의 신곡에도 쓰는 한국식 용법과 다르다.
타이틀곡
(말뜻) 앨범의 제목(타이틀)을 대표하는 곡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한 앨범에 여러 곡이 실려도, 방송 활동과 홍보를 집중하는 단 한 곡을 따로 정해 부르는 말이다. 여러 반찬이 있어도 그중 가장 신경 써서 낸 메인 요리를 손님상 가운데 놓는 것과 비슷하다.
포인트 안무
(한국 대중음악에서) 노래 전체 안무 중에서도 후렴 등 가장 중요한 대목에 들어가는, 따라 하기 쉽고 기억에 남도록 짠 짧은 동작을 가리킨다. 체육 시간에 배우는 율동 중 유독 친구들이 잘 따라 하는 한 동작이 있는 것과 비슷한데, K팝에서는 이 동작이 곡의 성공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게 다뤄진다.
빌보드200
(말뜻) 빌보드(Billboard)는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지 이름이며, 200은 매주 가장 많이 팔리고 스트리밍된 음반 200장의 순위를 뜻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국내 가수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쓰인다. 여러 나라 학생들의 성적을 한 번에 비교하는 국제 학력평가처럼, 여러 나라의 음반 판매·스트리밍을 한데 모아 순위를 매긴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다른 데서는) 국내 음악방송이 매기는 '1위'와는 집계 방식과 기준이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