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Adams
“나는 미니멀리즘에 싫증 난 미니멀리스트다.”
한눈에 보기 🔭💭
일부 지명 좌표 출처(가공): GeoNames (CC BY 4.0) · Pleiades (CC BY 3.0)
곁의 사람들 ⏳🌊
- 가족칼 애덤스
댄스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불던 아버지로, 아들의 첫 클라리넷 스승이자 동네 악단의 합주 동료였다.
- 스승리언 커슈너
하버드에서 작곡을 가르친 스승으로, 애덤스는 그에게 배우며 당시 학계의 음렬주의와 거리를 두는 자신의 길을 고민했다.
- 영향스티브 라이시
반복 음형으로 조성과 박동을 되살린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로, 애덤스 초기 음악의 출발점이 되었다.
- 후원에도 데 바르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지휘자로 그를 현대음악 자문과 상주 작곡가로 불러 「하모니움」과 「하르모니레레」를 초연했다.
- 우정피터 셀러스
「닉슨 인 차이나」를 제안한 연출가로, 이후 「엘 니뇨」·「닥터 아토믹」 등 여러 무대 작품을 함께 만든 오랜 협업자다.
I. 뉴잉글랜드의 클라리넷 · 1947–1965 (0–18세)
(출생) 1947년 2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칼과 어머니 엘리너는 음악을 생활 가까이 두고 산 사람들이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댄스 밴드에서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불었고, 어머니는 빅밴드와 지역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했다. 가족은 얼마 뒤 버몬트주 우드스톡으로, 다시 뉴햄프셔주 이스트콩코드로 옮겼고, 그는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들에서 자랐다. (댄스홀) 할아버지는 뉴햄프셔의 위니퍼소키 호숫가에서 댄스홀을 운영했다. 스윙 시대의 악단들이 그 무대를 거쳐 갔고, 소년에게 재즈와 브로드웨이 노래는 교과서보다 먼저 몸에 익은 음악이었다. 훗날 그가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 위아래를 두지 않은 데에는 이 집안의 공기가 깊이 배어 있었다. (클라리넷) 첫 스승은 아버지였다. 아버지에게 클라리넷을 배웠고, 이후 보스턴 심포니의 베이스클라리넷 주자 펠릭스 비스쿨리아에게 레슨을 받았다. 부자는 동네 행진 악단에서 나란히 앉아 연주하곤 했다. 악보를 읽는 법보다 합주 속에서 소리를 맞추는 법을 먼저 배운 셈이었다. (작곡) 열 살 무렵 이미 곡을 쓰기 시작했고, 십대에 쓴 작품이 지역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시기의 그는 신동이라기보다 음악에 둘러싸여 자연스럽게 손을 뻗은 시골 소년에 가까웠다. 다만 무엇이든 직접 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은 이때부터 뚜렷했고, 십대 시절 지역 악단 앞에서 지휘봉을 잡아 본 경험은 훗날 지휘자로서의 이력으로 이어졌다.
II. 하버드의 반항 · 1965–1971 (18–24세)
(하버드) 1965년 하버드 대학교에 들어가 1969년 학사, 1971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작곡은 리언 커슈너에게 주로 배웠고, 로저 세션스, 얼 킴, 데이비드 델 트레디치와도 공부했다. 그는 학업과 함께 클라리넷 연주자로도 활동해, 보스턴 심포니와 보스턴 지역 오페라단에서 대리 단원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음렬주의) 당시 미국 대학의 작곡 교육은 쇤베르크에게서 비롯된 음렬주의가 주류였다. 열두 음을 정해진 순서로 배열하고 그 질서를 엄격히 따르는 방식은, 조성(으뜸음을 중심으로 음들이 모이는 질서)을 버린 지적 성취로 존중받았다. 그러나 청년 애덤스는 이 음악이 청중과 멀어졌다고 느꼈고, 연구실 안에서만 통하는 음악에 점점 불편함을 품었다. (시대) 학창 시절은 베트남전과 반문화 운동이 캠퍼스를 흔들던 때였다. 그는 록 음악과 재즈를 즐겨 들었고, 비틀스와 마일스 데이비스를 진지한 음악과 나란히 놓고 생각했다. 학교가 가르치는 위계와 자신이 실제로 사랑하는 소리 사이의 간극은 그에게 해결해야 할 질문으로 남았다. (침묵) 1971년 졸업 무렵, 어머니가 존 케이지의 책 『침묵(Silence)』을 선물했다. 소음과 우연까지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케이지의 사고는 그를 동부 학계의 규범에서 한 걸음 떼어 놓았다. 그해 그는 폭스바겐 비틀에 짐을 싣고 대륙을 가로질러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정해진 자리를 마다하고 떠난 이 여행이 그의 첫 번째 결단이었다.
III. 서부의 실험실 · 1971–1982 (24–35세)
(정착)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 도착한 그는 한동안 뚜렷한 일자리 없이 생계를 꾸렸다. 1972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에서 가르치기 시작해 약 10년간 머물렀고, 학생들과 현대음악 앙상블을 이끌며 케이지와 실험음악을 직접 무대에 올렸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동부의 평가에서 벗어나 마음껏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절이었다. (전자음) 이 시기 그는 전자음악에 깊이 빠졌다. 녹음테이프와 신시사이저로 소리를 쌓고 되풀이하는 작업은, 반복되는 짧은 패턴이 귀에 어떤 힘을 갖는지를 몸으로 깨닫게 했다. (미니멀리즘) 결정적 자극은 스티브 라이시와 필립 글래스의 음악이었다. 짧은 음형을 끈질기게 되풀이하며 조금씩 변화시키는 미니멀리즘은, 조성과 규칙적인 박동을 다시 음악의 중심으로 불러왔다. 애덤스는 이 언어를 받아들이되, 거기에 후기 낭만주의의 풍성한 화성과 극적인 흐름을 더하고 싶어 했다. (셰이커) 1977년 피아노곡 「프리지아 관문」에 이어, 1978년 현악 7중주 「셰이커 루프스」를 썼다. 몸을 떨며 예배하던 종교 공동체 셰이커와, 테이프를 고리처럼 이어 반복 재생하던 기법(루프)이 제목에 함께 담겼다. 미니멀리즘의 반복 위에 서정이 흐르는 그만의 목소리가 처음 또렷해진 작품이었다. (후원) 1979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지휘자 에도 데 바르트가 그를 현대음악 자문으로 불렀다. 1981년 존 던과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붙인 합창곡 「하모니움」이 이 악단에서 초연되며 그는 대규모 관현악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는 사진작가 데버라 오그레이디와 결혼했다.
샌프란시스코 음악원 시절 테이프 반복 실험과 뉴잉글랜드의 기억이 만나, 미니멀리즘의 반복 위에 서정을 얹은 그만의 목소리가 처음 또렷해진 곡이다.
- 1부 「떨림과 전율」은 현악기들이 같은 음을 아주 빠르게 떨며 되풀이하는 트레몰로로 시작한다. 셰이커 교도들이 몸을 떨며 예배하던 모습과 제목의 '흔들다(shake)'가 소리로 겹쳐 들린다.
- 2부 「찬송의 미끄러짐」에서는 현을 살짝 짚어 내는 투명한 고음(하모닉스)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는 소리(글리산도)가 느리게 번진다. 빠른 1부와 대비되는 정적을 느껴 보면 좋다.
- 3부 「루프와 노래」에서는 반복 음형이 바닥을 깔아 주는 동안 첼로가 길게 노래하는 선율을 낸다. 반복되는 배경과 자유로운 선율이 한꺼번에 들리는 것이 애덤스식 미니멀리즘의 핵심이다.
- 원래 일곱 명이 연주하는 현악 7중주였고, 1983년 현악 오케스트라판이 나왔다. 실내악판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선이 또렷하고, 오케스트라판은 소리가 두껍고 빛난다는 비교가 흔히 오간다.
IV. 막힌 펜과 꿈속의 유조선 · 1982–1986 (35–39세)
(상주)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상주 작곡가로 일했다. 1982년의 「그랜드 피아놀라 뮤직」은 두 대의 피아노와 관악, 세 명의 여성 가수가 미국 대중음악의 화려함을 거리낌 없이 끌어안은 곡이었다. 고정된 급여와 전속 악단이라는 안정된 조건은, 프리랜서로 버티던 그에게 큰 전환이었다. (정체) 그러나 그 뒤 한동안 곡이 써지지 않았다. 그는 회고록에서 「하르모니레레」를 쓰기 전 작곡이 꽉 막혀 버린 시간을 털어놓았다. 반복의 언어만으로는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 그렇다고 버린 길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망설임이 겹쳐 있었다. (꿈) 돌파구는 꿈에서 왔다. 샌프란시스코만을 건너던 거대한 유조선이 갑자기 물 위로 솟아올라 로켓처럼 하늘로 치솟는 꿈이었다. 그는 이 장면을 떠올리며 거대한 화음이 연달아 내리꽂히는 도입부를 썼고, 막혀 있던 작업이 풀려 나갔다. (화성학) 1985년 초연된 「하르모니레레」는 쇤베르크가 1911년에 펴낸 화성학 교과서의 제목을 그대로 빌린 곡이다. 조성을 넘어선 쇤베르크의 책 이름을 달고 정작 조성의 귀환을 선언한 이 곡에는, 스승 세대에 대한 존경과 반론이 함께 들어 있다. 2악장은 바그너의 「파르지팔」에서 낫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사는 왕 암포르타스를 가져왔고, 그 정점에서는 말러의 미완성 교향곡 제10번을 떠올리게 하는 불협화음이 울린다. (질주) 1986년에는 4분 남짓한 관현악곡 「쾌속 기계에서의 짧은 질주」를 썼다. 남의 멋진 스포츠카에 올라탔다가 곧 후회하게 되는 기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곡은 이후 미국 관현악단이 가장 자주 연주하는 현대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오랜 작곡 정체를 끝낸 꿈속의 유조선에서 출발해, 쇤베르크·바그너·말러의 유산과 미니멀리즘을 한 곡에 담은 그의 전환점이다.
- 1악장 첫머리에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같은 마단조(E단조) 화음을 망치질하듯 수십 번 내리꽂는다. 애덤스가 꿈에서 본, 물 위로 솟아 로켓처럼 치솟는 유조선이 이 소리의 출발점이었다.
- 2악장 「암포르타스의 상처」는 바그너 「파르지팔」에서 낫지 않는 상처를 안은 왕에게서 제목을 가져왔다. 트럼펫의 긴 탄식 같은 선율과, 정점에서 터지는 불협화음이 말러 교향곡 제10번의 비명 같은 화음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자주 언급된다.
- 3악장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꽥키」는 중세 신비주의자 에크하르트가 작곡가의 갓난 딸을 어깨에 태우고 하늘을 떠다니는 꿈 같은 장면을 그렸다고 작곡가가 밝혔다. 반짝이는 반복 음형이 점점 쌓여 밝은 내림마장조(E플랫장조)로 끝나는 마지막을 들어 보면 좋다.
작곡의 막힘을 뚫고 나온 해방감이 4분 남짓한 질주로 터져 나온 곡으로, 이후 그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이 되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토막을 두드리는 타악기(우드블록)가 일정한 박을 쉬지 않고 새긴다. 이 박이 질주하는 차의 엔진이자 심장 박동이다.
- 다른 악기들은 우드블록과 다른 묶음으로 박을 나눠 강세가 엇갈린다. 우드블록에 귀를 고정한 채 다른 악기가 어긋나게 끼어드는 순간을 따라가면 '탔다가 후회하는' 아찔함이 잘 느껴진다.
- 후반부에서 트럼펫과 금관이 축제처럼 화려한 팡파르를 터뜨리며 곡을 끝까지 몰아간다. 짧고 화려해 연주회의 첫 곡으로 자주 쓰인다.
V. 역사를 오페라로 · 1987–2001 (40–54세)
(셀러스) 연출가 피터 셀러스는 1983년 무렵 그에게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오페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인 앨리스 굿먼이 운문으로 대본(리브레토)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동시대의 정치인을 실명으로 무대에 세운다는 발상은 당시로서는 낯설었다. (닉슨) 1987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초연된 「닉슨 인 차이나」는 텔레비전 생중계로 기억되는 역사적 장면을 신화처럼 다시 보여 주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닉슨, 연회의 건배, 마오쩌둥 부인 장칭의 혁명 발레가 반복 음형 위에서 펼쳐졌다. 그 과정에서 쓰고 덜어 낸 춤곡은 관현악곡 「의장의 춤」으로 따로 남았다. (클링호퍼) 1991년 브뤼셀에서 초연된 두 번째 오페라 「클링호퍼의 죽음」은 1985년 지중해 크루즈선 아킬레 라우로호 납치 사건에서 미국인 승객 레온 클링호퍼가 살해된 일을 다뤘다. 바흐의 수난곡처럼 합창이 사건 사이사이에 서서 성찰하는 구성이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보스턴 심포니는 예정했던 이 오페라의 합창곡 연주를 취소했다. (실내) 같은 시기 그는 기악곡에서도 새 길을 넓혔다. 1992년 「실내 교향곡」은 쇤베르크의 실내 교향곡 제1번(Op. 9) 악보를 공부하던 중, 옆방에서 아이들이 보던 만화영화의 정신없는 음악이 섞여 들어온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그는 밝혔다. 1993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1995년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았다. (성탄) 2000년에는 예수 탄생 이야기를 라틴아메리카 여성 시인들의 시와 엮은 오라토리오 「엘 니뇨」를 셀러스와 함께 내놓았다. 역사와 신앙, 오늘의 삶을 한 무대에 겹쳐 놓는 그의 방식이 이 무렵 굳어졌다.
셀러스·굿먼과 함께 현대사를 신화처럼 다시 쓴 첫 오페라로, 그를 오페라 작곡가로 세운 작품이다.
- 1막 서두에서 현악기가 낮은 음에서 계단처럼 차례로 오르는(상행) 음형을 끝없이 되풀이한다. 베이징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기다리는 군인과 인민의 긴장된 기다림처럼 들린다.
- 비행기에서 내린 닉슨이 부르는 아리아 「뉴스에는 일종의 신비가 있다」에서는 '뉴스'라는 단어가 말을 더듬듯 반복된다. 텔레비전 생중계를 의식하는 정치인의 흥분이 반복 음형에 겹쳐진다.
- 2막 끝 장칭(마오쩌둥 부인)의 아리아 「나는 마오쩌둥의 아내」는 소프라노가 아주 높은 음을 빠르게 굴리는 콜로라투라로 쓰였다. 오페라 전체에서 가장 어렵고 화려한 대목으로 꼽힌다.
- 3막은 축제가 끝난 밤, 인물들이 각자 침대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조용한 막이다. 저우언라이가 우리가 한 일 가운데 얼마나 선했는가를 묻는 마지막 독백까지, 앞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쓸쓸함을 들어 보자.
VI. 기억과 원자 · 2002–2012 (55–65세)
(추모) 뉴욕 필하모닉은 9·11 테러 1주기를 맞아 그에게 추모곡을 의뢰했다. 2002년 9월 로린 마젤의 지휘로 초연된 「영혼의 전이에 관하여」에는 희생자의 이름, 실종자 전단의 문구, 유족의 말, 뉴욕 거리의 녹음된 소리가 합창·관현악과 함께 들어 있다. 그는 이 곡을 진혼곡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조용히 머무는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곡으로 200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원자) 2005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닥터 아토믹」을 초연했다. 1945년 7월 뉴멕시코 사막에서 이루어진 첫 원자폭탄 실험 직전의 몇 시간을,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그렸다. 셀러스는 기밀 해제 문서와 회고록, 오펜하이머가 즐겨 읽은 존 던의 시와 힌두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엮어 대본을 꾸렸다. 과학의 성취와 그것이 몰고 올 파괴를 함께 바라보는 시선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모차르트) 2006년에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은 빈의 의뢰로, 「마술피리」의 정신을 이어받은 오페라 「꽃피는 나무」를 썼다. 인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 사랑과 변신의 이야기였다. (회고록) 2008년 회고록 『할렐루야 정크션』을 펴냈다. 제목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경계의 트럭 정류장 이름으로, 1996년에 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부모와 유년, 작곡이 막혔던 시간을 솔직하게 적었다. (LA) 2009년부터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창작 의장을 맡았다. 같은 해 구스타보 두다멜의 음악감독 취임 공연에서 1940~50년대 할리우드 범죄 영화의 분위기를 담은 「시티 누아르」가 초연되었다.
9·11 1주기에 초연된 추모곡으로, 거리의 소리와 희생자의 이름으로 '기억의 공간'을 지어 퓰리처상을 받았다.
- 곡은 미리 녹음된 뉴욕 거리의 소음으로 시작하고, 그 위로 한 목소리가 '실종'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연주회장이 바깥 도시와 이어지는 듯한 감각이 작곡가가 의도한 '기억의 공간'이다.
- 녹음된 목소리들이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커져도 이름 읽기는 바닥에 계속 흐르니, 그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 보자.
- 어린이 합창과 성인 합창은 실종자 전단과 유족의 말에서 가져온 짧고 평범한 문장을 노래한다. 화려한 가사가 아니라 일상의 말이라는 점이 오히려 깊은 슬픔으로 들린다는 평이 많다.
- 한 차례 거대한 정점이 지나간 뒤 음악은 다시 거리의 소리와 이름 읽기로 잦아든다. 끝을 맺지 않고 일상으로 흘러가는 결말에 주목하자.
첫 원자폭탄 실험 직전의 몇 시간을 그린 이 오페라는, 과학의 성취와 파괴를 함께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가장 무겁게 담긴 작품이다.
- 1막 끝에서 오펜하이머가 홀로 폭탄 탑 앞에서 부르는 아리아 「내 심장을 쳐부수소서」는 존 던의 성스러운 소네트에 곡을 붙였다. 오펜하이머가 실험의 이름을 '트리니티'로 지은 것이 던의 이 시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어, 대본과 역사가 맞물리는 대목이다.
- 느린 아리아 동안 낮은 현악기와 금관이 무겁게 받치는 위로 바리톤이 고뇌하는 선율을 길게 끈다. 이 아리아는 독립된 노래로도 자주 연주되는 이 오페라의 대표 장면이다.
- 2막은 실험까지 남은 시간을 세는 긴장으로 채워지고, 전자음향과 오케스트라가 사막의 폭풍과 기계음을 겹친다. 폭발의 순간을 크게 터뜨리지 않고 정적과 긴 울림으로 처리하는 결말이 해석의 화제가 되곤 한다.
- 관현악만으로 엮은 「닥터 아토믹 교향곡」(2007)도 있다. 오페라가 부담스럽다면 이 교향곡으로 먼저 소리의 세계를 익히는 것도 방법이다.
VII. 지휘대 위의 원로 · 2013–2026 (66–79세)
(셰에라자드)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조세포위츠를 위해 「셰에라자드.2」를 썼다. 파리에서 『천일야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보고, 이야기 속 셰에라자드가 끊임없이 남성의 폭력 앞에 놓인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그는 밝혔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이야기꾼의 목소리였듯, 이 곡에서도 바이올린이 주인공을 맡는다. 다만 그는 그녀를 오늘의 여성으로 다시 세웠다. (베를린) 2016~17년 시즌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작곡가로 위촉되었다.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이 악단과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고 지휘하며, 미국 작곡가로서 유럽 중심부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서부) 2017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초연된 「서부의 아가씨들」은 골드러시 시대 캘리포니아를 광부의 낭만이 아니라 그 땅에서 밀려난 여성과 이주민, 원주민의 시선으로 다시 그렸다. 반세기 가까이 살아온 캘리포니아에 대한 그의 응답이었다. (협주) 2019년에는 피아니스트 유자 왕을 위해 「악마만 좋은 곡을 다 가져야 하나?」를 써 두다멜과 LA 필이 초연했다. 재즈와 펑크의 리듬을 거침없이 끌어들인 이 곡은, 할아버지의 댄스홀에서 시작된 그의 음악적 뿌리가 일흔이 넘어서도 살아 있음을 보여 주었다. (현재) 2022년 9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창단 100주년 시즌을 그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로 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를 근거지로 작곡과 지휘를 이어 가고 있다. 아들 새뮤얼 애덤스도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어, 클라리넷을 함께 불던 아버지에게서 시작된 음악의 대물림이 3대째 이어지고 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이야기꾼을 오늘의 여성으로 다시 세운 곡으로, 원로가 된 그가 여전히 세상의 폭력에 응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 독주 바이올린이 처음부터 끝까지 셰에라자드 자신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에서 바이올린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였다면, 여기서는 쫓기고 맞서는 주인공 그 자체라는 차이를 의식하며 들어 보자.
- 1악장 「지혜로운 젊은 여인의 이야기 — 진정한 신자들의 추격」에서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오케스트라가 거칠게 몰아붙인다. 쇠줄을 막대로 두드리는 헝가리 민속 악기 침벌롬의 금속성 소리가 이국적인 색을 더한다.
- 2악장 「긴 갈망」은 사랑의 장면으로, 바이올린이 길고 느린 선율을 끝없이 이어 간다. 날카로운 바깥 악장들 사이의 숨 쉴 자리다.
- 3악장 「셰에라자드와 수염 난 남자들」에서는 남성들의 재판정에 선 주인공을 그렸다고 작곡가가 밝혔다. 바이올린이 홀로 맞서다 마지막 악장 「탈출, 비행, 안식처」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 보자. 이 곡을 헌정받아 초연한 레일라 조세포위츠의 연주가 기준처럼 여겨진다.
덜 알려진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음악원 시절 그는 직접 모듈식 신시사이저를 조립해 '스튜드베이커'라는 이름을 붙였다. 옛 미국 자동차 회사의 이름을 딴 이 기계로 테이프 작업을 하며, 짧은 패턴을 되풀이하는 감각을 손으로 익혔다. 오케스트라 작곡가로 알려진 뒤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 그 자신은 회고록에서 이 시기의 전자음악 실험이 훗날 관현악 반복 음형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돌아본다. 할아버지가 위니퍼소키 호숫가에서 운영한 댄스홀에는 스윙 시대의 유명 악단들이 들렀고, 그는 회고록에서 듀크 엘링턴도 그 무대에 섰다고 적었다. 그의 음악을 미니멀리즘의 계보로만 설명하는 해설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지만, 재즈와 대중음악이 위아래 없이 섞이는 그의 감각은 이 가족사에서 시작되었다. 자주 연주되는 관현악곡 「의장의 춤」은 사실 「닉슨 인 차이나」의 작곡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다. 작곡가는 이 곡을 오페라 3막에 들어가지 않은 일종의 '곁가지'로 설명했다. 오페라보다 이 곡을 먼저 접한 청중이 많아, 거꾸로 오페라로 들어가는 문 역할을 해 왔다.
용어 노트 📚🔎
미니멀리즘
(말뜻) 미니멀(minimal)은 '가장 작은, 최소한의'라는 뜻이다. 재료를 최소한으로 줄여 쓴다는 태도가 이름에 담겨 있다. (음악에서) 1960년대 미국에서 나온 작곡 경향으로, 아주 짧은 음형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조금씩 바꿔 나간다. 스티브 라이시, 필립 글래스가 대표적이고, 애덤스는 여기에 풍성한 화음과 극적인 흐름을 더했다. 줄넘기를 할 때 같은 박자로 계속 뛰다 보면 몸이 리듬에 빨려 드는데, 그러다 친구가 한 번 다르게 돌리면 그 작은 변화가 크게 느껴진다. 미니멀리즘이 바로 그 원리를 쓴다. (다른 데서는) 미술·건축·인테리어에서는 장식을 줄이고 단순한 형태를 살리는 양식을, 생활에서는 물건을 최소한만 갖고 사는 방식을 가리킨다.
화성학
(말뜻) 화성(和聲)은 '어울리는(和) 소리(聲)'라는 뜻이다. 화성학은 여러 음이 함께 울릴 때의 규칙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독일어로는 하르모니레레(Harmonielehre)라고 한다. (음악에서) 어떤 음들을 동시에 울리면 편안하게 들리고 어떤 음들은 긴장되게 들리는지, 화음이 어떤 순서로 이어져야 자연스러운지를 다룬다. 쇤베르크는 1911년 이 이름으로 교과서를 썼고, 애덤스는 같은 제목의 관현악곡을 썼다. 반 합창에서 소프라노·알토가 서로 다른 음을 불러 하나로 어울리는 소리를 만드는 것, 그 어울림의 규칙을 배우는 것이 화성학이다.
음렬주의
(말뜻) 음렬(音列)은 '음(音)을 줄 세운 것(列)'이라는 뜻이다. (음악에서) 한 옥타브 안의 열두 음을 미리 정한 순서로 한 번씩 배열하고, 이 순서를 지키며 곡 전체를 만드는 작곡 방식이다. 쇤베르크가 시작했고, 20세기 중반 미국 대학의 작곡 교육에서 주류가 되었다. 애덤스는 이 방식이 청중과 멀다고 느껴 다른 길을 찾았다. 반 친구 열두 명이 정해진 순서대로 한 명씩 발표하고, 모두 끝나기 전에는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규칙과 비슷하다.
트레몰로
(말뜻) 이탈리아어 tremolo는 '떨리는'이라는 뜻이다. (음악에서) 같은 음을 아주 빠르게 되풀이해 소리가 떨리듯 들리게 하는 연주법이다. 현악기에서는 활을 짧게 빠르게 오가게 해서 만든다. 「셰이커 루프스」의 첫 부분이 바로 이 떨림으로 시작한다. 추운 날 이가 덜덜 떨리는 소리처럼, 하나하나를 셀 수 없을 만큼 빠른 반복이 하나의 떨리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팡파르
(음악에서) 트럼펫 같은 금관악기가 짧고 힘차게 울리는 신호 같은 음악이다. 옛날에는 왕의 입장이나 사냥의 시작을 알렸고, 지금도 축하의 순간에 자주 쓰인다. 「쾌속 기계에서의 짧은 질주」는 마지막에 화려한 팡파르로 끝난다. 운동회 개막식이나 시상식에서 선수가 입장할 때 울리는 짧고 당당한 나팔 소리를 떠올리면 된다.
리브레토
(말뜻) 이탈리아어 libretto는 '작은 책'이라는 뜻이다. 옛 오페라 극장에서 관객이 손에 들고 보던 얇은 대본 책자에서 이름이 나왔다. (음악에서)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에서 노래로 불릴 가사와 대사를 적은 대본이다. 작곡가는 대개 대본 작가가 쓴 리브레토를 받아 곡을 붙인다. 「닉슨 인 차이나」는 시인 앨리스 굿먼이 운율을 맞춘 리브레토를 썼다. 학예회 연극에서 먼저 대본이 나오고, 그 대사를 노래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그 대본이 리브레토다.
콜로라투라
(말뜻) 이탈리아어 coloratura는 '색칠하기'라는 뜻이다. 선율에 화려한 색을 입힌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음악에서) 아주 높은 음을 빠르고 화려하게 굴리고 꾸미며 부르는 성악 기교, 또는 그런 기교를 특기로 하는 소프라노를 말한다. 「닉슨 인 차이나」의 장칭 아리아가 대표적이다. 피겨스케이팅에서 점프와 회전을 쉴 새 없이 이어 붙이는 고난도 구성처럼, 목소리로 곡예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