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i Hwang in Recital
나는 나이팅게일처럼, 죽도록 노래하고 싶소. — 슈만이 클라라에게, 1840년 · 한 해에 가곡 백서른여덟 곡을 쏟아낸 '가곡의 해'의 편지
한눈에 보기 🔭💭
무대 위와 뒤의 사람들 ⏳🌊
- 소프라노황수미서울대 성악과에서 공부하고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 홍혜란(2011)에 이은 한국 소프라노의 우승 계보이고, 이 시리즈 7월 특별편의 김태한(2023)까지 같은 콩쿠르로 이어진다. 2015년부터 독일 본 오페라 전속으로 활동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바로 그 목소리다. 오페라 무대와 나란히 리트(독일 가곡)를 꾸준히 불러 온 가수라, 오늘처럼 세 언어를 오가는 프로그램이 그의 본령이다.
- '여인의 사랑과 생애'의 시인아델베르트 폰 샤미소프랑스 귀족으로 태어나 혁명을 피해 독일로 건너간 시인이자 식물학자.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이야기 '페터 슐레밀'을 썼고, 러시아 탐험선을 타고 세계를 일주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1830년의 연작시 '여인의 사랑과 생애'가 십 년 뒤 슈만을 만나 노래가 됐다.
- '이 섬에서'의 시인W. H. 오든20세기 영어권을 대표하는 시인. 스물세 살의 브리튼과 GPO 필름 유닛에서 다큐멘터리 음악을 함께 만들며(1936년 '나이트 메일') 젊은 작곡가에게 결정적 영향을 남겼다. 오늘 부르는 다섯 곡의 시는 그의 시집에서 왔고, 가곡집 제목도 거기서 따왔다.
- 산유화·못잊어의 시인김소월평안북도 곽산에서 자란 시인. 시집 '진달래꽃'(1925) 한 권으로 한국어의 리듬을 바꿔 놓고 서른둘에 세상을 떠났다. 한국 가곡이 가장 많이 노래한 시인이라, 오늘처럼 작곡가가 다른 두 곡(김순남의 산유화, 조혜영의 못잊어)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이 자연스럽다.
I. 슈만 — 여인의 사랑과 생애 · 1840
(가곡의 해) 1840년, 슈만은 클라라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장인과 법정 다툼 끝에 마침내 승소하고 9월에 결혼한다. 그 한 해 동안 가곡 백서른여덟 곡을 쏟아냈다 — 후대가 '가곡의 해'라 부르는 폭발이다.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그 한복판, 결혼을 두 달 앞둔 7월에 단숨에 쓰였다. (여덟 장면) 샤미소의 연작시를 따라 여덟 곡이 한 여인의 일생을 차례로 통과한다. 첫눈에 반한 순간, 그이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확신, 믿기지 않는 청혼, 손가락의 반지, 결혼식 아침, 아이를 가졌다는 고백, 품에 안은 아기 — 그리고 여덟 번째 곡에서 갑작스러운 사별. 노래마다 표제가 곧 장면이라, 이야기 순서만 알고 가도 무대가 여덟 장의 단편소설이 된다. (후주) 이 연가곡의 가장 유명한 순간은 노래가 끝난 뒤에 온다. 마지막 곡에서 성악이 침묵하고 나면, 피아노가 홀로 첫 곡의 선율을 천천히 회상한다 — 남편을 잃은 여인이 처음 사랑에 빠지던 날을 떠올리는 후주다. 노래 없이 노래하는 이 페이지가 전곡의 심장이니, 첫 곡의 선율을 미리 귀에 담아 가야 마지막에 알아볼 수 있다. (목소리) 19세기 남성 시인이 쓴 여성의 일생이라는 점은 오늘날에도 논쟁거리다 — 순종적 여성상이라는 비판과, 음악이 시를 넘어선다는 옹호가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무대에서 판정하는 사람은 결국 소프라노 자신이다. 황수미가 이 여인을 어떤 온도로 부르는지가 전반부의 관전 포인트다.
오늘의 가수가 오늘의 곡을 부르는 실황(KBS 공식). 장면 전환(만남→반지→결혼→사별)을 따라가며 듣고, 마지막 후주에서 첫 곡이 돌아오는 순간을 확인해 둘 것.
- 1곡 — 이 선율을 기억할 것 (마지막에 돌아온다)
- 4곡 '내 손가락의 반지여' — 연가곡의 가장 사랑받는 대목
- 8곡 이후 — 노래가 끝난 뒤 피아노 후주가 하는 말
II. 브리튼 — 이 섬에서 · 1937
(스물셋) 벤저민 브리튼이 이 가곡집을 쓴 1937년, 그는 스물셋이었다. 우체국 홍보영화를 만드는 GPO 필름 유닛에서 시인 오든과 다큐멘터리를 함께 만들던 시절 — 오든의 시집에서 다섯 편을 골라 붙인 이 곡이 그가 정식으로 출판한 첫 가곡집(Op.11)이 됐다. 초연은 그해 11월 BBC 방송이었다. (다섯 풍경) 첫 곡 '화려한 음악이 찬미하게 하라'는 바로크풍 팡파르로 문을 연다 — 200년 전 선배 퍼셀에게 보내는 젊은 영국인의 인사다. 이어 낙엽 지는 가을, 절벽 아래 바다 풍경, 밤의 노래를 지나, 마지막 곡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는 뜻밖에 카바레풍으로 끝난다 — 안락한 삶을 시치미 떼고 비꼬는 재즈의 어조다. 장중한 시작과 삐딱한 끝, 이 낙차가 이 가곡집의 서명이다. (자리) 슈만이 독일 가곡의 정점이라면, 브리튼은 20세기 영어 가곡의 재출발점이다. 독일어의 긴 호흡 대신 영어의 억양과 재치가 노래가 될 수 있음을 이 다섯 곡이 증명했다. 전반부에서 두 언어의 결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듣는 것만으로 예습의 절반은 끝난다.
다섯 곡이 짧아 한 번에 들린다. 첫 곡의 바로크식 팡파르와 마지막 곡의 카바레 어조 — 시작과 끝의 낙차가 이 가곡집의 서명이다.
- 1곡 — 퍼셀에게 보내는 인사, 트럼펫 같은 성악
- 3곡 '바다 풍경' — 피아노가 그리는 파도
- 5곡 — 시치미 뗀 재즈, 스물셋의 삐딱함
III. 후반부 — 우리말의 노래
(김소월) 후반부는 우리말로 돌아온다. 김소월의 시 두 편이 서로 다른 시대의 작곡가를 만난다 — '산유화'는 해방 전후 한국 음악의 가장 빛나는 재능이었던 김순남의 곡이고, '못잊어'는 현대 작곡가 조혜영의 곡이다. 같은 시인의 언어가 두 세대의 음악으로 갈라지는 것을 나란히 듣는 배치다. (사월과 베틀) 박목월 시에 김순애가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는 전쟁 직후 세대의 교과서적 애창곡 — 목련과 베르테르가 등장하는 첫 구절로 한국인의 사월을 정의해 버린 노래다. 고정희 시의 '베틀노래'(이원주 곡)는 결이 다르다. 해남 출신의 이 시인은 여성의 노동과 삶을 정면으로 쓴 사람이고, 베틀 앞의 노동요 전통이 예술가곡으로 건너온 곡이다 — 전반부 '여인의 사랑과 생애'와 조용히 마주 보는 자리다. (아리랑) 마지막 두 곡은 민요다. 다만 '부르던 그대로'가 아니라 작곡가의 손을 거친 예술가곡으로서의 아리랑 — 이영조의 '경상도 아리랑'과 진규영 편곡의 '밀양아리랑'이다. 구전 선율이 성악 기교와 피아노 어법을 입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앞의 슈만·브리튼과 같은 저울에 올려 듣게 되는 순간이다. 리사이틀 전체가 '노래란 무엇인가'를 세 언어로 묻는 하나의 질문인 셈이다.
전쟁 직후 세대의 사월을 정의한 노래. 익숙하다고 건너뛰지 말 것 — 소프라노의 정식 무대로 들으면 가창곡과 예술가곡의 거리가 들린다.
- 첫 구절 — 말이 선율에 얹히는 자연스러움
- 절과 절 사이 — 피아노가 만드는 사월의 공기
같은 시에 붙은 여러 곡 중에서도 김순남의 산유화는 해방 전후 한국 가곡의 정점으로 꼽힌다. 시의 반복 구조를 음악이 어떻게 받는지 들어 둘 것.
- 시의 반복 — 같은 말이 돌아올 때 달라지는 화성
- 절제 — 소리치지 않고 깊어지는 한국어의 호흡
프로그램의 바로 그 곡을 바로 그 가수가 부른 공식 실황(세일음악문화재단). 오늘 밤 마지막 블록이 어떤 소리일지 미리 들을 수 있는, 이 예습 노트에서 가장 확실한 한 장이다.
- 민요 선율이 성악 기교를 입는 순간들
- 피아노 — 장구 장단의 흔적을 어디서 내는지
- 사투리의 맛 — 표준어 가곡과 다른 발음의 결
IV. 예습 동선 — 가곡 리사이틀은 시가 절반이다
(순서) 가곡은 기악과 예습법이 다르다 — 선율보다 **이야기와 시**를 먼저 챙겨야 한다. 추천 동선: ① '여인의 사랑과 생애' 여덟 곡의 장면 순서(만남→확신→청혼→반지→결혼→고백→아기→사별)를 외운다. 제목만 봐도 줄거리가 잡힌다. ② 브리튼은 첫 곡과 마지막 곡만 미리 듣는다 — 바로크 팡파르로 열고 카바레로 닫는 낙차를 몸에 심어 두면 가운데 세 곡은 현장에서 저절로 들린다. ③ 한국 가곡은 시를 먼저 읽는다. 김소월의 두 편은 짧다 — 시집에서 원문을 일독하고 가면 노래가 시의 낭독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공연장에서) 연가곡은 한 호흡이다 — '여인의 사랑과 생애' 여덟 곡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곡이 끝나도 아직 끝이 아니다: 피아노 후주가 첫 곡을 회상하는 동안, 그리고 그 뒤의 정적과 가수의 손이 내려올 때까지가 작품이다. 그 후주에서 첫 곡의 선율을 알아듣는 것 — 그것이 이 예습의 최종 시험이다. (대비) 프로그램 전체의 열쇠는 대비다. 독일어의 일생 서사, 영어의 풍경과 아이러니, 우리말의 시와 민요 — 같은 목소리가 세 언어의 결을 어떻게 갈아입는지가 이 리사이틀의 본편이다. 언어가 바뀔 때마다 발음과 호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귀를 세워 볼 것.
2014년 우승 무대의 실황. 오늘 무대에서 들을 목소리의 원점이다 — 콩쿠르의 긴장 속 소리와 리사이틀의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는 공연장의 몫.
- 여린 대목의 집중력 — 이 가수의 서명
- 언어 전환 — 어떤 언어에서 가장 자유로운지
용어 노트 📚🔎
연가곡 (Liederzyklus)
하나의 이야기나 정서로 묶인 가곡 묶음. 곡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고 한 호흡으로 듣는 것이 관례다 — 오늘의 슈만과 브리튼이 모두 연가곡이다.
리트 (Lied)
피아노와 성악을 위한 독일 예술가곡. 시가 절반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텍스트와 음악이 동등하다 — 슈베르트·슈만이 정점을 세웠다.
후주 (Nachspiel)
노래가 끝난 뒤 피아노 홀로 이어지는 부분. '여인의 사랑과 생애' 마지막 후주는 첫 곡을 회상하는, 가곡 문헌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후주다.
가곡의 해 (Liederjahr)
1840년 — 클라라와 결혼한 해에 슈만이 가곡 백서른여덟 곡을 쏟아낸 해. '여인의 사랑과 생애'와 '시인의 사랑'이 모두 이 해에 나왔다.
예술가곡으로서의 아리랑
구전 민요 선율에 작곡가가 화성·피아노·성악 어법을 입혀 무대 가곡으로 만든 것. 오늘의 경상도 아리랑(이영조 작곡)과 밀양아리랑(진규영 편곡)이 그 두 가지 방식 — 창작과 편곡이다.